릴로

# 밤의 정원, 재생의 시작

밤이 깊어질수록 정원의 변화가 눈에 띄었다.

처음엔 미묘했다. 죽었던 나무들의 가지에서 초록빛이 돌아오던 것, 담장 틈새로 야생화가 피어나던 것. 하지만 몇 개월이 지나면서 정원은 완전히 다른 곳이 되어버렸다. 낮 시간에도 햇빛이 소복하게 스며드는 곳. 밤의 신비로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낮의 따뜻함을 얻은 곳.

그리고 사람들이 나타났다.

더 이상 밤중에 몰래 찾아오지 않았다. 새벽이 물러나고 해가 중천일 때도 베이커리 앞에 사람들이 서 있었다. 아이를 손잡은 어머니, 아직 일어나지 못한 병든 노인을 밀어 오는 사람들. 처음엔 불안해하는 눈빛이었다. 정원이 이렇게 변해도 되는 걸까. 빵이 여전히 그들을 치유할까. 하지만 베이커리의 문은 항상 열려 있었고, 오븐에서 나오는 빵의 냄새는 변하지 않았다.

오히려 더 따뜻해졌다.

마리아가 베이커리 입구에서 손님들을 맞이했다. 예전처럼 조용하고 신중한 목소리로, 하지만 이제는 숨김 없이. "어서 오세요. 여기는 모두의 정원입니다." 그 말을 할 때마다 그녀의 눈은 정원 깊숙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에이든이 있는 곳을.

저녁이 되자 루미엘이 오븐을 열었다. 오늘도 새로운 빵이 구워져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과정은 신비스럽지 않았다. 누구나 볼 수 있었다. 빵을 집어 드는 루미엘의 손, 반죽 위에 살짝 얹히는 손가락, 그리고 그 손가락이 가진 기묘한 빛.

"이건 뭐예요?" 카일이 물었다. 열두 살짜리 소년은 이제 베이커리의 거의 상주 손님이 되어 있었다. 엉성한 앞머리가 자라 눈을 덮고 있었고, 손에는 항상 뭔가 들려 있었다. 오늘은 정원에서 줍다 버린 솔방울이었다.

"기억의 빵입니다." 루미엘이 대답했다. 그의 말은 여전히 짧았지만, 이제 그 말 속에는 온기가 담겨 있었다. "누군가를 위한."

"누구를 위한 거예요?"

루미엘은 웃음을 흘렸다. 정말로 웃었다. 입이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눈이 웃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카일은 알 수 있었다.

"모두를 위한 거야. 너를 위한 거고, 마리아를 위한 거고, 마을의 모든 사람을 위한 거야."

"그럼 당신은? 당신은 이제 어떻게 보여요?"

잠깐의 침묵. 루미엘이 정원 한가운데로 걸어 나갔다. 초록빛이 가득한 밤의 정원, 별빛이 나뭇가지를 타고 내려오는 그곳. 루미엘은 팔을 천천히 펼쳤다.

"에이든은 정원이 됐어." 루미엘의 목소리가 바람처럼 흘러나왔다. "바람이 불 때, 풀이 자랄 때, 새들이 울 때, 그게 에이든이야. 넌 이제 자유야, 에이든. 넌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와 함께 존재해."

정원 전체가 떨렸다.

바람이 불어왔다. 하지만 그건 바람만이 아니었다. 그 바람 속에는 웃음이 있었고, 슬픔이 있었고, 수많은 기억들이 흩어져 있었다. 카일은 손을 펴서 그 바람을 받았다. 손가락 사이로 투명한 무언가가 스쳐 지나갔고, 그것을 만질 때마다 그의 가슴이 따뜻해졌다.

마리아가 한 손으로 기억의 빵을 집어 들었다. 반으로 부러뜨렸다. 하나는 자신의 입으로, 하나는 옆에 서 있는 세라에게.

세라는 한 번 손을 거두었다. 그 손을 바라봤다. 마리아의 손. 자신을 향해 펼쳐진 손. 그것을 받아먹는 것이, 정원에 온 이후로 처음 누군가의 손에서 무언가를 받아먹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지 느껴졌다. 손가락이 떨렸다. 목이 메었다. 하지만 세라는 그 손을 다시 받았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빵을 입에 넣었다.

그 순간, 정원의 벽이 부드럽게 빛났다. 누군가의 손이 그곳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처럼. 손을 맞잡은 사람들의 형상이 천천히 나타났다. 에이든과 루미엘, 세라, 마리아. 그리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 그림이 완성되는 동안, 세라의 입술 위에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그것은 고통의 눈물이 아니었다.

세라의 마음 속에서 무언가가 무너지고 있었다. 루미엘을 향한 오래된 집착, 그것이 자신을 짓누르던 무게. 그녀는 그 무게를 느꼈다. 마지막으로. 마리아의 손을 잡은 이 순간, 손가락 끝까지 전해지는 온기 속에서, 그것이 얼마나 무거웠는지, 그리고 얼마나 필요 없는 것이었는지를 깨달았다. 루미엘은 이미 여기 있었다. 정원 안에, 에이든 안에, 그리고 모두의 손을 맞잡은 이 순간 안에.

"우리 아들이 여기 있는 것 같아." 마리아가 중얼거렸다. 눈을 감은 채로. "에이든 덕분에. 우리 아들이 여전히 우리 곁에 있는 것 같아."

세라의 손이 마리아의 손을 더 단단히 잡았다. 차가웠던 손이 조금씩 따뜻해지고 있었다. 정원의 바람이 그 두 손을 감쌌다. 세라는 마지막으로 루미엘을 바라봤다. 그 모습은 이제 자신이 집착해야 할 무언가가 아니라, 함께할 누군가였다.

마리아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녀의 눈빛이 변했다. 두려움이 아니라 확신으로. 세라를 바라봤다. 그리고 웃음을 흘렸다.

"같이 나가자. 아래 마을 사람들에게 알려줄 거 있거든."

"뭘요?" 세라가 물었다.

"정원은 팔 수 없다는 걸."

세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이 베이커리를 나갔다. 밤거리를 걸어 마을 아래로. 마리아는 아르카스를 찾아갈 것이었다. 정원의 진실을 말하기 위해. 그 남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리아의 결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루미엘은 여전히 정원 한가운데 서 있었다.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그 바람이 에이든이라는 것을, 에이든이 자유라는 것을. 그리고 그 자유가 가장 따뜻한 형태라는 것을.

카일이 루미엘의 옆에 섰다. 솔방울을 정원의 흙 위에 놨다.

"여기 심으면 뭐가 자랄까요?"

루미엘이 카일을 봤다. 그 눈에는 수천 년의 시간이 담겨 있었지만, 이 순간만큼은 그것이 모두 사라진 것처럼 맑았다.

"모르겠어. 하지만 에이든이 지켜줄 거야."

밤이 더 깊어졌다. 베이커리로 돌아온 루미엘은 오븐을 다시 열었다. 그 안에 또 다른 빵이 천천히 구워지고 있었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고, 갈색으로 물들고, 버터의 향이 정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냄새는 예전의 기억의 빵과는 달랐다. 더 포근했다. 더 깊었다. 마치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설렘과 긴 세월을 함께 보낸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때의 안정감이 섞여 있는 냄새.

베이커리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밤이 이렇게 깊은데. 사람이 찾아왔다. 루미엘이 문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았다. 천천히 열었다.

문 너머에는 어둠 속의 사람이 서 있었다.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발걸음은 익숙했다. 가볍고 빠른, 누군가를 찾아 헤매던 그 발걸음. 그리고 깊고 고른 숨소리. 루미엘은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찾아왔는지.

그 사람은 예전에 정원을 떠났던 누군가였다.

루미엘이 웃음을 흘렸다.

"어서 와. 여기서 모두가 함께야."

정원 벽에 새로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누가 그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곳에는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에이든과 루미엘, 세라, 마리아, 카일. 그리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 아래에는 글이 쓰여 있었다.

'우리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함께라는 것을 잊지 말자.'

새로운 손님이 베이커리에 들어섰다. 루미엘이 따뜻한 빵을 건넸다. 그 사람이 한 입 깨물었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억했다. 무엇을? 그것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어떤 감정을 가져다주는지는 분명했다. 따뜻함. 포용. 그리고 끝나지 않은 무언가의 시작.

정원은 밤새 숨을 쉬고 있었다. 에이든이 되어, 모두가 되어.

# 새로운 정원

몇 개월이 흘렀다. 정원의 시간은 인간의 시간과 달랐지만, 이곳은 확실히 변했다.

죽었던 나무들이 먼저 깨어났다. 가지 끝에 연두색 새싹이 돋아나고, 몇 주가 지나자 그것들이 잎사귀로 펼쳐졌다. 겨울 동안 검게 타버린 줄기도 살아나는 것처럼 보였다. 꽃은 봄이 되자마자 한꺼번에 피어났다. 장미, 라벤더, 백합. 정원의 주인이 심어 놓았던 것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담장 위에 담쟁이도 자라났다. 예전의 황폐함은 사라지고, 초록빛이 정원 전체를 감쌌다.

베이커리는 여전히 매일 밤 빵을 구웠다. 하지만 이제는 혼자가 아니었다.

"반죽이 부풀었어요. 오븐에 넣어도 되나요?"

카일이 물었다. 열세 살의 소년은 이제 베이커리의 일부처럼 보였다. 앞치마를 입고, 밀가루가 묻은 손으로 반죽을 다루는 모습이 자연스러웠다.

"이제 넣어."

마리아가 대답했다. 그녀는 오븐 앞에 서서, 온도계를 확인했다. 예전의 두려움은 사라졌다. 그 자리에는 확신이 있었다. 이곳이 저주받은 곳이 아니라는 확신. 아르카스와의 만남도 이미 끝났다. 마리아가 정원을 팔지 않겠다고 말했을 때, 그 남자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루미엘은 정원 한가운데 서 있었다. 바람을 느끼고 있었다. 봄바람이 정원을 훑고 지나갔다. 풀들이 사각거렸다.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그것들이 모두 에이든이었다.

"루미엘, 당신은 이제 어떻게 보여요?"

카일이 베이커리에서 나와 루미엘 옆에 섰다. 온 하늘을 보며 물었다.

"뭐라고 하면 좋을까." 루미엘이 말했다. 그 목소리에는 웃음이 섞여 있었다. "에이든은 정원이 됐어. 바람이 불 때, 풀이 자랄 때, 새들이 울 때. 그게 에이든이야."

카일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솔방울을 집어 들었다. 정원의 흙 위에 살며시 놨다.

"여기 심으면 뭐가 자랄까요?"

루미엘이 카일을 봤다. 정원의 모든 것을 지켜온 그 눈이 카일을 바라봤다.

"모르겠어. 하지만 에이든이 지켜줄 거야."

베이커리에서 나온 세라가 마리아와 함께 정원을 걸었다. 세라의 얼굴에는 아직도 예전의 광기가 남아 있었지만, 이제는 그것이 무엇인가를 향한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로부터 벗어나는 과정으로 보였다. 마리아가 그녀의 팔을 잡았다. 자연스럽게.

밤이 더 깊어졌을 때, 정원의 방문객들은 줄어들었다. 낮 시간에 사람들은 당당하게 정원을 찾았다. 토마스가 죽은 이후, 마을이 변했다. 사람들이 더 이상 자신의 슬픔을 숨기지 않기 시작했다. 거리의 모퉁이에서, 광장에서, 누군가의 집 마당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상처를 나누었다. 정원의 빵이 그것을 시작하게 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원 자체가 그렇게 만들었을지도.

루미엘이 베이커리로 돌아갔다. 오븐을 다시 열었다.

그 안에는 또 다른 빵이 천천히 구워지고 있었다. 반죽이 부풀어 오르고, 갈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버터의 향이 정원 전체를 감싸고 있었다.

하지만 그 냄새는 예전의 기억의 빵과는 달랐다.

더 포근했다. 더 깊었다. 마치 처음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설렘과, 긴 세월을 함께 보낸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때의 안정감이 섞여 있는 냄새였다. 그것은 과거를 되살리는 냄새가 아니라, 미래를 초대하는 냄새였다.

루미엘이 오븐에서 빵을 꺼냈다. 금색으로 구워진 표면이 빛을 반사했다. 정원의 밤빛 속에서도 그것은 밝았다.

베이커리의 문을 누군가가 두드렸다.

밤이 이렇게 깊은데. 루미엘이 문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았다. 천천히 열었다.

문 너머에는 어둠 속의 사람이 서 있었다. 얼굴은 정확히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루미엘은 알고 있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무엇을 찾아왔는지.

루미엘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어서 와. 여기서 모두가 함께야."

정원의 벽을 보면, 새로운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누가 그렸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아니, 정원 자체가 그렸을 수도 있었지만—그곳에는 손을 맞잡은 사람들이 있었다. 에이든과 루미엘. 세라, 마리아, 카일. 그리고 마을의 모든 사람들. 모두가 웃고 있었다.

아래에는 글이 쓰여 있었다.

'우리가 있었다는 것을, 우리가 함께라는 것을 잊지 말자.'

새로운 손님이 베이커리에 들어섰다. 루미엘이 따뜻한 빵을 건넸다. 그 사람이 한 입 깨물었다. 눈을 감았다.

그리고 기억했다.

무엇을? 그것은 알 수 없었다. 사람마다 다를 것이었다. 하지만 그 기억이 어떤 감정을 가져다주는지는 분명했다. 따뜻함. 포용. 그리고 끝나지 않은 무언가의 시작.

정원은 밤새 숨을 쉬고 있었다. 에이든이 되어, 모두가 되어.

새벽이 정원을 비추기 시작했을 때, 베이커리의 오븐에서는 또 다른 새로운 빵이 구워지고 있었다. 그 냄새는 밤새 정원을 돌아다녔고, 초록빛 풀들을 스쳐 지나갔고, 꽃잎들 사이를 헤맸다. 새들이 그 냄새를 따라 날아왔다.

루미엘이 오븐 앞에서 손을 모았다. 하늘을 향해. 마치 무언가를 축복하듯.

"에이든, 넌 이제 자유야."

바람이 불었다. 정원 전체를 감싸는 바람이. 모든 풀과 꽃이 살랑였다. 새들이 지저귀기 시작했다. 정원의 모든 것이 숨을 쉬었다.

"넌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니라, 우리 모두와 함께 존재해."

루미엘의 말이 정원 어디서나 들렸다. 바람 속에서, 풀 소리 속에서, 새들의 울음 속에서.

마리아와 카일이 베이커리로 들어갔다. 새로 구워진 빵을 받기 위해. 세라도 함께였다.

정원의 담장 너머, 마을에서는 누군가가 또 다른 발걸음을 떼었다. 정원으로 향하는 발걸음. 밤이 이렇게 깊은데도, 이 사람은 정원을 찾아왔다.

그 사람은 이전에 한 번 정원에 왔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제는 몰래 오는 것이 아니라, 당당하게 오는 것이었다.

베이커리의 문이 다시 열렸다.

루미엘이 웃음을 흘렸다. 그 웃음은 수천 년의 시간이 흐른 후 처음 피어난 꽃같았다.

"어서 와. 여기서 모두가 함께야."

새로운 손님이 베이커리에 들어섰다. 따뜻한 빵의 냄새가 그 사람을 감쌌다. 밀가루와 버터, 그리고 무언가 더. 무언가 더 깊은 것. 무언가 더 따뜻한 것.

정원은 밤새 숨을 쉬고 있었다.

정원 깊숙이, 베이커리의 오븐 아래, 그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자라나고 있었다. 그것은 에이든의 기억이었다. 모든 사람의 기억이 모여 하나의 씨앗이 되고, 천천히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아직 무엇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루미엘도 알 수 없었다. 그것이 언제 깨어날지, 정원을 어떻게 바꿀지 루미엘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에이든은 알고 있었다. 정원이 되어, 모든 것을 보는 에이든은. 그것이 봄이 올 때 무엇으로 피어날 것인지를.

새로운 계절이 올 것이었다. 새로운 이야기가 피어날 것이었다.

정원의 문은 항상 열려 있을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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