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떨어진 사진
떨어진 사진을 집어 들었을 때, 에이든의 손가락은 이미 반투명했다.
사진 속 여자의 얼굴이 흐릿했다. 마치 물에 젖은 수채화처럼, 경계가 흐물거렸다. 에이든은 눈을 비볐다. 다시 봤다. 여전히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누구예요?"
루미엘이 발소리 없이 가까워졌다. 마치 공간이 자신을 재배열하듯, 루미엘은 이미 옆에 있었다.
루미엘이 사진을 내려다봤다. 그 창백한 얼굴에 처음으로 무언가가 일었다.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고, 입술이 떨렸다.
"리아야."
루미엘의 목소리는 깨진 돌처럼 갈라져 있었다.
에이든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 이름이 떨어지는 순간, 무언가가 깨졌다. 기억을 막고 있던 벽이.
파편들이 떠올랐다.
제빵사 에이든. 손이 좋았던 그 이름. 반죽을 치면 저절로 마법이 일어났다. 손가락이 기억했다. 어느 온도에서 버터가 녹아야 하고, 어느 순간에 치대기를 멈춰야 하는지. 크로와상을 구웠다. 브리오슈를 구웠다. 딸기 타르트를 구웠다.
그리고 리아.
"여름이었어."
에이든이 중얼거렸다.
"정원이 아직 살아 있던 시절."
루미엘이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침묵이 긍정했다.
기억이 흐르기 시작했다. 물처럼, 불처럼.
리아와 함께 베이커리에서 밤을 새웠다. 반죽을 치며 웃었다. 리아의 손이 에이든의 손을 잡았다. 밀가루로 뒤덮인 두 손이 맞닿았다. 따뜻했다.
"우리 함께 여기서 살자."
그 다음은 어둠이었다. 화염이었다.
누군가가 정원에 불을 질렀다. 정원이 타들어갔다. 리아가 비명을 질렀다.
그리고 세라의 얼굴. 손이 리아의 목을 조르는 모습. 리아의 비명. 에이든이 리아를 안고 도망치던 밤. 정원의 불 속에서 그녀를 지키려던 그 절망적인 순간.
"세라가 했어. 리아를 상처 입혔어."
에이든의 목소리가 떨렸다.
"나는... 세라로부터 리아를 지키고 싶었어. 그래서 기억을..."
말을 잇지 못했다. 가슴에서 뭔가가 터져 나왔다.
루미엘이 에이든을 안았다.
첫 번째로, 루미엘이 에이든을 안았다.
루미엘의 팔은 차가웠다. 돌처럼, 나무처럼, 정원의 모든 것처럼. 하지만 그 안에는 뭔가가 있었다. 슬픔. 오래된 슬픔. 누군가를 잃은 슬픔이 형태를 가진 것.
에이든은 깨달았다. 루미엘은 리아의 슬픔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었다. 리아가 정원으로 변했을 때, 그 슬픔이 루미엘이 되었다.
에이든이 울었다. 눈물이 사진을 적셨다. 사진 속 리아의 얼굴이 더욱 흐릿해졌다. 하지만 이제는 에이든이 그 얼굴을 기억했다.
베이커리의 문이 열렸다.
카일이 들어왔다. 소년의 눈이 에이든을 찾았다. 그 눈에 두려움이 있었다. 에이든의 손이 반투명해졌기 때문이었다.
"당신이 있으면... 괜찮아요."
카일이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에이든이 카일을 안았다. 자신의 투명해지는 팔로 소년을 껴안았다.
"난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그 말을 하는 순간, 에이든은 자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자신이 떠나고 있었다. 천천히, 하지만 확실하게.
에이든이 손을 내밀었다. 카일의 손을 잡으려고. 하지만 손이 통과했다. 에이든의 손가락이 카일의 살을 지나갔다. 아무것도 만질 수 없었다.
공포가 에이든을 휩쌌다. 자신이 정말로 사라지고 있다는 깨달음.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절망.
"안 돼. 안 돼!"
에이든이 카일을 다시 안으려 했다. 하지만 팔이 소년의 몸을 통과했다. 손가락이 공기처럼 흩어졌다. 팔뚝의 온기가 증발했다.
루미엘이 에이든 옆에 섰다.
"정원의 주인은 리아야. 그 사람이 모든 것을 내려놨어. 사랑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그래서 정원으로 변했어. 슬픔이 땅이 되고, 그 땅 위에서 기억이 자라났어."
루미엘의 목소리가 점점 멀어졌다. 아니다. 루미엘이 사라지고 있었다.
"루미엘은?"
루미엘의 손이 에이든의 손을 잡았다. 그것도 투명했다. 두 손이 겹쳤을 때, 어떤 것이 어떤 것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정원도 너를 잊고 있었어. 하지만 정원이 다시 깨어나려면, 누군가는 정원을 기억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게 너야. 에이든. 넌 정원의 기억이 되어야 해."
루미엘의 손이 에이든의 손을 놓았다.
루미엘이 사라졌다. 마치 안개처럼. 마치 새벽빛처럼.
베이커리의 벽이 갈라지기 시작했다.
금색 빛이 그 틈으로 새어 나왔다. 따뜻한 빛이었다. 밀가루 냄새가 났다. 버터 냄새가 났다. 정원이 깨어나고 있었다.
에이든의 몸이 투명해졌다.
먼저 손가락부터. 그 다음 손등. 가슴. 에이든은 자신이 흩어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무섭지 않았다. 그것은 죽음이 아니었다. 변화였다.
"당신이 사라지면 안 돼요!"
카일이 외쳤다.
에이든이 돌아섰다. 소년을 보려고. 하지만 자신의 눈도 이미 투명했다.
"난... 여기 있을 거야."
에이든이 말했다.
"정원 안에. 항상."
베이커리의 문이 닫혔다. 금색 빛이 문의 가장자리를 태웠다.
마리아는 카일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들은 베이커리 밖에 서 있었다. 정원은 변하고 있었다. 죽었던 나무들이 초록으로 물들었다. 담장이 무너졌던 자리에 장미가 피었다. 밤하늘에는 별이 하나씩 꺼지고 있었다.
그리고 정원 너머, 어딘가 멀리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세라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제 내가 정원을 지킬 거야."
그 목소리는 비명처럼 울렸다.
은빛 머리의 여자가 정원의 가장자리에서 나타났다. 그녀의 옷은 흙으로 얼룩져 있었고, 손가락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정원의 가시들로 인한 상처였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닦지 않았다.
마리아가 카일을 더 단단히 안았다.
세라가 한 걸음씩 다가왔다. 그 움직임은 비틀거렸다. 마치 누군가에게 끌려가는 것처럼.
"리아는 가야 해. 정원도 가야 해. 그리고 그 남자도."
세라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난 이 정원을 원해. 처음부터 난 이 정원을 원했어. 리아가 가져간 모든 것을. 루미엘이 지켜준 모든 것을."
그녀가 정원 중앙에 무릎을 꿇었다. 손이 흙을 움켜쥐었다. 검은 흙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난 여기 있었어. 처음부터 여기 있었어."
세라의 목소리가 울음으로 변했다.
"리아가 정원으로 변했을 때, 난 이미 정원의 일부였어. 루미엘이 리아를 지켰던 것처럼, 누군가는 날 버렸어. 그 누군가가 에이든이었어."
흙을 움켜쥔 손이 떨렸다. 어깨가 흔들렸다. 비명처럼 들렸던 목소리는 이제 진짜 울음이었다. 오랫동안 억눌렸던 슬픔이 터져 나왔다.
"리아... 리아..."
마리아가 카일의 눈을 가렸다.
"봐선 안 돼."
그 순간, 베이커리의 벽에서 갈라진 균열이 더 벌어졌다.
금색 빛이 폭발했다.
마리아가 카일을 안았다. 눈을 감았다.
빛이 정원 전체를 덮었다.
그리고 그 빛이 걷혔을 때.
세라는 정원의 중심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손에는 사진이 들려 있었다. 낡은, 누렇게 변한 사진.
사진 속에는 두 명이 있었다.
한 명은 젊은 여자였다. 웃고 있었다. 정원처럼 아름다웠다.
다른 한 명은 남자였다. 제빵사였다. 그의 손에는 빵이 들려 있었다.
세라가 그 사진을 보고 있었다. 사진을 가슴에 안고 있었다.
광기가 빠져나갔다. 그 자리에 남겨진 것은 오직 슬픔이었다. 자신이 잃어버린 모든 것을 한 번에 깨닫는 슬픔. 리아를 상처 입혔다는 죄책감. 에이든에게 버려졌다는 절망.
"리아..."
그녀의 목소리는 더 이상 비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애도였다. 진짜 애도. 지금껏 그녀가 느껴본 적 없는 진짜 슬픔.
정원의 흙이 따뜻해졌다.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빗 내린 후의 흙 냄새가 진했다. 새로운 생명이 돋아날 준비를 하는 그런 냄새. 꽃들이 그녀의 머리 위에서 피어났다. 가시 대신 부드러운 잎이 그녀를 감쌌다.
정원이 된 에이든이 그녀를 품었다.
마리아와 카일은 정원의 가장자리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정원이 변했어요."
카일이 중얼거렸다.
"응. 변했어."
마리아가 대답했다.
"더 따뜻해졌어요."
"응. 에이든이 정원을 따뜻하게 만들었어."
밤하늘에 마지막 별이 꺼졌다.
그 순간, 정원에서 새로운 빛이 나왔다. 별이 아닌 빛. 오븐의 빛이었다.
오븐이 켜졌다.
아무도 손을 대지 않았는데. 저절로.
그 안에서 빵이 구워지기 시작했다.
"어제보다 더 많은 빵이..."
마리아가 중얼거렸다.
마리아는 알고 있었다.
에이든이 정원이 되면서, 정원은 더 강해졌다. 정원의 마법도 더 깊어졌다. 이제 정원의 빵은 단순히 추억을 되돌려주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완전히 치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 빵은 사랑으로 구워졌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려놓은 사랑으로.
"마리아."
카일이 불렀다.
"응?"
"정원이... 에이든이... 괜찮을까?"
마리아의 입가에 슬픈 미소가 떠올랐다.
"에이든은 이제 혼자가 아니야. 정원이 된 거야. 모든 사람을 품는 정원이 되었어."
그녀는 카일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정원이 누군가를 필요로 하면, 정원이 그 누군가를 부를 거야. 밤마다. 계절마다. 시간이 지나가도."
마리아는 정원 중심의 오븐을 바라봤다.
오븐에서 나오는 빛이 더 강해지고 있었다.
빵의 냄새가 더 진해지고 있었다.
"우리... 내일도 와도 돼?"
카일이 물었다.
마리아는 카일을 안았다.
"응. 우리는 계속 와. 정원이 우리를 필요로 하는 한, 계속 와."
밤은 계속 깊어졌다.
정원의 오븐은 계속 빵을 구웠다.
그리고 그 빵 한 조각 한 조각에는, 에이든의 기억이 남아 있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완전히 내려놓은 그 순간의 기억이.
사랑의 기억이.
마리아는 카일의 손을 잡고 정원을 빠져나갔다.
뒤에는 밤이 남았다.
정원이 남았다.
그리고 정원 속에서, 에이든은 계속 빵을 구우며 누군가의 상처를 안아주고 있었다.
하지만 그 순간, 베이커리 터 깊숙이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금이 간 벽의 더 깊은 곳에서.
검은 것이 자라나고 있었다.
아직 깨어나지 않은 것들이.
아직 드러나지 않은 것들이.
아르카스는 어디에 있었을까?
밤이 더 깊어졌다.
정원은 계속 숨을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