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마을의 좁은 골목에서 에이든은 길을 잃었다

마을 사람들의 눈이 에이든을 피했다. 거리를 지날 때마다 누군가는 고개를 돌렸고, 누군가는 발걸음을 재촉했다. 말을 걸어오는 사람은 없었다. 마치 에이든이 공기처럼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손가락을 펼쳤다. 손톱부터 손가락 끝까지 완전히 투명했다. 손가락을 움직여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일은 손 전체가 사라져 있을 것 같았다. 그 다음은 팔. 그 다음은 가슴. 이대로라면 자신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었다.

벽에 기대어 숨을 고르려 했지만,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점점 희미해지는 것을 막을 수 없었다. 매일 밤 구운 빵 한 조각, 또 한 조각씩. 자신이 사라지고 있었다.

'정원의 빵을 구운 대가가 이렇게까지 심각한가?'

"여기 뭐 하시는 거예요?"

목소리가 위에서 내려왔다. 에이든이 고개를 들자 낡은 벽돌담 위에 한 소년이 앉아 있었다. 열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 헤진 옷에 더러워진 얼굴. 고양이처럼 날카로운 눈빛.

"글쎄..."

에이든의 목소리는 바람 소리처럼 희미했다.

소년은 담장에서 뛰어내려 에이든 앞에 섰다. 키 차이 때문에 아이는 에이든의 가슴팍을 봐야 했지만, 그 눈은 에이든을 꿰뚫어보는 듯했다. 투명해지는 손가락들을 읽듯이. 희미해지는 얼굴을 감지하듯이.

"당신도 여기 사람이 아니네. 나처럼."

소년이 에이든의 옷자락을 잡았다. 작고 차가운 손. 마치 자신과 같은 종류의 외로움을 발견한 듯이.

"정원 가 봤어요?"

에이든은 고개를 저었다.

"좋은 냄새 나는 곳이야. 거기 가면 기분이 나아져."

소년이 손을 놓지 않고 걸음을 재촉했다. 에이든은 따라갔다. 다른 선택지가 없는 것처럼.

골목을 빠져나가자 황폐한 정원의 윤곽이 드러났다. 무너진 담장, 죽은 나무들, 그리고 벽돌로 지은 작은 집. 베이커리. 밤이 깊어지자 그곳에서는 이미 따뜻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여기야."

소년이 멈춰 섰다. 베이커리 창문을 통해 오븐의 불빛이 보였다. 안에서 무언가 구워지고 있었다. 그 냄새가 흘러나왔다. 버터와 밀가루, 그리고 무언가 더. 사람의 온기 같은 것.

에이든은 베이커리 안으로 들어갔다. 소년이 뒤를 따랐다. 방금 전까지 아무도 여기 없었다. 하지만 오븐에서는 금색 빵이 방금 구워진 상태로 올려져 있었다. 김이 피어오르는 빵. 누군가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 같은데, 아무도 없었다.

에이든의 손이 자동으로 빵을 집었다. 손가락이 투명해졌는데도 빵은 느껴졌다. 따뜻했다.

"줄게."

에이든이 빵을 소년에게 건넸다. 아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받아들었다.

"먹어도 돼?"

"응. 먹어."

소년이 한 입 베어 물었다. 빵은 부드러웠다. 속에는 뭔가 달콤한 것이 들어 있었다. 아이의 눈이 깜빡였다.

그리고 눈물이 흘렀다.

"엄마가... 엄마가 나를 안아줬어."

소년의 목소리는 떨렸다. 빵을 들고 있는 손이 흔들렸다. 아이의 얼굴에 흐르는 눈물.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잃어버린 누군가를 다시 느끼는 눈물이었다.

에이든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소년을 안았다. 투명해지는 자신의 팔로 아이를 감싸 안았다. 소년의 몸이 에이든의 가슴에 닿았다. 작고 차가운 몸. 그런데 따뜻했다.

"엄마가 맞아. 엄마."

소년이 에이든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에이든의 심장이 요동쳤다. 자신이 이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자신은 누군가를 상처 입히는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는데.

소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당신도 나처럼 뭔가를 잃었어요, 그치?"

직관적인 질문이었다. 마치 자기 종류를 알아보는 아이의 눈빛. 에이든은 대답하지 못했다. 침묵이 흘렀다. 베이커리의 따뜻함 속에서.

하지만 그 침묵 속에서 에이든은 무언가를 느꼈다. 자신이 뭔가를 잃었다는 것, 그것이 누군가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 같은 상처를 가진 사람끼리 나누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것. 자신의 고독이 결국 누군가의 안식처가 될 수 있다는 깨달음.

에이든은 소년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투명한 손가락이 검은 머리카락을 빗었다.

"당신이 여기 있으면... 괜찮아."

소년이 작게 말했다. 에이든의 옆에 앉으며.

그 말이 에이든의 가슴을 찔렀다. 필요해진다는 것. 누군가에게 필요해진다는 것. 자신이 존재할 이유가 생긴다는 것. 그동안 에이든은 자신이 누군가의 짐이 될 것 같아 거리를 두려고만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소년 옆에 앉아 있으면서, 에이든은 처음으로 자신의 존재가 누군가를 따뜻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자책에서 벗어나는 것이 이렇게 조용할 줄 몰랐다.

밤이 더 깊어졌다. 베이커리 밖에서는 바람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다른 누군가의 발자국. 루미엘이었다. 어둠 속에서 나타난 그 존재는 베이커리의 창문을 통해 안을 들여다봤다. 에이든과 소년이 함께 앉아 있는 모습. 소년의 작은 손이 에이든의 소매를 잡고 있는 모습.

루미엘의 표정이 변했다. 경계심이 조금 풀어지고, 대신 복잡한 감정이 드러났다. 마치 수십 년 만에 자신이 잊고 있던 무언가를 다시 보는 듯한. 그 감정이 루미엘의 차가운 얼굴에 파동을 일으켰다.

루미엘은 창문을 떠났다. 밤의 정원 깊숙이로. 그 발걸음은 빨라졌다.

베이커리 내부에서는 고요함이 흘렀다. 에이든과 소년이 함께 앉아 있는 그 따뜻함이. 하지만 그 평온함은 길지 않았다.

밤이 한 층 더 깊어지자, 오븐에서 소리가 났다. 무언가 특별히 큰 것이 구워지고 있었다. 에이든이 일어났다.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이미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엄마가 옆에 있다는 확신 속에서.

에이든은 오븐으로 다가갔다. 투명해진 손가락이 오븐의 문을 열었다. 안에서 은색 빵이 나왔다. 평소보다 훨씬 크고, 무거웠다. 마치 누군가의 모든 것을 담아낸 것처럼.

에이든이 빵을 꺼내려는 순간, 머리를 관통하는 통증이 밀려왔다.

"아..."

무릎을 꿇었다. 통증이 파도처럼 몰려왔다. 거울을 봤다. 자신의 얼굴이 더욱 흐릿해져 있었다. 이제 반 투명에 가까웠다. 눈이 먼저 사라졌다. 그 다음 코. 이마에서부터 아래로, 천천히, 그리고 확실히. 어머니의 이름을 입 밖으로 낼 수 없게 되었다. 입술이 움직여도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기억 파편들이 떠올랐다 사라졌다. 어머니의 얼굴. 누군가의 웃음소리. 자신이 처음 빵을 구웠을 때의 손 감각. 그 모든 것들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에이든의 목소리가 떨렸다.

"얼마나... 더 잃어야 하는 거야?"

그 순간, 베이커리의 문이 열렸다. 루미엘이 들어왔다. 어둠이 함께 흘러들었다. 에이든은 고개를 들 수 없었다. 투명한 손가락으로 은색 빵을 꼭 쥐고 있을 뿐.

루미엘의 목소리가 들렸다.

"정원을 바꿔야 한다."

루미엘이 베이커리 내부로 완전히 들어왔다. 에이든이 겨우 고개를 들었다. 루미엘의 형체가 보였다. 처음으로 완전히 눈에 띄는 방식으로.

루미엘은 인간의 형태를 하고 있었지만, 그렇지 않았다. 몸의 윤곽이 밤하늘처럼 흔들렸고, 두 눈에는 달빛이 떠 있었다. 그 존재가 에이든을 내려다봤다. 수십 년 만에 누군가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는 듯한 표정으로.

"넌 알아야 한다. 이 정원의 법칙을."

루미엘이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지만, 그 안에 무언가 다른 것이 섞여 있었다. 서두름. 절박함.

"정원의 빵은 누군가의 행복을 위해 만들어진다. 하지만 그 빵 한 조각마다, 누군가는 자신을 내려놓는다. 자신의 기억을. 자신의 정체를."

에이든이 입술을 떨었다. 자신이 이미 알고 있던 것을 들었다. 하지만 루미엘의 입에서 나오는 그 말들은 다르게 들렸다. 마치 죄책감으로 가득 찬 고백처럼.

"처음에는 누군가 하나가 감당했다. 이 정원의 주인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슬픔 위에 정원을 세웠다. 그 슬픔으로 빵을 구웠다. 매일 밤, 혼자."

루미엘이 창문 너머를 바라봤다. 불에 타는 정원을 바라보듯이.

"그러다 지쳤다. 그 고독이 너무 무거워졌다."

에이든은 숨을 쉬지 못했다. 루미엘의 말이 정원의 벽을 타고 울렸다.

"그래서 다른 누군가를 찾았다. 자신의 고독을 나눌 누군가를. 그것이 정원의 진정한 법칙이다. 한 사람의 희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정원은 계속 먹어야 한다. 계속 구워야 한다. 계속 빼앗아야 한다."

루미엘이 에이든을 바라봤다. 그 달빛 같은 눈이 에이든의 투명한 얼굴을 조명했다.

"그래서 나는 너를 불렀다."

침묵이 내려앉았다. 에이든은 그 침묵 속에서 자신이 무엇인지 깨달았다. 대체. 다음 희생자. 정원의 배고픔을 채우기 위한 또 다른 그릇.

"왜..."

에이든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왜 나를?"

루미엘이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그 존재의 손이 에이든의 어깨에 닿으려 했다. 하지만 닿지 못했다. 에이든이 뒤로 물러났기 때문이다.

"넌 이미 무언가를 잃었잖아. 이미 상처가 있었잖아. 정원은 그런 사람을 찾는다. 이미 결이 간 나무를 선택한다. 그래야 더 쉽게 쪼개진다."

그 말이 에이든의 가슴을 꿰뚫었다. 자신이 선택받은 것이 아니었다. 이용당한 것이었다. 자신의 고독과 실패가 정원의 먹이였던 것이다.

"아니면... 다르게 말할 수도 있지."

루미엘이 말을 이었다. 목소리에 다른 톤이 섞였다. 마치 자신을 설득하듯이.

"넌 이미 잃을 것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순수한 선택을 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정원의 빵을 구우며, 정말로 누군가를 위해 자신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

에이든은 그 말을 들었다. 동시에 소년의 목소리를 들었다. 자신의 옆에 앉아 중얼거리던 아이의 목소리. '당신이 여기 있으면 괜찮아.' 그 말이 에이든의 귀에 맴돌았다.

에이든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투명해진 얼굴로 루미엘을 바라봤다.

"그럼 넌? 넌 얼마나 잃었어?"

질문이 날카로웠다. 루미엘의 몸이 떨렸다. 달빛 같은 눈이 흔들렸다.

"나는... 처음부터 잃고 있던 것이다."

루미엘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누군가의 슬픔으로 만들어진 것이기도 하고, 그 슬픔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고, 결국 그 슬픔을 계속 만드는 것이기도 한. 나는 정원 자체다. 정원의 법칙 자체다."

에이든은 그 말을 이해했다. 루미엘은 가해자이면서 동시에 피해자였다. 정원의 주인의 슬픔이 구체화된 것이었고, 그래서 계속 누군가를 빨아먹어야 하는 존재였다.

"하지만 지금... 넌 다르다."

루미엘이 말했다.

"소년 옆에 앉아 있는 너. 자신을 내려놓으면서도 누군가를 안아주는 너. 그런 너를 보면서, 나는... 처음으로 생각했다. 정원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을."

에이든은 은색 빵을 내려놨다. 그 빵이 바닥에 떨어졌다. 부스러기가 흩어졌다. 하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밝아졌다. 마치 누군가의 눈물처럼.

루미엘이 베이커리의 오븐으로 다가갔다. 손을 뻗었다. 오븐의 불빛이 변하기 시작했다. 주황색에서 은색으로. 은색에서 흰색으로. 마치 누군가의 눈물이 빛으로 변하듯이. 정원 밖의 죽은 나무들이 미세하게 떨렸다. 가지 끝에서 새싹 같은 것이 돋아나고 있었다.

"정원을 바꾼다는 게... 뭐야?"

에이든이 묻었다.

루미엘이 침묵했다. 그 침묵이 길어졌다. 베이커리의 모든 온기가 그 침묵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듯했다.

"정원의 주인이 포기해야 한다. 자신의 슬픔을. 자신이 지키려던 것을."

루미엘이 마침내 말했다.

"그리고 나도 포기해야 한다. 자신이 정원을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렇게 해야만... 정원이 다시 살아난다."

에이든은 그 말의 무게를 느꼈다. 정원의 주인의 포기. 루미엘의 포기. 그리고 자신의 포기. 모두가 자신을 내려놓아야만 정원이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뜻이었다.

루미엘이 에이든을 바라봤다. 달빛 같은 눈이 흔들렸다.

"마지막까지 기억해줄 수 있겠니? 정원의 모든 것을. 정원이 죽으려고 할 때, 누군가는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에이든은 입을 열었다. 투명해진 입술이 떨렸다. 대답하려 했다.

그 순간, 마을 쪽에서 발자국이 들렸다. 빠르고 무거운 발자국. 누군가 정원으로 향하고 있었다. 아르카스의 목소리가 밤하늘을 찢었다.

"정원을 찾아가라!"

마리아의 저항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안 돼! 안 돼!"

정원의 입구에 누군가 도착했다. 세라의 손이 정원의 담장을 잡았다. 그녀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드러났다. 눈에는 광기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 여자를 찾아가라! 정원의 마법을 빼앗아라!"

아르카스의 명령이 계속되었다.

에이든은 루미엘을 바라봤다. 루미엘은 베이커리 문으로 향했다.

"넌 여기 있어라. 소년과 함께."

루미엘이 말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기억해줘라."

루미엘이 문을 열었다. 밤의 정원이 드러났다. 불이 거의 다 꺼져 있었다. 어둠이 펼쳐져 있었다.

에이든은 소년을 안았다. 아이가 깨어날 조짐을 보였다. 작은 손이 에이든의 팔을 감았다.

"형... 엄마?"

소년이 졸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에이든은 대답하지 못했다. 투명해진 자신의 손을 보며. 자신이 누구인지 점점 더 잊혀가는 것을 느끼며. 소년의 손이 자신의 팔을 감싸는 것을 느껴야 했다.

"여기 있어. 나 여기 있어."

에이든이 겨우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소년의 눈이 떠졌다. 에이든의 반투명한 얼굴을 봤다. 그 얼굴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의 손이 더 세게 에이든의 팔을 감쌌다.

"엄마... 엄마가 사라져?"

소년의 목소리가 떨렸다.

에이든은 아이의 머리를 쓸어내렸다. 투명한 손가락으로. 이것이 마지막 감각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기억해줄게. 내가 여기 있었다는 것을. 너와 함께했다는 것을."

에이든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 되었다. 하지만 소년의 귀에는 분명히 전달되었다.

소년의 이름을 부르려 했다. 그 순간, 에이든의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의 이름이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이 아이를 얼마나 안았는지. 그 모든 기억이 한 점의 빛으로 축소되어 사라져갔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투명함이 이제 가슴팍에 이르렀다. 심장 박동이 들렸다. 마지막 박동인지도 모르는.

베이커리의 오븐에서 또 다른 빵이 구워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더 큰 것이. 더 하얀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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