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진실의 추적

회의실의 형광등이 이준호의 얼굴을 창백하게 밀어냈다.

"최근 3년간 심장외과 이준호 교수 담당 환자 총 47명. 수술 성공률 100%. 생존율 0%."

강하은의 목소리가 떨어졌다. 책상 위의 보고서는 A4 한 장이지만, 그 무게는 톤 단위였다.

"모든 환자가 수술 후 정확히 30일 경과 시점에 원인 불명의 심장 정지로 사망. 부검 결과 의료 과실과 무관한 것으로 판정."

최진우 원장의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렸다. 탁, 탁, 탁. 리듬이 깨졌다 다시 모였다.

"이건..." 최진우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 "통계 오류는 아닐까?"

"통계 오류가 아닙니다." 강하은이 태블릿을 기울였다. 화면에 그래프가 떠올랐다. 47개의 수직 선이 모두 정확히 같은 높이에서 절벽처럼 떨어져 내렸다. 30일 지점에서 수평선이 영(0)이 되는 순간까지. "의료계 표준편차로 계산하면 이런 패턴의 확률은 약 0.0001%입니다. 우연이 아닙니다."

47명. 정확히 30일.

민준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교수님, 저는... 당신을 존경합니다. 하지만 의사로서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의 목소리에 떨림이 있었다. "이게 뭔가요? 이게 정말 우연일 수 있어요?"

이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목 시계를 보지 않으려 애썼다. 어제 밤 역행 후로 카운트다운은 계속 흘러내리고 있을 것이다.

그 숫자들이 뇌를 파고들었다. 자신이 만든 패턴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마주할 수 없었다.

"교수님?" 민준호가 한 발 더 나아왔다.

이준호가 일어났다. 의자가 뒤로 밀렸다. 회의실의 형광등이 그의 등뒤를 밝혔다. 그림자가 테이블 위로 길게 떨어졌다.

"더 이상 묻지 마."

그의 목소리는 낮고 무거웠다. 자신의 것인지 아닌지 알 수 없는 톤으로.

"교수님—"

"넌 의사로 남아야 한다. 증언해. 그게 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야."

이준호가 회의실을 나갔다. 문이 닫혔다. 민준호는 그 자리에 서 있었고, 호흡이 빨라졌다. 입을 열었다가 다시 다물었다. 강하은은 태블릿의 그래프를 본 채 움직이지 않았다. 47개의 수직선이 모두 같은 높이에서 떨어지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정확하게.

최진우가 침을 삼켰다. "이 자료는... 어디까지 나갔나?"

"아직 의료윤리위원회 위원장 유은미만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미 충분합니다." 강하은이 태블릿을 내렸다. "이 데이터로는 충분해요."

---

이준호의 교수실 문이 두드려졌다. 세 번. 리듬이 있었다.

"들어오세요."

유은미였다. 의료윤리위원회 위원장. 그녀의 얼굴은 관료적 냉정함으로 무장했지만, 눈은 다른 것을 보고 있었다. 죄책감을 읽는 눈.

"이준호 교수님. 저희 조사 결과를 보고하러 왔습니다."

"앉으세요."

유은미가 앉지 않았다. "20년 전 박민준 사건입니다." 그녀가 폴더를 펼쳤다. "당시 기록을 재검토한 결과, 판단 실수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대동맥 절개 각도와 박리 부위 진입 타이밍에서. 당신의 상급자가 이를 묵살했고—"

"그건 과거고..." 이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누군가의 목소리. 아무도의 목소리.

"피해자의 유족이 재조사를 공식 요청했습니다." 유은미가 한 발 더 나아왔다. "박수연 씨가. 남편의 죽음에 대해 정식 조사를 요구했습니다. 의료 위원회에서 최종 판단을 내릴 것입니다. 당신도 증언해야 합니다."

"그럴 수 없습니다."

"증언을 거부하실 수 없습니다."

"제 말은..." 이준호가 눈을 들었다. 그 눈에는 20년이 담겨 있었다. "그럴 수 없다는 뜻입니다."

유은미가 그 눈을 봤다. 오랫동안. 의료인의 눈이 아닌, 인간의 눈. 그것을 보는 것이 그녀의 직무였고, 동시에 그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이었다.

"조사는 계속됩니다." 유은미가 폴더를 닫았다. "당신이 인정하든 아니든."

그녀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이준호는 책장을 봤다. 의학 서적들이 등을 맞대고 있었다. 그 사이에 동양 고전이 숨어 있었다. 한 권이 기울어져 있었다. 어제 저녁에 펼쳤던 것. 역행의 원리에 관한 글귀.

*역행은 죄를 되돌릴 수 없다. 오직 진실 앞으로 나아갈 뿐.*

손목을 봤다. 카운트다운.

5시간 47분.

---

중환자실 수술실. 환자 이영미는 이미 마취 상태였다. 28세. 급성 대동맥박리. 생명력이 손가락 끝에 달려 있었다.

이준호가 수술복을 입었다. 장갑을 끼웠다. 손가락이 다섯 개씩. 총 열 개.

"메스."

강하은이 건넸다. 그것은 일반 메스였다. 은색의, 의료진 누구나 볼 수 있는 메스.

"이번엔 다르게 할 거야. 이번엔 반드시."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가슴이 경직되었다.

수술이 시작되었다. 그의 손이 움직였다. 정확하게. 신처럼.

하지만 신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

그는 반복했다. 같은 각도로 대동맥을 절개했다. 같은 깊이로 박리 부위를 노출시켰다. 같은 타이밍으로 판단했다. 20년 전 박민준의 수술에서 그랬던 것처럼. 절개 각도가 너무 가팔랐다. 박리 부위 진입이 너무 성급했다.

이영미의 심박음이 불안정해지기 시작했다.

"혈압 떨어집니다. 수축기 95, 이완기 60." 간호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산소포화도?"

"93에서 91로 하락 중입니다."

이준호의 손이 멈췄다. 메스가 공중에서 멈췄다. 환자의 심실 위에서.

자신이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는 깨달음이 몸을 마비시켰다. 20년 전 그 실수를 지금도 하고 있었다.

"교수님?"

"다시. 다시 해야 해."

그 순간.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났다. 빠르게. 여러 개. 강하은이 알았다. 그 걸음이 뭔지.

문이 열렸다. 유은미였다. 뒤에 민준호가 있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이준호 교수님, 지금 수술을 멈춰야 합니다." 유은미의 목소리가 수술실에 떨어졌다. "의료 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입니다. 현재 환자 수술은 윤리 심사 대상입니다."

이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이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다.

"교수님, 제발." 강하은이 한 발 나아왔다. "손가락 제발."

"혈압 계속 떨어집니다. 수축기 88, 이완기 55."

이준호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역행 메스의 형상을 느꼈다. 아무도 볼 수 없는, 아무도 감지할 수 없는 것. 오직 저주받은 자만이.

"교수님, 손가락을 내려주세요." 강하은이 그의 팔을 잡았다. 손가락이 아닌 팔 전체를.

이준호가 그녀를 봤다. 그녀의 눈을 봤다. 20년간 누구도 봐주지 않던 것을 이 간호사는 보고 있었다. 죄책감을 보고 있었다. 두려움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무너질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산소포화도 88입니다. 교수님!"

메스가 내려갔다. 정확하게. 신처럼.

이준호가 주머니에서 역행 메스를 꺼냈다. 아무도 그것을 볼 수 없었다. 강하은만 느꼈다. 그녀의 손가락이 풀려났다. 팔이 옆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이준호의 눈이 닫혔다.

---

역행 공간.

수술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억이었다. 20년 전의 기억. 박민준이 마취에서 깨어나기 직전의 순간. 심실이 노출되어 있었고, 이준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당시 레지던트 이준호의 손이.

"왜 떨고 있어?" 박민준이 말했다. 눈을 뜨지 않은 채.

"신은 실수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으니까."

현재의 이준호가 봤다. 당시의 자신을. 그 손이 메스를 들고 있었다. 정확하게. 거만하게.

"판단 실수는 없어." 당시의 이준호가 말했다. "나는 항상 옳다."

"그래. 그래서 날 죽였지."

박민준의 몸이 일어났다. 마취 상태인데도. 심실이 노출된 채로. 그의 얼굴이 이준호의 얼굴로 변했다. 20년 뒤의 얼굴로. 그리고 그 얼굴이 비명을 질렀다.

"같은 실수야! 너는 지금도 같은 거야! 인정 안 하고! 거짓 붙이고! 또 죽이고 있어!"

메스가 이준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자동으로. 의지와 무관하게. 박민준의 심실을 향해.

이준호가 손을 움직이려 했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박민준의 손이 그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차갑게. 습하게. 죽은 손.

"언제까지 도망칠 거야?"

메스가 내려갔다.

심박음이 멈췄다.

---

이준호가 깨어났다.

눈이 떠졌다. 수술실의 형광등이 들어왔다. 환자의 가슴이 보였다. 이영미의 가슴. 여전히 열려 있었다.

"심정지입니다!" 간호사의 목소리가 떨렸다. "의료적 회생 가능성 판정 중입니다!"

이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손이 공중에 떠 있었다. 메스를 든 손.

유은미가 모니터를 봤다. 심전도는 평탄했다. 환자의 상태는 회생 불가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회생 불가능 판정이 나올 것 같습니다." 유은미가 의료진을 바라봤다. "현재 상태로는..."

그 순간 이준호는 깨달았다. 이것이 반복이라는 것을. 자신이 20년 전 박민준의 수술에서 한 것을 지금도 하고 있다는 것을. 같은 판단. 같은 거만함. 같은 결과.

거짓을 인정하지 않으면 저주는 끝나지 않는다.

"교수님!"

강하은이 다시 그의 팔을 잡았다. 이번에는 더 세게.

"제발... 제발 멈춰요. 교수님, 저를 봐요."

이준호가 그녀를 봤다. 강하은의 눈. 그것은 박민준의 눈이 아니었다. 죽음의 눈이 아니었다. 살아 있는 눈이었다. 절박한 눈. 요청하는 눈.

손목을 봤다.

5시간 12분.

유은미가 문 옆에 서 있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봤다.

민준호도 봤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다. 의료인으로서의 창백함이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창백함이었다. 입술이 떨렸다. 말을 하려다 멈췄다. 다시 입을 열었다.

"교수님, 저는..." 민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끝까지 나오지 않았다. 목이 메었다. "뭘 해야 해요?"

그 질문 뒤에는 선택이 숨어 있었다. 증언할 것인가. 침묵할 것인가. 자신의 양심을 지킬 것인가. 스승을 지킬 것인가. 그 선택의 무게가 민준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다.

이준호가 그 질문을 들었다. 그리고 대답했다.

"증언해. 넌 의사로 남아야 한다. 그게 유일한 방법이야."

민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흘렀다. 한 줄, 또 한 줄. 그 눈물은 결정의 무게였다. 스승을 배신하는 것도, 진실을 외면하는 것도 아닌, 의사로서의 양심을 지키는 것의 무게였다.

환자 이영미의 모니터가 여전히 평탄했다.

그 순간, 간호사가 뭔가를 이준호에게 건넸다. 봉투였다.

"교수님, 이거 아까 교수실에서 발견했어요. 책상 위에 있었어요."

낡은 봉투. 손으로 쓴 글씨. 떨리는 손으로.

*이준호 교수님께*

이준호가 그것을 열었다. 호흡이 얕아졌다. 시야가 좁혀왔다.

편지였다. 한국어로.

*당신은 우리 남편 박민준을 죽였습니다. 저는 20년을 이 고통 속에서 살았습니다. 아침마다 깨어나면 그 사람이 죽어 있었고, 밤마다 잠들면 그 사람이 살아 있었습니다. 그 악몽 속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했어요. 당신이 환자들을 죽이도록. 당신도 느끼도록. 제 남편의 고통을. 이 저주는 제가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알았어요. 이 저주는 당신을 죽이는 게 아니라 저를 죽이고 있다는 것을. 제 남편도 이렇게 죽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거짓 속에서. 인정받지 못한 채.*

*제발 끝내세요. 이 모든 것을. 당신의 거짓을 인정하고. 제 남편의 죽음을 인정하고. 제발. 박수연은 당신을 용서할 수 없지만, 이 악순환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그것만이 박민준을 위한 것입니다.*

*박수연*

이준호의 손에서 편지가 떨어졌다.

메스도 떨어졌다.

손목의 카운트다운이 빠르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5시간 12분에서 4시간 47분으로. 급락.

그 순간, 이준호는 깨달았다. 이 역행 메스는 환자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직시하기 위한 것이었다. 박수연이 만든 저주. 그리고 그 저주가 이제 자신에게 마지막 선택지를 제시했다.

인정하거나. 죽거나.

"교수님?" 강하은이 그의 손을 잡았다. 이번에는 팔이 아니라 손가락을. 열 개의 손가락.

이준호가 그녀를 봤다. 마지막으로 자신을 구해줄 수 있는 사람의 눈을.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깨어 있었다. 처음으로 깨어 있었다. 20년 만에. "세 번째 역행입니다."

손목을 봤다.

4시간 47분.

그것만이 남은 시간이었다. 자신을 직시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박민준의 죽음을 인정하고, 자신의 거짓을 증언할 수 있는 시간. 박수연의 저주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안에 죽을 수 있는 시간.

역행 메스는 환자를 살리지 못한다. 오직 진실을 마주하게 할 뿐이다. 그 진실이 죽음이라 해도.

"이영미를..." 이준호가 봤다. 여전히 평탄한 모니터. 회생 불가능으로 판정되어 가는 환자. "죽게 두고. 나를 살려야 합니다."

강하은이 손을 놨다.

이준호가 주머니에서 역행 메스를 다시 꺼냈다. 이번에는 누군가 그것을 보는 듯했다. 유은미의 눈. 그녀는 알고 있었다. 그것이 뭔지. 의료윤리위원회 위원장으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유은미가 말했다. "뭘 하려고 합니까?"

"제 진실을 보려고 합니다."

이준호가 눈을 감았다.

역행 메스가 자신의 가슴을 향했다.

마지막으로.

다음 화 계속 보기 →

댓글을 남기려면 로그인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