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본문

병원 로비는 오후 3시 30분의 희뿌연 햇빛으로 가득했다. 이준호는 엘리베이터를 나오며 하루를 정리하기 위해 서둘렀다. 김철수 환자의 상태는 안정적이었고, 내일 수술 스케줄을 확인할 일만 남았다. 그의 구두가 대리석 바닥을 울릴 때였다.

"교수님."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이준호는 발을 멈췄다. 돌아설 필요가 없었다. 그 목소리가 자신을 어디로 끌고 갈지 이미 알고 있었다.

"당신이 이준호 교수죠?"

여자였다. 50대 초반으로 보이는, 검은 코트를 입은 여자. 그녀의 얼굴은 20년의 무게를 담고 있었다. 이준호의 심장이 불규칙해졌다. 그것은 의료적 현상이 아니었다.

"20년 전 우리 남편 박민준을 죽인 사람."

박수연이었다.

이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것은 자신이 제어할 수 없는 신체 반응이었다. 20년간 감추어온 냉정함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공포가 드러났다. 그것은 의료진으로서의 공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공포였다.

"28살이었어요. 우리 남편은 28살이었어. 그냥 심근경색이 아니라..."

박수연의 목이 메었다. 로비의 사람들이 돌아봤다. 하지만 이준호는 그것을 느끼지 못했다.

"당신의 실수로 죽었어요. 그런데 왜?"

그녀의 눈이 흔들렸다. 분노가 아니라 절망이었다.

"왜 처벌받지 않았죠?"

이준호의 입이 움직였다. 의학 용어들이 입 끝에서 떨어져 나왔다. 그것은 자동으로 작동하는 기계 같은 대사였다.

"그건... 의료 위원회에서 판단한 것이고..."

"거짓말."

박수연이 외쳤다. 그것은 절규에 가까웠다.

"거짓말이에요. 제 남편이 돌아가고 나서 저는 모든 의료 기록을 봤어요. 당신의 판단 실수가 분명했어. 그런데 어떻게..."

이준호는 그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 없었다. 그의 다리가 움직였다. 로비를 빠져나갔다. 복도를 지나갔다. 엘리베이터 문이 닫히기 직전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

교수실에 도착했을 때 이준호의 손이 떨리고 있었다.

의자에 앉은 그는 자신의 손을 봤다. 20년간 수술 메스를 잡아온 손.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박민준... 박민준..."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반복했다. 그것은 주문이 아니었다. 인정이었다. 20년 만의 인정이었다.

문이 열렸다. 강하은이었다.

"교수님."

그녀의 목소리에는 의문이 담겨 있었다. 그녀는 이준호의 얼굴을 보았다. 20년을 함께 일한 그녀는 이런 표정을 본 적이 없었다. 의료진으로서의 냉정함이 벗겨져 나가고 있었다.

"누구세요?"

강하은이 물었다.

이준호는 말했다.

"아무도 아니야."

그 말은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했다. 의료계에서 가장 뛰어난 외과의. 죽음의 신. 그 모든 것이 아무도 아니었다. 아니, 정확히는 무언가가 되어버린 자였다. 저주의 그릇. 원한의 화신.

강하은은 말하지 않았다. 그저 서 있었다. 그리고 보았다.

"교수님, 뭔가 필요하신 게 있으세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20분 후. 병원 3층 복도. 유은미가 나타났다. 의료윤리위원회 위원장. 그녀의 표정은 공식적이었다.

"이준호 교수님, 저희가 20년 전 박민준 사건에 대해 재조사를 진행 중입니다."

이준호의 눈이 떨렸다. 그녀는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시간이 되실 때 조사를 받아주실 수 있을까요?"

이준호는 말했다.

"과거는 이미 정리된 사건입니다."

"그렇더라도 절차상..."

"의료윤리위원회의 판단을 존중하겠습니다."

그것은 거절이었다. 하지만 충분히 정중했다. 유은미는 명함을 건넸다. 이준호는 받지 않았다. 명함은 복도 바닥에 떨어졌다.

유은미가 떠난 후, 이준호는 교수실로 돌아갔다. 책장 앞에 섰다. 역(逆)자가 새겨진 메스가 그곳에 있었다.

손가락이 메스의 손잡이를 감싸 안았다.

"다시... 다시 하나를 살려야 해."

그의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생명력이 남아 있으니까."

손목을 봤다. 카운트다운이 떨어지고 있었다.

29시간 10분.

매 시간마다 수십 분씩 깎여나가고 있었다. 그것은 정상이 아니었다.

이준호는 메스를 들고 일어섰다. 중환자실로 향했다. 새로운 환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30일의 카운트다운이 시작될 환자들이.

"두 번째 역행을 해야 한다."

그는 중얼거렸다. 복도를 걸으며. 엘리베이터를 탈 때도.

"다시 돌리고, 다시 고쳐야 해."

하지만 그의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역행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을. 자신의 손이 저절로 하는 그 실수를.

수술실 문이 열렸을 때, 이준호는 메스를 들었다. 역행 메스였다.

"준비됐나요?"

강하은이 물었다. 그녀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말해주고 있었다. 다시 돌릴 것이라는 것을.

"정말 하실 건가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메스를 들고 손을 뻗었다. 환자의 가슴 위로. 그 순간, 박민준의 얼굴이 그 위에서 웃고 있는 것 같았다.

"응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중단하겠습니다."

강하은의 목소리에는 확신이 없었다. 그녀는 20년을 그의 수술을 보조해왔고, 이 메스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정상적인 의료 기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손목의 카운트다운. 수술 중 환자의 얼굴이 다른 사람으로 변한다는 이준호의 중얼거림. 역행이라는 단어. 모든 것이 의학 범위를 벗어나고 있었다.

"교수님."

강하은이 다시 말했다.

"환자분이 29시간 50분 전에 수술했습니다. 정상 회복 중이었어요. 왜..."

이준호는 강하은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손목을 봐."

이준호가 손목을 들어 보였다. 카운트다운이 비정상적으로 빨라지고 있었다. 29시간 10분에서 출발했던 시간이 이제 28시간 20분으로 떨어져 있었다. 박수연과의 만남 이후 겨우 몇십 분 사이에 거의 1시간이 사라진 것이었다.

강하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건... 정상이 아니에요."

"저주가 강화됐다."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는 차갑지 않았다. 처음으로 그의 목소리에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냉정함이었다.

"박수연의 원한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춘 거야."

"어떻게 그런 게..."

"규칙이 바뀌었다. 원래는 역행 공간 내에서만 시간이 흐르고 외부는 정지되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

이준호는 손목을 다시 봤다. 카운트다운이 계속 떨어지고 있었다.

"외부에서도 시간이 소모되고 있어. 저주가 더 강해졌다는 뜻이야."

강하은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20년을 함께 일한 그녀는 이 순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해하고 있었다.

"그럼... 세 번째 역행을 할 수 없다는 건가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메스를 들었다.

"같은 실수를 했다."

그는 중얼거렸다.

"첫 번째 역행에서도, 두 번째 역행을 준비하는 지금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있어."

메스가 환자의 이미 봉합된 상처를 따라 움직였다. 닿는 순간, 세상이 흔들렸다.

수술실이 사라졌다.

대신 나타난 것은 20년 전의 수술실이었다. 그곳의 이준호는 29살이었다. 레지던트. 심장외과 최고의 천재였지만 아직 교수가 아니었다. 손은 지금보다 덜 떨렸다. 그 대신 더 빨랐다. 더 거만했다.

"박민준, 28세. 급성 심근경색. 관상동맥 우회로술."

당시 이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는 냉담했다. 조금도 망설임이 없었다.

메스가 움직였다.

이번엔 이준호는 명확히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손이 하는 움직임을. 첫 번째 역행에서는 의식과 무관하게 손이 움직였지만, 이번엔 달랐다. 자신이 하는 선택을 명확히 보고 있었다.

손이 정맥을 찾았다.

과거의 이준호가 생각했다. 현재의 이준호는 그 생각을 읽을 수 있었다. 레지던트 시절의 거만함. 판단의 확신. 그리고 그 확신 속에 감춰진 불안정함.

메스가 내려왔다.

박민준의 심장 옆 정맥을 절단했다. 그것이 실수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것은 실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이었다. 위험한 선택. 빠른 선택. 완벽해 보이지만 환자의 생존을 보장하지 못하는 선택.

"응급 상황. 심장 마비."

당시 상급의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다시 접근하시겠습니까?"

현재의 이준호가 과거의 이준호의 얼굴을 봤다. 그 얼굴에는 무언가 떠올라야 할 표정이 없었다. 공포도, 죄책감도, 결정의 무게도.

대신 있던 것은 자존심이었다.

"아니. 이대로 진행한다. 내 판단이 맞다."

과거의 이준호가 말했다.

"생체 신호를 봐. 회복 중이야."

거짓이었다. 박민준의 심장은 이미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가고 있었다.

현재의 이준호는 그것을 알았다. 20년 만에 알았다. 그것이 실수가 아니라 거짓이었다는 것을. 자신의 판단을 인정하지 않기 위한 거짓. 자신의 거만함을 지키기 위한 거짓.

"교수님."

상급의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환자가..."

"내 판단을 믿어. 지금이 최선이다."

과거의 이준호가 잘라냈다.

박민준의 심장 박동이 일직선으로 변했다.

그 순간, 박민준의 눈이 떠졌다. 죽음의 순간에도 눈을 떴다. 28살의 젊은 심장이 멈추는 그 순간에.

박민준의 얼굴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정상적인 변화가 아니었다. 피부가 녹색으로 물들고, 눈이 역방향으로 굴렀다. 입에서 심장음처럼 들리는 비명이 나왔다. 그것은 죽음의 소리가 아니라 왜곡된 생명의 울음이었다.

"왜... 살리지 않았어?"

박민준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그것은 박민준이 아니었다. 이준호 자신의 목소리였다. 자신의 죄책감의 목소리였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박민준의 입에서 나왔다.

"내가 살릴 수 있었잖아."

박민준의 입이 움직였다. 하지만 그 안에서 나오는 것은 이준호의 심장음이었다. 박동이 왜곡되고 일그러진 심장음. 죽음의 음률.

"왜 못했어?"

현재의 이준호가 과거로 향해 손을 뻗었다. 과거의 자신을 잡으려고. 메스를 내려놓으려고. 하지만 손은 통과했다. 20년의 시간이 그들 사이에 있었다.

그 순간, 과거의 이준호가 돌아섰다. 그 얼굴도 일그러지고 있었다. 자신의 얼굴이 변형되고 있었다. 눈이 뒤집히고, 입이 찢어지고, 심장음이 목에서 울려 나왔다.

"내가... 틀렸거든."

현재의 이준호가 입을 열었다. 처음으로 그 질문에 답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과거의 이준호가 메스를 더 깊이 내렸다.

"내 거만함이 그를 죽였어. 내가 선택했어. 환자를 살리는 대신 내 자존심을 택했어."

현재의 이준호가 외쳤다.

"멈춰. 제발."

"그 선택을 하지 마. 이게 아니야."

과거의 이준호가 돌아봤다. 하지만 그의 눈에는 여전히 확신만 있었다. 자신의 판단이 맞다는 확신. 자신의 거만함이 정당하다는 확신.

"내 판단이 맞다."

과거의 이준호가 다시 말했다.

"지금이 최선이다."

현재의 이준호가 과거의 자신의 팔을 잡으려 했다. 신체적 충돌이 일어났다. 손이 부딪혔다. 메스가 흔들렸다. 현재의 이준호가 메스를 내려놓으려 했지만 과거의 손이 더 강했다. 거만함이 더 강했다.

"하지 마. 제발."

현재의 이준호가 과거의 손목을 잡았다. 손이 떨렸다. 20년간 가장 안정적이었던 손이 이제 떨리고 있었다.

메스가 내려왔다.

박민준의 심장이 멈췄다.

그 순간, 모든 것이 흔들렸다.

과거가 무너졌다. 20년 전의 수술실이 먹구름처럼 흩어졌다. 박민준의 얼굴이 다시 환자의 얼굴로 변했다. 현재의 환자. 이미 봉합된 가슴. 그 가슴 위에 메스를 들고 있는 자신의 손.

강하은의 목소리가 들렸다.

"교수님!"

이준호는 눈을 떴다. 수술실이 다시 나타났다. 현재의 수술실. 형광등. 모니터. 그리고 자신의 손.

손목의 카운트다운은 15시간 42분이었다.

박수연과의 만남 이후 14시간이 사라졌다. 저주의 강화로 규칙이 변했다. 이제 역행 공간 밖에서도 시간이 소모되고 있었다. 그녀의 원한이 더욱 강해졌다는 뜻이었다.

"두 번째 역행 완료?"

강하은이 물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공포가 담겨 있었다.

"같은 거였어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메스를 내려놓았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20년간 가장 안정적이었던 손이 이제 떨리고 있었다.

"교수님?"

"역행 메스는... 환자를 살리는 게 아니야."

이준호가 말했다. 목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게 뭐예요?"

"진실을 보여주는 거야. 내가 외면한 진실을."

강하은이 다가왔다.

"그럼... 환자분들은?"

"30일 후에 죽을 거야."

이준호가 말했다. 담담한 목소리였다. 냉정함이 아닌 다른 종류의 담담함이었다. 모든 것을 받아들인 담담함.

"이미 정해졌어."

"그건 아니잖아요. 교수님, 세 번째가 남아 있어요."

강하은이 말했다.

"한 번 더 할 수 있어요."

이준호는 손목을 봤다. 카운트다운. 15시간 42분. 세 번째 역행을 하면 모든 생명력이 소모될 것이었다. 그러면 자신도 죽을 것이었다.

강하은의 말이 그의 마음을 흔들었다. 환자들을 살릴 수 있다는 말. 한 번 더. 세 번째 기회.

하지만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 첫 번째 역행에서도, 두 번째 역행에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것을. 자신의 손이 저절로 하는 그 실수를.

그것은 환자를 살리는 의료적 시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거만함이 만드는 선택이었다. 자신의 판단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였다.

그것은 환자들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문제였다. 자신의 거만함. 자신의 죄책감. 자신의 외면.

세 번째 역행을 한다면, 그것은 환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위한 것이어야 했다. 자신의 과거를 직면하기 위해. 자신의 죄를 인정하기 위해. 자신의 선택을 돌리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거만함을 죽이기 위해.

"세 번째는..."

이준호가 말했다.

"나를 위한 거야."

그 순간, 복도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빠른 걸음. 여러 사람의 걸음.

문이 열렸다.

유은미였다. 그리고 그 뒤에는 경찰이었다. 두 명의 경찰관이 복도에 서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에는...

박수연이었다.

박수연이 수술실로 들어왔다. 20년을 견뎌온 얼굴로. 경찰의 안내를 받아 들어온 것이었다. 유은미의 재조사 과정에서 박민준 사건의 의료 기록이 공개되었고, 박수연이 직접 신고했다. 경찰은 그녀를 동반해 현장에 왔다. 의료 과실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경찰관들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수술실 내부의 광경을 마주했을 때, 그들은 서로를 바라봤다. 이것이 의료 현장인지, 범죄 현장인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이준호를 마주하는 순간, 박수연의 몸이 굳었다. 메스를 든 그의 손을 봤다. 봉합된 환자의 가슴을 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당신이... 내 남편을 두 번이나 죽게 하려고 했어?"

박수연의 목소리가 떨렸다. 분노보다 절망이 더 컸다.

"한 번은 부족했어? 한 번 더?"

이준호는 박수연을 봤다. 그 얼굴에서 자신의 죄책감을 봤다. 그 눈에서 박민준의 죽음을 봤다.

그 순간, 이준호는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명확히 보았다. 역행 메스는 과거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자신의 거만함을 정당화하려는 시도였다. 환자를 살리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죄를 외면하려는 것이었다.

박수연의 눈에 맺힌 눈물이 떨어질 때, 이준호는 깨달았다. 20년 만에 깨달았다. 자신이 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죄송합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그것은 20년 만의 진정한 인정이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메스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박수연이 무릎을 꿇었다. 수술실의 바닥에 무릎을 꿇고 울었다. 20년을 견뎌온 눈물이 흘렀다. 남편을 잃은 아내의 눈물. 진실을 외면당한 아내의 눈물. 그리고 이제 받은 인정의 눈물.

경찰관들이 움직였다. 한 명은 박수연을 지탱했고, 다른 한 명은 이준호에게 다가갔다. 유은미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 장면을 바라봤다. 20년간 봉인되었던 진실이 수술실의 형광등 아래에서 풀려나고 있었다.

그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이준호의 손목 카운트다운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박수연의 원한이 정점에 도달했다. 20년을 견뎌온 고통이 눈물로 터져 나왔다. 저주가 극대화되었다.

15시간 42분에서 14시간으로. 12시간으로. 10시간으로.

빠르게 깎여나갔다. 마치 자신의 생명이 박수연의 눈물과 함께 소모되는 것처럼.

"뭐가 되는 거죠?"

강하은이 소리쳤다.

이준호는 메스를 들었다. 역행 메스를.

"세 번째 역행."

그가 말했다.

"나의 역행이야."

손목의 카운트다운은 9시간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내가 돌아갈 거야. 20년 전으로."

"교수님, 잠깐만..."

강하은이 손을 뻗었다.

"내가 살릴 수 있는 건 환자가 아니야."

이준호가 말했다. 그의 눈빛은 명확했다. 처음으로 냉정함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결단이었다.

"박민준이 아니라 내 자신을 돌려야 해. 내 거만함을 죽이고, 내 선택을 바꿔야 해."

메스가 환자의 가슴을 향해 움직였다.

"그것만이 그의 죽음을 의미 있게 만들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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