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반복의 악순환
중환자실의 형광등이 점멸했다. 이준호는 그것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심박음이 규칙적으로 흘러나왔다. 80bpm. 정상 범위. 수술 7일 차, 회복 곡선은 교과서적으로 이상적이었다.
그런데도 이준호의 얼굴은 경직되어 있었다.
강하은은 그의 옆에서 차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손가락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클릭음. 다음 페이지. 또 다음 페이지.
"교수님."
강하은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이상한데요."
이준호의 눈이 움직였다. 강하은을 향했다. 그러나 초점이 없었다. 그저 그곳을 바라볼 뿐이었다.
"지난 3년간 교수님이 수술한 환자들." 강하은의 목소리가 천천히 진행되었다. "모두 30일 후에 돌아가셨어요."
침묵.
중환자실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모니터의 비프음만 계속되었다.
"기저 질환도 아니고," 강하은이 계속했다. "의료 과실도 아닌데."
그녀가 화면을 이준호에게 돌렸다. 데이터 그래프. 수술 날짜. 사망 날짜. 모두 정확히 30일의 간격을 두고 있었다.
"마치 저주 같아요."
강하은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방 전체를 채웠다.
이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근육이 경직되었다. 턱이 조여졌다.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리고 그 눈에는 공포와 죄책감이 동시에 스쳐 지나갔다.
극도의 순간이었다. 0.5초. 그것이 이준호가 감정을 드러낸 시간이었다.
다음 순간, 그것은 사라졌다.
"통계 오류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나왔다. 차갑고 단호했다. 거의 기계음처럼.
"표본이 작으면 우연의 일치처럼 보일 수 있다. 의학 통계의 기본이다."
"하지만 32명이면—"
"32명은 여전히 작다."
이준호가 강하은 옆을 지나갔다. 발걸음이 빠르고 경직되어 있었다. 마치 무언가에서 도망치는 듯.
"다른 외과팀과 비교 분석을 해봐라. 그러면 알 것이다. 이것은 편견이다. 강 수간호사."
이준호가 중환자실 문 앞에 멈췄다.
"편견이 통계를 왜곡한다. 그것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함정이다."
그는 문을 밀고 나갔다.
강하은은 그의 뒷모습을 봤다. 어깨가 올라가 있었다. 긴장으로 경직된 어깨.
그녀는 화면으로 돌아갔다. 데이터는 여전히 거짓말을 하지 않고 있었다.
---
교수실의 문이 열렸다. 이준호는 들어왔다. 그리고 문을 닫았다. 밖의 소리는 모두 차단되었다.
잠시 후, 강하은이 문을 두드렸다.
이준호는 앉아 있었다. 책상 뒤. 손가락으로 동양 고전의 페이지를 넘고 있었다.
"들어와."
강하은이 들어왔다. 그녀의 눈은 붉었다. 울음을 참고 있었다.
"교수님, 저는 환자를 살리고 싶어요."
목소리가 떨렸다.
"혹시 제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나요? 뭐든지 할 테니까. 환자분들이 살아날 방법이 있다면."
이준호는 페이지를 넘지 않았다. 시선을 책에서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도움을 받고 싶다면, 이 일을 잊어라."
목소리가 얼음처럼 차가웠다.
"지금 당장. 너는 본 것이 없다. 들은 것이 없다. 그리고 생각하지도 마라."
강하은의 입술이 떨렸다.
"교수님, 그건—"
"강 수간호사."
이준호가 마침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강하은을 정조준했다.
"나를 도우려면, 아무것도 하지 마라. 아무것도 묻지 마라. 그리고 입을 닫아라."
침묵.
강하은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제가 도와야 합니다."
목소리가 낮았지만 단호했다.
강하은은 책상 위의 메스에 손을 얹었다. 역(逆)자가 새겨진 손잡이. 그것을 집어 들었다.
"뭐 하는 거야?"
이준호가 일어섰다.
"환자분들을 위해서라면," 강하은이 메스를 자신의 가방에 집어넣었다. "이것도 필요하면 가져가겠습니다."
"돌려놔."
"아니요."
강하은의 목소리가 단호했다. 눈물은 흘렀지만, 그녀의 결정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신이 혼자 짊어질 수 없다면, 저는 함께 짊어지겠습니다. 그게 도움입니다."
이준호가 그녀에게 다가갔다. 손을 뻗었다.
"강—"
"그리고 의료윤리위원회에 신고하겠습니다."
강하은이 말했다.
"환자들의 사망 패턴에 대해. 모든 데이터와 함께."
침묵이 방을 채웠다.
이준호의 손이 공중에서 멈췄다.
"너는 모른다," 그의 목소리가 나왔다.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너는 모르는 게 낫다."
"그래도 알아야 합니다."
강하은이 돌아섰다. 문으로 향했다.
"네."
뒤에서 이준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약간 부드러워졌다. 그러나 따뜻하지는 않았다.
"고마워. 그리고 미안해."
강하은은 멈추지 않았다. 문을 열고 나갔다. 이준호는 다시 혼자 남겨졌다.
그는 책상에 앉았다. 손가락을 책으로 가져갔다. 페이지를 넘었다. 같은 문장이 반복되었다.
'역행은 최대 3회까지만 가능하며, 매 사용 시 생명력 30시간이 소모된다. 총 90시간. 곧 죽음의 경계다.'
이준호는 책을 덮었다. 그리고 들었다. 다시 펼쳤다. 같은 문장.
손가락이 주머니로 향했다. 메스가 없었다. 강하은이 가져갔다.
그는 손가락을 다시 책으로 가져갔다. 페이지를 넘었다. 또 다시 같은 문장.
손목의 카운트다운을 봤다. 25시간 32분.
계산이 자동으로 이루어졌다. 90 ÷ 30 = 3.
3회.
3명.
"세 명,"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차가움을 넘어 광기 같은 것이 스쳐 지나갔다.
"세 명을 살릴 수 있다."
책장 위의 액자 속 사진이 흔들렸다. 레지던트 시절의 이준호. 20년 전의 얼굴. 그때는 여전히 희망이라는 것이 눈빛에 남아 있었다.
현재의 이준호는 그 사진을 보지 않았다.
대신 그의 손이 움직였다. 액자를 뒤집었다. 얼굴이 벽을 향했다.
---
수술실 밖. 이준호는 다음 환자의 기록을 보고 있었다. 관상동맥 협착. 위험도 중상. 복잡한 케이스는 아니었다. 그의 손이라면 쉬웠다.
복도의 시계가 오후 3시 15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때였다.
로비 쪽에서 들려온 목소리.
희미했다. 멀었다. 하지만 명확했다.
"...그 사람이..."
이준호의 몸이 경직되었다. 환자 기록을 들고 있던 손가락이 종이를 누르고 있었다.
"...우리 남편을..."
그는 천천히 돌아섰다. 로비는 그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벽이 가로막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목소리는 벽을 통과했다.
"박민준이..."
손가락이 환자 기록을 찢었다. 종이가 수평으로 갈라졌다. 이준호는 깨닫지 못했다. 손이 독립적으로 움직였다. 신경이 끊어진 손.
그 목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준호의 귀에는 여전히 울리고 있었다. 박민준이라는 이름이. 계속 울렸다.
그는 벽에 기대었다. 가슴이 빠르게 움직였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박동했다. 마치 환자의 심장처럼. 아니, 자신이 수술한 환자의 심장처럼.
찢어진 기록이 바닥에 떨어졌다.
"교수님?"
누군가가 그를 불렀다. 간호사였다. 그의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준호는 기록을 주웠다. 손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종이 조각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괜찮으세요?"
"준비하자."
목소리가 나왔다. 마치 다른 사람의 목소리인 듯. 거칠고 낮았다.
"다음 환자. 준비하자."
---
중환자실로 돌아온 이준호는 김철수의 모니터를 봤다.
심박음이 규칙적이었다. 78bpm. 아직도 정상이었다. 아직도 살아 있었다.
그는 손목의 카운트다운을 봤다. 25시간 15분.
그리고 그는 깨달았다.
이 숫자는 계속 줄어들 것이다. 역행을 할 때마다. 그리고 환자는 계속 죽을 것이다. 30일 후에.
역행을 해도. 하지 않아도. 죽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정해진 것이었다.
이준호는 환자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그 얼굴이 천천히 변했다. 검게 그을린 피부. 비어 있는 눈동자. 입술이 파래졌다.
박민준의 얼굴.
"너 왜..."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떨렸다.
"왜 계속..."
그의 손이 주머니 안으로 들어갔다. 메스를 찾았다. 없었다.
강하은이 가져갔다.
이준호는 손을 다시 꺼냈다. 주머니 속이 비어 있었다. 마치 그의 가슴처럼.
그는 중환자실 문으로 향했다.
강하은은 복도에 있었다. 가방을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메스가 있었다.
"교수님."
그녀가 말했다.
"이제 어떻게 하실 거예요?"
이준호는 그녀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을 봤다.
"강하은 수간호사."
목소리가 나왔다.
"넌 뭘 한 거야?"
"제 일을 했습니다."
강하은이 답했다.
"환자를 지키는 일을."
이준호는 그녀의 손을 봤다. 가방을 들고 있는 손. 그리고 그 손이 떨리고 있었다.
"넌 모르는 게 낫다," 그가 말했다. "정말로."
"그래도 알아야 합니다."
강하은이 말했다.
그 순간, 복도의 끝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빠른 발소리. 여러 명의 발소리.
레지던트 민준호가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경찰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 뒤에는 한 여자가 있었다.
박수연.
박민준의 아내.
그녀의 얼굴은 창백했다. 그리고 눈은 이준호를 향하고 있었다.
"당신이 박민준을 죽인 사람이에요?"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이?"
이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저 그녀를 바라봤다. 20년 전의 기억이 현재로 쏟아져 내렸다.
그의 손이 움직였다. 가슴 주머니로. 메스를 찾았다. 없었다.
다시. 없었다.
그는 강하은을 봤다. 그녀는 그의 눈을 피했다.
"교수님, 제발..."
강하은이 속삭였다.
"제발 하지 마세요."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손목의 카운트다운을 봤다. 25시간 12분.
그리고 계산했다. 다시.
3회. 3명. 90시간.
마지막 역행의 시간.
그것을 계산하면, 그의 생명은 정확히 0시간이 될 것이다.
죽음의 경계.
아니.
죽음 그 자체.
이준호의 입술이 움직였다.
"다시 한 번 시도하자."
목소리가 거의 들리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그는 중환자실로 돌아갔다. 김철수의 침대로. 모니터는 여전히 규칙적인 심박음을 그려내고 있었다.
이준호는 환자의 가슴 위에 손을 얹었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역행을 준비했다.
그 순간, 강하은이 그의 팔을 잡았다.
"교수님, 제발!"
목소리가 울음으로 변했다.
"이건 해결책이 아니에요!"
이준호는 눈을 뜨지 않았다.
"해결책이 뭐냐고?"
거의 속삭임이었다.
"모르겠다. 난 모른다."
그의 손가락이 환자의 흉부에 닿았다. 봉합선. 완벽한 봉합선.
그 순간, 세상이 흔들렸다.
이준호의 의식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 그의 뇌에서 플러그를 빼는 것처럼.
손목의 카운트다운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25시간 12분에서 24시간으로. 23시간으로.
아니다. 뭔가 잘못됐다.
역행을 시작하지도 않았는데.
이준호의 눈이 떨렸다. 흐려지는 의식 속에서.
"뭐... 뭐야..."
그의 목소리가 나왔다.
강하은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교수님! 교수님!"
복도에서 경찰의 목소리가 들렸다.
"누군가 도와주세요!"
이준호는 침대에 기대었다. 환자의 옆에. 마치 같은 침대에 누워 있는 것처럼.
그리고 그의 의식은 계속 흐려져 갔다.
손목의 카운트다운은 22시간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것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줄어들었다.
중환자실의 모니터는 두 개의 심박음을 그려내기 시작했다.
하나는 환자의 것.
하나는 이준호의 것.
둘 다 불규칙해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