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세력
왕의 종이 울렸을 때, 이준의 손가락에서 피어나던 황금빛은 사그라졌다. 불은 주인을 잃은 것처럼 흩어졌고, 심문관실의 벽은 다시 침묵했다. 이준은 손을 펼쳤다. 손가락 끝이 살짝 타들어간 자국이 있었다. 자신의 살을 태운 흔적이었다.
회랑으로 나가는 길, 누군가 그의 팔을 잡았다.
"심문관님."
검은 소매, 검은 장갑. 이준은 돌아섰다. 남궁현이었다. 그의 얼굴은 평온했지만, 눈빛은 예리했다. 마치 먹이를 노리는 맹금류의 눈. 이준은 본능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왕의 소환을 받으셨을 텐데." 남궁현이 회랑의 어두운 기둥 뒤로 이준을 이끌었다. 횃불의 불빛이 닿지 않는 곳. "시간이 조금 있을 겁니다."
"당신이 누구인지 모르겠습니다."
"남궁현입니다." 그가 웃었다. 웃음은 차갑고 예의 바웠다. "궁중의 많은 사람들이 저를 모르기를 바랍니다. 그것이 제 힘입니다."
이준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이 가장 안전한 대답이었다.
"황태자 서준호가 반역자였나요?" 남궁현이 갑자기 물었다.
"모릅니다."
"정말로요?" 그가 한 발 더 가까워졌다. "당신은 그의 기억을 지웠습니다. 당신이 지운 기억 속에, 그가 반역을 꾸미고 있던 증거가 있었나요?"
이준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기억하지 못했다. 자신이 무엇을 지웠는지, 왜 지웠는지. 그저 왕의 명령이 있었고, 손가락에 불이 피어났고, 누군가의 눈빛이 사라졌을 뿐이다.
"황태자는 반역자가 아니었습니다." 남궁현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는 진실을 알았던 사람입니다. 그리고 그 진실을 드러내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제거되었습니다."
"왜 나에게..."
"당신의 능력이 없었다면, 현 왕은 권좌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남궁현이 말을 끊었다. "당신은 도구가 아닙니다. 당신은 공범자입니다."
그 말이 이준의 몸을 관통했다. 공범자. 그 단어는 마치 검처럼 가슴을 찢었다. 이준은 처음으로 자신이 무엇을 한 것인지 명확히 느꼈다. 단순한 기억 소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역사를 지우는 행위였다. 사람을 지우는 행위였다. 그리고 거짓을 세우는 행위였다.
"당신과 서연 사이에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남궁현이 다시 말했다. "그것이 왕이 두려워하는 이유입니다. 당신이 기억을 되찾으면, 모든 것이 무너집니다."
이준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할 말이 없었다.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왕께서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 남궁현이 물러섰다. "당신이 누구인지 알고 싶으시면, 당신이 지운 것을 되찾으세요. 그것만이 유일한 길입니다."
남궁현은 회랑 속으로 사라졌다. 이준은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황금빛이 다시 피어나려고 했다. 그는 주먹을 쥐었다.
왕의 침실로 향하는 길은 길었다. 이준은 수십 번을 걸었지만, 매번 다른 길처럼 느껴졌다. 오늘은 더욱 그랬다. 회랑의 벽들이 그를 노려보는 것 같았다. 그림 속의 왕실 조상들의 눈이 그를 따라다녔다.
왕은 침실 창가에 서 있었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이 많은 밤이었다.
"심문관."
"전하."
"서연이라는 여인이 있습니다." 왕이 돌아섰다. 그의 얼굴은 침착했지만, 눈가에 피로가 있었다. "당신은 그 여인을 조사했습니까?"
"예."
"결과는?"
이준은 거짓말을 해야 했다. 하지만 왕의 눈빛을 보자, 그것이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왕은 이미 알고 있었다. 왕은 항상 알고 있었다.
"그 여인은 위험합니다." 왕이 말했다. "당신의 능력으로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한 위험한 존재입니다."
"전하?"
"최종 처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왕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그것이 더 무서웠다. 부드러운 명령은 거부할 수 없는 명령이었다. "당신은 이미 그 여인의 기억을 한 번 지웠습니다. 다시 지울 수 있을까요?"
이준의 가슴이 멈췄다. 아니, 멈추지 않았다. 더 빠르게 뛰었다. 마치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가려고 하는 것처럼.
"그 여인을 다시 만나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입니까?" 왕이 가까워졌다. "그 여인을 지우겠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지워진 모든 것을 되찾겠습니까?"
이준은 입을 열 수 없었다.
"선택하세요. 심문관."
왕의 침실을 나온 이준은 걷지 못했다. 기둥에 기대어 쓰러졌다. 손가락에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하지만 이번엔 통제할 수 없었다. 불은 자신의 팔을 태웠다. 이준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소리를 낼 수 없었다.
누군가 손을 잡았다.
"이준."
서연이었다. 검은 옷, 검은 눈. 그녀는 이준의 팔을 감싼 황금빛을 자신의 손으로 집었다. 검은 불꽃이 황금빛과 엉켜 소멸했다.
"왕이 뭐라고 했나요?" 서연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섭게 들렸다.
"당신을 지우라고."
"그럼 지우실 건가요?"
이준은 서연의 얼굴을 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없었다. 1화에서 그가 본 눈물들은 모두 거짓이었다. 그녀가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연기였다. 진짜 서연은 이것이었다. 차갑고, 단단하고, 복수로 가득 찬 서연.
"당신이 원하는 게 뭔가요?" 이준이 물었다.
"당신이 나를 기억해주는 것." 서연이 대답했다. "그것뿐입니다."
그 순간, 궁궐의 종이 울렸다. 밤중의 종. 긴급 소환을 알리는 종이었다.
이준은 알았다. 선택의 시간이 다 되었다는 것을. 그리고 어떤 선택을 하든, 자신도 서연도 모두 파괴될 것이라는 것을.
"가요?" 서연이 물었다.
"네."
이준은 서연의 손을 놓았다. 그의 손가락에서 다시 황금빛이 피어났다. 하지만 이번엔 자신을 태우지 않았다. 그것은 서연을 향했다.
"지우지 마세요." 서연이 한 발 물러섰다. "제발. 이번엔 지우지 마세요."
하지만 이준의 손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 순간, 기억의 도서관 문이 열렸다.
***
궁궐 회랑의 어둠 속에서 이준의 손은 떨렸다. 황금빛은 서연을 향해 피어올랐지만, 그의 눈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보지 않으려고 했다. 볼 수 없었다.
"제발."
서연의 목소리는 처음으로 부러졌다. 15년간 지워진 기억 속에서 되살아난 감정이 목구멍을 조여 왔다. 그녀가 물러나며 회랑의 벽에 등을 붙였다. 검은 불꽃이 손끝에서 맴돌기 시작했다. 그것은 저항이었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이준의 손가락이 더 밝아졌다. 황금빛이 서연의 얼굴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 순간, 기억의 도서관 문이 활짝 열렸다.
민서가 나타났다. 그녀의 손에는 오래된 기록들이 들려 있었다. 종이들이 흐트러져 회랑에 떨어졌다. 위에서 보면 마치 눈이 내리는 것처럼.
"멈추세요."
이준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하지만 민서의 목소리에는 무언가 다른 힘이 있었다. 명령이 아니라 호소였다.
"당신도 피해자였잖아요."
그 말이 이준의 손을 멈추게 했다. 손가락에서 피어난 황금빛이 흔들렸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당신은 가해자가 아닙니다." 민서가 한 걸음 더 가까워졌다. "왕의 도구였을 뿐입니다."
"도구는 죄가 없습니다." 이준이 중얼거렸다. 자신의 목소리인 것 같지 않았다. 누군가 다른 사람의 목소리가 자신의 입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도구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선택했습니다." 민서가 서연 옆에 섰다. 그녀의 움직임은 느렸지만 확고했다. "지금 이 순간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준의 손에서 황금빛이 사라졌다. 마치 촛불을 불어 끄듯이. 그 순간, 서연은 숨을 내쉬었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진정한 숨을 쉬는 것처럼.
회랑의 종이 다시 울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시간이 없습니다." 민서가 말했다. "남궁현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남궁현이?" 이준이 고개를 들었다.
"그는 당신이 필요합니다." 민서가 기록들을 이준에게 건넸다. "황태자 암살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으로."
이준은 기록을 펼쳤다. 손가락이 글자 위를 미끄러졌다. 하지만 글자들이 흐릿했다.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아니, 그것은 눈물이었다. 자신의 눈물이 페이지를 적시고 있었다.
글자들이 읽혔다.
'심문관 이준, 15년 전 황태자 서준호 암살 사건에 투입. 피해자 서연의 기억 제거. 기록상 사망 처리. 실제로는 ———'
기록은 거기서 끝나 있었다. 찢겨 나간 종이처럼. 마지막 부분이 없었다.
"남은 기록은 왕실 기록관에 있습니다." 민서가 말했다. "그곳에 모든 진실이 있습니다. 당신이 누구였는지, 당신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그리고 당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왕실 기록관으로 가는 길은?" 이준이 물었다.
"당신이 아는 길입니다." 민서가 가리켰다. 회랑 끝, 어둠 속으로 이어진 통로. "15년 전, 당신과 서연이 도망치려던 그 길."
이준은 서연을 봤다.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15년 만에 처음으로. 정말로 처음으로.
"가시겠어요?" 서연이 물었다. 목소리가 떨렸다. 이번엔 거짓이 아니었다.
"네."
"그럼 나도."
서연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민서가 팔을 잡으려 했지만, 서연은 그것을 밀어냈다. 검은 불꽃이 민서의 손목을 스쳤다. 민서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저 손을 놓았을 뿐이었다.
손목에는 검은 자국이 남았다. 회복되지 않을 자국.
"기억지킴이들이 뒤를 따를 겁니다." 민서가 말했다. 손목을 바라보며. "하지만 당신들은 먼저 도착할 수 있습니다."
"왜 우리를 도와주나요?" 이준이 물었다.
"당신을 도와주는 게 아닙니다." 민서가 대답했다. "역사를 바꾸는 것입니다. 거짓 역사를 진실로."
이준과 서연이 통로 속으로 들어섰다. 어둠이 그들을 삼켰다. 마치 과거가 그들을 집어삼키는 것처럼.
그들의 발소리가 멀어졌다. 회랑에는 민서만 남았다. 그녀의 손목에서 피가 흘렀다. 검은 불꽃의 자국. 그것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었다. 왕실의 모든 상처처럼.
민서는 천천히 기억의 도서관 문을 닫았다. 그리고 궁궐의 다른 길로 향했다. 남궁현을 만나기 위해.
***
궁궐 서쪽, 남궁현의 저택.
남궁현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별들이 하나둘 사라지고 있었다. 새벽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심문관이 움직였습니다."
뒤에서 목소리가 났다. 남궁현의 부하였다.
"어디로?"
"왕실 기록관으로."
남궁현의 입가에 미소가 떠올랐다. 그것은 기쁨의 미소가 아니었다. 사냥감이 함정으로 빠지는 것을 보는 사냥꾼의 미소였다.
"좋다. 그들을 따라가되, 들키지 마라. 그리고 왕께 알려라. 심문관이 기록관에 도착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고."
"예."
부하가 나갔다. 남궁현은 다시 밤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이 모두 사라졌다. 이제 하늘은 완전히 검었다.
"당신의 선택이 무엇이든, 당신은 나의 손에 들어올 것입니다, 심문관."
그는 중얼거렸다. 마치 주문을 외우듯이. 손에 들린 서신을 다시 펼쳤다. 그 안에는 황태자 서준호의 이름과 함께 '반역 혐의 없음'이라는 글씨가 적혀 있었다. 15년 전 왕이 직접 작성한 기록. 진실을 아는 유일한 증거.
***
왕실 기록관.
거대한 도서관이었다. 천장은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책들이 벽을 덮고 있었다. 수십 년, 아니 수백 년의 왕실 기록들. 모든 비밀, 모든 거짓, 모든 진실이 여기에 있었다.
이준과 서연이 들어섰을 때, 불이 켜졌다. 자동으로. 마치 누군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책장들이 양옆으로 열렸다. 통로가 만들어졌다. 마치 환영하듯이.
"저쪽이에요." 서연이 손가락을 가리켰다. 깊은 곳으로. "기억의 중심. 모든 기록이 시작되는 곳."
"어떻게 알아요?"
"기억지킴이들이 알려줬어요. 처음 만났을 때." 서연이 걸어갔다. "당신을 찾기 위해."
이준이 따라갔다. 책장들이 자신들을 따라 닫혔다. 뒤로. 앞으로. 마치 미로처럼. 마치 감옥처럼.
통로의 끝에 문이 있었다. 황금색으로 장식된 문. 심문관실의 벽과 같은 빛깔이었다.
"여기예요." 서연이 멈췄다.
이준이 손을 올렸다. 문을 밀려고. 그 순간, 문이 저절로 열렸다.
그 안에는 책상이 하나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에는 일기장이 놓여 있었다.
이준이 손을 뻗었다. 손가락이 책의 표지에 닿자, 기억이 흐르기 시작했다. 마치 댐이 터지듯이. 황금빛. 불꽃. 비명. 그리고 자신의 목소리.
"미안해. 서연. 미안해."
그것은 15년 전의 목소리였다. 그것은 자신의 목소리였다.
손가락이 떨렸다. 심장이 가슴을 부수려고 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자신의 몸 안에서 깨어나려고 하는 것처럼.
일기장을 펼쳤다.
첫 페이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내 이름은 이준이다. 나는 심문관이 아니었다. 나는 왕의 시종이었다. 그리고 서연의 연인이었다.'
이준의 손이 떨렸다. 서연도 떨렸다.
"당신이 썼어요." 서연이 중얼거렸다. "이 기록을."
"네."
"그럼 당신은 기억하고 있었어요?"
"모르겠어요."
이준이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15년 전 그날 밤, 나는 왕의 명령을 받았다. 서연의 기억을 지우라고. 그리고 나 자신도 함께 지우라고. 우리가 있었다는 모든 증거를 없애라고.'
페이지를 넘겼다.
'나는 거부했다. 처음으로 거부했다. 그래서 왕은 나를 죽이려고 했다. 하지만 나는 죽지 않았다. 내 기억만 죽었다. 나는 도구가 되었다. 심문관이 되었다. 그리고 15년을 잃었다.'
페이지를 다시 넘겼다.
'이 기록을 읽는 당신이 나라면, 당신은 마지막 선택을 해야 한다. 왕을 지우거나, 아니면 당신이 지워지거나.'
그 순간, 기록관의 불이 꺼졌다. 모두.
어둠이 내려앉았다. 완전한 어둠.
"이준!" 서연이 외쳤다.
"여기 있어요."
이준이 서연의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살아있었다. 15년 전과 같은 온기.
그러나 어둠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발소리. 여럿의 발소리. 그리고 횃불의 불빛.
"심문관." 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디서인지 알 수 없는 곳에서. "당신은 선택을 했나요?"
이준의 손이 떨렸다. 황금빛이 피어났다. 그것이 유일한 빛이었다.
그 빛 속에서 왕의 얼굴이 보였다. 그리고 그 뒤에 있는 수십 명의 사람들. 왕의 호위대. 창칼을 들고 있었다. 그들의 눈은 모두 이준을 향해 있었다.
"당신의 능력으로 이 모든 증거를 없애버리세요." 왕이 말했다. "그러면 당신을 풀어주겠습니다. 당신과 그 여인을."
이준은 입을 열 수 없었다.
"또는." 왕이 계속했다. "당신이 선택하지 않으면, 내가 선택하겠습니다. 당신의 능력이 더 이상 필요 없다면 말입니다."
왕의 손이 올라갔다. 신호였다.
호위대가 칼을 뽑았다. 칼날이 횃불에 반사되어 기록관을 밝혔다. 수십 개의 칼날. 모두 이준을 향해 있었다. 호위대의 선봉이 한 발 내디딛다. 다음 순간, 다른 칼소리가 그것을 막았다.
남궁현이 나타났다. 호위대의 측면에서. 그의 칼이 호위대의 선봉을 가로막았다. 호위대의 진격이 멈췄다. 그들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남궁현의 뒤에 서 있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궁중의 여러 곳에서 모여든 세력. 기억지킴이들도 있었다. 그들이 호위대를 포위했다.
"멈추세요, 전하."
남궁현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의 눈은 불타고 있었다. 그의 칼은 호위대의 진로를 완전히 차단했다.
"남궁현?" 왕의 목소리에 분노가 섞였다. "당신도?"
"당신도 아닙니다, 전하." 남궁현이 대답했다. 그의 칼이 더 높이 올라갔다. "당신은 왕이 아닙니다. 당신은 황태자를 죽인 살인자입니다. 그리고 이 나라의 진실을 15년간 짓밟아 온 거짓의 주인입니다."
그 말이 기록관을 울렸다.
"황태자 서준호는 반역자가 아니었습니다." 남궁현이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가 회랑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는 왕실의 부정을 드러내려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죽임을 당했습니다. 그 죽음을 은폐하기 위해 심문관이 이용되었습니다."
호위대가 움직였다. 남궁현의 세력과 대치했다. 칼이 부딪혔다. 불꽃이 튀었다. 하지만 남궁현의 세력이 더 많았다. 기록관의 여러 곳에서 나타났다. 호위대는 점점 더 밀려났다.
"심문관." 남궁현이 이준을 바라봤다. 전투 속에서도 그의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당신은 지금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준이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당신의 능력이 없었다면, 현 왕은 권좌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남궁현이 말했다. "당신은 도구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당신은 증인이 될 수 있습니다."
호위대의 칼이 남궁현의 세력을 향해 날아왔다. 남궁현은 그것을 쉽게 막았다. 그의 움직임은 정확했다. 마치 이 모든 것을 이미 예상했던 것처럼.
이준이 일기장을 들었다. 손이 떨렸다. 황금빛이 손가락 끝에서 맴돌고 있었다. 통제되지 않는 불.
"당신이 그 기록들을 태워버리면," 남궁현이 계속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15년의 복수가 담겨 있었다. "모든 것은 끝납니다. 왕실은 유지되고, 당신은 자유로워질 겁니다. 하지만 서연은 죽습니다. 그리고 황태자의 죽음은 영원히 묻혀갑니다."
호위대가 다시 움직였다. 그들의 칼이 남궁현의 세력을 향해 내려쳤다. 하지만 남궁현의 세력은 이미 그것을 예상하고 있었다. 그들은 호위대를 더욱 좁은 공간으로 몰아붙였다. 기록관의 좁은 통로. 호위대의 숫자 이점이 무의미해지는 공간.
"또는," 남궁현이 말했다. "당신이 그 기록들을 증거로 제출하면, 왕실이 무너집니다. 거짓이 진실로 바뀝니다. 그리고 당신도 함께."
호위대의 대장이 남궁현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남궁현은 그것을 칼로 맞받았다. 금속음이 울렸다. 그 음성 속에는 15년의 복수심이 담겨 있었다.
이준의 손가락에서 황금빛이 폭발했다. 불꽃이 기록관 천장까지 닿았다. 책들이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수백 년의 기록들이 재가 되어 떨어졌다.
그 황금빛 속에서 이준은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했다.
자신을 구하거나.
아니면 모두를 구하거나.
둘 다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
서연이 그의 손을 잡았다.
"당신이 뭘 하든 나는 당신과 함께할 거예요."
그 말이 황금빛을 흔들었다. 불꽃이 흔들렸다. 마치 바람에 흔들리는 촛불처럼. 그 흔들림 속에 이준의 갈등이 보였다. 복수와 사랑 사이에서 찢어지는 마음. 15년 전 그 밤처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번엔 서연이 그의 손을 놓지 않았다.
이준은 손을 펼쳤다.
황금빛이 사라졌다.
일기장이 그의 손 위에 남았다. 타지 않은 기록들. 진실을 담은 종이들. 그것은 증거였다. 왕실의 거짓을 증명하는 유일한 증거.
왕이 비명을 질렀다. 그것은 분노였다. 그것은 절망이었다.
남궁현이 칼을 내렸다. 호위대가 물러섰다. 아니,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남궁현의 세력이 그들을 완전히 포위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싸움은 없었다. 왕실의 호위대는 항복했다.
왕은 무릎을 꿇었다. 15년 동안 유지해 온 거짓의 왕관이 떨어졌다.
이준은 서연의 손을 놓지 않았다. 그들은 함께 기록관을 나갔다. 황금빛은 더 이상 피어나지 않았다. 그 대신 검은 불꽃이 서연의 손가락에서 천천히 사라졌다.
새벽이 궁궐을 밝혔다. 15년의 거짓이 끝나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