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희생의 무게

한태오의 눈물이 떨어지는 순간, 박준호는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로커룸의 한쪽 구석. 세면대 앞에서 한태오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어깨가 들썩거렸다. 박준호는 그곳으로 다가가려다 멈췄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한태오."

목소리를 내는 순간, 아이가 얼굴을 들었다. 눈이 빨갛게 부어 있었다. 한태오는 박준호를 보자마자 고개를 다시 숙였다. 손가락으로 눈물을 닦으려다 포기했다.

"저도… 노력했어요."

목이 메인 목소리였다. 박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자신이 정당화할 말이 없었다.

"왜 저만 버렸어요?"

한태오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양 뺨을 타고 내려왔다. 그 얼굴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제가 뭐가 모자라요? 구속도 빠르고, 제구도 좋은데… 왜 이준영이만…"

박준호는 입을 열었다 닫았다. 세 번을 반복했다. 로커룸의 다른 아이들이 그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누구도 움직이지 않았다.

"난 너를 버린 게 아니다."

박준호가 말했다. 그 말이 얼마나 거짓인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었다. 한태오의 얼굴에 절망이 짙어졌다.

"버렸어요. 지난 석 달 동안 저한테 뭘 한 거 있어요? 이준영이 나올 때마다 저는 벤치에만 앉았어요. 제 순서는 없었어요."

목소리가 떨렸다.

"저도 할 수 있어요. 노력하면… 그런데 왜…"

박준호는 한태오의 어깨에 손을 얹으려다 멈췄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손이 누구의 손인지 분간이 안 갔다. 자신의 손인지, 아니면 아버지의 손인지.

한태오가 몸을 빼냈다.

"저 다른 데 가겠습니다."

작은 목소리였다.

"뭐라고?"

박준호가 물었다.

"박민준 코치가 저한테 연락했어요. 제 팀에서 제대로 봐 주겠대요. 저를… 특별히 봐 주겠대고."

박준호의 얼굴이 굳었다.

"그 아이가 뭐라고?"

"제 가능성을 봐 주겠대요. 저를 버리지 않겠대고."

한태오가 로커룸을 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가 울렸다. 남은 아이들이 박준호를 바라봤다. 그들의 눈빛은 한태오와 같았다. 절망과 불신. 누군가는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박준호를 외면했다. 로커룸 안의 공기가 변했다. 신뢰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박준호는 아무도 보지 않고 로커룸을 빠져나왔다.

---

그라운드는 저물어 가고 있었다. 저녁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하나둘 떠나가고 있었다. 이준영은 여전히 마운드에 서 있었다. 구속 재측정을 위한 추가 투구를 하고 있었다.

박준호는 스탠드 위에 앉아 있었다. 손에는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초점을 이준영에게 맞추고 있었지만, 정작 렌즈를 통해 보는 것은 한태오의 눈물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박민준이었다.

박준호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섯 번, 여섯 번 울렸다. 결국 음성 메일로 넘어갔다.

'박 코치, 박민준입니다. 한태오라는 제자를 보냈어요. 좋은 아이더군요. 우리 팀에서 제대로 봐 주겠습니다. 당신이 놓친 재능들, 우리가 챙기겠습니다.'

박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그 메시지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있었다. 박민준은 계획적이었다. 한태오만 가져간 게 아닐 것이다.

이수진이 그라운드에서 올라오고 있었다. 손에는 수건과 스포츠 음료가 들려 있었다. 그녀는 박준호를 본 후 스탠드로 올라왔다.

"한태오 아이가 나가더라. 뭐가 있었어?"

이수진이 물었다. 박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박준호."

목소리가 단호했다.

"뭔데?"

박준호가 물었다.

"당신이 뭘 하고 있는 건지 아세요?"

이수진은 스탠드에 앉았다. 박준호 옆에.

"이준영이 좋은 아이인 건 알아요. 재능도 있고. 하지만…"

"그 아이가 할 수 있어."

박준호가 말을 끊었다.

"한태오도 할 수 있었어. 최준호도, 송민준이도 할 수 있었어."

이수진이 말했다. 목소리가 차가웠다.

"당신이 봐 주지 않았을 뿐이에요."

박준호의 턱이 움직였다. 그는 카메라로 다시 이준영을 촬영했다. 마운드 위의 아이는 여전히 공을 던지고 있었다. 구속계는 152를 표시했다.

"한 명만 보낼 수 있어."

박준호가 중얼거렸다.

"그게 다에요?"

이수진이 일어났다.

"당신은 코치가 아니라 도살자예요. 재능 있는 아이를 찾아내서 살을 벗겨내고, 뼈를 깎아내고, 그 과정에서 다른 아이들은 밟아버리고. 그게 육성이에요?"

"재능을 발견하는 것도 코칭이야."

박준호가 말했다. 목소리가 낮았다.

"아니에요. 그건 선택이에요. 선택과 배제."

이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한태오가 뭐했어요? 그 아이가 뭘 잘못했어요?"

박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당신이 그 아이를 봤어야 해요. 처음부터. 한태오도, 최준호도, 송민준이도. 당신은 자기 꿈을 이루는 도구로 아이들을 쓰고 있어요."

이수진은 스탠드를 내려갔다. 박준호는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

---

밤 열 시. 그라운드는 텅 비어 있었다.

박준호는 벤치에 앉아 있었다. 왼쪽 어깨를 만지고 있었다. 통증이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항상 그럴 때였다. 자신의 선택이 누군가를 상처 입힐 때마다.

그라운드 한쪽 벽에는 사진들이 붙어 있었다. 한강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거쳐 프로에 간 아이들의 사진. 그들의 첫 안타, 첫 홈런, 첫 선발 등판 기사. 박준호는 밤마다 그 사진들을 봤다.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증거를 찾기 위해.

하지만 밤마다 느껴지는 것은 다른 것이었다.

벽에 붙지 않은 아이들의 얼굴.

박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아버지였다.

박준호는 한 번 가슴이 철렁했다. 항상 그럴 때였다. 아버지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해졌다.

"준호."

목소리가 낮았다.

"네, 아버지."

"이준영이 아이, 진짜 프로 갈 수 있나?"

아버지가 물었다. 그 목소리 속에는 이미 대답이 들어 있었다. 아버지는 대답을 원하지 않았다. 확인을 원했다. 자신의 아들이 자신을 대신해서 성공하고 있다는 확인을.

"네. 갈 수 있습니다."

박준호가 대답했다.

"1순위?"

"그럴 겁니다."

"그래야지."

아버지가 말했다. 그 짧은 말 속에 모든 것이 들어 있었다. 자신의 실패를 만회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아들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이루어야 한다는 것.

통화가 끝났다.

박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그 순간, 로커룸 쪽에서 소음이 났다. 박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박민준의 코치가 로커룸에 들어가고 있었다. 그 뒤를 한태오가 따라가고 있었다. 최준호와 송민준이도 함께였다.

박준호는 일어났다. 다리가 떨렸다. 달려가야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너무나 명확해졌기 때문이었다.

이준영을 위해 다른 아이들을 버렸다. 아버지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 제자들을 이용했다. 자신이 놓친 꿈을 다른 누군가의 꿈으로 대체했다.

그리고 그것이 모두 자신의 선택이었다.

박준호는 로커룸을 향해 발을 옮겼다. 한 발, 두 발. 다리가 무거웠다.

로커룸 문을 열었을 때, 한태오는 이미 짐을 챙기고 있었다. 최준호도, 송민준이도. 박민준의 코치는 그들을 바라보며 웃고 있었다.

"한태오."

박준호가 불렀다.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눈은 여전히 빨갛게 부어 있었다.

"왜 아무 말도 안 하고 가?"

박준호가 물었다.

"뭘 말해야 하는데요?"

한태오가 대답했다. 목소리에는 이미 감정이 남아 있지 않았다.

"내가 너를 못 본 건 미안해. 진심이야. 하지만…"

박준호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이 뒤에 올 말이 없었다.

"미안해서 뭐가 돼요?"

한태오가 물었다. 그 질문은 박준호를 향한 것이 아니었다.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내가 너한테서 뭘 빼앗았는지 알아?"

박준호가 물었다.

"저를 봐 주는 시간이요."

한태오가 대답했다.

"그게 전부가 아니야. 넌 이 팀에서 배울 수 있었어. 최준호도, 송민준이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는데…"

"함께요?"

송민준이가 말했다. 이번엔 그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박 코치는 우리를 함께 봐 본 적이 없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이준영이만 봤어요. 우리는 배경이었어요."

박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는 최준호를 바라봤다. 그 아이는 박준호의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최준호. 넌 뭐라고 생각해?"

박준호가 물었다.

최준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 눈빛에는 박준호를 향한 실망이 가득했다.

"저는… 박 코치를 믿었어요. 제 시간이 올 거라고. 하지만 그 시간은 오지 않았어요. 그 대신 박민준 코치가 저를 봐 주겠대요."

최준호가 짐을 들었다.

"기다릴 시간이 없었어요. 우리는 나이가 있으니까요."

세 아이가 로커룸을 나갔다. 박민준의 코치는 그들을 이끌며 박준호를 지나쳤다. 그 순간, 박준호는 그 코치의 얼굴을 명확히 봤다. 계산된 미소였다.

로커룸에는 박준호만 남았다. 다른 아이들은 이미 그를 보지 않고 있었다.

---

밤 열 시. 그라운드는 텅 비어 있었다.

박준호는 벤치에 다시 앉았다. 움직일 수 없었다. 한 명의 성공을 위해 세 명을 잃었다. 내일이면 더 많을 것이다.

경기장의 조명이 하나둘 꺼져 가고 있었다. 자동 타이머였다. 밤 열 시 정각이면 경기장 불이 자동으로 꺼진다. 박준호는 이 경기장에서 10년을 일했지만, 이렇게 혼자 남겨진 적은 처음이었다.

그라운드 쪽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박준호는 고개를 들었다.

이수진이 서 있었다. 손에는 운동복 가방을 들고 있었다. 표정은 단호했다.

"봤어요?"

이수진이 물었다.

"네."

박준호가 대답했다.

"한태오만 간 게 아니에요. 최준호, 송민준이도 떠났어. 박민준의 코치가 일주일 전부터 계속 연락했대. '박준호는 너희를 버렸다'고. 그리고 그게 맞는 말이었어."

이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뭐라고 말씀하고 싶으신가요?"

박준호가 물었다.

"말씀? 준호, 나는 지난 4주 동안 매일 너를 봤어. 밤마다 이 그라운드에 혼자 앉아서 벽의 사진을 보는 너. 그리고 이준영만 보는 너. 아이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어? 한태오가 얼마나 울었는지 알아?"

"알고 있습니다."

박준호가 대답했다.

"그런데도?"

"그런데도 이준영을 봤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가 낮았다. 하지만 그 안에는 자신의 선택에 대한 확신이 없었다.

"왜?"

이수진이 한 발 가까워왔다.

"그 아이만이 프로에 갈 수 있으니까요."

박준호가 대답했다. 그 말이 자신을 정당화하는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고발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른 아이들도 갈 수 있어. 시간이 걸릴 뿐이야. 하지만 넌 그들을 기다려주지 않았어. 그들을 선택하지 않았어. 그저 한 명의 아이를 위해 24명을 버렸어."

이수진이 가방을 바닥에 내려놨다.

"나도 떠나."

박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뭐라고요?"

"난 여기서 10년을 일했어. 너와 함께 이 아이들을 키워냈어. 그런데 넌 자기 꿈을 위해 그들을 버렸어. 그리고 그걸 '선택'이라고 정당화했어. 난 그걸 못 봐."

이수진의 눈가가 젖어 있었다.

"잠깐만요. 이수진."

박준호가 일어났다. 하지만 이수진은 돌아섰다.

"1순위가 뭐가 중요해? 그 아이의 성공이 뭐가 중요해? 여기 있는 25명의 아이들이 모두 행복해야 하는 거 아니야?"

이수진의 목소리가 경기장 전체에 울렸다.

"난 내일 회사를 그만둘 거야. 다른 곳으로 갈 거야. 여기 있는 다른 아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곳으로."

"이수진!"

박준호가 외쳤다.

하지만 이수진은 이미 경기장을 떠나고 있었다. 남은 것은 그라운드와 박준호, 그리고 벽에 붙은 사진들뿐이었다.

박준호는 다시 벤치에 앉았다. 손이 떨렸다. 왼쪽 어깨의 통증이 심해졌다. 하지만 그것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부상에서 오는 것인지, 아니면 선택에서 오는 것인지.

---

경기장의 마지막 불이 꺼졌다. 완전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오직 달빛만 그라운드를 비추고 있었다.

박준호는 일어났다. 벽으로 걸어갔다. 붙어 있는 사진들을 손으로 더듬었다. 이전에 프로에 간 제자들의 얼굴. 첫 안타 기사. 첫 홈런 기사. 첫 선발 등판 기사.

그들은 모두 성공했다.

하지만 그들의 뒤에 몇 명이 떨어져 나갔는지 박준호는 세지 않았다. 그들의 얼굴은 벽에 붙지 않았으니까.

박준호의 손이 이준영의 사진에 멈췄다. 아직 붙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곧 붙을 것이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번엔 알 수 없는 번호였다.

박준호는 받았다.

"박 코치님?"

목소리가 낯선 남자였다.

"누신가요?"

"저 박민준의 팀에서 나온 박상훈입니다. 한태오 선수 부모님이 저한테 연락을 주셨어요."

박준호의 손이 경직됐다.

"아이가 한강 아카데미에서 상처를 받았다면서요. 변호사들과 상담을 하고 계신데…"

"죄송한데 뭘 말씀하시는 건지…"

"학대 의혹이에요. 선수 차별과 정신적 학대. 한강 아카데미가 특정 선수에게만 집중하고 다른 선수들을 무시했다는 거죠."

박준호는 말할 수 없었다.

"한태오 부모님은 이걸 기록으로 남겨두셨대요. 훈련 영상, 선수 배치표, 그 외 여러 자료들요."

박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기록. 증거.

"저희는 이준영 선수의 부모님과도 연락을 취하려고 합니다. 혹시 이준영 선수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는지…"

"그건… 아닙니다."

박준호가 중단했다.

"이준영은 자발적으로…"

"자발적이라고 해도 미성년자 선수에게 과도한 훈련을 강요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 손상이 있다면요."

박준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향후 연락 드리겠습니다. 변호사님과 함께."

통화가 끝났다.

박준호는 휴대폰을 떨어뜨렸다. 그것은 그라운드에 떨어져 화면이 깨졌다. 거미줄 같은 금이 가 있었다.

박준호는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 자신 앞에 펼쳐지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막을 방법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었다.

---

박준호는 로커룸으로 향했다. 이제 선택의 순간이 아니었다. 결과를 마주해야 할 시간이었다.

로커룸은 이미 비어 있었다. 한태오, 최준호, 송민준이의 짐은 모두 사라졌다. 남은 아이들은 박준호를 보자 고개를 돌렸다. 신뢰는 이미 깨져 있었다.

박준호는 이준영을 찾아 나갔다. 그라운드 한쪽 모서리. 이준영은 여전히 투구 폼을 반복하고 있었다. 공을 던지고, 공을 주워 오고, 다시 던지고.

"이준영."

박준호가 불렀다.

아이가 고개를 들었다. 얼굴에는 피로가 깊게 패여 있었다.

"너는 행복해?"

박준호가 물었다.

이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너를 위해 다른 아이들을 버렸어. 알아?"

박준호가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이준영이 대답했다. 목소리는 평탄했다.

"후회해?"

"후회요?"

이준영이 물었다.

"내가 여기 있는 게 후회돼요. 한태오는 저보다 나을 수도 있었어요. 최준호도, 송민준이도."

"그럼 왜 계속해?"

박준호가 물었다.

"왜냐면 박 코치가 저를 선택했으니까요."

이준영이 대답했다.

"그게 전부야?"

"그게 전부가 아니라면 뭐가 있어요?"

이준영이 물었다. 그 질문에는 박준호가 대답할 말이 없었다.

박준호는 그 자리에 앉았다. 그라운드 위에. 밤하늘 아래.

왼쪽 어깨의 통증이 심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물리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의 무게였다.

그리고 그 무게는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었다.

---

박준호는 이준영을 남겨두고 사무실로 향했다. 김 국장에게 연락을 해야 했다. 법적 문제가 생겼다는 것을. 한태오 부모의 고소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사무실 책상 앞에 앉은 박준호는 한 시간을 움직이지 않았다. 손가락이 키보드 위에서 맴돌기만 했다. 무엇을 입력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결국 그는 전화를 들었다.

"국장님."

"뭔데?"

김 국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태오 선수의 부모님이 법적 조치를 취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뭐?"

"학대 의혹으로 기록을 남겨두셨다고 합니다. 훈련 영상, 배치표…"

"잠깐, 잠깐. 그게 뭐 하는 소리야?"

"제가 한태오를 제대로 보지 못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그 아이에게 정신적 손상을 입혔고…"

"박 코치. 침착해."

김 국장이 말했다.

"이건 우리 문제야. 내가 처리할 테니까 너는 이준영이만 신경 써. 알았어?"

"국장님…"

"11월 드래프트까지 5개월. 그 안에 그 아이를 1순위로 만들어. 그럼 모든 게 덮혀. 알았어?"

통화가 끝났다.

박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모든 게 덮힐까? 아니면 더 깊어질까?

그는 벽의 사진들을 다시 생각했다. 성공한 아이들의 얼굴. 그리고 벽에 붙지 않은 아이들의 얼굴.

한태오. 최준호. 송민준이.

그들의 얼굴이 박준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박준호는 다시 그라운드로 나갔다. 이준영은 여전히 투구를 반복하고 있었다. 밤 열 시를 넘어, 밤 열한 시가 되어도.

박준호는 그 아이를 바라봤다. 자신이 만든 아이. 자신이 선택한 아이. 그리고 자신이 버린 아이들을 대신해서 세워 올린 아이.

"이준영. 그만해."

박준호가 말했다.

이준영은 공을 던지다 멈췄다.

"내일은 쉬어. 몸을 회복해."

박준호가 말했다.

"구속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준영이 대답했다.

"상관없어. 너는 이미 충분해."

박준호가 말했다. 하지만 그 말이 누구를 위한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준영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위한 것인지.

---

박준호는 로커룸으로 돌아갔다. 벽에 붙은 사진들을 다시 봤다. 한강 베이스볼 아카데미를 거쳐 프로에 간 아이들. 그들의 성공의 기록.

그리고 그 뒤에 있는 것들. 보이지 않는 것들. 떨어져 나간 아이들. 상처 입은 아이들. 버려진 아이들.

박준호는 한 장의 사진을 벽에서 떼어냈다. 자신이 가장 자랑스러워하던 사진. 첫 번째 제자의 첫 홈런 기사.

그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박준호는 그 사진 뒤를 봤다.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벽뿐이었다.

하지만 박준호는 알고 있었다. 그 벽 뒤에 무엇이 있는지. 그 벽 뒤에 몇 명의 아이들이 있는지. 그들이 어떤 표정을 하고 있는지.

박준호는 사진을 다시 벽에 붙였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성공의 증거가 아니었다.

그것은 대가의 기록이었다.

---

박준호는 휴대폰을 들었다. 이준영의 부모에게 전화를 해야 했다. 아이의 상태를 알려야 했다. 그리고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대신 박준호는 다른 전화를 했다. 이수진에게.

"이수진."

박준호가 말했다.

"뭐야?"

이수진의 목소리가 들렸다. 차갑고 거리감이 있었다.

"내가 뭘 해야 할까?"

박준호가 물었다.

"뭘 해야 한다는 건데?"

"한태오를 어떻게 해야 할까? 최준호를? 송민준이를?"

박준호가 물었다.

"이제 와서 그걸 묻는 거야?"

이수진이 말했다.

"내가 실수했어. 인정해."

박준호가 말했다.

"인정이 뭐가 돼?"

이수진이 물었다.

"그 아이들은 이미 떠났어. 그들은 다른 팀에서 다시 시작하고 있어. 넌 그들을 돌려놓을 수 없어."

"그럼 이준영은?"

박준호가 물었다.

"이준영은?"

이수진이 물었다.

"내가 그 아이를 위해 다른 아이들을 버렸어. 그 아이가 성공하면 모든 게 정당화될까?"

박준호가 물었다.

"정당화될 리가 없지."

이수진이 대답했다.

"그럼 내가 뭘 해야 해?"

박준호가 물었다.

침묵이 흘렀다.

"난 모르겠어. 넌 스스로 찾아야 해."

이수진이 말했다.

"그리고 그 답을 찾을 때까지, 넌 혼자일 거야."

통화가 끝났다.

박준호는 휴대폰을 내려놨다. 혼자. 그 말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제 알 수 있었다.

자신이 선택한 것의 대가. 자신이 버린 것의 무게. 자신이 만든 것의 책임.

모두가 박준호의 어깨 위에 있었다.

---

박준호는 한태오 부모의 연락처를 찾았다. 직접 만나야 했다. 전화나 메시지가 아니라.

그는 밤 열한 시에 차를 몰았다. 한태오의 집으로. 그곳에서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직접 설명해야 했다.

집 앞에서 박준호는 한 시간을 차 안에서 앉아만 있었다. 초인종을 누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돌아갔다. 그라운드로.

이준영은 이미 떠나 있었다. 로커룸도 비어 있었다. 남은 아이들은 모두 박준호를 피하고 있었다.

박준호는 벤치에 앉았다. 왼쪽 어깨를 만졌다. 통증은 여전했다.

그 순간, 박준호는 깨달았다.

이 통증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선택이 그것을 보장했다.

박준호는 하늘을 바라봤다. 별들이 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자신의 자리에 있었다. 선택되지 않은 별들도, 밝게 빛나는 별들도.

모두가 그 자리에 있었다.

박준호는 생각했다. 내일은 어떻게 될까? 그 다음날은? 그 다음다음날은?

법적 문제는 더 커질 것이다. 이수진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한태오, 최준호, 송민준이는 영원히 떠나갈 것이다.

그리고 이준영?

박준호는 그 아이를 생각했다. 밤새 투구를 반복하는 그 아이. 자신이 선택한 그 아이.

그 아이는 성공할 것이다. 아마도.

하지만 그 성공 뒤에는 무엇이 있을까?

박준호는 답을 알고 있었다.

자신의 선택이 만든 그림자. 자신이 버린 아이들의 얼굴. 자신이 외면한 가능성들.

모두가 그곳에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절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박준호는 벤치에서 일어났다. 다리가 떨렸다. 하지만 움직여야 했다.

내일 아침, 그는 한태오 부모를 다시 만나러 가야 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물어야 했다.

자신이 이미 한 것들을 돌려놓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박준호는 경기장을 나갔다. 밤바람이 불었다. 왼쪽 어깨가 여전히 아팠다.

하지만 이제 그 통증은 더 이상 부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택의 무게였다.

그리고 그 무게는 영원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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