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소문의 씨앗

협회 공식 던전 랭킹 최신 기록 속보가 떴을 때, 서연주는 이미 지하 벙커 깊숙한 곳에 있었다.

핸드폰 화면에 뜬 기사 헤드라인을 몇 번 읽고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속보】S급 헌터 서연주, 중급 던전 정복 기록 신규 경신 — 기존 기록 대비 35% 단축**

35퍼센트.

3년 전 세운 자신의 기록이 35퍼센트 깎였다. 그것도 단 열흘 사이에.

서연주는 화면을 끄고 옆에 누워 있는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의식을 잃고 있었다. 유진석이 준비한 응급 침대에 누운 채로, 숨을 쉬고 있었다. 다행히 호흡은 안정적이었다.

"정말 미쳤네."

누군가가 중얼거렸다. 목소리는 김준영이었다. 그는 벙커 모니터 앞에 앉아 협회 뉴스피드를 계속 새로고침하고 있었다.

"서연주 언니 뭐 했어? 요즘 뭐 했어? 이 정도 성장은 비정상이야. 진짜로."

박혜진이 먹던 에너지 바를 내려놨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이준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협회가 눈여겨볼 거야."

그 말이 공기를 얼렸다.

서연주는 일어나 앉았다. 박혜진의 말이 맞았다. 협회는 모든 비정상을 기록한다. 그리고 추적한다. 35퍼센트 단축이 어디서 왔는지를 파악할 때까지.

"이태현이 벌써 움직일 거야," 박혜진이 계속했다. "S급 헌터의 급격한 성장. 협회 입장에선 통제 불가능한 변수야."

"그럼 어쩌라고?" 김준영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지 않으며 물었다. "우리가 뭘 할 수 있어? 서연주 언니가 못하게 할 수는 없잖아."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거야."

모두의 시선이 박혜진에게 모였다.

"이준호를 숨기고, 서연주도 평소처럼. 기록 단축도, 성장도, 모든 것을 멈춘 척 해야 해. 협회가 의심을 거두기까지."

서연주는 침대 옆에 무릎을 꿇었다. 이준호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이 여전히 차가웠다.

"그럴 수 없어."

목소리가 낮았다.

"왜?"

"그 사람이 깨어날 때까지 나는 계속 성장해야 해. 그게 증명이니까."

박혜진이 한숨을 쉬었다. 서연주가 완벽함에 집착하는 성향을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것은 집착의 문제가 아니었다. 이것은 증명의 문제였다.

---

강남역 인근 카페. 김준영이 앉아 있었다. 그의 앞에는 아메리카노가 식고 있었다. 손가락이 테이블을 두드리고 있었다.

그 리듬은 불규칙했다.

신경이 곤두서 있었다. 자신도 왜 이렇게 초조한지 알고 있었다. 최강 팀에 속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분노. S급 헌터들도 극복하지 못한 감정 증폭자의 능력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자신도 그 능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기대와 공포.

이준호의 휴대폰이 울렸을 때, 그는 낡은 건물의 한 모퉁이에 웅크리고 있었다. 의식이 돌아오던 중이었다.

화면에는 알 수 없는 번호가 떠 있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응답 버튼에 닿기 전에, 음성 메시지가 남겨졌다.

**"이준호 님, 저는 S급 헌터 김준영입니다. 당신을 만나야 해요."**

목소리는 쾌활했다. 하지만 그 아래에는 뭔가 다른 것이 흐르고 있었다. 이준호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분노.

표면에는 숨겨져 있지만, 깊은 곳에서 요동치는 것. 자신의 무능함에 대한 극도의 분노. 자신도 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 절망적 욕구.

그것을 감지하는 순간, 이준호의 가슴에서 뭔가가 일렁였다.

가슴팍에 열이 모였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심장을 움켜잡는 듯한 감각. 손가락 끝에서 희미한 빛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정도가 아니었다. 그것은 실제로 몸을 타고 흐르는 에너지였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등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

**[감정 증폭 감지]** **[대상: 김준영 - 분노 수치 73%]** **[에너지 소비율: 12%]**

시각적 정보가 떠올랐다. 마치 게임의 상태창처럼. 그것은 자신의 능력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는 증명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경고였다. 에너지가 12% 소비되었다는 것은 자신이 계속 마모되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준호는 전화를 받았다.

"네. 저 이준호입니다."

음성이 작았다. 하지만 떨리지 않았다.

---

문이 열렸다.

이준호가 들어왔다. 평범한 얼굴, 평범한 옷. 하지만 그의 눈은 예리했다.

김준영이 손을 들었다.

"여기요. 이준호 님?"

이준호가 다가왔다. 그 순간, 김준영의 몸이 경직되었다. 마치 누군가 그의 가슴을 누르는 것처럼.

자신의 분노가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 표면 아래에 숨겨뒀던 그것이, 이 평범해 보이는 사람 앞에서 고개를 들고 있다는 느낌.

이준호가 앉으면서 테이블이 미묘하게 울렸다. 주변 사람들이 한두 명 고개를 돌렸다. 아무것도 아닌 일이지만, 이준호는 그것을 감지했다. 자신의 에너지가 주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김준영은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자신을 방어하는 웃음이었다.

"앉으세요. 처음 뵈니까 편하게 얘기해요. 저는... 혼자라는 게 싫어요. 최강 팀에 들어가고 싶은데, 서연주 님은 말을 안 들어주거든요. 근데 당신을 만났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다음부터 서연주 님이 달라졌다고."

이준호가 조용히 김준영을 바라봤다. 그의 분노가 보였다. 표면의 웃음 아래,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절망이 보였다.

"당신도 충분히 강해요."

이준호가 말했다.

"거짓이잖아요."

김준영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그리고 그 날카로움 아래에서 뭔가가 떨렸다. 절망. 자신의 무능함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절망.

"당신은 뭔가 다른 거 있어요. 서연주 님이 증명했어요."

이준호가 천천히 손을 펼쳤다. 그의 손가락에서 희미한 빛이 떠올랐다. 아주 미세한 것이었다. 카페의 조명 속에서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 하지만 김준영은 그것을 봤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김준영의 몸이 반응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분노를 손으로 꺼내 들어올리는 것 같은 감각.

"당신의 분노가 당신을 약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당신의 분노가 당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어요."

이준호의 목소리가 낮았다. 하지만 명확했다.

"당신은 자신이 무능하다고 생각하지만, 당신은 그 분노를 통제할 수 있는 사람이에요. 그 분노를 받아들이면, 당신은 최강이 될 거예요."

김준영의 손가락이 멈췄다.

"어떻게... 알았어?"

"감정이 보여요."

이준호가 말했다.

그 순간, 이준호의 가슴에서 또 다른 일렁임이 느껴졌다.

**[감정 증폭 진행 중]** **[대상: 김준영 - 분노 수치 73% → 84%]** **[에너지 소비율: 12% → 28%]** **[이준호 감정 마모도: 23%]**

상태창이 업데이트되었다. 자신의 에너지가 빠르게 소비되고 있었다. 동시에 자신의 감정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감정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이준호의 손가락이 약간 떨렸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변화의 신호였다. 손이 저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세상의 색이 한 톤 옅어지는 느낌. 마치 자신의 감각이 한 겹씩 벗겨져 나가는 것처럼.

하지만 김준영은 그것을 보지 못했다. 그는 이준호의 눈만 보고 있었다. 그 눈 속에서 자신의 분노가 인정받고 있다는 것을.

"약속해요. 저를 도와줄 거라고."

목소리가 떨렸다.

이준호가 김준영의 손을 잡았다. 손을 맞닿는 순간, 에너지가 더 강하게 흘렀다. 이준호는 자신의 손이 미세하게 데워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동시에 자신의 심장이 한 박자 느려지는 것을 느꼈다.

**[감정 증폭 심화]** **[대상: 김준영 - 분노 수치 84% → 91%]** **[에너지 소비율: 28% → 39%]** **[이준호 감정 마모도: 23% → 31%]**

이준호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손끝이 저렸다. 자신의 감정이 한 겹 한 겹 벗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영혼을 깎아내는 것처럼. 눈 앞이 희미해졌다. 소리가 멀어졌다. 카페의 온기가 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입을 열었다.

"네. 약속합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흔들리지 않았다.

그 순간, 김준영의 눈가가 젖어왔다. 그는 쾌활한 척 해왔다. 누군가의 앞에서는 항상 웃음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이 순간, 그 가면이 벗겨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가면 아래의 감정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

협회 정보국 데이터 센터. 유진석이 터미널 앞에 앉아 있었다. 화면에는 이준호의 이동 흔적들이 떠 있었다. 협회 카드로 결제된 지점들, CCTV에 포착된 위치들, 통신사 기지국 기록들.

유진석이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의 손가락은 정확했다. 그는 이미 이준호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그것을 협회에 보고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른 누군가에게 먼저 알려야 하는지 판단하는 중이었다.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

"네, 서연주 님."

그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손가락은 멈추지 않고 계속 움직이고 있었다.

"이준호가 움직이고 있어요. 서울 동부 지역, 아마 강남역 근처로 향하는 것 같아요."

"김준영이 연락했나?"

"네."

유진석이 화면을 내려다봤다.

"서연주 님, 혹시 알고 계세요? 20년 전, S급 헌터 한 명이 갑자기 능력을 잃고 은퇴했다는 루머 말이에요."

통화 상대방의 침묵이 들렸다.

"협회 내에서는 그걸 사고로 분류했어요. 던전 사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그 헌터는 누군가를 만났을 거예요. 감정 증폭자를."

유진석의 음성이 낮아졌다.

"그리고 그 사람은 감정을 완전히 잃었어요. 그 이후로 다시는 능력을 쓸 수 없게 되었고, 협회는 그것을 감춘 거예요."

"이준호는 그렇게 되지 않을 거예요."

서연주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다짐이었다.

"당신이 보호하겠다는 뜻인가요?"

유진석이 물었다.

"네. 그리고 우리 모두가."

---

협회 15층 이태현 실장의 사무실. 벽 한쪽은 통창이었고, 서울 전역이 내려다보였다.

보좌관 박민준이 파일을 놓으며 말했다.

"서연주의 성장 원인을 파악할 수 없습니다. 기술 업그레이드도, 약물 투여도, 신비로운 아이템 획득도 없었습니다. 단지... 지난 열흘간 그녀는 협회 내 특별한 누군가를 만났습니다."

이태현이 고개를 들었다.

"특별한 누군가?"

"지원가 이준호. 협회 소속 3년, 특이사항 없는 평범한 직원입니다. 하지만 서연주와의 만남 직후부터 모든 게 달라졌습니다."

파일이 펼쳐졌다. 이준호의 프로필 사진이 나타났다. 서른 살, 평범한 얼굴, 특별할 것 없는 신체능력. 협회 데이터베이스에서 가장 흔한 유형의 지원가였다.

그런데 이태현의 얼굴이 굳었다.

"그 사진... 언제 찍힌 거야?"

"3년 전 입사 당시입니다. 그 이후로 서류상 변동이 없습니다."

"최근 영상이 있나?"

박민준이 다른 파일을 꺼냈다. CCTV 영상이 재생되었다. 협회 지하 주차장. 이준호가 서연주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화면이 일부 손상되었다. 일렁이는 영상 노이즈. 마치 강한 에너지가 방출된 흔적처럼.

"영상이 손상되었습니다. 보안팀이 확인하고 있는 중입니다만... 비정상적인 마나 파동의 흔적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태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창밖의 서울이 그대로였지만, 무언가가 바뀌었다. 협회의 신분제는 절대적이어야 했다. S급 헌터, A급 헌터, 그리고 그 아래의 모든 것들. 그 질서가 흔들리는 순간, 협회 전체가 붕괴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의 권력도 함께.

"이준호를 찾아. 지금 당장."

"네, 실장님."

"그리고 박민준."

"예?"

"이 파일은 어디에도 보고하지 마. 엘리트 팀 내에서만 관리해."

박민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오래전부터 이태현의 진짜 속내를 알고 있었다. 협회의 안정을 위해서라는 명목이었지만, 실상은 권력의 유지였다. 그리고 이준호라는 변수는 그 권력을 흔들 수 있는 존재였다.

---

카페 밖에서, 협회 특수팀이 진입 준비를 하고 있었다. 검은 복장의 요원들이 출입구를 포위했다.

이준호의 휴대폰이 울렸다.

서연주였다.

"협회 특수팀이 출동했어요. 당신이 있는 카페로 향하고 있어요. 5분 안에 도착할 거예요."

목소리가 급했다.

이준호가 김준영을 바라봤다. 그의 얼굴은 여전히 젖어 있었다. 하지만 눈은 달라져 있었다. 분노가 아니라, 결연함이 담겨 있었다.

"당신은 두 가지 선택지가 있어요."

서연주의 목소리가 계속됐다.

"첫 번째는 숨는 거예요. 우리가 당신을 계속 숨겨줄 거예요. 협회 눈을 피해서 살아가는 거죠. 하지만 그럼 당신의 능력도 영원히 숨겨져야 해요. 그리고 이런 일이 계속 반복될 거고."

이준호가 침묵했다.

"두 번째는 나서는 거예요. 모든 걸 드러내는 거예요. 당신이 뭔지, 당신의 능력이 뭔지. 그럼 협회와 대면하게 될 거고, 당신은 더 이상 평범한 지원가가 아니게 될 거예요."

"그럼 뭐가 달라지는데?"

이준호가 물었다.

"공개된 사건이 되는 거예요. 협회가 당신을 은폐하려는 순간, 세상이 알게 되는 거예요. 감정 증폭자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걸. 그럼 협회도 함부로 움직일 수 없어요."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 자신이 나서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협회의 추적, 권력자들의 시선, 세상의 이목. 모든 것이 자신을 향할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는 또 다른 것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숨으면, 김준영 같은 사람들은 계속 혼자일 것이라는 것. 자신의 능력이 필요한 사람들은 계속 그것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은 평생 평범한 지원가로 남을 것이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감정이 계속 마모될 것이라는 것.

**[이준호 감정 마모도: 31%]**

상태창이 떠올랐다. 이미 31%가 사라졌다. 계속 숨으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이 수치는 계속 올라갈 것이다. 20년 전 그 헌터처럼, 자신도 결국 감정을 완전히 잃게 될 것이다.

하지만 나서면?

나서면 세상이 자신을 알게 되고, 협회는 자신을 더 이상 은폐할 수 없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은 자신의 방식대로 살 수 있을 것이다.

"이준호?"

서연주가 물었다.

"당신이 정말 필요한 건 뭐예요?"

그 질문 앞에서, 이준호는 침묵했다. 자신이 정말 필요한 것이 뭔지, 그것이 자신의 진정한 욕구인지, 아니면 타인에게 필요하기를 원하는 왜곡된 욕망인지, 그것을 구분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김준영의 손이 자신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는 것. 그 손의 온기가 자신에게 전해지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순간이 자신을 평범한 지원가에서 무언가 다른 것으로 만들고 있다는 것.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는 순간. 그것이 자신을 움직이게 했다.

이준호는 천천히 호흡을 내쉬었다. 가슴이 철렁거렸다. 손가락이 저렸다. 마치 자신의 심장이 누군가의 손에 쥐어지는 것 같은 감각.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입을 열었다.

"함께하겠습니다."

목소리는 낮았지만 명확했다.

"뭐가?"

"모든 걸요. 협회와의 대면도, 세상의 이목도, 모든 걸요."

서연주의 숨이 차왔다.

"당신이 감정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어요. 20년 전처럼."

"알아요."

이준호가 말했다.

"그래도 괜찮아요. 누군가 나를 필요로 하는 게 더 중요해요."

---

이준호는 천천히 일어섰다. 김준영도 함께 일어났다.

"나가자."

이준호가 말했다.

"지금?"

"지금이야."

이준호는 카페의 테이블에 한 장의 종이를 놓았다. 주머니에서 꺼낸 펜으로 글씨를 썼다.

**"감정 증폭자 이준호입니다. 협회와 대면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자신의 휴대폰 번호를 적었다.

"이거 뭐하는 거야?"

김준영이 물었다.

"증거를 남기는 거야. 내가 자발적으로 나섰다는 증거."

이준호가 말했다.

"그럼 협회가..."

"협회는 이걸 은폐할 수 없어. 이미 너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으니까."

이준호가 카페 문을 향해 걸었다.

그 순간, 카페 문이 열렸다.

협회 특수팀의 요원들이 진입했다. 검은 복장, 냉정한 표정. 그들의 뒤에는 이태현의 보좌관 박민준이 서 있었다.

"이준호. 협회 특별 조사를 받아야 한다."

박민준이 말했다.

이준호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항복의 제스처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그 순간, 이준호의 손에서 빛이 떠올랐다. 아주 미세한 것이었다. 하지만 분명했다. 감정 증폭자의 능력이 눈에 띄게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카페 내의 모든 사람들이 그것을 봤다.

그리고 그 순간, 카페 구석 테이블에 앉아 있던 중년 남성의 휴대폰에서 카메라 셔터음이 났다. 그는 협회 관계자 같은 인물이 아니었다. 평범한 직장인. 하지만 그의 눈은 반짝였다. 이것이 뉴스거리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는 재빨리 영상을 어디론가 전송했다.

---

협회 본부 15층. 이태현의 화면에 SNS 알림이 떴다.

**【속보】협회 직원 체포 현장 포착 - "감정 증폭자"라는 글귀와 함께**

영상이 떠올랐다. 강남역 카페 내부. 이준호의 손에서 떠오르는 빛. 그리고 협회 특수팀이 그를 포위하는 모습.

댓글이 폭주했다.

**"뭐 이게 진짜야?"**

**"협회가 뭐하는 곳이야?"**

**"감정 증폭자? 초능력?"**

**"이건 뉴스 아닌가?"**

이태현이 일어섰다.

"이게 뭐야? 어떻게 영상이 나갔어?"

박민준이 화면을 바라봤다.

"카페 내 누군가가 촬영해서 올린 것 같습니다. 이미 주요 언론사들이 반응하고 있어요."

이태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막아. 지금 당장 이 영상을 모두 삭제해."

"삭제 중인데요, 실장님."

박민준의 목소리가 담담했다. 하지만 화면 너머로 보이는 것은 통제 불능의 상황이었다. 협회 내부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흔들리고 있었다. 직원들의 긴급 연락, 보도자료 작성 중단, 대외 대응팀의 혼란.

"근데 너무 빨리 퍼졌어요. 이미 수십만 건의 공유가 있습니다."

박민준은 화면을 계속 바라봤다. 협회가 20년간 유지해온 통제 체계가 눈 앞에서 무너지고 있었다. 직원들의 긴급 연락이 끊겼다. 언론 전화가 폭주했다. 이태현의 지시가 현장에서 이행되지 않고 있었다.

이태현이 창밖을 내려다봤다. 서울의 야경이 여전히 아름다웠다. 하지만 그 아래에서, 뭔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것은 변화였다.

협회가 20년간 숨겨온 비밀이, 이제 표면으로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평범한 지원가 이준호가 있었다.

협회 내부 통신이 두절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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