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컨트랙트

강남 금융 타워 52층 회의실. 창밖으로 서울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이준호는 의자에서 일어섰다. 손 위에 작은 마나 결정이 떠올랐다. 협회 의료실에서 채취한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품질이었다. 투명한 자주색으로 빛나는 그것이 세 번 회전했다.

그 순간, 어머니 이혜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준호, 그것을 내려놓아라."

마나 결정이 더 빠르게 회전했다. 이준호의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호흡이 얕아졌다. 눈동자가 마나 색으로 변해 있었다.

마주보는 쪽 긴 테이블에는 아버지 이성준, 어머니 이혜진, 그리고 경영진 3명이 앉아 있었다. 모두의 눈이 그를 향해 있었다. 하지만 이준호는 그들을 보지 않았다.

"50억 투자는 이미 거쳤습니다. 이제 150억을 추가로 요청하신다는 건가요?"

아버지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분노가 담겨 있었다.

이준호는 손을 높이 들었다.

"이 정도 품질의 마나 결정이 현재 시장 가격으로 얼마인지 아십니까?"

"2억 5천만 원."

경영진 중 한 명이 즉답했다.

"우리 헌팅사가 지난 3주 동안 채취한 고급 결정의 총액은 1,200억 원입니다. 메이저 헌팅사들이 1년에 버는 순이익과 같은 수치를 3주 만에 달성했습니다. 150억은 그 수익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입니다."

이준호의 음성은 차분했다. 하지만 손에 든 마나 결정이 흔들릴 정도로 힘이 들어가 있었다.

어머니가 입을 열었다.

"그 정도 수익은 환상입니다. 혹은 불법입니다."

"불법이 아닙니다. 협회 공식 등록 게이트에서 채취했습니다."

"그렇다면 환상이군요. 그런 효율이 지속될 리 없습니다."

이혜진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그 리듬은 규칙적이었고, 냉정했다.

"우리 가문은 금융과 부동산으로 50년을 버텨왔습니다. 그 이유는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입니다. 너는 지금 도박을 하고 있습니다. 게이트 채취 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불가능한 수익을 믿고 우리 자산을 낭비하고 있습니다."

"낭비가 아닙니다. 투자입니다."

"투자는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입니다. 너는 관리하고 있는가?"

침묵이 떨어졌다. 마나 결정이 이준호의 손 위에서 회전을 멈추었다.

아버지가 다시 말했다.

"150억을 투자하면 가문의 자산은 적어도 5년 동안 유동성이 묶일 것입니다. 그 사이 시장 변동에 대응할 수 없게 되죠. 회장으로서 나는 그 책임을 질 수 없습니다."

"그럼 100억이면 어떻습니까?"

"근거가 있는가?"

"지난 3주 데이터가 근거입니다."

"3주는 샘플이 아닙니다. 데이터가 아닙니다."

이혜진이 다시 나섰다. 그녀의 목소리는 어머니의 것이었지만, 그 안에는 경영진으로서의 냉정함이 가득했다.

"준호. 너는 우리 가문의 자산이었다. 결함이 있었지만, 그래도 자산이었다."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이준호의 손가락이 경직되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산. 그 단어가 그의 목을 조였다. 아들이 아닌 자산. 사람이 아닌 소유물. 그 단어의 무게가 그를 짓눌렀다.

"그런데 언제부터는 자신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파괴하려고 한다. 그것을 나는 모성으로 봐줄 수 없다. 나는 경영인으로서만 너를 봐야 한다."

이준호는 마나 결정을 다시 떠올렸다. 이번에는 더 크게. 손 위에 주먹만한 크기의 결정이 나타났다. 손이 떨렸다. 호흡이 얕아졌다.

"E등급 헌터의 신체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협회 공식 기록에도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했습니다. 3주 동안 계속 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있습니까?"

"없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위험합니다."

어머니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녀의 움직임은 단호했다.

"150억은 안 됩니다. 100억도 안 됩니다. 50억 이상의 추가 투자는 이사회 승인 없이 불가능합니다. 이사회는 열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제 개인 자산으로 투자하겠습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높아졌다.

"신탁 자산은 30세까지 운용이 제한됩니다. 너는 아직 27입니다."

"법원 승인을 받겠습니다."

"6개월이 걸립니다. 너는 6개월을 기다릴 수 있습니까?"

침묵. 이번에는 길었다.

이준호는 마나 결정을 손으로 쥐었다. 그것이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나는 공기 중으로 흩어졌다.

아버지가 말했다.

"50억 추가. 조건은 두 가지다. 첫째, 3개월 내 순이익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즉시 프로젝트를 중단할 것. 둘째, 헌팅사 운영에 우리 가문의 인사를 배치할 것."

이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운영진 배치는 안 됩니다."

"그러면 거래는 성립하지 않습니다."

"박세진이 운영 대표가 될 것입니다. 가문의 인사는 감시 역할만 하면 됩니다."

"그것도 불가능하다. 우리는 투자자로서 경영 참여권을 요구한다."

"그럼 투자는 없다고 봐야 합니다."

이준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하지만 그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아니, 정확하게는 눈이 없었다. 눈동자가 마나 색으로 변해 있었다.

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한 발 물러섰다.

"준호?"

"50억 추가. 경영 참여권은 없습니다. 대신 분기별 수익 보고와 감시 인사 배치는 수락하겠습니다."

"그것은—"

"그것이 제 최종 제안입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변했다. 더 이상 아들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계약자의 목소리였다.

아버지와 어머니가 눈을 마주쳤다. 그 사이에는 수십 년의 결혼생활과 경영 경험이 오갔다.

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50억 추가. 하지만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뭡니까?"

"우리에게 정기적으로 만나야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그리고 너의 건강 상태를 의료진에게 보여야 합니다."

이준호는 일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이 다시 정상으로 돌아왔다.

"알겠습니다."

---

5일 후. 협회 공식 등록 신청서가 승인되었다.

강남구 테헤란로 35길의 새로 지은 빌딩 1층에 '컨트랙트' 현판이 붙었다. 검은 바탕에 금색 글씨. 글씨 아래로는 가는 선이 한 줄 그어져 있었다.

기자들이 몰려 있었다. 협회 공식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헌터 협회 부회장 김태준이 연단에 섰다. 그의 옆에는 이준호가 서 있었다.

"'컨트랙트'는 국내 신규 헌팅사로서 협회 공식 등록을 완료했습니다. 대표는 박세진 B등급 헌터이며, 기술 담당은 유민서 C등급 헌터입니다. 초기 팀원으로 B등급 헌터 2명이 영입되었습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협회는 모든 신규 헌팅사가 공정한 경쟁 환경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습니다."

김태준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웃지 않았다.

기자 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이준호 회장님, E등급 헌터가 헌팅사를 설립한 것은 전례가 없습니다. 경영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회장이 아닙니다. 이사입니다."

"그렇다면 자금 출처는?"

"개인 자산과 가문의 투자입니다."

"50억 규모라고 들었는데, 이것으로 충분할까요?"

이준호는 한 발 앞으로 나갔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그를 따라 움직였다.

"충분하지 않다면 이렇게 해보겠습니다."

그의 손 위에 마나가 모여들었다. 기자들이 술렁거렸다. 협회 관계자들이 몸을 앞으로 숙였다.

작은 구체가 형성되었다. 손가락 끝에서 시작된 마나는 점점 커졌다. 주먹만한 크기. 그 다음은 사과만한 크기.

"이것은 E등급 헌터가 생성할 수 없는 마나입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울렸다.

"협회 기록상 E등급의 마나 생성 능력은 최대 손가락 끝 크기입니다. 저는 그것을 10배로 초과했습니다."

마나 구체가 터졌다. 그 에너지가 주변 공기를 흔들었다. 기자들이 뒷걸음질 쳤다.

"이것이 '컨트랙트'의 차별성입니다.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능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우리가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침묵이 떨어졌다. 그 침묵은 무거웠고, 절대적이었다.

카메라 플래시가 다시 터졌다. 이번에는 더 많이. 더 빠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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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11시. 박세진의 사무실.

이준호는 의자에 앉아 있었다. 박세진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 하는 거야?"

"뭐 하는 게 보여?"

"계약 마법을 쓰고 있는 것처럼 보여."

박세진이 한 발 다가섰다. 그의 눈이 이준호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기자회견 때와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마나 색으로 변했던 눈동자는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표정이 없었다. 게이트에서 채취하던 때의 이준호와는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지난 3주를 정확히 기억해? 우리가 뭘 했는지."

이준호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의 손가락이 책상을 두드렸다. 리듬이 불규칙했다.

"...게이트를 찾았습니다."

"그 다음은?"

"마나를 채취했습니다."

"그 다음은?"

이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마나 색이 깜박거렸다. 마치 신호가 끊기는 것처럼.

"...모르겠습니다."

박세진이 이준호의 어깨를 잡았다.

"3주 동안 뭘 했는지 기억을 못 한다고? 그게 말이 돼?"

"계약의 대가입니다."

"대가? 뭐가 대가야?"

"기억입니다. 감정입니다."

박세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넌 지금 뭘 말하는 거야?"

"협회가 우리를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박세진이 이준호에게서 손을 뗐다. 모니터를 켰다. 협회 공지사항이 떠올랐다.

— 『컨트랙트 헌팅사의 고등급 마나 생성 원리에 대한 학술 조사』

"이거?"

"네. 학술 조사라는 명목이지만, 실제로는 우리를 압박하기 위한 것입니다."

"얼마나 위험한데?"

"매우. 만약 계약 마법의 존재가 협회에 인식되면, 우리는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됩니다. 금지된 마법으로 분류될 겁니다."

박세진이 의자에 앉았다. 그의 얼굴에 피로가 묻어났다.

"그럼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뭐야?"

"더 많은 게이트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협회가 압박하기 전에, 우리가 독점할 수 있는 만큼 독점하는 것입니다."

"그건 현실적이지 않아. 게이트를 발견하는 데만 해도 시간이 걸려."

"저는 시간을 다시 계약할 수 있습니다."

박세진이 이준호를 바라봤다.

"또 계약을 하려고? 넌 이미 얼마나 많이 잃었는지 알아?"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대답을 모르기 때문이었다. 3주간의 기억이 구멍처럼 뚫려 있었다. 왜 그 돈을 썼는지도 모르고, 누구와 만났는지도 모르고, 무엇을 말했는지도 모르고 있었다.

박세진이 일어났다.

"유민서를 불러. 그리고 내일부터 3팀으로 나눠서 게이트를 찾자. 하지만 너는 이번에는 가지 않는다."

"왜?"

"넌 너무 많이 계약하고 있어. 더 이상은 안 된다."

이준호의 눈이 마나 색으로 변했다.

"저는 E등급 헌터입니다. 계약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우리에겐 시간이 없습니다."

"그래서 뭐 하려고? 자신을 완전히 파괴할 때까지 계약을 계속할 거야?"

침묵이 떨어졌다.

박세진은 이준호를 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준호는 더 이상 박세진을 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어딘가 멀리, 암흑 속을 향하고 있었다.

그 어딘가에서 라이라의 목소리가 울렸다.

"더 계약하겠는가?"

이준호의 눈동자가 마나 색으로 깜박거렸다.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다.

"네."

그 순간, 이준호는 자신의 목소리인지 라이라의 목소리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둘이 겹쳐 있었다. 섞여 있었다.

박세진이 이준호의 팔을 잡으려 했다. 손가락들이 그의 팔을 스쳐 지나갔다. 마나 장벽이 형성되어 있었다.

"준호!"

박세진의 손이 다시 이준호를 잡으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들이 무언가 보이지 않는 벽에 막혔다. 마나 장벽이 점점 두터워졌다. 이준호의 몸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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