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강현의 휴대폰은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

임도영. 다섯 번째.

밤 12시 42분, 용산구 어린이집 담장 밖. 강현은 화면을 보지 않은 채 호출을 거절했다. 어린이집 창문 너머로 민지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숨을 쉬고 있었다. 아버지의 유산으로 예약된 자리에서, 평온하게.

그 평온함을 깨뜨릴 수 없었다.

휴대폰을 끈 강현은 차로 향했다. 서울 중앙 지점. 가야 했다. 임도영을 만나야 했다. 박수진의 타임칩을 회수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리고, 그 결과를 감당해야 했다.

운전석에 앉은 강현의 손가락이 경련처럼 떨렸다. 3년 전, 그 손가락으로 무고한 대학생 서준영의 30년을 회수했었다. 그리고 지금, 그 손가락으로 박수진의 100년을 돌려줬다.

'이 체계가 잘못되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말했다. 임도영에게. 경찰에게.

---

서울 중앙 지점의 회수팀 사무실은 밤 1시였음에도 불이 켜져 있었다. 임도영은 강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으셨네요."

회의실 중앙의 테이블 앞에 앉은 임도영은 웃지 않았다. 강현이 앉자, 임도영은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박수진의 회수 유보. 공식적으로 기록되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의 타임칩 소모량도 확인했습니다. 3일을 빌려주셨군요."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임도영은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향했다. 서울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밤의 도시에서 수백만 개의 타임칩이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각각의 신호는 각각의 생명이었고, 각각의 빚이었다.

"당신을 회수팀장으로 만든 것은 내입니다."

임도영이 말했다.

"당신의 능력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골든핑거. 어떤 회수자도 가질 수 없는 능력. 그래서 당신에게 5건의 대형 채무 사건을 맡겼습니다. 마지막 임무라고 했을 때, 당신은 기꺼이 받았습니다."

"맞습니다."

"3년 전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강현의 호흡이 얕아졌다.

"중랑구 대학생. 이름은 서준영. 당신이 타임칩 신호를 잘못 추적했고, 그 결과 무고한 사람의 30년을 회수했습니다. 죽음이 즉각 따랐습니다."

임도영은 돌아섰다. 강현을 마주봤다.

"당신은 그 죄로 매달 시간을 갚고 있습니다. 현재 당신의 남은 시간은 555일. 정확히는 555일 3시간 22분입니다."

강현의 턱이 움직였다. 경동맥이 요동쳤다. 그 숫자를 들으면서 자신의 죽음이 얼마나 가까운지를 비로소 체감했다. 추상적인 숫자가 아니라, 실제의 종말로 느껴졌다.

"당신도 알고 있습니다. 우리 둘 다 알고 있다는 것을."

임도영이 한 발 가까워졌다.

강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임도영의 눈은 검정색이었다. 그 눈 속에는 통제와 확신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이 내 죄를 알고 있다는 것. 당신이 그것을 통제의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것."

강현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떨리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당신도 알아야 합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의 손가락 위에서 춤을 추지 않겠습니다."

강현이 일어섰다. 임도영과의 거리는 1미터였다. 창가의 야경이 그들 사이에 떨어진 빛처럼 보였다.

"박수진의 회수는 유보합니다. 그리고 남은 채무자들에 대해서도, 회수 명령이 내려오더라도 이 체계가 옳지 않다는 것을 입증할 때까지 응하지 않을 것입니다."

"당신은 무엇을 생각하고 있습니까?"

임도영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하지만 그 차분함 아래로 분노가 흐르고 있었다.

"이 체계를 바꿀 수 있다고?"

"모릅니다. 하지만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과 바꿀 수 없다고 포기하는 것은 다릅니다."

"당신은 555일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그 짧은 시간으로 무엇을 하겠습니까?"

강현은 임도영을 마주봤다. 그 눈동자 속에 자신의 죄책감을 본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것만이 아니라, 이 체계 전체의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강현이 말했다.

회의실을 나올 때, 임도영의 목소리가 뒤따랐다.

"당신은 회수팀장 자격을 박탈합니다. 내일부터 당신은 크로노스 그룹의 직원이 아닙니다. 경찰에 신고하겠습니다. 업무 유기. 채무 회수 방해. 당신의 죄는 이제 법적으로도 확정될 것입니다."

강현은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복도로 나왔다. 회의실의 불이 꺼졌다.

---

엘리베이터 안에서 강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이번에는 심장박동이 아니라, 진짜 두려움이었다.

경찰. 체포. 법정.

그것들이 남은 555일을 더 짧게 만들 것이었다. 하지만 강현은 그것을 감당하기로 결정했다. 이준호의 얼굴을 떠올렸다. 박수진의 얼굴을 떠올렸다. 민지의 얼굴을 떠올렸다.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

로비에서 서태환이 기다리고 있었다.

"팀장님."

서태환의 얼굴은 창백했다. 강현이 다가가자, 서태환은 주변을 살폈다.

"박수진이 함정입니다."

강현의 눈이 벌어졌다.

"임도영이 당신을 시험하기 위해 배치한 채무자입니다. 3일의 시간은 실제 채무가 아니었고, 당신이 규칙을 어길 것을 예측한 함정이었습니다."

강현의 손이 주먹으로 쥐어졌다. 주먹이 떨렸다. 그렇다면 자신이 한 선택은 이미 예상된 것이었다는 뜻인가? 임도영이 자신을 시험했다는 뜻인가? 지난 며칠간 박수진을 지키기 위해 느꼈던 죄책감, 그것마저도 임도영의 계산 속에 있었다는 뜻인가?

"박수진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강현이 물었다.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분노가 흐르고 있었다.

"강남역 지하 5층에 있습니다.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서태환이 계속했다.

"경찰도 이미 그곳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당신이 그곳으로 가면 함정에 빠집니다."

강현은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분노와 혼란이 뒤섞여 있었다. 임도영이 자신을 시험한 이유가 무엇인가? 단순히 통제를 확인하기 위함인가? 아니면 더 깊은 의도가 있는 것인가?

"이 체계를 바꿀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서태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회수를 거부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충분하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이 체계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수자들 중에도, 채무자들 중에도. 당신의 선택이 신호가 될 것입니다."

서태환의 눈이 흔들렸다. 그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결의였다. 강현은 서태환을 처음으로 진정한 동료로 봤다. 회수팀의 부팀장이 아니라, 이 체계를 함께 바꾸려는 누군가로.

"당신이 속한 조직은 무엇입니까?"

"지금은 말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그것을 알아야 할 때가 올 것입니다."

"차를 가져왔습니까?"

"지금 떠나셔야 합니다. 임도영이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서태환이 로비의 출입구로 향했다. 강현도 따라갔다. 밤의 서울이 펼쳐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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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는 용산구 어린이집으로 향했다.

"민지를 데려가야 합니다."

강현이 말했다.

"알고 있습니다."

서태환이 답했다.

어린이집 담장 밖에서 강현은 멈췄다. 밤 1시 50분. 아이들의 숙면 시간이었다. 서태환이 어린이집 원장의 연락처를 찾아냈다. 강현은 전화를 걸었다.

"죄송합니다. 긴급 상황입니다. 이준호의 딸 민지를 데려가야 합니다."

원장의 목소리는 의심으로 가득했다. 강현은 말을 이었다.

"아이가 위험에 처해 있습니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지키기 위해 임시로 보호해야 합니다."

"보호자 동의는 있으신가요?"

강현은 침묵했다. 원장은 계속했다.

"이준호 님의 유언장에 지정된 보호자가 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있습니다."

거짓이었다. 강현은 이준호의 유언장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필요한 거짓이었다.

"저입니다. 저에게 민지를 맡기기로 했습니다."

원장은 여전히 의심했지만, 강현의 목소리에서 나오는 절박함을 느꼈다. 그리고 아이의 안전이 최우선이라는 판단이 이겼다.

"알겠습니다. 아이를 깨우겠습니다."

강현은 어린이집으로 들어갔다. 복도를 따라 침실로 향했다. 민지는 여전히 자고 있었다. 다른 아이들과 함께, 평온하게.

강현은 민지를 안았다. 아이는 곧 깨어났다.

"어디로 가요?"

"안전한 곳으로."

민지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아버지를 잃은 아이는 이미 세상이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서태환이 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강현과 민지가 탔다. 엔진이 시동했다.

"어디로 갑니까?"

강현이 물었다.

"시간 빈민가. 김준석의 영역 바깥. 그곳에 당신을 도울 사람들이 있습니다."

차가 움직였다. 밤의 서울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강현의 타임칩은 신호를 울렸다. 새로운 신호였다.

경찰. 체포 지명. 출입 금지 대상.

강현은 화면을 꺼버렸다.

---

경찰차 사이렌은 밤 1시 47분, 용산구 어린이집 앞에서 울렸다. 담당자는 이미 공지했다. 강현이 아동을 무단으로 데려갔다고.

하지만 강현과 민지는 이미 도시의 외곽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고속도로로 진입한 지 3분 후, 경찰차가 뒤에서 나타났다. 사이렌이 울리고 있었다. 서태환은 가속했다. 밤의 고속도로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차는 시속 140킬로미터로 달렸다.

"신호를 차단할 수 있습니까?"

강현이 물었다.

"이미 준비했습니다."

서태환이 손을 들었다. 타임칩 신호 차단 장치였다. 작은 검은 상자였다. 서태환이 스위치를 눌렀다.

차의 화면이 깜빡였다. 타임칩 신호가 사라졌다. 뒤의 경찰차도 신호를 잃었다. 사이렌은 계속 울렸지만, 경찰은 더 이상 강현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었다.

서태환은 고속도로를 빠져나갔다. 시골 도로로 들어섰다. 경찰차는 교차로에서 멈췄다. 신호를 잃었기 때문이었다.

차 안에서 강현은 자신의 타임칩을 봤다. 신호 차단 상태였다. 이제 자신은 시스템 밖의 사람이 되었다. 회수자도 아니고, 법의 보호를 받는 시민도 아닌.

민지가 강현의 손을 잡았다.

"무서워요."

"알아."

"아빠를 죽인 사람이 당신이에요?"

강현의 손이 멈췄다. 그 질문이 얼마나 정확한 질문인지 강현은 알고 있었다. 자신이 이준호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것을. 규칙을 따랐을 뿐이지만, 그것이 이준호를 죽였다는 것을.

"내가 너를 지키겠어."

강현이 말했다.

"아버지처럼?"

"아버지보다 더."

강현의 손가락이 민지의 손 위에서 멈춰 있었다. 그것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약속이었다. 설명이 아니라, 행동으로. 죽음이 아니라, 삶으로.

밤은 계속되었다. 차는 시골 도로를 달렸다. 뒤의 경찰차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

새벽 3시 15분, 강현은 자신의 타임칩을 켰다. 신호 차단이 풀렸다. 화면에는 새로운 메시지가 떠 있었다.

임도영으로부터.

"당신의 선택을 기다렸습니다. 이제 게임이 시작됩니다."

강현은 화면을 껐다. 게임이라는 단어가 마음에 걸렸다. 임도영이 자신을 시험한 이유가 비로소 명확해졌다. 이것은 통제의 확인이 아니라, 더 큰 무언가의 시작이었다.

"어디로 갑니까?"

민지가 물었다.

"모른다."

강현이 답했다.

"하지만 우린 계속 나아가야 해."

서태환은 운전을 계속했다. 목적지는 불확실했다. 하지만 방향은 명확했다. 뒤로가 아니라 앞으로. 죽음이 아니라 생명으로.

강현은 자신의 타임칩을 들었다. 남은 시간이 표시되어 있었다. 정확히 555일 1시간 47분. 그 숫자는 이제 추상적이지 않았다. 자신의 죽음까지의 시간이었다.

그리고 그 시간 동안 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3년 전 서준영 사건의 진실을 규명하는 것.

박수진을 지키는 것.

민지를 살리는 것.

이 체계를 부수는 것.

모두가 가능한가? 강현은 알지 못했다. 불가능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이었다. 서준영처럼, 누군가는 계속 죽을 것이었다. 박수진처럼, 누군가는 계속 거짓 채무에 짓눌릴 것이었다.

"팀장님."

서태환이 말했다.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봤다. 밤이 물러나고 새벽이 밀려오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있었다. 남은 555일이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를 것이었다. 그 시간들이 누군가의 죽음을 위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삶을 위한 것이 될 것이었다.

민지가 강현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차는 계속 달렸다. 새벽의 도로는 조용했다. 경찰차는 더 이상 따라오지 않았다. 하지만 강현은 알고 있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라는 것을. 임도영의 게임이 이제 시작되었다는 것을.

555일. 그 시간 속에서 강현은 회수자에서 누군가로 변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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