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예의 벽
강남역 10번 출구 맞은편 카페. 강현의 휴대폰 화면에 박수진의 신호가 떠올랐다 사라졌다를 반복했다. 신호가 불안정했다. 골든핑거는 타임칩 신호를 직선으로 포착하는 능력이고, 서울 시내 어디든 5분 안에 위치를 고정할 수 있었다. 그런데 박수진의 신호는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것처럼 떨렸다.
강현은 커피를 마시지 않은 채로 테이블을 돌렸다. 노트북을 켜고 서태환이 건넨 메모리칩을 삽입했다. 박수진의 정보가 쏟아져나왔다. 45세, 전직 국토교통부 과장, 현재 건설회사 이사. 가족 관계란에는 아들 이름 하나뿐이었다. 박준호, 25세, 서울대 재학생.
파일을 스크롤하다 강현은 손가락을 멈췄다. 박준호의 의료 기록. 2년 전 희귀질환 진단. 치료비 예상액 1억 5천만 원. 그 다음장. 박수진의 타임칩 거래 기록. 2년 전부터 매달 2년씩 시간 전당포에 팔고 있었다.
100년의 빚이 만들어지는 과정이 한눈에 들어왔다.
강현은 노트북을 닫았다. 임도영의 명령이 귓가에 맴돌았다. '박수진 건은 내일 오전까지 완료하셔야 합니다. 지시입니다.' 음성 메시지는 15분 전에 들어왔다. 이제 9시간 45분이 남아 있었다.
강현은 골든핑거를 다시 시도했다. 능력을 더 강하게, 더 깊게 밀어붙였다. 타임칩 신호의 간섭을 뚫고 들어가려 했다. 이마에 맺힌 땀이 흘렀다. 일주일의 시간이 소모되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신호가 고정됐다.
강남구 논현동. 한 아파트 단지. 높이 35층, 분양가 40억 대. 박수진은 거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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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정각. 강현은 아파트 현관 앞에 섰다. 비밀번호 입력은 간단했다. 서태환이 미리 확보한 정보였다. 32층, 3202호.
엘리베이터 안에서 강현은 자신의 타임칩을 봤다. 화면에 떠 있는 숫자. 1년 8개월 27일. 정확히는 1년 8개월 27일 3시간 14분.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정확한 계산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일이 올 때마다 줄어들 테니까.
문을 두드렸을 때 박수진은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현관을 열고 나온 여자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고, 그 위 눈빛은 공포로 가득했다.
"당신이..."
"시간 전당포 회수팀. 강현입니다."
박수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스크 아래로 입술이 떨렸다. "아직 기한이..."
"7일 남았습니다."
"그럼 왜 지금..."
"명령입니다."
강현은 실내로 들어섰다. 거실은 고급 가구로 가득했다. 창밖으로는 서울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하지만 어딘가 어색했다. 가구는 고급이었지만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었고, 냉장고에서는 음식 상한 냄새가 났다.
"아들은?"
박수진이 몸을 굳혔다. "방에..."
문이 열렸다. 청년이 나왔다. 얼굴이 창백했고 한쪽 팔에 거즈가 감싸여 있었다. 수술 흔적이 선명했다. 박준호였다.
"엄마?" 청년이 엄마를 봤다가 강현을 발견했다. 얼굴이 굳어졌다. "누구세요?"
"박준호 씨, 안녕하세요."
강현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박준호는 즉시 무언가를 깨달은 듯 엄마 앞에 섰다.
"엄마, 이 사람이..."
"준호, 방으로 들어가."
"엄마!"
박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지금 엄마 말 좀 들어."
박준호는 움직이지 않았다. 엄마와 강현 사이에 서 있었다. 강현은 박수진의 타임칩을 봤다. 손목에 차 있는 팔찌 형태의 기계. 화면에 떠 있는 숫자. 28일 4시간.
"남은 시간 28일 4시간이네요."
"그래요. 그럼... 내일이 아니라 지금?"
"명령이 오늘 밤입니다."
박수진의 얼굴이 무너져 내렸다.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리고 갑자기 아들 손을 잡았다. 박준호가 놀라 엄마를 봤다.
"준호, 엄마 말을 들어."
"엄마, 뭐..."
박수진이 자신의 타임칩을 풀었다. 손목에서 벗어난 팔찌가 푸른 빛을 냈다. 28일의 시간이 담긴 칩. 박수진은 그것을 아들의 손에 쥐여줬다.
"이거 받아."
"엄마, 이게..."
"엄마가 너한테 주는 거야. 너는 이거 가지고 있어."
박준호의 손이 떨렸다. "엄마, 뭐 하는 거야? 이거 받으면..."
"그래. 엄마는 없어진다. 하지만 넌 살아야 해."
강현이 움직였다. 손을 들었다. 박수진을 멈추려던 몸짓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박준호가 타임칩을 떨어뜨렸다. 칩이 바닥에 떨어지고 굴러갔다.
"아니야, 엄마! 아니야!"
박준호가 엄마를 안았다. 약해진 팔로, 수술 후유증으로 힘이 없는 팔로, 그래도 엄마를 놓지 않으려고 안았다.
"내가 시간 팔 거야. 내가 벌어서 갚을 거야. 엄마, 내가 이미 시간을 팔기 시작했어."
박수진이 아들을 안아줬다. 그 순간, 엄마도 아들도 울기 시작했다.
강현은 떨어진 타임칩을 봤다. 화면이 깜박거렸다. 시간이 흘러가고 있었다. 28일이 27일 23시간으로 줄어들었다.
강현의 입술이 움직였다.
"당신의 아들도 당신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거예요."
박수진이 얼굴을 들었다. 강현을 봤다. 그 눈빛에는 절망이 가득했다. 하지만 아들을 보는 그 눈빛에는 사랑만 있었다.
강현은 박준호가 엄마를 지키려는 모습을 봤다. 죽음 앞에서도 엄마를 놓지 않으려는 아들의 손. 그것이 강현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박수진이 빚을 진 것도, 도망친 것도, 결국 아들 때문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아들이 지금 엄마를 살리려고 하고 있다는 것을.
"당신이 빚을 진 것도, 도망친 것도, 아들 때문입니다. 아들을 위해 시간을 팔았고, 아들을 보호하려다 여기까지 왔다. 그런데 당신의 아들은 당신의 죄를 용서하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당신을 살려주고 싶어 하고 있습니다."
박수진의 입술이 떨렸다. 말을 하려 했지만 나오지 않았다.
강현은 떨어진 타임칩을 집어 들었다. 손가락이 칩의 표면에 닿는 순간, 강현의 호흡이 정지했다. 타임칩의 신호가 강현의 손을 타고 흘러들어왔다. 28일의 시간. 그리고 그 시간 속에 담긴 모든 기억. 박수진이 아들의 손을 잡고 병원 복도를 걷던 날. 아들의 수술 비용을 내기 위해 시간 전당포에 들어간 날. 매달 자신의 생명을 조각내어 팔던 날들.
강현의 손이 떨렸다. 타임칩을 놓지 못했다. 놓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 손가락이 이 칩을 회수하는 순간, 박수진은 죽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시간이 모두 회수되면, 몸은 즉시 정지했다. 심장이 멈췄다. 이것이 '회수'라는 것의 정체였다. 죽음의 다른 이름일 뿐이었다.
강현이 타임칩을 박수진의 손에 돌려줬다.
"내일이 아닙니다. 시간을 더 드리겠습니다."
박수진이 멍하니 강현을 봤다. "뭐... 뭐라고요?"
"기한을 연장하겠습니다. 당신은 아직 죽을 수 없습니다."
박준호가 어머니를 더 단단히 안았다.
강현은 아파트를 나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자신의 타임칩을 다시 봤다. 1년 8개월 27일 3시간 14분. 여전히 흘러가고 있었다. 초침이 움직이는 것처럼, 정해진 시간이 한 발씩 사라지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임도영의 목소리였다.
"팀장님."
"네."
"박수진 건은 어떻게 됐습니까?"
강현이 대답하지 않았다.
"팀장님? 내일 오전까지 완료하신다던데요."
"진행 중입니다."
"진행 중이라니요? 당신의 타임칩 소모가 비정상입니다. 일주일 사용 외에 추가 소모가 기록되고 있습니다."
강현이 침을 삼켰다. 임도영이 그것을 감지했다는 뜻이었다. 박수진의 28일을 만지는 순간, 강현의 타임칩에는 그 기록이 남았다. 접촉했지만 회수하지 않은 기록. 임도영은 정확히 그 이상을 감지하는 사람이었다.
"정확히 무엇을 하신 거죠?"
임도영의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이제 그것은 질문이 아니라 심문이었다.
"박수진을 아직 회수하지 않았습니다."
"... 말씀을 다시 해주시죠."
강현이 강남역을 걸어가고 있었다. 밤 11시 반. 거리는 텅 비어 있었다.
"명령을 거부합니다."
전화 너머에서 임도영의 호흡이 들렸다. 그리고 침묵이 흘렀다. 10초. 20초. 30초. 그 침묵 속에서 강현은 자신이 무엇을 했는지 깨달았다. 처음으로 시간 전당포에 대항했다. 회수자로서의 정체성을 버렸다. 그리고 그것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었다.
강현의 몸이 떨렸다. 손이 아니라 전신이. 3년간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던 회수자의 몸이 이제 죄인의 몸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박수진의 기억이 손가락에 남아 있었다. 아들을 보호하려던 그 절박한 마음이. 명예를 지키려 했던 과거와 그것이 무너져 내린 현재가. 강현은 그 모든 것을 느꼈고, 그것을 회수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이해했습니다, 팀장님."
임도영이 말했다. 목소리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얼음 같은 것이 흐르고 있었다.
"당신의 타임칩 소모가 비정상이라고 했습니다. 정확히는 비정상적 감정 이입으로 인한 소모입니다. 우리는 이를 주의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네."
"내일 오전 9시, 본부에 보고하십시오. 당신의 상태를 재평가해야 합니다."
임도영이 통화를 끊었다.
강현은 한강 다리 위에 섰다. 밤의 물이 검게 흘러가고 있었다. 서울 야경이 물 위에 흔들렸다. 떠다니는 빛들. 그 빛들 중 일부는 죽어가는 사람들이 비춰내는 마지막 반짝임일 것이었다.
강현의 타임칩이 울렸다. 새로운 채무자 신호. 세 번째 대상. 김준석. 그리고 동시에 또 다른 신호. 민지. 그 여자 아이가 있는 곳의 신호가 강현의 화면에 떠올랐다.
아이는 지금 서울 외곽의 어딘가에 있었다. 보육원이 아닌 다른 곳. 강현이 보내려고 했던 그곳. 하지만 그곳에 가는 것은 또 다른 위반이 될 것이었다.
강현은 선택을 해야 했다. 임도영의 소환에 응하거나, 아니면 자신이 시작한 것을 끝내거나.
강현은 한강 다리 위의 난간에 기대섰다. 밤바람이 그의 검은 코트를 흔들었다. 타임칩의 신호들이 화면에 흩어져 있었다. 빨간 점들. 세 번째 채무자 김준석의 신호는 중랑구 쪽에서 맥박처럼 뛰고 있었고, 민지의 신호는 서울 외곽 용산구 방향에서 희미하게 반짝였다.
강현이 기억을 더듬었다. 이준호의 유언장. 그곳에 적힌 주소. 용산구의 작은 어린이집. 강현이 개인적으로 수소문해서 찾아낸 곳이었다. 이준호가 남은 돈으로 미리 예약해둔 곳. 딸이 혼자 남겨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지막 소원.
강현의 손가락이 타임칩을 누르려다 멈췄다. 그 손가락이 떨렸다. 회수자의 손이 이제 떨린다. 3년간 한 번도 흔들리지 않던 손이.
휴대폰이 또 울렸다. 서태환이었다.
"현. 뉴스 봤어?"
"뉴스?"
"박수진. 고위 공무원 비리 적발 뉴스가 터졌어. 정확히 1시간 전. 언론에서 지금 난리야."
강현의 눈이 좁혀졌다. "어떤 비리?"
"뇌물, 권력 남용, 기업 비자금 수수. 다 있어. 근데 이상한 건 타이밍이야. 박수진이 회수 기한 딱 하루 남은 지금 이게 터지다니. 누군가 의도적으로 터뜨린 거 같은데."
강현이 입을 다물었다. 임도영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박수진을 회수하지 않는 강현에 대한 압박. 아니면 경고. 그리고 동시에 박수진의 명예는 무너졌다. 공무원으로서의 경력, 사회인으로서의 신뢰. 그 모든 것이 언론의 손에 산산조각 났다. 박수진은 이제 도망칠 수밖에 없었다.
"현. 너 지금 어디야?"
"한강 다리."
서태환의 침묵이 흘렀다. 그 침묵만으로 충분했다. 서태환도 알고 있었다. 강현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선택하려 하는지.
"박수진 건으로 임도영이 나한테도 압박을 줬어. 너 어제 뭘 한 거야?"
"기한을 연장했습니다."
"... 기한을? 강현, 그건 규칙 위반이야. 너도 알잖아."
"알습니다."
"그럼 왜?"
강현이 대답하지 않았다. 왜. 그 질문에 답할 말이 없었다. 이준호를 죽게 했을 때도, 박수진의 아들이 어머니를 안고 있을 때도, 자신의 손가락이 박수진의 타임칩 위에 멈춰 있었을 때도, 강현은 왜를 모르고 있었다. 그저 멈춰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내일 아침 9시 본부에 나가."
"내가 가면 어떻게 됩니까?"
"글쎄. 임도영이 뭘 할지 난 모르겠어. 하지만 확실한 건 너의 회수자 자격이 위험하다는 거야. 그리고 아마 더 많은 게 위험할 거야."
통화가 끝났다.
강현은 휴대폰 화면을 다시 봤다. 민지의 신호. 그 신호는 여전히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용산구 방향. 거기까지는 차로 20분이면 충분했다. 임도영의 본부까지는 30분. 선택의 시간은 10분이었다.
강현은 다리에서 내려갔다. 강변북로의 야간 도로는 거의 텅 비어 있었다. 몇몇 야간 택시와 밤새 배송을 도는 트럭들만 지나갈 뿐이었다. 강현의 차는 강변북로 진입 램프에 있었다. 검은 제네시스 GV80. 시간 전당포에서 지급한 공용차였다.
차에 탄 강현은 엔진을 켰다. 네비게이션은 두 가지 길을 제시했다. 서울 중앙 지점(본부)으로 향하는 길과 용산구 어린이집으로 향하는 길. 강현의 손은 핸들을 잡았다. 기어를 조작하려는 순간, 휴대폰의 문자 알림이 울렸다.
발신인: 임도영
[박수진 건과 관련하여 추가 지시사항이 있습니다. 내일 오전 9시 전에 완료되지 않을 경우, 당신의 타임칩 소모 기록은 상층부에 보고됩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를 잘 아실 것 같습니다. 당신의 죄에 대한 진실도 함께. -임도영]
강현의 눈이 흔들렸다. 타임칩 소모 기록. 비정상적 감정 이입. 그리고 당신의 죄. 3년 전의 그 사건. 무고한 대학생의 30년을 빼앗은 사건이 다시 도마에 올라올 것이라는 뜻이었다.
강현이 핸들을 놨다. 양손이 떨렸다. 아니, 손이 아니라 전신이 떨렸다. 회수자의 몸이 아니라 죄인의 몸이 떨리고 있었다.
그 순간, 깨달음이 밀려왔다. 박수진의 28일을 손에 들 때마다, 강현의 타임칩은 깎여 나갔다. 접촉했지만 회수하지 않은 그 행위 자체가 대가였다. 이미 3일이 사라졌다. 박수진을 살리기 위해 강현이 치른 시간의 값.
강현은 자신의 타임칩을 봤다. 화면에 떠 있는 숫자가 변했다.
1년 8개월 24일 16시간 3분.
3일이 사라졌다.
강현은 기어를 Drive로 조작했다. 본부로 향하는 길이 아니었다. 용산구였다. 임도영의 위협이 명확했고, 자신의 시간도 한정되어 있었다. 하지만 민지가 살아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실했다. 그리고 박수진도 여전히 도망 중이었다.
밤 12시 40분. 용산구 어린이집은 작은 주택을 개조한 야간 보육 시설이었다. 불이 켜져 있었고, 강현이 문을 두드렸을 때 40대의 여성이 문을 열었다.
"저는... 이준호의 지인입니다."
"아, 당신이 강현님이시군요. 민지가 자주 언급했어요. 아버지가 당신을 정말 고마워했다고요."
강현의 목이 메였다. "민지가... 여기 있습니까?"
"네. 지금 자고 있어요. 처음 왔을 땐 많이 울었는데, 이제는 좀 나아졌습니다. 아이들하고 있으니까."
강현이 안으로 들어갔다. 어린이집의 복도는 작고 어수선했지만, 그곳에는 아이들의 웃음이 담겨 있었다. 벽에는 어린이들의 그림들이 붙어 있었고, 그 중 하나에는 '내 아버지'라는 제목 아래 검은 크레용으로 그려진 남자 모습이 있었다.
민지가 자고 있는 방은 다른 아이들과 함께 있었다. 10명 정도의 아이들이 매트리스에 누워 있었다. 민지는 그 중 한 아이에게 안겨 자고 있었다.
강현이 그 아이를 봤다. 그 얼굴. 이준호의 얼굴이 거기 있었다. 작은 코, 큰 눈. 아버지의 모습을 고스란히 물려받은 그 아이는 평온한 표정으로 자고 있었다. 이제 더 이상 울지 않는 표정으로.
강현은 그 방에서 나왔다. 자신의 남은 시간을 생각했다. 1년 8개월 24일. 3년의 빚을 갚는 대신 3년이 남았고, 이제 그 시간은 더욱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
강현이 어린이집을 나갔을 때, 휴대폰이 울렸다. 임도영이었다. 이번엔 통화였다.
"팀장님. 박수진이 행방불명 상태입니다."
"... 무슨 말씀입니까?"
"박수진이 자택을 떠났어요. 아들과 함께. 지금 우리 추적팀이 뒤를 쫓고 있습니다. 당신이 기한을 연장해준 결과입니다."
강현이 말하지 않았다.
"당신의 선택이 누군가를 살렸을 수도, 또는 더 큰 혼란을 만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이제 그것을 확인할 시간입니다."
임도영이 통화를 끊었다.
강현의 타임칩이 새로운 신호를 보냈다. 박수진이었다. 하지만 그 신호는 흔들리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신호를 방해하고 있는 듯이. 그리고 그 신호 옆에는 또 다른 신호가 떠올랐다.
김준석. 지역 보스. 그가 박수진을 찾고 있었다.
강현은 차에 탔다. 박수진을 찾아야 했다. 자신이 연장해준 시간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봐야 했다. 회수자가 아닌 다른 무언가로서, 강현은 차를 돌렸다.
목표는 박수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