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이준호의 시신 앞에서

강현은 처음으로 숨을 쉬지 않는 사람을 보았다. 아니, 거짓이었다. 지난 3년간 수십 구의 시신을 봤다. 회수 과정에서 대상이 죽으면 그것도 그의 책임이었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민지가 울고 있었다.

작은 등이 들썩거렸고, 목에서 나오는 음성은 상처난 동물의 울음처럼 들렸다. 강현의 손가락 끝에서 흘러내린 타임칩의 신호음이 여전히 울리고 있었는데, 그 음성이 마치 자신의 심장박동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

경찰이 지나갔다. 기록을 남기고 시신을 옮기는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강현은 한 발도 움직이지 못했다. 발가락이 시멘트 바닥에 붙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민지가 고개를 들었다. 눈이 붉게 부어 있었고, 얼굴 전체가 눈물과 콧물로 범벅이었다. 그녀는 강현을 바라봤다. 그 시선 속에는 고발이 있었다.

"당신이... 아빠를 죽였어요."

강현은 대답을 준비했다. 회수팀장으로서의 대답. 시간 체계에 대한 설명. 채무의 법칙. 회수의 필연성. 그 모든 말들이 입 끝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말들을 뱉지 않았다.

대신 강현은 한 발을 내디뎠다. 그리고 또 한 발. 민지를 향해 걸어갔다. 경찰의 시선을 피해 몸을 굽혔고, 작은 어깨 위에 손을 얹었다.

"너의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너를 생각했어."

목소리가 떨렸다. 자신도 놀랐다. 이런 목소리가 자신의 것일 리가 없었다. 회수자의 목소리는 이렇게 부드러워야 할 이유가 없었다.

민지가 강현에게 안겼다. 작은 몸이 강현의 가슴팍에 부딪쳤고, 그의 팔이 자동으로 그녀를 감싸올렸다. 몇 년 만에, 아니 처음으로 누군가를 안아주고 있었다. 민지의 등 위로 손을 얹으니, 그 아래서 수백 번의 울음이 진동하고 있었다.

"아빠... 아빠..."

그 울음 위에 강현은 침묵했다. 할 말이 없었다.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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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

강현의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 하지만 누구인지는 알았다.

"안녕하세요, 강현 팀장."

김준석의 목소리였다. 시간 빈민가의 보스. 이준호를 보호했던 자.

"박수진 건은 건드리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도시에서 회수팀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만, 모든 것을 할 수는 없습니다. 이해하시죠?"

"협박입니까?"

"아닙니다. 조언입니다."

김준석의 목소리에 웃음이 섞여 있었다.

"당신도 알잖아요. 회수할 때마다 누군가는 죽어갑니다. 박수진도 마찬가지겠죠. 그런데 박수진이 죽으면... 당신은 100년을 감당해야 합니다."

강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100년, 팀장. 당신의 남은 시간이 555일인데, 100년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당신도 죽을 거고, 박수진도 죽을 거고, 그 사이에 누군가는 또 다른 빚을 지게 될 겁니다. 이것이 이 도시의 시스템입니다."

"..."

"생각해 보세요. 회수가 정말 정의일까요?"

전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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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층 임도영의 사무실

야경이 검은 유리창을 통해 들어왔고, 그 위에 강현의 그림자가 떨어져 있었다.

"회수 완료했습니다."

강현의 보고는 정확했다. 채무자 이준호, 50년 미납. 회수액 1년 3개월. 모든 수치가 정리되어 있었다.

임도영은 강현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봤다.

"다만..."

임도영이 의자를 돌렸다. 야경을 등지고 강현을 정면으로 바라봤다.

"이준호 건의 회수 난이도가 높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당신의 타임칩 소모량이 평소보다 많네요."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채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그 말은 경고였다. 임도영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속에 담긴 무게는 수톤의 철광석처럼 무거웠다.

"회수자는 회수자여야 합니다. 채무자의 사정은 회수의 이유가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정말 그렇습니까?"

임도영이 화면을 켰다. 그 속에 강현의 활동 기록이 떠올랐다. 골든핑거 사용 횟수, 체류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죽음의 시간' 소모량. 1년 3개월. 엄청난 수치였다.

"당신의 남은 시간이 985일에서 555일로 단축되었습니다."

강현은 그 말을 들었지만, 반응하지 않았다.

"이 속도라면, 5건의 임무를 모두 끝내기 전에 당신의 시간이 다할 수도 있습니다."

임도영은 다시 의자를 돌려 야경을 바라봤다.

"앞으로의 임무는 더욱 신중하게 진행하시기 바랍니다. 감정은 회수의 적입니다."

강현이 사무실을 나갔다. 엘리베이터 속에서 자신의 타임칩을 들었다. 555일. 1년 6개월도 안 된다. 3년이라고 생각했던 시간이, 이제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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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태환의 제안

서태환이 강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회수팀 사무실의 구석, 데이터 터미널 앞에서. 강현이 다가오자 그는 화면을 끄고 일어섰다.

"이준호 건에서 당신이 감당한 시간이... 1년 3개월입니다. 이건 회수 대상의 죽음 때문이죠."

"규칙입니다."

"그렇습니다. 규칙입니다."

서태환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하지만 이 규칙이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강현은 대답할 수 없었다. 그 질문은 이미 자신의 내부에서 울리고 있던 음성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은 이 체계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 없나요?"

그 말은 마치 초대장처럼 들렸다. 어딘가로 가는 문을 여는 열쇠처럼. 강현은 서태환의 눈을 마주쳤다. 평소의 서태환과는 다른 표정이 거기 있었다.

"당신의 임무는 5건입니다. 남은 시간은 555일입니다. 충분합니다."

강현이 말했다. 그것이 자신을 보호하는 유일한 방법이었다.

"그렇군요."

서태환이 물러섰다. 하지만 그의 말은 계속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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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 11시 30분

강현의 오피스텔에서. 침대 위에 누워 있는 강현의 손에 타임칩이 들려 있었다. 화면을 켰다. 꺼졌다. 다시 켰다.

555일.

그 숫자가 자신의 심장박동 수처럼 들렸다. 555. 555. 555.

강현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거울 앞에 섰다. 자신의 얼굴이 거기 있었는데, 그건 자신의 얼굴이 아닌 것 같았다. 누군가의 얼굴. 누군가의 죄를 지고 있는 얼굴.

3년 전, 무고한 대학생의 30년을 빼앗은 자의 얼굴.

그리고 이제 이준호의 1년 3개월까지 감당해야 하는 자의 얼굴.

555일 안에 이 모든 죄를 어떻게 갚을 것인가. 5건의 채무자를 회수하면, 그들의 죽음도 함께 올 것이다. 그러면 555일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강현은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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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3시

강현은 컴퓨터 앞에 앉아 있었다. 다음 채무자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있었다.

박수진. 나이 38세. 직업 고위 공무원. 채무액 100년. 기한 7일. 현재 위치 불명.

100년. 엄청난 금액이었다. 이렇게 큰 규모의 채무를 지는 이유는 보통 하나였다. 권력. 지위. 명예.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뇌물. 박수진은 그런 여자였다.

공무원 신분으로 부동산 거래에 개입했고, 뇌물을 받았다. 그것이 드러나지 않기 위해 시간 전당포에서 돈을 빌렸고, 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채무가 불어났다. 전형적인 패턴이었다.

하지만 박수진의 경우 강한 보호 세력이 있었다. 검찰. 경찰. 심지어 시간 전당포 내부에도 그녀를 돕는 세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회수 난이도가 매우 높았다.

강현은 박수진의 사진을 본다. 매끈한 머리, 자신감 있는 미소. 겉으로는 성공한 여자였다. 하지만 강현은 그 이면을 알고 있었다. 모든 채무자들이 그랬다. 겉은 성공했지만, 속은 절망하고 있었다.

강현은 박수진의 거주지, 근무지, 이동 경로를 표시했다. 골든핑거를 사용하면 그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강현의 시간은 또 일주일 줄어들 것이다.

555일. 그 안에 100년을 회수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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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4시 30분

강현의 휴대폰에 알림이 떨어졌다. 임도영으로부터의 메시지였다.

"팀장실로 오세요. 지금."

강현은 일어났다. 밤을 새운 눈으로 거울을 봤다. 얼굴이 창백했다. 어제보다 더 죽어 보였다.

서울 중앙 지점 40층. 임도영의 사무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이어진 유리창으로는 여전히 검은 서울이 보였다. 임도영은 의자에 앉아 있었고, 그 앞에는 강현의 업무 기록이 펼쳐져 있었다.

"이준호 건을 어떻게 처리했습니까?"

임도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그 안에는 날카로운 칼이 숨어 있었다.

"정상 회수했습니다."

"정상이라면 왜 당신의 시간 소모량이 비정상입니까?"

임도영이 화면을 강현에게 밀었다. 거기에는 강현의 타임칩 기록이 있었다. 1주일 소모(능력 사용). 그리고 1년 3개월 소모(대상 사망).

"채무자가 사망하면서 발생한 정상적인 절차입니다."

"정상적입니까? 이준호의 남은 시간이 2주 3일이었는데, 왜 1년 3개월이 당신에게 전가되었나요?"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임도영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유리창 앞에 서더니 서울의 야경을 바라봤다.

"당신이 이 직책을 맡을 때, 당신의 과거 사건을 모두 알고 있었습니다. 30년을 빼앗은 죄. 그것을 잊지 않으시길."

"..."

"그 죄를 갚기 위해 당신은 지금 여기 있는 것입니다. 회수팀장 강현. 이 도시에서 가장 효율적인 채권자. 당신은 완벽했습니다. 지금까지는."

임도영이 돌아섰다. 그의 눈이 강현을 정조준했다.

"하지만 당신이 채무자에게 감정을 이입하기 시작하면, 당신은 더 이상 완벽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완벽하지 않은 회수팀장은 이 조직에 필요 없습니다."

"예."

"다음 채무자는 박수진입니다. 100년. 기한 7일. 당신이 박수진을 회수할 때, 당신의 시간이 100년 소모될 것입니다. 그러면 당신의 남은 시간은 455일이 됩니다."

강현이 침을 삼켰다.

"5건의 채무 사건. 이준호, 박수진, 그리고 나머지 3명. 모두 합치면 250년입니다. 당신이 이들을 모두 회수하면, 당신의 남은 시간은 음수가 될 것입니다. 즉, 당신은 죽을 것입니다."

임도영이 강현의 타임칩을 봤다.

"하지만 그것이 당신이 원하는 것 아닙니까? 당신이 30년의 죄를 갚기 위해."

강현은 입을 열지 않았다.

"박수진을 회수하십시오. 7일 내에. 그리고 당신의 감정은 집에 두고 오십시오. 이것은 직책 유지의 조건입니다."

임도영이 사무실의 불을 껐다. 서울의 야경만 남았다.

"당신도 이 체계를 움직이는 톱니바퀴일 뿐입니다, 팀장. 그 사실을 잊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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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깨달음

강현은 사무실을 나왔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그의 손은 떨리고 있었다. 임도영의 목소리가 계속 울렸다.

'당신도 이 체계를 움직이는 톱니바퀴일 뿐입니다.'

맞았다. 강현은 회수자였다. 채무자를 죽이는 자였다. 이준호도 죽였다. 박수진도 죽일 것이다.

1층에 내렸을 때, 서태환이 기다리고 있었다.

"밤새 깼어?"

"예."

"임도영이 뭐라고 했어?"

"박수진을 회수하라고."

서태환이 강현의 팔을 잡았다. 그의 표정은 진지했다.

"강현. 당신은 지금 갈림길에 서 있어."

서태환이 강현의 손에 뭔가를 쥐어줬다. 메모리칩이었다. 그 위에는 '박수진'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건?"

"박수진의 비공식 정보야. 그녀가 받은 뇌물 대상들이 누구인지, 어떤 거래가 있었는지 다 들어 있어. 그리고 임도영이 박수진을 보호하는 이유도."

강현이 메모리칩을 들었다.

"왜?"

"왜냐하면... 난 당신도 이 체계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 없나 싶거든."

서태환이 돌아갔다. 그 뒷모습은 마치 누군가를 구하려던 자가 구원받지 못한 채 떠나는 것처럼 보였다.

강현은 메모리칩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자신의 타임칩을 봤다.

555일. 아니, 이제는 다르다. 임도영과의 대화 이후로 강현의 마음은 이미 시간을 세고 있었다.

박수진을 회수하면 455일. 그 다음을 회수하면? 그 다음을 회수하면?

결국 강현은 죽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몇 사람이 더 죽을 것이다.

아니다. 강현은 이미 죽고 있었다. 3년 전부터. 이준호를 빼앗은 순간부터. 이준호를 회수한 어제부터.

휴대폰이 울렸다. 알 수 없는 번호. 하지만 강현은 알았다.

"네?"

"팀장, 저 민지입니다."

아이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저... 아빠 관련해서 질문 있어요. 당신이... 아빠 마지막 날을 봤잖아요."

강현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아버지가... 죽기 전에... 뭐라고 했어요?"

강현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오는 말은 없었다. 자신이 한 말이 거짓이었기 때문이다. 이준호는 죽음 앞에서 아무것도 말하지 않았다. 강현이 지어낸 말이었다. 그 아이를 위해.

"팀장?"

"미안해... 민지."

강현이 말했다. 그것이 유일한 진실이었다.

"아버지는... 정말 너를 사랑했어. 그것만은 확실해."

전화가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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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벽 6시

강현은 차를 몰고 있었다. 목적지는 강남역 근처. 타임칩의 신호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박수진. 그녀가 움직이고 있었다.

위치: 강남역 인근 오피스텔. 거리: 15km.

강현은 악셀을 밟았다. 메모리칩이 주머니에서 무거워 느껴졌다.

박수진의 비공식 정보.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그것을 알면 박수진을 회수할 수 있을까. 아니면 더 이상 회수할 수 없을까.

강현은 핸들을 꽉 쥐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555일. 그 숫자가 계속 울렸다. 그리고 그 안에 박수진의 100년이 들어 있었다.

신호등이 빨간색이었다. 강현은 차를 세웠다. 도로 한복판에서.

만약 내가 박수진을 회수하지 않는다면?

조직에서 제거될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 끔찍할 것이다. 민지처럼 누군가가 울 것이다. 박수진의 가족이. 박수진의 사랑하는 누군가가.

그 질문이 강현의 입에서 나온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회수자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리고 다른 무언가가 시작되려고 했다.

신호등이 초록색으로 바뀌었다.

강현은 다시 악셀을 밟았다. 강남역 방향으로. 박수진을 향해.

그리고 강현은 마침내 깨달았다.

회수가 아닌 다른 것을 해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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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스텔 앞

강현은 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타임칩이 울리고 있었다. 박수진이 거기 있었다.

강현은 차에서 내렸다. 손에 골든핑거가 들려 있었다. 회수자의 무기. 그것을 사용하면 박수진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강현은 손을 내렸다.

대신 메모리칩을 켰다. 박수진의 정보가 떠올랐다. 그녀의 거래 대상. 그녀가 받은 뇌물. 그리고...

그리고 임도영의 이름이 거기 있었다.

강현은 화면을 끄고 하늘을 봤다. 새벽 6시의 서울 하늘은 여전히 검었다.

박수진을 회수하는 것이 아니라, 임도영을 적발하는 것. 이 시스템 자체를 파괴하는 것. 그것이 강현이 해야 할 일이었다.

강현은 골든핑거를 다시 들었다. 하지만 이번엔 박수진을 추적하기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대신 메모리칩의 정보를 바탕으로 임도영의 거래 기록을 추적했다. 골든핑거의 신호가 새로운 궤적을 그렸다. 박수진의 위치에서 출발해 임도영의 네트워크로 이어지는 경로.

강현은 오피스텔 안으로 들어갔다. 박수진을 찾기 위해. 하지만 회수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오피스텔의 복도. 강현의 손가락이 박수진의 방 초인종을 누르려다 멈췄다.

그 순간,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팀장!"

서태환이 숨을 헐떡이며 나타났다. 그의 뒤에는 김준석의 부하들이 있었다.

"임도영이 알았어. 메모리칩이 복사되었단 걸."

강현은 박수진의 방 문을 바라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당신은 지금 뭘 선택할 거야?"

서태환이 물었다.

"박수진을 만나서 증거를 확보할 건가? 아니면 여기서 나갈 건가?"

복도의 불이 깜빡였다. 강현의 선택이 이 모든 것을 결정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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