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죽음의 신호
민지가 도착했을 때, 강현은 이준호를 보고 있었다.
지하실 한구석에 누군가가 웅크리고 있었다. 이준호. 50년 미납. 타임칩 신호상 남은 시간 2주 3일. 신체 상태 불량. 심장 박동 불규칙. 호흡 얕음. 뇌파 약화.
강현의 골든핑거가 모든 정보를 일렬로 펼쳐 보였다.
지하실의 냄새가 먼저 들어찼다. 곰팡이와 인체 배설물, 그리고 무언가 썩어가는 내음이 뒤섞인 것. 강현은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냄새도 정보였다. 강현의 코는 타임칩 신호처럼 정확하게 작동했다. 이 냄새는 3주 이상 환기가 되지 않은 공간, 의료 시설이 전혀 없는 공간, 그리고 누군가 죽음에 가까운 공간을 의미했다.
"이준호."
강현이 이름을 부르자 몸이 떨렸다. 이준호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 목과 팔이 정상적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 강현은 의료 기록을 읽을 수 있었다. 뇌에서 신경이 죽어가고 있다는 기록이 타임칩에 남아 있었다. 이 병은 점진적 마비였고, 이준호는 지금 거의 석상에 가까웠다.
"일어날 수 없나."
질문이 아니라 확인이었다. 강현은 이미 대답을 알고 있었다.
"네... 못..."
목에서 나온 음성이 모래 같았다. 몇 주 동안 말을 하지 않은 사람의 목소리였다.
강현은 무릎을 꿇었다. 신체를 낮춘 것이 아니라, 채무자의 눈높이로 맞춘 것이었다. 이것도 기술이었다. 채무자가 강현을 보고 공포를 느끼도록 만드는 기술. 강현의 눈은 차가웠다. 강현의 입술은 일직선이었다. 강현의 손가락은 타임칩 회수 기계처럼 차갑게 뻗어 있었다.
"남은 시간이 2주 3일이네."
"네..."
"50년을 빌렸고, 한 푼도 못 갚았다."
"죄송합니다..."
이준호의 목소리가 더욱 작아졌다. 사람이 죽어가는 목소리였다. 강현은 이 목소리를 수백 번 들었다. 채무자의 마지막 목소리는 항상 같았다. 사죄와 절망이 섞인 음파.
"남은 시간 동안 뭘 할 거야?"
강현이 물었다. 이것도 기술이었다. 희망을 던져주는 척하면서 절망을 확인하는 기술. 강현은 이준호가 뭐라고 대답할지 이미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채무자는 "죽을 준비를 하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런데 이준호가 고개를 조금 들었다.
눈이 떨려 있었다. 그 눈 안에 뭔가가 있었다. 강현은 그것이 무엇인지 처음 깨달았다.
욕망.
"제발..."
이준호의 목소리가 떨렸다.
"제발... 딸을 한 번만 더... 보고 싶어요."
강현의 손가락이 멈췄다.
"딸?"
"네. 민지. 열 살이에요."
이준호의 눈에서 무언가가 흘렀다. 눈물이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은 눈물샘도 마비시키지 못했다. 아마도 마지막까지 마비시키지 못하는 것이 눈물일 것이었다.
"딸이 어디 있어?"
"보육원... 입소 대기 중이에요. 제가 저를 버렸으니까... 그 애가 다른 곳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준호가 말을 잇지 못했다. 호흡이 얕아졌다.
강현은 타임칩에 기록된 정보를 읽었다. 민지. 2015년 3월 17일생. 어머니는 2년 전 폐암으로 사망. 아버지는 50년 채무로 도망 중. 현재 서울시 영아 보호소 대기 명부에 등록. 예상 가정 위탁 기간 3개월.
"회수 불가능한 사항이야."
강현이 말했다.
"딸을 보는 건 시간을 빌리는 것과 무관해. 우리가 관여할 영역이 아니야."
"제발..."
이준호가 다시 말했다.
"제발... 제 죄는 갚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만..."
강현은 골든핑거를 켜고 있었다. 타임칩 회수 신호가 손가락 끝에서 파란 빛으로 떨렸다. 이준호의 남은 2주 3일이 그 손가락 끝에 수렴되고 있었다. 회수는 간단했다. 손가락을 펼치면 끝이었다. 이준호의 타임칩이 공명하고, 남은 시간이 강현의 타임칩으로 흡수되고, 이준호는 멈추었다.
강현은 손가락을 펼치지 않았다.
"3년 전에..."
강현이 말했다.
"내가 한 대학생을 잘못 추적했어. 그 학생은 채무자가 아니었는데, 내가 타임칩을 회수했어. 30년을."
이준호가 강현을 봤다. 눈빛이 조금 변했다.
"그 학생은 그 순간 죽었어. 내 손가락 때문에."
강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것이 의도적 떨림이 아니라 무의식적 떨림이라는 것을 강현은 알고 있었다. 이것도 약점이었다. 약점이 드러나면 안 되는데.
휴대폰이 울렸다.
강현이 받았다. 임도영의 목소리였다. 40층 사무실에서, 야경을 배경으로 앉아 있을 임도영의 목소리.
"회수 진행 중인가?"
"예."
"채무자의 상태는?"
"임박."
"그렇다면 시간이 다 됐다는 뜻이군. 강현, 당신의 남은 시간이 3년이라는 것을 기억하나? 3년 동안 5건. 효율이 중요하다. 당신이 회수할 때마다 시간 체계가 더욱 견고해진다. 이것도 당신의 역할이지 않나?"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의 죄를 아는 것은 나뿐이다. 그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나뿐이다. 당신이 내 말을 듣는 한, 그 죄는 계속 '사건'일 뿐이다. 그 죄가 '범죄'가 되지 않으려면, 임무를 수행하라."
통화가 끝났다.
강현의 손등에 땀이 맺혔다. 이것도 약점이었다.
지하실로 돌아왔을 때, 이준호는 여전히 같은 자세로 있었다. 하지만 호흡이 더 얕아져 있었다.
"당신은 딸을 봐야 해."
강현이 말했다.
"내가 딸을 데려올 테니까."
이준호의 눈이 떨렸다.
"정말로... 가능한가요?"
"가능하다."
강현은 거짓말을 했다. 그것이 약속인지 거짓인지도 몰랐다. 단지 이준호의 눈 안에서 욕망을 본 것이었다. 그리고 그 욕망이 자신이 빼앗은 30년 안에 있었던 누군가의 욕망과 같았다.
"딸의 이름이 민지라고 했나."
"네. 민지..."
이준호가 자기 딸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를 강현은 들었다. 그 목소리 안에 있는 것은 빚이 아니었다. 돈도 아니었다. 시간도 아니었다.
그냥 사랑이었다.
강현은 휴대폰으로 보육소에 전화를 걸었다. 권한을 행사했다. 공식 채무 회수 업무 차원에서 채무자 이준호의 신원 확인을 위해 딸 민지를 인수하겠다는 거짓말을 했다.
30분이 걸렸다.
민지가 도착했을 때, 강현은 이준호의 옆에 서 있었다. 작은 여자아이였다. 열 살 아이가 할 수 있는 표정 중 가장 조심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아이는 강현을 봤다. 그리고 강현 뒤의 움직이지 않는 남자를 봤다.
"아빠?"
민지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준호가 고개를 돌리려 했다. 하지만 목이 움직이지 않았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은 이 순간까지 그를 마비시켰다.
"아빠!"
민지가 달려왔다.
이준호의 눈이 딸을 따라갔다. 눈 외에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눈 안에는 모든 것이 있었다.
"미안해... 미안해..."
이준호가 중얼거렸다.
민지가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강현은 한 발 물러섰다. 이 장면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회수자의 장면이 아니었다. 그런데 손가락이 타는 느낌이 들었다.
골든핑거가 켜져 있었다.
강현은 손가락을 내려놓으려고 했다. 하지만 내려놓을 수 없었다. 왜냐하면 이준호의 남은 시간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타임칩의 신호가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2주 3일에서 1주일로, 3일로, 12시간으로.
이준호가 죽어가고 있었다.
"아빠... 아빠?"
민지의 목소리가 변했다.
이준호의 눈이 감기고 있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딸의 손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딸의 목소리를 듣고 있었을 것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강현을 보지 않았다.
신호가 끊겼다.
강현의 타임칩이 울었다.
1년 3개월이 한 순간에 강현의 몸으로 흡수되었다. 그것은 회수가 아니었다. 그것은 이식이었다. 죽음의 무게가 강현의 가슴팍에 심어졌다.
강현의 남은 시간: 1년 9개월 15일.
지하실이 조용해졌다.
민지가 아버지의 몸을 흔들고 있었다.
"아빠... 일어나... 일어나..."
강현이 손을 뻗었다가 멈췄다. 손가락에서 계속 시간이 흐르고 있는 것이 두려웠다. 자신의 손이 또 다른 죽음을 불러올까봐. 자신의 손가락이 또 누군가를 죽게 할까봐.
손가락을 펼칠 수 없었다. 공포가 손가락을 묶어두고 있었다.
강현은 손을 내렸다.
---
지하실 계단을 올라갈 때마다 민지의 울음소리가 더 작아졌다. 강현은 계단 끝에서 한 번 뒤를 돌아봤다. 어둠 속에서 작은 형태가 움직이고 있었다. 아이가 아버지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강현은 고개를 돌렸다.
지상으로 올라오자 밤공기가 얼굴을 때렸다. 중랑구 노동장 지역의 밤은 어두웠다. 거리등이 부러진 곳이 많았다. 강현은 차에 올라탔다. 핸들 위에 손을 얹으려다 멈췄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골든핑거는 이미 꺼져 있었지만, 손가락은 계속 떨고 있었다. 마치 여전히 시간을 빨아들이고 있는 것처럼. 강현은 손가락을 주먹 안에 쥐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강현."
임도영의 목소리였다. 서울 중앙 지점의 40층에서 내려오는 목소리. 야경을 배경으로 하는 사무실에서.
"이준호 회수 완료 보고를 받았다."
"예."
"죽음의 시간이 1년 3개월이었군. 당신이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결과는 결과다.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손실이 크다."
강현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의 남은 시간이 1년 9개월이 되었다. 그런데 당신은 아직 4건의 채무자가 남아 있다. 박수진, 김준석 산하의 채무자들, 그리고 마지막 대상.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
"알겠습니다."
"당신도 아는 대로, 당신의 죄를 아는 것은 나뿐이다. 3년 전 그 대학생 사건. 당신이 무고한 사람의 30년을 빼앗은 그 사건."
강현의 손이 더 세게 주먹을 쥐었다.
"그 사건이 왜 업무 중 사고로 처리되었는지, 당신은 모를 것이다. 내가 그렇게 처리했기 때문이다. 내가 당신의 죄를 덮었다. 그리고 당신은 지금 매달 시간을 갚고 있다. 그것이 우리의 약속이다."
"예."
"그렇다면 당신은 내 임무를 끝내야 한다. 5건의 회수. 모두 완료하고, 당신의 빚을 청산해야 한다. 당신이 남은 시간 동안 할 수 있는 최선이 그것이다."
통화가 끝났다.
강현은 차 안에 앉아 있었다. 밤거리가 창 밖으로 흘러갔다. 중랑구에서 강남으로 가는 길. 테헤란로 36빌딩. 다음 채무자.
박수진. 30년 채무.
강현은 휴대폰에서 그 여자의 정보를 다시 확인했다. 타임칩 기록에 남은 데이터. 성공한 커리어 우먼의 외형. 하지만 신호에 드러난 것은 이준호와 다른 종류의 절망이었다. 더 날카롭고, 더 외로운.
강현이 더 깊이 기록을 읽었다. 박수진의 아버지. 타임칩 신호 기록에 남아 있었다. 20년 전 채무자 명단. 회수 완료. 사망 처리.
박수진의 아버지도 채무자였다.
휴대폰이 울렸다. 메시지가 도착했다.
[강현, 긴급. 김준석 조직 내부 정보. 내일 중랑구 노동장 지역에서 타임칩 밀매 행사 예정. 위치는...]
발신인은 서태환이었다.
강현은 메시지를 읽었다. 주소, 시간, 인원.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이 정보는 공식 채널에 보고하면 안 된다. 임도영에게는 절대 알리지 마. 당신이 직접 가야 한다. 당신도 이 체계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 없나? 당신의 죄를 덮은 사람이 사실은 시스템의 공모자라면? 당신이 회수한 모든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본 적 없나?]
강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휴대폰을 들 수 없을 정도로.
차가 강남역을 지났다. 밤 11시. 테헤란로는 여전히 밝았다. 건물들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강현은 36빌딩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갔다.
타임칩 신호를 켰다.
박수진의 위치가 나타났다. 32층. 금융사 오피스. 강현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한밤중에 32층으로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비어 있었다.
32층에 도착했을 때, 복도는 거의 모두 어두웠다. 하지만 한 곳의 불빛만 켜져 있었다. 금융사 로고가 붙은 사무실. 창문 안에는 여자가 서 있었다.
박수진이었다.
그 여자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강남의 야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손에는 양주 잔이 들려 있었다.
강현이 문을 열었다.
박수진이 돌아봤다. 사진 속 얼굴과는 달랐다. 메이크업이 지워져 있었다. 눈 주변이 까맣게 부어 있었다. 며칠 밤을 새운 자의 얼굴.
"누구입니까?"
박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강현. 크로노스 그룹 회수팀장이다."
박수진의 손가락이 떨렸다. 잔 안의 술이 흔들렸다.
"아직 시간이 남았습니다. 기한이..."
"7일이다."
박수진이 뒤로 물러섰다. 창문에 등을 기댔다. 강남의 밤이 그 뒤에 펼쳐져 있었다.
"저... 저는 돈이 없습니다.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이 회사도, 신용도, 가정도. 남은 것은..."
박수진이 손목을 들어 보였다. 타임칩. 그 안에 남은 시간은 정확히 30년이었다. 차용증에 적힌 그대로.
"이것뿐입니다."
강현은 박수진의 얼굴을 봤다. 그리고 타임칩의 신호를 켰다.
신호는 명확했다. 30년. 하지만 그 신호 안에 있는 것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었다. 골든핑거가 포착한 것은 박수진의 심박수, 호흡 패턴, 타임칩의 진동 리듬이었다. 그것들이 그려내는 것은 절망이었다. 이준호의 절망과는 다른 종류의 절망. 더 깊고, 더 고요한.
박수진은 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죽을 용기도 없었다.
"왜 빌렸습니까?"
강현이 물었다.
박수진이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웃음이 아니라 울음 같았다.
"왜냐고요? 살기 위해서입니다. 살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입니다. 더 많은 시간을 쓸수록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더 많은 것을 하면 누군가 나를 봐줄 것 같았습니다."
박수진이 술잔을 들었다. 한 모금 더 마셨다.
"그런데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더군요. 아무도 나를 봐주지 않았습니다."
강현은 박수진의 신호를 계속 읽고 있었다. 타임칩이 전달하는 것은 30년이라는 시간이 아니라, 30년 동안 채워지지 않은 공백이었다. 누군가의 시선, 누군가의 손, 누군가의 목소리. 그 모든 것의 부재.
강현은 타임칩 기록을 더 깊이 읽었다. 박수진의 아버지. 20년 전 채무자 명단에 올랐고, 회수되었다. 아버지가 죽은 후, 박수진은 혼자였다.
"기한은 7일입니다."
강현이 말했다.
"그 안에 채무를 정산하거나, 타임칩을 제출하십시오."
강현이 돌아섰다.
"아, 잠깐."
박수진이 불렀다.
"저는 죽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는 것도 싫습니다. 이 둘 중 뭐가 더 나은가요?"
강현은 멈췄다. 문 손잡이에 손을 얹은 채로.
"당신이 죽여야 해요."
박수진이 조용히 말했다.
"아빠처럼."
강현의 몸이 경직됐다. 그 말은 박수진의 입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민지의 목소리였다. 지하실에서 들었던 아이의 목소리. 아버지의 시신 옆에서 내뱉은 말.
강현이 박수진을 돌아봤다. 여자는 여전히 창밖을 보고 있었다. 술잔을 내려놓고 있었다. 손이 떨리고 있었다.
강현은 엘리베이터에 탔다. 내려가면서 휴대폰을 다시 켰다. 서태환의 메시지를 읽었다.
[강현, 긴급. 김준석 조직 내부 정보. 내일 중랑구 노동장 지역에서 타임칩 밀매 행사 예정. 위치는...]
주소, 시간, 인원. 모두 기록되어 있었다.
[이 정보는 공식 채널에 보고하면 안 된다. 임도영에게는 절대 알리지 마. 당신이 직접 가야 한다. 당신도 이 체계에 대해 의문을 품은 적 없나? 당신의 죄를 덮은 사람이 사실은 시스템의 공모자라면? 당신이 회수한 모든 시간이 어디로 가는지 생각해본 적 없나?]
강현의 손가락이 떨렸다.
차가 중랑구로 다시 향했다. 밤 1시. 도로는 비어 있었다. 강현의 손가락은 계속 떨리고 있었다. 펼칠 수 없는 손가락. 무언가를 잡을 수 없는 손가락.
지하실 앞에 도착했을 때, 경찰차가 서 있었다. 강현은 차에서 내렸다. 경찰들이 시신을 옮기고 있었다. 이준호의 시신.
그리고 그 옆에, 민지가 앉아 있었다.
아이는 아무도 없는 것처럼 앉아 있었다. 사회복지사가 옆에서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지만, 아이는 듣지 않는 것처럼 보였다.
강현이 한 발 내딛자, 민지의 눈이 들렸다.
"당신이 아빠를 죽였어요."
아이의 목소리는 조용했다. 하지만 그 안에 모든 것이 있었다.
강현은 말할 수 없었다. 할 말이 없었다. 자신의 손가락이 이준호를 죽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명할 수 없었다.
"당신이 죽여야 해요."
민지가 말했다.
강현의 타임칩이 울렸다. 새로운 신호가 감지되었다. 민지의 신호였다. 타임칩 기록에 새로 등록된 채무자 명단. 그리고 그 아래 또 다른 이름들이 계속 나타났다.
임도영으로부터 메시지가 들어왔다.
[민지도 채무자 명단에 올렸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변하지 않았다.]
강현의 손가락이 타는 느낌이 들었다. 골든핑거가 켜지려고 했다. 하지만 강현은 손을 움켜쥐었다.
그것이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 절대 멈추지 않을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