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울의 반복
오후 3시. 거울의 방에서 눈을 뜬 에밀리의 손가락은 또다시 따뜻했다. 그 감각은 이제 낯설지 않았다. 누군가의 목을 만진 기억. 하지만 기억은 온전하지 않았다. 조각만 남았다. 루이의 절망적인 목소리, 자신의 손을 붙잡으려던 손의 온기, 그리고—
"왜 넌 내 목에 독약을 넣지 않았어?"
어제 밤 루이의 질문이 떠올랐다. 에밀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울 앞에 섰다. 거울은 평온했다. 아무것도 비추지 않는 검은 표면. 하지만 그 안에서 뭔가 흐르는 것 같았다. 기다림, 혹은 기대.
에밀리는 거울을 돌아봤다. 방의 벽면에는 여전히 손글씨가 있었다. "루이, 나를 용서해." 누군가—자신이 이전 반복에서—쓴 글씨다. 그렇다면 그때의 자신은 루이를 용서했다는 뜻인가? 아니면 죽으면서 마지막 기도였을까?
에밀리는 그 글씨 옆에 손가락을 댔다. 잉크는 여전히 축축했다. 새로운 것이었다.
손을 움직였다. 벽면에 자신의 필체로 쓰기 시작했다. "루이, 난 너를—" 문장은 미완성으로 남겼다. 완성할 용기가 없었다.
시계를 확인했다. 오후 4시 15분. 연회까지는 2시간 45분이 남아 있었다. 에밀리는 침실의 후미진 구석에서 나왔다. 소피를 찾아야 했다.
***
소피는 연회장의 꽃 배열을 확인하고 있었다. 하인들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위치였지만, 에밀리는 기둥 뒤에서 기다렸다. 소피의 움직임은 예측 가능했다. 오후 5시 정각, 그 시녀는 찬장 구석으로 사라진다. 아무도 가지 않는 곳.
에밀리는 뒤를 따랐다.
어두운 복도. 소피는 한 남자와 만났다. 낯선 얼굴이었다. 마르셀의 하인이었을 것이다. 둘 사이의 거래는 신속했다. 주머니에서 나온 동전들. 소피의 손에 쥐어진 종이. 메모였다. 목록이었다. 에밀리는 그 내용을 읽을 수 없었지만, 하인의 입술을 읽을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보고하시오. 백작부인의 움직임, 백작과의 대화, 밤의 계획. 마르셀 백작께서 잘 보상하실 것이네."
소피의 얼굴이 비틀렸다. 죄책감과 공포가 교차했다. 하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돈을 받았다.
에밀리는 그 장면을 충분히 목격했다. 이제 알았다. 자신의 시녀, 자신을 매일 입혀주고 머리를 빗어주던 소피가 마르셀의 스파이였다. 자신의 모든 움직임이 보고되고 있었다. 자신의 계획, 자신의 감정, 자신의 절망이 모두.
에밀리는 숨을 고르고 나타났다.
"소피."
시녀는 몸을 경직시켰다. 하인은 이미 사라지고 있었다. 소피는 천천히 돌아섰다. 창백한 얼굴. 떨리는 손.
"백작부인, 저는—"
"내 침실로 가거라."
***
침실의 문을 닫았다. 소피는 에밀리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먼저 무릎을 꿇은 것이 아니라, 에밀리가 그렇게 하도록 만들었다. 침대 모서리에 앉아 한 손으로 소피의 턱을 들어올렸다. 부드럽게. 마치 친구에게 하듯이.
"왜?"
"백작부인, 제발—"
"왜?"
소피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오랫동안 참아온 눈물이었다.
"제 딸이에요. 저희 딸 마리가... 마르셀 백작이 인질로 잡고 있어요. 시골 집에, 혼자. 저에게 나가지 못하게 해요. 제가 돈을 모아야 그 아이를 데려올 수 있어요. 마르셀 백작이 주는 돈으로만." 소피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나도 살아야 했어요, 백작부인. 당신을 팔아서라도, 내 딸을 살려야 했어요."
에밀리의 손이 떨렸다. 그것을 소피는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에밀리는 손을 거두지 않았다. 소피의 얼굴을 보았다. 그 얼굴에는 자신이 알던 시녀의 모습이 없었다. 절망만 있었다. 모성의 절망.
에밀리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당신도 도구였군요."
"백작부인?"
"도구. 우리는 모두 도구야, 소피. 당신은 딸을 위한 도구였고, 나는... 나는 아버지의 정치적 야망을 위한 도구였어. 루이는 어머니의 통제를 위한 도구였고, 마르셀은..." 에밀리는 웃음을 흘렸다. 그것은 웃음이 아니었다. "마르셀만 도구 주인이군요."
에밀리는 창밖을 봤다. 해는 아직 중천이었다. 태양이 비추는 그 사이로 마르셀의 저택이 보였다. 거기서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을 것이다. 항상 그래왔다.
"용서할 거냐고 묻지 마요. 난 이미 알고 있었으니까. 당신을 용서할 필요도, 당신에게 화낼 필요도 없어. 당신도 나처럼 갇혀 있었을 뿐이야."
에밀리는 소피에게 손을 내밀었다. 시녀는 그것을 잡고 일어섰다. 에밀리의 손은 차가웠다. 하지만 떨리지 않았다.
"다만 한 가지만 해줘요, 소피. 마르셀에게 가서 이렇게 말해. 나는 이미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그리고 오늘 밤, 모든 것이 끝난다고."
소피의 눈이 커졌다. 이해하지 못한 눈빛.
에밀리는 돌아섰다. "가요. 빨리."
***
소피가 나간 후, 에밀리는 종이와 펜을 꺼냈다. 손이 떨렸다. 처음으로.
*아버지께,*
*저는 당신을 증오했습니다. 나를 도구로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 알았어요. 아버지도 도구였다는 것을. 자신의 야망이라는 도구의 종이셨다는 것을.*
*저는 루이를 사랑합니다. 이 말이 제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어요. 하지만 이제 확실해요. 루이는 나를 도구로 본 적이 없었어요. 그는 나를 사랑했어요. 아버지가 날 사랑한 것처럼 하지 않고, 그저 나를 사랑했어요.*
*만약 당신의 편지가 온다면, 제발 거짓말 말아주세요. 지금 내겐 진실만 필요해요.*
*당신의 딸, 에밀리*
편지를 접었다. 하인에게 전달했다. "이것을 내일 아침 아버지께 보내요. 반드시."
하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떠났다.
에밀리는 기다렸다. 편지가 돌아오길 기다렸다. 하지만 돌아오지 않았다. 저녁 연회 내내, 루이와 춤을 추는 동안, 마르셀이 자신에게 속삭이는 동안, 편지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것이 답이었다.
***
밤 11시. 연회는 절정에 달했다. 샹들리에의 빛이 에밀리의 얼굴을 비추고, 음악이 귀를 채웠고, 남자들의 시선이 그녀를 따랐다. 에밀리는 그 모든 것을 견디고 있었다. 루이는 자신의 어머니와 대화 중이었다. 마르셀은 술잔을 들고 있었다. 그의 눈은 에밀리를 추적했다.
밤 11시 30분. 에밀리는 거울의 방으로 향했다. 혼자가 아니었다. 마르셀이 뒤를 따랐다.
"에밀리."
복도에서 그가 팔을 잡았다. 에밀리는 돌아섰다.
"시간이 다 됐다." 마르셀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철이 있었다. "내일 아침, 루이는 죽을 거고, 넌 내 아내가 될 거야. 저항하지 마, 에밀리. 더 이상 아무도 널 도와주지 않아."
에밀리는 그의 눈을 봤다. 그 눈에는 이미 자신이 죽어 있었다. 마르셀이 보는 에밀리는 존재하지 않는 여자였다. 그저 소유물. 도구.
"너는—"
"에밀리!"
루이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가 달려왔다. 마르셀의 팔에서 에밀리를 끌어냈다. 두 남자가 대치했다. 루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눈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그것은 에밀리가 본 루이의 모습이 아니었다.
"넌 그녀를 건드릴 수 없어, 마르셀."
"루이, 제발—" 에밀리가 그의 팔을 잡았다.
마르셀은 웃음을 흘렸다. "좋아. 그럼 너도 함께 죽어라."
칼이 나왔다. 루이가 에밀리를 뒤로 밀었다. 검은 칼날이 루이의 옆구리를 가로질렀다.
"루이!"
에밀리의 비명이 울렸다. 루이가 쓰러졌다. 마르셀이 칼을 들어올렸다. 이번엔 에밀리를 겨냥했다.
에밀리는 루이를 집어 안았다. 거울의 방으로 향했다. 마르셀이 따라왔다. 칼이 휘젓는 소리가 공기를 자르며 울렸다.
"넌 갈 곳이 없어, 에밀리!"
거울의 방의 문을 열었다. 거울이 빛났다. 루이는 에밀리의 팔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버둥거렸다.
"에밀리, 제발... 나를 놔줘. 내가 그를 막을 테니까. 제발."
"싫어. 나는 너를 놔주지 않아."
에밀리는 루이를 거울 쪽으로 밀었다. 루이의 몸이 거울에 닿는 순간, 그것이 깊은 빛으로 변했다. 루이가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의 손이 에밀리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거울의 힘은 무자비했다.
"루이!"
에밀리는 그의 손을 붙잡았다. 하지만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루이의 마지막 표정을 본 것은 그때였다. 절망. 그리고 사랑.
"에밀리, 내가 돌아올 테니까—"
음성이 끊겼다. 루이가 완전히 사라졌다. 거울이 검어졌다.
마르셀이 거울의 방에 들어왔다. 칼을 들고. 에밀리는 거울을 등으로 삼고 마르셀을 마주했다. 그의 칼은 공중에서 멈췄다.
"넌... 혼자 남겨졌어, 에밀리."
"그래. 난 혼자야."
거울이 다시 밝았다. 이번엔 에밀리를 빨아들이려고. 하지만 마르셀의 칼이 먼저였다. 그것이 공중을 가르며 에밀리에게 다가왔다.
그리고 그 순간—
거울이 폭발했다.
하얀 빛이 복도 전체를 집어삼켰다. 에밀리는 마르셀의 팔에 끌려가고 있었고, 그의 칼은 여전히 공중에 떠 있었고, 그 모든 것이 빛 속으로 사라졌다. 에밀리의 비명이 들렸다. 그리고 침묵.
***
오후 3시.
에밀리는 거울의 방에서 깨어났다. 여섯 번째 반복. 손가락 끝에는 여전히 따뜻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루이의 손.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번엔 기억이 있었다.
루이가 칼에 맞는 모습. 그의 절망적인 표정. 그의 목소리. 그리고 거울의 폭발. 에밀리의 손이 떨렸다. 거울은 부서지지 않았다. 거울은 여전히 깨끗했다. 하지만 분명히 폭발했다.
에밀리는 거울의 방 벽면을 봤다. 그곳에는 여전히 '루이, 나를 용서해'라는 글씨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글씨는 다르게 보였다. 그것은 자신이 이전 반복에서 쓴 글씨였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전 반복에서의 자신은—무엇을 깨달았단 말인가?
에밀리는 벽면에 손을 대고 천천히 미끄러뜨렸다. 돌핀의 향수 냄새가 아직 벽에 남아 있었다. 자신의 향수. 자신이 이곳에 있었다는 증거.
그녀는 주머니에서 작은 칼을 꺼냈다. 거울의 방에서 몰래 챙겨온 칼. 벽면에 새로운 글씨를 새기기 시작했다. 칼끝이 회벽을 파고들었다.
'루이, 난 너를 사랑해.'
글씨를 마치는 데 3분이 걸렸다. 에밀리는 벽을 바라봤다. 두 글귀가 나란히 있었다. 용서와 사랑.
***
밤 10시. 에밀리는 침실에 있었다. 소피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그녀는 침실의 모든 모서리를 뒤졌다. 책장 뒤. 침대 아래. 거울 뒤. 화장대의 서랍. 그리고 마침내.
옷장의 안쪽 벽에 숨겨진 작은 상자.
에밀리가 그것을 꺼냈다. 손잡이가 없었다. 뚜껑을 들어올렸다. 안에는 편지들이 들어 있었다. 모두 마르셀의 필체였다. 그리고 돈. 많은 돈.
'소피에게. 에밀리의 행동을 보고하시오. 특히 루이와의 만남. 거울의 방 근처의 모든 움직임. 정보의 가치에 따라 보상한다. —마르셀'
편지의 날짜는 결혼 전야보다 한 달 전이었다. 그렇다면 소피는 처음부터—
방문이 열렸다. 소피가 들어왔다. 그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상자를 본 순간.
"아."
그것이 소피의 첫 반응이었다.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듯한 작은 음성.
에밀리는 상자를 들고 소피를 바라봤다. 그의 눈은 이미 죽어 있었다. 당신이 나를 배신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을 안다는 눈.
"백작부인, 나는—"
"넌 언제부터?"
"한 달 전부터요."
"결혼식 전부터?"
"네. 마르셀 백작이 날 고용했어요. 당신을 감시하라고."
에밀리는 상자를 침대 위에 던졌다. 돈이 흩어졌다. 편지가 흘러내렸다.
"왜?"
"나도 살아야 했어요, 백작부인."
소피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는 무릎을 꿇었다. 영혼이 무릎을 꿇은 것처럼 보였다.
"마르셀이 내 딸을 인질로 잡고 있었어요. 내 딸이 병원에 있었어요. 치료비가 없었어요. 그가 날 도와주겠다고 했어요. 대신 당신을 감시하라고. 나는 당신을 배신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내 딸을 포기할 수는 없었어요."
에밀리는 소피를 바라봤다. 그녀의 눈에는 눈물이 흘렀다. 진짜 눈물이었다.
"그래. 난 이해해."
에밀리의 목소리는 이상할 정도로 차분했다.
"하지만 난 이제 확실히 알았어.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어. 내 시녀도 아니고, 내 남편의 어머니도 아니고, 내 아버지도 아니고. 아무도."
소피가 에밀리의 치마 자락을 잡았다.
"미안해요. 진짜 미안해요."
에밀리는 소피의 손을 걷어냈다. 부드럽게. 하지만 단호하게.
"내일 아침, 넌 이 저택을 떠나. 마르셀에게 이 반복이 끝났다고 말해. 다음 반복에선 넌 필요 없어."
"백작부인—"
"나가."
***
밤 11시. 에밀리는 서재에 있었다. 펜을 들고.
편지를 썼다. 아버지에게.
'아버지. 난 이 결혼이 정치의 도구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난 지금 알고 있습니다. 루이는 좋은 남자입니다. 아버지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아니면 그것도 거짓인가요?'
편지를 밀봉했다. 하인에게 주었다. 말했다: "이것을 드 생-쥐스트 공작에게 전해. 긴급이야."
밤 11시 30분. 거울의 방으로 향했다. 이번엔 마르셀이 따라오지 않았다. 에밀리는 거울의 방에 들어갔다. 혼자.
벽에 새긴 글씨를 다시 봤다. '루이, 난 너를 사랑해.'
에밀리는 거울 앞에 섰다. 거울은 검었다. 아무것도 비추지 않았다.
"거울아. 넌 날 시험하고 있는 거지?"
거울이 반응하지 않았다.
"루이는 어디야? 루이를 돌려줘."
여전히 침묵.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지? 복수가 아니야. 루이야. 루이를 돌려줘. 제발."
거울이 천천히 밝아졌다. 하지만 에밀리를 빨아들이지 않았다. 그저 밝을 뿐이었다.
자정이 되었다.
에밀리는 침대에서 깨어났다. 침실. 아침 햇빛. 일곱 번째 반복의 시작.
손가락 끝에는 여전히 따뜻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
오후 2시. 하인이 편지를 들고 왔다. 아버지의 답장.
'딸아. 난 너를 정치의 도구로 봤다. 그것이 내 죄다. 루이는 좋은 남자다. 그를 믿어라. 그리고 난 너를 사랑한다. 미안해.'
에밀리는 편지를 읽었다. 손가락이 글자 위를 천천히 훑었다. 아버지의 필체. 아버지의 말.
그 순간, 몸이 반응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목이 메었다. 가슴이 철렁했다. 기억이 아니었다. 이 반복에서 그녀는 이전의 절망을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았다. 누군가의 손이 자신을 붙잡았던 온기.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했던 감각. 그것이 피부에 남아 있었다.
에밀리는 편지를 가슴에 안았다. 울음이 나왔다. 왜 우는지 알 수 없었지만, 울음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은 용서였다. 아버지를 향한 것이 아니라, 자신을 향한 용서였다. 자신이 도구였던 시간을 견디어낸 자신에 대한.
***
밤 10시. 에밀리는 침실에서 거울의 방으로 향했다.
하지만 복도에서 멈췄다.
마르셀이 서 있었다.
"에밀리."
그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하지만 그 안에는 칼날이 있었다.
"시간이 다 됐다. 내일 아침, 루이는 죽을 거고, 넌 내 아내가 될 거야. 저항하지 마, 에밀리. 더 이상 아무도 널 도와주지 않아."
에밀리는 마르셀을 봤다. 그 남자의 눈에는 이미 자신이 죽어 있었다.
"내일 아침?"
에밀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루이가 죽는다고?"
마르셀이 웃음을 흘렸다. "그래. 루이는 죽어야 해. 그래야 넌 자유로워. 그래야 넌 내 것이 돼."
"그리고 루이가 죽으면 거울도 사라진다는 거지?"
마르셀의 웃음이 멈췄다.
"거울?"
에밀리는 한 발 다가섰다. "넌 거울을 모르지. 거울이 뭔지. 거울이 얼마나 무섭고 절대적인지."
"에밀리, 넌 무슨 말을—"
"에밀리!"
루이의 목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가 달려왔다. 마르셀의 앞에 섰다.
"넌 그녀를 건드릴 수 없어, 마르셀."
루이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눈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에밀리가 이제 이해했다. 그것은 광기가 아니었다. 절망이었다.
마르셀이 칼을 꺼냈다.
"좋아. 그럼 너도 함께 죽어라."
칼이 휘젓는 소리. 루이가 에밀리를 뒤로 밀었다. 검은 칼날이 루이의 옆구리를 가로질렀다.
"루이!"
에밀리가 그를 잡았다. 루이는 쓰러지고 있었다.
"제발. 제발 살아줘."
에밀리는 루이를 들어 올렸다. 거울의 방으로 향했다. 마르셀이 따라왔다. 칼을 들고.
거울의 방의 문을 열었다. 거울이 밝았다.
에밀리는 루이를 거울에 밀어 넣었다. 루이가 저항했다. 하지만 거울의 힘은 무자비했다. 루이의 몸이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루이!"
마르셀이 에밀리를 잡았다. 칼을 들어올렸다.
에밀리는 거울을 등으로 삼고 마르셀을 마주했다.
"넌 내 거울을 건드릴 수 없어."
거울이 폭발했다.
흰 빛이 모든 것을 집어삼켰다. 마르셀의 비명. 에밀리의 침묵. 그리고 거울의 웃음.
거울의 웃음이 공기를 울렸다. 그것은 인간의 웃음이 아니었다. 무언가 오래되고, 무언가 절대적인 것의 웃음이었다.
***
오후 3시.
에밀리는 거울의 방에서 깨어났다. 여덟 번째 반복.
손가락 끝에는 따뜻한 감각이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번엔 그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루이의 손이 아니었다.
거울의 손이었다.
에밀리는 천천히 일어났다. 손가락을 펼쳤다. 손바닥에는 무언가 새겨져 있었다. 문양. 마치 거울의 테두리 같은 문양이었다. 자신의 살에 새겨진 무언가.
거울 앞에 섰다. 이번엔 거울이 에밀리를 비추고 있었다. 하지만 거울 속의 에밀리는 에밀리가 아니었다. 그 얼굴은 더 창백했고, 그 눈은 더 오래되어 보였다. 거울 속의 에밀리는 웃고 있었다.
"안녕, 에밀리. 난 너야. 아니, 넌 날 모르겠지."
에밀리는 입을 떼지 않았다. 거울 속의 것이 계속 말했다.
"난 처음 이 거울에 들어온 여자야. 백 년 전. 아니, 더 오래됐을 수도. 시간이 의미 없어졌거든. 난 루이를 사랑했어. 그리고 루이를 구하려고 했어. 그래서 거울에 들어갔어. 그리고 계속 반복해. 루이를 구하려고. 하지만 루이는 계속 죽어. 매 반복마다."
에밀리는 거울 속 자신을 봤다. 그것은 자신이 아니었다. 그것은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무언가 오래되고, 무언가 절망적인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깨달았어. 루이를 구하는 건 불가능해. 그래서 나는 거울이 됐어. 루이를 계속 보내는 거울이 됐어. 그리고 이제 넌 날 이해할 거야."
에밀리는 손을 들었다. 거울 속의 손과 마주쳤다. 그것은 차가웠다. 하지만 따뜻했다. 자신의 손처럼.
"이제 넌 나처럼 될 거야, 에밀리. 루이를 구하려고 하면 할수록, 넌 점점 더 나처럼 될 거야. 그리고 언젠가 넌 나처럼 거울이 될 거야. 그리고 다음 여자를 시험할 거야. 루이를 사랑하는 다음 여자를."
에밀리는 손을 내렸다. 거울 속의 것도 손을 내렸다.
"그래. 이제 알겠지? 넌 이미 루이를 구할 수 없어. 루이는 이미 거울 속에 갇혀 있어. 그리고 넌 루이를 구하려고 할 때마다 더 깊이 빨려들어갈 거야. 그리고 언젠가 넌 거울이 될 거야."
에밀리는 손을 들었다. 벽면에 손을 댔다. 세 번째 글귀를 새기려는 순간, 거울 속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하지만 한 가지 방법이 있어. 루이를 포기하는 거야. 루이를 사랑하는 것을 포기하고, 거울에서 나가는 거야. 그럼 넌 자유로워질 거야. 루이는 계속 여기 있겠지만, 넌 자유로워질 거야."
에밀리는 손을 거두었다. 벽을 돌아봤다. 벽면에는 여전히 두 글귀가 있었다. '루이, 나를 용서해.' 그리고 '루이, 난 너를 사랑해.'
에밀리는 다시 벽으로 향했다. 칼을 들었다. 세 번째 글귀를 새기기 시작했다. 칼끝이 회벽을 파고들었다.
'루이, 안녕.'
글씨를 마쳤다. 에밀리는 거울을 돌아봤다.
"넌 날 시험했지. 루이를 통해서. 루이를 사랑하는 것으로 날 시험했어. 그리고 난 떨어졌어. 매 반복마다. 루이를 구하려고 했을 때, 난 떨어졌어."
에밀리는 거울 속의 것을 봤다. 그것은 여전히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알았어. 루이를 구하는 건 내 일이 아니야. 루이를 구하는 건 루이의 일이야. 그리고 난... 난 내 자신을 구해야 해."
에밀리는 거울의 방을 나갔다.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거울의 웃음이 방 안에서 울렸다. 하지만 에밀리는 계속 걸었다.
복도. 계단. 거실. 현관.
에밀리는 저택의 문을 열었다. 밖은 밤이었다. 별이 떠 있었다. 자신이 이 반복에서 본 별이었다.
에밀리는 걸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거울의 방이 뒤에 있었지만, 에밀리는 계속 걸었다.
그리고 그 순간—
거울의 방의 문이 열렸다. 루이가 나왔다. 에밀리의 등 뒤에서.
"에밀리!"
루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에밀리는 멈췄다. 하지만 돌아보지 않았다.
"제발. 제발 돌아봐."
에밀리는 천천히 돌아섰다. 루이가 서 있었다. 거울의 방 앞에서.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눈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 눈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깨달음의 빛이 흐릿하게 떠오르고 있었다.
"넌 날 포기하는 거야?"
"그래."
에밀리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넌 날 사랑하지 않는 거야?"
"그래."
"왜?"
루이의 목소리가 떨렸다.
"왜냐하면 난 너를 사랑할 수 없으니까. 넌 이미 죽어 있으니까. 넌 이미 거울 안에 갇혀 있으니까. 그리고 난 너를 구할 수 없으니까."
에밀리는 한 발 더 나아갔다.
"그래서 난 나를 구하기로 했어. 나를 구하는 게 너를 구하는 유일한 방법이야. 넌 거울 안에서 깨어나야 해. 그리고 난 여기서 깨어나야 해."
루이는 손을 뻗었다. 에밀리를 잡으려고. 하지만 에밀리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에밀리!"
루이의 비명이 들렸다. 에밀리는 계속 걸었다. 별이 떠 있는 밤 하늘 아래로. 거울의 반복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으로.
그리고 그 순간, 거울의 방의 문이 닫혔다. 루이의 비명이 끊겼다. 거울의 웃음이 방 안에 갇혔다.
에밀리는 계속 걸었다. 뒤를 돌아보지 않고.
밤의 길은 길었고, 별은 밝았다. 에밀리의 손가락에 새겨진 거울의 문양은 여전히 따뜻했지만, 그것은 이제 그녀의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가 남기고 온 것이었다.
그리고 거울의 방에서는, 루이가 천천히 깨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