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오후 3시, 거울의 방.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에밀리는 눈을 떴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흔들렸다. 아니, 자신의 시야가 흔들렸다. 숨을 쉬려 했으나 목이 좁혔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경악. 손가락 끝의 그 따뜻함은 뭔가를 잡고 있던 감각이었다. 누군가의 손을 잡고 있던 손가락.

에밀리는 손을 펼쳤다. 깨끗했다. 손이 떨렸다.

기억이 조각조각이었다. 독약. 와인잔. 루이의 얼굴—눈이 풀린 표정. "용서해 줄 수 있을까." 그 목소리. 에밀리는 일어나 앉았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무엇 때문인지 알 수 없었다. 복수를 했으니 기뻐야 하지 않나? 그런데 왜 이 공허함?

거울 앞으로 다가갔다.

벽면에 글씨가 있었다. 손글씨. 자신의 필체. "루이, 나를 용서해."

에밀리의 숨이 멈췄다.

자신이 이 반복에서 쓴 글씨가 아니었다. 그렇다면 누가? 아니, 언제?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손은 기억했다—따뜻함. 누군가를 안아본 팔의 감각, 누군가의 손을 맞잡은 손가락의 온기.

"이게... 무엇인가."

중얼거림이 새어 나왔다. 거울은 조용했다. 거울은 항상 조용했다.

에밀리는 거울을 돌아 서재로 향했다. 시간은 오후 4시 15분. 루이는 이 시간에 늘 서재에서 편지를 읽고 있었다.

서재의 문을 열었다.

루이가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이 에밀리를 마주쳤을 때, 무언가가 그의 얼굴에서 무너졌다. 절망? 아니, 희망?

"에밀리."

그 단어만으로도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에밀리는 한 발 다가섰다. "너는 나를 사랑한다고 했지."

"그래."

너무 빨랐다. 반박이 없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보통 설명을 덧붙인다. 루이는 그렇지 않았다.

"그럼 어머니의 편지는? 마르셀의 편지는?"

루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넌 어떻게..."

"탁자 위에 있더라."

거짓이었다. 탁자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루이의 반응이 진짜였다. 그는 자신의 비밀이 노출된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것을 피하려 하지 않았다.

"내가 널 지켜내지 못해서 미안해," 루이가 말했다. 목소리가 부서졌다. "어머니는 날 통제하고, 마르셀은 날 협박해. 그들은 날 이용해서 너를 얻으려고 했어. 그런데 난... 난 너를 지킬 수 없었어."

에밀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루이의 말이 계속됐다.

"어머니는 날 말했어. 넌 도구일 뿐이라고. 감정을 버리라고. 그런데 난 할 수 없었어, 에밀리. 널 보는 순간 모든 명령이 무너져. 넌 왜 그래야 하는 거야? 왜 넌 자꾸 나를 의심해? 난 너를 사랑해. 이게 진짜야."

그의 눈물이 떨어졌다.

거짓일까? 에밀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것을 느꼈다. 그것이 진짜인지 연기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구분 불가능함이 자신을 미치게 했다.

"서재 책장 뒤를 봐," 루이가 말했다. "네가 모르는 편지가 있어."

에밀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가. 제발."

그의 목소리가 간청이었다. 에밀리는 돌아섰다. 서재의 벽면에 그림이 걸려 있었다. 그 뒤에 작은 상자가 숨겨져 있을 것을 알았다. 손가락이 기억했다. 에밀리는 그림을 들어올렸다.

상자가 있었다. 몬포르트 가문의 문장이 새겨진 검은 상자. 그 안에는 편지가 여러 장 들어 있었다. 모두 보내지지 않은 편지였다. 봉투에 "에밀리에게"라고 써 있었다.

첫 번째 편지를 펼쳤다.

*에밀리,*

*난 너를 지켜내지 못해서 미안해. 어머니와 마르셀의 계획에서 널 빼내고 싶지만, 그럴수록 넌 더 위험해진다. 너는 정치의 대상이고, 난 그들의 도구야. 그런데 내가 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면, 그들은 너를 더 이용할 거야. 그래서 난 너에게 차갑게 굴어야 해. 이 차가움이 너를 지키는 유일한 방법이야.*

*내일 이 모든 게 끝나. 넌 나를 떠날 거고, 난 너를 잃을 거야. 오늘 밤, 제발 나를 용서해.*

*널 사랑해.*

*루이*

에밀리의 손이 떨렸다.

종이가 무너지지 않기 위해 손가락에 힘을 줬다. 이 편지가 사실일 가능성. 그 가능성이 처음으로 자신의 마음을 흔들었다. 그렇다면 이전 반복에서 자신이 한 일은? 독약을 탄 와인. 루이의 죽음. 그리고 벽면의 글씨—"루이, 나를 용서해."

자신이 그걸 썼다는 건가? 왜?

"에밀리."

루이가 뒤에서 말했다. 에밀리는 돌아섰다. 그의 얼굴이 가까웠다. 아니, 에밀리가 그렇게 느꼈다. 거리는 같은데 심장이 빨리 뛰었다.

"이건... 언제 쓴 거야?"

"매번. 매번 난 너한테 편지를 써. 넌 읽지 않지만."

"매번이라니 뭔 소리야?"

루이가 입을 열었다 다물었다. 마치 뭔가 말하려고 했으나 참은 듯했다. 그 움직임 속에서 에밀리는 그가 알고 있다는 것을 직감했다. 루이가 알고 있다. 자신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을. 기억이 초기화된다는 것을.

"루이, 넌 뭘 알고 있어?"

"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넌 매번 다르게 나를 봐. 매번 처음처럼. 그래서 난 매번 처음처럼 널 사랑해."

거짓이었을까? 에밀리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루이가 이 말을 반복해서 쓴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편지 위에, 일기 위에, 그리고 이 순간 입 밖으로.

오후 5시 30분. 연회장.

귀족들이 모여 있었다. 샤를로트 백작모는 에밀리를 노려봤다. 드 생-쥐스트 공작은 에밀리 곁에 서 있었다. 아버지. 정치 거래의 주인공. 그가 입을 열었다.

"딸아, 오늘 넌 루이를 잘 대해야 해. 이 결혼이 우리 가문의 미래니까."

"알겠습니다, 아버지."

거짓 목소리. 에밀리는 연회장을 돌아다니며 관찰했다. 마르셀이 루이 곁에 있었다. 그들은 뭔가를 나눴다. 루이의 얼굴이 경직됐다. 마르셀이 웃음을 지었다.

에밀리는 다가갔다.

"백작님, 즐거운가요?"

마르셀이 돌아섰다. 그의 미소가 에밀리에게 쏟아졌다. "에밀리. 넌 정말 아름다워."

"감사합니다."

"루이는 운이 좋네. 이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얻다니."

루이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마르셀이 계속했다.

"하지만 말이야, 에밀리. 루이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건 내가 보장할 수 있어. 그는 단지 도구로 너를 원할 뿐이야. 그의 어머니의 명령이니까. 나는 다르다. 나는 너를 진심으로 원한다."

에밀리는 마르셀의 얼굴을 봤다. 그의 말이 거짓이라는 것을 알았다. 욕망과 위선이 그의 눈빛에 가득했다. 그런데도 마르셀의 말이 루이에 대한 의심의 씨를 심었다.

"그렇군요."

"오늘 밤, 내가 너를 거울의 방으로 이끌 수 있을까?"

"아니요."

에밀리는 돌아섰다. 루이가 그녀를 봤다. 그의 눈이 자신을 따라갔다. 에밀리는 느꼈다—그의 시선이 자신을 잡으려고 했다는 것을.

오후 6시 30분. 복도.

소피가 나타났다. 에밀리의 시녀. 그녀의 얼굴이 불안했다.

"마나님, 거울의 방에 가실 준비가 되셨나요?"

"아직이야."

"마르셀 백작이 찾으신다고 했는데요."

에밀리가 소피를 봤다. 그 순간, 소피의 눈이 흔들렸다. 죄책감. 소피는 마르셀의 스파이였다. 에밀리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전 반복에서 소피의 메모를 발견했으니까. 그런데 지금, 이 반복에서 에밀리는 다르게 행동했다.

"소피, 넌 마르셀을 위해 일하고 있지."

소피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아니에요, 마나님."

"거짓말하지 마. 루이 백작을 어떻게 생각해?"

소피는 입을 다물었다. 에밀리는 소피의 눈빛 속에서 무언가를 읽으려고 했다. 죄책감? 두려움? 아니면 진심?

"소피, 넌 정말로 뭘 봤어? 그의 진심을 느낀 거 아닐까? 루이가 마르셀 같은 사람일까?"

소피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루이 백작님은... 좋은 사람이에요. 마나님을 정말 사랑하시는 것 같아요."

에밀리는 소피의 손을 잡았다. 소피의 말이 거짓일까? 아니면 진실일까? 에밀리는 더 이상 확신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고마워, 소피."

오후 8시 45분. 거울의 방.

루이가 에밀리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손을 잡고. 에밀리는 저항하지 않았다. 이전 반복에서 자신은 저항했고, 독약을 줬고, 루이는 죽었다. 그리고 자신은 "루이, 나를 용서해"라고 썼다.

루이가 에밀리의 손을 잡고 말했다.

"내일 이 모든 게 끝나. 넌 나를 떠날 거고, 난 너를 잃을 거야. 오늘 밤, 날 용서해줄 수 있을까?"

에밀리는 루이를 밀어냈다. 하지만 그 순간, 루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그 눈물이 에밀리의 뺨을 스쳤다.

"루이..."

에밀리가 말하려고 했다. 루이의 입이 움직였다. 뭔가를 말하려고 했다. 그의 입 모양. 그의 눈빛. 에밀리는 직관적으로 느꼈다—그가 말하려던 것이 무엇인지.

"사랑해."

그 단어가 공기를 가르고 나왔는지, 아니면 에밀리의 심장 속에서만 울렸는지 알 수 없었다.

자정이 왔다.

거울이 빛났다. 에밀리의 몸이 뜨거워졌다. 루이가 그녀를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통과했다. 에밀리가 사라졌다.

---

오후 3시, 거울의 방. 네 번째 반복.

에밀리는 눈을 떴다.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이번엔 달랐다. 기억이 조각조각 남아 있었다. 루이의 눈물. 마르셀의 거짓. 소피의 죄책감. 벽면의 글씨. 그리고—루이의 편지.

에밀리는 천천히 일어섰다. 머리가 명확했다. 이전 반복들처럼 혼란스럽지 않았다. 손가락 끝의 따뜻함이 단순한 감각이 아니라, 무언가의 증거처럼 느껴졌다.

"이건..."

에밀리가 중얼거렸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이 방 안에서, 이 시간에서, 몇 번이나 깨어났을까?

거울 위의 시계가 3시 정각을 가리켰다. 항상 같은 시간. 항상 같은 방. 항상 같은 날.

패턴이 보였다.

에밀리는 방을 나갔다. 발걸음이 빨랐다. 이번엔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무엇을 찾아야 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루이의 서재로 향했다.

오후 4시 30분. 루이의 서재.

에밀리는 책장 뒤의 숨겨진 공간을 열었다. 손가락이 기억했다. 어디를 누르고, 어떻게 열어야 하는지. 무의식의 신체 기억이 남겨진 것이었다.

편지들이 나왔다.

첫 번째 편지는 마르셀의 필체였다. 글씨가 흐트러져 있었다. 협박이 노골적이었다.

"루이, 네 아버지의 빚을 기억하나? 백만 루이도르. 넌 이걸 갚아야 한다. 에밀리와의 결혼이 성사되면, 그 지참금으로 모든 게 해결된다. 하지만 넌 그녀를 사랑하면 안 된다. 사랑은 약함이고, 약함은 실패다. 넌 도구가 되어야 한다. 도구만이 살아남는다."

에밀리가 읽으며 손이 떨렸다.

두 번째 편지는 루이의 어머니 샤를로트의 필체였다. 펜으로 쓴 글씨가 얇고 날카로웠다.

"루이, 드 생-쥐스트 가문의 딸은 도구일 뿐이다. 그녀의 아름다움과 지참금이 우리 가문을 구한다는 것을 잊지 마라. 감정은 사치고, 사랑은 약함이다. 만약 넌 그녀에게 진심을 보인다면, 우리 가문 전체가 멸망할 것이다. 넌 그 책임을 감당할 수 있는가?"

에밀리가 손을 놨다. 편지가 바닥에 떨어졌다.

그 아래에 있던 것은 루이의 일기였다. 수십 장의 페이지가 쌓여 있었다. 에밀리는 무작위로 펼쳤다.

"오늘도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 마르셀이 그녀 근처에 맴돈다. 어머니는 그녀를 도구로만 본다. 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도 없다. 난 약하고, 무능하고, 그녀를 사랑하는 것만이 내 죄다."

다른 페이지를 펼쳤다.

"그녀의 눈을 봤다. 오늘 그녀는 나를 의심했다. 그건 맞다. 나도 자신을 의심한다. 이 사랑이 그녀를 구원할까, 아니면 더 깊은 지옥으로 끌어내릴까. 난 모르겠다. 단지 그녀의 손을 놓고 싶지 않다. 그것만이 나를 인간으로 만든다."

또 다른 페이지.

"내일, 그녀가 나를 떠나면 어떻게 될까? 난 살 수 있을까? 어머니는 다른 여자를 데려올 것이다. 마르셀은 자신의 계획을 진행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난 죽을 것이다. 영혼이 죽은 시체가 되어 존재할 것이다. 하지만 그게 맞다. 나는 그럴 자격이 있다.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으니까."

에밀리의 눈이 젖었다.

"아니야."

에밀리가 중얼거렸다. 손이 떨렸다. 이 일기들이 거짓일 수도 있다. 루이가 자신을 속이기 위해 쓴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손가락 끝의 따뜻함이—루이의 눈물이—자신을 말하고 있었다.

에밀리는 편지들을 다시 들었다. 그 아래에 또 다른 종이가 있었다. 루이의 필체로 쓰인 메모. 날짜가 적혀 있었다. 어제 날짜.

"에밀리가 나를 죽였다. 독약을 탄 와인으로. 그리고 그녀는 벽에 '루이, 나를 용서해'라고 썼다. 왜? 그녀가 나를 죽인 후에 왜 나를 용서해달라고 했을까? 이건 무엇을 의미할까? 그녀가 후회했을까? 아니면 이것도 거짓일까? 나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내일 다시 깨어나면, 나는 다시 그녀를 찾을 것이다. 매번처럼. 그녀를 믿을 것이다. 매번처럼."

에밀리는 메모를 놨다. 손이 심하게 떨렸다.

루이가 알고 있었다. 반복을 . 자신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루이는 매번 자신을 찾고, 자신을 믿고, 자신을 사랑한다.

오후 5시 45분. 거울의 방.

에밀리는 다시 거울의 방으로 돌아왔다. 벽면을 살펴봤다. 자신의 필체로 쓰인 글씨가 있었다.

"루이, 나를 용서해."

손가락이 벽을 스쳤다. 글씨가 신선했다. 아직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 있었다. 이 글씨를 쓴 것은 자신이었다. 어느 반복에서? 몇 번 전?

에밀리는 벽에 기대앉았다. 머리가 복잡했다. 하지만 명확한 것도 있었다.

패턴이 명확해지고 있었다.

매 반복마다 자신은 깨어난다. 기억은 없다. 하지만 손가락과 몸은 기억한다. 루이의 손을 맞잡은 감각. 루이의 팔에 안긴 따뜻함. 그리고 루이는—루이는 자신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한다. 편지를 반복해서 쓴다. 매 반복마다 자신을 찾는다. 매 반복마다 자신에게 말을 건넨다.

루이가 자신을 구하려고 한다.

오후 6시 30분. 연회장.

에밀리가 다시 나타났다. 이번엔 다르게 보였다. 마르셀이 즉시 그녀에게 다가갔다.

"에밀리, 정말 아름다워. 매번 나를 놀라게 하네."

"감사합니다."

"루이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 그건 내가 보장할 수 있어. 그는 단지 도구로 너를 원할 뿐이야. 그의 어머니의 명령이니까."

에밀리가 마르셀을 봤다. 그의 눈. 그의 미소. 욕망과 위선이 그곳에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은요?"

"나? 나는 너를 진심으로 원한다. 너의 아름다움, 너의 지능, 너의 모든 것을."

에밀리가 한 발 물러섰다. 마르셀이 한 발 다가갔다.

"루이가 너를 줄 수 없다면, 나에게 와. 난 너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야."

"넌 거짓말을 한다."

마르셀의 미소가 굳었다. "뭐?"

"당신이 원하는 건 나가 아니야. 당신이 원하는 건 내가 루이를 떠나는 것이고, 루이가 무너지는 것이고, 그 결과로 당신이 얻을 수 있는 것들이야. 나는 도구일 뿐이야. 루이를 파괴하는 도구."

마르셀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넌 뭘 아는 거야?"

"충분히."

에밀리는 돌아섰다. 루이를 찾았다. 그가 복도에 서 있었다. 에밀리는 그를 향해 걸어갔다.

루이의 눈이 흔들렸다. 그녀가 다가왔을 때, 그의 입술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에밀리..."

"난 너를 죽였어."

루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한 반복에서 난 너에게 독약을 줬고, 넌 죽었어. 그리고 난 벽에 '루이, 나를 용서해'라고 썼어."

루이가 에밀리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 에밀리는 밀어냈다. 하지만 그 순간, 루이의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내가... 너를 죽인 건 아니야?"

"아니야. 내가 너를 죽였어."

루이의 손이 떨렸다. "그럼 왜... 넌 왜 날 용서해달라고 했어?"

에밀리가 답하지 못했다. 자신도 알고 싶었다. 왜 그런 글씨를 썼을까? 루이를 죽인 후에 무엇이 자신을 그렇게 만들었을까?

밤 10시 30분. 거울의 방.

루이가 에밀리를 이곳으로 다시 이끌었다. 이번엔 에밀리가 저항하지 않았다. 루이는 거울 앞에 서서 그것을 바라봤다.

"이건 뭘까? 시간을 돌려주는 저주일까, 아니면 축복일까?"

"모르겠어."

"너는 이걸 감지하고 있지. 반복되고 있다는 걸. 기억이 남아 있어."

에밀리가 루이를 봤다. 그의 눈이 자신을 추적하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가 떨렸다.

"매번 넌 깨어난다. 그리고 매번, 넌 나를 의심한다. 매번, 넌 나를 죽이거나 떠난다. 그리고 매번, 넌 벽에 '루이, 나를 용서해'라고 쓴다. 왜? 그게 뭐하는 짓이야?"

루이의 목소리가 더 높아졌다. 절망이 섞여 있었다.

"난 안다. 이 패턴이 계속되면, 넌 돌아오지 않을 거야. 거울이 너무 강해질 거고, 넌 더 이상 돌아올 수 없을 거야. 그럼 어떻게 되는 거야? 넌 사라지는 거야? 아니면 거울 속에 갇히는 거야?"

루이가 에밀리의 양손을 잡았다. 에밀리는 밀어내려고 했지만, 루이의 눈을 보고 멈췄다. 그 눈 속에 있는 것은 무엇일까? 절망? 간청? 사랑?

"내일 이 모든 게 끝나. 넌 나를 떠날 거고, 난 너를 잃을 거야. 오늘 밤, 제발... 날 믿어줄 수 있을까? 날 믿고, 이 반복에서 벗어나줄 수 있을까?"

에밀리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루이가 먼저 말했다.

"마르셀이 날 협박했어. 아버지의 빚 때문에. 난 어머니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어. 넌 도구여야 한다고. 감정을 버려야 한다고. 그런데 난..."

루이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난 할 수 없었어, 에밀리. 넌 내 도구가 아니야. 넌 내 전부야. 그래서 난 매번 이 편지를 쓰고, 매번 널 찾고, 매번 널 사랑해. 이게 거짓이 아니라는 걸 증명하고 싶어. 이게 내 진심이라는 걸."

루이는 에밀리의 손을 거울 위에 올렸다. 거울 위의 그들의 손이 겹쳤다. 거울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에밀리의 손 아래로 루이가 강하게 자신의 손을 누렀다. 거울이 뜨거워졌다.

"거울을 깨지 마, 에밀리. 그것은..."

루이는 말을 멈췄다. 마치 뭔가를 깨달은 듯. 그의 눈이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서 무언가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 같은 것. 아니, 형태 같은 것. 루이의 형태가 아닌, 다른 무언가. 거울 속의 형태가 점점 선명해지고 있었다. 루이가 아닌 누군가. 아니, 무언가. 그것의 입이 벌어졌다. 비명을 지르는 듯한 모양이었다.

"뭔가... 이상해."

에밀리도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마치 존재가 희미해지는 것처럼. 동시에 거울 속 다른 형태가 더욱 선명해지고 있었다.

"루이, 이게..."

"모르겠어. 하지만 넌 날 찾아줘야 해. 다음 반복에서. 날 찾아줘."

루이가 에밀리를 안았다. 팔이 에밀리를 감싸 안았다. 그의 심장이 그녀의 귀에 닿았다. 그 박동이 빠르고 불규칙했다.

"사랑해, 에밀리. 이 말이 거짓일까봐 두려워. 하지만 이 말만은 진실이야. 이 말만은."

거울이 더욱 밝아졌다. 에밀리의 몸이 투명해지고 있었다. 동시에 거울 속의 다른 형태가 더욱 비명을 지르는 듯했다.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었다.

"루이, 넌 왜..."

"날 찾아줘. 제발. 날..."

에밀리가 루이를 붙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통과했다. 그의 팔이 공기를 안고 있었다.

자정이 왔다.

---

오후 3시, 거울의 방. 다섯 번째 반복.

에밀리는 눈을 떴다. 손가락 끝이 따뜻했다. 그리고 이번엔 가슴도 따뜻했다.

"루이..."

그 이름이 입 밖으로 나왔을 때, 에밀리는 깨달았다.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루이의 죽음이 아니라, 루이의 사랑이. 루이의 진심이. 루이 자신이.

하지만 기억이 사라졌다. 모든 것이 흐릿해졌다. 오직 그 이름만 남았다.

루이.

에밀리는 거울을 봤다. 거울 속의 자신이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누군가를 부르고 있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거울이 조금씩 어두워지고 있었다. 거울 속의 형태가 변하고 있었다. 루이가 아닌 다른 것으로. 무언가 더 오래되고, 더 깊고, 더 절망적인 것으로. 거울 속에서 비명이 울렸다. 아주 미세하게, 마치 시간 밖에서 들려오는 것처럼.

에밀리의 손이 거울을 향해 뻗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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