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오후 3시 정각, 거울의 방에서 눈을 떴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흔들렸다. 아니, 세상이 흔들렸다. 에밀리는 침대에서 일어나 손가락을 펼쳤다.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왜? 기억을 더듬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가 없었다. 그런데 손가락 끝에는 뭔가 남아 있었다. 누군가의 목을 만진 감각. 따뜻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차가웠다. 그 온기가 사라진 자리에 공허함이 남았다.

에밀리는 손을 쥐었다 펼쳤다를 반복했다. 손이 왜 이렇게 떨리는가? 침대에서 내려와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의 자신은 창백했다. 눈밑이 검었다. 무언가를 울면서 깨어난 얼굴이었다. 하지만 자신은 울지 않았다. 최소한 기억하는 범위 내에서는.

손가락을 다시 들어올렸다. 손가락 끝이 떨렸다. 그 떨림 속에 무언가가 있었다. 누군가를 마주했을 때의 거부감. 하지만 거부감만은 아니었다. 거부감 아래에 뭔가 더 깊은 것이 있었다. 손가락이 기억하는 온기.

시녀 소피가 문을 두드렸다. "부인님, 목욕을 준비했습니다."

에밀리는 거울을 떠났다. 침실로 향했다. 기억 없이 움직이는 몸은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얀 드레스를 입었다. 머리를 빗었다. 장신구를 착용했다. 모든 동작이 자동으로 이루어졌다.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녀의 몸을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부인님, 안색이 좋지 않으신데요." 소피가 에밀리의 뺨에 홍조를 덧칠했다.

에밀리는 소피를 바라봤다. 소피의 눈에는 무엇인가 불안함이 떠 있었다. 마치 자신이 뭔가를 해야 할 일이 있는데 하지 못한 것 같은 불안감. 에밀리는 그 불안감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듯했지만, 기억은 나지 않았다. 오직 감각만 남았다. 이 여자가 믿을 수 없다는 감각. 이 여자가 나를 배신했다는 감각.

오후 6시 반. 연회장.

루이가 있었다. 에밀리는 그를 본 순간 숨이 멎었다. 왜? 그의 얼굴을 보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게 아니라, 가슴 전체가 울렁거렸다. 마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느낌. 그런데 자신은 어디서도 떨어지고 있지 않았다. 단지 그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루이가 에밀리에게 다가왔다. 그의 눈빛은 절망으로 가득했다. 에밀리는 그 절망을 읽으려 했다. 죄책감일까? 자신을 죽인 죄책감? 아니면...

"안녕하셨습니까, 백작부인님."

루이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으면 에밀리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는 게 아니라, 심장이 멈췄다가 다시 뛰기 시작했다. 박동이 불규칙해졌다. 목에 맥박이 뛰었다. 손가락 끝에 맥박이 뛰었다.

"좋은 저녁입니다, 백작님." 에밀리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하지만 그 차가움 아래에는 뭔가 떨리는 게 있었다.

루이가 에밀리의 손을 잡으려 했다. 에밀리는 본능적으로 손을 뒤로 빼려 했다. 그런데 루이의 손이 먼저 그녀의 손을 감쌌다. 따뜻했다. 손가락 끝에 남아 있던 그 온기와 같은 온기였다. 에밀리는 눈을 감았다. 단 2초. 그 2초 동안 에밀리는 명확히 알았다. 자신이 이 남자를 원한다는 것을. 자신이 이 손을 놓고 싶지 않다는 것을.

그 직후 에밀리는 손을 밀어냈다.

"손을 떼십시오."

루이의 손이 떨어졌다. 그의 얼굴이 더욱 절망으로 물들었다. 에밀리는 그 절망을 외면했다. 그것을 약점으로 낙인찍고 돌아섰다.

밤 9시. 거울의 방.

에밀리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의 표면이 희미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옆의 벽면에 손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검은 잉크로 쓰인 글씨였다.

'루이, 나를 용서해.'

에밀리는 그 글씨를 바라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 글씨는 자신의 필체였다. 자신이 쓴 글씨였다. 하지만 자신은 이 글씨를 쓴 기억이 없었다. 기억 없이 손이 쓴 글씨였다. 무의식 속에서 손이 움직인 것이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자신이 이 글씨를 남긴 것처럼.

에밀리는 손가락을 벽에 대고 글씨를 따라 그었다. 자신의 손글씨가 맞았다. 그런데 이 글씨는 뭐였는가? 루이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씨? 자신이 루이에게 용서를 구할 일이 있단 말인가?

거울의 방 서재로 들어갔다. 책장 뒤에 숨겨진 상자가 있었다. 에밀리는 그 상자를 꺼냈다. 상자 안에는 편지들이 있었다. 루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들이었다. 그리고 일기장이 있었다. 루이의 일기장이었다. 에밀리는 일기장을 펼쳤다.

'오늘도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

매 페이지마다 같은 글귀가 반복되고 있었다. 오늘도. 또 오늘도. 계속해서 오늘도. 루이는 자신이 누구를 지켜내지 못했는가? 에밀리는 그 질문에 답을 할 수 없었다. 기억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그 글귀가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편지 더미 밑에 뭔가가 더 있었다. 낡은 종이였다. 봉인이 이미 뜯어져 있었다. 에밀리는 그것을 꺼냈다. 손글씨가 떨렸다.

유서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 루이에게.'

에밀리는 유서를 읽기 시작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남긴 유서였다. 루이의 아버지는 자살했다.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통제. 어머니의 학대. 어머니의 저주와도 같은 말들이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

'아들아, 네 어머니를 용서해.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거라. 그것이 내가 너에게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에밀리는 유서를 떨리는 손으로 놓았다.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 자신이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라는 뜻인가? 루이의 아버지는 자신을 알았는가? 루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는가?

그 순간 거울이 흔들렸다.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었다. 거울의 표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거울 속의 세계가 점점 밝아졌다. 에밀리는 본능적으로 거울에서 멀어졌다. 거울이 자신을 끌어당기려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현재로 강제로 돌려보내려 하는 것처럼.

에밀리는 거울을 바라봤다. 거울 속에서 자신의 모습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그 뒤로 루이의 모습이 보였다. 루이는 거울 앞에 서 있었다. 거울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입이 움직였다.

'에밀리, 제발... 돌아와.'

루이의 목소리가 거울을 통해 들려왔다. 에밀리는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거울이 더욱 밝아졌다. 에밀리의 시야가 하얀 빛으로 채워졌다.

자정. 기억이 사라졌다.

오후 3시. 거울의 방.

에밀리가 눈을 떴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떨렸다. 어제는... 어제가 뭐였지? 기억을 더듬으려 해도 뭔가 끊겨 있었다.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글씨가 번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어제 자정 이후는? 기억이 없었다. 완전히 지워진 것처럼.

에밀리는 천천히 일어났다. 침대 위에는 자신이 입었던 드레스가 펼쳐져 있었다. 어제 입었던 드레스. 그런데 어제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손가락이 떨렸다. 왜 이렇게 떨리는가?

침실의 거울을 바라봤다. 자신의 얼굴이 창백했다. 눈 밑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마치 며칠을 자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자신은 방금 깼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한가?

소피가 문을 두드렸다.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작부인님, 옷을 준비해 드릴까요?"

에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이 뭔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따뜻함. 그리고 죄책감 같은 것. 누군가의 목을 만진 기억? 아니다. 그건 기억이 아니었다. 감각이었다. 몸에 남은 감각. 기억과는 별개의 감정.

"백작부인님?"

에밀리는 소피를 바라봤다. 시녀의 얼굴에 뭔가가 있었다. 걱정. 아니면 두려움. 에밀리는 소피를 그렇게 본 적이 있는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이 시녀가 자신의 적이라는 것을. 마르셀의 스파이라는 것을.

"밖으로 나가."

"네, 백작부인님."

소피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에밀리는 거울을 들었다. 손잡이가 따뜻했다. 누군가 방금 만진 것처럼. 에밀리는 그 온기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 온기에 눈물이 났다. 왜? 왜 우는가?

오후 4시 반. 거울의 방 밖 복도.

에밀리는 복도를 걸었다. 목표는 루이의 서재였다. 자신이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의식적 신체 기억. 어제 자신이 서재로 갔으니, 오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서재의 문을 열었다. 루이는 그곳에 없었다. 에밀리는 책장 뒤의 상자를 꺼냈다. 어제처럼. 정확히 어제처럼, 자신이 어제를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상자 안에는 편지들이 있었다. 루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들. 에밀리는 첫 장을 펼쳤다. 손이 떨렸다.

'에밀리에게.'

그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을 향한 편지였다. 루이가 자신을 위해 쓴 편지였다. 에밀리는 글귀를 따라갔다. 루이의 필체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마치 눈물 위에 쓴 글씨처럼.

'내가 너를 지켜내지 못해 미안해. 미안해, 에밀리. 제발 나를 미워하지 마. 설령 미워한다 해도, 제발 자신을 미워하지 마.'

에밀리는 편지를 내려놓았다. 무슨 말인가? 자신을 미워하라니? 루이가 자신에게 뭔가를 한 것인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그 편지의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일기장을 펼쳤다. 매 페이지마다 같은 글귀.

'오늘도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

에밀리는 그 글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왜 우는가? 자신은 이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없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몸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루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편지 더미 밑에 뭔가가 더 있었다. 낡은 종이였다. 봉인이 이미 뜯어져 있었다. 에밀리는 그것을 꺼냈다. 손글씨가 떨렸다.

유서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 루이에게.'

에밀리는 유서를 읽기 시작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남긴 유서였다. 루이의 아버지는 자살했다.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통제. 어머니의 학대. 어머니의 저주와도 같은 말들이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유서의 중간 부분을 넘어가며 에밀리는 새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루이의 어머니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기록해 놓은 부분이었다. 어떤 여자를 제거하려는 계획.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를. 에밀리의 손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

'아들아, 네 어머니를 용서해.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거라. 그것이 내가 너에게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에밀리는 유서를 떨리는 손으로 놓았다.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 자신이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라는 뜻인가? 루이의 아버지는 자신을 알았는가? 루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는가?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을?

그 순간 거울이 흔들렸다.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었다. 거울의 표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거울 속의 세계가 점점 밝아졌다. 에밀리는 본능적으로 거울에서 멀어졌다. 거울이 자신을 끌어당기려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현재로 강제로 돌려보내려 하는 것처럼.

"안 돼. 아직 아니야."

에밀리가 외쳤다.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거울은 계속 밝아졌다. 에밀리의 몸이 반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사라지는 것처럼. 현재의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루이였다. 루이는 거울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에밀리를 바라봤다. 에밀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봤다. 루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밀리!"

루이가 에밀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이미 반투명해 있었다. 루이의 손이 에밀리의 손을 지나갔다. 만질 수 없었다. 루이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갈라졌다.

"제발... 제발 돌아와. 나를 남겨두지 마. 에밀리, 제발!"

거울이 빛을 발했다. 하얀 빛이 에밀리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루이의 절망이 점점 멀어졌다. 그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에밀리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정. 기억이 사라졌다.

오후 3시. 거울의 방.

에밀리가 눈을 떴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떨렸다. 어제는... 어제가 뭐였지? 기억을 더듬으려 해도 뭔가 끊겨 있었다.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글씨가 번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어제 자정 이후는? 기억이 없었다. 완전히 지워진 것처럼.

에밀리는 천천히 일어났다. 침대 위에는 자신이 입었던 드레스가 펼쳐져 있었다. 어제 입었던 드레스. 그런데 어제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손가락이 떨렸다. 왜 이렇게 떨리는가?

침실의 거울을 바라봤다. 자신의 얼굴이 창백했다. 눈 밑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마치 며칠을 자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자신은 방금 깼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한가?

소피가 문을 두드렸다.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작부인님, 옷을 준비해 드릴까요?"

에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이 뭔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따뜻함. 그리고 죄책감 같은 것. 누군가의 목을 만진 기억? 아니다. 그건 기억이 아니었다. 감각이었다. 몸에 남은 감각. 기억과는 별개의 감정.

"백작부인님?"

에밀리는 소피를 바라봤다. 시녀의 얼굴에 뭔가가 있었다. 걱정. 아니면 두려움. 에밀리는 소피를 그렇게 본 적이 있는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이 시녀가 자신의 적이라는 것을. 마르셀의 스파이라는 것을.

"밖으로 나가."

"네, 백작부인님."

소피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에밀리는 거울을 들었다. 손잡이가 따뜻했다. 누군가 방금 만진 것처럼. 에밀리는 그 온기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 온기에 눈물이 났다. 왜? 왜 우는가?

오후 4시 반. 거울의 방 밖 복도.

에밀리는 복도를 걸었다. 목표는 루이의 서재였다. 자신이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의식적 신체 기억. 어제 자신이 서재로 갔으니, 오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서재의 문을 열었다. 루이는 그곳에 없었다. 에밀리는 책장 뒤의 상자를 꺼냈다. 어제처럼. 정확히 어제처럼, 자신이 어제를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상자 안에는 편지들이 있었다. 루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들. 에밀리는 첫 장을 펼쳤다. 손이 떨렸다.

'에밀리에게.'

그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을 향한 편지였다. 루이가 자신을 위해 쓴 편지였다. 에밀리는 글귀를 따라갔다. 루이의 필체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마치 눈물 위에 쓴 글씨처럼.

'내가 너를 지켜내지 못해 미안해. 미안해, 에밀리. 제발 나를 미워하지 마. 설령 미워한다 해도, 제발 자신을 미워하지 마.'

에밀리는 편지를 내려놓았다. 무슨 말인가? 자신을 미워하라니? 루이가 자신에게 뭔가를 한 것인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그 편지의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일기장을 펼쳤다. 매 페이지마다 같은 글귀.

'오늘도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

에밀리는 그 글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왜 우는가? 자신은 이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없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몸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루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편지 더미 밑에 뭔가가 더 있었다. 낡은 종이였다. 봉인이 이미 뜯어져 있었다. 에밀리는 그것을 꺼냈다. 손글씨가 떨렸다.

유서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 루이에게.'

에밀리는 유서를 읽기 시작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남긴 유서였다. 루이의 아버지는 자살했다.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통제. 어머니의 학대. 어머니의 저주와도 같은 말들이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유서의 중간 부분을 넘어가며 에밀리는 새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루이의 어머니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기록해 놓은 부분이었다. 어떤 여자를 제거하려는 계획.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를. 에밀리의 손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

'아들아, 네 어머니를 용서해.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거라. 그것이 내가 너에게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에밀리는 유서를 떨리는 손으로 놓았다.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 자신이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라는 뜻인가? 루이의 아버지는 자신을 알았는가? 루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는가?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을?

그 순간 거울이 흔들렸다.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었다. 거울의 표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거울 속의 세계가 점점 밝아졌다. 에밀리는 본능적으로 거울에서 멀어졌다. 거울이 자신을 끌어당기려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현재로 강제로 돌려보내려 하는 것처럼.

"안 돼. 아직 아니야."

에밀리가 외쳤다.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거울은 계속 밝아졌다. 에밀리의 몸이 반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사라지는 것처럼. 현재의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루이였다. 루이는 거울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에밀리를 바라봤다. 에밀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봤다. 루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밀리!"

루이가 에밀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이미 반투명해 있었다. 루이의 손이 에밀리의 손을 지나갔다. 만질 수 없었다. 루이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갈라졌다.

"제발... 제발 돌아와. 나를 남겨두지 마. 에밀리, 제발!"

거울이 빛을 발했다. 하얀 빛이 에밀리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루이의 절망이 점점 멀어졌다. 그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에밀리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정. 기억이 사라졌다.

오후 3시. 거울의 방.

에밀리가 눈을 떴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떨렸다. 어제는... 어제가 뭐였지? 기억을 더듬으려 해도 뭔가 끊겨 있었다.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글씨가 번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면 어제 자정 이후는? 기억이 없었다. 완전히 지워진 것처럼.

에밀리는 천천히 일어났다. 침대 위에는 자신이 입었던 드레스가 펼쳐져 있었다. 어제 입었던 드레스. 그런데 어제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손가락이 떨렸다. 왜 이렇게 떨리는가?

침실의 거울을 바라봤다. 자신의 얼굴이 창백했다. 눈 밑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마치 며칠을 자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자신은 방금 깼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한가?

소피가 문을 두드렸다.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작부인님, 옷을 준비해 드릴까요?"

에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이 뭔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따뜻함. 그리고 죄책감 같은 것. 누군가의 목을 만진 기억? 아니다. 그건 기억이 아니었다. 감각이었다. 몸에 남은 감각. 기억과는 별개의 감정.

"백작부인님?"

에밀리는 소피를 바라봤다. 시녀의 얼굴에 뭔가가 있었다. 걱정. 아니면 두려움. 에밀리는 소피를 그렇게 본 적이 있는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이 시녀가 자신의 적이라는 것을. 마르셀의 스파이라는 것을.

"밖으로 나가."

"네, 백작부인님."

소피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에밀리는 거울을 들었다. 손잡이가 따뜻했다. 누군가 방금 만진 것처럼. 에밀리는 그 온기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 온기에 눈물이 났다. 왜? 왜 우는가?

오후 4시 반. 거울의 방 밖 복도.

에밀리는 복도를 걸었다. 목표는 루이의 서재였다. 자신이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의식적 신체 기억. 어제 자신이 서재로 갔으니, 오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서재의 문을 열었다. 루이는 그곳에 없었다. 에밀리는 책장 뒤의 상자를 꺼냈다. 어제처럼. 정확히 어제처럼, 자신이 어제를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상자 안에는 편지들이 있었다. 루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들. 에밀리는 첫 장을 펼쳤다. 손이 떨렸다.

'에밀리에게.'

그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을 향한 편지였다. 루이가 자신을 위해 쓴 편지였다. 에밀리는 글귀를 따라갔다. 루이의 필체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마치 눈물 위에 쓴 글씨처럼.

'내가 너를 지켜내지 못해 미안해. 미안해, 에밀리. 제발 나를 미워하지 마. 설령 미워한다 해도, 제발 자신을 미워하지 마.'

에밀리는 편지를 내려놓았다. 무슨 말인가? 자신을 미워하라니? 루이가 자신에게 뭔가를 한 것인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그 편지의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일기장을 펼쳤다. 매 페이지마다 같은 글귀.

'오늘도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

에밀리는 그 글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왜 우는가? 자신은 이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없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몸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루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편지 더미 밑에 뭔가가 더 있었다. 낡은 종이였다. 봉인이 이미 뜯어져 있었다. 에밀리는 그것을 꺼냈다. 손글씨가 떨렸다.

유서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 루이에게.'

에밀리는 유서를 읽기 시작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남긴 유서였다. 루이의 아버지는 자살했다.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통제. 어머니의 학대. 어머니의 저주와도 같은 말들이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유서의 중간 부분을 넘어가며 에밀리는 새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루이의 어머니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기록해 놓은 부분이었다. 어떤 여자를 제거하려는 계획.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를. 에밀리의 손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

'아들아, 네 어머니를 용서해.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거라. 그것이 내가 너에게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에밀리는 유서를 떨리는 손으로 놓았다.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 자신이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라는 뜻인가? 루이의 아버지는 자신을 알았는가? 루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는가? 그리고 어머니가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을?

그 순간 거울이 흔들렸다.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었다. 거울의 표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거울 속의 세계가 점점 밝아졌다. 에밀리는 본능적으로 거울에서 멀어졌다. 거울이 자신을 끌어당기려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현재로 강제로 돌려보내려 하는 것처럼.

"안 돼. 아직 아니야."

에밀리가 외쳤다.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거울은 계속 밝아졌다. 에밀리의 몸이 반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사라지는 것처럼. 현재의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루이였다. 루이는 거울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에밀리를 바라봤다. 에밀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봤다. 루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밀리!"

루이가 에밀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이미 반투명해 있었다. 루이의 손이 에밀리의 손을 지나갔다. 만질 수 없었다. 루이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갈라졌다.

"제발... 제발 돌아와. 나를 남겨두지 마. 에밀리, 제발!"

거울이 빛을 발했다. 하얀 빛이 에밀리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루이의 절망이 점점 멀어졌다. 그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에밀리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정. 기억이 사라졌다.

오후 3시. 거울의 방.

에밀리가 눈을 떴다. 천장의 샹들리에가 희미하게 떨렸다. 어제는... 어제가 뭐였지? 기억을 더듬으려 해도 뭔가 끊겨 있었다. 마치 물에 젖은 종이처럼 글씨가 번져 있는 느낌이었다.

에밀리는 천천히 일어났다. 침대 위에는 자신이 입었던 드레스가 펼쳐져 있었다. 어제 입었던 드레스. 그런데 어제가 뭐였는지 모르겠다. 손가락이 떨렸다. 왜 이렇게 떨리는가?

침실의 거울을 바라봤다. 자신의 얼굴이 창백했다. 눈 밑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마치 며칠을 자지 않은 것처럼. 하지만 자신은 방금 깼다. 깊은 잠에서 깨어났다. 그런데 왜 이렇게 피곤한가?

소피가 문을 두드렸다.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백작부인님, 옷을 준비해 드릴까요?"

에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자신의 손가락이 뭔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따뜻함. 그리고 죄책감 같은 것. 누군가의 목을 만진 기억? 아니다. 그건 기억이 아니었다. 감각이었다. 몸에 남은 감각. 기억과는 별개의 감정.

"백작부인님?"

에밀리는 소피를 바라봤다. 시녀의 얼굴에 뭔가가 있었다. 걱정. 아니면 두려움. 에밀리는 소피를 그렇게 본 적이 있는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이 시녀가 자신의 적이라는 것을. 마르셀의 스파이라는 것을.

"밖으로 나가."

"네, 백작부인님."

소피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에밀리는 거울을 들었다. 손잡이가 따뜻했다. 누군가 방금 만진 것처럼. 에밀리는 그 온기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 온기에 눈물이 났다. 왜? 왜 우는가?

오후 4시 반. 거울의 방 밖 복도.

에밀리는 복도를 걸었다. 목표는 루이의 서재였다. 자신이 왜 그곳으로 가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몸이 그곳으로 향하고 있었다. 무의식적 신체 기억. 어제 자신이 서재로 갔으니, 오늘도 같은 길을 걷고 있었다.

서재의 문을 열었다. 루이는 그곳에 없었다. 에밀리는 책장 뒤의 상자를 꺼냈다. 어제처럼. 정확히 어제처럼, 자신이 어제를 기억하지 못하면서도.

상자 안에는 편지들이 있었다. 루이의 필체로 쓰인 편지들. 에밀리는 첫 장을 펼쳤다. 손이 떨렸다.

'에밀리에게.'

그 이름을 보는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자신을 향한 편지였다. 루이가 자신을 위해 쓴 편지였다. 에밀리는 글귀를 따라갔다. 루이의 필체가 점점 흐려지고 있었다. 마치 눈물 위에 쓴 글씨처럼.

'내가 너를 지켜내지 못해 미안해. 미안해, 에밀리. 제발 나를 미워하지 마. 설령 미워한다 해도, 제발 자신을 미워하지 마.'

에밀리는 편지를 내려놓았다. 무슨 말인가? 자신을 미워하라니? 루이가 자신에게 뭔가를 한 것인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그 편지의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일기장을 펼쳤다. 매 페이지마다 같은 글귀.

'오늘도 그녀를 지켜내지 못했다.'

에밀리는 그 글귀를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다. 왜 우는가? 자신은 이 글을 읽은 기억이 없다. 기억이 없으면서도 눈물이 난다. 몸이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루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것을.

편지 더미 밑에 뭔가가 더 있었다. 낡은 종이였다. 봉인이 이미 뜯어져 있었다. 에밀리는 그것을 꺼냈다. 손글씨가 떨렸다.

유서였다.

'내 사랑하는 아들 루이에게.'

에밀리는 유서를 읽기 시작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남긴 유서였다. 루이의 아버지는 자살했다. 그 이유가 적혀 있었다. 어머니의 통제. 어머니의 학대. 어머니의 저주와도 같은 말들이 어머니를 향해 있었다.

유서의 중간 부분을 넘어가며 에밀리는 새로운 내용을 발견했다. 루이의 아버지가 루이의 어머니가 무엇을 계획하고 있었는지 기록해 놓은 부분이었다. 어떤 여자를 제거하려는 계획.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를. 마르셀의 음모에 어머니가 가담했다는 내용도 있었다. 에밀리의 손이 얼어붙었다. 그리고 마지막 줄.

'아들아, 네 어머니를 용서해. 그리고 네가 사랑하는 여자를 지켜내거라. 그것이 내가 너에게 남길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에밀리는 유서를 떨리는 손으로 놓았다.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 자신이 루이가 사랑하는 여자라는 뜻인가? 루이의 아버지는 자신을 알았는가? 루이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았는가? 그리고 어머니가 마르셀과 함께 자신을 제거하려 한다는 것을?

그 순간 거울이 흔들렸다. 단순한 흔들림이 아니었다. 거울의 표면이 밝아지기 시작했다. 마치 불이 붙은 것처럼. 거울 속의 세계가 점점 밝아졌다. 에밀리는 본능적으로 거울에서 멀어졌다. 거울이 자신을 끌어당기려 하고 있었다. 마치 자신을 현재로 강제로 돌려보내려 하는 것처럼.

"안 돼. 아직 아니야."

에밀리가 외쳤다. 거울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거울은 계속 밝아졌다. 에밀리의 몸이 반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마치 자신이 사라지는 것처럼. 현재의 죽음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 순간 문이 열렸다. 루이였다. 루이는 거울의 방으로 들어섰다. 그리고 에밀리를 바라봤다. 에밀리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을 봤다. 루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에밀리!"

루이가 에밀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에밀리는 이미 반투명해 있었다. 루이의 손이 에밀리의 손을 지나갔다. 만질 수 없었다. 루이의 목소리가 절망으로 갈라졌다.

"제발... 제발 돌아와. 나를 남겨두지 마. 에밀리, 제발!"

거울이 빛을 발했다. 하얀 빛이 에밀리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루이의 절망이 점점 멀어졌다. 그 절망이 자신을 향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에밀리는 빛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자정. 기억이 사라졌다.

오후 3시. 거울의 방.

에밀리가 눈을 떴다. 침대에서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손가락이 떨렸다. 왜? 기억을 더듬으려 해도 아무것도 없었다. 어제가 없었다. 자정 이후가 없었다.

침실의 거울을 바라봤다. 자신의 얼굴이 창백했다. 눈 밑에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다. 마치 며칠을 자지 않은 것처럼.

소피가 문을 두드렸다.

"백작부인님, 옷을 준비해 드릴까요?"

에밀리는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뭔가를 기억하고 있었다. 따뜻함. 그리고 거부감. 누군가의 손을 놓지 못했던 기억? 아니다. 그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전에는 손을 밀어냈었는데, 이번에는...

"백작부인님?"

에밀리는 소피를 바라봤다. 시녀의 얼굴에 뭔가가 있었다. 더 깊은 두려움. 마치 뭔가 계획이 틀어진 것 같은 불안감. 에밀리는 소피를 그렇게 본 적이 있는가? 기억이 없었다. 하지만 몸은 알고 있었다. 이 시녀가 자신의 적이라는 것을. 마르셀의 스파이라는 것을. 그리고 이번이 다르다는 것을.

"밖으로 나가."

소피가 나갔다. 문이 닫혔다. 에밀리는 거울을 들었다. 손잡이가 따뜻했다. 누군가 방금 만진 것처럼. 에밀리는 그 온기를 감지했다. 그리고 그 온기에 눈물이 났다.

침실의 벽을 바라봤다. 거울의 방에서 본 것과 같은 글씨가 여기에도 있었다. 하지만 글씨가 달랐다. 새로운 글이 추가되어 있었다.

'루이, 나를 용서해. 그리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기다려.'

에밀리는 그 글씨를 바라봤다. 손가락이 떨렸다. 자신이 쓴 글씨였다. 하지만 자신은 이 글씨를 쓴 기억이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희망. 약속. 자신이 돌아올 것이라는 확신.

그 순간 거울의 표면에 뭔가가 비쳤다. 루이의 편지였다. 거울의 방 서재에서 발견했던 편지와는 다른 편지였다. 새로운 편지였다.

'에밀리, 이번엔 달라. 이번엔 내가 너를 지켜낼 거야.'

에밀리는 거울을 들었다. 손잡이가 따뜻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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