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개의 세계
거울 속 지우는 손가락 하나만 남았다.
목요일 오전 8시 47분. 편의점 한밤중의 직원 휴게실. 지우는 휴대폰 카메라를 얼굴에 들이댔다. 화면 속 이미지가 깨져 나타났다. 눈동자는 있었다. 코도. 입도. 하지만 그것들이 공중에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윤곽이 흐릿했고, 배경이 투명하게 비쳐났다.
손가락을 카메라 앞에 흔들었다.
손가락이 보이지 않았다.
손가락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화면에는 손가락 뒤의 벽이 그대로 드러났다. 마치 손가락이 없는 것처럼.
휴대폰을 내렸다. 손가락을 들었다. 분명히 손가락이 있었다. 투명한 살빛이 공기 중에 떠 있었다. 손가락뼈가 희미하게 드러났다. X레이 사진처럼.
남은 수명: 1일 23시간 12분
휴대폰 잠금화면의 카운트다운이 깜빡였다. 23시간 11분. 23시간 10분.
지우는 휴게실을 나갔다.
편의점 점심시간. 손님이 거의 없었다. 주부 한 명이 라면을 데우고 있었고, 직장인 한 명이 도시락을 데워 갔다. 아무도 지우를 보지 않았다.
정확히는, 지우를 '보기'는 했지만 '인식'하지 않았다.
주부가 지우 옆으로 지나갔다. 지우는 몸을 피했다. 주부의 어깨가 지우의 팔을 통과했다. 아니면 지우의 팔이 주부의 어깨를 통과했다. 경계가 불명확했다. 주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계속 라면을 데웠다.
지우는 카운터 앞에 섰다. 아무도 물건을 사지 않았다.
휴대폰이 울렸다. 윤정민이었다.
"지우? 너 편의점이야?"
"응."
"지금 너 어디야? 진짜. 정말 진지하게 물어보는 거다."
"편의점. 말했잖아."
"아니야. 너 진짜 어디야? 너 지금 편의점에 있지 않아. 나 지금 편의점 앞에 있는데 너 안 보여. 직원도 없고, 계산대도 비어 있고..."
지우는 창문을 통해 밖을 봤다.
윤정민이 서 있었다. 핑크색 후드를 입고, 편의점 입구를 들었다 놨다. 하지만 윤정민은 편의점 유리문을 통해 안을 보지 못했다. 유리가 검은 거울인 것처럼. 윤정민의 얼굴에는 혼란과 공포가 섞여 있었다.
"정민아."
"어? 지우? 너 어디서 전화하는 거야?"
"편의점에."
"거짓말하지 마. 너 목소리가... 이상해. 마치 저 멀리서 전화하는 것 같아."
윤정민이 유리문을 밀었다. 열리지 않았다. 다시 밀었다. 당겨봤다. 유리문이 움직이지 않았다.
"지우야, 너 진짜 괜찮아? 너 요즘... 이상해. 정말 진지하게 말하는 거야. 너 눈빛이 없어.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처럼..."
지우는 유리문으로 다가갔다. 손을 들었다. 유리에 닿으려 했다.
손이 유리를 통과했다.
아니다. 지우의 손이 존재하지 않았다. 마치 처음부터 손이 없었던 것처럼. 유리 너머로 윤정민이 보였다. 윤정민도 지우를 보려 했다. 하지만 지우의 손은 윤정민의 시야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민아, 나 봐. 여기 봐."
지우가 손을 흔들었다.
윤정민은 여전히 빈 공간을 보고 있었다.
지우는 유리문을 통과했다. 저항감도 없었다. 몸이 자연스럽게 유리를 지나갔다.
"정민아."
윤정민이 돌아섰다. 지우가 어디서 목소리가 나왔는지 찾으려 했다. 하지만 지우는 윤정민 바로 앞에 있었다.
"여기. 나."
지우가 윤정민의 어깨를 잡으려 했다.
손이 윤정민의 어깨를 통과했다. 지우의 손은 윤정민의 반대편에 나왔다.
윤정민이 몸을 떨었다.
"뭐... 뭐야? 찬바람?"
윤정민은 여전히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다만 '찬바람'을 느꼈다. 유령이 지나간 것처럼.
지우는 손을 내렸다. 투명한 손가락. 거의 공기처럼 흐릿한 손. 손가락 사이로 윤정민의 몸이 보였다.
"지우? 너 정말 어디야?"
윤정민은 주변을 둘러봤다. 빈 거리. 편의점 건물. 아무도 없었다. 윤정민은 전화기를 들었다.
"너 진짜... 진짜 미쳤어. 지우야, 제발 어딘가 도움을 받아. 제발. 나한테 뭔가 말해. 뭐라도 좋으니까."
"정민아, 나 좀 봐. 제발."
지우는 윤정민의 얼굴을 들여다봤다. 윤정민의 눈은 공허했다. 지우가 존재하지 않는 곳을 보고 있었다.
지우는 손을 다시 들었다. 이번엔 윤정민의 팔을 잡으려고. 팔뚝에서 손목까지, 피부와 뼈를 감싸려고. 하지만 손이 닿는 순간, 지우는 느꼈다.
자신의 손이 윤정민을 통과하면서 생기는 그 끔찍한 감각.
마치 자신의 손이 물속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물이 아니었다. 뭔가 더 끔찍한 것. 자신의 존재가 흐릿해지는 감각. 손가락이 하나씩 사라지는 느낌. 손가락뼈만 남고, 그것도 점점 투명해지는 공포.
지우는 손을 빼려고 발악했다. 하지만 손은 윤정민의 팔 안에서 계속 흐릿해졌다. 마치 자신이 윤정민에게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안녕, 정민아."
지우가 겨우 말했다. 목소리도 희미했다.
"지우... 넌 지금 어디야?"
"여기. 항상 여기 있었어."
"거짓말하지 마! 넌 거기 없어! 나 봤어! 어제도, 그저께도... 넌 계속 달라져. 점점 더 이상해져. 뭐 하는 거야? 정말 미치고 싶어? 우리 둘 다 미치고 싶어?"
윤정민의 목소리에서 눈물이 섞였다. 손이 떨렸다. 전화기를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지우는 손을 빼려고 몸부림쳤다. 윤정민의 팔 안에 갇힌 손. 계속 투명해지는 손. 손가락뼈만 희미하게 남아 있었다.
"정민아, 제발... 손을 놔. 내 손을..."
"뭐? 뭐라고? 지우, 넌 뭐라고 하는 거야?"
윤정민은 여전히 아무것도 보지 못했다. 다만 자신의 팔 안에서 무언가 차가운 것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통과할 때마다 몸이 떨렸다.
지우는 마지막으로 힘을 주었다. 손을 빼냈다. 하지만 손가락은 돌아오지 않았다. 손가락뼈만 남은, 거의 공기 같은 손. 손가락 세 개는 윤정민의 팔 안에 남겨졌다.
지우는 손을 내렸다. 네 개의 손가락만 남은 손. 엄지손가락도 없었다.
"안녕, 정민아."
지우가 다시 말했다.
"지우? 너 정말 어디야?"
윤정민은 전화를 끊었다.
지우는 거리에 혼자 남겨졌다.
아니다. 혼자가 아니었다.
편의점 창문에 비친 지우를 봤다. 그리고 또 다른 지우. 건너편 편의점 유리벽에 비친 지우. 도로의 물웅덩이에 비친 지우. 거의 투명한 지우들. 각각 다른 포즈로 서 있었다. 누군가는 고개를 들고 있었고, 누군가는 고개를 숙이고 있었고, 누군가는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지우는 어느 지우가 자신인지 알 수 없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준호였다.
"지우?"
목소리가 이상했다. 차갑고, 울림이 없었다.
"준호?"
"너 지금 어디야?"
"편의점..."
"편의점? 어느 편의점?"
"한밤중. 항상 일하는 편의점."
침묵이 흘렀다.
"준호? 너 왜..."
"지우, 너 거울 봤어?"
"응?"
"너 지금 거울을 봐. 어딘가 거울이 있으면 봐."
지우는 편의점으로 돌아갔다. 휴게실의 거울 앞에 섰다.
거울 속에는 지우가 없었다.
아니다. 거울 속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지우'라고 부르기는 어려웠다. 거의 투명한 인간의 형태. 눈만 남았다. 공허한 눈.
"지우, 너 봤어?"
준호의 목소리가 휴대폰에서 나왔다. 하지만 준호는 휴대폰 너머에 있지 않았다. 준호의 목소리는 거울 속에서 나왔다.
지우는 거울을 봤다.
거울 속 지우가 입을 열었다.
"안녕, 지우."
거울 속 지우의 목소리는 준호의 목소리였다. 아니다. 준호의 목소리도, 윤정민의 목소리도, 이수영의 목소리도 섞여 있었다.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한 몸에 들어 있는 것처럼.
"너는 누구야?"
거울 속 지우가 웃었다.
"너처럼 묻는 사람이 많았어. 처음엔 나도 답했어. 하지만 답이 없었어. 그래서 난 묻기로 했어. 너는 누구야? 너는 정말 지우야? 아니면... 이미 누군가 다른 사람이 되었어?"
지우가 손을 거울에 들이댔다. 네 개의 손가락만 남은 손. 거울 속 손은 현실의 손과 만나지 않았다. 손은 거울을 통과했다.
지우는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아니다. 지우는 거울 앞에 여전히 서 있었다. 하지만 거울 속 지우는 손을 잡고 있었다. 누군가의 손. 거의 투명한 손.
지우는 그 손을 잡았다. 저항 없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마치 처음부터 이렇게 될 운명이었던 것처럼.
"이미 죽었어?"
지우가 물었다.
거울 속 지우가 웃었다.
"죽었냐고? 그게 뭐가 중요해? 중요한 건 넌 여기 있어. 계속 여기 있을 거야. 밤 11시가 되면, 손님들이 올 거야. 그리고 넌 또 예지할 거야. 또 누군가를 죽일 거야. 또 누군가를 구할 거야. 그리고 계속 투명해질 거야."
"그럼... 내 선택은?"
지우가 저항했다. 손을 빼려 했다. 하지만 손은 거울 속에서 빠져나오지 않았다. 더 깊숙이 빨려 들어갔다.
지우는 몸을 뒤로 젖혔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졌다. 거울 속 손이 지우의 팔을 잡아당기고 있었다. 지우의 팔이 거울 면을 통과하면서 투명해졌다. 팔뚝이 흐릿해졌다. 손가락뼈가 더욱 희미해졌다.
"아니야! 아니야!"
지우가 발버둥쳤다. 거울 가장자리에 손을 짚으려 했다. 하지만 손은 거울을 통과했다. 거울은 고체가 아니었다. 거울은 입이었다.
"선택? 넌 선택한 게 없어. 처음부터 넌 여기 있었어. 난 너야. 그리고 넌 나야. 우리는 계속 선택받을 거야."
거울 속 지우가 더욱 강하게 당겼다. 지우의 몸이 반 이상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가슴이 거울을 통과했다. 목이 거울을 통과했다.
"제발... 제발..."
지우가 마지막으로 저항했다. 거울 가장자리를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너무 투명했다. 손가락이 거울을 지나갔다.
그 순간, 지우의 몸이 거울 속으로 완전히 빨려 들어갔다.
편의점은 조용했다.
거울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거울 앞에는 네 개의 손가락뼈만 남아 있었다. 거의 공기처럼 투명한 손가락뼈. 바닥에 떨어져 있었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편의점 카운터. 직원은 없었다. 아니다. 직원이 있었다. 젊은 남자. 거의 투명한 남자. 지우처럼. 그 남자는 카운터 뒤에서 있었다. 단지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이수영이었다.
"지우, 넌 지금 어디야?"
하지만 지우는 응답할 수 없었다. 지우는 거울 속에 있었다.
아니다. 지우는 편의점 카운터 뒤에 서 있었다.
"지우?"
이수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이수영은 전화로 말하지 않았다. 편의점 안에서 말했다.
"편의점."
지우가 대답했다. 하지만 지우의 입술은 움직이지 않았다.
"편의점? 정말?"
"응."
"그럼 너 내 옆에 있네."
지우는 돌아봤다. 이수영이 서 있었다. 편의점 입구에. 하지만 이수영은 지우를 보지 못했다. 지우가 없는 것처럼.
"이수영 매니저, 여기. 나 여기 있어."
지우가 말했다.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수영이 고개를 돌렸다. 지우의 얼굴을 지나갔다. 계속 다른 곳을 봤다.
"지우, 넌 이제 마지막 선택을 할 차례야. 준호를 구했지? 그럼 다섯 명은?"
"못 구했어."
"못 구했어? 아니지. 넌 구하려고 했어. 하지만 못 구한 거야. 그게 다야. 그게 전부야. 이제 넌 남은 건 뭐 하나야."
"뭐?"
"밤 11시."
이수영이 손을 들었다. 편의점의 형광등을 가리켰다. 형광등이 깜빡이기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리듬이 점점 빨라졌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카운트다운.
"넌 마지막 손님이 될 거야. 아니면 누군가 다른 마지막 손님이 올 거야. 둘 중 하나야."
이수영이 지우를 바라봤다. 아니다. 이수영은 지우를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수영의 눈이 지우를 스쳤다. 그 순간, 지우는 느꼈다.
이수영이 자신을 '감지'했다는 것을.
이수영의 입이 움직였다.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이수영의 입술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지우의 입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넌 알 거야. 넌 처음부터 무엇이었는지."
이수영이 사라졌다. 아니다. 이수영은 여전히 거기 있었다. 하지만 지우는 이수영을 더 이상 보지 못했다.
편의점은 조용했다. 밖은 점점 어두워졌다.
휴대폰을 봤다. 하지만 지우의 손에는 휴대폰이 없었다.
남은 수명: 0시간 47분
카운터 위에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 화면에 47분이 표시되어 있었다. 47분. 46분. 45분.
형광등이 또 깜빡였다. 더 빠르게. 더 빠르게.
지우는 편의점 카운터 뒤에 섰다. 거의 투명한 몸으로. 손가락이 없는 손으로. 거울 속에서 나온 지우로.
지우는 저항하려 했다. 하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몸이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닌 것처럼.
밤 11시가 되려고 했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깜빡였다. 깜빡였다.
리듬이 점점 빨라져 거의 연속음이 되었다.
그 순간, 편의점 문이 열렸다.
회색 옷의 남자가 들어왔다.
첫 번째 손님. 처음 지우를 선택했던 남자. 같은 회색 옷. 같은 표정 없는 얼굴. 같은 공허한 눈.
남자는 카운터 방향으로 걸어왔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누군가 다른 곳에서 목소리를 던지는 것처럼.
"안녕하세요. 저는 당신입니다."
그 순간, 지우는 깨달았다.
첫 만남이 아니었다. 이것이 반복이었다. 자신이 몇 번을 반복했는지 알 수 없었다. 며칠인지, 몇 년인지, 얼마나 오래인지. 밤 11시는 계속되고 있었고, 지우는 계속 예지했고, 계속 누군가를 구하고, 계속 누군가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깨달음.
자신이 이미 죽어있었다는 것.
손님들이 지우를 선택한 게 아니었다. 지우가 지우를 선택했다. 밤 11시에. 계속.
"당신이... 나라고?"
지우가 물었다.
남자의 얼굴이 천천히 변했다. 회색 옷의 남자 위로 또 다른 얼굴이 겹쳐졌다. 지우의 얼굴. 지우의 모든 얼굴이 겹쳐졌다.
"그래. 나는 너고. 넌 나고. 우린 계속."
남자가 손을 내밀었다. 지우의 손을 잡으려고.
하지만 지우는 손을 내밀지 않았다.
지우가 한 발 물러섰다. 카운터를 등지고 물러났다. 남자가 따라왔다.
"아니야. 난... 선택하지 않아."
지우가 말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선택? 넌 이미 선택했어."
남자가 다가왔다. 한 발. 또 한 발. 지우의 몸이 거울 쪽으로 밀렸다.
"아니야!"
지우가 손을 들어 남자를 밀려 했다. 하지만 손이 남자의 가슴을 통과했다. 손은 남자의 반대편에 나왔다. 손가락이 없는 손. 거의 공기 같은 손.
"제발... 누군가... 누군가 봐 줘."
지우가 외쳤다. 편의점 안을 둘러봤다. 젊은 직원은 여전히 카운터 뒤에 서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
남자가 지우를 밀었다. 손이 아니라 몸으로. 지우는 거울로 밀려갔다.
"아니야! 제발!"
지우가 저항했다. 양손으로 거울 가장자리를 움켜쥐려 했다. 하지만 손가락이 없었다. 손이 거울을 통과했다.
지우의 몸이 거울 속으로 들어갔다.
가슴이 들어갔다. 목이 들어갔다.
"제발... 제발..."
지우의 목소리가 거울 속에서 들렸다.
마지막으로 지우의 얼굴이 거울에 닿았다. 거울 속 지우와 거울 앞 지우가 마주봤다.
그리고 지우는 완전히 거울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편의점은 조용했다.
거울에는 회색 옷의 남자가 비쳤다. 아니다. 거울에는 지우가 비쳤다. 아니다. 거울에는 아무것도 비치지 않았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깜빡였다.
카운터 뒤에 서 있는 투명한 직원. 그 직원의 입이 움직였다.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직원의 입술에서 나온 게 아니었다.
"밤 11시입니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편의점 문이 열렸다.
누가 들어올 것인가.
또 다른 손님인가. 아니면 지우가 손님으로 변신한 것인가.
형광등이 깜빡였다.
문이 열린 채로 있었다.
검은 실루엣이 입구에 서 있었다. 회색 옷. 표정 없는 얼굴. 공허한 눈.
아니다. 그것은 지우였다.
아니다. 그것은 또 다른 누군가였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그리고 문이 닫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