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호의 손이 떨렸다
임재욱의 아들을 구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관노 수용소는 왕실의 직속 기관이었다. 계약서로 신분을 바꿀 수 있던 임재욱과 달리, 관노에 편입된 아이는 법적으로도 왕실의 소유물이었다. 박준호는 손가락을 부여잡고 몸을 떨었다. 이재성의 말이 자꾸만 반복되었다.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을까.
박준호는 책상 위의 경영서를 다시 펼쳤다. 손가락이 '분업화(分業化)' 항목에 멈췄다.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 한 사람이 모든 일을 감당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각 역할을 명확히 나누고, 그에 맞는 전문가를 배치하며, 성과에 따라 보상하는 체계. 이것이 현대 상업 조직의 핵심이었다. 그리고 신분제 사회에서 이것은 혁명이었다. 평민이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것, 신분이 아닌 역할로 조직된다는 것. 박준호의 눈이 밝아졌다.
더 큰 조직을 만들고, 더 큰 영향력을 얻으면 된다. 그러면 이재성 같은 고위 관료가 손을 빌려줄 수 있을 것이다. 왕실도 관심을 가질 것이다. 박준호는 혀를 깨물고 결심했다. 3개월. 3개월 안에 저자거리의 쌀 가게를 한양 최대의 상회로 만들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임재욱의 아들을 구출할 방법을 찾겠다.
새벽 4시, 박준호는 저자거리의 모든 점포 주인들을 모았다. 그의 가게 옆 빈 창고였다. 십여 명이 모여 앉았고, 모두 의심의 눈으로 박준호를 바라봤다. 평민 상인들은 한명준의 수탈에 익숙했고, 갑작스러운 변화를 신뢰하지 않았다.
"이 책을 보십시오."
박준호가 경영서를 펼쳤다. 낡은 페이지가 바스락거렸다.
"현재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각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 구매도 하고, 판매도 하고, 회계도 보고, 배송도 합니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효율이 낮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한명준 같은 거상에게 빼앗깁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창고 안에 가득했다.
"하지만 이 책에는 다른 방법이 있습니다. 분업화. 각자가 하나의 일에만 집중하는 것입니다."
박준호가 손가락으로 조직도를 그렸다. 땅 위에 막대기로 그은 그림이었다.
"구매 담당자는 오직 쌀을 사는 일만 합니다. 판매 담당자는 오직 팔기만 합니다. 회계 담당자는 오직 기록만 합니다. 배송 담당자는 오직 나르기만 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자신의 일에서 뛰어난 성과를 내면, 그에 따라 보상을 받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평민 상인들이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이것이 신분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는 세상입니다."
박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조선에서는 처음입니다. 평민이 능력으로 평가받는 조직. 그것이 가능할까요? 불가능해 보입니다. 하지만 이미 가능한 것들이 있습니다. 복식부기로 거래를 투명하게 기록했을 때, 한명준은 우리를 수탈할 수 없었습니다. 계약서로 신분을 전환했을 때, 호조 관료들도 인정했습니다."
박준호는 일어섰다.
"이제 분업화로 우리의 조직을 확장하겠습니다. 3개월 안에 저자거리의 모든 상인이 참여하는 대동상회를 만들겠습니다. 그리고 매출을 3배로 늘리겠습니다."
저자거리 상인 중 가장 나이 많은 이순태가 입을 열었다.
"어떻게?"
박준호는 웃었다.
"체계입니다. 체계가 사람보다 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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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주는 혼란스러웠다. 박준호가 나눠준 역할이 무엇인지 이해하지 못한 사람도 있었고, 자신의 영역을 침범당한다고 느낀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박준호는 흔들리지 않았다.
구매 담당자로 선택된 것은 젊은 청년 이준현이었다. 그는 저자거리에서 쌀을 가장 싸게 사오는 능력으로 알려져 있었다. 박준호는 그에게 명확한 목표를 제시했다.
"매일 쌀을 100가마 이상 사오십시오. 품질은 중상 이상이어야 합니다. 가격은 지난 3개월 평균 이하여야 합니다. 이 세 조건을 만족하면, 매월 보상금 2냥을 드리겠습니다."
이준현의 눈이 반짝였다. 2냥은 평민 상인이 한 달에 버는 이익의 2배에 가까웠다.
판매 담당자는 중년 여성 김송희였다. 그녀는 고객과의 관계를 가장 잘 유지하는 사람이었다.
"판매 가격은 정해진 가격입니다. 조작하지 마십시오. 하지만 고객 만족도가 높을수록, 재방문율이 높을수록, 보상금이 늘어납니다. 매월 기본금 1냥 5전에, 판매 실적에 따라 최대 3냥까지 추가됩니다."
김송희는 처음에는 의심했지만, 첫 달 장부를 본 후 믿었다. 박준호는 약속을 지켰다. 정확히 측정한 판매 성과에 따라 정확히 보상을 주었다.
회계 담당자는 이준구였다. 양반이 평민 상인의 조직에 들어오는 것은 파격적이었다. 박준호는 거리낌이 없었다.
"복식부기를 정확히 기록해주십시오. 모든 거래를 투명하게 남겨주십시오. 기록이 정확할수록, 우리의 신뢰는 높아집니다. 신뢰가 높아질수록, 관료들의 간섭은 줄어듭니다. 그것이 당신의 역할입니다."
이준구는 처음 이 제안을 받았을 때 거절했다. 양반이 평민 상인을 돕는다는 것은 신분을 모욕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경영서를 읽게 된 후, 그는 마음을 바꿨다. 신분제 체계 내에서 경제적 혁신을 만드는 것. 그것이 자신이 원하던 것이었다. 양반이라는 신분 자체가 아니라, 그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의 의미를 찾은 것이다.
배송 담당자는 노비 출신의 남자 박상준이었다. 그는 빠른 발과 강한 팔로 알려져 있었다.
"매일 50가마 이상을 배송하십시오. 손상률 5% 이하, 배송 시간은 정해진 시간 이내여야 합니다. 이 조건을 만족하면, 매월 기본금 1냥 5전에 추가 보상금이 있습니다."
박상준은 경영서의 '성과급' 개념을 처음 들었을 때, 눈물을 흘렸다. 평민이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것이 가능한 세상이 있다는 생각이 충격이었다.
그리고 호위 책임자는 임재욱이었다.
박준호는 임재욱을 정식으로 영입하기 위해 관노 수용소의 문을 두드렸다. 이재성의 도움으로 공식 서류를 준비했고, 임재욱의 신분을 '관노'에서 '고용인'으로 전환했다. 법적으로는 가능했다. 문제는 임재욱의 아들이었다. 아이는 여전히 관노 수용소에 있었다.
박준호가 임재욱을 만난 것은 정오였다. 그가 일하던 관청 뒷골목에서였다. 채찍질 흔적이 여전히 남아 있는 임재욱의 등을 보고, 박준호는 다시 한 번 결심했다.
"당신은 이제 저의 직원입니다. 상회의 호위 책임자입니다. 계약서로 신분을 보장하겠습니다."
박준호가 계약서를 펼쳤다. 손으로 쓴 글씨가 선명했다.
'임재욱은 박준호의 상회에서 호위 책임자로 일하며, 월급 3냥을 받는다. 신분은 고용인이며, 계약 기간은 평생이다. 서명자: 박준호, 증인: 이재성.'
임재욱의 손이 떨렸다.
"이 은혜는 죽음으로 갚겠습니다."
목소리가 흔들렸다.
박준호는 손을 들어 임재욱의 어깨에 얹었다.
"나는 은혜를 원하지 않습니다. 나는 신뢰할 수 있는 동료를 원합니다. 당신이 그것입니까?"
임재욱은 고개를 끄덕였다. 눈물이 흘렀다. 조선에서 신분제 아래 살아본 남자가 처음으로 '동료'라는 단어를 들었다.
그 밤, 박준호는 임재욱의 아들 문제를 다시 생각했다. 이재성은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조직이 커지면, 영향력도 커진다. 왕실의 관료들이 주목하는 상인이 되면, 그들의 청을 들을 이유가 생긴다. 박준호는 다짐했다. 3개월 안에 그 영향력을 만들겠다. 그리고 그것으로 임재욱의 아들을 구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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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이 흘렀다.
박준호의 가게 앞에는 줄이 길었다. 아침 해가 뜨자마자 고객들이 모여들었고, 김송희는 쉴 새 없이 쌀을 담았다. 이준현은 저자거리를 넘어 강남의 농장까지 가서 쌀을 사왔다. 박상준은 하루에 100가마를 배송했다. 이준구는 복식부기에 모든 거래를 정확히 기록했다. 그리고 임재욱은 상회의 문 앞에 서서, 한명준의 심부름꾼들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았다.
매출은 3배가 되었다. 아니, 4배가 되었다.
박준호는 저자거리의 모든 상인을 다시 모았다. 이번에는 창고가 아니라 새로 지은 건물의 회의실이었다. 30명이 넘는 상인들이 앉아 있었다.
"첫 번째 성과를 보고하겠습니다."
박준호가 이준구에게 눈짓했다. 이준구가 복식부기 장부를 펼쳤다.
"지난 3개월간의 매출은 총 580냥입니다. 이는 지난 1년의 평균 매출 150냥을 3배 이상 넘는 수치입니다."
상인들이 숨을 삼켰다. 가능한 수치가 아니었다.
"각 담당자의 성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박준호가 일어섰다.
"구매 담당자 이준현. 매일 100가마 이상의 쌀을 사왔고, 품질은 중상 이상을 유지했으며, 가격은 평균보다 15% 낮게 구매했습니다. 이준현님, 나와주십시오."
이준현이 일어났다. 박준호가 그의 손을 들어올렸다.
"이준현님의 노고로 우리는 이익을 늘릴 수 있었습니다. 첫 달 보상금 2냥을 드립니다."
박준호가 돈주머니를 건넸다. 이준현은 손을 떨며 받았다. 조선에서 평민이 능력으로 인정받고 보상을 받는 장면. 모든 상인들의 눈이 모였다.
"판매 담당자 김송희."
김송희가 일어났다.
"고객 만족도 98%, 재방문율 92%. 매월 기본금 1냥 5전에 추가 보상금 2냥 8전을 드립니다."
돈주머니가 건네어졌다. 김송희는 그것을 들고, 눈물을 흘렸다. 손가락이 주머니를 꼭 쥐었다. 3개월 전만 해도 그녀는 고객에게 쌀을 팔기만 했다. 그 일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몰랐다. 지금 그녀의 눈물은 그 깨달음이었다. 자신의 노력이 숫자로 인정받는다는 것. 그것이 얼마나 소중한지.
"배송 담당자 박상준."
박상준이 일어났다.
"손상률 3%, 배송 시간 100% 준수. 매월 기본금 1냥 5전에 추가 보상금 2냥을 드립니다."
박상준은 돈주머니를 받으며 눈물을 흘렸다. 노비 출신의 그가 평생 받아본 돈이 이것보다 많을 리 없었다. 그의 눈물은 다른 것이었다. 자신이 '사람'으로 인정받는다는 감정. 능력으로 평가받는다는 경험. 그것이 눈물로 흘러나왔다.
"회계 담당자 이준구."
이준구가 일어났다.
"복식부기 기록 정확도 100%. 모든 거래가 투명하게 남겨졌습니다. 우리의 신뢰도는 조정 관료들에게까지 인정받았습니다. 기본금 2냥 5전에 추가 보상금 3냥을 드립니다."
이준구는 돈주머니를 받으며 무릎을 꿇었다. 양반으로서 그가 평민 상인의 조직에 들어온 것은 신분을 버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신분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신분의 의미를 다시 정의하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그를 눈물지게 했다.
"호위 책임자 임재욱."
임재욱이 일어났다. 그의 등에는 여전히 채찍질 흔적이 남아 있었다.
"우리 상회의 안전을 책임지고, 한명준의 모든 압박으로부터 우리를 지켰습니다. 기본금 3냥을 드립니다."
박준호가 임재욱의 손을 들어올렸다. 그리고 모든 상인들이 보는 앞에서, 임재욱의 귀에 속삭였다.
"당신의 아들을 구출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이만큼 커졌으니까요."
임재욱의 눈이 순간 밝아졌다. 희망이 깃들었다. 그의 입술이 떨렸다.
박준호가 다시 상인들을 향해 말했다.
"이들이 저자거리의 새로운 조직입니다. 신분이 아닌 능력으로 평가받고, 성과에 따라 보상받는 조직입니다. 이것이 조선의 미래입니다."
회의실이 요동쳤다. 박수가 터져나왔다. 평민 상인들은 처음으로 자신의 노력이 인정받는 경험을 했다. 그들의 박수는 단순한 환호가 아니었다. 신분제 사회에서 처음으로 자신들이 '사람'으로 인정받는 순간에 대한 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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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박준호는 이재성을 찾아갔다. 호조 참의의 관저는 한양의 북쪽 언덕에 있었다. 박준호는 임재욱의 아들 문제를 꺼냈다.
"관노 수용소에서 아이를 꺼내는 것이 가능합니까?"
이재성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가능합니다. 하지만 대가가 있습니다."
박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어떤 대가입니까?"
"첫째, 당신의 조직이 더욱 성장해야 합니다. 왕실의 눈에 띄어야 합니다. 둘째, 그 과정에서 양반 세력의 반발을 감수해야 합니다. 아이를 꺼내는 것은 왕실의 재산을 건드리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치적 결정입니다. 나는 그 결정을 할 수 있지만, 그 결정의 책임은 당신이 져야 합니다."
이재성은 박준호의 눈을 바라봤다.
"당신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박준호는 대답했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신은 한양 시전의 중심부로 옮겨가야 합니다. 저자거리는 더 이상 당신의 무대가 아닙니다. 양반 상인들의 영역을 침범해야 합니다. 그것이 왕실의 관심을 사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이재성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무거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명준과 충돌할 것입니다. 그를 조심하십시오. 그는 단순한 거상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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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후, 박준호는 한양 시전의 중심부로 옮겨가기로 결정했다. 저자거리는 더 이상 그의 무대가 아니었다. 한양의 모든 상인들이 그를 보고 있었고, 왕실의 관료들도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새 건물을 마련했다. 종로 근처, 양반 상인들의 영역 바로 옆이었다. 그것이 선언이었다. 평민 상인이 양반 상인의 영역으로 들어간다는 것. 신분제의 벽을 마주한다는 것.
이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 박준호는 알고 있었다. 양반 상인들의 기득권을 직접 침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
건물 이전을 준비하던 날, 박준호는 관노 수용소를 몰래 방문했다. 임재욱의 아들을 직접 보기 위함이었다. 수용소의 관리인에게 뇌물을 주고 들어간 그곳은 악몽 같았다. 어린 아이들이 쇠사슬에 묶여 있었다. 임재욱의 아들도 그중 하나였다. 열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의 눈은 죽어 있었다.
박준호는 아이의 손을 잡았다. 아이는 반응하지 않았다.
"곧 나갈 거야. 곧 자유로워질 거야."
박준호의 목소리는 떨렸다. 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반응하지 않았다. 박준호는 그 순간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 아이를 반드시 꺼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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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호가 새 건물 앞에 섰을 때, 마차에서 내린 남자가 있었다. 중년의 남자, 고급 비단을 입은 남자. 한명준이었다.
박준호의 몸이 경직되었다. 임재욱이 한 발 앞으로 나섰다. 하지만 박준호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한명준이 박준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 손은 따뜻했지만, 박준호의 등은 차가워졌다.
"조선의 상업은 신분제 위에 서 있다."
한명준의 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그 벽을 넘으려는 자는 죽는다. 나는 너를 죽이고 싶지 않다. 그러니 이제 멈춰라."
그의 눈이 검은 칼처럼 빛났다.
박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손은 주먹을 쥐고 있었다. 그의 마음은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
멈출 수 없다. 절대로.
그 순간, 한명준이 박준호의 어깨를 더 강하게 움켜잡았다.
"저 건물을 짓지 마라. 아직도 늦지 않았다."
한명준의 목소리는 위협을 넘어 명령에 가까웠다.
"만약 이 건물이 완성된다면, 나는 당신의 모든 것을 빼앗겠다. 당신의 상회, 당신의 직원, 당신의 꿈. 모두."
박준호는 한명준의 손을 천천히 내려놨다.
"그 건물은 반드시 완성될 것입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그 안에는 불굴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막을 수 없을 것입니다."
한명준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박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분노가 있었지만, 동시에 무언가 다른 감정도 있었다. 박준호가 이미 자신의 손아귀를 벗어났다는 깨달음이었다.
"그렇다면 전쟁이다."
한명준이 중얼거렸다.
마차는 떠났다. 하지만 그의 말은 남았다. 그리고 그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전포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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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공사가 시작된 지 3주일이 지났을 때, 문제가 터졌다.
한명준의 세력이 건설 노동자들을 포섭하기 시작했다. 일당을 올려주고, 공사를 방해하라고 지시했다. 박준호의 건물 공사는 연일 지연되었다. 첫째 주에는 자재 반입이 중단되었고, 둘째 주에는 노동자 절반이 일을 내려놨다. 셋째 주에는 건설 책임자마저 일을 그만두겠다고 통보했다.
더 심각한 것은 박준호의 직원들이 포섭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이준현이 사라졌다. 그 다음은 김송희였다. 한명준의 사람들이 그들을 찾아가 더 높은 급여를 제시했다. 김송희는 거절했지만, 이준현은 받아들였다.
박준호는 이준현의 집을 찾아갔다. 이준현은 박준호를 보자마자 눈을 내렸다.
"미안합니다."
이준현의 목소리는 작았다.
"한명준의 사람들이 왔습니다. 월급을 5냥으로 올려준다고 했습니다. 저는... 거절할 수 없었습니다."
박준호는 침묵했다. 그 침묵은 책망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해였다. 이준현도 생존해야 했다. 한명준의 위협 앞에서 모두가 강할 수는 없었다.
"미안해하지 마십시오."
박준호가 천천히 말했다.
"당신이 떠난다면,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 것입니다. 언제든 돌아오고 싶을 때 돌아오십시오. 그때도 당신의 자리가 있을 것입니다."
이준현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왜... 그렇게까지 하십니까?"
"당신이 나의 동료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습니다."
박준호는 돌아섰다. 하지만 이준현의 눈물은 박준호의 마음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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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은 악화되었다. 건물 공사는 계속 지연되었고, 저자거리의 상회도 위기에 빠졌다. 한명준의 세력이 박준호의 상인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고객들이 오지 않았다. 매출이 급격히 떨어졌다.
첫째 주에는 매출이 30% 감소했다. 둘째 주에는 50% 감소했다. 셋째 주에는 70% 이상 떨어졌다. 이준구가 장부를 들고 박준호를 찾아왔다.
"이대로라면 한 달 안에 자금이 바닥날 것입니다."
이준구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건물 공사 비용, 직원들의 월급, 상회 운영비. 모든 것이 동시에 필요합니다. 우리는 버틸 수 없습니다."
박준호는 이준구의 장부를 들었다. 숫자들이 그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있었다. 그는 3개월 안에 왕실의 눈에 띄려고 했다. 하지만 지금 그는 한 달도 버티지 못할 위기에 처해 있었다.
박준호는 임재욱을 불렀다.
"한명준의 방해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임재욱은 박준호를 바라봤다.
"싸워야 합니다."
임재욱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당신은 이미 한명준과의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멈출 수 없습니다. 앞으로만 나아가야 합니다."
박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이 길은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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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박준호는 건설 현장을 찾아갔다. 공사는 거의 진행되지 않고 있었다. 노동자들이 일을 하지 않고 있었다. 한명준의 방해 때문이었다.
박준호는 건설 책임자를 불렀다.
"공사를 계속하십시오. 어떤 방해가 있어도 계속하십시오. 나는 당신들을 지킬 것입니다."
건설 책임자는 의심했다.
"어떻게?"
박준호는 임재욱을 가리켰다.
"이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건물을 반드시 완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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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한명준의 세력이 건설 현장을 습격했다. 열 명 정도의 깡패들이 나타나 공사 자재를 부수고 노동자들을 위협했다. 건설 책임자는 박준호 앞에서 무릎을 꿇고 울었다. 그는 더 이상 이 일을 계속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준호는 깡패들의 우두머리에게 다가갔다.
"공사를 멈추지 않겠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호했다.
"당신들이 방해하는 만큼, 나는 더 빨리 진행할 것입니다."
우두머리는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다면 당신이 죽을 것입니다."
그가 손을 들었다. 깡패들이 박준호에게 달려들었다.
임재욱이 나섰다. 하지만 박준호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내가 하겠습니다."
박준호가 앞으로 나섰다. 깡패들의 주먹이 박준호를 향해 날아왔다. 박준호는 그것을 피했다. 그리고 깡패의 팔을 잡아 그의 동료에게 내팽개쳤다. 박준호의 움직임은 서툴렀지만, 그 안에는 절박함이 있었다.
싸움은 길어졌다. 박준호는 맞았다. 얼굴에 주먹을 맞고, 배에 발길질을 당했다. 하지만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계속 싸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깡패들은 점점 뒤로 물러났다.
마지막 깡패가 박준호의 주먹에 맞아 땅에 쓰러졌다. 박준호는 피투성이가 되어 서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은 밝았다.
"공사를 계속하십시오."
박준호가 건설 책임자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들을 지키겠습니다. 이것이 내 약속입니다."
건설 책임자는 박준호를 바라봤다. 그 순간 그는 깨달았다. 이 평민 상인이 단순한 사업가가 아니라는 것을.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있었다.
임재욱이 박준호의 팔을 잡았다.
"당신이 다치면 안 됩니다."
"나는 괜찮습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약했지만, 그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내일도 싸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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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튿날, 한명준의 세력이 다시 나타났다. 이번에는 더 많은 깡패들을 데려왔다. 스무 명이 넘었다. 박준호는 다시 싸웠다. 이번에는 임재욱이 옆에 섰다. 그들은 함께 싸웠다.
싸움은 더 길고 더 치열했다. 박준호는 여러 번 땅에 넘어졌다. 하지만 그는 계속 일어섰다. 그리고 계속 싸웠다. 임재욱은 박준호를 지켰다. 그는 박준호의 옆에서 깡패들을 밀어냈다.
결국 깡패들은 물러났다. 그들은 이 남자와 이 관노를 이기지 못했다. 그들은 이기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이들이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박준호는 다시 피투성이가 되어 서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의 눈에 승리가 있었다.
"공사를 계속하십시오."
박준호가 다시 말했다.
"우리는 이 건물을 반드시 완성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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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밤, 박준호는 임재욱과 함께 앉았다. 그들의 몸은 멍들었고, 상처로 덮여 있었다.
"왜 당신은 직접 싸웠습니까?"
임재욱이 물었다.
"당신이 싸우지 않았다면, 나는 그들을 모두 죽였을 것입니다."
박준호는 임재욱을 바라봤다.
"당신이 그들을 죽이면, 우리는 끝입니다. 그들은 왕실에 고발할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싸워서 이기면, 그것은 자위입니다. 그것은 정당합니다."
박준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그 안에는 전략이 있었다.
"이것이 신분제 사회에서 싸우는 방법입니다."
임재욱은 박준호를 바라봤다. 그는 이 평민 상인의 깊이를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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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준은 더 이상 직접적인 공격을 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다른 방법을 시도했다. 박준호의 상회에 대한 조정의 조사를 청구했다. 신분제를 위반한 경영 체계라는 혐의였다. 동시에 그는 양반 상인들을 규합했다. 평민 상인이 양반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집단 청원을 올렸다.
박준호는 이재성을 찾아갔다.
"조정에서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양반 상인들이 청원을 올렸습니다."
이재성은 박준호를 바라봤다.
"예상했던 일입니다. 한명준은 정치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것입니다."
이재성은 일어섰다.
"하지만 당신은 이미 왕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 관심이 당신을 보호할 것입니다. 당신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십시오. 나는 조정을 관리하겠습니다."
박준호는 절을 했다.
"감사합니다."
이재성은 박준호를 일으켜 세웠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감사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신이 해야 할 일은 그 건물을 완성하는 것입니다.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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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의 건설 현장에서 박준호가 새 건물을 바라봤다. 건물은 거의 완성되어 가고 있었다. 그 건물은 단순한 상회가 아니었다. 그것은 신분제 사회에 대한 도전이었다. 평민이 양반의 영역에 들어선다는 것. 능력이 신분을 이기는 세상을 만든다는 것.
박준호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것은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그것은 기대감이었다.
그 순간, 마차에서 내린 사람이 있었다. 이재성이었다. 그의 얼굴은 진지했다.
"조정에서 당신을 소환했습니다."
박준호의 눈이 흔들렸다.
"언제입니까?"
"내일입니다."
이재성은 박준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당신은 준비가 되어 있습니까? 이제 당신의 모든 것이 평가받을 것입니다. 당신의 경영 체계, 당신의 신분제 위반, 당신의 야망. 모든 것이."
박준호는 종로의 건설 현장을 바라봤다. 그 건물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이미 완성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 건물의 의미는 완성 여부가 아니라,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였다.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박준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멈출 수 없습니다. 절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