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준이 거실에 들어선 순간, 형광등이 찰칵 소리를 냈다.
아침 9시 47분. 거실의 공기가 굳었다.
석현은 준호가 투명하게 솟아오르는 소파 옆에 서 있었다. 이수진은 부엌에서 나왔고, 박옥희는 침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 순간 아파트 현관문이 열렸다.
강석준 과장이 들어왔다.
검은 정장, 흐릿한 눈동자, 저승 공무원으로서의 모든 것을 실어 나르는 사람. 그의 발걸음은 마치 아파트 자체를 점검하는 공사감독처럼 무거웠다. 뒤를 따라 두 명의 저승 직원이 들어왔다.
"석현."
강석준이 말했다.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는 결정이 가득했다.
"현생 빙의 신체 회수 명령이다. 저승으로 귀환하라. 규정상 24시간 내 신체 폐기 절차가 진행될 것이다."
석현은 움직이지 않았다.
이수진의 손이 떨렸다. 박옥희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준호는 여전히 투명했지만, 그의 손가락이 석현의 셔츠 단추를 꼭 잡았다.
"과장님."
석현의 목소리가 나왔다. 천 년을 저승에서 쌓아온 목소리, 규정을 외우며 살아온 목소리였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이미 결심했습니다. 저는 여기 남습니다."
강석준의 눈이 좁혀졌다.
"규정을 어기면 처벌받는다. 넌 천 년을 무결하게 보낸 공무원이다. 그것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알고 있습니다."
석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갔다. 그 움직임이 강석준의 두 부하를 긴장시켰다.
"천 년을 규정으로만 살아왔습니다. 죽음도 번역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유령도 처리 대상이었습니다. 감정은 업무 방해 요소였고, 미련은 제거 대상이었습니다. 그렇게 천 년을 보냈습니다."
석현이 멈췄다. 준호의 투명한 손이 여전히 그의 셔츠를 잡고 있었다.
"하지만 처음으로 깨달았습니다. 규정이 틀렸다는 것을."
강석준의 얼굴이 미동했다. 하지만 그 표정은 여전히 경직되어 있었다.
"이 아이는 아버지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미련이라면, 이 미련을 지우는 방법도 사랑이어야 합니다. 규정에 사랑이 없다면, 규정이 문제입니다. 저는 그것을 배웠습니다."
박옥희가 한 발 앞으로 나왔다.
"이 아이는 내 손자입니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거실 전체를 채웠다.
"6개월 동안 할머니는 손자를 안을 수 없었습니다. 손자는 투명했고, 저는 볼 수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이제 봅니다. 이제 안을 수 있습니다."
박옥희가 투명한 준호에게 손을 내밀었다. 준호의 투명한 손이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할머니의 손은 완전히 투명한 손자의 손을 감쌀 수 있었다.
"이것이 규정이라면, 규정을 바꿔야 합니다."
강석준의 입이 살짝 열렸다가 다시 다물어졌다.
"아저씨."
준호가 말했다. 7살 아이의 목소리, 투명한 유령의 목소리가 거실을 가로질렀다.
"나 아빠랑 있고 싶어. 아빠가 나 때문에 슬퍼해서 안 돼. 그래서... 그래서 아빠 곁에 있고 싶어."
강석준의 눈이 흔들렸다. 목 언저리의 근육이 경직되었다가 풀렸다. 입술이 다물어졌다 벌어졌다를 반복했다.
순간 그 경직된 저승 공무원의 얼굴에 뭔가가 스쳤다. 규정이 아닌 것. 업무가 아닌 것. 처리 대상이 아닌 것. 7살 아이의 순수한 마음이 강석준의 천 년 규정을 한 점 찍었다.
"과장님, 이것이 규정입니까?"
석현이 물었다.
"천 년을 규정 안에서 살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규정이 틀렸다고 말하는 이 순간도 규정입니까? 아버지가 아들을 지키려는 이 순간도 규정입니까?"
강석준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열었다. 그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나는 내 직무를 다했다. 이 일을 보고할 것이다."
그의 목소리는 낮았다.
"하지만 넌 여기 남겠지."
그것은 질문이 아니었다. 확인이었다.
"네. 여기 남겠습니다."
석현이 대답했다.
강석준이 돌아섰다. 두 부하 직원이 따라 나갔다. 현관문이 닫히기 직전, 강석준의 뒷모습이 거실에 남겨졌다. 발걸음도 평소보다 느렸다.
문이 닫혔다.
거실에는 석현, 이수진, 박옥희, 그리고 투명한 준호만 남았다. 형광등이 부드럽게 빛나고 있었다.
그 순간, 석현의 손목에서 저승의 신호가 울렸다.
[규정 위반자 석현에 대한 최종 징계: 현생 빙의 신체 폐기 및 저승 복귀 강제 집행. 24시간 내 현생에서 석현을 발견하지 못하면 자동 말소. 즉시 시행.]
신체가 떨렸다. 손가락부터 시작해 팔, 어깨, 가슴이 서늘해졌다. 마치 겨울 새벽 바다에 한 발씩 들어가는 것처럼, 신체가 서서히 약해지기 시작했다.
석현이 무릎을 꿇었다.
아니, 꿇은 게 아니었다. 이준석의 신체가 버티지 못하고 내려앉은 것이었다.
박옥희가 소리를 질렀다.
"석현!"
이수진이 달려왔다.
준호가 투명한 손을 석현의 어깨에 얹었다.
"아빠... 아빠...?"
석현의 목소리가 가늘었다.
"24시간 남았습니다."
그 말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시간의 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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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이 석현을 안으려다 멈췄다. 투명한 손자의 손이 아버지 어깨에 닿아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준호가 아버지를 지탱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신체가 약해지고 있습니다."
석현이 자신의 손등을 봤다. 살색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마치 오래된 사진이 바래가듯, 현생의 신체가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어떻게 된 거야?"
박옥희가 물었다. 할머니의 목소리에 떨림이 있었다.
"규정 위반의 대가입니다."
석현이 천천히 일어섰다. 이수진이 팔을 잡았다.
"저승에서는 빙의 신체를 '폐기'한다고 했습니다. 24시간 내에 저를 발견하지 못하면 신체는 자동으로 소멸한다는 뜻입니다."
"그럼... 넌 어떻게 되는 거야?"
이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저는 저승으로 돌아가거나, 신체와 함께 소멸하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그 말을 하는 석현의 얼굴에는 감정이 없었다. 하지만 손은 떨리고 있었다. 이수진의 손을 잡은 손이, 준호의 투명한 손을 스친 손이 떨리고 있었다.
"아니야. 아니야."
이수진이 고개를 저었다.
"3년이에요. 3년을 우리와 함께 있었잖아. 이제... 이제 떠나간다고?"
박옥희가 거실의 소파에 앉았다. 할머니의 얼굴이 창백했다.
"엄마, 엄마."
준호가 엄마에게 달려갔다. 투명한 손이 엄마의 얼굴을 쓸었다. 손가락이 엄마의 눈물을 닦으려 했지만, 투명한 손은 눈물을 잡을 수 없었다.
"우리 준호... 넌 어떻게 되는 거야?"
이수진이 아들을 안으려 했다. 하지만 투명한 아이를 안을 수는 없었다. 손가락이 아이의 어깨를 스쳤다.
"저는 여기 남겠습니다."
석현이 말했다.
모두가 석현을 바라봤다.
"24시간이 남았으니, 24시간을 함께합시다. 그 다음은... 그 다음은 저승이 정할 것입니다."
"그럼 넌?"
박옥희가 물었다.
"저는 신체가 소멸하면, 이 아이와 함께 있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유령은 유령을 볼 수 있지만, 소멸한 것은... 아무도 볼 수 없으니까요."
석현이 창문을 통해 밖을 봤다. 밤하늘이 검었다. 별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는 24시간 동안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뭔데?"
이수진이 물었다.
"준호가 원하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입니다."
석현이 준호를 바라봤다. 투명한 아이의 눈이 빛났다.
"아빠?"
준호가 조심스레 물었다.
"여기 있어?"
"여기 있습니다."
석현이 무릎을 꿇었다. 이번엔 신체가 약해서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7살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아빠가 24시간 동안 준호 곁에 있을게."
준호가 투명한 손을 아버지의 얼굴에 얹었다.
"아빠... 아빠 손이 차가워."
"알아. 알아."
석현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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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시 23분.
거실의 형광등이 희미하게 깜빡였다. 석현의 신체가 약해질수록, 형광등도 함께 약해지는 것처럼 보였다.
박옥희가 부엌에서 따뜻한 우유를 가져왔다.
"마셔. 신체가 약해지면 음식을 섭취해야지."
"저는 이미 죽은 사람입니다. 음식은 필요 없습니다."
"닥쳐. 넌 3년을 우리 가족처럼 살았어. 이제 우리 가족답게 행동해."
박옥희가 우유를 탁자에 놨다. 따뜻한 증기가 피어올랐다.
석현이 우유를 들었다. 손이 떨렸다. 우유가 흔들렸다. 이수진이 옆에 앉아 잔을 받쳐줬다.
"3년 동안 고마워. 우리 준호를 돌봐줘서."
이수진의 목소리가 낮았다.
"저는 직무를 했을 뿐입니다."
"거짓말하지 마. 직무는 준호를 저승으로 보내는 거였어. 넌 그러지 않았지."
이수진이 석현의 손을 잡았다.
"넌 아버지가 되었어."
석현의 손이 더 떨렸다. 우유가 흘렀다.
거실 모서리에서 준호가 만화를 보고 있었다. 투명한 손가락이 리모컨을 들었다 놨다를 반복했다. 어린 아이처럼.
"아빠, 봐봐. 이 만화 재미있어."
"알겠습니다."
석현이 일어섰다. 비틀거리는 몸으로 준호 옆에 앉았다.
화면에는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산을 오르는 장면이 나왔다.
준호가 투명한 손으로 화면을 가리켰다.
"저 아저씨 아빠처럼 강해 보여."
"그렇군요."
"우리도 산 올라갈 수 있어?"
석현이 준호를 봤다. 투명한 7살 아이의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박옥희가 대답했다.
"산은 못 가지만, 옥상은 갈 수 있지. 우리 집 옥상에서 밤하늘을 봐. 별도 보고."
"옥상?"
준호가 물었다.
"할머니, 옥상에 뭐가 있어?"
"별이 있지, 우리 준호."
박옥희가 아이의 투명한 손을 잡았다.
"밤하늘 가득한 별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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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2시 47분.
아파트 옥상은 고요했다. 도시의 불빛이 하늘을 밝히고 있었지만, 그 위로 별들이 희미하게 떠 있었다.
석현, 이수진, 박옥희, 그리고 투명한 준호가 옥상의 난간에 선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준호가 투명한 손을 들어 별을 가리켰다.
"저게 뭐야?"
"별이야."
이수진이 대답했다.
"엄마, 별은 죽은 사람이 가는 데 있어?"
침묵이 흘렀다.
이수진이 아들의 투명한 어깨에 손을 얹었다.
"우리 준호가 별이 되면..."
이수진이 밤하늘을 바라봤다. 도시 불빛 사이로 희미한 별들이 떠 있었다.
"엄마가 매일 밤 하늘을 봐야겠네."
"진짜?"
"진짜야. 그리고 가장 밝은 별을 찾을 거야. 그게 우리 준호인 줄 알고."
준호가 엄마의 손을 꼭 잡으려 했지만, 손가락만 닿았다.
석현이 준호의 다른 손을 잡았다.
"준호가 별이 되어도, 아빠는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가장 밝은 별이 준호일 것 같으니까요."
준호가 투명하게 웃었다.
박옥희가 아파트 벽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할머니의 얼굴에 눈물이 흘렀다. 손수건으로 닦으려 했지만, 눈물은 계속 흘렀다.
"할머니?"
준호가 물었다.
"할머니는 왜 울어?"
"할머니는... 손자가 별이 되는 게 슬프거든. 하지만 슬프다고 해서 사랑이 없는 건 아니야."
박옥희가 아이를 안으려 했다. 투명한 아이를 안을 수 없었지만, 할머니는 팔을 펼쳤다. 투명한 준호가 할머니의 팔 안에 들어갔다.
"할머니가 있으니까 괜찮아."
준호가 말했다.
"할머니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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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3시 15분.
석현의 손가락이 완전히 투명해졌다. 마치 산산이 부서지는 유리처럼.
거실로 돌아온 일행은 각자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박옥희는 안락의자에 누워 있었고, 이수진은 침대에서 준호의 투명한 모습을 스케치북에 그리고 있었다.
석현은 창가에 서 있었다. 손가락이 희미해지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준호는 아버지 옆에 서서 함께 밤하늘을 봤다.
"아빠, 별이 아직 있어."
"그렇군요."
"내일도 있을 거야?"
석현이 아이를 봤다. 투명한 손이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석현의 손목에서 저승의 신호가 울렸다.
[김은철 공무원으로부터 긴급 연락]
신호를 받은 석현이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손목의 신호를 터치했다.
"무슨 일입니까?"
화면에 김은철의 얼굴이 떠올랐다. 저승 공무원의 표정은 긴장해 있었다.
"석현, 들어. 이명희 부장이 새로운 규정 개정안을 올렸어. 내용은... '가족 단위 환생 프로세스'야."
"가족 단위?"
"그래. 너희 경우처럼 미련이 가족과 연결된 경우, 가족이 함께 저승으로 가거나, 또는..."
김은철이 목을 가다듬었다.
"또는 한 사람이 현생에 남아 가족을 돌보는 선택지가 생겼어. 공식적으로."
화면에 새로운 규정 문서가 떠올랐다. 그 안에는 여러 사례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한 부모가 아이를 돌보기 위해 현생에 남는 경우, 형제자매가 함께 저승으로 가는 경우 등. 각각의 신체 옵션과 선택 절차가 명시되어 있었다.
"1,247건의 유사 사례가 모두 이 규정을 기다리고 있어. 이명희도 동의했어. 강석준도."
화면 속 김은철이 웃음을 지었다.
"너 때문이야. 천 년을 규정으로만 살아온 저승 전체가 움직였어."
"그렇다면... 준호는?"
"24시간 후, 새로운 규정이 발효될 거야. 그때쯤이면 결정이 내려진다. 준호가 저승으로 가든, 아니면..."
김은철이 말을 멈췄다.
"아니면?"
"아니면 넌 신체를 유지하고, 준호도 신체를 얻어 현생에 머물 수 있어. 유령이 아닌 사람으로."
화면에 신체 옵션들이 나타났다. 준호가 선택할 수 있는 여러 신체들의 이미지였다. 건강한 7살 아이의 신체들이 화면을 채웠다.
"청문회는 24시간 후야. 그때 최종 결정이 난다."
김은철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때까지 버텨. 석현."
---
거실이 고요했다.
이수진이 일어났다.
"뭐라고?"
"새로운 규정입니다."
석현이 말했다.
"준호가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승으로 가거나, 현생에 머물거나."
"그럼... 우리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거야?"
이수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네.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박옥희가 일어났다.
"그럼 왜 아직도 신체가 약해져? 규정이 바뀐 거 아냐?"
"청문회는 24시간 후입니다.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석현이 대답했다.
"하지만 신체 투명화는 멈췄습니다."
석현이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더 이상 투명해지지 않았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신체가 소멸하지 않는다는 뜻입니까?"
박옥희가 물었다.
"네. 저승에서 공식 신호를 보냈습니다. 규정 개정안이 상정되면 신체를 유지하라는 명령입니다."
그 순간, 저승에서 또 다른 신호가 울렸다.
[이명희 부장으로부터 공식 통보]
이번엔 화면에 이명희 부장의 얼굴이 떠올랐다. 엄격한 표정이었지만, 그 눈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석현. 너의 규정 위반은 징계받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너의 결정이 저승 규정을 바꿨다. 1,247건의 미해결 사건이 이제 해결될 수 있게 되었다."
이명희 부장이 한숨을 쉬었다.
"24시간 후, 청문회에서 최종 결정이 내려질 것이다. 그때까지... 현생에 있어라. 아이와 함께."
화면이 꺼졌다.
"아빠."
준호가 투명한 손으로 석현의 팔을 잡았다.
"아빠, 우리 함께 있을 수 있어?"
석현이 준호를 바라봤다. 투명한 아이의 손이 아버지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24시간 후에...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은?"
"지금은 함께 있는 것입니다. 준호."
석현이 아이의 투명한 손을 잡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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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4시 32분.
창가에서 석현은 밤하늘을 보고 있었다. 손가락이 더 이상 투명해지지 않았다. 손등에는 살색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마치 역으로 시간이 흐르는 것처럼.
준호는 아버지 옆에 서서 함께 하늘을 봤다.
"아빠, 별이 아직 있어."
"그렇군요."
"내일도 있을 거야?"
"있기를 바랍니다."
"나도. 아빠와 함께 있기를 바라."
투명한 손이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20시간이 남아 있었다.
청문회까지. 그 너머 모든 것까지.
저승에서 준호를 찾을 것인가, 아니면 석현을 처벌할 것인가. 아니면 둘 다 현생에 머물 수 있을 것인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저승의 규정 위원회도, 이명희 부장도, 심지어 강석준도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했다.
이 20시간 동안, 아버지와 아들은 함께 있을 것이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 순간 그 자체가 전부라는 것.
투명한 손과 살색의 손이 맞잡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