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승공무원의 규정 위반
저승에서 소환되는 순간, 석현은 '이것도 규정에 따르면 징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현생으로 돌아와 준호의 투명한 손가락이 자신의 셔츠 단추를 잡는 걸 보니 징계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아버지! 아버지!"
준호는 겨우 며칠 사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석현이 저승에 있던 동안 아이의 밀도가 옅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72시간 이내에 유령을 저승으로 송출하지 않으면, 영혼이 현생에 고착된다. 그러면 준호는 영원히 어린 7살로 멈춰 있을 것이다. 엄마도 언니도 볼 수 없는, 오직 자신의 곁에만 있는 유령으로.
"준호, 밥 먹자."
석현은 냉장고를 열었다. 이준석의 아내가 해놓은 계란말이와 밥이 있었다. 며칠 전엔 이것들이 단순히 '영양 섭취 대상'이었는데, 지금은 달랐다. 밥의 온기가 손가락에 전달되고, 계란말이의 계란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천 년을 저승에서 먹은 회색 죽과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었다.
준호가 의자에 앉았다. 투명한 아이는 실제로는 밥을 먹을 수 없었지만, 석현은 자신의 밥그릇을 준호 앞에 놓곤 했다. 아이가 숟가락을 들고 공중에서 밥을 뜨는 시늉을 하면, 석현은 그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아버지, 엄마는 왜 안 와?"
"엄마는 지금 일이 있어."
"언니는?"
"언니는 학원."
준호의 입술이 약간 내려갔다. 아이는 가족을 모두 볼 수 없다는 것을 이제 이해하고 있었다. 석현은 그 표정을 볼 때마다 가슴 한구석이 철렁했다. 숨이 얕아졌다.
"아버지, 나는 왜 투명해?"
이 질문은 처음이었다. 준호가 자신의 죽음을 인식하는 순간이었다. 석현은 숟가락을 내려놓았다.
"왜냐하면... 넌 이미 떠났거든."
"떠났다고?"
"응. 그런데 아직 가지 못했어. 아버지가 있기 때문에."
준호가 투명한 손을 들어 석현의 손을 잡았다. 손가락 네 개만 닿았지만, 그 접촉이 천 년 규정의 균열을 더 크게 벌렸다.
"아버지, 나 저승에 안 가도 돼?"
"..."
"아버지 곁에만 있으면 돼?"
석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고, 진실을 말할 수도 없었다. 준호는 미련을 정리해야만 한다. 아버지에 대한 미련, 가족에 대한 미련. 그것을 완전히 덜어내야만 저승으로 갈 수 있다.
그런데 이것이 석현이 깨달은 것이었다.
준호의 진정한 미련은 '아버지 곁에 있고 싶다'는 것이 아니었다. 그건 표면일 뿐이었다. 아이의 진짜 소원은 '아버지가 자신 때문에 죽은 것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해주기'였다. 이준석은 졸음운전으로 준호를 죽게 했다. 그 죄책감이 이준석을 짓누르고 있었고, 준호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 유령이라도 아버지의 마음은 볼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방법이 있었다.
석현은 손을 잡은 채 일어섰다. "오늘은 아파트 밖에 나가자. 공원에."
"정말?"
"응. 그리고 너한테 얘기해줄 게 있어."
저승으로 돌아간 석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준호의 미련 등록 카드를 꺼내는 것이었다. 재정과세청의 회색 책상에 앉아, 그 카드를 들었다. 카드에는 아기자기한 그림과 함께 '미련 사항: 아버지와의 관계 미정, 죽음 원인에 대한 죄책감 해소 미정'이라고 적혀 있었다.
"준호 건가?"
동료 김은철이 옆 책상에서 고개를 들었다. 그는 석현보다 100년 먼저 저승에 왔으나, 늘 말없이 일했던 남자였다. 그런데 요즘 자주 석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응."
"감시망 알람이 자주 울리던데."
"..."
"뭔가 도와줄 게 있나?"
이 질문은 규정상 없어야 할 질문이었다. 저승 공무원은 동료의 규정 위반을 신고해야 한다. 도움을 제시하는 것은 자신도 위반의 동조자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김은철은 그렇게 물었다.
석현은 잠시 침묵했다가 입을 열었다. "규정이... 너무 엄격하지 않나?"
김은철이 웃었다. 작은 웃음이었지만, 그것은 100년을 규정 안에서만 살아온 사람이 처음으로 질문을 던지는 순간을 목격한 것이었다.
"항상 그렇게 생각했어. 규정이 맞다고. 근데 요즘... 이상하게도 규정만으로는 안 되는 경우가 있더라. 특히 아이들 건."
"..."
"누군가는 규정을 어겨야 할 때가 있지 않을까?"
석현은 그 말을 다시 생각했다. 천 년을 규정으로 살아온 자신이 처음 듣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위험한 생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조심해. 강석준이 보고 있어."
"알아. 난 그냥... 너한테 말해주고 싶었어."
현생으로 돌아온 석현은 준호를 데리고 아파트 근처 공원으로 나갔다. 이준석의 몸을 쓰면서 처음으로 햇빛을 제대로 느껴봤다. 햇빛이 따뜻했다. 저승의 어떤 것도 이런 온기를 가지지 못했다.
공원 벤치에 앉은 석현은 준호를 바라봤다. 투명한 아이가 나비를 쫓아 뛰어다녔다.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이었다.
"준호."
아이가 돌아왔다.
"아버지가 말이야... 너 때문에 죽은 거 아니야. 절대로."
준호의 표정이 굳었다. 이것이 아이가 가장 듣고 싶었던 말이었다.
"그 날 아버지는... 피곤했어. 아무 잘못도 없었어. 너도 아무 잘못 없었어. 그냥... 일어난 일이야."
"그런데 나..."
"넌 아무것도 아니야. 아무도 탓하는 거 아니야. 알겠어?"
준호의 투명한 눈에서 물기가 맺혔다. 유령도 울 수 있다는 것을 석현은 처음 알았다. 그리고 그것이 규정 위반의 가장 깊은 이유였다.
준호가 아버지의 가슴에 안겼다. 투명한 몸이 실체 있는 것처럼 아버지를 안았다.
"아버지, 고마워. 나 이제... 알겠어. 아버지 때문이 아니라는 거."
"응."
"그래도... 아버지 곁에 있고 싶어."
"알아. 아버지도 그래."
두 사람은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한 사람은 투명하고, 한 사람은 현생의 몸을 빌렸지만, 그들 사이의 거리는 가장 가까웠다.
저녁이 되자 이수진이 집에 돌아왔다. 석현은 거실에서 만화를 보고 있었다. 준호는 소파에 누워 있었다. 엄마에겐 보이지 않는 모습으로.
"요즘 달라 보여."
이수진이 말했다. 남편의 옆에 앉으며.
"뭐가?"
"표정이. 요즘 좀 더... 밝아 보여. 좋은 방향으로."
석현은 어색하게 웃었다. 천 년을 경직된 얼굴로 살아온 관료가 처음으로 '좋음'을 인정받는 순간이었다. 이수진이 그의 손을 잡았다.
"준호도 있는 것 같아."
"응?"
이수진은 소파 쪽을 자세히 바라봤다. 남편 옆에 누군가 있는 듯한 느낌이 자꾸 들었다. 소파의 쿠션이 누군가의 무게로 살짝 내려앉아 있었고, 그 위에 계란말이 한 조각이 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아니, 누군가가 집어 들고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천천히 입으로 가져가고 있었다.
이수진은 침대로 가 베개 아래를 확인했다. 작은 움푹한 자국이 있었다. 누군가 누워 있었던 흔적이었다.
"뭔가... 옆에 있는 것 같아. 넌 준호를 놓지 않은 거 같아."
"응?"
"모르겠어. 엄마 직감인가 봐. 그런데 그게 좋아. 나도 놓지 않으니까."
석현의 가슴이 철렁했다. 아내가 진실에 얼마나 가까워졌는지 몰랐다.
"고마워. 함께 슬퍼줘서."
이수진은 남편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그리고 석현은 그 따뜻함이 자신을 묶어두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규정이 아닌 다른 것으로. 감정이라는 것으로.
밤 11시. 이준석의 핸드폰이 울렸다. 회사 상사였다.
"준석? 요즘 일이 너무 부실해. 회계 감시 대상이 되고 있다는 거 알아? 클라이언트들이 계속 문의하는데 보고서가 늦어. 뭐 하고 있어?"
석현은 침대에 누워 있었다. 준호는 베개에 머리를 올려놓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내일 제출하겠습니다."
"그래. 내일까지. 안 그럼 너 경고장 받아."
전화가 끊겼다.
저승 재정과세청. 밤 11시 45분.
강석준 과장은 모니터를 켰다. 밤새 누적된 석현의 감시 기록이 화면을 가득 채웠다. 미련 수치 상승 그래프, 현생 체류 시간 초과 기록, 빙의 신체 생명력 약화 추이. 모두 빨간색이었다. 그는 문서를 프린트했다. 손가락이 떨렸다. 그는 재빨리 주먹을 쥐었다. 규정을 지키는 것이 옳다고 스스로를 설득하려는 몸짓이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이명희 부장의 방으로 들어갔다. 부장은 이미 서 있었다. 창문을 통해 저승의 회색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과장, 이 정도면 강제 송출 절차를 밟아야 합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명희 부장님, 한 가지 묻고 싶습니다."
부장이 돌아섰다. 강석준의 얼굴에는 처음으로 갈등이 보였다.
"규정이 항상 옳은가요?"
"..."
"천 년을 함께 일해온 후배가 처음으로 규정을 어기고 있습니다. 그가 미쳤거나 나약해서가 아니라면, 규정이 뭔가를 놓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이명희는 말이 없었다. 그 침묵 속에서 강석준은 자신의 목숨이 끝나는 소리를 들었다. 규정 위반 조장죄. 천 년 경력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계속했다.
"유령을 현생에 머물게 한 것도, 감정을 느낀 것도 모두 규정 위반입니다. 하지만 그 유령은 아버지 곁에 있고 싶은 7살 아이입니다. 규정이 이것까지 금지해야 하나요?"
부장의 얼굴이 굳어졌다.
"과장."
이명희의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
"규정이 무너지면 저승 전체가 무너집니다. 당신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저승은 감정이 아니라 질서로 돌아갑니다. 석현은 처벌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당신도."
강석준은 무릎을 꿇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어깨는 내려앉았다. 손가락이 떨렸다. 책상을 짚으려 했지만 그것도 떨렸다. 그는 천 년을 이 질서 안에서 살아왔다. 규정이 옳다고 믿으며. 그런데 지금, 후배의 말 앞에서 그 모든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그의 목소리는 부서질 듯했다.
"강제 송출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오늘 정오까지."
강석준은 사무실로 돌아왔다. 모니터 앞에 앉은 그는 눈을 감았다. 천 년을 규정으로 살아온 공무원이 처음으로 규정을 어기는 후배를 신고하는 순간. 손가락이 마우스 위에서 떨렸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 손가락이 클릭 버튼에 닿기까지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 자신도 몰랐다. 하지만 결국 그는 명령을 내렸다.
현생. 아침 7시.
석현은 이준석의 회계 자료를 펼쳤다. 클라이언트 리스트, 세금 신고 내역, 감시 대상 기록. 손가락이 떨렸다. 이준석이라는 사람의 삶은 이미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자신 때문이었다.
준호가 옆에 앉았다.
"아버지, 뭐 해?"
"일."
"재미없어?"
"응."
준호는 고개를 기울였다. 7살의 투명한 손가락이 자신의 셔츠 소매를 집었다.
"아버지, 나 언제 저승 가?"
석현의 손이 멈췄다.
"아직."
"언제?"
"모르겠어."
"오늘?"
석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저승에서는 이미 명령이 내려졌을 것이다. 정오까지 송출. 아직 5시간이 남았다.
"아버지, 무서워?"
"응."
거짓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적어도 이 아이 앞에서는.
"나도 무서워. 저승이 뭘 하는 곳인지 몰라서. 그런데 아버지가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석현의 가슴이 부서지는 듯했다. 이 말 앞에서 천 년의 규정이 무슨 의미가 있었나. 이런 손가락의 온기를 계산하지 못하는 규정이 무슨 규정인가.
아내가 일어났다. 거실을 지나가며 남편과 아이를 향해 말했다.
"아침 먹을래? 계란말이 해줄게."
"응!"
준호가 엄마 목소리에 반응했다. 엄마는 들을 수 없는 목소리였지만, 준호의 기쁨은 아내에게 전해졌다.
"너 왜 웃어?"
"아, 아무것도 아니야."
석현은 웃음을 숨겼다. 그 웃음 속에는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죽음도, 사랑도, 규정도, 배신도.
아침 10시 45분. 저승 감시실.
모니터에 강렬한 빨간 신호가 떴다. '미련 등록 임계값 초과. 강제 송출 가능 상태.'
담당자들은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석현이 현생에서 저승으로 돌아오는 순간, 준호는 자동으로 송출될 것이다. 그리고 석현은 규정 위반 징계실로 끌려갈 것이다.
김은철이 자리에 앉았다. 그의 손은 키보드 위에 있었지만, 화면은 다른 창을 띄우고 있었다. 감시망 사각지대 맵.
그는 이미 결정했다. 규정을 어기기로.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가 옆 동료에게 속삭였다.
"화장실 다녀오겠습니다."
감시 기록은 5분간 공백이 생길 것이다. 시스템이 화장실 출입을 자동으로 처리하도록 설정되어 있었으니까.
그 5분 동안 김은철은 저승의 강제 송출 시스템에 접근했다. 보안은 철저했지만, 그는 천 년을 이곳에서 일하며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 손가락이 재빨리 움직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키보드에 닿을 때마다 발각될 수 있다는 공포가 등을 타고 내려왔다. 감시망이 자신을 추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 강제 송출 명령 지연 시간: 30분 설정 —
화면에 초록색 글자가 떴다. 성공. 그것이 석현에게 줄 수 있는 모든 것이었다. 30분. 현생에서 30분을 더 가질 수 있다는 뜻이었다.
김은철은 흔적을 지웠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지만, 화면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현생. 아침 11시 45분.
석현의 핸드폰이 울렸다. 저승 내선이었다. 강석준이었다.
"돌아와."
"언제까지?"
"지금. 정오."
"알겠습니다."
전화가 끊겼다. 석현은 준호를 바라봤다. 투명한 아이는 여전히 엄마가 만든 계란말이를 먹고 있었다. 엄마는 보이지 않는 음식이 공중에서 사라지는 것을 보며, 또 다시 남편이 뭔가 중요한 것을 숨기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다.
"준호."
석현이 손을 내밀었다.
"저승 가자."
준호가 손을 잡았다. 투명한 손가락이 자신의 손에 감겼다. 따뜻했다. 유령의 손이 따뜻할 리가 없지만, 그것이 따뜻했다. 왜냐하면 그것은 사랑이 만드는 온기였기 때문이었다.
저승으로 가는 길목에서 석현은 준호를 안았다. 아이의 투명한 몸이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아버지, 저기 뭐야?"
준호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저승의 입구였다. 회색 빛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저기가 너의 집이야. 이제부터는 아버지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너를 돌봐줄 거야."
"아버지는?"
"아버지는 여기서 일해야 해."
"언제 또 만나?"
석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그것은 알 수 없는 미래였다.
"아버지, 고마워. 정말."
준호의 목소리가 희미해지고 있었다. 손가락의 윤곽이 흐려졌다. 옷이 비치기 시작했다. 아이가 저승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나도 고마워. 아버지 곁에 있어줘서."
벽이 흐려졌다. 현생과 저승의 경계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이수진이 남편의 손을 놓치고 있었다. 그 손이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어디 가?"
"일 때문에."
"언제 와?"
석현은 대답하지 못했다. 올 수 없을지도 모르는 세계로 가는 길이었다.
저승 강제 송출실. 정오.
이명희 부장은 화면을 보고 있었다. 석현이 준호와 함께 저승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동시에 김은철의 시스템 접근 기록을 발견했다.
"김은철."
부장의 음성이 울렸다.
"규정 위반 조장죄로 징계 절차에 진입합니다."
그 순간, 저승의 경보음이 울렸다. 강렬하고 연속적인 음향이 모든 부서에 울려 퍼졌다.
누군가는 규정을 어겼다. 그리고 그것은 단순한 위반이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강석준은 자신의 모니터 앞에서 눈을 감았다. 천 년을 규정으로 살아온 공무원이 내린 명령. 그것이 이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고 있었다.
현생과 저승을 지키는 공무원들이 하나둘 화면을 켰다. 모니터에는 같은 문장이 떠 있었다:
— 미처리 사건 발생. 석현 공무원, 유령 준호 영구 체류 상태 진입 —
저승의 기록 시스템이 먹통이 되었다. 준호의 강제 송출 프로토콜이 중단되었다. 그 자리에는 아무 데이터도 남지 않았다. 마치 그 아이가 저승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규정은 깨졌다. 그리고 이제 진짜 문제가 시작되려고 했다. 이명희 부장은 자신의 책상에 손을 올렸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다. 저승 전체가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