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소림파의 법당

소림파의 법당 입구에서 도환은 눈을 떴다.

석조 벽이 천장을 이루고, 촛불이 희미하게 타고 있었다. 몸 전체가 무거웠다. 마치 물속에 가라앉은 돌처럼. 도환은 손가락을 움직여보았다. 손가락이 반응했다. 그 다음 팔을 들어올려보았다. 팔도 움직였다. 그렇다면 자신은 살아 있다는 뜻이었다. 도환은 천천히 상반신을 일으켰다.

"스승님."

서운이 그의 곁에 앉아 있었다. 스님의 옷을 입은 서운. 도환은 그 얼굴을 보며 뭔가를 기억하려 했다. 중요한 것을 놓친 것 같았다. 입 안이 텅 빈 것 같은 느낌.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뇌에서 손가락으로 무언가를 훑어낸 것처럼.

"당신은 누구인가."

도환이 물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낯설었다. 마른 모래밭을 걷는 것 같은 음성.

서운의 눈이 흔들렸다. 그러나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무릎을 꿇고 낡은 종이 묶음을 도환의 앞에 내려놓았다.

"스승님, 저는 이 편지를 20년 동안 썼습니다. 매일 한 줄씩."

서운의 손이 떨렸다. "당신이 깨어나기를 기다리며."

도환은 종이 묶음을 들었다. 첫 장부터 마지막 장까지, 모두 같은 필체였다. 흔들리는 필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굳어진 필체. 그리고 마지막 장은 매우 최근의 것처럼 보였다. 먹이 아직도 약간 축축했다.

"읽어보십시오."

도환은 첫 장을 펼쳤다.

"스승님, 당신은 죄인이 아닙니다."

서운이 읽어내려갔다. 도환의 손이 미세하게 떨렸다. 글씨가 잠깐 흐릿해졌다. 눈을 비비자 다시 선명해졌다.

"20년 전, 당신은 무림맹의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인물을 죽였습니다. 하지만 스승님, 그것은 당신의 결정이 아니었습니다."

도환의 목이 건조했다. 호흡이 얕아졌다. 글을 따라가는 것이 점점 느려졌다. 한 글자씩, 마치 돌 위에 새겨진 글자를 읽는 것처럼 천천히. 눈앞이 살짝 흔들렸다.

"적월은 무림맹 장로 중 온건파 3명을 제거하고 싶었습니다. 온건파 장로들은 무림맹의 권력을 나누려 했고, 그것은 적월의 야망을 방해했습니다. 그래서 적월은 귀영에게 지시했습니다. 귀영은 당신에게 거짓 정보를 주었습니다. 그 3명의 장로가 무림맹을 부패시킨 주범이라고. 당신은 그 거짓을 믿었고, 그들을 베었습니다."

도환의 손가락이 경직되기 시작했다. 마치 누군가가 도환의 팔뼈를 하나씩 제거하고 있는 것처럼. 손가락이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종이가 도환의 손에서 무거워졌다. 아니, 팔 전체가 그런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도환의 팔을 움직이지 못하도록 묶어놓은 것처럼.

"귀영은 또 다른 거짓을 만들었습니다. 무림맹 내부의 또 다른 파벌들이 무림을 장악하려 한다고. 당신은 그들을 베었습니다. 하나, 또 하나, 또 하나. 스승님, 당신의 검은 정말로 정확했습니다. 정확하게 누군가가 원하는 대로 베어졌습니다."

도환의 시야가 점점 좁아졌다. 마치 터널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글씨가 종이 위에서 춤을 추는 것 같았다. 손에 들린 종이가 갑자기 무거워졌다. 아니, 팔이 가벼워진 것 같았다. 마치 누군가가 도환의 팔에서 뼈를 빼내가는 것처럼.

"스승님?"

서운의 목소리가 멀어졌다. 도환은 계속 들었다. 이제 글씨를 따라가기 위해 온 정신을 집중해야 했다.

"무림맹의 맹주는 당신의 검을 두려워했습니다. 그는 당신을 역적으로 몰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적월의 계획이었습니다. 적월은 당신과 맹주가 싸우기를 원했습니다. 당신이 이기든, 지든, 둘 다 약해지기를 원했습니다. 그래서 적월이 강호의 패권을 차지할 수 있도록."

도환의 눈앞이 회전했다. 글씨가 다시 흐릿해졌다. 이번엔 눈을 비벼도 선명해지지 않았다.

"그리고 귀영은... 귀영은 당신의 검이 베는 모든 것을 기록했습니다. 누가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왜 죽었는지. 아니, 거짓으로 왜 죽었는지를. 귀영은 당신의 검 자국을 남겨 당신을 진범으로 만들었습니다. 스승님, 당신은 도구였습니다. 가장 날카로운 도구."

종이가 도환의 손에서 흔들렸다. 도환의 청각이 왜곡되기 시작했다. 서운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지는 것처럼 들렸다. 아니, 도환 자신이 깊은 물속으로 가라앉고 있는 것 같았다.

"스승님, 계속 읽어주십시오."

서운이 말했다. 도환은 계속했다. 이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스승님, 당신이 죽인 그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여기 적었습니다. 153명입니다. 저는 이 20년 동안 그들의 이름을 매일 외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깨어나면 당신도 외우기를 바랍니다. 왜냐하면 당신의 검이 그들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거짓된 이유로, 거짓된 죄로, 하지만 정말로."

도환은 다음 장을 넘겼다. 이름들이 있었다. 검은 글씨로 가득한 종이. 153개의 이름. 153개의 죽음. 그 이름들을 보는 순간, 도환의 기억 속 어떤 것들이 흐릿해지기 시작했다. 암자의 돌벽, 검을 묻던 밤, 누군가의 목소리—모두 연기처럼 흩어져갔다.

"이 모든 것을 마주했을 때, 스승님, 당신은 누가 될 것인가요? 당신은 도환입니까? 아니면 당신의 검입니까?"

마지막 장이었다.

"스승님, 당신은 죄인입니다. 하지만 당신만의 죄가 아닙니다. 그것이 유일한 위로입니다."

도환의 손이 떨어졌다. 종이가 무릎 위에 흩어졌다. 도환은 고개를 들었다. 눈이 젖어 있었다. 자신이 언제부터 우는 시작했는지 알 수 없었다.

"저입니다, 스승님."

서운이 말했다. 도환의 손을 잡았다. "저는 서운입니다. 당신의 제자입니다."

도환은 그 손을 바라봤다. 손의 주인이 누구인지, 자신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손은 따뜻했다.

"당신은 누구인가."

도환이 다시 물었다.

"저는 서운입니다."

"내가 누구인가."

"당신은 도환입니다. 도환 스승님입니다."

도환은 그 말을 듣고 있었지만, 그 말이 자신에게 닿지 않았다. 도환. 도환. 도환. 단어가 반복될수록 더 낯설어졌다. 마치 어떤 언어를 몇 번이나 반복하면 그 언어의 의미가 사라지는 것처럼.

법당의 문이 열렸다. 현목이 들어섰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뒤로 명진이 보였다. 명진의 눈은 빨개져 있었다. 흘러내린 눈물의 흔적. 백운도 함께였다. 백운은 도환을 보며 안도의 숨을 쉬었다.

"스승님."

현목이 말했다. 목소리가 깨졌다. "저는 당신을 배신했습니다."

"일어나라."

도환이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누구의 목소리인지 모르면서도.

"저는 일어날 자격이 없습니다."

현목은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저는 당신의 검이 베어낸 사람들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무고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침묵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역적이 되자, 저는 천검문의 맹주가 되었습니다."

현목의 말이 떨어질 때, 그의 몸이 더욱 낮아졌다. 무릎을 꿇은 채 이마를 땅에 닿게 했다. 그것은 단순한 절이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포기하는 몸짓이었다.

명진이 한 발 나아갔다. 도환을 바라봤다. 명진의 눈에는 또 다른 질문이 있었다.

"당신의 아버지는 무림맹의 장로였나."

도환이 물었다.

명진이 입을 열었다.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느렸다. 마치 큰 돌을 들어올리듯이.

"그렇습니다. 제 아버지는 무림맹의 온건파 장로였습니다. 당신의 검이 당신을 베었을 때... 저는 그것이 당신의 진정한 죄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버지를 죽인 당신의 죄."

명진의 목소리가 끊겼다. "하지만 이제 알겠습니다. 아버지는 적월과 귀영의 음모에 휘말렸습니다. 아버지가 온건파였기 때문에. 아버지가 적월의 방해가 되었기 때문에."

"그렇다면."

도환이 말했다. 자신의 말이 누구의 말인지 모르면서도. "너의 복수는 누구에게 향해야 하는가."

명진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대신 무릎을 꿇었다. 도환 앞에서. 그리고 울기 시작했다. 울음은 처음엔 조용했다. 하지만 점점 커져갔다. 20년을 기다린 복수심이 무너지는 소리였다.

백운이 도환에게 다가갔다. 백운의 얼굴은 창백했고, 눈은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가 자신의 세상을 거꾸로 뒤집어놓은 것처럼. 그 순간 백운은 자신의 변화를 느꼈다. 순수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백운은 자신의 검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그 행동은 의식적이었다. 스승이 깨어났지만 자신은 더 이상 그 순간의 제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몸짓. 백운의 눈빛이 변했다. 결연함이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그것은 순결한 결연함이 아니었다. 무언가를 잃고 난 후의 결연함이었다.

"도환님."

백운이 말했다. "당신은 도환입니다."

도환은 백운을 바라봤다. 백운의 말이 들렸지만, 그 말이 자신에게 닿지 않았다. 도환. 도환. 도환. 단어가 반복될수록 더 낯설어졌다. 그리고 그 단어의 자리에 다른 것이 채워지고 있었다. 암자의 돌벽이 사라지고 있었다. 검을 묻던 장면도. 누군가의 목소리도. 모두 흩어져갔다.

도환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왔다.

"나는 도환이 아니다."

그 말은 도환 자신도 놀라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 말이 가장 참된 것처럼 들렸다.

"나는 누군가의 칼일 뿐이다."

법당이 조용해졌다. 촛불이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의 숨결을 받은 것처럼.

그 순간, 법당의 뒤쪽에서 붉은 옷을 입은 인물이 나타났다. 적월교의 사절. 그는 처음부터 법당 내부에 숨어 있었던 것이었다. 도환의 최종 선택을 보기 위해.

"도환이시여."

사절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마치 꿀처럼. "저는 적월 교주의 전언을 전하러 왔습니다."

도환은 사절을 바라봤다. 그 얼굴이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모든 얼굴이 낯설었다.

"적월 교주께서는 말씀하십니다. 당신의 칼은 이제 강호의 정당한 칼이 되어야 한다고."

사절이 한 발 나아갔다. "당신이 죽인 그 모든 사람들의 진정한 죄를 드러내면, 그들은 더 이상 무고한 죽음이 아닙니다. 그들은 정당한 죽음이 되고, 당신은 도구가 아닌 심판자가 됩니다. 그것이 진정한 속죄입니다."

도환의 손이 떨렸다. 그 말이 자신의 가장 깊은 곳을 건드렸다. 자신의 가장 어두운 욕망을.

"그렇게 되면, 당신은 도환이 됩니다. 당신은 칼이 아닌 인간이 됩니다."

사절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아닙니까?"

도환은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고 그 말 속에 또 다른 거짓이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그 거짓이 자신을 끌어당겼다. 마치 깊은 우물로 떨어지는 것처럼.

명진이 한 발 나아갔다. 도환을 바라봤다. 명진의 눈빛이 변했다.

"스승님, 기다리십시오."

명진의 목소리가 떨렸다. "이것도 그들의 계획입니다. 당신이 어느 쪽을 선택하든, 당신의 칼은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것을 알아야 합니다."

백운도 한 발 나아갔다. 그의 눈에는 이제 순수함이 남아있지 않았다.

"도환님, 당신은 검을 다시 들 준비가 되셨습니까."

백운이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이전의 순수함이 없었다. 대신 냉정함이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절망의 냉정함이 아니라, 무언가를 깨달은 후의 냉정함이었다.

서운이 도환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스승님, 저입니다. 서운입니다."

하지만 도환의 귀에 그 목소리는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도환의 손가락이 서서히 힘을 잃고 있었다.

"스승님!"

서운이 외쳤지만, 도환의 눈은 사절을 향했다. 그 붉은 옷, 그 부드러운 목소리.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들렸다. 도환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당신은 칼이 아닌 인간이 된다.

그 말 속에는 무엇이 숨어 있었을까. 도환은 알았다.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라는 뜻이었다. 죽인 자들이 죽어 마땅한 자들이었다고 증명하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되면 도환은 더 이상 도구가 아니었다. 도환은 판사가 되었다. 도환은 영웅이 되었다.

그것이 가장 큰 거짓이었다.

도환이 갑자기 손을 놨다. 서운의 손이 공중에서 떨어졌다. 도환의 몸이 일어섰다. 천천히, 마치 누군가가 도환의 팔다리를 조종하는 것처럼.

"도환님, 잠깐!"

백운이 외쳤다.

현목이 움직였다. 하지만 명진이 현목의 팔을 잡았다. 명진의 눈빛이 변했다.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눈빛.

"맹주님. 기다리십시오. 이것도 그들의 계획입니다."

명진이 현목을 붙잡고 있었다.

도환이 사절을 향해 한 발 내디뎠다. 그 발걸음은 느렸지만, 멈출 수 없었다.

"당신의 교주는 내게 무엇을 제시하는가."

도환의 목소리는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마치 누군가 다른 이의 목소리를 빌려 말하는 것 같았다.

사절이 미소를 지었다. "당신이 원하는 모든 것입니다. 명예. 정당성. 그리고 당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기회."

도환이 멈췄다. 그 말은 진실이었다. 도환 자신도 알 수 없는 진실.

"대가는."

도환이 물었다.

"당신의 칼을 우리의 손에 두는 것입니다. 당신의 천혼검법을 강호의 정의를 위해 사용하는 것입니다. 더 이상 누구의 도구도 아닌, 강호 자체의 칼이 되는 것입니다."

사절의 말이 떨어질 때, 도환의 손이 검을 들었다. 천천히. 마치 의지 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그 순간, 법당의 벽이 흔들렸다. 붉은 불빛이 나타났다.

"아니다."

도환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번엔 다른 목소리였다. 자신의 목소리였다.

"나는 칼이 아니다. 나는 심판자도 아니다."

도환이 검을 칼집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무릎을 꿇었다.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하는 것처럼.

"나는 죄인이다. 단순한 죄인일 뿐이다."

법당이 흔들렸다. 사절이 뒷걸음쳤다. 그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당신은 그럴 수 없습니다."

사절의 말이 떨어질 때, 도환은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들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도환이 물었다.

사절의 목소리가 떨렸다. "당신은 이미 칼입니다. 당신이 거부하든 수락하든, 당신은 누군가의 칼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신의 검이 그것을 증명합니다."

그 말이 떨어질 때, 서운이 도환에게 다가갔다. 이번에는 빠르게. 도환의 손을 다시 잡았다.

"스승님, 저입니다. 서운입니다."

서운의 목소리가 도환의 귀에 들었다. 이번에는 다르게. 그것은 단순한 이름 부르기가 아니었다. 그것은 선언이었다.

"당신은 칼이 아닙니다. 당신은 도환입니다. 당신은 죄인입니다. 하지만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도환의 손이 떨렸다. 무릎을 꿇은 채로.

명진이 일어섰다. 백운도. 현목도.

네 명이 도환을 둘러섰다.

도환의 눈이 초점을 되찾기 시작했다. 가늘어진 눈동자가 천천히 열렸다. 흐릿했던 기억들이 다시 돌아오는 것처럼. 암자의 돌벽, 검을 묻던 밤—아니다. 그것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무언가가 자리를 잡았다. 서운의 손의 온기. 명진의 눈물. 백운의 결연함. 현목의 회개.

"나는..."

도환이 중얼거렸다.

"당신은 도환입니다."

서운이 다시 말했다.

도환은 무릎을 꿇은 채로 남았다. 그리고 서운의 손을 놓지 않았다.

"나는 죄인이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도환이 물었다.

서운이 도환의 손을 더 강하게 잡았다.

"당신이 베어낸 모든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입니다. 그들을 무고한 죽음이 아닌, 이름 있는 죽음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이 당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속죄입니다."

도환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이 변했다. 더 이상 거짓을 찾는 눈빛이 아니라, 진실을 마주하는 눈빛으로.

사절이 뒤로 물러났다. 붉은 불빛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강호의 칼이 될 수도 있었습니다."

사절이 마지막으로 말했다. "하지만 당신은 인간이 되기를 선택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오류입니다."

사절이 사라졌다. 법당의 천장이 천천히 닫혔다. 붉은 불빛이 완전히 사라졌다.

법당에는 촛불의 희미한 빛만 남았다.

도환이 서운의 손을 잡은 채 일어섰다.

"이제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도환이 물었다.

현목이 대답했다. "남방입니다. 적월을 직접 만나야 합니다."

명진이 말했다. "그리고 진범을 찾아야 합니다. 제 아버지를 죽인 자를."

백운이 도환을 바라봤다. 백운의 눈에는 더 이상 순수함이 남아있지 않았다. 대신 결연함이 있었다. 그것은 단순한 결연함이 아니라, 무언가를 잃은 후의 결연함이었다.

"도환님, 당신은 검을 다시 들 준비가 되셨습니까."

백운이 물었다. 그 목소리에는 이전의 순수함이 없었다. 대신 냉정함이 있었다.

도환이 검을 들었다. 천천히. 하지만 이번엔 거리낌이 없었다.

"나는 칼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검을 들어야 한다. 내가 베어낸 모든 자들의 이름을 위해."

도환의 검이 빛났다. 천혼검법의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 검은 이전의 검이 아니었다. 그것은 도구의 검이 아니라, 죄인의 검이었다.

"그렇다면 시작하자. 진실을 찾기 위해."

도환이 말했다.

그 순간, 법당의 벽이 다시 열렸다. 이번에는 사절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였다.

검은 옷을 입은 인물. 귀영.

귀영은 법당 내부에 처음부터 숨어 있었다. 도환의 최종 선택을 보기 위해. 사절과 달리, 귀영은 도환의 거부를 예상했다. 그것이 귀영의 계획이었다.

"도환이시여."

귀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당신이 선택한 길이 정말 그것입니까."

도환이 검을 들었다. 귀영을 향해. 이번엔 거리낌이 없었다.

"내가 선택한 길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나는 단지 그 길을 걷는 것일 뿐이다."

도환이 말했다.

"그렇다면 당신은 여전히 도구입니다."

귀영이 웃었다. "당신이 누구를 선택하든, 당신의 칼날은 이미 누군가의 손에 들려 있습니다. 그것이 진실입니다."

그 말이 떨어질 때, 귀영의 몸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빛처럼 흩어졌다.

도환의 검이 공중에서 멈췄다.

"스승님."

서운이 도환의 손을 잡았다.

도환은 서운을 보지 않았다. 도환의 눈은 귀영이 있던 자리를 향하고 있었다.

"우리는 무엇과 싸우고 있는가."

도환이 물었다.

"적월과 귀영입니다."

현목이 대답했다.

"아니다."

도환이 말했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은 그들이 아니다. 우리가 싸우고 있는 것은 우리 자신이다. 우리가 누구인지 잊지 않기 위해. 우리가 죄인이지만 동시에 인간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 위해."

법당이 다시 조용해졌다. 촛불이 흔들렸다.

도환이 검을 내렸다. 그리고 천천히 걸었다. 법당의 문을 향해.

"남방으로 가자. 그리고 모든 진실을 마주하자."

도환이 말했다.

네 명이 도환을 따라 법당을 나갔다. 촛불이 계속 흔들렸다. 마치 누군가의 숨결을 받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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