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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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은 무릎을 꿇었다.

도환이 객사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천검문의 부맹주는 한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무릎을 꿇었다. 그 속도가 신기할 정도였다. 20년 전 산골로 들어가기 전, 현목은 도환의 발치에 절을 드렸던 적이 없었다. 제자였지만 자존심 높은 그 청년은 항상 반듯한 자세로 스승을 마주했다. 이제 그 청년의 무릎이 돌바닥에 닿았다.

"스승님."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기쁨의 울림도 있었지만, 그 아래 흐르는 것은 무언가 다른 것이었다. 도환은 현목의 얼굴을 살폈다. 눈가의 떨림, 입술의 미세한 경직, 이마의 땀 한 방울. 제자는 스승을 맞이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었다.

"일어나라."

도환의 목소리는 여전히 산골 암자의 침묵을 담고 있었다. 침묵이 말이 되어 흘러나왔다. 현목은 천천히 일어섰다. 몸을 펼칠 때마다 그의 옷자락에서 검의 향기가 났다. 검을 자주 다루는 자의 냄새였다. 도환은 제자의 손을 봤다. 손가락 끝이 굵어져 있었다. 검을 쥔 손. 20년이라는 세월이 그 손에 새겨져 있었다.

"편지를 받았다."

도환은 주머니에서 낡은 종이 조각을 꺼냈다. 폭우에 젖었다가 말린 것이라 종이가 구겨져 있었다. 글씨는 여전히 선명했다. '당신은 죄인이 아닙니다.'

현목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서운인가."

"예."

한 글자의 답변. 현목은 그 이상을 말하지 않았다. 도환은 제자의 침묵을 읽었다. 현목도 서운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서운이 편지를 보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아니면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

"서운을 찾아야 한다."

"스승님..."

현목이 도환의 팔을 잡았다. 손이 떨렸다. 스승의 팔을 잡은 손이 떨리고 있었다.

"진실을 아시러 오신 건가요?"

질문이었지만, 그것은 동시에 탄원이기도 했다. 되돌려달라는 탄원. 돌아가달라는 탄원.

도환은 현목의 손을 바라봤다. 그 손은 20년 전의 것이 아니었다. 더 단단했고, 더 차가웠고, 더 많은 것을 잃어버린 손이었다. 도환은 현목의 눈을 마주했다.

"진실을 알고 싶다."

답변은 단호했다. 현목은 손을 놨다.

밤이 깊었다.

현목이 도환을 안내한 곳은 천검문의 별관이었다. 객사는 아니었다. 객사는 여행자의 숙소였고, 이곳은 손님을 맞이하는 전용 공간이었다. 현목의 신분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장소였다. 방의 벽에는 무술 서적이 가득했고, 책상 위에는 강호의 지도가 펼쳐져 있었다. 현목은 도환에게 차를 대접했다. 그 손길이 어색했다. 과거 현목은 도환을 대할 때 항상 긴장해 있었지만, 지금의 그는 다른 종류의 긴장을 하고 있었다.

"스승님, 이곳에서 편히 쉬십시오. 내일 아침에 서운 스님을 찾아뵙는 것이 좋겠습니다."

"지금 어디에 있는가."

"중원의 소림파입니다."

도환이 차를 마셨다. 맛이 없었다. 혀가 20년 동안 감각을 잃었나 보다. 현목이 창밖을 바라봤다.

"스승님, 혹시 강호로 돌아올 생각이 있으신 건 아니겠죠?"

질문이 던져지는 순간, 밤이 울음을 터뜨렸다.

창문이 산산조각 났다. 검은 그림자 세 개가 연기처럼 방 안으로 들어왔다. 암살자들이었다. 얼굴을 감싼 천으로 정체를 숨기고 있었지만, 움직임으로 이미 모든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검술 수준은 높지 않았다. 조직에 속한 자들의 움직임이었다. 그들의 검은 도환을 향했다.

현목이 비명을 질렀다.

"스승님!"

도환의 손이 움직였다. 검을 파낸 지 이틀 만에 검을 휘두르는 것이었다. 손가락이 검의 자루를 감싸자마자, 몸이 기억했다. 20년을 두고 검은 손을 기억하고 있었다. 검이 공기를 가르며 나왔다.

첫 번째 암살자의 공격이 도환의 검에 닿는 순간, 무언가가 발동했다.

천혼검법.

상대의 마음속 업(業)을 간파하는 검술. 도환은 의도적으로 기연을 발동하지 않았다. 그러나 검이 움직이는 순간, 그것은 저절로 일어났다. 암살자의 검이 도환의 검에 닿자마자, 공중에 형상이 나타났다.

검은 연기.

그 안에서 형상이 떠올랐다. 어린 아이. 아내. 그리고 그들을 버리고 떠난 남자의 모습. 암살자의 업이 검에 담겨 그대로 현현했다. 그 업이 검을 통해 암살자에게 되돌아갔다.

암살자가 비명을 지르며 물러났다.

"너는 누구를 위해 죽으려 했는가."

도환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검의 울음이었다. 천혼검법의 검이 우는 소리였다. 그 울음은 방 전체에 퍼졌다. 현목과 백운이 귀를 막았다.

두 번째 암살자가 도환을 향해 달려왔다. 검이 또 한 번 움직였다.

그의 업은 다르게 나타났다. 배신. 상전에게 받은 돈으로 가족을 챙기고 싶었던 욕망. 그 욕망이 검에 담겨 되돌아갔다. 암살자가 비틀거렸다.

세 번째 암살자가 도환의 뒤를 노렸다. 현목이 검을 뽑아 그 공격을 막아섰다.

"스승님!"

도환이 몸을 돌렸다. 세 번째 암살자의 검이 도환의 검과 만났다.

그 순간, 모든 것이 깨졌다.

기억이 산산조각 났다. 도환은 검을 휘두르고 있었지만, 동시에 자신으로부터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손가락들이 누군가 다른 사람의 손가락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 것처럼, 남의 살갗을 통해 느껴지는 공포감이 밀려왔다. 검도 마찬가지였다. 손에 쥐어진 검이 낯설었다. 검의 무게가 자신의 팔을 짓누르는 것 같았다.

세 번째 암살자의 업이 검에 담겼다. 그것은 가장 복잡한 업이었다. 강한 자에게 지배당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 두려움이 검에 담겨 돌아갔다.

암살자가 검을 놨다.

도환이 정신을 차렸을 때, 세 명의 암살자는 모두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들은 죽지 않았다. 그저 무릎을 꿇고 있었다. 자신의 업에 눌려, 자신의 죄에 압도되어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도환의 손이 떨렸다. 손가락 하나하나가 제각각 떨렸다.

"나는... 누구인가?"

목소리가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더 낮고, 더 낡아 보였다. 현목과 백운이 도환에게 달려왔다.

"스승님!"

현목이 도환을 잡았다. 도환의 몸이 무너지고 있었다. 검이 도환의 손에서 떨어졌다. 백운이 도환의 다른 팔을 받쳤다. 도환의 눈이 초점을 잃고 있었다.

"내 이름이... 뭐지?"

"도환입니다. 당신은 도환입니다."

현목의 목소리가 떨렸다. 백운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도환의 눈에서 무언가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다. 명확함이 사라지고 있었다. 정체성이 무너지고 있었다.

도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현목이 반복했다.

"도환... 도환..."

자신의 스승을 붙잡으려는 절박함이 목소리에 담겨 있었다. 도환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아무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그 말이 낯선 단어처럼 들렸다. 도환? 그게 누구지? 마치 처음 듣는 이름이 귀에 맺혔다가 사라지듯, 그 이름은 도환의 의식 속에 자리 잡지 못했다. 현목의 목소리가 계속 반복되었지만, 도환은 그 이름을 자신의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현목이 도환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마치 그렇게라도 해야 도환이 사라지지 않을 것 같았다.

도환이 천천히 정신을 되찾았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여전히 흐릿했다. 마치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혼란이 그 눈에 가득했다.

"암살자들은... 누가 보냈는가?"

목소리가 돌아왔다. 도환의 목소리가 다시 도환의 입에서 나왔다. 현목이 도환을 침상에 앉혔다.

"알 수 없습니다. 천검문의 적들은 많습니다."

거짓말이었다. 도환은 그것을 알았다. 현목의 눈이 흔들렸다. 그 눈이 도환을 마주하지 못했다. 도환이 현목의 얼굴을 더 자세히 바라보자, 뭔가가 보였다.

천혼검법이 남긴 잔상. 현목의 눈빛에 맺힌 업의 파편들. 그것은 거짓을 드러내고 있었다. 현목은 알고 있었다. 암살자들을 누가 보냈는지. 아니, 그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도환은 현목의 눈에 맺힌 검은 연기를 본다. 그 안에서 흔들리는 형상들—죄책감, 두려움, 그리고 비밀. 현목의 거짓말은 천혼검법의 잔상 속에서 명백했다.

"스승님..."

현목이 도환의 손을 잡았다. 그 손이 떨렸다. 손가락이 하나하나 경직되어 있었다.

"진실을 아신다면... 강호가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목소리가 떨렸다. 두려움이 가득했다. 도환이 현목의 얼굴을 바라봤다. 제자의 얼굴에는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 눈물은 스승의 귀환을 환영하는 기쁨이 아니라, 뭔가 피할 수 없는 비극을 마주한 절망이었다. 현목은 입을 열려 했다가 닫았다. 말하려던 무언가가 목구멍에서 맴돌았다. 도환은 그것을 느꼈다. 제자가 진실의 문턱에 서 있었지만, 그것을 넘을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순간, 창문 너머로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 지나갔다.

그림자였다. 그 그림자는 도환을 바라봤다. 도환은 그 시선을 느꼈다. 검은 옷의 인물은 방의 벽에 붙어 있었다.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저 도환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도환이 창문 쪽으로 움직이자, 그림자는 재빠르게 사라졌다.

"누가 그 자를 보냈는가?"

도환의 질문이 던져졌다. 현목이 대답하지 못했다. 백운도 마찬가지였다. 방 안에는 침묵만 흘렀다. 암살자들은 여전히 무릎을 꿇고 있었고, 도환의 검은 바닥에 놓여 있었다. 그 검의 위에는 무언가가 남겨져 있었다.

업(業). 죄악. 그리고 기억의 파편들.

도환은 검을 바라봤다. 그 검 위에는 자신의 무언가가 남겨져 있었다. 자신의 무언가가 사라지고 있었다.

"내일 아침에 소림파로 떠나자."

도환이 말했다.

"서운을 찾아야 한다."

그의 목소리 속에는 이미 무언가가 빠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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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아직 몸이 가시지 않으셨는데요."

백운이 도환의 팔을 붙잡았다. 도환은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다. 현목이 그를 말렸다.

"천혼검법의 대가는... 단순한 피로가 아닙니다."

현목의 목소리가 낮았다. 그는 도환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도환이 현목을 바라봤다. 제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두려움과 죄책감이 뒤섞여 있었다.

"내가 사용해본 지 20년인가."

도환이 중얼거렸다.

"그 사이에 내가... 무엇을 잊었는지도 모르겠다."

침묵이 방을 채웠다. 현목이 도환의 손을 더 세게 잡았다. 마치 도환이 다시 사라질까 봐 붙잡고 있는 듯했다.

"스승님, 혹시..."

현목이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그의 입술이 움직였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도환은 제자의 갈등을 읽을 수 있었다. 20년 전의 도환이라면 현목의 마음을 하나하나 꿰뚫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도환은 달랐다. 천혼검법을 사용한 후, 무언가가 사라졌다. 정확함이 사라졌다.

"말하거라."

도환이 단순하게 말했다.

"혹시 뭔가?"

현목이 입을 다물었다 떼었다. 반복했다. 마침내 그가 말했다.

"스승님께서 강호에 계시면서... 천혼검법을 더 사용하실 건가요?"

질문의 의도가 명확했다. 현목은 도환이 강호에 머물러선 안 된다고 원하고 있었다. 도환은 그 의도를 알았다. 하지만 왜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천혼검법을 사용할 때마다 자신의 정확함이 깎여나가고 있었다.

"아직은 모르겠다."

도환이 대답했다.

"서운을 만나야 한다. 편지의 의미를 알아야 한다."

"편지?"

현목의 목소리가 커졌다.

"스승님, 혹시 서운이가 스승님을 불러낸 건 아닌가요?"

도환이 현목을 바라봤다. 제자의 얼굴이 창백했다.

"그렇다면?"

"그렇다면 위험합니다."

현목이 일어섰다. 그의 손이 도환에게서 떨어졌다.

"스승님이 강호에 계시는 것 자체가 위험합니다. 누군가는 스승님의 죽음을 원하고 있습니다."

"누가?"

도환이 물었다.

"나도 모릅니다."

현목이 대답했다. 그것은 거짓이 아니었다. 하지만 전부도 아니었다. 현목은 알고 있으면서도 말하지 않고 있었다. 그의 눈빛이 자꾸만 도환을 피했다. 입술을 깨물었다가 놨다. 마치 무언가를 말하려다 멈추는 것을 반복했다.

도환이 침상에서 일어났다. 몸이 무거웠다. 마치 검을 휘두를 때마다 자신의 무게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았다. 백운이 도환의 팔을 다시 잡았다.

"혹시 쓰러지실까봐요."

백운의 목소리는 부드러웠다. 현목과는 다른 종류의 걱정이 들어 있었다. 현목은 두려움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백운은 진심으로 걱정하고 있었다.

도환이 창문을 바라봤다. 밤은 더 깊어지고 있었다. 별들이 희미했다. 그 희미한 별빛 속에서 도환은 무언가를 느꼈다. 시선이다. 누군가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

"현목."

도환이 말했다.

"천검문은 지금 얼마나 강한가?"

"스승님?"

"답하거라."

도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강호의 다섯 파 중에서 우리는?"

현목이 잠깐 생각했다.

"제일입니다. 아니, 제일이었습니다."

"아니 되었나?"

"적월교가... 최근 몇 년간 급성장했습니다."

현목이 대답했다.

"그리고..."

현목이 말을 멈췄다. 그의 목소리가 더욱 낮아졌다.

"그리고?"

도환이 재촉했다.

"귀검단의 움직임이 활발해졌습니다."

현목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귀검단은 항상 조용했던 파인데, 최근 1년 사이에 강호의 암부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가 정확히 파악할 수 없을 정도로."

도환이 창문을 다시 바라봤다. 그 그림자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도환은 알았다. 누군가는 여전히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밤을 새우고 있을 생각은 없고..."

도환이 말했다.

"내일 아침에 소림파로 가자. 서운을 만나야 한다."

"스승님, 소림파는 중원에 있습니다. 여기서 5일 길입니다."

백운이 말했다.

"그 길이 안전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위험은 어디든 있다."

도환이 대답했다.

"오히려 머무르는 것이 더 위험할 수도 있다."

현목이 도환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이 복잡했다. 스승을 떠나보내고 싶으면서도, 스승의 도움을 받고 싶은 마음이 교차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도 함께 가겠습니다."

현목이 말했다.

"천검문의 일은?"

도환이 물었다.

"부맹주가 있습니다."

현목이 대답했다.

"스승님을 모셔야 합니다."

도환이 현목을 바라봤다. 제자의 결정이 진실에서 비롯된 것인지, 아니면 자신을 감시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천혼검법을 사용한 후, 그런 섬세한 판단력이 사라졌다.

"좋다."

도환이 말했다.

밤이 지나갔다. 도환은 침상에 누워 있었지만 잠을 자지 못했다. 자신의 손가락들이 떨렸다. 천혼검법의 후유증이었다. 각 손가락이 다른 사람의 손가락처럼 느껴졌다. 마치 자신의 몸이 아닌 것처럼.

백운은 도환의 방 밖에서 밤을 새웠다. 현목도 마찬가지였다. 둘 다 도환을 지키고 있었다. 하나는 순수한 의도로, 다른 하나는 복잡한 의도로.

새벽이 밝아올 때, 도환은 일어났다. 자신의 검을 들었다. 그 검의 표면에는 여전히 무언가가 남아 있었다. 암살자들의 업. 그들의 죄악. 그리고 자신의 기억의 파편들이.

검을 들자, 다시 무언가가 흔들렸다. 자신의 이름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헷갈렸다. 도환? 맞나? 손가락이 누구의 손가락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금방 돌아왔다. 도환. 내 이름은 도환이다.

그런데 도환이 누구지?

질문이 계속 떠올랐다.

"스승님."

현목이 방 밖에서 말했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언제든 떠날 수 있습니다."

도환이 방을 나갔다. 천검문의 대문이 열려 있었다. 말 세 마리가 기다리고 있었다. 백운과 현목이 도환을 바라봤다.

도환이 말에 올라탔다.

"중원으로 가자."

그들이 천검문을 빠져나갔을 때, 천검문의 담장 위에서 누군가가 그들을 바라봤다. 검은 옷을 입은 인물이었다. 그 인물은 도환의 등을 바라봤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이 아니라, 입술의 움직임만으로.

"천혼검법이 깨어났다."

그 목소리는 바람에 실려 사라졌다.

길을 가면서, 도환은 계속 뒤를 돌아봤다. 누군가가 자신들을 따라오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스승님, 괜찮으신가요?"

백운이 도환의 옆에서 말했다.

"네, 괜찮다."

도환이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은 거짓이었다. 도환은 괜찮지 않았다. 자신의 손이 계속 떨렸다. 검이 자신의 손에서 무거워 보였다. 마치 검이 자신의 팔을 잡아당기려는 것 같았다.

"스승님, 혹시 기억이..."

현목이 말했다.

"괜찮은 가요?"

"기억이 계속 흔들린다."

도환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강호에 나왔는지. 그것들이 계속 흔들린다."

현목이 입을 다물었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스승님, 그건..."

"천혼검법의 대가인 것 같다."

도환이 말했다.

"검을 휘두를 때마다, 나는 내 자신을 잃어간다."

길을 가다가, 도환은 갑자기 말을 멈췄다. 현목과 백운도 멈췄다.

도환의 눈이 앞을 바라봤다.

길 위에 피가 떨어져 있었다.

"여기서 누군가 죽었다."

도환이 말했다.

"최근에."

현목이 검을 뽑았다.

"매복인가요?"

"아니다."

도환이 말했다.

"이건... 도망자의 피다."

도환이 길 옆으로 갔다. 풀 사이에 시체가 있었다. 남자의 시체였다. 얼굴은 이미 상했지만, 옷은 귀검단의 것이었다.

"귀검단?"

현목이 놀랐다.

도환이 시체를 돌렸다. 등에는 검 자국이 있었다. 깊고 정확한 자국이었다. 이것은 전문가의 검 자국이었다. 도환은 그 자국을 보는 순간, 손가락을 펼쳤다.

자신의 손가락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각도. 자신의 손목이 움직일 수 있는 범위. 그 검 자국은 모두 일치했다. 도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건... 내 검법이다."

도환이 중얼거렸다.

"내가 죽인 건가?"

도환의 눈이 흔들렸다. 기억이 다시 흔들렸다. 자신이 이 사람을 죽였나? 아니면 자신의 검법을 배운 누군가가 죽였나? 아니면 자신이 잊은 누군가를 죽였나? 아니면 자신의 손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인 건가?

"누가 귀검단을 죽였는가?"

도환이 중얼거렸다.

"그리고 누가 나를 바라보고 있는가?"

그 순간, 저 멀리 산 위에서 누군가가 손을 들었다. 도환은 그 손을 봤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했다. 도환만 봤다.

그 손은 도환을 가리키고 있었다. 왼손 약지에 끼워진 반지가 햇빛을 받아 반짝였다. 그리고 손목의 흉터. 칼로 베인 자국처럼 보이는 흉터가 있었다. 그 흉터는 마치 어떤 계약의 증표처럼 보였다. 그 손이 천천히 움직였다. 마치 누군가를 부르듯이.

도환의 가슴이 철렁했다. 그 손은 낯설지 않았다. 아니, 낯설지 않다는 표현도 부정확했다. 도환은 그 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기억이 무엇인지 알 수 없었다. 천혼검법을 사용할 때마다 깎여나가는 기억의 조각처럼, 그 손의 정체도 점점 멀어지고 있었다. 가슴의 철렁함은 신체적 거부감으로 변했다. 마치 자신의 몸이 그 손을 인식하는 순간, 모든 것이 거부되는 듯했다. 손목이 저려왔다. 반지의 반짝임이 눈에 맺혔다가 사라졌다.

"서운을 찾아야 한다."

도환이 말했다.

"빨리."

그들은 다시 말을 탔다. 도환은 뒤를 돌아봤다. 산 위의 인물은 사라져 있었다. 하지만 도환은 알았다.

강호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귀향이 강호 전체를 뒤흔들 것이라는 것을.

중원으로 가는 길 위에서, 도환의 손은 계속 떨렸다. 마치 자신의 손이 아닌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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