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산길의 만남

폭우는 그쳤지만 산길은 여전히 질펀했다.

"멈추세요."

음성이 산골짜기에 울렸다. 흰 저고리에 검을 찬 여인이 나타났다. 얼굴에는 격정이 어려 있었다.

"당신이 그 사람이신가요?"

도환은 멈추지 않았다. 계속 내려갔다.

"제가 묻고 있습니다!"

여인이 검을 뽑았다. 움직임이 빨랐다. 정통한 사람의 움직임이었다. 검이 도환의 옆을 스쳤다.

도환은 비로소 멈췄다. 천천히 몸을 돌렸다. 여인의 검을 봤다. 칼날이 떨고 있었다. 손도 떨고 있었다. 그러나 눈은 흔들리지 않았다.

"내 아버지를 죽인 검객이신가요?"

도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여인이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엔 더 빨랐다. 헌 천 조각에 싸인 도환의 검이 자동으로 답했다.

칼날이 만나는 순간, 불꽃이 튀었다. 여인의 검이 도환의 칼에 밀려나갔고, 그 반동으로 그녀의 몸이 뒷걸음질쳤다. 검이 떨어졌다. 여인의 손가락들이 저릿거렸다.

"당신…… 무술이."

도환이 천천히 검을 내렸다. 그 순간, 무언가가 그의 손목을 스쳤다. 기억의 파편. 칼날이 부딪히는 소리. 그리고 누군가의 비명. 도환의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키듯 떨렸다.

"당신의 검은 아직 할 말이 많다."

도환의 목소리는 돌처럼 묵직했다. 하지만 그 아래로는 무언가 깨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여인은 한동안 도환을 봤다. 진흙탕 산길에서 두 사람이 마주섰다. 한쪽은 20년 만에 검을 들었고, 다른 한쪽은 자신의 검이 무언가를 놓쳤음을 깨달았다.

"당신은 누구세요?"

"그건 나도 모르겠다."

도환이 천천히 말했다.

"산에서 내려오다 보니 이 검을 들었다.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다."

거짓이 아니었다. 도환은 자신이 누구인지 정확히 알고 있었지만, 그 이름을 말할 수 없었다. 말하는 순간 모든 것이 무너질 것 같았다.

여인이 검을 집었다. 손이 여전히 떨렸다. 그 손에서 분노가 사라지고 있었다. 대신 무언가 다른 것이 차올랐다. 의심. 아니, 깨달음.

"스승을 찾아가시는 건가요?"

"누구의 스승을?"

"당신 같은 사람의 스승이라면……"

여인이 검을 집어 들었지만 더 이상 휘두르지 않았다. 대신 검을 옆에 매달았다.

"제 이름은 백운입니다. 당신이 진실을 찾아가신다면, 함께 가겠습니다."

도환이 여인을 봤다. 순수한 눈이었다. 그런 눈을 본 지 얼마나 됐을까. 20년을 암자에서만 보냈으니, 그 전에도 이런 눈을 봤던가. 기억이 흐릿했다. 천혼검을 휘두를 때마다 기억이 하나씩 벗겨져 나가는 것 같았다.

"위험하다."

"알고 있습니다."

"죽을 수도 있다."

"그래도 좋습니다."

도환은 산길을 계속 내려갔다. 백운이 뒤따랐다.

"강호는 지금 어떻게 되어 있나?"

도환이 먼저 물었다.

"무림맹이 괴멸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지금 강호는 다섯 개의 큰 파로 나뉘어 있어요."

백운의 목소리가 산골짝에 울렸다.

"북방의 천검문, 남방의 적월교, 중원의 소림파, 동방의 패해파, 그리고 서방의 귀검단입니다. 표면으로는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누구나 알 수 있어요. 그건 불안정한 균형이라는 것을."

"무림맹을 괴멸시킨 자는?"

"도환이라고 불리는 검객이에요. 천하에서 가장 날카로운 검을 가진 자라고 합니다. 그는 무림맹의 부정부패를 척결한다며 맹주와 핵심 인물들을 모두 베었어요. 수천 명이 죽었다고 합니다. 그 후로 도환은 역적으로 낙인찍혔고, 지금은 강호 어딘가에서 숨어 있다고 알려져 있어요."

도환의 발이 진흙을 파고들었다. 속도가 빨라졌다. 검을 쥔 손가락이 하얀 기운을 내뿼기 시작했다. 손이 떨렸다.

"그 도환이 혹시……"

백운이 말을 잇지 못했다. 도환의 옆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얼굴이 흔들리고 있었다. 미세한 진동이었지만, 그것은 분명했다.

"당신은 누구신가요?"

백운이 다시 물었다.

도환은 멈추지 않았다. 산길이 끝나가고 있었다. 아래쪽으로 마을의 불빛이 보였다.

"도시로 가자. 거기서 더 많은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산길의 마지막 구간을 내려가며 백운이 다시 말을 꺼냈다.

"저는 당신을 돕고 싶어요. 제 아버지가 죽었을 때, 모두가 당신을 죽인 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아버지는 무림맹에 있었거든요. 그리고 무림맹은……"

백운이 말을 끝내지 못했다.

도환이 천천히 말했다. "당신의 순수함이 나를 죄책감에 빠뜨린다."

백운은 놀랐다. 도환의 목소리에 무언가 섞여 있었다. 후회. 아니, 그것보다 더 깊은 무언가.

"혹시 당신이……"

"내 아버지를 죽인 게 당신이신가요?"

백운의 목소리가 떨렸다. 검을 쥔 손이 다시 움직였다.

도환은 대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대답이었다.

백운의 눈에 눈물이 맺혔다. 그러나 그녀의 손은 검을 놓지 않았다. 대신 다시 칼집에 집어넣었다.

"그래도 괜찮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당신이 무엇을 했든……"

백운이 목소리를 다잡았다.

"제 아버지는 무림맹의 부정부패에 동조한 자였을 겁니다. 당신이 그것을 척결했다면, 저는 당신을 원망할 수 없어요. 다만……"

"다만?"

"진실을 알고 싶습니다. 당신이 정말 그 도환인지, 그리고 당신이 정말 옳은 일을 했는지."

도환은 백운을 바라봤다. 그 눈빛 속에는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죄책감, 의심, 그리고 무언가 더 복잡한 것들.

"고맙다."

도환이 간단히 말했다.

도시의 입구에 이르렀을 때, 크고 검은 깃발이 성문 위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 깃발에는 검과 별이 새겨져 있었다.

천검문의 깃발이었다.

도환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 순간, 성문 안에서 한 젊은 도사가 급히 뛰어나왔다. 검은 도포를 입은 젊은이가 도환을 보며 얼굴이 창백해졌다.

"스승님!"

그 젊은이는 무릎을 꿇었다. 도환을 보는 눈빛은 두려움과 경외로 뒤섞여 있었다.

도환은 그 얼굴을 알고 있었다.

현목. 자신의 제자. 20년 전에 죽었다고 알고 있던 제자.

그런데 그 제자는 살아 있었다. 천검문의 맹주로.

"뵙기 힘든 날입니다, 스승님."

현목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 눈빛 속에 도환은 두 가지를 읽을 수 있었다. 반가움과, 그것보다 훨씬 깊은 두려움.

도환은 움직이지 않았다. 검을 더 꽉 쥐었을 뿐이다. 손가락이 하얀 기운을 내뿼었다.

현목이 천천히 일어섰다. 그의 움직임은 신중했다. 스승을 대하는 제자의 예의였으나, 동시에 경계의 그것이었다. 20년 전과 달라진 현목의 몸에는 천검문 맹주로서의 권력이 묻어났다. 어깨가 더 넓었고, 눈빛이 더 차가웠다. 하지만 도환 앞에서만큼은 그 모든 것이 벗겨지는 듯했다.

"산에서 내려오셨군요. 편지를 받으셨나요?"

현목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심스러웠다.

"어떤 편지인가?"

도환이 반문했다.

"서운 형이 보낸 편지입니다. 스승님께서 명예를 회복하실 수 있도록, 진실을 밝혀달라고……"

현목의 말이 끝나기 전에 도환이 움직였다. 검을 반 손가락 정도 빼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현목의 몸이 경직되었다. 20년 전의 그 기운이었다. 검이 아직 완전히 벗겨지지 않은 상태에서도 느껴지는 그 압도적인 살기.

그 순간, 도환의 눈이 흔들렸다. 검을 쥐는 손에서 무언가가 흩어져 나갔다. 기억의 파편들이 산산조각나 돌아왔다.

무림맹의 홀. 횃불의 불빛. 그 속에서 피가 흐르는 바닥.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

"당신이 이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그 목소리는 누구의 것이었나. 도환은 기억하려 했지만, 그 얼굴은 안개처럼 흩어졌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워낸 것처럼. 기억이 떠오르는 순간마다 천혼검의 힘이 그것을 집어삼켰다. 도환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스승님!"

현목이 한 발 물러섰다. 그의 얼굴이 창백했다. 스승의 고통을 보는 것이 얼마나 두려운지가 그 표정에 드러났다.

도환이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손이 여전히 떨렸다.

"잠깐."

백운이 두 사람 사이에 걸어 나왔다. 도환과 현목 사이의 공기가 칼처럼 날카로웠다. 그 긴장 속에서도 백운은 움직였다.

"이분이 당신의 스승이신가요?"

백운이 현목에게 물었다.

현목이 백운을 봤다. 그 눈빛 속에는 의심이 있었다. 이 여인이 누구인가 하는 의문. 그리고 이 여인이 스승 도환과 함께 왔다는 사실에 대한 경계.

"그렇습니다."

현목이 대답했다.

"그렇다면 잠깐 말씀을 나눠야 할 것 같은데요."

백운이 도환을 바라봤다. "이곳이 적절한 장소는 아닐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보고 있어요."

도환이 시선을 돌렸다. 성문 주변에 천검문의 제자들이 모여 있었다. 소식이 빠르게 퍼질 것이었다. 도환의 귀환이 천검문 내부에 알려질 것이었다.

"천검문의 객사로 가자."

현목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맹주의 것으로 돌아왔다. 냉정하고 결정적인. 하지만 도환은 그 아래에 흐르는 불안감을 느꼈다. 제자가 스승 앞에서 감출 수 없는 그것.

도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현목이 앞장을 섰다. 백운이 도환을 따라 걸었다. 도환은 검을 다시 집어넣었다. 금속이 칼집에 들어가는 소리가 작았지만 분명했다. 그 소리가 울려 퍼지자 현목의 어깨가 미세하게 떨렸다.

천검문의 객사는 성문 안쪽, 중앙의 큰 건물이었다. 검은 기와와 붉은 기둥으로 이루어진 웅장한 구조. 무림맹이 괴멸한 후 20년간 강호에서 가장 큰 세력으로 성장한 천검문의 위력이 건물 하나에도 묻어났다.

객사 방에 들어서자 현목이 문을 닫았다. 그리고 손을 들어 무언가를 신호했다. 곧 천검문의 제자들이 복도에서 모두 물러났다.

"이제 안전합니다, 스승님."

현목이 말했다.

"20년이 길었군."

도환이 말했다. 그것은 인사이자, 동시에 질책이었다.

현목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제가 할 말이 많습니다, 스승님. 하지만 먼저 물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당신은 정말 도환이십니까?"

도환이 현목을 바라봤다. "너는 나를 모르나?"

"당신의 검술을 보면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묻겠습니다. 당신이 정말 스승님이라면, 20년 전 그날 밤, 무림맹 내부에서 무엇을 보셨습니까?"

현목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그 질문은 단순한 확인이 아니었다. 그것은 시험이었다. 자신의 스승이 정말 스승인지를 확인하는 시험. 그리고 동시에, 스승이 무엇을 기억하고 있는지를 재는 시험이었다.

도환은 잠시 침묵했다. 그의 눈이 흔들렸다. 검을 쥔 손가락이 다시 하얀 기운을 내뿼기 시작했다. 20년 전의 기억이 떠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부수어놓은 조각상처럼, 조각조각 떨어져 나왔다.

그 밤의 홀. 화려한 복장의 맹주. 그리고 누군가의 목소리. 하지만 그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나를 속였다."

도환이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떨렸다.

"누가?"

현목의 목소리가 더 떨렸다. 그의 손이 검 손잡이에서 떨어졌다 다시 닿았다. 불안감이 그 손을 지배하고 있었다.

도환은 현목을 마주봤다. 두 눈이 만났다. 그 순간, 현목은 눈을 피했다.

"그걸 기억할 수 없다. 천혼검을 휘두를 때마다 기억이 벗겨져 나간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지워낸 것처럼."

도환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지만, 그 안에는 분명한 고통이 흐르고 있었다.

"그렇다면 당신이 정말 무림맹을 괴멸시킨 자인지 확실하지 않다는 뜻입니까?"

현목이 물었다. 그의 눈빛이 다시 도환을 향했다. 이번엔 그 속에 무언가 절박한 것이 있었다.

"내가 검을 들었다. 그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누가 내 검을 들게 했는가? 그것이 문제다."

도환의 검이 반쯤 빠져나왔다.

그 순간, 기억이 폭주했다.

무림맹의 홀. 피로 물든 바닥. 그 위에 쓰러진 몸들. 그리고 한 여인의 목소리. 그 목소리는 차갑고, 부드럽고, 절대적이었다.

"당신의 검이 이 모든 것을 해야 합니다. 당신의 검만이 할 수 있습니다."

도환의 손이 떨렸다. 기억이 명확해질수록 그의 몸이 경직되었다. 이마에 맺힌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스승님, 혹시 당신은……"

현목이 말을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끝나지 않았다.

도환이 갑자기 검을 집어넣었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렸다.

"너는 왜 살아 있나?"

도환이 갑자기 물었다. 그 질문은 차갑고 직설적이었다. 거의 칼날처럼.

현목의 몸이 경직되었다. 그의 호흡이 멈췄다. 한 순간 그는 마치 죽음 앞에 선 자처럼 보였다.

"그날 밤, 나는 당신을 따르지 않았습니다."

현목이 천천히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나는 다른 길을 택했습니다."

도환이 한 발 물러섰다. 현목의 얼굴을 바라봤다. 제자의 눈빛이 흔들렸다.

"생존의 길이었습니다."

현목이 계속했다.

"그 길이 무엇인가?"

도환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배신입니다, 스승님."

현목이 고개를 떨어뜨렸다. 그의 어깨가 흔들렸다. 그것이 울음인지, 아니면 공포인지는 알 수 없었다.

"나는 당신을 버리고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천검문을 세웠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현목이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빛이 도환을 마주쳤다. 그 눈빛 속에는 참회도 있었고, 절망도 있었고, 그것보다 더 깊은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이미 정해진 운명을 받아들인 자의 눈빛처럼.

"그것은 그녀 때문이었습니다."

"그녀?"

도환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가 차갑게 식었다.

"적월교의 교주입니다. 스승님, 그녀는……"

현목이 말을 이으려던 순간, 객사의 창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여러 개의 말이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흙먼지가 일었다. 현목의 얼굴이 긴장으로 굳어졌다. 마치 예상했던 무언가가 현실이 되는 것을 보는 자의 표정이었다.

"누군가 왔습니다."

현목이 창으로 나갔다. 도환도 따라갔다. 백운은 뒤에 남아 있었다.

창밖을 보니, 천검문의 성문 밖에서 여러 기수가 말을 타고 도착하고 있었다. 그들의 옷은 붉은색이었다. 적월교의 색깔이었다.

"적월교가 왔습니다."

현목이 중얼거렸다. 그의 목소리는 떨렸다. 검을 쥔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것은 두려움의 떨림이었다.

도환이 그들을 바라봤다. 적월교의 인물 중 한 명이 말에서 내렸다. 그것은 여인이었다. 붉은 옷을 입은 우아한 여인. 그녀의 얼굴에는 미소가 있었다.

적월이었다.

도환은 그 여인의 얼굴을 보는 순간, 20년 전의 기억이 다시 소용돌이쳤다. 하지만 그것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았다. 마치 안개 속의 형상처럼. 그러나 그 미소는 낯설지 않았다. 그 미소는 도환의 기억 깊숙한 곳에서 무언가를 깨워내고 있었다.

도환의 호흡이 변했다. 가슴이 철렁했다. 검의 울림이 그의 몸 안에서 울려 퍼졌다. 기운이 변했다. 마치 폭풍 전의 고요함처럼.

현목의 몸이 뒤로 물러났다. 그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마치 죽음을 본 자의 표정이었다. 그는 도환의 변화를 느꼈다.

"스승님, 그녀는……"

현목이 말을 시작했다. 목소리가 떨렸다. 그것은 경고이자, 동시에 애원이었다.

"나를 아는 자인가?"

도환이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차갑게 식어 있었다.

"네. 남방 적월교의 교주입니다. 20년 전 무림맹 사건 이후 가장 크게 성장한 세력의 주인입니다."

현목이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거의 속삭임에 가까웠다.

"그 이상인가?"

도환이 다시 물었다.

현목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한 발 물러섰다. 그의 손이 검에 닿았다 떨어졌다. 반복되었다. 그것은 명백한 공포였다.

도환은 침묵했다. 창밖에서 적월이 천천히 성문 안으로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그녀의 옷자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그녀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그 미소는 마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자의 미소였다.

그리고 도환은 느꼈다. 그 미소 속에 무언가 숨겨져 있다는 것을. 그것은 반가움이 아니라, 예측된 것의 도래에 대한 기쁨이었다. 마치 자신이 원래 이 자리에 와야 했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던 것처럼.

도환의 손이 검을 다시 쥐기 시작했다. 손가락이 하얀 기운을 내뿼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점점 강해졌다. 검 전체가 울리기 시작했다. 마치 무언가를 깨우는 울음처럼.

그 순간, 객사의 문이 열렸다. 백운이 나타났다. 그녀는 도환의 변화를 봤다. 그리고 그 변화 속에 흐르는 죽음의 기운을 느꼈다.

"스승님……"

백운이 조심스레 말했다.

현목은 도환과 백운 사이에 서 있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렸다. 스승을 향한 두려움과, 무언가 더 복잡한 감정들이 그 눈 속에서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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