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세 시 반. 강남역 거리의 택시는 도곡동으로 향했다.
이준호는 창밖을 보지 않았다. 핸들을 잡은 손이 떨렸다. 아니, 떨리는 게 아니었다. 검지가 먼저 펼쳐지고, 중지가 따라 펼쳐지고, 약지가 마지막으로 펼쳐졌다. 마치 자동 기계처럼. 신경통이 왔다. 아홉 번째 기억이 도래했다.
택시 안은 어두웠다.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
그 장면은 5년 전이었다. 강남구청 근처 카페. 오후 2시. 햇빛이 유리창을 통해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박민지가 테이블 맞은편에 앉아 있었다. 대학 친구. 수진의 친구. 이준호는 그때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경찰청 비리를 목격했다는 것. 그녀가 신고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 그리고 상관 이수영이 그녀를 '제거해야 할 변수'라고 부른다는 것도.
"경찰이라는 게 뭘까요?"
박민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그녀의 손도. 커피 잔을 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했다.
"뭐라는 거지?"
"그 사람들을 고발하면 저도 죽을 것 같아요. 당신도 죽을 것 같고요. 수진 언니도."
이준호는 그때 무엇을 생각했는가. 기억은 명확했다. 그는 박민지의 손을 잡았다. 따뜻한 손. 떨리는 손. 그리고 그는 말했다.
"괜찮을 거야. 경찰청이 그 정도까진 못 해."
거짓말이었다. 이준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경찰청은 그 정도를 한다. 훨씬 더한 것도 한다. 고문실에서 벌어지는 일들. 증거를 조작하는 방식들. 목격자를 침묵시키는 방법들. 이준호는 그 모든 일의 일부였다.
그리고 그 순간, 이수영의 지시가 명확했다. 마지막 메시지. 문자가 아닌 직접 만남에서의 지시였다.
"이준호. 자네가 이 일을 정리해야 한다."
박민지를 정리한다는 뜻. 이준호는 알았다. 그리고 그는 택했다. 자신의 길을.
기억은 여기서 끝났다. 그 카페에서의 약속. 그 악수. 그리고 3개월 뒤 주차장에서의 칼.
택시 안에서 이준호의 몸이 경련했다. 신경통이 절정에 달했다. 그의 손에는 피가 없었지만, 기억 속에서는 그의 손가락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손님, 괜찮으세요?"
기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검지와 중지 사이. 작은 흉터가 있었다. 하얀색의. 이미 오래 된 상처처럼 보이는. 그런데 그것은 오래 된 것이 아니었다. 기억 속에서 본 그 칼. 그 칼이 만든 상처.
3개월 전 주차장에서.
이준호는 손가락을 바라봤다. 그리고 깨달았다. 모든 기억이 진짜라는 것. 그리고 모든 기억 속의 자신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을.
택시가 도곡동에 도착했을 때 이준호는 내렸다. 집 앞. 차가운 밤 공기가 피부에 닿았다. 그는 손에 든 열쇠로 문을 열었다. 수진이 있을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떠났을 것이다. 짐을 싸고.
하지만 거실의 불이 켜져 있었다.
수진은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짐 가방이 여전히 풀려 있었다. 그녀는 이준호를 봤다. 그 눈빛. 1화 이후로 처음 본 그 눈빛이 아니었다. 더 깊어져 있었다. 더 검어져 있었다.
"당신이 돌아왔네."
수진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경찰이 왔다고 했어. 잠깐 나갔다고 했어. 난 알고 있어. 당신이 뭘 한 사람인지."
이준호는 말하지 않았다. 말할 게 없었다. 모든 기억이 자신의 것이라면, 모든 거짓말도 자신의 것이었다.
"박민지를 죽였니?"
"네."
대답은 빨랐다. 이준호 자신도 깜짝 놀랐다. 그렇게 쉽게 인정할 줄은.
수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하지만 눈물은 나오지 않았다. 이미 다 울었을 것이다. 아니면 울 수 없는 상태가 되어 있을 것이다.
"당신은 뭐야?"
"모르겠어."
"뭐?"
"정말 모르겠어. 경찰도 아니고, 범인도 아니고. 뭔가... 둘 다인 것 같은데, 둘 다가 아닌 것도 같아."
수진은 일어섰다. 가방을 들었다. 하지만 가지 않았다. 문 앞에 서 있다가 돌아섰다.
"내가 침묵했을 때 박민지는 죽었어. 내가 공범이야. 하지만 난 적어도 칼을 들지 않았어."
그리고 그녀는 나갔다. 가방을 끌고. 이번엔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과 함께.
—
새벽 6시. 경찰청 강남서의 유치장.
이준호는 철창 앞에 서 있었다. 정현택이 옆에 있었다. 둘 다 체포된 상태. 정현택은 고발자로서. 이준호는 용의자로서.
"증거를 제출해야 합니다."
정현택의 목소리는 절박했다.
"기억 기록들. 당신의 손. 법의학 검사. 모두가 당신을 지탱할 겁니다."
"아니야."
이준호는 고개를 저었다.
"증거는 이미 없어. 알고 있어. 고문실은 정리되고 있을 거고, 파일은 삭제되고 있을 거고, 그 모든 흔적들은..."
경찰관들이 나타났다. 검사 앞에서의 신문을 위해. 이준호는 끌려나갔다. 정현택도. 둘은 다른 차에 탔다.
검찰청 조사실.
"당신의 기억이 정말 진짜입니까?"
검사의 질문이었다.
"모릅니다."
"피의자 박민지 살인 사건. 당신이 했습니까?"
"네."
"증거가 있습니까?"
이준호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 흉터를 보였다.
"이것뿐입니다."
검사는 웃음을 내뱉었다. 웃음이 아니라 한숨.
"칼에 베인 자국도 많습니다."
검사는 파일을 펼쳤다. 이준호의 손 사진. 법의학 보고서. 그리고 검사의 눈빛이 변했다. 뭔가를 읽고 있었다. 뭔가를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말하지 않았다.
"증거가 부족합니다. 기소는 불가능합니다. 당신의 기억 기록도 신뢰성이 떨어집니다. 뇌 손상으로 인한 허위 기억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박민지는?"
"미해결 사건입니다."
검사는 파일을 닫았다. 하지만 그 손가락이 떨렸다. 검사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당신은 보류 상태로 유지됩니다. 추가 수사를 진행합니다."
그 말투. 그 눈빛. 이준호는 알아챘다. 검사도 알고 있다는 것. 경찰청 상층부의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거부할 수 없다는 것을.
—
3일 뒤.
이준호는 구치소에 수감되었다. 기소 유예. 추가 수사를 위해. 사실은 경찰청의 압박을 견디기 위해. 검찰도 경찰청의 부분이었다.
이준호는 감옥의 벽을 봤다. 회색의 벽.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벽. 하지만 그 벽에는 모든 기억이 새겨져 있었다.
첫 번째 기억. 고문실. 그는 김태희를 때렸다. 조직의 명령으로. 하지만 자신의 주먹으로.
두 번째 기억. 주차장. 박민지를 죽였다. 조직의 지시로. 하지만 자신의 칼로.
세 번째 기억. 누군가를 막았다. 자신을 죽이려는 누군가를.
네 번째 기억. 형사실에서의 대화. 이수영이 말했다. "자네가 이것을 정리해야 한다."
다섯 번째 기억. 술집에서 박민지의 아버지를 협박했다. 침묵을 강요했다. 그의 목에 칼을 대고 속삭였다. "입을 다물면 살아남는다."
여섯 번째 기억. 고문실을 설치했다. 자신의 손으로. 경찰청의 비리를 위해. 벽에 쇠사슬을 달고, 바닥에 배수구를 만들고, 천장에 조명을 설치했다.
일곱 번째 기억. 자신이 자신을 죽이려 했다. 또는 누군가 자신의 모습으로 자신을 죽이려 했다. 칼이 자신의 가슴을 향해 내려왔다. 하지만 손이 멈췄다. 누군가의 손이.
여덟 번째 기억. 뇌 시술. 그들이 자신의 기억을 조작했다. 또는 억압된 기억을 깨웠다. 의료용 기구가 자신의 두개골에 꽂혔다. 통증. 그리고 그 너머의 목소리.
아홉 번째 기억. 박민지와의 약속. 그리고 그 약속을 지키는 것. 칼로.
이준호는 중얼거렸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내가 30년간 같은 사람이었던 적이 없다."
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매번 다른 범인이 되어왔다. 고문범. 살인범. 협박범. 자해범. 그리고 지금도 여전히 다른 범인이 되고 있다."
그의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규칙적으로. 신경통이 왔다.
열 번째 기억이 올 준비가 되었다.
극심했다. 두개골을 쪼개는 듯한 통증. 이준호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이 기억이 마지막일 것 같았다. 그 기억 속에는 모든 답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누구인지. 자신이 정말 범인인지. 아니면 누군가 자신의 뇌에 범인을 만들어 넣었는지.
벽은 여전히 회색이었다. 아무것도 그려져 있지 않은 벽.
하지만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 그 벽 너머에 있는 것. 자신의 진짜 얼굴. 그리고 그 얼굴이 가면을 얼마나 오래 썼는지.
신경통은 계속됐다. 멈추지 않았다. 계속 심해졌다.
이제 곧 깨어날 것이다. 열 번째 기억으로.
# 아홉 번째 기억
신경통이 왔다.
구치소 독방에서 이준호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두개골이 산산조각 나는 듯한 통증. 아드레날린과 신경전달물질이 뇌 전체를 폭주한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턱이 깨물린다. 피가 입에서 흘렀다.
이번엔 다르다.
이전의 신경통은 천천히 왔다. 점진적으로 심해졌다. 하지만 이번엔 한 점에서 폭발했다. 마치 누군가 스위치를 켜듯이. 이준호는 벽에 등을 기대고 몸을 웅크렸다. 손으로 머리를 감쌌다. 세상이 흔들렸다. 천장이 회전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박민지.
그녀는 카페에 앉아 있었다. 강남역 근처의 작은 카페. 이준호가 자주 가던 곳이 아니었다. 하지만 자신이 가야 하는 곳이었다. 5년 전. 박민지는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그녀의 눈빛이 다르다. 무서워하고 있었다.
"당신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낯설었다. 차갑고, 단호하고, 어떤 감정도 섞이지 않은 목소리.
"중요한 것은 당신이 침묵하느냐 아니냐입니다."
박민지가 고개를 들었다. 눈물이 있었다.
"그들이... 당신은 왜?"
"내 일입니다."
그게 전부였다. 이준호는 테이블 아래에서 손을 빼냈다. 손가락에 칼이 들려 있었다. 짧은 칼. 손잡이는 검은색. 날은 은색. 그리고 그것은 박민지의 배에 닿았다.
"신고하지 마세요. 고민하지 마세요. 당신의 친구 수진에게도 말하지 마세요. 그러면 아무도 상처받지 않습니다."
박민지의 손이 움직였다. 칼을 잡으려 했다. 순간적인 저항. 이준호의 손가락이 날에 닿았다. 따뜻한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칼을 누르고 눌렀다.
"침묵하세요."
박민지의 입이 떨렸다. 눈물이 흘렀다. 하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녀는 이미 항복했다.
"내가... 신고했어야 했는데."
그 말은 자신이 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의 입을 빌려 한 말인가.
3개월 뒤. 주차장에서. 박민지는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다. 여전히 겁먹고 있었다. 여전히 죽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준호는 칼을 들었다.
"미안합니다."
그 말은 자신이 한 것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자신의 입을 빌려 한 말인가.
칼이 내려왔다.
—
이준호는 깨어났다.
바닥에 누워 있었다. 구치소 독방의 바닥. 콘크리트가 뜨거웠다. 온 몸에 땀이 흘렀다. 신경통은 여전했지만 정점을 지났다. 천천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마치 누군가 자신의 뇌에서 손을 빼내는 것처럼.
이준호는 일어나 앉았다. 손이 떨렸다. 왼손. 손가락의 흉터를 봤다. 칼에 베인 자국. 그것은 박민지를 찌른 그 밤에 생긴 것이 아니었다. 훨씬 전에. 5년 전에. 그녀를 위협할 때 생긴 것이었다.
그녀가 저항했다.
기억이 명확했다. 카페에서의 그 장면은 재구성된 것이 아니었다. 실제였다. 박민지는 칼을 잡으려 했다. 그 순간 이준호의 손가락이 베였다. 따뜻한 피가 흘렀다. 하지만 그는 칼을 놓지 않았다.
그는 칼을 누르고 눌렀다. 그녀의 배에. 그녀의 공포 속에.
"침묵하세요."
그것이 자신이 한 말이었다. 자신의 선택이었다. 자신의 칼이었다. 자신의 손이었다.
독방의 벽을 봤다. 회색의 벽. 그 벽에는 확인 불가능한 무언가가 그려져 있었다. 이전 수감자의 낙서. 손톱자국. 시간의 흔적.
이준호는 손가락을 펼쳤다. 흉터를 들여다봤다.
"내가 한 일이다."
중얼거렸다. 목소리가 작았다.
"모든 기억이 사실이다. 고문도. 살인도. 협박도. 모두 내 선택이다. 누가 지시했든 내 손이 움직였다. 내 칼이었다. 내 주먹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저항했다. 내가 그것을 꺾었다."
그 순간 경비원이 문을 열었다. 시간이 됐다. 조사실로 가야 했다. 또 다른 신문. 또 다른 거짓. 또 다른 침묵.
—
조사실은 회색이었다. 벽도 바닥도 테이블도 모두 회색.
검사는 파일을 폈다. 증거 사진들. 박민지의 시신. 강남역 주차장. CCTV 영상은 흐렸다. 사각지대였다. 하지만 피는 명확했다. 박민지의 피. 그리고 이준호의 피. 섞여 있었다.
"당신의 손가락에서 나온 피입니다. 법의학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저항했다는 증거입니다."
이준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이 했습니까?"
"네."
"왜?"
이준호는 잠시 생각했다. 왜.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여러 개였다. 조직의 지시. 박민지의 증언 방지. 경찰청의 비리 은폐.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이유는 아니었다.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내 일이었으니까."
"무슨 말입니까?"
"형사라는 게 뭔지 모르겠습니다. 30년을 했는데도. 나는 항상 그들의 도구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였습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처음부터였을 겁니다."
검사는 파일을 내려놨다. 손가락이 떨렸다. 검사의 목소리도 낮아졌다.
"증거가 있지만 기소할 수 없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경찰청 상층부에서 압박이 들어왔습니다. 당신의 기억 기록을 신뢰할 수 없다고. 뇌 손상으로 인한 허위 기억일 가능성이 높다고. 그렇게 판단하라고."
검사는 파일을 닫았다.
"당신은 보류 상태로 유지됩니다. 추가 수사를 진행합니다."
추가 수사. 그건 거짓이었다. 추가 수사는 없을 것이다. 경찰청이 이미 모든 증거를 없애버렸으니까. 고문실은 깨끗이 정리되었다. 파일은 삭제되었다. 증인들은 입을 다물었다.
이준호는 알고 있었다. 정현택이 어디 있는지. 경찰청 내부. 같은 조직 내에서. 고문당하고 있을 것이다. 그것도 자신이 설치한 고문실에서.
—
다시 독방.
이번엔 밤이었다. 조명이 약했다. 형광등이 깜빡였다. 규칙적으로. 마치 신경통의 리듬처럼.
이준호는 누워 있었다. 천장을 봤다. 천장에도 낙서가 있었다. "나는 누구인가." 누군가가 손톱으로 새긴 문장.
그 질문에 이제 답할 수 있었다.
나는 형사이자 범인이다. 고문범이자 살인범이다. 협박범이자 증인 방해범이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그것을 선택했다는 것이다. 누군가 지시했지만 나는 따랐다. 누군가 명령했지만 나는 실행했다. 누군가 압박했지만 나는 거부하지 않았다.
30년간.
이준호는 일어나 앉았다. 손가락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신경통이 돌아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더 강하다. 이번엔 마지막인 것 같다.
"열 번째."
중얼거렸다.
"열 번째 기억이 올 것이다. 그리고 그 기억 속에는 모든 것이 있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왜 이렇게 되었는가. 나는 정말 범인인가. 아니면 누군가 나를 범인으로 만들었는가."
신경통이 심해졌다. 두개골이 깨지는 느낌. 척수에 전류가 흐르는 느낌. 이준호는 벽에 등을 기대고 미끄러져 내려앉았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피가 입에서 흘렀다.
세상이 흔들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고 있었다. 알 수 없는 목소리. 자신의 목소리. 또 다른 자신의 목소리.
"이제 깨어나."
"이제 기억해."
"이제 인정해."
이준호는 저항했다. 하지만 기억은 가차 없이 밀려들었다. 파도처럼. 홍수처럼. 그의 뇌를 잠식했다. 모든 것을 덮었다. 모든 거짓을 벗겨냈다.
마지막 기억이 오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이 모든 것을 바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