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을 잃은 손
신경통이 돌아왔다.
48시간이 아니라 36시간 만에.
이준호는 병실의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순간 뇌 전체가 타는 듯한 감각이 밀려들었다. 침대 위에서 몸을 뒹굴었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침 섞인 신음이 목에서 나왔다. 간호사 호출 버튼을 누르려 했지만 손이 말을 듣지 않았다. 통제 불능. 이것이 이번 신경통의 특징이었다. 이전 두 번은 강렬했지만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었다. 이번엔 다르다.
시야가 흔들렸다. 천장이 위아래로 진동했다. 마치 자신이 떨어지고 있는 것 같은 착각. 귀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뇌가 자신을 집어삼키려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그것보다 정확했다. 뇌 자체가 공간을 왜곡하고 있었다. 손가락 끝이 몸의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팔이 길어졌다가 짧아졌다.
암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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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47분. 강남역 인근 주차장 지하 2층.**
이준호는 누군가의 목을 움켜잡고 있었다. 손가락이 목구멍에 박혀 있었다. 대면한 얼굴은 흐릿했다. 조명이 깜빡였다. 그 흐릿한 얼굴이 잠깐 선명해졌다가 다시 사라졌다. 상대방의 손에는 칼이 들려 있었다. 회색 손잡이. 칼날이 이준호의 옆구리를 향하고 있었다.
"죽어야 해."
목소리가 들렸다. 이준호 자신의 목소리일 수도, 아닐 수도 있었다. 음성이 겹쳐 있었다. 마치 여러 사람이 동시에 말하는 것처럼.
이준호는 칼을 들고 있는 손목을 꺾었다. 뼈가 부러지는 소리. 아니, 그 소리는 현실이 아니었다. 기억 속의 음향 효과였다. 칼이 떨어졌다. 그가 상대방의 몸을 벽에 내팽개쳤다. 상대방이 바닥에 쓰러졌다.
그 순간, 총성.
이준호의 어깨에 뜨거운 뭔가가 박혔다. 피가 흘렀다. 누군가 총을 쏜 것인가? 아니면 자신이 쐈는가? 손을 내려다봤다. 손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화약 냄새가 났다. 금속과 피의 냄새가 섞여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얼굴이 나타났다.
경찰복을 입은 남자. 얼굴이 희미했다. 입이 움직였다. 뭔가 말하고 있었다. 하지만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귀가 먹먹했다. 아니면 기억 자체가 불완전했다. 남자가 총을 내렸다. 그의 배지에는 번호가 있었다. 번호가 선명했다. 다른 모든 것보다 번호가 더 선명했다.
3-4-7.
그게 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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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는 병실에서 깨어났다.
간호사가 침대 옆에 서 있었다. 손가락이 그의 손목에 닿아 있었다. 맥박을 재고 있었다.
"심박이 150을 넘었어요. 다시 신경통입니까?"
이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입이 건조했다. 목이 아팠다. 마치 누군가에게 목을 조여졌던 것처럼. 기억 속에서 자신이 누군가의 목을 조여서일까, 아니면 현실에서 자신의 목을 누군가가 조여서일까. 구분이 안 된다.
간호사가 링거를 재조정했다. 진정제가 흘러들어 왔다. 이준호의 시야가 다시 흐릿해졌다.
"의사 선생님께 알려드리겠습니다."
간호사가 나갔다.
이준호는 천장을 바라봤다. 손을 들어올렸다. 떨리고 있었다. 손가락 사이사이에 붉은 자국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환각일 수도 있었다. 진정제 때문일 수도 있었다. 손가락 끝을 눈에 가져다 댔다. 냄새를 맡았다.
피 냄새는 나지 않았다.
하지만 총성은 여전히 귀에 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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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준영이 새벽 3시에 들어왔다. 침상 옆에 놓인 모니터를 확인했다. 신경파가 불규칙했다. 렘 수면 주기가 깨져 있었다.
"또 신경통입니까?"
이준호가 끄덕였다.
"36시간이었어요. 48시간이 아니라."
서준영의 얼굴이 굳었다. 그는 이준호의 뇌 스캔 이미지를 들고 왔다. 필름을 조명 상자에 붙였다. 하얀 빛이 새어 나왔다.
"처음 입원했을 때 이 부분이 손상되어 있었습니다." 서준영이 손가락으로 측두엽 일부를 가리켰다. "해마.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변환하는 영역이죠. 손상이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48시간마다 이 부분이 재생되고 있습니다. 신경 세포가 다시 자라나고 있어요. 의학적으로 거의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보통은 한 번 손상되면 회복되지 않습니다."
서준영이 다음 스캔 이미지를 붙였다. 이전 이미지보다 손상 부위가 작았다.
"회복 속도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48시간 주기로 1밀리미터씩 재생되었다면, 지금은 36시간 주기로 1.5밀리미터씩 재생되고 있어요."
"그게 무슨 의미인가요?"
"기억이 더 빨리 돌아올 거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기억이 동시에 돌아올 수도 있습니다."
이준호는 손을 들어올렸다. 손가락이 여전히 떨리고 있었다. "이건 정상입니까?"
"아니요. 정상적인 뇌 손상의 회복 패턴이 아닙니다."
"그러면?"
서준영이 잠시 침묵했다. 그는 이준호의 눈을 마주쳤다. 그 눈빛에는 의사로서의 확신이 아닌 뭔가 다른 감정이 섞여 있었다.
"혹시 병원 입원 전에 다른 치료를 받으셨습니까? 약물이나, 시술이나, 혹은..."
"뭐라고 말하려는 건가요?"
"혹시 누군가 의도적으로 당신의 신경 재생을 촉진하는 약물을 투입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준호의 손이 멈췄다.
"신경성장인자 같은 물질이죠. 혹은," 서준영이 계속했다, "당신의 뇌가 외부 자극 장치를 통한 개입을 받았을 가능성입니다. 신경 임플란트나, 전극 자극이나, 혹은 다른 형태의..."
"기억을 주입한다는 말입니까?"
서준영이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자체가 대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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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택은 새벽 5시에 나타났다. 병실의 창문을 통해 서울의 야경이 보였다. 강남의 불빛들이 천천히 꺼지고 있었다.
"당신이 본 기억을 모두 기록했습니까?"
이준호가 노트를 넘겨줬다. 그는 기억 복원 직후마다 종이에 기록했다. 손으로 쓴 글씨는 흔들렸다. 신경통이 지나간 직후라서 그랬다.
**첫 번째 기억: 고문실. 용의자 김태희. 폭행. 손가락에 흉터. 지시하는 얼굴 희미한 남자.**
**두 번째 기억: 주차장. 박민지. 칼. 밤 11시. 피.**
**세 번째 기억: 주차장. 누군가를 목 조르기. 칼 빼앗기. 총성. 경찰복 입은 남자. 배지 번호 3-4-7.**
정현택이 노트를 읽고 있었다. 그의 얼굴이 점점 창백해졌다.
"이 세 기억이 같은 시간대에 일어났을 수 없습니다," 이준호가 말했다. "고문실과 주차장은 다른 곳입니다. 시간도 맞지 않습니다. 하지만 기억이 이렇게 돌아온다는 것은..."
"당신이 정말 이 모든 일을 했다는 뜻입니다."
이준호가 정현택을 바라봤다. "아니면 누군가 내 뇌에 거짓 기억을 주입했다는 뜻입니다."
"둘 중 어느 것을 믿으시겠습니까?"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정현택이 노트를 덮으며 물었다.
"당신의 모든 기억이 진짜라고 가정해봅시다. 그러면 당신은 누구입니까?"
침묵.
"용의자를 고문한 경사 이준호? 여성을 살해한 살인자 이준호? 아니면 누군가를 죽이려고 시도한 누구를 막은 이준호?"
이준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 "내가... 스스로를 죽이려고 했다는 뜻인가요?"
"당신의 기억에서는 누군가가 당신을 죽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 누군가의 얼굴이 흐릿하지 않습니까?"
"네."
"혹시 그 누군가가 당신일 수도 있습니다. 당신 자신의 다른 버전이 당신을 죽이려고 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이준호의 심박이 빨라졌다. 모니터가 비프음을 냈다.
정현택이 일어섰다. "나중에 다시 오겠습니다. 그 배지 번호 3-4-7을 확인해 보십시오. 누가 그 번호를 가지고 있는지."
정현택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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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손을 들어올렸다. 펼쳤다. 손가락 하나씩 세었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이 손이 고문실에서 누군가의 얼굴을 때렸다.
이 손이 주차장에서 칼을 들었다.
이 손이 누군가의 목을 조여서 죽음 직전까지 몰아갔다.
그렇다면 이 손은 누구의 손인가?
엄지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손가락 옆에 있는 의문의 흉터를 바라봤다. 작은 자국이었다. 마치 누군가 바늘로 찔렀을 때 생기는 흉터 같았다. 아니면 주사 자국일 수도 있었다.
이준호는 손을 내려놨다. 천장을 바라봤다. 새벽 6시였다. 밖에서 새소리가 들렸다. 서울이 깨어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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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30분. 경찰청 형사실.
이수영이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 있었다. 새벽의 어두운 사무실에서 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담담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가 더 깊은 기억을 회복하기 전에... 네.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겠네요."
통화의 상대방이 무언가를 말했다. 이수영은 경청했다. 그의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전화를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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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7시 30분. 이준호는 또 다른 신경통을 예감했다.
36시간이 아니라 24시간 만에.
뇌의 끝부분이 다시 타기 시작했다. 약한 신경통. 하지만 분명했다. 다음 기억이 오려 한다. 더 빨리. 더 강하게.
이준호는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떨렸다.
"이 손이 누구의 손인가."
중얼거렸다.
"누구의?"
다음 기억이 오려고 했다. 신경통이 몸을 집어삼키려고 했다. 이번엔 더 끔찍할 것이다. 더 많은 기억이 동시에 쏟아질 것이다.
이준호는 눈을 감았다.
그 순간, 모니터의 비프음이 울렸다.
심박이 200을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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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택이 나간 지 30분 후, 서준영이 들어왔다. 손에는 뇌 스캔 이미지가 담긴 폴더를 들고 있었다. 이준호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심박 모니터는 여전히 불규칙한 리듬을 그리고 있었다.
"기억이 돌아왔습니까?"
이준호가 고개를 돌렸다. "세 번째 기억입니다."
서준영이 스캔 이미지를 조명에 비쳤다.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누군가 나를 죽이려고 했습니다. 나는 그것을 막았습니다. 하지만..."
"하지만?"
"그 누군가의 얼굴이 흐릿합니다. 손만 선명합니다. 손이 나를 향해 옵니다. 손에는 칼이 있습니다. 나는 그 손을 잡습니다. 우리는 싸웁니다. 피가 흐릅니다. 누군가 비명을 지릅니다. 하지만 그것이 나인지 다른 누군가인지 알 수 없습니다."
서준영이 스캔 이미지를 내려놨다. 손이 떨렸다.
"이것을 보세요."
스캔 이미지를 침대 옆 조명 테이블에 놓았다. 측두엽과 해마 부위가 표시되어 있었다. 손상된 부분 주변으로 신경 재생의 흔적이 보였다. 정상적인 속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신경세포가 재생되고 있었다.
"이것은... 의학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합니다."
"왜 그렇습니까?"
"뇌 손상 부위는 재생되지 않습니다. 특히 측두엽 손상은 영구적입니다. 하지만 당신의 경우, 신경세포가 정상 속도의 3배 이상으로 재생되고 있습니다. 마치 누군가 의도적으로 재생을 촉진한 것처럼 말입니다."
이준호가 몸을 일으켜 앉았다. 움직임이 조심스러웠다. 신경통이 아직 남아 있었다.
"의도적으로?"
"신경성장인자를 주입받으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혹은 다른 방식의 신경 자극 치료를 받으셨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입원 전에 다른 곳에서 치료받으신 적이 있습니까? 민간 의료 기관이나 개인 의사에게?"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자신도 모르는 것이었다. 기억이 없었다.
"당신의 회복은 '신경 재생의 기적'이라고 불릴 수 있지만, 동시에 그것은 매우 비정상적입니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당신의 뇌 재생을 촉진했다면, 동시에 당신의 기억을 통제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기억을 통제한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서준영이 침대에 앉았다. 의사로서의 전문성보다는 인간으로서의 걱정이 얼굴에 드러났다.
"뇌의 해마는 기억 저장소입니다. 그 부위에 외부 자극을 가하면 특정 기억을 활성화시킬 수 있습니다. 혹은 거짓 기억을 주입할 수도 있습니다. 당신의 뇌 재생이 자연적이라면 기억 복원도 자연적일 것입니다. 하지만 외부 개입이 있었다면, 당신이 경험하고 있는 기억들이 실제 기억인지 조작된 기억인지 판단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준호의 손이 주먹을 쥐었다. 엄지손가락의 흉터가 다시 눈에 들어왔다.
"이 흉터. 이것이 주사 자국입니까?"
서준영이 손을 들어올렸다. 흉터를 자세히 살폈다. 현미경 없이는 보기 어려운 정도의 작은 상처였다.
"가능성이 높습니다. 지속적인 약물 투여 자국으로 보입니다. 여러 번 주입받으셨을 것 같습니다."
"누가 했습니까?"
"그것은...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침묵이 흘렀다. 병실 밖에서 병원 직원들의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새벽의 병원은 여전히 조용했다.
서준영이 일어섰다. "더 이상의 기억이 돌아오기 전에, 당신이 입원 전에 어디에 있었는지 기억해보세요. 누가 당신을 봤는지, 누가 당신을 도왔는지. 그것이 중요합니다."
의사가 나갔다.
이준호는 다시 혼자 남겨졌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느껴졌다. 자신이 정말 혼자인 것 같지 않았다.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는 것 같은 느낌. 누군가가 자신의 뇌 속에서 기억들을 조종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이준호는 손을 펼쳤다. 다시 한 번 손가락을 세었다.
엄지. 검지. 중지. 약지. 소지.
이 손이 정말 자신의 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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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0시. 경찰청 형사실.
이수영이 사무실 문을 닫았다. 그리고 전화를 걸었다. 목소리는 낮고 차분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의 기억이 점점 더 명확해지고 있습니다. 고문실 기억, 살인 기억, 그 다음은... 네. 우리도 그 기억이 무엇인지 알아야 합니다. 더 이상 진행되기 전에."
상대방이 말했다. 이수영은 경청했다.
"네, 이해합니다. 그가 기억을 완전히 회복하기 전에 조치가 필요합니다. 그가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으니까요. 우리가 보호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그는 이미 알고 있으니까요."
통화를 끝냈다.
이수영은 창문을 통해 서울을 바라봤다. 강남의 빌딩들이 햇빛에 반짝였다. 그의 얼굴은 차갑고 무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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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 11시 45분. 병실.
이준호는 노트에 글을 쓰고 있었다. 손이 떨렸다.
**기억 1: 고문실. 용의자 김태희. 폭행. 시간 불명. 3개월 전?**
**기억 2: 주차장. 박민지. 칼. 살인. 시간 불명. 3개월 전?**
**기억 3: 누군가를 막음. 칼싸움. 피. 누구인가? 언제인가?**
**모순: 같은 시간대에 세 곳에 있을 수 없다. 같은 사람이 이 모든 일을 할 수 없다. 그렇다면 나는 누구인가?**
이준호는 펜을 내려놨다. 손이 계속 떨렸다. 신경통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를 것 같았다. 더 강할 것 같았다.
시계를 봤다. 오전 11시 47분.
지난 기억: 새벽 6시에 세 번째 기억이 돌아왔다. 48시간이 아니라 약 29시간 만에.
그 전 기억: 밤 11시 30분에 두 번째 기억이 돌아왔다. 약 48시간 후.
그 전 기억: 밤 11시쯤에 첫 번째 기억이 돌아왔다.
패턴이 깨지고 있다. 기억 복원의 주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신경통도 더 자주 온다. 신체 부작용도 심해진다. 시각 왜곡에서 청각 변형으로 넘어가고 있다. 다음엔 무엇이 올 것인가. 공간감의 붕괴? 신체의 해체?
이준호는 침대에 누웠다. 눈을 감았다. 신경통이 뇌의 끝부분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약한 불꽃 같은 통증.
다음 기억이 올 것이다. 더 빨리. 더 강하게. 더 많은 기억이 동시에 쏟아질 것이다.
이준호는 눈을 감은 채로 말했다.
"누구의 손인가."
중얼거렸다.
"이 손이 정말 내 손인가."
신경통이 강해졌다. 이마에 식은땀이 흘렀다. 모니터의 비프음이 울렸다. 심박이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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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2시 15분.
이준호는 비명을 지르고 깨어났다.
네 번째 기억이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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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내용: 형사실. 밤. 이수영이 책상 위에 파일을 놓는다. 파일 안에는 사진들이 있다. 시신 사진들. 여러 명의 시신. 그 중 박민지의 사진도 있다. 이수영이 말한다. "이 사건들은 모두 당신이 해결했습니다. 깔끔하게." 이준호가 묻는다. "내가 했습니까?" 이수영이 대답한다. "당신이 하지 않았다면, 누가 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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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통이 뇌를 집어삼켰다. 이준호는 침대에서 몸을 굴렀다. 의료진이 달려왔다. 서준영이 진정제를 주입했다.
"기억이 돌아왔습니까?"
이준호는 대답할 수 없었다. 입에서 거품이 흘렀다. 시야가 계속 흔들렸다. 마치 뇌가 자신의 두개골 안에서 회전하고 있는 것처럼.
"당신의 기억 복원 주기가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이전보다 더 빨리 다음 기억이 올 것입니다. 그리고 신경통도 더 심해질 것입니다."
의료진이 심박 모니터를 조정했다. 숫자들이 아래로 내려갔다. 진정제가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이준호는 눈을 떴다. 천장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은 공허했다.
"이 손이 누구의 손인가."
다시 중얼거렸다.
"누구의?"
서준영이 그의 손을 잡았다. 펄스를 재고 있었다. 그의 손은 차갑고 일정했다.
"당신의 손입니다."
"그럼 내가 정말 그 모든 것을 했단 말입니까?"
서준영은 대답하지 않았다. 할 수 없었다. 의료진은 물러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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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30분. 병실의 창문을 통해 강남의 건물들이 보였다. 햇빛이 창문에 반사되었다. 이준호는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신경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뇌의 깊은 곳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새로운 기억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형사실. 이수영. 파일 속의 시신들. 그리고 그 시신들이 모두 자신의 손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깨달음.
그 순간, 병실 문이 열렸다.
수진이 들어왔다. 이준호의 아내였다. 얼굴이 창백했다. 손에는 과일 바구니가 들려 있었다.
"안녕하세요."
수진이 말했다. 존댓말이었다. 평소 아내의 말투가 아니었다. 대사 톤도 달랐다. 감정이 제거되어 있었다. 마치 대본을 읽는 배우처럼.
"아내... 당신이 여기를 왜?"
"문병을 왔습니다."
수진이 과일 바구니를 테이블에 놓았다. 움직임이 어색했다. 지시받은 대로 움직이는 것처럼. 그리고 이준호를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연민이 아닌 다른 무언가가 있었다.
"당신은 기억이 돌아오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어떤 기억들입니까?"
이준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내의 얼굴을 자세히 봤다. 이전과 달라 보였다. 아니면 자신이 달라 보이는 건가.
"당신을 만든 사람들이 궁금하십니까?"
수진의 입에서 나온 말이 아니었다. 다른 누군가의 목소리가 그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어조가 변했다. 문법이 달라졌다. 존댓말에서 반말로. 존댓말의 경어체에서 상대를 낮추는 뉘앙스로.
이준호의 심박이 빨라졌다. "뭐라고?"
"당신은 우리가 만든 사람입니다. 모두가 함께 만든."
수진의 입에서 나왔지만 수진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몸을 점유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당신이... 관여했습니까?"
수진이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아내의 미소가 아니었다. 낯선 사람의 미소였다. 차갑고 계산적인.
"당신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수진이 나갔다. 문이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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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이준호는 깨어 있었다. 하지만 신경통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뇌의 깊은 곳에서 계속 울리고 있었다.
그 순간, 정현택이 들어왔다. 얼굴이 창백했다. 손에는 경찰청 배지가 들려 있었다.
"배지 번호 3-4-7을 확인해보셨습니까?"
이준호가 고개를 돌렸다.
"그 배지는 10년 전에 폐기되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누가 그것을 사용했는지 아십니까?"
"누구입니까?"
"당신입니다. 당신이 그 배지를 사용해서 경찰청 지하 3층에 출입했습니다. 10년 전에. 그리고 3개월 전에도."
이준호의 심박이 빨라졌다.
"3개월 전에 내가 경찰청에 있었습니까?"
"네. 그리고 그날 밤, 박민지가 죽었습니다. 당신의 기억이 맞다면, 당신이 그녀를 죽였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3개월 전 그 날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 날의 기억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더 깊은 기억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당신을 누가 만들었는지에 대한 기억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억입니다."
정현택이 노트를 내려놨다. "당신의 모든 기억이 돌아오면, 당신은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신을 죽일 것입니다."
정현택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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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2시 30분.
이준호는 혼자 남겨졌다. 신경통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엔 12시간이 아니라 몇 분 만에였다. 기억 복원의 주기가 계속 단축되고 있었다.
뇌의 깊은 곳에서 또 다른 기억이 깨어나고 있었다. 신체적 부작용도 심해졌다. 시각 왜곡에서 청각 변형으로, 이제는 공간감 붕괴까지. 병실이 기울어 보였다. 침대가 회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준호는 손을 펼쳤다. 손가락이 심하게 떨렸다. 엄지손가락의 흉터가 빨갛게 부어 올랐다. 마치 새로운 주사를 맞은 것처럼.
모니터의 비프음이 울렸다.
심박이 220을 넘었다.
그 순간, 이준호의 눈이 커졌다.
새로운 기억이 왔다. 이번엔 더 선명했다. 더 끔찍했다.
**기억의 내용: 병원. 밤. 자신이 침대에 누워 있다. 의사가 엄지손가락에 주사를 놓는다. 신경성장인자. 의사의 얼굴이 보인다. 그것은 서준영이 아니다. 다른 누군가다. 하지만 그 얼굴이 자신과 닮아 있다. 눈 모양이 같다. 턱선이 같다.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다. 그리고 의사의 입에서 나오는 말. "당신은 우리가 만든 사람입니다. 우리의 손. 우리의 발. 우리의 칼."**
이준호가 소리를 질렀다.
"아니다! 아니다!"
의료진이 다시 달려왔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게 움직였다. 더 빠르게. 더 결정적으로. 마치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서준영이 들어왔다. 손에는 주사기가 들려 있었다. 얼굴에는 미소가 떠 있었다. 그 미소는 의사의 미소가 아니었다. 다른 무언가였다.
"당신이 알아서는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서준영이 말했다. 그 목소리도 이전과 달랐다. 차갑고 명령조였다.
"당신의 모든 기억이 진짜라는 것을."
그리고 주사기를 이준호의 팔에 꽂았다.
진정제가 혈관을 타고 흘러들어 왔다. 이준호의 시야가 흐릿해졌다. 의식이 가라앉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들린 것은 서준영의 목소리였다.
"당신은 우리가 만든 사람입니다. 우리의 손. 우리의 발. 우리의 칼. 당신의 모든 기억이 돌아오면, 당신은 자살할 것입니다. 그것이 계획입니다. 모든 증거는 사라질 것입니다."
그리고 어둠이 밀려왔다.
의식이 사라지기 직전, 이준호는 손을 들어올렸다. 손가락들이 공중에서 떨렸다. 엄지손가락의 흉터가 빨갛게 부어 있었다. 손가락들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움직였다.
손이 정말 자신의 손인가.
그 질문이 마지막으로 떠올랐다. 그리고 모든 것이 검은색으로 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