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그림자 너머

현장 사진이 손 안에서 떨렸다.

도경은 이미지 분석 프로그램의 확대율을 230%로 올렸다. 15년 전 강변 산책로. 박신혜의 유골이 발견된 자리 너머, 가로등의 그림자가 지면을 덮고 있었다. 그 검은 영역의 모서리. 처음엔 돌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낙엽에 뒤섞인 흙덩이. 프로파일러의 눈은 범죄 현장의 사람을 읽지만, 물체는 법의학팀에 맡긴다. 그것이 규칙이었다.

규칙은 지켜졌다. 사진 속 그림자 너머의 것은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다.

도경은 명도를 올렸다. 대비를 조정했다. 화면이 밝아질수록 그림자 아래 무언가의 윤곽이 떠올랐다. 길쭉한 형태. 표면의 미세한 결. 뼈. 틀림없이 뼈였다.

손가락이 마우스에서 떨어졌다.

자정을 넘긴 자문실은 침묵으로 가득했다. 복도의 비상등만 희미하게 들어와 모니터의 빛을 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도경은 다시 사진을 본다. 그리고 또 본다. 그림자 너머의 뼈는 박신혜의 유골과 분명히 다른 자리에 있었다. 분리되어 있었다. 다른 각도. 다른 깊이. 다른 시간.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명진섭에게 전화를 걸지 않았다. 조직의 반응을 예측할 필요가 없었다. 이미 알고 있었다. 공식 수사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고, 비공식 확인만 가능할 것이고, 그 비공식 확인마저 조직의 승인을 거쳐야 할 것이다. 대신 도경은 메신저 앱을 열었다.

서유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한 줄. '현장 사진. 가로등 그림자. 다시 봐.'

응답은 3분 후였다. 유하의 목소리로 전화가 울렸다.

"현장 사진요?"

"230% 확대. 그림자 아래."

도경은 파일을 공유했다. 전화 너머 유하의 숨소리가 빨라졌다. 마우스 클릭음.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그리고 침묵. 그 침묵은 길었다.

"뼈입니다."

유하가 말했다.

"맞습니다."

"두 개."

"네."

"한 개는 박신혜의 유골 바로 옆이 아니라... 한 미터 이상 떨어져 있네요. 방향도 다릅니다."

유하는 사진 분석가처럼 말했다. 기록과 증거의 언어로. "이건 법의학팀이 놓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보고 싶지 않았던 거 같은데요."

"왜?"

"두 구체가 있다면, 사건의 시간축이 바뀝니다."

유하가 천천히 말했다. "박신혜 실종. 박신혜 발견. 그 사이에 또 다른 사건이 있다는 뜻이니까요."

도경은 말하지 않았다. 유하도 전화 너머에서 말하지 않았다. 둘 다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강여울. 그 이름.

"법의학 재검사를 요청했습니다."

유하가 먼저 말을 끊었다. "어제 명과장이 비공식으로 협력해주셨어요. 결과가 나왔습니다."

"언제?"

"지금."

유하의 목소리에 긴장이 맺혀 있었다. "두 구체의 사망 시기가 다릅니다. 한 구체는 박신혜보다 최소 6개월 이상 먼저 사망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어요. 그리고 골 손상의 양상이..."

"무엇이?"

"살해 당시의 폭력 양상이 박신혜와 완전히 다릅니다. 박신혜는 둔기에 의한 타격. 하지만 다른 구체는 방어 흔적이 심하고, 경추 손상이 의도적입니다. 더 격렬했다는 뜻이에요."

도경의 손목을 감싼 시계의 초침음이 유독 크게 들렸다. 14초. 15초. 시간이 쌓이고 있었다.

"신원 확인이 가능한가?"

"법의학팀이 치아 기록과 DNA를 추적 중입니다. 하지만..."

유하가 말을 멈췄다.

"뭔가?"

"15년 전 초기 수사 기록에 이 구체가 없습니다. 박신혜 발견 당시 현장 사진, 수사 일지, 검시 기록. 어디에도 없어요.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도경이 서 있던 방이 갑자기 좁아진 듯했다. "그건 불가능하다."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입니다."

유하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수사관의 목소리였다. "도경님, 이건 기록의 삭제가 아닙니다. 처음부터 기록되지 않은 겁니다. 누군가 현장에 있었는데 그 사람이 수사에서 제외되도록 의도적으로 배제한 거예요."

"누가."

"그건 모릅니다. 하지만 당시 현장팀은 도경님과 명과장, 그리고 법의학팀 두 명뿐이었습니다."

침묵.

도경은 자신의 기억을 뒤진다. 15년 전. 그날 아침. 강변. 가로등. 그리고 자신이 본 것들. 그러나 본다는 행위 자체가 이제 의심스러웠다. 자신이 정말 그곳에 있었는가. 아니면 그 기억도 오염된 것인가.

"도경님?"

"강여울을 소환한다."

도경이 말했다.

"지금요?"

"지금."

---

자문실 심문실은 밤 1시 15분에 문을 열었다.

강여울은 이미 앉아 있었다. 아무도 그녀를 밀어 넣지 않았다. 그녀는 자발적으로 앉았고, 자발적으로 손을 테이블 위에 모았다. 손가락이 교차되어 있었다. 완벽한 자세. 완벽한 침묵. 완벽한 온도.

도경이 마주 앉으면서 생각했다. 이것이 그녀의 진술 설계인가. 아니면 진짜 모습인가.

"당신은 박신혜를 언제 죽였는가."

도경이 첫 문장을 던졌다. 규칙을 어겼다. 프로파일러는 진술자를 압박하지 않는다. 진술자가 말하게 만든다. 그러나 도경은 규칙을 지킬 여유가 없었다.

강여울이 미소를 지었다. 아주 미세한 미소. 입꼬리가 2밀리미터 올라갔을 뿐이었다.

"저는 박신혜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음성이 녹취기에 기록되었다. 도경은 그 문장을 들으면서 자신의 감각을 작동시켰다. 온도를 읽는다. 호흡의 간격을 센다. 침묵의 무게를 잰다.

거짓이다.

아니다. 진실이다.

아니다. 거짓이다.

온도가 어긋나 있었다. 정확하게 어긋나 있었다. 그 어긋남이 신호였다. 도경이 15년간 읽어온 신호였다. 하지만 지금 그 신호는 도경을 미로로 끌어들이고 있었다.

"당신이 읽고 있는 것이 뭔지 알고 싶습니까?"

강여울이 물었다.

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저를 읽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진술의 거짓을 읽고, 제 감정의 온도를 읽고 있다고. 그런데 사실은 어떻습니까?"

그녀의 손가락이 테이블 위에서 움직였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규칙적으로.

"당신이 읽고 있는 것은 제 진술이 아니라, 당신이 듣고 싶은 진술입니다. 당신이 기대하는 신호를 저는 정확하게 배치했습니다. 당신이 거짓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거짓의 온도를. 당신이 진실이라고 생각하는 지점에 진실의 온도를. 그리고 당신은 자신의 감각을 믿었습니다."

도경의 손가락이 시계의 크리스탈을 누르고 있었다. 누르고 또 누르고 있었다.

"15년 전에도 제가 한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당신에게 당신이 읽고 싶은 온도를 제공했어요. 당신은 그것을 읽었고, 당신의 확신으로 다른 사람을 감옥에 집어넣었습니다. 완벽하게."

강여울의 음성이 계속됐다. "그리고 이제 당신은 당신이 읽은 온도를 의심하고 있습니다. 당신 자신의 진술을 의심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질문입니다."

그녀의 눈이 도경의 눈과 만났다.

"당신은 지금도 저를 읽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 자신을 읽고 있습니까? 제 거짓을 찾아내고 있습니까? 아니면 당신의 거짓을 확인하고 있습니까?"

심문실의 공기가 얇아졌다. 도경의 호흡이 얕아졌다. 그는 자신의 손을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다시 들었다가 내려놓았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당신이 15년 전 당신의 진술에 서명했을 때, 당신은 정말로 제 거짓을 감각했습니까? 아니면 당신이 믿고 싶은 것을 믿었을 뿐입니까?"

도경은 입을 열었다. 닫았다. 열었다. 목이 메었다.

"15년 전 현장에 또 다른 유골이 있었습니다."

그가 말했다.

강여울의 미소가 사라졌다. 아주 짧은 시간 동안이었지만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그 미소는 다른 온도를 가지고 있었다. 처음으로 온도가 진짜처럼 느껴졌다.

"그렇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그 유골은 누구인가."

"신혜진입니다."

강여울이 대답했다. 침묵이 흘렀다. 도경은 그 침묵을 읽으려고 했다. 하지만 읽을 수 없었다. 그 침묵은 너무 뜨거웠고 동시에 너무 차가웠다. 그것이 거짓인지 진실인지 판단할 수 없는 온도였다.

도경의 호흡이 더 빨라졌다. 시계를 찬 손목이 떨렸다.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감각이 설계된 것일 수도 있다는 공포였다. 15년 전 심문실에서 자신이 읽은 모든 온도가, 자신이 확신했던 모든 신호가 누군가의 손에 의해 배치된 것일 수도 있다는 공포.

도경은 자신의 기억을 뒤진다. 15년 전 심문실. 강여울의 진술. 그 온도. 그 침묵. 그리고 그 뒤에 윤태오의 얼굴. 윤태오의 음성. 윤태오가 말한 것들.

"신혜진을 죽인 건 당신인가."

도경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왜."

"그 여자가 저를 배신했으니까요."

강여울이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그것을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15년 전에."

도경의 손가락이 시계에서 떨어졌다.

"당신은 저를 심문했을 때 제 진술을 읽었습니다. 제 온도를. 제 침묵을. 그리고 당신은 알았어요. 저는 거짓을 말하고 있다고. 하지만 당신은 그것을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강여울의 눈이 도경을 바라봤다. "대신 당신은 다른 사람을 찾았어요. 윤태오. 당신이 읽은 온도가 더 명확했던 사람. 당신이 확신할 수 있었던 사람."

"그건..."

"거짓입니다."

강여울이 말했다. "당신이 읽은 모든 온도가 거짓이었습니다. 저는 당신이 읽고 싶은 온도를 배치했고, 윤태오는... 윤태오는 단지 당신의 확신을 받아주었을 뿐입니다."

도경은 입을 열었다. 닫았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 남자가 누구인가."

도경이 천천히 말했다.

"무슨 남자요?"

"신혜진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건 남자. 신혜진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한 남자."

강여울의 미소가 더 깊어졌다. "당신이 찾고 있는 남자 말입니다."

심문실 문이 열렸다.

경찰이 들어섰다. 두 명. 강여울의 팔을 잡았다. 강여울은 저항하지 않았다. 자발적으로 일어났다. 자발적으로 손목에 수갑을 받았다. 하지만 심문실 문 앞에서 그녀가 도경을 돌아봤다.

"당신이 제일 두려워하는 건 저의 거짓이 아닙니다."

그녀가 말했다.

"당신 자신의 진술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오염되었는지. 그것이 얼마나 설계되었는지. 그것을 깨닫는 순간, 당신은 자신을 신뢰할 수 없게 됩니다. 그리고 당신은 이미 그 순간에 도달했습니다."

경찰이 그녀를 밖으로 끌어냈다.

심문실의 문이 닫혔다.

도경은 혼자 남았다. 불은 여전히 밝았다. 녹취기는 여전히 돌고 있었다. 테이블 위의 공기는 여전히 같은 온도였다. 도경은 테이블에 앉은 채 움직이지 않았다. 시계의 초침음만 들렸다. 14초. 15초. 16초. 시간이 계속 쌓이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손가락이 떨리고 있었다.

휴대폰이 울렸다. 유하의 전화였다.

도경은 한참을 기다렸다. 그리고 받았다.

"도경님, 신원 확인이 나왔습니다."

유하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15년 전 현장에서 발견된 제2의 유골. 신혜진입니다. 강여울의 전 직장 동료. 실종 신고는 15년 전 7월 22일. 박신혜 실종 신고는 같은 해 10월 3일입니다."

도경의 손가락이 시계 크리스탈 위에서 멈췄다.

"그리고 도경님... 신혜진이 실종될 당시 강여울은 신혜진의 어머니한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초기 수사 기록에 그 통화 내용이 남아 있었어요."

유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기록을 읽는 목소리였다.

"'신혜진은 이미 떠났어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그러니까 찾지 마세요.'"

침묵이 흘렀다. 도경의 호흡이 들렸다.

"도경님, 그 말을 한 사람은 강여울이 아닙니다."

유하가 천천히 말했다.

"전화 기록을 확인했을 때, 그 음성은 남자의 음성입니다."

도경의 눈이 감겼다.

"음성 분석 결과, 그 남자는..."

유하가 잠시 말을 끊었다.

"당신이 15년 전에 심문했던 사람과 매우 유사한 음성 패턴을 가지고 있습니다."

도경의 손이 떨렸다. 그는 자신의 기억을 뒤진다. 15년 전 심문실. 윤태오의 얼굴. 윤태오의 진술. 그 온도. 그 침묵. 그 신호. 하지만 그 모든 것 사이에 다른 것이 있었다. 윤태오가 말하지 않은 것들. 윤태오의 침묵 속에 숨겨진 것들. 그리고 그 침묵이 진짜 침묵인지, 아니면 도경이 만들어낸 침묵인지 구분할 수 없는 지점.

"누구인가."

도경이 물었다.

"법의학팀이 현재 음성 데이터베이스와 대조 중입니다. 하지만... 도경님, 혹시 윤태오가..."

유하가 말을 잇지 못했다.

도경도 말하지 않았다. 심문실의 공기가 더 얇아졌다.

"도경님?"

"음성이 일치했습니다. 95% 확률로."

유하가 말했다.

"윤태오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도경은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리고 동시에 거부했다. 받아들이면서 거부했다.

"그런데 도경님, 윤태오는... 윤태오는 지금 교도소에 있습니다. 15년을 복역했습니다."

도경이 눈을 떴다. 심문실의 천장을 바라봤다.

"그럼 그 음성은 언제 녹음된 건가."

도경이 물었다.

"15년 전입니다. 신혜진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그 때 윤태오는 어디에 있었는가."

"수사 기록에 따르면, 윤태오는 그 시점에 신혜진 실종 사건과 무관한 것으로 판단되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었습니다."

도경은 말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기억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갔다. 15년 전. 그 심문실. 강여울을 심문했던 그 날. 그리고 그 전에 윤태오를 심문했던 날. 윤태오의 침묵. 윤태오가 말한 것들. 윤태오가 말하지 않은 것들. 그 모든 것이 이제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도경님, 혹시..."

유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윤태오가 신혜진을 죽인 건 아닐까요?"

도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리고 강여울이 박신혜를 죽였다면..."

유하가 천천히 말했다.

"그럼 당신이 보낸 사람은 죄 없는 사람입니다."

도경의 손가락이 떨렸다. 그 떨림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설계인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는 자신의 손을 들어 올렸다. 다시 내려놓았다. 다시 들었다. 내려놓았다.

"녹취기를 확인해. 강여울과의 심문 기록. 처음부터."

도경이 말했다.

유하가 기다렸다. 도경이 심문실의 녹취기를 돌려 재생했다. 강여울의 음성이 흘러나왔다.

"저는 박신혜를 죽이지 않았습니다."

그 음성. 그 온도. 그 침묵.

도경은 그것을 다시 들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읽은 온도가 거짓이었는지, 진실이었는지는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읽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자신의 감각이 설계되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가장 큰 공포였다.

심문실은 여전히 밝았다. 도경은 혼자 남아 있었다. 녹취기는 계속 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손가락이 떨리는 것을 바라봤다. 그 떨림이 자신의 것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설계인지 알 수 없는 채로. 그리고 그 불확실성 속에서 도경은 깨달았다. 자신이 종결시킨 사건이 실제로는 무엇이었는지. 자신이 읽은 진실이 누군가의 거짓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을. 그 깨달음이 심문실 벽을 타고 내려왔다. 침묵처럼. 거짓처럼. 그리고 진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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