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 밤 1시 03분

강변에 도경이 섰다.

산책로 끝, 물이 굽어드는 자리. 가로등은 여전히 낡았다. 15년 전과 같은 위치에서 같은 각도로 불빛을 떨어뜨렸다. 도경은 이 장소를 수백 번 기억했다. 그러나 기억하는 것과 서 있는 것은 다른 경험이었다.

기억 속 강변은 4월이었다. 벚꽃이 흩날리고 있었다. 도경은 그날 밤 여기 서 있었다고 확신했다. 박신혜의 시신 옆에 서서 현장을 재구성하던 자신을 본다. 동료들이 주변에 있었다. 가로등이 박신혜의 얼굴을 밝히고 있었다. 그 기억은 지금도 선명했다.

너무 선명했다.

도경이 한 발 앞으로 나갔다. 현장 사진에 표시된 자리다. 기억은 여기서 끝난다. 하지만 기록은 다르다. 그의 이름은 15년 전 현장 기록 어디에도 없다. 현장 수사는 동료들이 했다. 도경은 심문실에만 있었다. 그곳에서 박신혜를 본 적이 없었다.

그 사실을 마주하는 것이 이 시간의 목적이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손목시계를 다시 확인했다. 1시 04분. 시간은 정확하게 흐르고 있었다. 도경의 기억만 어긋나 있었다.

호흡이 얕아졌다. 코로 들이마신 공기가 폐에 도달하기 전에 다시 나간다. 강변의 냄새가 맺혔다. 물 냄새, 흙 냄새, 그리고 무엇인가 썩는 냄새. 그 냄새는 15년 전 기억 속에서도 정확히 같은 자리에 있었다.

그런 것은 불가능했다.

무릎이 먹히지 않았다. 도경이 가로등 아래 내려앉았다. 콘크리트 위. 찬기가 다리를 타고 올라왔다. 기억 속의 따뜻함은 어디로 갔는가. 4월 벚꽃 아래의 그 온기는. 지금 피부에 닿은 것은 3월의 찬바람이었다. 하늘이 검었다. 구름이 달을 덮고 있었다. 기억 속에는 달이 있었다. 보름달이 아니라 초승달이었다. 그것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4월 초승달의 위치까지.

기억 속에서는 강변이 조용하지 않았다. 어딘가에서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료들의 지시음. 플래시음. 움직임의 소리들. 지금 강변은 침묵했다. 고요함이 도경의 귀를 눌렀다. 15년이라는 시간이 그 소리들을 모두 지워버렸는가. 아니면 처음부터 없었던 것인가.

그 기억이 만들어진 기억이라는 것을 아는 순간, 도경의 몸이 떨렸다.

"당신은 누구를 심문해야 합니까?"

유하의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도경은 돌아보지 않았다. 유하가 옆에 앉았다. 체온이 가까웠다.

"제 자신을 심문해야 합니다."

도경이 말했다. 음성이 낮았다. 자신의 목소리를 객관적으로 들었을 때, 그것은 확신이 아니라 항복처럼 들렸다.

"규칙을 깨시겠습니까?"

유하가 물었다.

도경은 침묵했다. 규칙은 명확했다. 같은 대상을 세 번 이상 심문하지 않는다. 잔상이 축적되면 판단이 왜곡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 규칙을 15년간 지켜왔다. 단 한 번을 제외하고. 그 한 번이 이 모든 것을 만들었다.

"15년 전 박신혜 심문 이후 제가 즉시 기록을 남기지 않았습니다."

도경이 말했다.

"그 공백이 모든 것을 왜곡했습니다."

유하가 말하지 않았다. 기다렸다. 도경이 계속 말했다.

"기억이 서사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직접 본 적 없는 장면들이 추가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기억이 진짜 기억보다 더 선명해졌습니다. 저는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었습니다."

손가락이 떨렸다. 도경이 주먹을 쥐었다.

"지나치게 또렷한 기억은 내가 만들어낸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을 깨닫지 못했습니다. 제 능력이 그 인식을 방해했습니다."

"지금이라도 기록하실 수 있습니다."

유하가 말했다.

"규칙을 어기고."

도경이 돌아봤다. 유하의 얼굴이 가로등 아래 반쯤 어둠 속에 있었다.

"녹음기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당신의 심문을 기록할 수 있습니다. 증거로 남길 수 있습니다."

"조직은 받지 않을 것입니다."

도경이 말했다.

"명진섭이."

"네. 하지만 남을 것입니다. 당신이 직접 기록한 것으로."

유하가 말했다. 그것은 제안이 아니라 명령이었다. 도경은 그것을 이해했다. 유하는 이미 결정하고 있었다. 도경의 확인만 기다리고 있었다.

도경이 일어섰다. 무릎이 떨렸다. 강변을 한 번 더 둘러봤다. 4월 벚꽃이 흩날리던 기억이 한 겹 한 겹 벗겨져 나갔다. 남은 것은 검은 하늘과 낡은 가로등뿐이었다.

"자문실로 갑시다."

도경이 말했다.

---

자정을 넘긴 자문실 심문실. 도경은 혼자 앉았다. 테이블 위에는 녹음기와 노트가 놓여 있었다. 유하가 도어를 닫고 나갔다. 잠금 버튼을 눌렀다. 안 쪽에서 도경이 녹음 버튼을 누르기 전까지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

심문실의 공기가 달랐다. 이전까지는 상대를 읽는 공간이었다. 지금은 자신을 읽히는 공간이 되어 있었다.

녹음 버튼을 누르고 도경이 말했다.

"2024년 3월 15일 오전 1시 23분. 한도경 자문 심문 기록. 심문 대상: 피심문자 본인."

침묵이 있었다. 도경이 노트에 적힌 것들을 읽기 시작했다. 15년 전 박신혜 사건의 조서. 16페이지의 심리 소견란. 처음부터 공백이었던 그 페이지.

"15년 전 4월 18일. 저는 박신혜 사건의 최종 심문을 진행했습니다. 피해자는 신원 미상의 남성에게 강간 살인을 당했습니다. 용의자는 윤태오였습니다."

도경이 멈췄다. 손목시계를 봤다. 1시 24분. 시간은 여전히 정확했다.

"심문 이후 저는 윤태오의 진술 온도가 특정 지점에서 어긋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판단이 사건 종결의 근거가 되었습니다."

목이 말랐다. 도경이 물을 마시지 않았다. 그 갈증을 기록하는 것이 필요했다.

"당시 저는 심문 직후 즉시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규칙을 어겼습니다."

침묵이 길어졌다. 녹음기가 그 침묵을 모두 기록했다.

"그 공백 동안 제 기억은 서사를 갖기 시작했습니다. 윤태오의 얼굴. 그의 손가락이 떨리던 방식. 그가 말을 끊는 자리. 모든 것이 선명해졌습니다."

도경이 손가락으로 조서를 짚었다.

"지금 제가 재현할 수 있는 것들입니다. 하지만 기록에는 없습니다. 영상도 없습니다. 음성도 없습니다. 오직 제 기억에만 있습니다."

"그 기억이 정확합니까?"

도경이 자신에게 물었다.

"아닙니다."

자신이 답했다.

"지나치게 또렷합니다. 진짜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 흐려집니다. 하지만 제 기억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초고해상도입니다. 계절, 조명, 냄새까지 모두 재현됩니다. 그것은 저 자신이 만들어낸 기억입니다."

도경이 목소리를 낮췄다.

"그 기억은 제 능력에 의해 강화되었습니다. 타인의 진술 온도를 읽는 감각이 역으로 작동했습니다. 저는 제 기억 속에서 거짓의 신호를 감지하려 애썼습니다. 감지되지 않자 그것을 진실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침묵. 1시 26분.

"당시 저는 왜 즉시 기록하지 않았습니까?"

도경이 자신에게 물었다. 노트를 뒤져 당시 일지를 찾았다. 2009년 4월 18일. 저녁 8시 43분 심문 종료. 다음 기록은 다음날 오전 9시 15분의 조서 작성이었다.

"12시간 33분의 공백이 있습니다."

도경이 말했다.

"그 시간 저는 무엇을 했습니까?"

침묵이 계속되었다. 도경은 알고 있었다. 당시 기록을 다시 읽었다. 명진섭의 일지. '도경, 박신혜 현장 확인 요청. 동의함.' 밤 11시 기록이었다.

"저는 현장에 갔습니다."

도경이 말했다.

"박신혜 시신이 발견된 강변에. 공식 기록에는 없지만, 제 기억에는 명확합니다. 저는 그곳에서 박신혜를 봤습니다. 시신을 봤습니다. 시신 옆에 섰습니다."

녹음기가 그 고백을 모두 기록했다.

"그 경험이 제 판단을 강화했습니다. 저는 더 이상 심문 음성 분석만으로 판단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본 현장을 추가했습니다. 직접 본 피해자를 추가했습니다. 그 모든 것이 제 확신을 만들었습니다."

손이 떨렸다. 도경이 손목시계를 만졌다. 1시 28분. 시간은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저는 현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도경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기록에 없습니다. 당시 현장 담당자 기록에 제 이름이 없습니다. 동료들의 증언도 없습니다. 오직 제 기억에만 있습니다."

침묵. 그것이 진실이었다.

"그렇다면 제가 본 것은 무엇입니까?"

도경이 자신에게 물었다.

"제 상상입니다. 제 능력이 만들어낸 시뮬레이션입니다. 타인의 진술에서 감지한 감정을 신체에 입혀 재현한 것입니다. 저는 그것이 기억이라고 믿었습니다."

녹음기가 그 자백을 기록했다.

"강여울은 이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저를 선택했습니다. 저의 능력이 스스로를 속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도경이 조서를 덮었다.

"박신혜의 진술에서 그녀가 느낀 공포를 저는 거짓의 신호로 읽었습니다. 진짜 피해자의 온도를 오독했습니다. 대신 윤태오의 진술에서 확신의 신호를 읽었습니다. 무고한 자의 온도를 범죄자의 온도로 왜곡했습니다."

손가락이 떨렸다. 도경이 그 떨림을 멈추려 주먹을 쥐었다. 그것도 기록되었다. 녹음기가 모든 것을 담았다.

"제 확신은 증거가 아니었습니다. 확신이 증거를 지웠습니다."

도경이 말했다.

"심리 소견란의 공백이 이를 증명합니다. 제가 쓸 수 없었던 이유는, 쓸 수 있는 근거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직 제 감각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감각은 스스로를 속였습니다."

침묵. 1시 31분.

"당시 조직의 압박이 있었습니까?"

도경이 자신에게 물었다.

"네. 명진섭은 빠른 종결을 원했습니다. 미해결 사건을 남기지 않기를 원했습니다."

도경이 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제 판단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더 위험한 것이 있었습니다."

침묵. 도경의 목소리가 더 낮아졌다.

"제 자신감입니다. 제 능력에 대한 절대적인 확신입니다. 저는 감각으로 읽은 것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의심할 이유가 없었습니다. 지금까지 항상 맞았기 때문입니다."

목이 말랐다. 도경이 여전히 물을 마시지 않았다.

"그 확신이 제 능력을 파괴했습니다. 타인의 거짓을 읽는 감각이 제 자신의 거짓을 읽지 못했습니다. 저는 제가 본 것을 의심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의심할 능력이 없었습니다."

도경이 멈췄다.

"또는 의심하기를 거부했습니다."

침묵이 길어졌다. 녹음기가 모든 공백을 기록했다.

"윤태오는 무고합니다."

도경이 말했다.

"이것이 제 최종 진술입니다."

1시 33분. 도경이 녹음 버튼을 눌러 기록을 멈췄다. 자신의 목소리가 녹음기 안에 갇혔다. 그것은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었다. 객체화된 증거. 도청된 고백.

---

자문실 로비. 휴대폰이 울렸다. 명진섭이었다. 도경이 받지 않았다. 다시 울렸다. 세 번째 울림. 도경이 받았다.

"들었습니까?"

명진섭의 목소리가 차가웠다.

"네."

도경이 답했다.

"조직의 결정입니다. 강여울과의 합의. 사건은 종결됩니다."

"어떤 방식으로."

도경이 물었다.

"강여울이 강간 살인 혐의를 모두 자백합니다. 하지만 피해자는 신원 미상 인물입니다. 박신혜와 신혜진은 미제사건으로 남습니다. 기록상 강여울의 범행은 확인되지 않습니다."

침묵이 있었다. 도경이 말했다.

"윤태오는."

"석방됩니다. 조건부. 더 이상의 재심은 제기하지 않는다는 합의 하에."

명진섭이 말했다.

"당신의 재조사 기록은 모두 삭제됩니다. 공식 자료에서. 15년 전 종결은 유효합니다. 당신의 판단은 유효합니다."

"그것이 진실입니까."

도경이 물었다.

"그것이 조직의 결정입니다."

명진섭이 답했다.

"당신은 은퇴합니다. 내일. 서명 한 장으로 끝입니다."

"박신혜와 신혜진은."

도경이 물었다.

"미제입니다. 영원히."

명진섭이 말했다.

"당신의 능력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했습니다. 이제 끝입니다."

침묵이 흘렀다. 도경이 물었다.

"당신도 알고 있었습니까?"

명진섭의 호흡이 들렸다. 길게. 그 호흡음이 수화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배경의 소음도 감지되었다. 명진섭이 어디에 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 침묵의 질감은 명확했다. 도경은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호흡이 일정하지 않았다. 억제되고 있었다. 명진섭이 대답하기 전에 이미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는 뜻이었다. 준비된 침묵. 그것은 거짓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뭘."

명진섭이 말했다.

"제가 현장에 가지 않았다는 것을."

침묵. 명진섭이 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 속에서 도경은 호흡음을 들었다. 명진섭의 호흡. 그것이 모든 것을 말하고 있었다. 15년 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호흡. 도경의 기억이 만들어진 기억이라는 것을 알고도 방치했다는 호흡. 그리고 그것을 선택했다는 호흡.

시간이 흘렀다. 몇 초가 아니라 더 길었다. 도경은 그 시간을 세지 않았다. 침묵 자체가 증거였다.

"왜."

도경이 물었다.

"당신의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명진섭이 말했다. 그것이 전부였다. 더 이상의 설명은 없었다. 그것이 조직의 논리였다.

명진섭이 끊었다.

도경의 손에는 녹음기가 남아 있었다. 심문실에서 기록한 자신의 음성. 그것은 공식 기록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전할 수도 없는 증거였다. 하지만 그것은 진실을 담고 있었다. 도경의 오류를. 도경의 확신이 어떻게 증거를 지웠는지를. 그리고 조직이 그것을 알고도 유지했다는 사실을.

유하가 옆에 섰다.

"윤태오를 찾아가시겠습니까?"

유하가 물었다.

도경이 답하지 않고 움직였다. 자문실을 나갔다. 밤 2시 02분. 거리는 비어 있었다.

---

윤태오의 주소는 기록에 있었다. 15년 동안 그곳에서 살았다. 조직의 감시 속에서. 무고함의 증명 없이.

도경이 도어를 눌렀다. 초인종. 한참 후 도어가 열렸다. 윤태오였다.

얼굴이 15년 전과 같지 않았다. 눈이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 입술이 움직이지 않았다. 호흡만 있었다. 가슴이 천천히 오르내렸다.

"당신은 무고합니다."

도경이 말했다.

"저는 당신을 잘못 읽었습니다. 당신의 진술을 오독했습니다. 당신의 침묵을 거짓의 신호로 왜곡했습니다."

윤태오의 눈동자가 움직였다. 도경을 향했다. 그 눈에는 무언가가 있었다. 분노도 아니었다. 절망도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깨어진 자의 눈이었다. 15년을 견딘 자의 눈이었다.

도경이 입을 열었다. 말을 이었다. 하지만 무엇을 말해야 할지 몰랐다. 책임이라는 단어는 너무 작았다. 사과는 너무 늦었다.

"15년을 빼앗겼습니다. 제 확신이 그렇게 했습니다."

도경이 말했다.

"저는 책임이 있습니다."

도경의 목소리가 떨렸다. 말을 계속했다.

"무엇을 원하십니까?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윤태오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나왔다. 낮고, 무거웠다. 15년의 무게를 담은 목소리.

"제가 원하는 것은 없습니다."

윤태오가 말했다.

"당신이 빼앗은 15년을 돌려줄 수 없으니까요."

그 말이 떨어지는 순간, 도경의 숨이 멎었다. 폐 속의 공기가 갇혔다. 손가락이 경련을 일으켰다. 무릎이 흔들렸다. 도경이 벽에 손을 짚었다. 콘크리트가 차가웠다. 그 차가움이 손가락을 타고 올라왔다. 팔이 떨렸다. 어깨까지 떨림이 전해졌다.

눈물이 맺혔다. 하지만 떨어지지 않았다. 그것도 기록되지 않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기록되지 않은 것만 남는다고 생각했다.

도어가 닫혔다.

그 침묵 속에서 도경은 자신이 읽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다. 15년 전 심문실에서 윤태오의 침묵은 거짓이 아니었다. 그것은 이미 깨어진 자의 침묵이었다. 도경은 그것을 읽지 못했다. 읽으려 하지 않았다. 확신이 그 침묵을 밀어냈다.

윤태오의 호흡. 그것이 유일한 진술이었다. 도경이 들었어야 하는 것. 그리고 들었을 수 있었던 것.

밤 2시 34분. 도경의 손에는 여전히 녹음기가 있었다.

그것은 진실이었다. 하지만 진실은 아무것도 되돌리지 못했다. 박신혜는 여전히 미제였다. 신혜진도 마찬가지였다. 윤태오의 15년도, 도경 자신의 확신도, 모두 영원한 미제로 남겨질 것이었다.

도경이 강변으로 향했다. 밤 2시 42분. 거리는 여전히 비어 있었다. 손목시계의 초침이 움직였다. 시간은 멈추지 않았다. 멈출 수 없었다.

강변 난간에 도경이 섰다. 물이 흐르고 있었다. 15년 전과 같은 물이 아니었다. 하지만 같은 자리에서 흐르고 있었다. 도경은 녹음기를 들었다. 자신의 목소리가 담긴 것. 자신의 오류가 기록된 것.

누구에게 전할 것인가.

조직은 받지 않을 것이었다. 명진섭의 결정은 이미 내려져 있었다. 그것은 바뀌지 않을 것이었다. 명진섭은 이미 알고 있었다. 도경의 기억이 만들어진 기억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을 유지하기로 선택했다는 것을. 그 선택은 조직의 선택이었다.

미제는 미제로 남을 것이었다. 윤태오는 조건부 석방 속에서 평생을 살아갈 것이었다. 박신혜와 신혜진의 진짜 범인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남을 것이었다. 녹음기 속의 음성. 도경의 자백. 자신의 확신이 증거를 지운 지점의 기록. 조직이 그것을 알고도 유지했다는 기록.

도경은 녹음기를 주머니에 넣었다. 손가락이 떨렸다. 다시 꺼냈다. 강변의 가로등 아래에서 녹음기를 들었다. 재생 버튼을 누르려다 멈췄다. 자신의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없었다. 객체화된 자신. 증거가 된 자신.

대신 다른 누군가를 떠올렸다. 유하. 유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도경의 기억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도경이 언젠가 깨달을 것이라는 것을. 유하는 기다렸다. 15년을 기다렸다. 도경이 자신을 마주할 때까지.

유하에게 전할 수 있을 것이었다. 이 녹음기를. 이 기록을. 유하는 받을 것이었다. 그것이 유일한 선택이었다.

아니면 언론. 기자. 누군가는 이것을 들어야 했다. 조직 밖의 누군가. 하지만 그것이 무엇을 바꿀 수 있을까. 박신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신혜진도 마찬가지였다. 윤태오의 15년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었다.

도경은 녹음기를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언제 꺼낼 것인지는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유하를 만날 때까지. 유하가 다시 나타날 때까지. 그때가 올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은 남을 것이었다. 누군가는 이것을 들을 것이었다.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것이 필요한 시간이 올 때까지.

이 밤이 끝나고 다음 밤이 올 것이다. 도경은 그 다음날을 마주해야 했다. 자신의 확신으로 지운 것들을 가지고. 조직의 공모를 아는 것을 가지고. 그리고 그 확신의 기록을 들고.

강변의 가로등이 여전히 낡은 불빛을 떨어뜨렸다. 15년 전과 같은 위치에서. 같은 각도로. 하지만 아무것도 같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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