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강민구의 머리가 서명란 위로 처박히며 뿌려진 암적색 선혈이 징계 처분서를 적셨다.

사방으로 튀어 오르는 붉은 비말이 백색 대리석 테이블 위에 기괴한 수채화를 그렸다. 조금 전까지 하백현의 숨통을 죄던 만년필은 바닥을 구르며 날카로운 파열음을 냈고, 기자들의 카메라는 광적으로 플래시를 터뜨려 대기 시작했다.

“위, 위원장님!” “비켜! 당장 구급차 불러!”

아수라장이다. 징계위원들이 의자를 뒤로 밀치며 비명을 질렀고, 몇몇은 공포에 질려 회의실 구석으로 도망쳤다. 백한기는 굳어 버린 채 쓰러진 강민구를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계획에 없던 변수였다. 사냥개가 사냥감을 물어뜯기 직전에 뇌가 터져 쓰러질 줄은 꿈에도 몰랐으리라.

오직 한 사람, 하백현만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의 투명한 시야 위로, 푸른빛의 증강현실 인터페이스가 가차 없이 전개되었다.

[대상: 강민구 (남, 59세)] [진단: 대뇌 기저부 전교통동맥(ACoA) 파열로 인한 급성 지주막하 출혈(SAH).] [생존 확률: 1.8% -> 1.2% (실시간 저하 중)] [뇌압(ICP): 45 mmHg (정상의 3배 초과, 급격한 뇌탈출 진행 중)] [남은 수명: 03분 12초]

생명의 모래시계가 뒤집혔다. 1.2%의 확률. 현대 의학의 관점에서는 이미 사망 선고나 다름없는 숫자였다.

백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오른손 약지와 새끼손가락 끝에 둔탁한 이물감이 시리게 맴돌았다. 지난 수술들의 대가로 누적된 척골 신경 손상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게 빛나고 있었다.

살려야 한다. 인도주의적 사명감 따위가 아니다. 강민구는 백강 메디컬 가문의 내부 사정을 가장 잘 아는 개이자, 이사회 우호 지분을 움직일 수 있는 핵심 열쇠였다. 이대로 죽게 내버려 두는 것은 거대한 자원을 길바닥에 버리는 짓이었다.

“뭐 해? 당장 수술실로 이송……” 백한기 측의 한 의사가 소리치자, 백현의 건조한 음성이 회의실의 비명을 찢고 울렸다.

“이송 중에 죽어.”

그의 한마디에 심의실 내부가 일순간 정적에 잠겼다. 백현은 성큼성큼 다가와 강민구의 상태를 확인했다. 이미 동공이 풀리기 시작했고, 대광반사는 소실 직전이었다. 뇌압이 연수를 누르고 있었다. 1분 내로 감압하지 않으면 심장이 멈춘다.

“수술실까지 내려가는 데 엘리베이터로 최소 5분. 마취과 대기하고 기구 세팅하는 데 10분. 도합 15분이다.” 백현이 강민구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이 인간의 뇌는 2분 뒤에 완전히 녹아내려.”

“그, 그럼 어쩌자는 건가? 여기서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 징계위원 중 한 명이 침을 삼키며 물었다.

“여기서 연다.”

백현의 선언에 백한기가 마침내 제정신을 차린 듯 비명을 질렀다. “미쳤어? 하백현! 여기가 어디라고 머리를 열겠다는 거야! 무균실도 아닌 일반 회의실에서 개두술을 하겠다고? 살인죄를 덮어쓰고 싶어 환장했군!”

“비켜, 백한기.” 백현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백한기를 어깨로 밀쳐냈다. 그리고 강민구를 회의용 원목 테이블 위로 가차 없이 끌어올렸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강민구의 상체가 테이블 중앙에 눕혀졌다. 피가 테이블 모서리를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다.

백현은 자신의 하얀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붙였다. 그리고 거침없이 자신의 넥타이를 풀어 헤치고, 입고 있던 재킷을 벗어 던졌다.

“서 과장님.” 백현이 뒤를 돌아보았다. 심의실 뒷문 구석에서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서은우가 낡은 가죽 서류 가방을 꽉 쥔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이미 백현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예측하고 있었다. 서은우는 들고 온 응급 가방을 열어 멸균 수술포와 일회용 메스, 그리고 수동식 미세 천공기(Trephine)를 테이블 위에 쏟아 놓았다.

“미쳤어! 당장 저 미친놈을 끌어내!” 백한기가 소리치자 백강 병원의 경호원들이 주춤거리며 다가왔다.

“움직이지 마.” 백현이 피 묻은 메스를 들어 경호원들을 가리켰다. 그의 눈에 서린 살기에 건장한 사내들이 절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지금 이 환자의 목숨을 끊는 자가 누구인지, 저기 있는 카메라들이 전부 녹화하고 있다. 방해하는 순간,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공범으로 기소해 주지.”

기자들이 카메라 렌즈를 일제히 백한기와 경호원들에게 돌렸다. 백한기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물들었다.

백현은 망설임 없이 강민구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소독약도 없는 상황. 서은우가 비상용 포비돈 액을 강민구의 우측 관자놀이 부근에 들이부었다. 갈색 액체가 붉은 피와 섞여 흘러내렸다.

스윽.

백현의 메스가 강민구의 두피를 가르고 들어갔다. [경고: 오른손 척골 신경 전도도 저하 상태. 미세 제어 오차 발생 확률 14%.]

시야에 붉은색 경고등이 점멸했다. 손가락 끝이 굳어가는 느낌이 척수를 타고 올라왔다. 백현은 이빨을 악물었다. 인과율의 대가. 하지만 지금 물러서면 지분도, 복수도 없다.

‘시스템. 생명 포인트 연소.’

[10 포인트를 소모합니다.] [오른손 운동 신경 전도도를 180초 동안 100%로 강제 동기화합니다.]

순간, 시리던 손끝에 뜨거운 전류가 흐르며 감각이 돌아왔다. 백현의 손끝이 매섭도록 안정되었다.

그는 수동식 천공기를 잡았다. 현대의 전동 드릴이 아닌, 손으로 직접 돌려 두개골에 구멍을 내는 원시적인 도구였다. 힘 조절이 1mm만 어긋나도 뇌막을 뚫고 대뇌 피질을 으깨버릴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작업이었다.

카각. 카가각.

뼈가 갈리는 소리가 고요한 심의실 내부에 소름 끼치도록 울려 퍼졌다. 기자 한 명이 헛구역질을 하며 고개를 돌렸다. 하지만 백현의 눈은 오직 강민구의 두개골, 그리고 AR 시스템이 표시하는 황금색 안전 경로만을 쫓고 있었다.

[두개골 잔여 두께: 2.1mm…… 1.0mm…… 0.3mm.] [돌파 임박. 압력 조절 필요.]

백현이 손목의 힘을 미세하게 뺐다.

툭.

마침내 두개골에 작은 구멍이 뚫렸다. 그 순간, 구멍을 통해 갇혀 있던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백현의 얼굴과 와이셔츠 전면에 붉은 선혈이 튀었다.

“아아악!” 여성 위원 한 명이 비명을 지르며 주저앉았다.

하지만 백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준비해 둔 미세 카테터를 구멍 안으로 밀어 넣었다. 뇌척수액(CSF)과 혈종이 섞인 액체가 카테터를 타고 뿜어져 나오자, 강민구의 거친 호흡이 일순간 잦아들었다.

[뇌압: 45 mmHg -> 22 mmHg으로 급감.] [생존 확률: 1.2% -> 18.5%로 상승.]

가장 고비인 감압이 성공했다.

“말도 안 돼…….” 백강 병원의 신경외과 과장이 입을 벌린 채 중얼거렸다. 현미경도, 정밀 네비게이션 장비도 없이 오직 손 감각만으로 정확히 뇌실을 천공해 감압에 성공한 것이다. 그것도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

그러나 백한기는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듯 이를 갈았다. 하백현이 이대로 강민구를 살려내면, 오늘 준비한 징계위원회는 물론 백강 메디컬의 공신력 자체가 바닥으로 추락할 판이었다.

“멈춰!” 백한기가 품에서 서류 한 장을 꺼내 들며 소리쳤다. 그 옆에 서 있던 백강 측 대형 로펌의 변호사가 기다렸다는 듯 앞으로 나섰다.

“하백현 의사. 당신이 지금 사용하고 있는 그 미세 카테터와 뇌압 감압 유도 장치는 백강 메디컬 그룹이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는 독점 기술입니다. 오늘 오전 9시부로 서울중앙지법에서 당신과 정선 세라 병원에 대한 ‘특허권 침해 금지 가처분’이 인용되었습니다.”

변호사의 목소리가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따라서 당신은 백강의 기술이 적용된 그 어떤 도구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만일 집도를 강행할 경우, 특허법 위반 및 불법 의료 행위로 즉시 형사 고발될 것이며, 현행범으로 체포될 것입니다!”

백한기가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들었지, 하백현? 네놈이 자랑하는 그 잘난 손가락도 법 앞에서는 쓸모없는 쓰레기일 뿐이야. 당장 메스 내려놓고 내려와!”

수술실 내부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기자들의 카메라가 백현의 얼굴을 집중적으로 비추었다. 가처분 인용이라니. 수술 도구를 쓰지 못하게 막아 환자를 죽이겠다는, 백강다운 악랄하고도 합법적인 살인 방식이었다.

하지만 백현은 메스를 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백한기.” 백현이 나직하게 읊조렸다. “네년들이 그 특허를 어떻게 얻었는지 정말 모르는 모양이군.”

“뭐, 뭐라고?”

백현이 눈짓을 주자, 뒤에 서 있던 서은우 과장이 천천히 걸어 나왔다. 서은우의 손에는 해진 가죽 서류 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는 백강 병원 시절부터 자신의 심장과 혈관 원천 기기 특허 서류를 목숨처럼 보관해 온 인물이었다.

서은우가 가방의 지퍼를 열고 누렇게 바랜 서류 뭉치를 꺼냈다.

“그 특허의 원천 기술은 10년 전, 내가 백강 병원 연구소장으로 있을 때 독자 개발한 ‘미세 관류 카테터 설계도’다.” 서은우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단단했다. “당시 이사장 백강현은 내 연구 성과를 강탈하기 위해 나를 허위 징계로 내쫓고, 계약서를 위조해 특허를 백강 메디컬 명의로 무단 등록했지. 여기 기술 개발 일지와 백강현의 친필 서명이 담긴 원천 기술 양도 협약서 원본, 그리고 위조 증명서가 있다.”

백한기의 얼굴에서 순식간에 핏기가 가셨다. “그, 그딴 조작된 서류가 통할 것 같아? 이미 법적으로 등록된 특허야!”

“통하고 말고는 특허청과 여론이 판단하겠지.” 서은우의 뒤에서 세련된 정장 차림의 여성이 걸어 들어왔다. 큐어 캐피탈의 대표, 채유진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태블릿 화면을 기자들에게 들어 보였다.

“방금 전, 큐어 캐피탈의 법무팀이 서은우 과장님의 대리인 자격으로 특허청에 ‘백강 메디컬 특허 무효 심판’ 및 ‘특허권 처분 금지 가처분 이의 신청’을 접수했습니다. 동시에 이 위조 계약서 원본 파일은 주요 언론사와 금융감독원에 실시간으로 배포되었습니다.”

채유진이 차갑게 웃었다. “백강 메디컬이 자랑하던 뇌·심혈관 관련 원천 특허 14건이 전부 ‘도용 및 위조’로 밝혀지는 순간이군요. 이제 백강 메디컬은 전 세계 의료기기 시장에서 특허 소송 폭탄을 맞게 될 겁니다. 예상 손실액만 최소 수천억 원에 달하겠네요.”

“이, 이익……!” 백한기의 몸이 부르르 떨렸다.

기자들이 일제히 태블릿과 노트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속보가 터져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백강 메디컬, 원천 기술 무단 도용 의혹], [특허 무효 소송 제기].

징계위원회의 전세가 완전히 뒤집혔다. 자신들이 들이민 특허 침해 가처분이 오히려 백강 메디컬의 목을 죄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것이다.

“자, 이제 걸림돌은 사라진 것 같군.” 백현이 차갑게 말하며 다시 강민구의 뇌로 시선을 돌렸다.

[생존 확률: 25%] [출혈점: ACoA 분지 후방 1.2mm 지점 미세 혈관.]

“석션(Suction).” 백현이 명령했다.

어느새 백강 병원의 젊은 전공의 한 명이 백현의 압도적인 기세에 홀린 듯, 기구 가방에서 석션 팁을 꺼내 백현의 손에 쥐여 주었다.

“야! 너 뭐 하는 짓이야! 당장 안 놔?” 백한기가 소리쳤지만, 전공의는 백한기의 말을 듣지 못하는 사람처럼 멍하니 백현의 수술만을 바라보았다. 의사로서의 본능이 그를 움직이고 있었다. 이 지옥 같은 환경에서 펼쳐지는 신의 집도를 단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열망이었다.

백현의 손이 번개처럼 움직였다. 현미경도 없는 상태에서, 그의 손가락은 정확히 1.2mm 크기의 미세 동맥류 파열 부위를 찾아 들어갔다.

[경고: 잔여 강제 동기화 시간 40초.]

시간이 촉박했다. 척골 신경의 마비가 다시 찾아오기 전에 결찰(Clipping)을 끝내야 했다.

백현은 미세 결찰 겸자(Clip applier)를 잡았다. 그의 눈동자에 비친 황금색 가이드라인이 파열된 혈관의 목 부분을 정확히 가리켰다.

딸깍.

금속성 마찰음과 함께 미세 클립이 동맥류의 목을 완벽하게 물었다. 뿜어져 나오던 선혈이 거짓말처럼 멈추었다.

[결찰 성공.] [뇌내 활동성 출혈 제어 완료.] [생존 확률: 88% -> 95% -> 99.1%]

“어……?” 지켜보던 신경외과 과장의 입에서 헛바람 빠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현미경 없이…… 전교통동맥 결찰을 3분 만에 끝냈다고? 이게 가능한 일인가?”

그는 자신도 모르게 하백현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듯 주저앉았다. 의사로서 평생을 다 바쳐도 도달할 수 없는 경지를, 눈앞의 젊은 외과의가 회의실 테이블 위에서 증명해 보인 것이다.

뒤이어 백강 병원 측의 다른 의사들도 하나둘 홀린 듯 백현의 주위로 모여들었다. 그들의 눈에는 더 이상 백한기의 권력이나 백강 그룹의 위세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오직 생사를 지배하는 절대적인 신의 손길만이 보일 뿐이었다.

백한기는 사방이 차단된 채, 자신의 부하 의사들이 하백현의 발밑에 굴복하는 비참한 광경을 실시간으로 지켜보아야 했다. 그의 손에 쥐여진 면허 박탈 처분서는 이제 아무런 힘도 없는 종이 쪼가리에 불과했다.

“하백현…… 네놈이 감히…….” 백한기의 입술이 수치심과 분노로 뒤틀렸다.

백현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메스를 내려놓았다. 그의 얼굴과 몸은 온통 강민구의 피로 덮여 있었지만, 그의 눈빛만큼은 오만할 정도로 투명했다.

[퀘스트 완료: 강민구 구명 성공.] [생명 포인트 150P를 획득합니다.] [누적 생명 포인트: 240P] [오른손 척골 신경 전도도가 일시적으로 15% 복구됩니다.]

손가락 끝을 짓누르던 둔탁한 이물감이 썰물처럼 밀려 나갔다. 따뜻한 온기가 손끝을 채웠다. 성공이었다.

그때, 테이블 위에 누워 있던 강민구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음…… 으윽…….” 강민구의 목구멍에서 쉰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이내 천천히 눈을 떴다.

시야가 흐릿한 가운데,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피칠갑을 한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하백현의 냉혹한 얼굴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자신을 폐기물처럼 바라보던 백한기의 차가운 눈빛이 보였다.

강민구는 직감했다. 백강현과 백한기는 자신을 살릴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이대로 죽어 하백현에게 살인죄를 뒤집어씌우기를 바랐을 것이다. 자신을 살려낸 것은 오직 눈앞의 이 악마 같은 사내, 하백현뿐이었다.

강민구가 떨리는 손을 뻗어 백현의 피 묻은 소매를 움켜쥐었다. 그의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흘러내려 관자놀이의 포비돈 액과 섞였다.

“백…… 의사…….” 강민구의 목소리는 모기 소리처럼 작았지만, 고요해진 심의실 안의 모두에게 또렷하게 전달되었다.

“나를…… 살려줬군…….”

백현은 대답 없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여전히 온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냉혹한 계산기로 가득 차 있었다. 강민구는 그 눈빛의 의미를 잘 알고 있었다. 공짜 점심은 없다. 생명의 대가를 지불하라는 뜻이었다.

강민구는 이빨을 악물었다. 백강 가문에 대한 배신감과 살고 싶다는 집착이 그의 뇌리를 완전히 지배했다.

“백한기…… 저 빌어먹을 놈들에게…… 내 지분을 줄 바에야…….” 강민구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는 백현의 소매를 꽉 쥐며, 심의실에 모인 기자들과 위원들을 향해 선언하듯 소리쳤다.

“내 지분…… 그리고 내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배대 이사진 우호 세력의 지분 전부를…… 하백현 의사에게 양도하겠네! 상속 및 주식 위임장을…… 당장 작성하겠어!”

그 순간, 백한기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백강 메디컬 그룹의 경영권을 통째로 뒤흔들 수 있는 거대한 캐스팅보트가, 하백현의 손아귀로 넘어가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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