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관객 스탠드 높은 울타리 위에서 비웃는 미소로 두 손을 가볍게 치며 태성고의 취약 단절 부위를 쳐다보는 강희제와 승우의 눈빛이 스파크처럼 엇갈려 충돌했다. 네트 너머에서는 서태진의 거구가 허공을 가르며 내려찍는 스파이크가 승우의 두 손을 향해 내리꽂히고 있었다. 블로킹 벽을 무너뜨리는 것을 넘어, 승우의 어깨를 완전히 끝장내겠다는 듯한 악의가 담긴 다이렉트 킬이었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음과 함께 승우의 두 손바닥에 묵직한 질량이 얹혔다. 그리고 그 순간, 승우의 귓가에 뼈가 어긋나는 듯한 불길한 파열음이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

[경고: 어깨 관절막 마모율 1% 추가 상승.] [현재 누적 마모율: 28%] [경고: 부상 방지용 보호 장비 미착용 상태입니다. 마모율 가속 페널티가 3배로 적용됩니다!]

망막을 붉게 물들이는 시스템의 경고창이 사정없이 점멸했다. 1화에서 처음 시스템을 가동한 이래로 승우의 심장부를 가장 무겁게 압박해 오던 그 경고였다. 전생의 은퇴 원인이었던 어깨 파열의 환상통이 실시간으로 신경을 타고 올라와 척수를 짓눌렀다. 뇌가 타들어 가는 것 같은 과부하 속에서 승우는 이를 악물었다. 입술 사이로 비어져 나온 신음이 비명으로 바뀌기 직전, 승우는 자신의 감각을 억지로 0.1초의 궤적 속으로 밀어 넣었다.

공은 승우의 블로킹 손끝을 스치고 굴절되어 코트 뒤편 사각지대로 빠르게 떨어지고 있었다. 이대로 바닥에 닿으면 실점이다. 어깨의 통증 때문에 완벽한 블로킹 각도를 잡지 못한 대가였다.

"지한아! 세 걸음 뒤!"

승우가 비명을 지르듯 지시를 내뱉었다.

"허벅지 낮춰! 오른쪽 15도 각도, 바운드 각을 죽이지 마!"

태성고의 리베로 이지한은 승우의 목소리가 떨어짐과 동시에 몸을 던졌다. 승우의 독선적인 지시와 폭언 속에서도 묵묵히 등 뒤를 지켜내던 지한의 본능이 폭발했다. 지한은 슬라이딩하며 자신의 오른쪽 허벅지를 공의 예상 낙하 지점에 정확히 밀어 넣었다.

*퍽!*

공이 손이 아닌 지한의 단단한 허벅지 근육에 맞고 튀어 올랐다. 일반적인 디그라면 오버핸드나 언더핸드로 받아내야 했지만, 승우가 지시한 미세한 바운드 각도 조절 덕분에 공은 네트 중앙을 향해 높고 깨끗하게 포물선을 그렸다.

대진공고의 블로커들이 황급히 착지하며 수비 대형을 정비하려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코트 위의 독재자는 이미 다음 사냥감을 정조준하고 있었다.

"천다원."

승우의 목소리는 소름 끼칠 정도로 가라앉아 있었다. 어깨를 찢는 듯한 통증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C퀵이다. 네트에서 정확히 25센티미터 떨어진 공간. 도약 타점은 322센티미터다. 0.1초라도 늦으면 네 머리 위로 공이 지나갈 거다. 뛰어."

다원의 동공이 거칠게 흔들렸다. 승우의 손끝에서 떠나간 공은 물리 법칙을 거스르는 것처럼 낮고 빠르게, 일직선에 가까운 궤적으로 날아갔다. 공격수에게 선택의 여지 따위는 주지 않는 가혹한 볼 배급. 타협할 틈을 주지 않고 오직 득점만을 강요하는 '옥죄는 배급'이었다.

"이 미친 세터 자식이...!"

다원은 욕설을 뱉으면서도 본능적으로 몸을 솟구쳤다. 승우가 완벽하게 계산해 낸 궤적에 몸을 맞추지 않으면, 코트 위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 자체가 부정당할 것 같다는 공포가 그의 발목을 잡아끌었다.

그의 신체가 허공에서 한계치까지 늘어났다. 322센티미터. 승우가 제시한 바로 그 절대적인 타점에서 다원의 오른손바닥이 공을 포착했다.

*파아아앙-!!!*

네트 너머에서 블로킹을 시도하려던 서태진의 손끝을 스치지도 않은 채, 공은 대진공고의 코트 한가운데에 사정없이 꽂혔다. 선을 타고 흐르는 완벽한 터치아웃 경로였다.

*삐이이익-!*

주심의 휘슬 소리가 체육관의 무거운 정적을 깨뜨렸다.

세트 스코어 2대 1. 태성고등학교의 최종 승리였다.

관중석에서 짧은 침묵 끝에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전국 최하위 태성고의 반란이었다.

네트 너머에 서 있던 대진공고의 에이스 서태진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멍하니 승우를 바라보았다. 경기 내내 거친 야수처럼 포효하며 태성고의 블로커들을 비웃던 그의 오만한 얼굴은 온데간데없었다. 힘과 피지컬로 정교한 세터들을 짓밟겠다던 그의 호장한 다짐은, 승우가 설계한 0.1초의 좁은 틈새 속에서 무참히 으깨어졌다. 서태진의 눈빛은 사냥감을 앞둔 맹수의 그것에서, 거대한 철창에 갇혀 무력하게 떨고 있는 고양이의 눈빛으로 완전히 변해 있었다. 승우의 압도적인 실력 앞에 굴복한 패배자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하아, 하아……."

다원은 바닥에 착지해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손바닥에 남아 있는 찌릿한 타격감이 뇌수를 자극했다. 자신을 장기말처럼 부리는 승우의 태도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면서도, 이 완벽한 승리의 쾌감 앞에서는 몸서리가 처질 정도의 희열이 밀려왔다.

다원은 승우를 향해 다가가려다 멈칫했다.

승우의 오른쪽 어깨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유니폼 뒷자락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살갗에 달라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어깨에는 그 흔한 부상 방지용 보호대조차 감겨 있지 않았다.

'저 자식, 대체 뭘 숨기고 있는 거지?'

다원의 눈빛에 기묘한 집착과 경외감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매번 자신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독재자 같은 세터가, 정작 자신은 벼랑 끝에 선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그때 체육관 통로를 뚫고 전국 체전 메인 기자단과 카메라맨들이 코트 안으로 들이닥쳤다. 플래시 불빛이 승우의 얼굴을 사정없이 비추었다.

"백승우 선수! 오늘 보여준 그 놀라운 패스 웍은 대체 어떻게 구상하신 겁니까?" "배구계에서 '옥죄는 배급'이라는 신조어까지 돌고 있습니다. 고교 수준을 완전히 초월한 천재 세터의 탄생이라는 평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자들의 질문 공세가 쏟아지는 와중에, 태성고 배구부 감독 뒤로 정장을 입은 중년의 사내가 다가왔다. 대한배구협회 공식 스폰서십 담당자였다.

"백승우 선수, 대단한 경기였습니다. 여기 협회와 공식 후원사에서 제공하는 특별 보상입니다. 최첨단 나노 파이버로 제작된 관절 보호대와 미세 전류 근육 회복 장비 세트입니다. 예선 결승을 앞둔 백 선수의 어깨를 완벽하게 지지해 줄 겁니다."

승우는 덤덤한 표정으로 은색 케이스를 받아 들었다.

[보상 획득: 스폰서 장비 '나노 파이버 숄더 가드'가 가시화되었습니다.] [장착 시 어깨 마모율 가속 페널티(3배 적용)가 해제되며, 회복력이 15% 상승합니다.]

가시적인 물리적 보상이 눈앞에 주어졌다. 하지만 승우의 시선은 이미 그 장비들을 지나쳐, 관객석 높은 울타리 위에 머물러 있었다.

그곳에는 한울공고의 분석 세터 강희제가 여전히 서 있었다. 그의 손에는 소형 고화질 비디오 카메라가 들려 있었다. 강희제는 렌즈를 최대로 줌인하여 승우의 오른쪽 어깨 관절 움직임을 집요하게 클로즈업하고 있었다. 승우의 미세한 부상 징후를 데이터화하여 결승전에서 무너뜨리려는 전술적 수집 행동이었다.

승우는 비웃듯이 입꼬리를 올렸다.

그는 일부러 왼쪽 손을 들어 오른쪽 어깨가 아닌, 멀쩡한 왼쪽 목덜미와 승모근 부위를 가볍게 주무르며 인상을 찌푸렸다. 강희제의 수집 카메라를 향해 완벽한 역정보를 흘린 것이다. 강희제는 승우의 부상 부위가 왼쪽 어깨나 목 근처라고 오판하게 될 터였다.

그와 동시에 승우의 망막 위에 푸른빛의 시스템 UI가 강희제의 손끝을 향해 매핑을 시작했다.

[대상: 강희제 (한울공고 세터)] [전술적 습관 분석 중...] [분석 완료: 백토스 및 변칙 플레이 시, 오른손 검지 손가락의 반사 반응에 0.05초의 미세한 타점 딜레이가 발생함. 해당 타이밍에 검지 끝마디가 1.2밀리미터 바깥쪽으로 미세하게 튀는 습관 확인.]

승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찾았다.'

상대의 빈틈을 파고들어 철저하게 유린하는 분석가라 자부하던 강희제였다. 하지만 정작 자신의 가장 치명적인 마이크로 딜레이 법칙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승우는 그 0.05초의 틈새를 머릿속 데이터베이스에 깊숙이 각인시켰다. 결승전에서 강희제의 목줄을 쥘 완벽한 무기였다.

* * *

경기가 끝난 후 약 한 시간이 지났다. 관중들이 모두 빠져나간 체육관은 무덤처럼 고요했다.

승우는 홀로 어두컴컴한 락커룸 안으로 들어섰다. 불도 켜지 않은 채, 차가운 철제 캐비닛에 등을 기대고 주저앉았다. 진통 패치를 붙이기 위해 상의 유니폼을 벗어 던지자, 땀에 젖은 맨살 위로 차가운 공기가 닿았다.

어깨 관절 깊은 곳에서부터 욱신거리는 통증이 아니라, 아예 뼈 마디마디가 얼어붙는 듯한 기괴한 감각이 밀려왔다.

"하으윽……."

승우는 왼손으로 진통 패치의 비닐을 뜯어냈다. 그리고 평소처럼 오른손을 올려 어깨 뒤편에 패치를 붙이려 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았다.

승우의 시선이 천천히 자신의 오른팔로 향했다.

머리로는 분명 팔을 들어 올리라는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하지만 오른팔은 허벅지 위로 툭 떨어진 채, 마치 남의 살덩어리처럼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깨 관절 부위의 심각한 마비 증세였다. 한쪽 팔 전체가 아예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 흘러내리지 않았다.

어둠 속에서 승우의 거친 숨소리만이 락커룸의 적막을 찢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승우는 왼손으로 굳어 버린 오른발 손목을 붙잡아 들어 올렸다. 툭, 하고 힘없이 꺾이는 손목에는 온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전생에서 어깨가 완전히 파열되어 코트를 떠나야 했던 그 마지막 날의 감각이 온몸의 세포를 타고 되살아나고 있었다.

*스우우우우-*

망막 중앙으로 푸른빛의 스캔 라인이 거칠게 요동치며 경고 신호를 뿜어냈다.

[위험: 동력 전달계 신경 전도 속도 82% 저하.] [경고: 일시적 신경 차단(Temporary Nerve Block)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원인: 한계치를 초과한 뇌 과부하 및 보호 장비 미착용 상태에서의 반복적인 타격 충격.] [회복 잔여 시간: 14시간 22분 (해당 시간 동안 우측 상지 운동 기능이 90% 이상 제한됩니다.)]

"개같은…… 시스템 놈이……."

승우의 턱관절이 거칠게 맞물리며 이빨 갈리는 소리가 고요한 락커룸에 울려 퍼졌다. 14시간이다. 당장 내일부터 시작되는 전국 체전 본선 대비 합동 훈련에는 참가할 수 없다는 뜻이었다. 만약 감독이나 팀원들에게 이 상태를 들킨다면 메인 세터 자리는커녕 즉시 병원 신세를 져야 할 터였다.

그때, 락커룸의 철문이 끼이익 소리를 내며 조심스럽게 열렸다.

승우는 본능적으로 왼손을 뻗어 벗어 놓았던 유니폼을 낚아채 오른어깨 위로 덮었다. 어둠 속에서 드러난 실루엣은 태성고의 리베로, 이지한이었다.

지한은 불을 켜지 않았다. 그저 묵묵히 걸어 들어와 승우의 캐비닛 맞은편 벤치에 무거운 원형 가방을 내려놓았을 뿐이다. 가방 지퍼가 열리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정적을 깼다.

지한이 꺼내 든 것은 유독 두껍고 질긴 의료용 스포츠 테이프와 전용 가위였다. 그리고 그 밑바닥에서, 은박으로 밀봉된 작은 팩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승우가 통증을 숨기기 위해 가방 깊숙이 숨겨두었던 초고농도 소염진통제와 근육 이완제가 섞인 전용 수류(水流) 팩이었다.

"이걸 찾으려고 가방을 다 뒤진 건 아니다."

지한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은박 팩을 승우의 무릎 위에 툭 던져 놓았다.

"하지만 네 어깨 상태가 이 지경일 줄은 몰랐어. 아까 마지막 세트에서 공 올릴 때, 네 은밀한 타점 정렬이 평소보다 3센티미터나 낮아지더군. 서태진의 블로킹을 피하려고 낮춘 게 아니야. 어깨가 안 올라가서 억지로 밀어 넣은 거지?"

승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왼손으로 무릎 위의 은박 팩을 꽉 쥐었다.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그의 침묵을 대변했다.

지한은 한 걸음 더 다가와 승우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의 손에 들린 가위가 차가운 금속성 빛을 발했다.

"다원이는 네가 그저 괴물 같은 천재라서 그런 토스를 올리는 줄 알아. 하지만 난 보여. 네가 매번 공을 띄울 때마다, 등 뒤에서 얼마나 끔찍하게 뼈를 깎아내고 있는지."

"쓸데없는 참견이다, 이지한."

승우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난 내 도구를 완벽하게 부리기 위해 내 몸을 쓸 뿐이야. 네가 신경 쓸 영역이 아니지. 넌 그저 내가 지시하는 낙하지점에 몸을 던져 공을 띄우기만 하면 돼."

"그래, 난 네 도구지."

지한은 덤덤하게 대꾸하며 테이프를 길게 찢었다.

"하지만 쓸모 있는 도구가 되려면, 지휘봉을 잡은 마에스트로의 손가락이 부러지는 건 막아야 하잖아. 내일 아침 훈련 전까지 내가 이중 압박 테이핑으로 이 어깨 고정해 줄 테니까, 허튼짓 하지 말고 약이나 삼켜."

지한의 거친 손가락이 승우의 굳어 버린 오른어깨를 강하게 움켜쥐었다. 뼈와 근육의 경계를 정확히 짚어내는 리베로 특유의 정교한 손길이었다. 승우는 통증조차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 어깨에 테이프가 단단하게 감기는 감각을 묵묵히 받아들였다.

불신과 독선으로 가득 찬 코트 위의 지배자. 하지만 그 독재자의 등 뒤를 지키는 유일한 방패가 지한이라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었다.

"고맙다는 말은 기대하지 마라."

"바란 적 없다. 결승전에서 한울공고 강희제 그 새끼 대가리나 완벽하게 깨부숴 줘."

지한은 테이프를 강하게 잡아당겨 승우의 어깨 관절을 억지로 고정시켰다. 팽팽하게 죄어오는 압박감과 함께, 소실되었던 신경의 미세한 맥박이 아주 미약하게나마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바로 그 순간, 승우의 바지 주머니 속에서 스마트폰이 요란하게 진동했다.

승우는 왼손을 뻗어 액션을 확인했다. 발신인은 표시되지 않은 제한된 번호였다. 화면을 밀어 전화를 받자, 스피커 너머로 빗소리 같은 노이즈와 함께 극도로 차분하고 정돈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왼쪽 목덜미를 주무르는 버릇은 꽤 그럴듯하더군, 백승우."

강희제였다.

승우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수축했다. 아까 코트 위에서 흘렸던 역정보. 강희제가 그것을 비디오 분석 카메라로 지켜본 직후였다.

- "하지만 넌 하나만 알고 둘은 몰랐어. 네가 왼쪽 어깨를 보호하려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때마다, 네 오른쪽 축 발의 뒤꿈치가 미세하게 안쪽으로 꺾이더군. 진짜 부상당한 쪽의 하중을 분산시키려는 본능적인 보상 작용이지."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는 확신에 찬 잔인함이 묻어 있었다.

- "오른쪽 어깨더군. 그것도 꽤 심각한 수준의 관절막 손상이야. 결승전 메인 코트에서 네가 몇 세트나 버틸 수 있을지, 내가 아주 정밀하게 해체해 주지. 기대해라."

*뚝-*

통화가 끊겼다.

어두컴컴한 락커룸 안에 오직 스마트폰의 푸른 액션 광만이 승우의 일그러진 얼굴을 비추었다. 철저하게 준비했던 역정보가, 상대의 편집증적인 분석력 앞에서는 오히려 족쇄가 되어 돌아온 최악의 반전이었다.

승우의 이마에서 다시 한번 식은땀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경고: 숙적 '강희제'가 플레이어의 치명적 약점(우측 관절막 마비 상태)을 95% 확률로 확정했습니다.] [시나리오 난이도가 '극상(極上)'으로 강제 조정됩니다.] [결승전 돌입 시, 페널티 효과가 2배로 증폭됩니다.]

망막을 가득 채우는 붉은색 경고창의 빛 무리 속에서, 승우는 자신의 오른손 끝을 강하게 움켜쥐려 애썼다. 하지만 손가락은 여전히 차가운 대리석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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