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제실이 요동쳤다. 은빛 경보등이 회전했다. 날카로운 경보음이 울렸다. 벽면이 찢어지며 흔들렸다. 추격조가 위에서 쏟아졌다. 그들의 눈은 붉었다. 살기가 공간을 채웠다. 두식이 비명을 질렀다. 그가 바닥을 기었다. 아린은 권총을 꽉 쥐었다. 그녀의 손끝이 떨렸다. 태식은 도끼를 들어 올렸다. 청지기에게서 빼앗은 무기다. 묵직한 쇠 냄새가 났다. 날 끝에 핏방울이 맺혔다. 위쪽 철판이 뜯겨 나갔다. 도맹의 사냥개들이 보였다. 그들의 손에 칼이 들렸다. 쇠사슬이 사방에서 감겼다. 탈출구는 아래뿐이었다. 하강 속도가 빨라졌다. 바람이 귓가를 때렸다. 추격조가 벽을 타고 내렸다. 그들의 움직임은 빨랐다. 태식의 눈이 가라앉았다. 그는 도끼 자루를 잡았다. 가슴의 상처가 욱신거렸다. 장부가 피를 원했다. 기억이 조금씩 흐려졌다. 태식은 호흡을 멈췄다. 눈앞의 적을 노려봤다. 도맹의 무리가 착지했다. 쇠파이프가 바닥을 긁었다. 끼이익 소리가 고막을 찔렀다. 그들이 이빨을 드러냈다. 살육의 준비가 끝났다.
적들이 소리를 질렀다. 그들의 목소리가 겹쳤다. "놈을 죽여라." "거울을 회수해라." 태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몸을 낮췄다. 첫 번째 적이 도약했다. 그의 칼날이 허공을 갈랐다. 태식은 옆으로 피했다. 도끼날이 적의 옆구리를 쳤다. 둔탁한 파열음이 났다.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였다. 적이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태식은 멈추지 않았다. 두 번째 적의 목을 겨눴다. 도끼가 사선으로 그어졌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았다. 바닥이 피로 물들었다. 두식이 머리를 감싸 쥐었다. "살려 주세요." 그의 울부짖음은 묻혔다. 아린이 총을 발사했다. 탕. 탕. 탄환이 적의 어깨에 박혔다. 체구가 큰 적이 밀려났다. 태식은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앞으로 돌진했다. 어깨로 적의 가슴을 받았다. 적의 몸이 뒤로 날아갔다. 난간 너머로 추락했다. 어둠 속으로 비명이 사라졌다. 하지만 적들은 계속 왔다. 통로 입구에 가득했다. 수십 명의 발소리가 울렸다. 바위가 무너지는 소리였다. 그들이 통로를 메웠다. 포위망이 좁혀졌다. 태식의 숨이 가빠졌다. 상처에서 피가 계속 흘렀다. 힘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그는 도끼를 바라봤다. 마도의 기운이 서려 있었다. 장부의 권능을 이식한다. 태식이 손가락을 깨물었다. 피를 도끼날에 발랐다. 장부가 붉게 반응했다. 뇌리에 통증이 몰아쳤다. 도끼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붉은 광포한 빛이 감돌았다. 터질 듯한 압력이 모였다. 태식은 도끼를 조준했다. 인접 환승 통로의 천장이다. 그곳에 균열이 있었다. 그는 온 힘을 모았다. 어깨 근육이 비틀렸다. 태식이 도끼를 던졌다. 붉은 궤적이 허공을 뚫었다. 도끼가 천장에 박혔다. 쿠구구궁. 폭발이 일어났다. 붉은 화염이 솟구쳤다. 고열의 폭풍이 휘몰아쳤다. 환승 통로가 무너졌다. 거대한 콘크리트가 떨어졌다. 적들의 비명이 묻혔다. 돌더미가 입구를 막았다. 완벽한 봉쇄였다. 먼지 구름이 피어올랐다. 사방이 고요해졌다. 적들의 추격이 끊겼다. 태식은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의 손이 잘게 떨렸다.
태식의 가슴이 들썩였다. 상처가 심각했다. 검은 피가 멈추지 않았다. 바닥에 웅덩이가 생겼다. 아린이 다급히 다가왔다. "지혈해야 해요." 그녀가 옷자락을 찢었다. 태식은 그녀의 손을 밀쳤다. 이걸로는 막을 수 없다. 장부를 펼쳐야 했다. 그는 품에서 가죽 책을 꺼냈다. 심연의 결산 장부다. 책장이 스스로 넘어갔다. 피 묻은 페이지가 멈췄다. 출혈 복구의 권능이다. 대가는 가혹했다. 인간의 기억이 소실된다. 태식은 눈을 감았다. 그는 권능을 실행했다. 뇌 속이 뜨거워졌다. 무언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다. 머릿속에서 영상이 떴다. 작은 아이의 모습이었다. 노란 원복을 입은 예린이다. 아이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예린이가 유치원에 가던 날이다. 그날의 날씨는 따뜻했다. 바람에서 꽃향기가 났다. 아이가 노래를 불렀다. 가장 맑은 동요 선율이었다. 그 선율이 귓가에 맴돌았다. 태식은 기억을 붙잡았다. 손가락을 뻗으려 했다. 하지만 바람에 날려갔다. 선율이 뚝 끊겼다. 멜로디가 조각나 사라졌다.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아이가 무슨 노래를 불렀지. 태식은 기억하려 애썼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눈에서 눈물이 한 방울 흘렀다. 그것은 슬픔이 아니었다. 뇌가 파괴되는 물리적 통증이다. 노래는 영원히 유실되었다. 가슴의 상처가 아물기 시작했다. 살점이 돋아나고 피가 멎었다. 육체는 회복되었다. 하지만 영혼은 더 가벼워졌다. 태식은 눈을 떴다. 그의 눈동자는 탁했다. 초점이 흐릿하고 차가웠다. 아린이 그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침을 삼켰다. 태식의 변화를 느낀 것이다. "아저씨?" 아린의 목소리가 떨렸다. 태식은 그녀를 보지 않았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가벼워졌다. 하지만 머릿속은 텅 비었다. 예린의 노랫소리가 없다. 기억의 방 하나가 잠겼다. 다시는 열리지 않을 방이다. 태식은 입술을 깨물었다. 피 맛이 났다. 그는 가죽 장갑을 꼈다. "가야 한다." 그의 목소리는 기계 같았다. 인간의 온기가 없었다.
아린이 태식의 앞을 막았다. 그녀의 눈에 걱정이 서렸다.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예요?" 태식은 그녀를 밀쳐냈다. 그의 시선은 정면을 향했다. "살아남으려면 치러야 한다." "기억을 버린 거예요?" 아린이 소리쳤다. 태식은 걸음을 멈췄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의 눈빛은 얼음 같았다. 아린은 소름이 돋았다. 태식의 안에는 괴물이 있었다. 인간 강태식은 죽어가고 있었다. "내 이성은 얇아지고 있다." 태식이 낮게 말했다. "어느 순간 멈출지 모른다." 아린은 숨을 죽였다. 태식의 말이 경고로 들렸다. "내가 너를 알아보지 못하면." 태식이 그녀의 권총을 가리켰다. "망설이지 말고 쏴라." 아린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녀는 아무 말도 못 했다. 두식은 뒤에서 눈치만 보았다. 그는 태식의 기세에 눌렸다. "진짜 미친놈이군." 두식이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태식은 다시 걸었다. 그의 발소리가 울렸다. 터널 안은 어두웠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툭. 툭. 물소리가 규칙적이었다. 마치 심장 박동 같았다. 태식은 손전등을 켰다. 빛이 어둠을 갈랐다. 바닥에 쥐들이 기어 다녔다. 벽면에는 이끼가 가득했다. 유황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귀의 후각이 작동했다. 주변에 괴물이 다가오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이다. 태식은 소지품을 점검했다. 자동권총의 탄창을 확인했다. 남은 탄환은 얼마 없다. 채무 거울은 주머니에 있었다. 거울의 표면이 차가웠다. 그것은 영혼을 저당 잡는다. 마태환의 생명 장치다. 이것을 써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 태식은 주먹을 쥐었다.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감정은 사라졌어도 목적은 남았다. 예린을 구해야 한다. 그것이 유일한 이정표였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소음이다. 태식은 소음을 지웠다. 머릿속을 단순하게 만들었다. 오직 사냥뿐이다.
그들은 계속 전진했다. 길은 점점 좁아졌다. 사방이 콘크리트 벽이었다. 공기가 탁해졌다. 숨을 쉴 때마다 가슴이 답답했다. 두식이 헐떡거렸다. "여기 진짜 막다른 길 아닙니까?" 태식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벽면을 살폈다. 손전등 빛이 벽을 훑었다. 먼지와 이끼뿐이었다. 앞에는 거대한 장벽이 있었다. 더는 갈 곳이 없었다. 외길의 끝이었다. 뒤에서는 적들이 올 것이다. 포위당하면 끝장이다. 아린이 벽에 기댔다. 그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정말 끝인가 봐요." 태식은 벽으로 다가갔다. 그는 손으로 이끼를 긁어냈다. 벽면의 감촉이 달랐다. 미세한 틈이 느껴졌다. 그는 손전등을 가까이 댔다. 이끼 뒤에 무언가 있었다. 긁힌 자국이었다. 단순한 흠집이 아니었다. 특정한 형태를 띠고 있었다. 삼각형과 세 개의 선이다. 아린이 그 표시를 보았다.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녀는 손으로 입을 막았다. "이건..." 그녀가 벽으로 다가왔다. 손가락으로 기호를 더듬었다. "우리 오빠 기호예요." 아린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녀의 오빠는 실종된 기사였다. 그가 남긴 비밀 표시였다. "오빠가 여기 있었어요." 아린이 품을 뒤적였다. 그녀가 무언가를 꺼냈다. 마그네틱 보안 카드였다. 특수 규격의 카드였다. 오빠가 남긴 유품이다. 태식이 벽면의 아래를 보았다. 작은 철판이 덮여 있었다. 그가 철판을 발로 찼다. 철판이 떨어져 나갔다. 그 뒤에 카드 인식기가 있었다. 붉은 등은 꺼져 있었다. 하지만 장치가 존재했다. 아린이 카드를 쥐었다. 그녀의 손이 사정없이 떨렸다. "이걸 넣으면 열릴까요?" 태식은 그녀를 보았다. 그의 눈빛이 지시했다. 시간이 없었다. 뒤쪽 터널에서 소리가 들렸다. 쇠사슬이 긁히는 소리였다. 검은 철마의 울음소리가 가까워졌다. 추격조가 벽을 부수고 있었다. 쿠웅. 쿠웅. 벽이 진동했다. 두식이 비명을 질렀다. "빨리 열어 봐요." 아린이 카드를 인식기에 넣었다. 카드가 부드럽게 들어갔다. 철컥. 기계음이 들렸다. 인식기의 불빛이 변했다. 붉은색에서 녹색으로 바뀌었다. 위이잉. 작동음이 통로에 퍼졌다. 장벽의 일부분이 흔들렸다. 거대한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안쪽은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유황 냄새가 진하게 풍겼다. 그곳은 지옥의 입구 같았다. 태식은 권총을 겨눴다. 그는 먼저 어둠 속으로 발을 내딛었다. 그의 발밑에서 뼈가 밟혔다. 바스락 소리가 울렸다. 문이 다시 닫히기 시작했다. 뒤쪽에서 폭발음이 들렸다. 추격조가 벽을 뚫은 것이다. "뛰어라." 태식이 소리쳤다. 그들은 어둠 속으로 몸을 던졌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닫혔다. 빛이 완전히 차단되었다. 그 비좁은 어둠 속에서. 태식의 손전등 빛이 흔들렸다. 바닥에 붉은 글씨가 적혀 있었다. 피로 쓴 글씨였다. 태식은 그 글씨를 읽었다. 눈동자가 강하게 수축했다. 그곳에 적힌 이름은 하나였다. 예린. 딸의 이름이었다. 글씨 옆에는 작은 핏자국이 있었다. 아직 마르지 않은 피였다. 태식은 제자리에 멈춰 섰다. 그의 심장이 거칠게 뛰었다. 딸이 바로 근처에 있었다. 그때 어둠 속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마태환의 웃음소리였다. 무전기가 아닌 실제 목소리였다. "드디어 왔구나." 목소리는 머리 위에서 들렸다. 태식은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그곳에 무언가 매달려 있었다. 거대한 거미줄 같은 사슬이었다. 사슬 끝에 사람의 형체가 보였다. 그 형체는 움직이지 않았다. 태식은 손전등 빛을 고정했다. 그의 숨이 멎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