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X년 10월 15일 00시 10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신성요양원 3층 격리병동]
철문이 떨린다.
격벽 전체가 울린다.
귀를 찢는 주파수다.
고온의 소음이 쏟아진다.
소리는 주파수를 높인다.
가청 한계를 넘어선다.
고막이 팽창한다.
태오의 귀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내린다.
차가운 액체다.
뺨을 타고 흐른다.
태오는 닦지 않는다.
손끝은 이미 하얗게 마비되었다.
감각이 소실되고 있다.
혀끝에서는 쇠 맛만 난다.
피의 맛이다.
다른 맛은 없다.
오직 구리 냄새뿐이다.
진수가 귀를 틀어막는다.
그가 바닥을 구른다.
"으아아악!"
진수의 비명이 묻힌다.
주파수는 뇌막을 흔든다.
연희는 모니터를 잡고 쓰러진다.
그녀의 손가락끝이 굳어간다.
소음은 벽을 타고 돈다.
콘크리트 미립자가 떨린다.
태오는 눈을 감는다.
소리의 파동을 읽는다.
진동의 간격은 일정하다.
0.02초의 균열이다.
태오는 주머니로 손을 뻗는다.
손끝이 무디다.
물건이 잡힌다.
금이 간 태엽식 회중시계다.
여동생 채영의 유품이다.
태오는 시계를 꺼낸다.
시계의 유리면은 깨져 있다.
바늘은 멈춰 있다.
하지만 내부 톱니는 돈다.
태엽의 장력이 살아 있다.
태오는 귀에 시계를 댔다.
째깍. 째깍.
기계식 마찰음이 울린다.
이명 속으로 파고든다.
차가운 금속의 소리다.
태오는 눈을 떴다.
시계의 마찰 주기를 느낀다.
일정한 마찰음이다.
이것은 기준추가 된다.
외부의 주파수를 거른다.
태오의 뇌가 계산을 시작한다.
소음의 파장을 지운다.
시계의 아날로그 진동이 소음을 상쇄하는 필터가 된다.
태오의 머릿속이 맑아진다.
소음이 뒤로 물러난다.
그때 스피커가 지직거린다.
기계음이 섞인다.
윤성의 목소리다.
목소리는 찢어져 있다.
가래가 끓는 듯하다.
"살아 있군, 사냥개들."
윤성이 웃는다.
쇳소리가 스피커를 통과한다.
"재미있는 놀이를 하자."
태오는 침묵한다.
진수가 간신히 몸을 일으킨다.
그의 이마에 핏대가 선다.
"강윤성, 이 개새끼야!"
진수가 소리친다.
윤성의 웃음소리가 이어진다.
"302호 격리실을 봐라."
태오의 시선이 움직인다.
강화유리 너머의 방이다.
302호실 내부가 보인다.
의자가 놓여 있다.
강철로 만든 의자다.
그 위에 사내가 묶여 있다.
요양원장이다.
그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 있다.
눈은 공포로 뒤집혀 있다.
원장의 몸이 떨린다.
윤성이 말을 잇는다.
"그 의자는 저울이다."
스피커에서 침이 튀는 소리가 난다.
"302호 안의 의자 무게가 1그램이라도 변하면 격실 천장 스프링클러에서 염산이 분사된다."
태오는 천장을 본다.
노즐이 돌출되어 있다.
황동색 노즐이다.
배관은 부식되어 있다.
염산의 산도가 느껴진다.
공기가 시큼하다.
"1그램이다."
윤성이 속삭인다.
"단 1그램의 오차도 죽음이다. 원장의 몸무게는 고정되어 있지 않지. 인간은 살아 있는 기계니까."
통화가 끊긴다.
스피커가 침묵한다.
방안에는 정적만 남는다.
이명은 멈추지 않았다.
귀에서 흐른 피가 옷깃을 적신다.
진수가 벽을 짚는다.
그의 손가락이 떨린다.
그는 주머니에서 은도금 라이터를 꺼낸다.
습관적인 행동이다.
라이터의 은색 표면이 빛을 반사한다.
차가운 금속광이다.
태오는 그 반사광을 본다.
빛은 302호 바닥으로 향한다.
바닥의 구조가 보인다.
지면 계측 압력 장치다.
사방 2미터의 강철판이다.
판 밑에는 네 개의 센서가 있다.
압전 소자 센서다.
무게를 전기 신호로 바꾼다.
태오는 뇌세포를 쥐어짜낸다.
동일시 시뮬레이션이다.
머릿속에서 회로가 그려진다.
전두엽이 찌르는 듯 아프다.
기억의 한 조각이 또 바스러진다.
초등학교 운동장의 풍경이 사라진다.
지워진 자리에 숫자가 들어찬다.
원장의 몸무게는 약 74킬로그램.
의자의 무게는 45킬로그램.
합계 119킬로그램이다.
압력 센서는 이 수치를 기억한다.
하지만 변수가 존재한다.
원장은 살아 있다.
그는 공포에 질려 있다.
피부에서 땀이 배어 나온다.
땀은 증발한다.
체온은 상승하고 있다.
땀의 증발 속도는 분당 0.8그램.
원장의 호흡에 따른 수분 손실은 분당 0.2그램.
방광의 수축이 보인다.
원장의 바지가 젖어간다.
오줌이 바닥으로 흐른다.
오줌은 강철판 밖으로 흘러나간다.
무게의 손실이다.
기하학적 연산이 머릿속에서 요동친다.
수치가 줄어들고 있다.
119,000그램.
118,999.2그램.
118,998.5그램.
오차가 발생한다.
스프링클러의 밸브가 미세하게 떨린다.
염산이 배관을 타고 내려온다.
동파이프가 팽창하는 소리가 들린다.
툭, 툭.
신호음이 울리기 시작한다.
경고등이 황색으로 변한다.
시간이 없다.
3분 안에 무게를 보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염산이 쏟아진다.
원장의 얼굴이 녹아내릴 것이다.
태오는 주위를 둘러본다.
격실 벽면을 관찰한다.
파이프라인이 얽혀 있다.
보조 탈수 파이프다.
요양원의 오수를 배출하는 관이다.
태오는 계산을 수정한다.
탈수관 내부의 유량.
그 유량의 압력을 이용해야 한다.
수평 압력을 가해 센서를 속여야 한다.
"진수 형사."
태오의 목소리는 낮다.
기계처럼 차갑다.
진수가 태오를 돌아본다.
그의 눈에 핏발이 서 있다.
"방법이 있어? 말해, 태오야!"
"벽면의 탈수 파이프를 뜯어내야 합니다."
태오는 손가락으로 벽을 가리켰다.
마비된 손가락이 뻣뻣하다.
"탈수관의 밸브 몸체가 필요합니다. 그것으로 수평 압력을 가해야 합니다."
진수는 망설이지 않는다.
그는 탈수관으로 뛰어간다.
철제 파이프는 벽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다.
진수가 이를 악문다.
그의 어깨 근육이 솟구친다.
"으으윽!"
진수가 파이프를 붙잡고 몸을 던진다.
그의 은도금 라이터가 바닥에 떨어진다.
라이터가 불빛을 반사하며 구른다.
태오는 라이터를 보지 않는다.
오직 파이프의 이음매만 주시한다.
진수의 손에서 피가 터진다.
쇠붙이가 삐걱거린다.
고정 볼트가 뽑혀 나간다.
쾅!
파이프 배출관이 뜯겨 나온다.
오수가 뿜어져 나온다.
악취가 격실을 채운다.
태오는 냄새를 느끼지 못한다.
후각도 이미 마비되어 가고 있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직 기하학적 수치만 존재한다.
"파이프 끝의 밸브를 잡으십시오."
태오가 지시한다.
진수가 오수를 뒤집어쓴 채 밸브를 쥔다.
그의 손이 미끄러진다.
"그다음은 어떡해!"
진수가 소리친다.
"기다리십시오."
태오는 회중시계를 쥔다.
째깍. 째깍.
톱니의 마찰음이 고동친다.
시간의 흐름이 느려진다.
염산 장치의 수평 압력계 지침이 적색 경계선에 닿기 직전이다.
남은 무게 허용치는 0.3그램.
원장의 이마에서 땀방울이 떨어진다.
바닥의 강철판을 벗어난다.
수치가 경계선을 넘는다.
경고음이 비명처럼 울린다.
천장의 스프링클러에서 염산 한 방울이 떨어진다.
치이익.
원장의 어깨 가죽에 닿아 연기가 피어오른다.
원장이 비명을 지르려 하지만 재갈에 막힌다.
태오의 눈동자가 고정된다.
시간의 톱니가 맞물린다.
"지금입니다."
태오가 속삭인다.
"12초 뒤에 밸브 몸체를 왼쪽으로 가볍게 가압하십시오."
진수가 밸브를 잡고 힘을 조절한다.
그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태오가 숫자를 센다.
"하나."
"둘."
"셋."
진수의 몸이 긴장으로 굳는다.
"넷."
"다섯."
연희가 숨을 죽인다.
그녀의 손가락이 모니터 모서리를 파고든다.
"여섯."
"일곱."
"여덟."
태오의 목소리에는 높낮이가 없다.
마치 죽은 자의 독백 같다.
"아홉."
"열."
"열하나."
"지금."
진수가 밸브 몸체를 왼쪽으로 밀었다.
그의 체중이 파이프를 통해 지면 계측 장치의 측면 지지대로 전달된다.
서서히 가해지는 물리적 압력.
그 압력의 크기는 정확히 1.25킬로그램중.
센서에 가해지는 수평 분력이 수직 중량의 손실을 메운다.
치이이이이익ㅡ.
배관 속의 압력이 빠져나가는 소리가 난다.
경고등이 황색에서 녹색으로 돌아온다.
스프링클러의 밸브가 잠긴다.
염산의 흐름이 멈춘다.
정적이 다시 방을 지배한다.
진수가 파이프를 붙잡은 채 주저앉는다.
그의 호흡이 거칠다.
"하아, 하아……."
그의 이마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진다.
태오는 시계를 주머니에 넣는다.
손끝의 감각은 완전히 사라졌다.
이제 양손은 얼음처럼 차갑다.
뇌의 통증이 가라앉는다.
하지만 머릿속의 방 하나가 더 폐쇄되었다.
여동생의 목소리가 흐릿해진다.
그녀의 얼굴을 그리려 했지만, 하얀 안개만 나타난다.
태오는 감정을 느끼지 않는다.
슬픔도, 두려움도 없다.
오직 기계적인 평온함뿐이다.
그는 원장을 바라본다.
원장은 여전히 의자에 묶여 있다.
그의 눈에 담긴 공포는 변하지 않았다.
진수가 바닥의 라이터를 줍는다.
그는 라이터를 손가락으로 튕긴다.
탁.
불꽃이 피어오른다.
그의 얼굴이 불빛에 잠시 드러난다.
"해냈어……."
진수가 나직하게 말한다.
"태오 네가 살렸어."
태오는 대답하지 않는다.
그는 살린 것이 아니다.
그저 규칙의 틈새를 메웠을 뿐이다.
그것은 구원이 아니다.
연산의 결과일 뿐이다.
연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장치의 압력이 안정되었습니다. 통제선이 확보되었어요."
그녀의 목소리가 떨린다.
태오는 302호의 문을 본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윤성의 게임은 이제 시작이다.
그때였다.
격실의 천장 램프가 급작스럽게 명멸한다.
탁, 탁, 탁.
불빛이 흐려진다.
주황색 비상등만 남고 모든 전등이 꺼진다.
어둠이 방을 덮친다.
타는 냄새가 난다.
배전반이 합선되는 소리다.
지직, 지지직.
발밑의 진동이 느껴진다.
복도 저편에서 소리가 들려온다.
바퀴가 구르는 소리다.
드르륵. 드르륵.
철제 바퀴가 콘크리트 바닥을 긁는 소리다.
규칙적이지 않다.
비틀거리며 굴러오는 소리다.
태오는 어둠 속을 응시한다.
그의 동공이 확장된다.
약제실 복도 저 끝이다.
어둠 속에서 무언가 움직인다.
그것은 거대하다.
형체를 알 수 없다.
소리가 가까워진다.
드르륵. 슥. 드르륵.
휠체어다.
하지만 정상적인 휠체어가 아니다.
누군가 그것을 거꾸로 밀고 있다.
뒤집힌 채로 바닥을 기어 오고 있다.
그 뒤에서 기어 오는 거대한 그림자가 보인다.
인간의 움직임이 아니다.
네 발로 걷는 짐승의 궤적이다.
그림자가 벽을 타고 흐른다.
진수가 라이터를 켠다.
작은 불꽃이 어둠을 가른다.
불빛이 흔들린다.
그림자의 정체가 서서히 드러난다.
태오의 눈동자가 굳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