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오야.
나직한 음성이었다. 온화했다. 동시에 소름 끼칠 정도로 정돈되어 있었다. 차량 내부에 기계음이 퍼졌다. 임시 지휘 차량 내부의 모든 공기가 응축되었다. 차진수 형사의 거친 숨소리가 멎었다. 서연희 분석관의 손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 네가 잃어버린 그 아이의 눈동자는... 아주 아름다운 깊은 밤의 색이었단다. 기억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오너라. 네 유산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
칙, 하는 파열음과 함께 파일이 종료되었다. 모니터의 붉은 광원만이 태오의 얼굴을 비추었다. 그의 손가락 끝은 하얗게 탈색되어 있었다. 윤성의 피가 묻은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태오는 입을 다물었다. 혀끝에서 지독한 구리 맛이 감돌았다. 피 맛이었다. 미각은 이미 오래전에 기능을 잃었다. 어떤 음식을 삼켜도 쇠붙이를 씹는 감각뿐이었다. 이제는 청각마저 흐려지고 있었다. 이명이 고막을 날카롭게 긁었다. 태오는 눈가를 쓸어내렸다. 눈꺼풀 안쪽으로 붉은 잔상이 명멸했다. "태오 씨." 연희의 목소리가 깨진 유리 조각처럼 들렸다. 그녀의 손이 태오의 어깨를 조심스럽게 짚었다. 체온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체 감각의 마비가 전신으로 번지고 있었다. 태오는 서류를 덮었다. 바스락거리는 종이 소리가 가늘게 울렸다. "출발하지." 그의 목소리는 건조했다. 기계의 마찰음 같았다. 진수가 라이터를 주머니에 넣으며 턱을 굳혔다. 금속 라이터가 깡, 하며 가벼운 소리를 냈다. "가자. 끝장을 내야지."
***
[202X년 10월 18일 02시 15분, 서안 화학공장 지하 1층 격납수조 입구]
사흘이 흘렀다. 공기는 섭씨 4도까지 떨어져 있었다. 폐공장의 지하 수로는 습기로 가득했다. 벽면을 타고 흐르는 지하수가 썩은 냄새를 풍겼. 기분 나쁜 악취가 코를 찔렀다. 태오는 손가락을 굽혀 쥐었다. 감각이 둔했다. 가죽 장갑을 낀 것처럼 손끝이 무거웠다. 진수가 어둠 속에서 낮게 속삭였다. "여기서부터는 통신이 두절된다. 무전기도 먹통이야." 연희가 소형 태블릿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전파 차단 장치가 작동 중이에요. 외부 지원은 기대할 수 없어요." 세 사람은 어둠 속을 걸었다. 발밑에서 진흙이 찌걱거리며 밟혔다. 이윽고 거대한 녹슨 철문이 앞을 가로막았다. 철문 중앙에 아크릴 판이 부착되어 있었다. 그 위에는 정갈한 서체로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었다. 카론의 지침서였다. 진수가 랜턴 빛을 비추려 했다. 태오가 그의 손목을 잡았다. 힘을 주어 내리눌렀다. "빛은 안 돼." 태오의 음성이 차갑게 내려앉았다. 그는 주머니에서 은도금 라이터를 꺼내는 진수를 제지했다. 진수가 손가락으로 라이터를 튕기려다 멈췄다. "갑자기 왜 그래?" 태오의 시선이 아크릴 판으로 향했다. 어둠에 적응한 눈으로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진정한 계승자는 빛을 거두고 통로를 조용히 기어가야 한다.]
단 한 줄의 문장이었다. 태오는 미동도 없이 서 있었다. 머릿속에서 톱니바퀴가 돌기 시작했다. 이명이 심해졌다. 삐- 하는 고주파음이 뇌를 찔렀다. 그 고통 속에서 기억의 파편이 솟구쳤다. 신성요양원의 낡은 벽면. 그곳에 붙어 있던 모순적인 규칙 조항. '요양원의 모든 감시 장치는 원장의 눈이며, 원장은 태생적으로 맹인이다.' 맹인. 태오의 눈동자가 깊게 가라앉았다. 눈이 보이지 않는 원장. 그가 사용하는 감시 장치. 그것은 렌즈를 통한 시각적 감시가 아니다. "카메라는 없어." 태오가 나직하게 말했다. 진수가 미간을 찌푸렸다. "카메라가 없다고? 그럼 어떻게 우릴 감시하지?" "온도다." 태오의 손가락이 아크릴 판을 가리켰다. "이산화탄소 열감지 센서야." 연희가 숨을 들이켰다. 그녀가 태블릿의 백라이트를 가장 낮게 조절했다. "열감지 격자망 시스템... 침입자의 체온과 호흡을 감지하는 장치군요." "그렇다." 태오는 확신했다. 인간의 체온은 36.5도다. 지하 수조의 온도는 4도에 불과하다. 움직이는 열덩어리는 가장 확실한 표적이 된다. 빛을 비추는 순간, 광원의 열까지 더해진다. 경보 장치가 작동할 것이다. 그리고 징벌 프로토콜이 가동된다. "기어가라는 건 무슨 뜻이지?" 진수가 물었다. "센서의 사각지대다." 태오가 설명했다. "열감지기는 주로 지상 1.2미터 높이에 집중되어 있어. 바닥 밀착 상태라면 감지 면적이 최소화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호흡 시 배출되는 따뜻한 이산화탄소는 위로 솟구친다. 그 기류가 센서를 자극할 것이다. 태오는 주머니에서 여동생의 유품을 꺼냈다. 금이 간 태엽식 회중시계였다. 그는 시계를 귀에 가져다 댔다.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청각 마비가 심각했다. 그는 시계 본체를 뺨에 밀착시켰다. 피부를 통해 미세한 진동이 전해졌다. 째깍. 째깍. 째깍. 일정한 기계적 마찰음이었다. 태오는 진동의 주기를 세었다. 동시에 벽면의 미세한 기계음을 감지하려 애썼다. 뺨 끝에 닿는 시계의 미세한 떨림 속에서, 다른 리듬이 섞여 들었다. 윙, 하는 미세한 소전류의 흐름. 8초. 센서가 전체 공간을 스캔하는 주기였다. 8초마다 열감지 격자망이 통로를 훑고 지나간다. "8초의 여유가 있다." 태오가 시계를 주머니에 넣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8초 작동 후, 2초간의 재부팅 공백이 존재해." "그 2초 동안만 움직여야 한다는 건가?" 진수의 질문에 태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체온을 낮춰야 한다." 태오는 가방에서 가스 전정 냉각 스프레이를 꺼냈다. 현장 감식용으로 챙겨온 빙결제였다. "이걸 몸에 뿌려라." 진수가 황당하다는 표정으로 태오를 보았다. "미쳤어? 이 날씨에 냉각 스프레이를 뿌리라고?" "체온을 15도 이하로 떨어뜨려야 한다." 태오의 눈빛은 냉혹했다. 타인의 고통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눈빛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2초의 공백이 의미 없어진다. 미세한 열 잔상이 센서에 걸릴 테니까." 연희가 먼저 나섰다. 그녀가 생수를 꺼내 머리와 옷에 부었다. 차가운 물이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그녀는 짧게 비명을 지르려다 입술을 깨물었다.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 태오가 냉각 스프레이를 그녀의 옷 위로 분사했다. 치이익- 하얀 김이 피어오르며 연희의 겉옷이 서서히 얼어붙었다. 그녀의 피부가 창백하게 변했다. 진수도 묵묵히 생수를 몸에 끼얹었다. 그는 신음 한 번 내지 않고 냉각 스프레이를 받아들였다. "지독한 놈." 진수가 이빨을 가볍게 부딪치며 중얼거렸다. 태오 역시 자신의 몸에 스프레이를 분사했다.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다. 신경이 마비된 덕분이었다. 피부가 차갑게 굳어가는 감각만이 아스라하게 지각되었다. "진수 선배, 라이터를." 태오가 손을 내밀었다. 진수가 주머니에서 은도금 라이터를 건넸다. 태오는 라이터의 매끄러운 금속 표면을 비스듬히 세웠. 미세하게 들어오는 외부의 희미한 광선이 은도금 표면에 반사되었다. 어둠 속에서 가느다란 빛의 선이 굴절되었다. 그 반사광 끝에 통로를 가로지르는 투명한 단선들이 보였다. 얇은 나일론사로 연결된 인계선들이었다. 건드리는 순간 정수장 상부의 황산 탱크가 열리는 구조였다. "라이터의 반사각을 잘 봐라." 태오가 속삭였다. "선들이 격자로 얽혀 있다. 기어가면서 이 선들을 피해라." 세 사람은 바닥에 엎드렸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의 냉기가 뼈를 찌르는 듯했다. 째깍. 태오의 머릿속에서 시계의 진동이 카운트를 시작했다. 하나. 둘. 셋. "움직여." 태오가 신호를 보냈다. 그들은 기어갔다. 바닥의 오물이 옷을 적셨다. 냉각 스프레이의 효과로 전신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연희의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이산화탄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호흡을 극도로 참았다. 얼굴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일곱. 여덟. "정지." 모두가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렸다. 움직임을 멈춘 순간, 머리 위로 미세한 붉은 광선이 지나갔다. 스캔 장치의 렌즈가 그들의 머리 위 허공을 훑었다. 체온이 내려간 그들의 신체는 센서에 그저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의 일부로 인식되었다. 완벽한 오판이었다. 카론의 정교한 설계가 기계적 맹점 아래 무력화되는 순간이었다. 태오는 어둠 속에서 차가운 희열을 느꼈다. 논리의 승리였다. 인간의 감정을 배제한, 철저한 계산의 결과물이었다. 그들은 다시 움직였다. 째깍. 째깍. 동생의 회중시계가 가슴팍에서 박자를 맞추었다. 진수의 은도금 라이터가 반사하는 미세한 빛이 단선들의 위치를 알려주었다. 한 걸음씩, 그들은 어둠의 터널을 통과했다. 마치 죽은 자들의 행렬처럼 차갑고 고요하게. 마침내 통로의 끝이 보였다. 이중 철문이 반쯤 열려 있었다. 그 너머로 희미한 불빛이 흘러나왔다. 지하 중앙 제어실이었다. 태오는 마지막 인계선을 넘어 몸을 일으켰다. 얼어붙은 관절에서 뚝뚝 소리가 났다. 그는 몸을 돌려 진수와 연희를 확인하려 했다. 그러나 등 뒤에는 아무도 없었다. 오직 어두운 통로만이 입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태오의 미간이 좁아졌다. 분명 바로 뒤에서 기어오던 기척이 사라졌다. 소리도 없었다. 비명조차 들리지 않았다. 태오는 본능적으로 허리춤의 권총을 쥐었다. 손가락의 마비 때문에 방아쇠의 차가운 감촉조차 희미했다. 그는 천천히 제어실 내부로 걸음을 옮겼다. 녹슨 철문을 밀자, 끼이익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고요한 공간을 찢었다. 제어실 중앙은 넓은 공동이었다. 수십 개의 모니터가 지직거리며 푸른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 거대한 유압식 가압 밸브가 설치되어 있었다. 쇠사슬이 감겨 있는 철창이 보였다. 태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철창 너머, 쇠사슬에 꽁꽁 묶인 채 발버둥치는 두 형체가 있었다. 차진수와 서연희였다. 그들의 입은 두꺼운 테이프로 막혀 있었다. 그들의 머리 위로, 수 톤 무게의 거대한 무쇠 가압판이 서서히 내려오고 있었다. 쿵. 쿵. 쿵. 일정한 주기로 유압 모터가 회전하는 소리가 들렸다. 가압판이 그들의 머리통을 짓누르기까지 남은 시간은 채 3분도 되어 보이지 않았다. 태오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딛는 순간이었다. 천장의 스피커가 웅웅거리며 켜졌다. - 환영한다, 태오야. 나직하고 우아한 카론의 목소리가 사방에서 쏟아졌다. - 완벽한 규칙을 깨부순 계승자여. 이제 마지막 선택의 시간이다.
가압판이 소음을 내며 하강했다. 쇠사슬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진수의 눈이 공포로 뒤틀렸다. 연희의 호흡이 가빠졌다. 그들의 숨결이 차가운 공기 중에 흩어졌다.
"선택해라, 태오야."
스피커의 음성이 빈정거렸다. "한 명의 목숨인가, 아니면 모두의 파멸인가."
태오의 손가락이 미세하게 떨렸다. 감각은 이미 존재하지 않았다. 하얗게 질린 손끝은 시체와 같았다. 시야의 가장자리가 붉게 타올랐다. 시간이 없었다. 남은 시간은 120초 내외였다.
태오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차가운 공기가 폐를 찌르는 듯했다. 그는 눈을 감았다. 어둠 속으로 의식을 밀어 넣었다.
*동일시 시뮬레이션.*
금기의 영역이 열렸다. 머릿속을 송곳으로 찌르는 통증이 일었다. 전두엽이 타들어 가는 감각이 생생했다. 코끝에서 뜨거운 액체가 흘러내렸다. 검붉은 피가 바닥에 툭, 툭 떨어졌다.
태오는 박민우의 뇌 속으로 침투했다. 설계자의 시선이 그의 의식을 지배했다. 제어실의 복잡한 회로가 선명해졌다. 유압 밸브의 압력 흐름이 보였다. 민우의 왜곡된 목소리가 고막을 때렸다.
'구원은 오직 배제를 통해서만 완성된다.'
그 대가로 태오의 뇌세포가 죽어 나갔다. 머릿속의 기억들이 빠르게 지워졌다. 여동생 채영의 마지막 미소. 그녀가 좋아했던 푸른색 리본. 희미한 추억들이 재가 되어 바스러졌다. 태오는 이를 악물었다. 입안 가득 비린 구리 맛이 번졌다.
그는 제어반의 기계적 모순을 찾았다. 유압식 가압 장치. 그것은 강한 압력으로 작동한다. 하지만 배관의 우측 모서리. 그곳에 미세한 압력 릴리프 밸브가 있었다. 외부 충격을 가하면 멈출 수 있는 틈새였다.
태오가 눈을 떴다. 시야 전체가 붉은 핏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그는 제어반 앞으로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납작하게 마비된 다리가 무겁게 끌렸다. 바닥에 떨어진 철제 렌치를 겨우 집어 들었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쇠붙이의 냉기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읍...! 으읍...!"
진수가 머리를 흔들며 소리쳤다. 하지 말라는 몸짓이었다. 가압판이 이미 그들의 머리 위 10센티미터까지 내려와 있었다. 철창의 프레임이 비명을 지르며 휘어졌다.
태오는 렌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그리고 릴리프 밸브의 황동 핀을 내리쳤다.
깡-!
날카로운 마찰음이 제어실을 울렸다. 배관에서 하얀 기화 가스가 뿜어져 나왔다. 가압판의 하강이 우뚝 멈췄다. 성공이었다.
그러나 기쁨은 오지 않았다. 삐- 하는 고주파의 경고음이 터졌다. 제어반의 모니터가 적색으로 점멸했다.
[외부 물리 간섭 감지.] [징벌 프로토콜 가동.]
천장의 보조 밸브가 열렸다. 어두운 액체가 한 방울씩 떨어졌다. 진수의 어깨 위로 액체가 닿았다.
치이익-
가죽 재킷이 녹아내리며 연기가 피어올랐다. 황산이었다. 진수가 고통으로 온몸을 뒤틀었다. 재갈에 막힌 비명이 제어실을 가득 채웠다.
"태오 씨...!"
연희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황산 방출 속도가 빨라지고 있었다. 이대로 두면 1분 안에 온몸이 녹아내릴 터였다. 제어반 키패드에 암호를 입력해야 했다. 암호 입력창 위에 붉은 글씨가 떠올랐다.
[가장 소중한 유산이 시작된 날.]
20년 전. 동생 채영이 사망한 날짜였다. 하지만 태오의 머릿속은 하얗게 비어 있었다. 시뮬레이션의 대가였다. 날짜를 기억하는 뇌 영역이 소멸해 있었다. 손끝이 키패드 위에서 갈 길을 잃고 방황했다.
"기억해 내야 해."
태오는 자신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쳤다. 극심한 이명과 두통이 뇌를 찢었다. 코피가 끊임없이 흘러 키패드를 적셨다. 숫자들이 붉은 피에 가려져 흐릿해졌다.
그때였다. 지직거리는 모니터의 푸른 광원 사이로. 작은 실루엣이 나타났다. 단발머리의 어린 여자아이. 채영이었다. 그녀는 슬픈 눈으로 태오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천천히 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그녀의 손가락이 가리킨 곳은 키패드가 아니었다.
제어반 벽면에 붙은 낡은 제조 표지판. 그곳에 기계의 고유 일련번호가 적혀 있었다. [model_no: 1015-1998]
10월 15일. 그리고 1998년. 태오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다. 과거의 기억이 아닌, 눈앞의 물리적 단서가 답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숫자를 눌렀다.
1. 0. 1. 5. 1. 9. 9. 8.
엔터 키를 누르는 순간.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의 황산 밸브가 닫혔다. 철창의 쇠사슬이 풀리며 아래로 떨어졌다. 진수와 연희가 바닥으로 쓰러졌다. 그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재갈을 벗겨냈다.
"하아... 하아... 태오야...!"
진수가 몸을 일으키려 했다. 하지만 태오는 제자리에 굳어 있었다. 그의 시선은 제어반 모니터에 고정되어 있었다. 모니터의 화면이 전환되며 새로운 텍스트가 출력되었다.
[인증 성공. 최종 승계 절차를 시작합니다.]
동시에 제어실의 모든 출입문이 무거운 굉음과 함께 폐쇄되었다. 강철 셔터가 바닥에 내리꽂혔다. 완벽한 밀실이 형성되었다. 방 중앙의 유압 밸브가 다시 회전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가압판이 아니라, 지하 바닥의 수조 덮개가 열리고 있었다. 시커먼 화학 폐수가 소용돌이치며 모습을 드러냈다.
- 훌륭하구나, 내 후계자여.
마이크를 통해 박민우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 하지만 진짜 게임은 이제부터다. 이 방의 산소는 정확히 5분 뒤에 완전히 차단된다. 그리고 문을 열 수 있는 열쇠는 단 하나뿐이지.
수조 중앙에서 작은 금속 실린더가 떠올랐다. 그 실린더는 서서히 끓어오르는 폐수 속으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 저 독극물 속에 손을 집어넣어 열쇠를 꺼내라. 단, 방부 장갑은 단 한 켤레뿐이다. 누구의 손을 녹일지, 스스로 결정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