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 하아……!"
허파를 찔러대는 뜨거운 숨결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이준의 무릎이 흙바닥으로 완전히 꺾여 들어갔다.
"어……? 준아! 이준!"
박민우의 다급한 비명이 지하 단련실의 밀폐된 공기를 찢었다. 그의 커다란 덩치가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다가왔다. 이준의 온몸은 이미 물을 끼얹은 것처럼 식은땀으로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 티셔츠가 등판에 쩍쩍 달라붙어 기괴한 근육의 뒤틀림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위험! 피로도 부채: 95.8% 돌파]` `[우측 극상근 가동 범위 58% 이하로 급감]` `[경고: 11시간 42분 이내에 상환하지 않을 시, 과거의 우측 회전근개 파열이 즉시 재발합니다]`
눈앞에 들이닥친 붉은색 경고창들이 시야를 가로막았다. 시야가 붉게 물들며 사물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오른쪽 어깨 깊숙한 곳에서부터 뼈를 깎아내는 듯한 열감이 뿜어져 나왔다. 마치 달군 쇠꼬챙이로 회전근개를 사정없이 휘젓는 감각이었다. 근육이 제멋대로 수축하며 어깨뼈가 억지로 조여들었다.
이준은 어금니가 으스러져라 물었다. 입술 사이로 비릿한 피 맛이 번졌다.
'아직이다. 여기서 무너지면 끝장이야.'
강박증에 가까운 완벽주의가 그의 뇌리를 지배했다. 통제력을 잃는 순간, 다시 그 어둡고 차가운 몰락의 구렁텅이로 떨어질 터였다. 과거 자신을 도구로 쓰고 버렸던 백송고 카르텔의 낯짝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준아! 너 어깨가 와 이카노? 이거 완전 얼음덩어리다! 야, 정신 차려라! 병원 가자, 어?"
민우가 준의 오른쪽 어깨를 붙잡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며 손을 뗐다. 겉은 얼음장처럼 차가운데, 피부 밑의 근육은 터지기 일보 직전의 고압 고무호스처럼 팽팽하게 부풀어 있었다.
"병원…… 안 돼."
이준이 갈라진 목소리로 간신히 대꾸했다. 목구멍에서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 일반 병원에 발을 들이는 순간, 카르텔의 정보망에 즉시 포착될 터였다. 백송고 야구부를 손에 쥐고 흔드는 학부모 카르텔과 강인수 감독은 이준의 부상 소식을 기다리는 하이에나들이었다. 그들에게 꼬투리를 잡히면 메이저리그는커녕 청백전 타석에 서보지도 못하고 매장당할 것이 뻔했다.
오직 한 곳. 아레나 맥스의 한소희만이 이 부채를 탕감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였다.
민우는 다급하게 주머니를 뒤져 스마트폰을 꺼냈다. 이준이 미리 입력해 두었던 한소희의 개인 번호 위로 민우의 굵은 손가락이 파르르 떨렸다. 통화 버튼을 누르려던 바로 그 찰나였다.
지직- 지지지직-!
단련실 구석, 흙먼지가 뽀얗게 앉은 벤치 위에서 이준의 스마트폰 무전 애플리케이션이 요란한 기계음을 토해냈다. 붉은색 경고등이 액정 화면을 가득 채우며 깜빡였다. 아레나 맥스의 한소희가 전송한 긴급 신호였다.
`[긴급: 아레나 맥스 외곽 보안망 감지. 백송고 카르텔 측 인원들이 센터 주변을 에워싸고 있음. 접근 보류할 것.]`
이준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핏기가 가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잔여 시간은 단 11시간 남짓. 유일한 구원의 통로인 아레나 맥스마저 적들의 감시망에 완벽히 포위당했다는 뜻이었다.
"이, 이게 무슨 소리고? 카르텔 놈들이 거기를 왜 가로막고 있는데?"
민우가 붉게 명멸하는 화면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그의 넓은 이마에 송골송골 땀방울이 맺혔다.
이준은 벽을 짚고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어깨가 움직일 때마다 관절 사이에서 모래가 서걱거리는 듯한 마찰음이 뇌세포를 직접 타격했다. 잔여 체력을 긁어모아 시선을 단련실 구석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고철 더미처럼 처참하게 일그러진 피칭 머신이 고꾸라져 있었다. 제어 보드의 구리선들이 검게 그을린 채 이리저리 삐져나와 있었다. 강인수가 이준을 무너뜨리기 위해 155km 초과 영역으로 불법 개조해 놓았던 혹사 무기였다. 이준은 뇌내 장부를 동기화해 기계의 물리적 한계를 역이용했고, 강 감독의 눈앞에서 기계 자체를 과부하로 완파해 버렸었다.
민우가 그 그을린 제어 보드를 바라보며 허탈하게 웃었다.
"그나저나 준아, 감독님이 널 잡으려고 기계 제어 보드를 완전 한계치까지 조작해 놨던 거…… 네가 역으로 과부하시켜서 날려버린 건 진짜 신의 한 수였다. 그 영감탱이 얼굴이 흙빛이 되더만. 근데 그 대가로 네 몸이 이 지경이 된 거면……."
"인과율이야."
이준이 짧게 단언했다.
"공짜는 없어. 한계를 넘었으면, 그만큼 갚아야지. 민우 너, 지금 챙길 수 있는 건 다 챙겨."
민우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더플백을 열었다. 백송고 카르텔의 눈을 피해 깊숙한 곳에 숨겨두었던 낡은 포수 미트가 모습을 드러냈다. 가죽의 겉면이 거칠게 마모되어 있었고, 웹 부분에는 미세하게 실을 고쳐 꿴 흔적이 역력했다. 과거 최태오의 사인을 훔쳐보기 위해 민우가 직접 각도를 미세하게 개조했던 비밀 병기였다.
"이거를 와 지금……?"
"내일이 될지, 모레가 될지 몰라. 하지만 판이 깔리면 바로 써야 해. 가자. 아레나 맥스로."
이준이 민우의 어깨에 팔을 얹었다. 민우의 단단한 덩치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두 사람은 밤안개가 자욱하게 내려앉은 제2체력단련실의 좁은 계단을 밟고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
아레나 맥스의 후방 주차장 출입구는 칠흑 같은 어둠에 잠겨 있었다.
가로등 불빛마저 비치지 않는 골목길 구석, 검은색 세단 두 대가 시동을 끈 채 대기하고 있는 모습이 이준의 정밀 스캔 영역에 들어왔다. 야구부 학부모 회장 일당이 보낸 사설 감시원들이 분명했다. 그들은 백송고의 에이스 최태오의 자리를 위협하는 이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그가 사설 재활을 받아 부활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려 하고 있었다.
"준아, 저기 차 두 대 서 있다. 정문이랑 후문 다 지키고 있는 거 같은데…… 어떡할래?"
민우가 몸을 낮추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지하 환기구 통로가 있어. 건물 서쪽 보일러실 뒤편."
이준의 목소리는 기계처럼 차분했다. 강박적인 완벽주의는 이럴 때 빛을 발했다. 그는 아레나 맥스의 구조도를 이미 머릿속에 완벽히 입력해 두고 있었다. 통제할 수 없는 변수는 제거한다. 그것이 이준의 철칙이었다.
두 사람은 소리 없이 움직였다.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서쪽 외벽을 타고 기어가듯 이동했다. 철제 그릴로 덮인 지하 환기구가 나타났다. 민우가 괴력을 발휘해 그릴의 나사를 손으로 돌려 풀었다. 녹슨 쇠붙이가 서걱거리며 벌어졌다.
"먼저 들어가라. 내가 뒤를 볼게."
민우가 덩치에 걸맞지 않게 기민하게 움직이며 이준의 하체를 받쳐주었다. 이준은 어깨의 비명을 억누르며 좁은 환기구 틈새로 몸을 밀어 넣었다. 먼지와 쇠 냄새가 코끝을 찔렀다. 어깨가 벽에 쓸릴 때마다 뇌신경이 타들어 가는 감각에 입술을 깨물었다. 비명이 나올 것 같았지만 이를 악물고 참아냈다.
바닥으로 툭, 떨어지는 가벼운 충격음과 함께 어두컴컴한 지하실의 서늘한 공기가 온몸을 감쌌다. 뒤이어 민우가 둔중한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후우…… 살았네. 여가 아레나 맥스 지하다 맞제?"
"어."
이준은 벽을 짚고 비틀거리며 걸었다. 희미한 유도등 불빛을 따라 철문을 열자, 불이 꺼진 비밀 지하 챔버가 모습을 드러냈다.
사방이 은색 메탈 벽면으로 둘러싸인 방이었다. 방 한가운데에는 마치 공상과학 영화에 나오는 캡슐처럼 생긴 거대한 원통형 장비가 푸르스름한 대기 전력 불빛을 내뿜고 있었다.
스위치가 켜지며 눈이 부실 정도의 백색 광원이 천장에서 쏟아졌다.
"이 미친 환자 놈아. 결국 기어들어 왔네."
팔짱을 낀 채 벽에 기대어 있던 한소희가 차가운 눈빛으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하얀 의사 가운 아래로 초조하게 흔들리는 구두 굽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한 소장님……."
민우가 쫄아든 목소리로 인사를 건넸지만, 한소희의 시선은 오직 이준의 오른쪽 어깨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성큼성큼 다가와 이준의 티셔츠 깃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비켜 봐. 상태 확인하게."
태블릿 PC와 연결된 초음파 스캐너가 이준의 어깨 피부 위를 미끄러졌다. 화면 위로 기하학적인 3D 근육 모델링과 함께 시뻘건 경고 수치들이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우측 극상근 염증 지수: 4.92 (임계점 돌파)]` `[회전근개 텐션: 98.7% (파열 직전)]` `[관절 안 정성 잔여 수치: 2.1%]`
한소희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날카로운 탄식이 새어 나왔다.
"너 진짜 돌았구나? 정상적인 인간의 근육이 아니야. 이건 마치 강제로 한계치를 넘겨서 쓰다가 부러지기 직전인 기계 부품 같아. 승모근이 극상근을 아예 짓이기고 있잖아! 잔여 수치가 3%도 안 남았어. 지금 당장 인대가 통째로 뜯겨 나가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라고!"
"말했잖아. 버틸 수 있다고."
이준이 땀에 젖은 얼굴로 씩 웃었다. 그 오만한 태도에 한소희는 이마를 짚었다.
"백송고 카르텔 놈들이 낮부터 센터 주변을 기웃거리며 협박조로 경고하더군. 이준이라는 학생을 들여보내지 말라고. 내 연구 실적과 아레나 맥스의 사설 허가를 가지고 장난질을 치겠다고 협박하면서 말이야."
한소희의 눈에 서릿발 같은 안광이 스쳤다.
"하지만 난 내 물건에 손대는 놈들을 제일 싫어해. 감히 그 썩어 빠진 고교 야구부 카르텔 돈푼 깨나 만진다는 인간들이 내 기술을 통제하려 들어? 웃기지 마라 그래."
그녀가 비밀 챔버 옆의 소형 냉장 보관고를 열었다. 냉기가 흘러나오는 보관함 내부에서 푸른빛을 내뿜는 미세한 유리 캡슐 세 개가 솟아올랐다.
"3화에서 약속했지. 내 치료제, '아로마 나노 리커버리 세션'의 유일한 피임상자가 되어주겠다고. 네 그 기형적이고 경이로운 근육 피드백 데이터를 나한테 고스란히 넘기는 대가로, 난 널 완벽하게 고쳐놓겠어."
복선이 회수되는 순간이었다. 백송고 카르텔의 부당한 압박에 맞서기 위해, 두 사람의 철저한 이익 동맹이 마침내 완성형 기술로 결실을 보는 찰나였다.
"들어가."
한소희가 캡슐 장치의 해치를 열었다. 안에서 차가운 증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준은 주저 없이 캡슐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금속 재질의 침대에 몸을 눕히자, 차가운 전극들이 그의 어깨와 가슴, 관절 마디마디에 빈틈없이 달라붙었다.
`[시스템 감지: 외부 특수 물리 치료 장치 동기화 중]` `[알림: '아로마 나노 리커버리 세션' 자원 유입 경로 승인 완료]`
"시작한다. 고통이 상상을 초월할 거야. 근육 세포를 분자 단위로 강제 재조정하는 거니까. 비명 지르고 싶으면 질러. 방음은 완벽하니까."
한소희의 냉정한 목소리를 끝으로 해치가 쾅 닫혔다. 암흑이 찾아왔고, 이내 푸른색의 미세한 액체 가스가 캡슐 내부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푸슈우우우-!
"끄으으윽……!"
첫 번째 나노 입자가 호흡기를 통해 폐부로 스며들고, 피부의 모공을 뚫고 들어가자마자 비명이 터져 나왔다.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어깨 전체를 뜨거운 용암에 담갔다가 급속도로 얼려버리는 듯한 극심한 열감과 냉감이 번갈아 가며 몰아쳤다. 근섬유가 가닥가닥 찢어졌다가 강제로 이어 붙여지는 감각이었다. 뇌 속의 타격 회계 장부가 미친 듯이 경고음을 울려댔다.
`[특수 유기 회복 자원 급속 유입 중!]` `[피로도 부채 강제 상환 프로세스 가동]` `[진행률: 12% ... 25% ... 41% ...]`
이준은 침대 시트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손톱이 가죽을 찢고 들어갈 기세였다.
과거의 기억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깨가 무너져 타석에 서지 못하고, 동료들의 비웃음 속에서 쓸쓸히 짐을 싸던 32세의 이준. 그 비참했던 순간의 연속이 분노와 집념이라는 거대한 불꽃이 되어 허파를 태웠다.
'다시는…… 다시는 그렇게 끝나지 않는다.'
어깨뼈 깊숙한 곳에서부터 찌르르한 진동이 울렸다. 염증으로 가득 차서 썩어가던 극상근의 회색 조직들이 푸른 나노 입자들과 결합하며 건강한 붉은빛의 초고밀도 근섬유로 재구조화되기 시작했다.
그것은 파괴가 아닌 완벽한 구원이었다.
`[피로도 부채: 70% ... 50% ... 30% ...]` `[우측 극상근 염증 수치 저하: 4.92 -> 2.15 -> 0.88 -> 0.01]` `[스탯 업데이트: 우측 극상근 가동 범위 100% 돌파]` `[신체 강제 조율 한계 수치 15% 추가 확장]`
피부가 타들어 가던 열감이 서서히 따뜻하고 아늑한 온기로 변해갔다. 관절 사이를 옥죄던 철사들이 하나씩 툭툭 끊어지며 무한한 자유로움이 어깨 전체를 감쌌다. 이준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깨가 가볍다.
마치 깃털을 만지는 것처럼, 혹은 아무런 중력도 받지 않는 우주 공간에 떠 있는 것처럼 완벽한 제어력이 손끝까지 흘러넘쳤다.
***
다음 날 아침 7시.
비밀 챔버의 해치가 부드러운 기계음과 함께 열렸다. 푸른 증기가 바닥으로 낮게 깔리며 사라졌다.
이준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의 상체는 어제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탄탄하게 다듬어진 근육들이 마치 조각상처럼 완벽한 비율로 자리를 잡고 있었다. 특히 오른쪽 어깨는 미세한 떨림조차 없이 완벽한 정적을 유지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맑은 알림음이 울렸다.
`[상환 완료]` `[과부하 부채: 0.00%]` `[신체 상태: PERFECT (최상의 물리 상태 도달)]`
이준은 천천히 오른팔을 들어 올렸다. 부드럽게 회전하는 어깨 관절에서 그 어떤 소음도,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주먹을 꽉 쥐자 전율적인 힘이 팔뚝의 정맥을 타고 솟구쳤다.
"말도 안 돼……."
밤새 모니터를 지켜보던 한소희가 휑한 눈으로 이준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손에 들린 태블릿에는 믿을 수 없는 수치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세포 재생 속도가 일반인의 14배를 상회했어. 나노 리커버리 세션의 흡수율이 100%에 수렴하다니…… 이건 의학적으로 설명이 안 돼. 너 진짜 정체가 뭐야?"
"말했잖아. 난 내 몸을 완벽하게 통제한다고."
이준이 벤치에 놓여 있던 백송고 유니폼을 집어 들며 담담하게 말했다.
체력단련실에서부터 밤새 대기하고 있던 민우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그는 이준의 어깨를 보더니 입을 다물지 못했다.
"준아…… 너 어깨가…… 와, 진짜 괴물 아이가? 어제 죽어가던 놈 맞나?"
"가자, 민우야."
이준이 유니폼 단추를 채우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이제 빚은 다 갚았으니까. 받으러 가야지."
그들이 지하 챔버의 철문을 열고 지상으로 걸어 나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징- 징- 징-!
이준의 주머니와 민우의 주머니, 그리고 한소희의 책상 위에 놓인 스마트폰들이 일제히 거친 진동을 울려댔다.
백송고 야구부원 전체에게 발송된 일괄 긴급 공지 문자 메시지였다. 화면 가득 붉은색 글씨로 쓰인 텍스트가 명멸했다.
`[백송고 야구부 긴급 공지]` `[내일 오전 10시, 백송고 메인 그라운드]` `[대규모 메이저리그(MLB) 스카우터 참관 자체 청백전 개최]` `[대상: 야구부 전원 필참. 선발 라인업 및 등판 일정은 감독 권한으로 현장 배포]`
이준의 눈동자에 날카로운 안광이 스쳤다. 드디어 학부모 카르텔과 강인수, 그리고 최태오가 설계한 마지막 사냥터의 문이 열린 것이다.
이준은 자신의 오른손 주먹을 쳐다보았다. 완벽하게 리셋된, 그 어떤 공이라도 담장 밖으로 보낼 수 있는 무결점의 손발이 준비되어 있었다.
"최태오."
이준이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