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밤늦게 쥐새끼들이 모여서 무슨 수작들을 부리고 있는 거야?"

녹이 슬어 붉은 가루가 떨어지는 철문이 벽에 부딪히며 비명을 질렀다. 쾅, 하는 굉음이 지하 제2체력단련실의 사방 벽을 타고 둔탁하게 공명했다.

어둠이 짙게 깔린 통로를 헤치고 들어선 구두 굽 소리가 유난히 시끄러웠다. 백송고 야구부의 절대 권력자, 감독 강인수였다. 그의 비대해진 몸집이 입구를 가득 메우자, 퀴퀴한 먼지와 땀 냄새가 섞여 있던 단련실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강인수의 매서운 눈빛이 붉게 충혈된 박민우의 얼굴을 훑고, 이내 이준의 손에 들린 배트로 향했다. 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이준. 그리고 박민우."

그가 두 사람의 이름을 나직하게 읊조렸다. 가래가 끓는 듯한 탁한 목소리에는 숨길 수 없는 불쾌감과 가시 돋친 적의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여기서 둘이 아주 살림을 차렸군. 어깨가 아파서 훈련도 제대로 못 하겠다는 놈이, 밤마다 이런 구석진 데서 벤치 멤버 놈이랑 배트를 돌리고 있었다?"

박민우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방금 전까지 이준의 오만한 확신에 차올랐던 뜨거운 결의는 간데없고, 오랜 시간 카르텔의 억압 아래 길들여진 두려움이 그의 육체를 지배하기 시작했다. 박민우는 찢어진 미트를 등 뒤로 슬그머니 감추며 마른침을 삼켰다.

하지만 이준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배트 끝을 바닥으로 툭 내리며, 강인수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아내었다.

32세의 프로 은퇴 선수로서 겪었던 온갖 풍파와 배신의 기억이 이준의 이성을 얼음처럼 차갑게 식혀주고 있었다. 고작 고교 야구부 감독의 사나운 기세 따위에 흔들릴 영혼이 아니었다.

"개인 훈련 중이었습니다, 감독님."

이준의 목소리는 너무나 차분해서 오히려 기괴할 정도였다.

"개인 훈련?"

강인수가 단련실 안쪽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가죽 구두가 콘크리트 바닥을 짓밟을 때마다 쩍쩍 갈라지는 소리가 났다. 그의 시선이 단련실 구석, 거미줄과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채 방치되어 있는 낡은 피칭 머신에 멈췄다.

그 피칭 머신은 평범한 기계가 아니었다. 1화에서 이준이 이미 간파했던, 기어 제어 보드가 한계치 이상인 155km/h 영역에 인위적으로 고정되어 구리선이 덧대어진 물건. 누군가의 어깨와 손목을 완벽하게 파괴하기 위해 고의로 조작되어 방치된, 백송고 카르텔의 보이지 않는 흉기였다.

강인수의 눈동자에 잔인한 탐욕과 가학적인 빛이 스쳤다. 최근 들어 자신의 설계와 통제(최태오 중심의 대학 진학 라인업)를 벗어나 독자적으로 움직이려는 이준의 날개를 확실하게 꺾어버릴 기회였다. 어깨가 부서진 천재는 더 이상 쓸모없는 고철에 불과하니까.

"훈련이라…… 그래, 야구 선수가 밤낮없이 훈련을 하겠다는데 감독이 말릴 이유는 없지."

강인수가 피칭 머신의 제어 패널 쪽으로 다가갔다. 그의 두꺼운 손가락이 먼지 쌓인 전원 스위치를 가리켰다.

"마침 잘됐군. 준이 네가 요즘 타격 폼이 많이 무너졌다는 보고를 받았다. 에이스 태오의 공을 받아치려면 이 정도 훈련은 기본으로 소화해야지 않겠냐?"

"감독님, 그 기계는……!"

박민우가 참지 못하고 한 걸음 나서며 외쳤다. 그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그 기계가 어떤 상태인지, 백송고 야구부원이라면 누구라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저 기계에서 뿜어져 나오는 하드볼은 야구공이 아니라 투수판에서 던지는 돌덩이나 다름없었다. 타자의 관절을 갉아먹는 괴물이었다.

"닥쳐, 박민우. 벤치에서 미트나 닦는 놈이 어디서 감히 끼어들어?"

강인수가 차갑게 일갈하자, 박민우는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강인수는 다시 이준을 바라보며 비열한 미소를 지었다.

"천재 타자 이준. 네 어깨가 정말로 쓸 만한지, 아니면 그냥 엄살을 피우는 건지 오늘 여기서 확인해 보자꾸나. 저 머신으로 155km짜리 하드볼 50개만 깔끔하게 받아쳐 봐라. 감독으로서 특별히 주는 야간 특타 세션이다. 설마 거부하진 않겠지?"

단련실 안의 공기가 급격히 얼어붙었다.

시속 155km의 돌덩이 같은 하드볼 50구. 정상적인 어깨를 가진 타자라도 손목과 팔꿈치에 엄청난 충격이 가해지는 가혹한 분량이었다. 하물며 지금 이준의 우측 어깨는 극상근 염증 지수 1.42, 삼각근 미세 파열 0.87mm로 붕괴하기 직전의 시한폭탄이었다. 과부하 부채는 이미 80%에 달해 있었다. 여기서 단 한 번이라도 무리하게 배트를 휘두르면 어깨 회전근개는 즉시 파열되어 그의 두 번째 야구 인생은 시작되기도 전에 종말을 고할 터였다.

강인수의 의도는 명백했다. 이준의 어깨를 여기서 완전히 주저앉혀, 카르텔의 황태자인 최태오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지 않게 치워버리겠다는 속셈이었다.

"준아, 하지 마……."

박민우가 이준의 옷소매를 잡으며 나직하게 애원했다. 그의 눈동자에는 절망과 미안함이 가득 차 있었다. 자신과 배터리를 하자고 손을 내밀어 준 유일한 친구가, 자신 때문에 이런 덫에 걸린 것만 같아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준은 박민우의 손을 부드럽게 떼어냈다.

그리고 소리 없이 웃었다.

그의 입가에 걸린 미소는 강인수가 예상한 절망이나 두려움이 아니었다. 지독할 정도로 오만하고,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통제하에 두고 있는 포식자의 미소였다.

"좋습니다, 감독님."

이준이 천천히 배트박스 역할을 하는 선 위로 걸어 나갔다.

"기꺼이 치겠습니다."

"이준!"

박민우가 경악의 비명을 질렀지만, 이준은 듣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정밀한 수학적 연산이 시작되고 있었다.

뇌신경망과 동기화된 시스템이 시야를 푸른빛의 스크린으로 뒤덮었다.

`[타격 회계 장부 동기화 완벽 가동]` `[대상: 불법 개조 피칭 머신 (가속 레일 마모도 14.2%, 회전 모터 과부하 상태)]` `[예상 구속: 155.4km/h ~ 156.8km/h]` `[현재 신체 상태: 극상근 압박율 92% (과부하 부채 잔액 80%)]` `[경고: 강한 타격 임팩트 시 회전근개 영구 파열 발생 확률 99.4%]`

붉은색 경고 창이 뇌리를 어지럽혔지만, 이준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의 완벽주의적 강박증이 연산 장치를 극한으로 몰아붙였다.

'어깨에 충격을 주지 않으면서, 저 기계를 합법적으로 박살 낸다.'

그것이 이준이 세운 물리적 설계의 핵심이었다. 강하게 휘둘러 공을 멀리 보낼 필요는 없다. 투수가 던진 공의 운동 에너지를 고스란히 역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정확하게 튕겨내기만 하면 된다. 타격이 아니라 '반사'다.

이준은 배트를 쥐고 타석에 섰다. 그리고 그의 왼발을 슬그머니 움직였다.

슥.

정확히 왼쪽으로 2cm.

일반적인 고교 야구 지도자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을 미세한 각도의 변화였다. 하지만 타격 회계 장부의 가시화된 궤적선은 그 2cm의 이동으로 인해 완전히 재정렬되었다.

`[스탠스 보정 완료: 발사각 12.8도 하향 조절]` `[타구 예상 경로: X축 -4.2, Y축 +1.1 (피칭 머신 제어 보드 좌표 일치율 99.8%)]` `[적용 타법: 빗겨치기 기사타법(奇斜打法)]` `[예상 피로도 부채 추가 누적치: +5% (한계 돌파 차단 모드)]`

이준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강인수 감독은 이준의 미세한 움직임을 알아차리지 못한 채, 비열한 웃음을 지으며 피칭 머신의 레버를 힘껏 당겼다.

"그럼 시작해 볼까! 천재 타자님!"

쿠우우웅-!

먼지 구덩이 속에서 잠자고 있던 괴물이 비명을 지르며 깨어났다. 모터가 비정상적으로 과열되며 가래 끓는 소리를 냈고, 낡은 가속 레일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슈우욱!

공기가 찢어지는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돌덩이 같은 하드볼이 어둠을 뚫고 이준의 안면을 향해 무서운 기세로 쇄도했다. 시속 155km를 상회하는 무지막지한 강속구였다. 일반적인 고교생이라면 공포심에 움츠러들거나, 배트를 휘두르더라도 손목이 꺾여나갈 궤적이었다.

하지만 이준의 눈에 비친 세상은 극도로 느리게 흘러가고 있었다.

하얗게 회전하며 다가오는 야구공의 실밥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보였다. 공의 중심에서 서서히 붉게 빛나는 스위트스폿의 위치, 그리고 그 옆으로 미세하게 비껴간 빗겨치기 타격 지점이 파란색 점으로 점멸했다.

'지금이다.'

이준이 배트를 내뻗었다.

그것은 강한 스윙이 아니었다. 마치 흐르는 물을 흘려보내는 부드러운 몸짓에 가까웠다. 하지만 배트가 그리는 궤적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완벽했다.

깡-!

지하 단련실 전체를 뒤흔드는 날카롭고 고막을 찢는 파열음이 울려 퍼졌다.

공은 배트의 중심이 아닌, 이준이 정밀하게 설계한 배트 헤드의 끝부분에 비스듬히 맞부딪혔다. 155km의 무지막지한 운동 에너지가 배트의 회전력과 충돌하며, 엄청난 작용-반작용의 힘을 발생시켰다.

이준은 그 충격이 자신의 우측 어깨로 전달되기 직전, 손목의 스냅을 미세하게 풀어 충격을 공 자체의 회전력으로 고스란히 환원시켰다.

`[타격 회계 장부: 물리 유도 성공]` `[타구 속도: 168km/h]` `[궤적: 피칭 머신 제어 패널 정밀 타격 경로 진입]`

"어-?"

강인수 감독의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의 눈앞에서, 이준의 배트를 맞고 튕겨 나간 하얀 광선이 믿을 수 없는 궤적을 그리며 꺾였다. 공은 강인수의 비대한 뺨을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갔다. 매서운 바람이 그의 살갗을 베어낼 듯 스쳤다.

그리고 정확히, 강인수의 몸 바로 옆에 서 있던 피칭 머신의 제어 보드로 직행했다.

콰콰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불꽃이 사방으로 튀었다. 시속 160km가 넘는 타구에 정면으로 얻어맞은 제어 보드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산산조각이 났다.

불법 개조되어 과부하 상태로 돌아가고 있던 모터와 내부의 구리선들이 합선을 일으키며 굉음을 내지르기 시작했다.

치이이익!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며 기계가 격렬하게 요동쳤다. 사방으로 튀는 파편과 불꽃에 놀란 강인수 감독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으아아악! 내, 내 다리!"

강인수는 꼴사납게 콘크리트 바닥을 뒹굴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산산조각 난 플라스틱 계기판 조각들과 찌그러진 야구공이 그의 구두 주변으로 어지럽게 흩어졌다.

자욱한 매연이 제2체력단련실을 가득 메웠다.

콜록, 콜록! 박민우가 기침을 터뜨리며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그 혼란스러운 불꽃과 검은 연기 한가운데서, 이준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은 채 고고하게 서 있었다. 그의 어깨는 부러지지 않았다. 그의 손목도 멀쩡했다.

`[피로도 부채 추가 누적 완료: +5% (현재 부채 총액 85%)]` `[경고: 한계 수치 도달. 48시간 이내에 상환하지 않을 시 극상근 파열 진행]`

뇌리속 경고음이 울렸지만, 이준은 입안에 고인 침을 바닥에 툭 뱉어내며 배트를 가볍게 털어냈다.

그의 시선이 바닥에서 벌벌 떨고 있는 강인수 감독에게로 향했다.

강인수는 뺨에 그을음이 묻은 채, 믿을 수 없다는 눈빛으로 이준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공포와 경악으로 사정없이 흔들렸다.

단 한 번의 타격으로, 자신이 조작해 둔 혹사 기계를 물리적으로 완전히 폭파해 버렸다. 그것도 자신을 비웃듯, 자신의 바로 옆을 스치는 정밀한 궤적으로. 이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철저하게 계산된 경고이자, 자신을 향한 무언의 사형 선고였다.

지독할 정도의 정적이 단련실을 지배했다. 오직 망가진 피칭 머신에서 흘러나오는 검은 연기와 지직거리는 스파크 소리만이 정적을 깨뜨릴 뿐이었다.

이준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그의 그림자가 바닥에 쓰러진 강인수의 몸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이준은 망가진 배트 끝으로 강인수의 구두 끝에 떨어진 계기판 파편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차가운 모노톤의 목소리로 읊조렸다.

"기계가 너무 낡았네요, 감독님."

강인수의 목구멍에서 윽, 하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내일부터는 더 튼튼한 무대로 올려주시죠. 이런 고철 덩어리 말고, 진짜 그라운드로."

이준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그것은 카르텔의 억압에 굴복하는 소모품의 눈빛이 아니었다. 조만간 그들의 목덜미를 물어뜯을 굶주린 맹수의 그것이었다.

강인수는 깨진 계기판 파편 옆에서 벌벌 기며 이준을 응시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지만,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감히 반박할 수가 없었다. 눈앞의 이준은 그가 알던 고교생 타자가 아니었다.

이준은 차갑게 등을 돌려 박민우를 바라보았다.

"가자, 민우야. 여긴 먼지가 너무 많다."

"어…… 어! 그래!"

박민우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찢어진 미트를 꽉 쥔 채 이준의 뒤를 따랐다.

지하 단련실의 철문을 열고 나서는 이준의 등 뒤로, 시스템의 붉은 경고등이 더욱 격렬하게 점멸하기 시작했다.

`[피로도 부채: 85%]` `[우측 극상근 미세 손상 위험도 상승 중]` `[상환 기한까지 남은 시간: 47시간 59분]`

시간이 없었다. 어깨를 완전히 수복하고 백송고 청백전에서 카르텔을 궤멸시키기 위해서는, 이제 아레나 맥스의 한소희를 찾아가 그 위험천만한 특수 리커버리 세션을 시작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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