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너, 진짜 인간 맞아?"

한서윤의 목소리가 어둠이 내려앉은 폐차장의 공기를 갈랐다.

그녀의 오른손은 이미 허리춤의 권총 손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강한 힘이 들어가 있었다. 금속 제식 권총이 가죽 홀스터와 마찰하며 스르륵, 기분 나쁜 소리를 냈다.

시우는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목덜미에 돋아난 푸른 비늘들이 야간의 희미한 달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였다. 안개의 흐름을 따라 미세하게 들썩이는 그 가죽은 인간의 것이 아니었다. 방금 전 그들을 짓밟으려 했던 신선회의 사냥개들에게서 보았던 기괴한 피부 조직과 완벽히 일치했다.

시우는 천천히 오른손을 올렸다.

손가락 끝은 이미 감각이 소실되어 있었다. 손등 전체에는 피가 통하지 않는 것처럼 푸르스름한 멍이 넓게 퍼져 있었다.

첫 거래의 대가였다.

여동생의 기억을 장부에 넘겨주고 얻은 권능은 그의 체온을 무자비하게 앗아갔다. 입안을 채운 침이 얼어붙는 듯한 서늘한 한기가 식도를 타고 내려갔다. 이것이 괴화 1단계의 전조 증상이라는 것을, 시우는 머릿속의 차가운 데이터로 이해하고 있었다.

스윽.

시우는 검은 코트의 깃을 가볍게 끌어올렸다.

두꺼운 옷감이 목덜미의 푸른 비늘을 완벽히 덮었다. 그의 얼굴에는 여전히 아무런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슬픔도, 공포도, 경악도 없는 석고상 같은 얼굴이었다.

"진실을 잡기 위해서라면."

시우의 목소리는 평소와 다름없이 건조했다. 고저가 없는 기계 음성 같았다.

"괴물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뭐라고?"

"한 형사님은 법과 정의를 믿는다고 하셨죠."

시우가 한 걸음 다가섰다. 그의 발걸음에는 무게감이 없었다. 마치 안개 위를 걷는 것처럼 정적이었다. 한서윤은 자신도 모르게 권총을 반쯤 뽑아 올렸다.

"그 법이 지켜주지 못한 제 동생의 시신을 보셨을 겁니다. 사지가 찢기고, 영혼까지 유희의 도구로 소모된 사체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네가……."

"율정은 법의 테두리 안에서 움직입니다. 그들은 기소권을 주무르고, 증거를 인멸하며, 판사의 판결문을 미리 작성합니다. 인간의 법으로는 그들을 단죄할 수 없습니다."

시우의 눈동자 깊은 곳에서 푸른 안개가 일렁였다.

"괴물을 잡기 위해 사냥개가 되는 것. 그것이 합리적인 선택입니다."

한서윤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그녀는 총구의 방향을 완전히 결정하지 못했다. 눈앞의 남자는 분명 인간의 경계를 넘어서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에는 사리사욕이나 광기가 없었다. 오직 거대한 악을 향해 스스로를 불태우는 지독한 이성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터벅, 터벅.

폐차장의 고철 더미 사이로 거친 발소리가 울렸다. 우진철이 담배 연기를 뿜으며 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야, 야. 총 내려, 순경 나리. 지금 우리끼리 총질할 시간 없어."

우진철이 담배꽁초를 바닥에 던져 비벼 껐다.

"이 새끼가 괴물이든 뭐든, 지금 신선회 놈들 목줄을 쥘 수 있는 건 백 경위 하나뿐이야. 안 그래?"

한서윤은 입술을 깨물었다.

천천히, 아주 천천히 그녀의 손이 권총 손잡이에서 떨어졌다.

"……이번 한 번뿐이야."

그녀의 목소리에는 짙은 패배감과 경계심이 뒤섞여 있었다.

"선 넘지 마, 백시우."

* * *

다음 날 아침 08:00.

무진경찰서 3층 형사과 특별수사실.

블라인드 사이로 들어오는 아침 햇살은 뿌연 안개 때문에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사무실 안은 종이 냄새와 식은 커피 향으로 가득했다.

탁.

시우는 책상 위에 지퍼백에 밀봉된 물건을 내려놓았다.

공장지대에서 수거했던 요괴의 소지품. 특수 가공된 '백색 안개 필터용 정화 마스크'였다.

"이게 뭡니까?"

한서윤이 붉어진 눈으로 물었다. 그녀는 밤새 한 잠도 자지 못한 듯했다.

"율정 로펌의 실무진들이 사용하는 VIP 전용 장비입니다."

시우가 지퍼백 표면의 일련번호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제조사 율정 화학. 모델명 YJ-9920-X. 무진시의 밤안개는 하급 괴이들에게도 치명적인 독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신선회의 상류층들은 이 독성을 정화하는 특수 필터를 독점적으로 생산해 배포합니다. 이 시리얼 넘버의 최종 출고지를 추적했습니다."

시우는 컴퓨터 화면을 돌려 한서윤에게 보여주었다.

화면에는 율정 로펌 법무팀장 '연희'의 개인 명의로 된 교외 별장 주소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연희의 사유지로 직배송된 물량 중 하나가 그 요괴의 주머니에서 나온 겁니다. 율정이 신선회의 사냥개들에게 직접 장비를 공급하고 있었다는 결정적인 물증입니다."

"이걸로 소환장을 발부할 수 있겠네요."

"소환장은 이미 보냈습니다. 참고인 신분으로 오늘 오전 9시까지 출석하라고 말입니다."

한서윤이 눈을 크게 떴다.

"검찰 승인도 없이 그냥 보냈다고요? 율정의 법무팀장을?"

"승인을 기다리면 기각되었을 겁니다. 율정의 영향력은 검찰청 내부까지 뻗어 있으니까요. 그래서 언론사에 제보 자료를 흘렸습니다. '대형 로펌의 불법 특수 장비 반입 의혹'. 여론이 움직이면 그들도 무작정 거부할 수는 없습니다."

시우는 차갑게 굳은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손끝의 마비는 풀리지 않았다. 차가운 얼음 송곳이 뼈마디를 찌르는 듯한 통증이 간헐적으로 찾아왔다. 하지만 그의 뇌는 그 고통마저도 단순한 자극의 신호로만 받아들이고 있었다.

쾅!

사무실 문이 무서운 기세로 열렸다.

"백시우! 이 미친 새끼가 어디 있어!"

고함을 지르며 들어온 사람은 무진경찰서장 임창식이었다.

그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이마에는 굵은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서장의 뒤로 정장 차림의 남녀 여섯 명이 그림자처럼 따라붙었다. 완벽하게 다듬어진 서류 가방을 든 율정 로펌의 변호인단이었다.

"서장님."

시우가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너 미쳤어? 미치지 않고서야 어떻게 율정의 법무팀장을 이딴 식으로 소환해! 당장 이 소환장 취소하고 서면 조사로 대체해!"

임창식이 지휘봉으로 시우의 책상을 거칠게 내리쳤다.

탁!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이 형사과 전체에 울려 퍼졌다. 주변의 형사들은 모두 고개를 숙인 채 시선을 피했다. 누구도 율정과 서장의 갈등에 끼어들고 싶어 하지 않았다.

율정의 수석 변호사가 앞으로 걸어 나왔다. 그는 가죽 장갑을 낀 손으로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백시우 경위. 귀하가 진행 중인 이 수사는 피의 사실 공표 및 직권 남용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우리는 이미 서장님과 협의하여 본 사건의 수사권 이첩을 청구했습니다. 더는 이 사건에 관여하실 수 없습니다."

차갑고 정교한 법률 용어들이 시우의 귀를 때렸다.

사법 체계 전체가 가해자의 편에 서서 그를 압박해 오고 있었다. 이것이 신선회가 구축한 완벽한 방어막이었다. 법을 무기로 삼아 인간들의 반항을 원천 차단하는 지배 방식.

그때, 한서윤이 서장의 앞을 가로막아 섰다.

"서장님! 이건 합법적인 영장 집행의 연장선입니다! 물증의 출처가 법무팀장 연희의 개인 지로 확인되었습니다. 수사권 이첩은 피의자의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를 높일 뿐입니다!"

"비켜, 한 형사! 네가 지금 누구 앞길을 막아서는 거야!"

임창식이 한서윤의 어깨를 밀쳐내려 했다.

하지만 한서윤은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녀의 두 발은 경찰서 바닥에 단단히 고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온몸으로 서장과 변호인단의 진입을 막아섰다.

시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는 책상 위의 폴더를 집어 들고 취조실 방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백시우! 거기 서! 이 새끼가 진짜 서장 말을 좆으로 듣나!"

임창식의 고함 소리가 등 뒤에서 멀어졌다. 한서윤이 온 힘을 다해 그들의 앞을 막아 세우고 있는 덕분이었다.

철컥.

시우는 무진경찰서 지하 1층에 위치한 제1취조실의 문을 열었다.

안은 서늘했다. 회색 콘크리트 벽과 철제 책상, 그리고 매끄러운 단방향 거울만이 존재하는 방.

그 방 한가운데에, 한 여자가 앉아 있었다.

연희였다.

그녀는 백색 실크 블라우스에 단정한 검은색 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머리는 뒤로 깔끔하게 묶어 올렸고, 입가에는 엷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피의자나 참고인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 마치 자신의 개인 집무실에 앉아 있는 듯한 여유로움이었다.

시우는 문을 닫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철제 의자가 바닥을 긁으며 낮은 비명을 질렀다.

"백시우 경위님."

연희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은쟁반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듯 고왔다. 하지만 그 음색 아래에는 뱀의 독니 같은 서늘함이 숨겨져 있었다.

"이런 좁고 냄새나는 곳까지 저를 부르시다니, 대담하시네요."

"참고인 연희 씨."

시우는 폴더를 펼치고 정화 마스크의 사진을 그녀의 앞에 밀어 놓았다.

"이 마스크의 정화 필터는 율정 화학의 특수 라인에서만 생산됩니다. 그리고 이 시리얼 넘버는 당신의 개인 별장으로 납품된 기록이 있습니다.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연희는 사진을 흘낏 보더니 가볍게 콧방귀를 꼈다.

"글쎄요. 제 별장에는 워낙 드나드는 사람이 많아서 말이죠. 청소부나 정원사가 잃어버린 물건 아닐까요? 아니면, 누군가 제 명의를 도용했거나요."

"그 청소부가 무도구 폐공장에서 발견된 요괴의 사체와 동일 인물이라는 뜻입니까?"

"요괴라니요."

연희가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그녀의 눈동자가 아주 미세하게 세로로 찢어지며 푸른빛을 발했다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일반인의 눈에는 보이지 않을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시우의 눈은 그것을 놓치지 않았다.

"경위님, 요즘 무진시에 퍼진 유언비어를 너무 진지하게 믿으시는 것 같네요. 괴물이라니, 참 낭만적인 이야기지만 법정에서는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는 판타지 소설일 뿐이랍니다."

그녀는 손가락 끝으로 책상을 가볍게 톡, 톡 두드렸다.

"당신들이 가진 물증이라는 건 그저 마스크 하나예요. 내가 직접 그 폐공장에 갔다는 증거도 없고, 살인을 사주했다는 증거는 더더욱 없죠. 율정의 변호인단이 밖에서 대기 중입니다. 5분 뒤면 저는 이 방을 나갈 거고, 당신은 직위 해제 처분을 받게 될 거예요."

연희의 조소는 완벽했다.

그녀는 자신이 가진 법적 권력과 신선회의 위세를 백분 활용하고 있었다. 평범한 경찰관이라면 이쯤에서 기가 죽거나 분노를 터뜨렸을 것이다.

하지만 백시우는 평범한 인간이 아니었다.

그의 뇌는 공포를 느끼지 못했다. 대신, 그의 머릿속에서 '잔혹의 장부'가 미세하게 반응하기 시작했다. 연희의 몸 주변으로 검붉은 아지랑이 같은 사념의 찌꺼기들이 피어오르는 것이 보였다.

살의(殺意).

그것은 아주 정교하게 포장된, 하지만 깊고 잔혹한 짐승의 살의였다.

시우의 뇌가 비정상적으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의 전두엽이 도파민으로 가득 차며, 굳어가던 손끝에 일시적으로 피가 도는 듯한 열감이 느껴졌다.

시우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항상 무표정하던 그의 얼굴에 떠오른 기괴한 미소는, 연희로 하여금 순간적으로 가벼운 소름이 돋게 만들었다.

"연희 씨."

시우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낮아졌다.

"당신들은 스스로를 포식자라고 생각하더군요. 법이라는 안전망 뒤에 숨어서 인간을 사육하고 사냥하는 지배자라고."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하지만 사냥개는 주인의 명령이 없으면 움직이지 못합니다. 당신이 부리던 그 요괴는 꼬리에 불과하죠. 진짜 머리는 어디에 있습니까?"

시우는 품속에서 또 다른 서류 뭉치를 꺼냈다. 그것은 율정 로펌의 극비 자금 흐름을 기록한 장부의 일부였다.

"신선회의 '야연' 자금 출처. 그리고 무진지검 강태헌 검사와의 유착 관계. 이 모든 자료가 이미 제 손에 들어와 있습니다. 당신들이 아무리 법망을 흔들어도, 이 장부가 언론과 상급 기관에 뿌려지는 순간 율정의 주가는 폭락할 겁니다. 당신들의 그 우아한 가면이 찢어지는 거죠."

연희의 눈가에 어린 미소가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의 입술이 일자로 굳어졌다. 율정 로펌의 자금 흐름과 강태헌의 이름은 그들의 가장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이었다.

"백시우 경위."

연희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 선을 넘는 법을 아주 잘 아는군요."

"선을 넘은 건 당신들입니다."

시우는 테이블 위로 상체를 굽혔다. 그의 눈동자는 깊고 어두운 심연과 같았다.

"당신들이 내 여동생에게 했던 짓. 똑같이 돌려주겠습니다."

정적이 취조실을 지배했다.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팽팽한 기류가 마치 물리적인 압력처럼 공기를 짓눌렀다.

연희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녀는 시우의 앞으로 다가왔다. 철제 책상을 사이에 두고, 그녀의 얼굴이 시우의 얼굴과 불과 몇 센티미터 거리로 좁혀졌다.

그녀의 입술이 아주 가늘게 호선을 그렸다.

"백설아."

연희가 나지막하게 속삭였다. 그 이름은 시우의 뇌리 깊은 곳, 장부의 대가로 서서히 지워져 가던 유일한 온기의 조각을 건드렸다.

"참 고운 아이였어요."

연희의 목소리가 시우의 귀를 파고들었다.

"그 아이의 사지를 하나씩 분리할 때 말이죠. 눈물이 그 맑은 눈망울에서 뚝뚝 떨어지는데, 어찌나 아름답던지."

그녀는 시우의 귓가로 입술을 더 가까이 가져갔다.

"네 여동생, 자지러지게 비명을 지를 때 참 고왔는데. 오빠를 부르며 울부짖는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맴돌아."

콰르릉.

시우의 머릿속에서 무언가 거대하게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암흑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흰자위가 사라지고, 칠흑 같은 어둠이 그의 안구를 완전히 장악해 나갔다.

장부의 쇠사슬이 그의 영혼을 조여왔다.

그것은 이성의 끈이 끊어지는 소리이자, 괴화 2단계의 문이 열리는 서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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