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카운터 내부 타일 틈바구니에서 시커먼 심연의 구정물이 용솟음치며 매장 하단을 피웅덩이로 서서히 침윤하기 시작했다.

"끄으윽……!"

한소희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이미 그녀의 운동화 밑창은 붉고 검은 점액질에 단단히 묶여 있었다. 발목을 타고 올라오는 오염수의 감촉은 얼음장처럼 차가우면서도 뱀의 비늘처럼 미끈거렸다. 사방에서 *스슥, 스스스* 하는 가늘고 불쾌한 마찰음이 고막을 긁어댔다. 매장 전체를 뒤흔드는 둔탁한 철제 구동음이 바닥 아래에서 울릴 때마다, 구정물은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민우, 민우 씨……! 발이…… 발이 안…… 안 떨어져요……! 살려, 살려줘요……!"

소희의 목소리가 사시나무 떨듯 잘게 부서졌다. 그녀의 눈동자는 공포로 완전히 풀려 있었고, 젖어드는 양말 끝에서부터 검푸른 멍 같은 반점들이 빠르게 번져가고 있었다.

강민우는 그녀의 비명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발밑을 적시는 액체의 점도와 그것이 포스기 전선으로 타고 올라가는 속도에 고정되어 있었다. 이계의 오염수는 단순한 액체가 아니었다. 그것은 매장 지하의 식도에서 역류하는 생태 마력이자, 침입자의 육신을 녹여 흡수하려는 소화액에 가까웠다.

'단순히 피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어. 이 공간 자체가 우리를 삼키려 움직이고 있으니까.'

민우는 숨을 죽였다. 콧구멍을 찌르는 썩은 이취와 *적, 저적* 하며 타일이 갈라지는 소리가 신경을 긁었다. 그는 소희의 손목을 잡았던 손을 놓고, 지체 없이 카운터 아래 수납장 문을 발로 차서 열었다.

쾅!

수납장 안쪽에는 야간 청소용으로 구비된 대용량 염소계 락스 통들과 공업용 에탄올, 그리고 강한 산성을 띠는 배수구 세척제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일반적인 인간의 상식으로는 이 기괴한 초자연적 연출에 세제를 들이붓는다는 발상이 무의미해 보일 터였다. 하지만 민우는 이 공간이 '규칙의 모순'으로 굴러가는 기계라는 것을 이미 간파하고 있었다.

이 오염수는 매장 지하의 유기물들이 썩어 만들어진 이계의 전도체다. 그렇다면 화학적으로 가장 극단적인 이물질을 대량으로 주입했을 때, 그 물리 법칙의 충돌은 이계의 논리에도 균열을 일으킬 수밖에 없다.

민우는 4리터짜리 공업용 에탄올 통과 염소계 소독제 통들을 양손에 쥐었다. 그리고 주저 없이 뚜껑을 전부 비틀어 열어젖힌 뒤, 발밑에서 솟구치는 검은 구정물 위에 가차 없이 쏟아부었다.

쪼르르륵, 촤아아아!

"미, 민우 씨? 지금…… 뭐 하는……!"

"입 닫아. 숨 쉬지 말고."

민우의 냉혹한 명령과 동시에, 독성 화학 물질들이 시커먼 심연의 점액질과 반응하기 시작했다. 염소 가스의 매캐한 냄새가 순식간에 좁은 카운터 안을 가득 채웠다. 끈적끈적한 구정물이 에탄올과 섞이자마자 부글부글 끓어오르며 허연 거품을 뿜어냈다. 이계의 마력과 현실의 독성 물질이 부딪치며 기괴한 중화 반응이 일어난 것이었다.

민우는 주머니에서 일회용 라이터를 꺼내 들었다. 엄지손가락으로 휠을 튕기자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탁.*

그는 불이 붙은 라이터를 에탄올이 웅덩이져 흐르는 바닥으로 던졌다.

화르륵!

순간 극렬한 청색 불길이 카운터 바닥을 덮쳤다. 단순한 연소가 아니었다. 이계의 오염수가 지닌 음습한 마력을 땔감 삼아, 불길은 거대한 화벽을 그리며 기세 좋게 솟구쳐 올랐다. 타오르는 불꽃이 오염수의 침윤을 억제하며 사방으로 퍼져나가자, 바닥을 채우던 썩은 피들이 *치이이익* 하는 비명과도 같은 소리를 내며 기화하기 시작했다.

"아악! 뜨거워……!"

소희가 열기에 뒤로 자빠졌지만, 그녀의 발목을 붙잡고 있던 끈적이는 점액질은 이미 불길에 타들어 가며 힘을 잃고 흩어졌다. 차원 화공(火攻). 이계의 생태적 흐름을 현실의 화학적 연소로 맞받아쳐 차단하는 민우의 계산이 완벽하게 들어맞은 순간이었다.

그러나 대가는 즉각적으로 찾아왔다.

화벽 너머로 일렁이는 기괴한 윤곽들이 민우의 눈에 더욱 또렷하게 밟히기 시작했다. 불꽃의 그림자 속에서 수십 개의 검은 손들이 그를 향해 뻗어 나오는 착각이 들었다. 존재의 윤곽이 인지되는 부작용이었다.

동시에 머리 뒤쪽에서부터 시작된 둔탁한 통증이 뇌척수액을 타고 척추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윽……!"

민우는 카운터 모서리를 움켜잡았다. 눈앞이 붉게 점멸했다. 관자놀이 부근의 혈관이 터질 것처럼 부풀어 올랐고, 입안 가득 쇠맛이 도는 검은 피가 배어 나왔다. 수뇌 혈관이 터져 나가는 이염 통증이었다.

쿵쾅, 쿵쾅!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심장 마비 직전의 부정맥이 가슴을 짓눌렀다. 뇌세포가 실시간으로 사멸해 가며, 그의 대뇌 피질 속 깊은 곳에 각인된 잔여 수명의 시계가 가차 없이 줄어들었다.

[잔여 수명: 9시간 12분]

숨이 턱 막히는 한계 상황 속에서도 민우의 눈동자는 얼음처럼 차가웠다. 그는 자신의 수명이 깎여 나가는 현상을 마치 남의 일인 양 물끄러미 직시했다. 고통은 감각에 불과하다. 뇌가 보내는 거짓 신호에 속아 넘어가 페이스를 잃는 순간, 진짜 죽음이 찾아온다. 그는 이를 악물고 통증을 이성 너머로 밀어냈다.

"하아, 하아……."

민우는 소희를 돌아보지 않은 채, 카운터 옆에 배치된 폐기 식품 보관함으로 걸어갔다. 불길이 오염수를 막아내고 있는 지금이 유일한 기회였다.

그는 보관함 내부의 플라스틱 선반을 통째로 들어냈다. 그리고 바닥의 철판을 강하게 드러내자, 얇은 이중 바닥이 삐걱거리며 틈을 보였다. 민우는 주저 없이 손가락을 밀어 넣어 판을 뜯어냈다.

*콰지직!*

먼지와 정체모를 검은 그을음 사이로 손바닥만 한 기계 장치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라스틱 외관이 반쯤 녹아내리고 붉은 혈흔이 눌러붙은 구형 녹음기였다. 2화에서부터 그 존재를 짐작하고 추적해 왔던 전임자의 마지막 유산이었다.

민우는 녹음기의 재생 버튼을 강하게 눌렀다. 끼이익 하는 테이프 마찰음과 함께, 지독하게 잡음이 섞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칙…… 들리나? 이걸 듣는다면…… 절대 포스기에 찍히는 수칙을 믿지 마라. 점장…… 그 새끼는 인간이 아니야. 매뉴얼에 적힌 금지 조항들…… 그건 살기 위한 게 아니라, 우리를 특정 구역으로 몰아넣기 위한…… 칙, 가짜 지령…….]

소희가 젖은 몸을 웅크린 채 그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녹음 속 목소리는 절박하게 이어졌다.

-[특히 지하 통로가 열릴 때…… 폐기물을 뿌리지 말라는 조항…… 그게 함정이다. 사냥꾼들은 썩은 유기물의 냄새를 맡고 움직이지만…… 오히려 그걸 강하게 연소시키면…… 그들의 후각 수용체가 파괴되어…… 끄아아악!]

비명과 함께 녹음은 끊겼다. 하지만 민우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때였다.

매장 뒤쪽, 삼각김밥과 도시락이 진열된 쇼케이스 내벽이 *쿠구구구* 하는 기괴한 마찰음과 함께 양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진열대 뒤편의 어둠 속에서 축축하고 습한 바람이 불어왔다. 그곳은 편의점의 창고가 아니었다.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짐승의 식도처럼, 붉은 점막이 꿈틀거리는 지하 도정 통로였다.

*샤아아아…….*

통로 안쪽의 어둠 속에서, 인간의 형상을 일그러뜨린 듯한 기괴한 그림자들이 떼를 지어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심야의 사냥꾼들'이었다. 그들의 다리는 기괴하게 꺾여 있었고,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거대한 구멍만이 뚫려 있었다. 그 구멍에서 풍기는 악취가 온 매장을 뒤덮었다.

"히익……! 저, 저기서…… 뭔가가…… 나온다고요……!"

소희가 이성을 잃고 비명을 지르며 카운터 구석으로 기어들어 갔다.

민우는 냉정하게 진열대로 걸어갔다. 그의 손에는 유통기한이 지나 폐기 처분된 도시락과 삼각김밥들이 가득 들려 있었다. 매뉴얼 4조 2항에는 '폐기 식품을 매장 바닥이나 통로에 함부로 뜯어 산포하지 마시오'라고 적혀 있었다. 점장이 설계한 거짓 수칙이었다. 사냥꾼들에게 신선한 미끼를 주지 말라는 그럴듯한 핑계로, 진짜 퇴치법을 감추기 위한 기만이었다.

민우는 삼각김밥의 비닐을 거칠게 벗겨내고, 끈적한 양념이 묻은 밥덩이들을 도정 통로 입구 바닥에 사정없이 흩뿌렸다.

"민우 씨! 미쳤어요?! 그걸 왜……!"

소희가 경악했지만 민우는 멈추지 않았다. 그는 흩뿌려진 폐기물 위로 남은 공업용 에탄올을 아낌없이 들이부었다.

어둠 속에서 기어 나오던 사냥꾼들이 유기물의 냄새를 맡고 일제히 속도를 높였다. 그들의 기괴한 손가락들이 바닥에 뿌려진 밥알을 향해 뻗어 나오는 순간, 민우는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사육 농장의 닭들은 모이통 앞에 모이기 마련이지."

민우가 라이터 불꽃을 에탄올이 적셔진 폐기물 더미 위로 던졌다.

*투둑.*

화아아아악!

순식간에 도정 통로 입구에서 엄청난 광포한 폭발음과 함께 고압의 불길이 치솟았다. 일반적인 불길이 아니었다. 이계의 유기물인 폐기 식품과 에탄올이 결합하고, 사냥꾼들의 마력이 도화선 역할을 하며 일어난 '인클로저 역연소'였다.

*콰아아아아!*

"끄아아아아아악!"

"키이이이익!"

통로 입구를 가득 메우던 사냥꾼들이 고압 소각의 불길 속에서 온몸이 타들어 가며 단말마의 비명을 질렀다. 불길은 통로 내부의 산소를 순식간에 빨아들이며 진공 상태를 만들었고, 타오르는 화염의 벽은 물리적인 장벽이 되어 사냥꾼들의 진입을 완벽하게 차단했다.

이계 존재들의 생태 마력을 역으로 이용해, 그들이 기어 나오는 통로 자체를 화염의 감옥으로 만들어 가둬버린 탁월한 병법이었다.

"하아…… 하아……."

소희는 넋이 나간 눈으로 그 압도적인 광경을 바라보았다. 민우는 불길의 열기를 등진 채, 카운터 하단의 포스기 모니터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시스템의 허점을 찔러 괴이들을 역으로 감금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승리의 여운은 길지 않았다.

*우두둑.*

통로 너머, 불길의 장벽 뒤편에서 뼈가 어긋나는 기괴한 파열음이 들려왔다. 불길 속에서도 타지 않고, 오히려 그 화염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걸어 나오는 거대한 실루엣이 있었다.

민우의 눈동자가 미세하게 흔들렸다.

그 존재의 피부는 불길에 그을려 온통 피고름이 찬 수포로 괴이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고, 목은 왼쪽으로 완전히 꺾여 어깨에 닿아 있었다. 하지만 허리에 차고 있는 주간 근무자의 명찰만은 선명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주간 매니저 박태식]

"민…… 우…… 씨……."

목이 반쯤 꺾인 기형의 자태를 한 박태식이, 쩍 갈라진 입으로 피를 토해내며 민우를 향해 무서운 속도로 돌진해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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