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콰앙!

레드존의 굳게 닫혀 있던 이중 철문이 부서질 듯한 굉음과 함께 양옆으로 밀려났다.

"비켜요! 비켜! 흉부 및 복부 관통 환자 들어갑니다!"

사설 구급대원 서넛이 온몸에 핏물을 뒤집어쓴 채 오물천지가 된 들것을 밀며 비명을 질렀다. 들것 위는 그야말로 처참한 지옥도였다. 사십 대 중반으로 보이는 남성의 가슴 한복판을 지름 3센티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시커먼 공사장 철근이 대각선으로 관통하고 있었다.

붉게 녹슨 철근 끝자락은 환자의 우측 등 뒤로 튀어나와 피와 진물을 뚝뚝 흘려댔다. 환자가 호흡을 내쉴 때마다 기관지에서 역류한 검붉은 피가 거품이 되어 입술 사이로 터져 나왔다.

"환자 바이탈! 혈압 70에 40! 맥박 분당 140회! 산소포화도 82퍼센트까지 떨어졌습니다! 이송 중에 어레스트 올 뻔한 거 에피네프린 때려 박으면서 겨우 버텼습니다!"

구급대원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송민우가 이마의 땀을 훔쳐내며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더니 곧바로 이빨을 사납게 갈았다.

"본원 접수처에 연락했어? 이 정도 관통상이면 하이브리드 수술실 열어야 하잖아! 왜 여기로 밀어 넣어!"

"그게…… 본원 응급의학과에서 기조실 지시라면서 접수를 거부했습니다! 외상구역 전용 베드가 비어 있으니 그리로 직배송하라고……!"

"이 개자식들이 진짜!"

송민우가 주먹으로 벽을 내려쳤다. 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석고보드가 움푹 들어갔다. 기획조정실장 한태오의 치졸한 고사 작전이었다. 혈액 팩을 묶고 항생제를 줄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아예 살릴 가능성이 없는 죽어가는 시체를 던져 레드존의 사망률을 폭사시키겠다는 노골적인 의도가 담겨 있었다.

하지만 백강혁은 그들의 정치적 계산 따위에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그의 눈은 오직 환자의 가슴팍에 박힌 쇠막대기로 향해 있었다.

스스스슥.

강혁의 망막 위로 차가운 푸른빛과 붉은빛이 뒤엉킨 글자들이 떠올랐다. 회귀와 함께 그에게 귀속된 '생명 구원 장부(Life Ledger)'가 강렬한 경고음을 울리며 환자의 생체 정보를 계량화하기 시작했다.

[대상 환자: 김만석 (45세)] [주요 병변: 3cm 규격 철근에 의한 흉복부 관통상, 우측 폐 하엽 파열, 하대정맥(IVC) 미세 열상, 제3요추 압박 골절 및 후복막 대량 출혈] [실시간 생존율: 12% -> 11% (실시간 하락 중)]

'11퍼센트.'

철근이 하대정맥을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만약 철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 1밀리미터라도 각도가 틀어지면, 하대정맥이 완전히 파열되며 수 초 내에 수술실은 피바다가 되고 환자는 즉사할 터였다.

"강혁아, 이거 못 살린다."

송민우가 강혁의 어깨를 무겁게 짚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깊은 피로감과 현실적인 절망이 짙게 배어 있었다.

"하대정맥 건드렸을 확률이 99퍼센트야. 열자마자 분수 쇼 터진다고. 혈액 팩도 부족한 상태에서 이건 자살행위야. 본원에 다시 항의해서 옮겨야 해."

"본원으로 이송하는 시간 10분입니다."

강혁이 송민우의 손을 차갑게 쳐내며 수술용 라텍스 장갑을 거칠게 찢어 발기듯 꼈다.

"그 10분 사이에 이 환자는 테이블 데스(Table Death)가 아니라 이송 카트 데스입니다. 한태오가 원하는 게 바로 그거겠죠. 우리가 손도 못 대고 환자가 죽어 나가는 것."

강혁은 환자의 침대를 소생실 안쪽의 간이 수술대로 직접 밀어붙였다. 그의 눈빛은 흔들림이 없었다.

"혈액 팩 없으면 없는 대로 짭짤한 식리식염수로 볼륨 유지하면서 수술 들어갑니다. 민우 형, 어시스트 서세요."

"야! 백강혁!"

"시간 없습니다."

강혁은 마음속으로 장부의 권능을 소환했다.

'생명 구원 장부, 포인트 150 소불. 초정밀 가상 시뮬레이션 가동.'

머릿속이 벼락을 맞은 듯 하얗게 탈색되더니, 환자의 흉강 내부가 3차원 입체 홀로그램처럼 투명하게 펼쳐졌다. 우측 폐 하엽을 찢고 들어간 철근의 궤적, 그리고 그 끝자락이 하대정맥 외벽을 간신히 누르고 있는 일촉즉발의 상태가 분홍빛 혈관과 붉은 혈류의 흐름으로 완벽하게 재구성되었다.

"흉체 지혈 가상 경로 확보 완료."

혼잣말처럼 중얼거린 강혁이 메스를 쥐었다.

"베타딘 뿌리고 바로 오픈합니다."

서걱.

망설임 없는 메스질이 환자의 우측 흉곽을 따라 길게 호를 그렸다. 피부와 피하지방층이 갈라지고, 늑간근 사이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피가 강혁의 안면 보호 실드로 튀었다.

"썩션!"

강혁의 외침에 송민우가 투덜거리면서도 귀신같은 솜씨로 썩션 팁을 밀어 넣었다. 주르륵, 붉은 피가 플라스틱 관을 타고 빠르게 빨려 들어갔다.

"어라? 혈관 주행이 왜 이래? 철근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거 하대정맥 아니야?"

송민우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아야 할 미세한 혈관의 뒤틀림을, 강혁은 마치 투시경이라도 쓴 것처럼 정확하게 비껴가며 절개해 들어가고 있었다.

"설아 선생, 마이크로 포셉이랑 시저 준비해."

어느새 수술실 안으로 들어온 윤설아가 긴장된 표정으로 강혁의 맞은편에 섰다. 그녀는 지난 수술에서 강혁의 귀신같은 집도 능력을 두 눈으로 목격한 이후, 그의 무모함 속에 숨겨진 완벽한 정밀성을 신뢰하기 시작한 터였다.

"좌측 폐 환기 차단하고 일측 환기로 전환했습니다. 백인턴, 철근 발거하는 순간 혈압 떨어질 겁니다. 준비되셨나요?"

"예. 제가 신호하면 세이버로 철근 고정 마운트 풀고 서서히 뒤로 빼세요. 단 1밀리의 오차도 허용 안 됩니다."

강혁이 오른손으로 철근의 뿌리를 움켜쥐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

강혁의 가슴팍을 둔중한 철퇴가 내리치는 듯한 극심한 충격이 엄습했다.

"윽……!"

이가 갈리는 신음이 강혁의 입술 사이로 새어 나왔다. 눈앞이 순간적으로 번쩍이며 붉은 경고등이 사방에서 명멸했다.

[경고: 시스템 과부하. 환자의 급성 쇼크 스트레스 동조 개시.] [동조율: 42%] [사용자 심박수: 158회/분 (부정맥 감지)]

심장이 터질 것처럼 불규칙하게 요동쳤다. 사지가 얼어붙는 것 같은 차가운 오한이 척추를 타고 흘러내렸다. 장부의 기적을 가동한 대가로 돌아오는 가혹한 육체적 형벌, 동조 통증(Sympathic Penalty)이었다.

"습…… 흐읍……."

강혁은 밭은숨을 몰아쉬며 턱을 미세하게 떨었다. 이마에서 흘러내린 굵은 땀방울이 눈꺼풀을 적셨지만 닦아낼 여유 따위는 없었다.

그리고 마침내, 우려하던 불길한 징조가 현실이 되어 그의 몸을 덮쳤다.

파르르르.

강혁의 왼손 끝이 제멋대로 떨리기 시작했다. 단순한 떨림이 아니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뻣뻣하게 굳어 들어가더니, 이내 손바닥 전체가 안쪽으로 흉측하게 비틀리며 일체형 경련을 일으켰다. 1화에서부터 미세하게 이어져 오던 장부의 과부하가, 마침내 왼손의 일시적 완전 마비라는 최악의 트리거를 터뜨린 것이다.

"……!"

손가락의 통제력을 완전히 상실한 그 순간.

강혁이 왼손에 쥐고 있던 날카로운 수술용 큐렛이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갔다.

쨍그랑!

서늘하고 무거운 금속음이 수술실 바닥을 두들기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타일 바닥 위에 떨어진 큐렛이 몇 번을 구르다 멈췄다.

수술실 내부의 공기가 순식간에 영하로 얼어붙었다.

"강혁아?"

송민우의 시선이 바닥에 떨어진 큐렛에서 강혁의 기괴하게 뒤틀린 왼손으로 향했다.

"너…… 손이 왜 그래? 너 지금 떨리는 수준이 아니잖아!"

"백인턴! 손가락에 마비 온 거예요? 지금 이 상태로 수술을 계속하겠다고요?"

윤설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찢어졌다.

환자의 가슴을 열어젖히고 철근을 뽑아내기 바로 직전의 순간이었다. 집도의의 손이 마비되었다는 것은 환자의 사형 선고나 다름없었다. 수술실 뒤편에 서 있던 마취과 레지던트와 간호사들의 얼굴에 짙은 절망과 공포가 서렸다.

"비켜, 백강혁. 내가 잡는다."

송민우가 강혁의 앞을 가로막으며 메스를 뺏으려 했다.

"안 됩니다."

강혁이 뒤틀린 왼손을 자신의 수술복 가슴팍에 억지로 밀어붙여 고정하며 차갑게 대꾸했다.

"하대정맥의 미세 주행 각도는 제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민우 형이 잡는 순간, 1초도 안 돼서 하대정맥 터집니다."

"그럼 한 손으로 하겠다는 거야? 미친 새끼야, 이건 흉부외과 정밀 수술이야! 한 손으로 결찰하고 봉합하는 게 가능할 것 같아?"

송민우가 소리를 질렀다. 그의 눈에 분노와 안타까움이 뒤섞였다.

실제로 불가능했다. 한 손으로 혈관을 잡고 다른 한 손으로 바늘을 통과시켜 매듭을 짓는 것은 신의 경지에 도달한 서전이라 해도 물리적인 한계가 있었다.

그때, 윤설아가 한 걸음 더 앞으로 다가섰다.

그녀의 눈빛이 흔들림 없이 강혁의 시선과 마주쳤다.

그녀는 알고 있었다. 백강혁이라는 오만하고 정체 모를 인턴이 결코 허언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비록 그의 손이 망가져 가고 있을지언정, 그의 눈빛에는 여전히 환자를 살리겠다는 지독할 정도의 집념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제가 하겠습니다."

윤설아의 단호한 목소리가 수술실의 소란을 단숨에 잠재웠다.

"설아 선생? 무슨 소리야, 지금!"

송민우가 놀라 물었지만, 윤설아는 강혁만을 뚫어지게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백인턴의 왼손이 마비되었다면, 제가 그의 왼손이 되겠습니다. 백인턴이 오른손으로 집도하는 모든 동선에 맞춰, 제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포셉과 클램프로 조직을 견인하겠습니다. 저를 믿으세요."

그것은 자신의 의사로서의 커리어와 입지를 모두 건 모험이었다. 만약 이 수술이 실패한다면, 징계위원회에서 가장 먼저 목이 날아갈 사람은 집도를 허용한 펠로우 윤설아 본인이 될 터였다.

그럼에도 그녀는 강혁에게 자신의 무결점한 신뢰를 보냈다.

강혁은 굳게 다문 입술 사이로 더운 숨을 뿜어냈다.

"……좋습니다. 윤설아 선생, 제 호흡에 맞추세요."

강혁은 떨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마음속의 장부를 향해 외쳤다.

'장부 가동. 남은 생명 포인트 전량 지출. 일시 생체안정 버프, 환자 김만석과 집도의 백강혁에게 동시 이중 가동(Double Activation)!'

[쿠구구구구!]

머릿속에서 거대한 해일이 밀려오는 듯한 충격과 함께, 극심하게 요동치던 강혁의 심박수가 서서히 하강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뻣뻣하게 굳어 있던 그의 왼손 손가락 끝으로 뜨거운 혈류가 강제로 주입되며 미세한 감각이 일시적으로 되살아났다.

물론 이것은 일시적인 마취와 다름없는 임시방편이었다. 수술이 끝난 뒤 찾아올 반동 통증은 이전의 몇 배에 달할 터였지만, 지금은 그것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환자의 생존율이 8%까지 기운 상태였다.

"지금 뽑습니다. 하나, 둘, 셋!"

서걱!

윤설아가 강혁의 눈빛 신호에 맞춰 철근을 고정하던 흉벽 조직을 완벽한 각도로 벌렸다. 강혁의 오른손이 번개처럼 움직여 철근을 부드럽고도 신속하게 뒤로 뽑아냈다.

치이이익!

철근이 빠져나간 구멍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하대정맥의 미세 열상 부위가 찢어진 것이다.

"썩션! 썩션 더 강하게!"

송민우가 비명을 지르며 피를 빨아들였지만, 시야는 순식간에 붉은 피로 가득 찼다.

"시야 확보 안 됩니다!"

"눈으로 보지 마세요."

강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수술실을 지배했다.

"손끝의 감각과 머릿속의 시뮬레이션 지도를 믿는 겁니다. 윤설아 선생, 11시 방향 하대정맥 분지점, 포셉으로 홀딩하세요!"

윤설아의 포셉이 피바다 속으로 주저 없이 빨려 들어갔다. 놀랍게도 그녀가 움켜쥔 곳은 정확히 출혈이 시작되는 하대정맥의 찢어진 외벽이었다.

"잡았습니다!"

"좋아, 5-0 프롤린(Prolene)!"

강혁의 오른손이 허공을 갈랐다. 왼손은 여전히 반쯤 마비되어 겨우 형태만 유지하고 있었지만, 그의 오른손 놀림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해 있었다.

바늘이 찢어진 혈관 벽을 파고들었다. 한 손만으로 실을 교차시키고, 매듭을 짓는 초압도적인 핑거 플레이가 눈앞에서 펼쳐졌다.

스슥. 슥. 슥.

단 3초.

단 세 번의 손놀림 만에 하대정맥의 찢어진 부위가 완벽하게 봉합되며 제자리를 찾아갔다.

솟구치던 핏줄기가 거짓말처럼 뚝 멈췄다.

"……!"

송민우는 썩션 팁을 쥔 채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양손을 다 써도 족히 수십 분은 걸릴 초고난도의 혈관 봉합을, 한 손이 마비된 상태에서 단 몇 초 만에 끝내버린 것이다. 이것은 단순한 천재성을 넘어선, 생명의 영역을 강제로 비틀어 쥔 절대자의 솜씨였다.

"우측 폐 하엽 파열 부위, 자동 봉합기(Stapler)로 쐐기 절제술 시행합니다. 설아 선생, 어시스트."

"예!"

두 사람의 호흡은 마치 십 년을 함께 맞춘 파트너처럼 완벽했다. 강혁이 길을 열면 설아가 받치고, 설아가 고정하면 강혁이 마무리를 지었다.

삐------ 삐-- 삐-- 삐-------.

시끄럽게 울려 대던 바이탈 모니터의 경고음이 점차 규칙적이고 안정적인 박자로 변해갔다.

[환자 생존율: 91%] [사망 확률: 1.8% (안정권 진입)]

"……살았다."

마취과 레지던트가 나직하게 탄성을 내뱉었다. 수술실 안의 모두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지옥 같던 1시간의 사투 끝에, 송민우가 지쳐 쓰러질 듯한 표정으로 강혁을 보았다.

"야…… 백강혁. 너 진짜 인간 맞냐?"

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의 온몸은 물에 빠진 것처럼 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이중 가동했던 장부의 버프가 풀리자마자, 전신을 엄습하는 극심한 피로감과 심장의 둔탁한 통증이 그를 짓눌렀다.

스르륵.

강혁은 핏물로 얼룩진 수술용 장갑을 무겁게 벗어 던졌다. 쓰레기통에 처박히는 장갑에서 끈적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수술 끝났으니 정리하세요."

강혁은 차갑게 한마디를 남긴 채, 비틀거리는 걸음을 옮겨 수술실 밖 scrub area(세척실)로 향했다. 센서형 수전에 손을 갖다 대자 차가운 물이 쏟아져 내렸다. 그는 물속에 손을 담근 채, 깊은 숨을 몰아쉬었다.

오직 생명만을 구하겠다는 그의 갈망. 하지만 그 길을 가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칩으로 던져야 하는 이 가혹한 게임을, 그는 언제까지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바로 그때였다.

세척실의 자동문이 거칠게 열리며, 원내의 불청객이 무례하게 발을 들여놓았다.

하얀 의사 가운을 칼같이 다려 입은 사내. 외과 과장 차민혁의 심복이자 본원 외과 수석 전공의인 강태수였다. 그의 뒤에는 보안요원 둘이 험악한 표정으로 버티고 서 있었다.

강태수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강혁의 앞을 가로막았다.

"역시 여기 있었군, 백강혁 인턴."

강혁은 물기를 닦지도 않은 채, 차가운 눈빛으로 강태수를 응시했다.

"비켜."

"비킬 수가 없지. 아주 대단한 짓을 저지르고 다니더군."

강태수가 품 안에서 붉은 직인이 찍힌 하얀 서류 봉투를 꺼내 강혁의 가슴팍에 거칠게 들이밀었다.

"백강혁 인턴. 너를 무단 향정신성 의약품 절도 및 투약 혐의, 그리고 집도 권한이 없는 인턴 신분으로 규정을 위반하고 수술을 전횡한 죄로 긴급 징계위원회에 회부한다."

강태수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올라갔다.

"내일 오전 10시, 본관 대회의실이다. 기조실장님과 과장님이 직접 주재하시는 자리지. 옷 벗을 준비나 해라, 이 건방진 새끼야."

수술실을 갓 빠져나온 강혁의 차가운 눈동자에, 징계위 소집 통보서의 붉은 직인이 선명하게 반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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