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장님! 아니, 백인턴 선생님! 지금 당장 구관으로 가보셔야 합니다!”
대회의실의 묵직한 목조 문이 부서질 듯 열리며 비서실 직원이 소리쳤다. 숨을 헐떡이는 그의 손에 들린 태블릿 PC 화면이 거칠게 흔들렸다. 화면 속에는 이미 최종 승인 도장이 찍힌 전자 결재 문서가 붉은색 낙인처럼 박혀 있었다.
“한태오 실장님이…… 조금 전 이 회의실로 들어오시기 직전에 최후의 결재를 올리셨습니다. 도주하기 전에 아예 대못을 박아버린 겁니다!”
직원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차민혁 과장이 징계위원회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아수라장 속에서도, 한태오는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입꼬리를 비틀어 올렸다.
“임시외상구역 수술 공간 및 레드존 부지의 강제 대형 철거 가결 서명본이…… 이사회에 이미 접수 완료되었습니다! 지금 본관 시설팀과 철거 업체 인부들이 장비를 싣고 구관 레드존으로 진입하고 있습니다!”
윤설아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가셨다.
“뭐라고요? 지금 수술실에 아직 회복 중인 환자들이 처치실에 누워 있는데 철거라니요!”
강혁의 차가운 시선이 구석에 서 있던 한태오에게로 향했다. 한태오는 깨진 유리 긁는 소리로 읊조렸다.
“내가 순순히 물러날 것 같았나, 백강혁? 내 손으로 리조트를 짓지 못한다면, 네놈들의 그 알량한 놀이터도 존재할 이유가 없어. 이미 법적 절차는 끝났다. 오늘부로 레드존은 철거된다.”
그와 동시에, 강혁의 귓가에 이명이 일며 붉은색 경고음이 사정없이 몰아쳤다. 뇌리를 찢는 듯한 기계음과 함께 생명 구원 장부의 활자가 시야를 가득 메웠다.
[위기 상황 발생: 임시외상구역(The Red Zone)의 물리적 파괴 시작.] [경고: 구역 내 입원 환자 3인의 바이탈 급격히 저하 중.] [남은 시간: 15분]
“으윽…….”
강혁은 자신도 모르게 왼쪽 가슴을 부여잡았다. 심장이 갈비뼈를 뚫고 나올 것처럼 요동쳤다. 분당 심박수가 140을 상회하는 부정맥의 전조였다. 가슴을 쥐어짜는 통증과 함께, 그의 왼손 끝이 다시 한번 거세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손가락 마디마디가 제멋대로 꺾이며 비틀리는 기괴한 경련. 장부의 치명적 과부하 동조로 심박수가 폭등할 때마다 찾아오는 지독한 낙인이었다. 손끝에서 시작된 마비감이 손목을 타고 어깨까지 무겁게 차올랐다.
강혁은 덜덜 떨리는 왼손을 오른손으로 꽉 움켜쥐었다. 가죽 재킷 안쪽 주머니에 든 빳빳한 종이 조각이 만져졌다. 청소용 폐지 수거함에서 건져 올렸던, 한태오와 차민혁의 가온 메디컬 뷰티 리조트 불법 투자 유착 계약서 파편이었다.
이미 이 서류 한 장으로 징계위원회라는 단두대 위에서 저들의 목을 쳤다. 저들은 파멸했다. 하지만 벼랑 끝에 몰린 쥐새끼는 마지막 순간에 가장 독한 이빨을 드러내는 법이었다. 한태오가 퇴출당하기 직전, 마지막 권한을 남용해 외상구역의 강제 철거를 승인해 버린 것이다.
“백강혁, 손이 왜 그래?”
윤설아가 강혁의 비정상적인 손 떨림을 포착하고 그의 팔을 붙잡았다. 강혁은 거칠게 숨을 내쉬며 그녀의 손을 뿌리쳤다.
“가야 합니다. 레드존으로.”
“하지만 네 손 상태가……!”
“환자들이 거기 있습니다.”
강혁의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고, 단호했다. 그는 비틀거리는 걸음을 억지로 바로잡으며 대회의실 문을 나섰다. 송민우가 그 뒤를 따르며 품 안의 낡은 가죽 수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
“한태오 이 개자식이 진짜 갈 때까지 가는구나. 시설팀 놈들, 내 손에 걸리면 아주 뼈도 못 추릴 줄 알아라.”
송민우의 장난기 어린 얼굴은 간데없고, 눈에는 시퍼런 안광이 서려 있었다.
세 사람은 구관을 향해 복도를 질주했다.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강혁의 왼손 손가락들은 여전히 제멋대로 꼬인 채 펴지지 않았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요동칠 때마다 눈앞에 붉은 불꽃이 튀었다.
구관 입구에 도착했을 때,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파란색 작업복을 입은 시설팀 직원들과 헬멧을 쓴 용역 인부 수십 명이 이미 구관 로비를 점거하고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자재용 합판과 쇠지게, 그리고 콘크리트를 깨부수는 함마드릴이 들려 있었다.
“지금 뭐 하는 짓들이야!”
송민우가 고함을 지르며 인부들의 앞을 막아섰다. 시설팀 조장이 붉은 도장이 찍힌 서류를 내밀며 뻔뻔하게 대꾸했다.
“기조실 정식 행정 명령입니다. 오늘부로 가온 임시외상구역은 폐쇄 및 철거 구역으로 지정되었습니다. 본관 지시대로 처치실에 있는 환자들은 즉시 일반 병동으로 이송 준비하십시오. 10분 뒤에 가림막 설치 들어갑니다.”
“이송 준비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저 안쪽 처치실에 있는 환자들 상태가 어떤지 알고나 하는 소리야? 다발성 장기 손상에 기흉 환자까지 있어! 이동하는 순간 어레스트(심정지) 온다고!”
송민우가 멱살을 잡을 듯이 들이댔지만, 시설팀 조장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저희는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할 뿐입니다. 이송을 거부하시면 업무방해로 고발 조치하겠습니다. 비켜서세요.”
인부들이 합판을 들고 처치실 입구로 진입하려 했다.
“멈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공간을 압도했다. 강혁이었다. 경련하는 왼손을 주머니에 쑤셔 넣은 채, 그는 오직 오른손 하나만을 내밀어 인부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의 눈빛은 맹수처럼 형형하게 빛나고 있었다.
“의사의 허락 없이 환자의 침대에 손을 대는 놈은, 그 손가락뼈를 전부 으스러뜨려 놓겠다.”
“뭐, 뭐야? 이 인턴 새끼가 미쳤나…….”
“비켜라. 내 경고는 두 번 없다.”
강혁이 뿜어내는 압도적인 살기에 인부들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 틈을 타 윤설아가 처치실 안으로 뛰어 들어가 환자들의 바이탈을 체크했다.
“강혁 씨! 김만석 환자 혈압 떨어져요! 80에 50, 셀라인(생리식염수) 풀 드롭(Full drop) 해야 해요!”
환자들의 바이탈 모니터가 요란하게 울리기 시작했다. 장부가 경고한 15분의 제한 시간이 타들어 가고 있었다. 철거용 중장비 소음과 인부들의 고성이 환자들에게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있었다. 이대로 환자들을 이동시켰다가는 구관 문턱을 넘기도 전에 사망할 것이 뻔했다.
강혁은 처치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머릿속으로 장부를 호출했다.
[생명 구원 장부 가동.] [남은 포인트: 1,200 SP] [기능 선택: 신체 기능 일시 안정화 버프 (지속 시간 30분) - 소모 포인트 500 SP] [대상: 입원 환자 3인]
‘가동해.’
강혁의 뇌리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붉은색 수치들이 환자들의 이마 위로 떠올랐다.
[환자 김만석 생존율: 42% -> 55%] [환자 최영수 생존율: 38% -> 50%] [환자 이정훈 생존율: 45% -> 58%]
수액 라인을 타고 흐르는 보이지 않는 생명의 기운이 환자들의 전신으로 퍼져나갔다. 요란하게 울리던 모니터의 경고음이 점차 규칙적인 신호음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그 대가는 고스란히 강혁의 육체로 환원되었다.
“크윽……!”
강혁의 무릎이 꺾였다. 가슴을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극통이 밀려왔다. 부정맥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며 전신에 식은땀이 비 오듯 흘렀다. 왼손 손가락들은 아예 안쪽으로 굳어버려 꼼짝도 하지 않았다.
“강혁 씨!”
윤설아가 다급하게 그를 부축했다. 강혁은 그녀의 어깨를 짚고 간신히 버텨 섰다.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가 찢어지는 것 같았다.
“괜찮…… 습니다.”
“괜찮기는 뭐가 괜찮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잖아!”
윤설아의 목소리에는 걱정과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 그녀는 강혁을 침대 옆 의자에 앉혔다. 그 순간, 강혁의 시선이 윤설아의 의사 가운 주머니 깃에 머물렀다. 주머니 틈새로 살짝 삐져나온 은색의 얇은 금속 자루.
그것은 지난번 수술 도중 가온대병원 본원 흉부외과 박 대위의 방해로 인해 한쪽 팁이 일시적으로 손상되었던, 그녀가 가장 아끼는 일제 맞춤형 마이크로 메스였다. 날 끝이 미세하게 구부러지고 이가 빠진 채, 그녀의 주머니 속에 방치되어 있던 물건이었다.
강혁은 굳어가는 오른손을 뻗어 그녀의 주머니에서 메스를 꺼냈다.
“어? 그건 왜…….”
윤설아가 놀라 물었지만, 강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는 메스를 눈앞에 가져다 대고 가만히 응시했다.
장부의 텍스트가 그의 시야에 새로운 선택지를 제시했다.
[특수 장비 감지: 손상된 초정밀 마이크로 메스] [기능: 장부의 신수(神手) 기능을 통한 무기 및 장비 개조 성능 가동 가능.] [소모 포인트: 500 SP] [복원 및 초정밀 강화율: 100%]
강혁은 속으로 읊조렸다.
‘개조해.’
그의 손끝에서 미세한 붉은 전류 같은 빛이 흘러나와 메스의 손잡이를 감쌌다. 겉으로는 아무런 변화도 없는 것처럼 보였지만, 메스의 구부러졌던 날 끝이 분자 단위를 재배열하듯 완벽한 직선을 그리며 복원되기 시작했다. 날카로운 날의 각도는 현존하는 그 어떤 마이크로 메스보다도 예리하게 다듬어졌고, 금속의 강도는 다이아몬드에 필적할 만큼 단단해졌다.
강혁은 차갑게 식은 메스를 윤설아에게 다시 건넸다.
“받으십시오.”
윤설아는 의아한 표정으로 메스를 건네받았다. 그리고 메스를 조심스럽게 꺼내 드는 순간, 그녀의 두 눈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크게 떠졌다.
“이건…….”
그녀는 빛에 메스를 비추어 보았다. 수술실의 무영등 불빛이 없어도 알 수 있었다. 완벽했다. 아니, 완벽하다는 말로는 부족했다. 일제 장인이 처음 만들어 보냈을 때보다도, 수만 분의 일 밀리미터의 오차조차 허용하지 않는 완벽한 대칭과 예리함이 메스 날 위에 흐르고 있었다.
손바닥에 착 감기는 무게감과 밸런스 역시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체공학적으로 진화해 있었다. 메스를 쥔 손끝에 마치 살아있는 생명체가 닿은 듯한 전율이 일었다.
“이걸…… 어떻게 한 거예요? 분명 날 끝이 완전히 무너졌었는데…….”
윤설아가 경악 어린 눈으로 강혁을 바라보았다. 강혁은 마비되어 가는 왼손을 억지로 주머니에 깊숙이 찔러 넣으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의사에게 가장 어울리는 무기를 돌려준 것뿐입니다. 내일 이사회가 열리기 전까지, 저 쓰레기들이 환자에게 손대지 못하게 막아야 하니까요.”
윤설아는 메스를 손가락 사이로 가볍게 돌려 쥐었다. 그녀의 눈빛에서 망설임과 두려움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녀의 곧은 척추가 더욱 꼿꼿하게 섰다.
“이 칼이 향하는 곳은 오직 환자의 심장이야.”
윤설아가 나직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일 어떤 철거단이 와도 난 수술실 램프를 끄지 않겠어. 백강혁 씨, 당신이 살려놓은 환자들, 한 명도 저들에게 넘겨주지 않아.”
그녀의 선언은 마치 신성한 맹세와도 같았다. 강혁의 독선적이고 차가운 심장 속으로, 윤설아라는 의사에 대한 완벽한 신뢰와 동맹의 결속이 단단하게 뿌리를 내리는 순간이었다.
그때, 처치실 바깥 로비에서 송민우의 고함이 다시 한번 울려 퍼졌다.
“야! 너희들 진짜 법대로 해볼까? 내 수첩에 적힌 이름들 보면 기절할 놈들이 어디서 함마를 휘둘러!”
송민우가 품속에서 낡은 가죽 수첩을 꺼내 시설팀 조장의 코앞에 대고 흔들었다. 수첩의 헤진 가죽 표지 너머로, 대기업 사외 이사들과 보건복지부 요인들의 직통 번호가 빼곡히 적힌 속지가 슬쩍 보였다.
“이 수첩에 있는 양반들한테 전화 한 통 돌려줘? 가온대병원이 중증외상 환자들을 철거 장비로 위협해서 강제 퇴원시키려 한다고 제보해 줘? 내일 아침 뉴스 1면에 병원장 이름 석 자 박히고 싶지 않으면 당장 그 지저분한 합판 치워라, 응?”
송민우의 능글맞으면서도 뼈가 있는 협박에 시설팀 조장은 마른침을 삼키며 인부들을 뒤로 물러서게 했다.
“……일단 철수는 하겠지만, 내일 아침 이사회에서 최종 철거 표결이 가결되면 그땐 우리도 강제로 집행할 겁니다. 오늘 밤이 마지막인 줄 아십시오.”
시설팀 조장이 붉은 서류를 챙겨 들고 인부들과 함께 퇴각했다. 구관 로비에 일시적인 정적이 찾아왔다.
밤이 깊어 가며 구관 뒤편의 공터는 차가운 공기로 가득 찼다.
강혁과 송민우는 구관 건물 뒤편, 낡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머리 위로는 칠흑 같은 먹구름이 짙게 깔려 달빛조차 차단하고 있었다. 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본관 옥상에 화려하게 빛나던 ‘VIP 영빈 타운 및 메디컬 리조트 예정지’의 대형 간판을 요란하게 흔들었다.
끼이익, 끼이익.
쇠붙이가 긁히는 불길한 소음이 어둠 속으로 퍼져나갔다. 마치 가온대학병원을 집어삼키려는 기득권의 탐욕이 마지막 발악을 하듯 흔들리는 모양새였다.
송민우가 캔커피를 들이켜며 차가운 한숨을 내뿜었다.
“강혁아.”
“예, 선생님.”
“내일 이사회가 진짜 마지막 승부처다. 한태오가 올린 철거 서명본이 이사회 표결을 통과하는 순간, 법적으로 우린 끝장이야. 내가 가진 인맥을 총동원해서 보건복지부 라인으로 압박을 넣고는 있지만, 병원 내부의 표심을 돌리려면 확실한 한 방이 더 필요해.”
송민우가 가죽 수첩을 만지작거리며 비장한 표정을 지었다. 강혁은 떨림이 멈추지 않는 자신의 왼손을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확실한 한 방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어떤 거?”
“우리가 의사라는 사실입니다.”
강혁의 눈빛이 본관 VIP 간판을 행해 차갑게 꽂혔다.
“환자를 살리는 것보다 더 확실한 증명은 없습니다. 저들이 아무리 돈과 권력으로 밀어붙여도, 우리가 살려낸 생명들이 저들의 목을 조르는 가장 강력한 칼날이 될 겁니다.”
송민우가 픽 웃으며 강혁의 어깨를 툭 쳤다.
“새끼, 말은 번지르르하게 잘해요. 그래, 가보자. 내일 아침까지 살아남아서 저 오만한 본관 놈들 코를 배어 주자고.”
두 사람의 어깨 위로 차가운 빗방울이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했다. 거대한 폭풍우의 전조였다.
다음 날 아침 7시.
이사회 최종 철거 찬반 투표 승인을 단 1시간 남겨둔 시점이었다. 구관 레드존의 분위기는 팽팽하게 당겨진 활시위처럼 터질 듯한 긴장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윤설아는 복원된 마이크로 메스를 소독기에 넣고 수술 준비를 마친 채 대기하고 있었고, 송민우는 이사회장 주변의 동향을 파악하느라 연신 전화를 붙들고 있었다.
강혁은 수술실 입구에 서서 왼손을 쥐었다 폈다 했다. 경련은 멈추었지만, 손끝의 감각은 여전히 둔탁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구관 리셉션 데스크에 설치된 광역 재난 구급 수용 모니터링 경보기가 찢어질 듯한 경보음을 울려대기 시작했다.
삐이이이이익-! 삐이이이이익-!
동시에 벽면에 부착된 빨간색 경고등이 사정없이 깜빡이며 수술실 복도 전체를 피처럼 붉게 물들였다. 모니터 화면 위로 붉은색 경고 텍스트가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긴급 상황: 도심 요각 고속도로 출구 고가 대교 완파.] [상황: 20중 연쇄 충돌 다발 사고 발생.] [예상 중증 외상 환자: 수십 명 발생.] [가온대병원 본원 응급실 수용 한계 초과. 레드존으로 환자 대량 이송 예정.]
무전기 너머로 구급대원의 다급하고 찢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 가온대 외상구역! 수용 가능합니까? 고가 대교 상판이 무너지면서 차량 수십 대가 추락했습니다! 흉부 관통상 및 다발성 장기 파열 환자들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본원은 수용 불가라 이쪽으로 가야 합니다! 수용 가능합니까!
송민우가 수화기를 던지듯 내려놓으며 지독한 욕설을 뱉었다.
“이런 미친…… 하필이면 이 타이밍에!”
윤설아가 달려 나와 모니터를 바라보며 안색이 창백해졌다.
“20중 추돌에 고가 대교 붕괴라니요…… 환자가 최소 수십 명이에요! 우리 인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어요!”
이사회 최종 철거 찬반 투표까지 남은 시간은 단 1시간.
그 절체절명의 사선 위로, 피투성이가 된 수십 명의 생명이 폭풍처럼 밀려들고 있었다.
강혁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의 귓가에 장부의 새로운 메시지가 얼음처럼 울려 퍼졌다.
[대형 재난 퀘스트 발생: 사선의 구원자] [환자들의 생존율을 유지하고 수술을 성공시키십시오.] [실패 시: 임시외상구역 강제 철거 및 장부 기능 영구 정지.]
강혁은 주머니에서 손을 빼냈다. 그의 손끝이 차갑게,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다시 떨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입꼬리는 비틀려 올라가 있었다.
“수술 준비하십시오.”
강혁이 메스를 쥐듯 오른손을 굳게 움켜쥐며 선언했다.
“한 명도 죽게 내버려 두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