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바닥으로 떨어진 ‘눈금 전 조각’ 목각 도구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굴러갔다.

편전의 바닥을 구르는 나뭇조각의 궤적을 따라 이연의 시선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손끝에서 시작된 가느다란 떨림이 소매 안쪽으로 숨어들었다. 3호 수력 영철로의 폭발. 그것은 단순한 가마 하나가 깨진 것이 아니었다. 평안도 철산의 제철 기지는 이 나라 조선의 명운을 바꿀 화포와 조총의 심장이었다. 그 기지의 중추가 날아갔다는 것은, 곧 다가올 북방의 파도를 막아낼 방벽이 무너졌음을 의미했다.

"박진국은."

이연의 목소리는 낮고 평이했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서늘한 압력에 엎드린 우성전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장계에는... 군기시 별제 박진국 이하 수십 명의 장인이 현장에서 화를 입었다고만 기록되어 있사옵니다. 생사 여부는 아직 명확히 파악되지 않았으나, 폭발의 위세가 워낙 맹렬하여 가마터의 수십 보 안팎이 모두 잿더미로 변했다 하옵니다."

"생사를 모른다?"

이연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슴 속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밀었으나, 겉으로 드러난 얼굴은 오히려 얼음장처럼 굳어 있었다. 실패하면 죽는다. 전생의 기억이, 그리고 이 나라의 참혹한 미래가 그의 등 뒤를 칼날처럼 겨누고 있었다. 그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이 통제의 굴레 속에서, 유일하게 손과 발이 되어 미래의 도면을 현실로 빚어내던 장인이 사라졌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은 그의 이성을 마비시키기에 충분했다.

"승지."

"예, 전하."

"도승지를 들라 하라. 그리고 류성룡을 편전으로 즉각 입시케 하라."

***

다음 날 아침, 조정은 이미 폭풍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다.

송익필을 위시한 서인 대신들은 이조전랑 임명권을 볼모로 집단 사직서를 제출한 상태였다. 국정이 마비된 틈을 타, 철산의 대폭발 소식은 그들에게 가장 훌륭한 무기가 되었다.

"전하! 영변과 철산의 야철지는 애초에 조종조의 법도에 없는 해괴한 법령으로 지어진 곳이옵니다!"

대사헌이 조복 자락을 펄럭이며 앞으로 나섰다. 그의 뒤로 서인 간관들이 일제히 머리를 조아렸다.

"천한 야공들을 종6품의 벼슬에 앉히고, 나라의 철광과 숯을 아낌없이 쏟아부었으나 돌아온 것은 하늘의 진노뿐이옵니다! 이 어찌 천벌이 아니겠사옵니까? 즉시 군기시 별제 박진국의 관직을 박탈하고 법에 따라 다스리셔야 하옵니다. 아울러 해괴한 무기 제조를 중단하시고 영변의 야철지를 전면 폐쇄하소서!"

"폐쇄라."

용상에 앉은 이연은 턱을 괸 채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송익필은 직접 조정에 나오지 않았으나, 그가 음지에서 조종하는 간관들의 주둥이는 칼날보다 예리하게 왕의 권위를 도려내고 있었다. 저들은 철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관심이 없었다. 그저 왕이 쥐려는 군사적 통제권을 빼앗고, 성리학의 예법 아래 왕을 다시 가두는 것만이 목적인 자들이었다.

이연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대사헌은 철산의 야철지가 조종조의 법도에 어긋난다 하였는가?"

"그러하옵니다, 전하! 근본 없는 천민들에게 쇠를 만지게 하고, 나라의 재물을 낭비하는 것은 도덕적 치세에 어긋나는 패도(覇道)이옵니다!"

"재물의 낭비라... 참으로 눈물겨운 우국충정이로다."

이연이 천천히 품 안에서 누렇게 빛이 바랜 가죽 표지의 장부 한 권을 꺼내 들었다. 탁, 소리와 함께 장부가 어전의 바닥으로 떨어졌다.

"대간들이 그리도 걱정하는 나라의 재물이, 정작 어디로 흘러가고 있었는지 아는 자가 있는가?"

조정의 공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엎드려 있던 간관들의 눈동자가 바닥의 장부로 향했다.

"그 장부는 혜민서와 도성 안팎의 약방에서 흘러나온 유황과 초석의 거래 비망록이다. 사대부 가문의 이름들이 아주 상세히 적혀 있지. 검소함을 숭상하고 도덕을 논하던 네놈들의 가문에서, 왜구와 북방의 여진족에게 밀매한 유황의 양이 자그마치 수천 근에 달하더구나."

이연의 목소리가 벼락처럼 울려 퍼졌다.

"경국대전에 이르기를, 군수 물자를 적국이나 외인에게 사사로이 넘기는 자는 능지처참에 처하고 그 가문을 멸한다 하였다! 대사헌! 네 가문의 숙부 이름이 이 장부 첫 장에 적혀 있는데, 이것이 네가 말한 성리학의 예법이더냐!"

대사헌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말을 잇지 못하고 사시나무 떨듯 떨며 이마를 바닥에 찧었다.

"전, 전하! 그것은 무고이옵니다! 어찌 그런 해괴한 장부를 믿으시옵니까!"

"무고라? 의금부 지사들을 시켜 네놈들의 가택을 당장 수색해 볼까? 가택에서 나오는 유황의 무게만큼 네놈들 목에 칼을 씌워도 그 소리가 나올지 두고 보자꾸나!"

이연의 매서운 다그침에 편전 안의 서인 대신들은 단 한 마디도 대꾸하지 못했다. 이조전랑을 볼모로 잡고 버티던 기세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목숨을 구걸하는 신음만이 바닥을 기어 다녔다. 2화에서 확보해 두었던 사대부 유황 밀매 뒷장부는 이 결정적인 순간에 사림의 아가리를 완벽하게 틀어막는 살인검이 되었다.

"류성룡은 들으라."

"예, 전하. 신 류성룡, 명을 대기하옵니다."

류성룡이 차분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앞으로 나왔다. 그의 눈빛에는 임금의 서슬 퍼런 책략에 대한 경외와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과인은 평안도 철산으로 친히 행차할 것이다."

그 선언에 편전이 다시 한번 요동쳤다.

"전하! 어찌 조정을 비우고 변방의 험지로 가시려 하시옵니까!"

"입을 다물라!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지 않고서는 그 어떤 장계도 믿지 않을 것이다. 과인이 자리를 비운 사이, 조정의 정무는 영의정과 좌의정, 그리고 류성룡 네가 전담하여 처리하라. 만약 과인의 순행 중에 허튼수작을 부리는 자가 있다면, 내 한양으로 돌아오는 즉시 그 가문의 삼족을 멸할 것이다."

이연은 신하들의 반대를 힘으로 찍어 누르고 용상에서 내려왔다. 왕권의 절대적인 통제를 완성하기 위해, 철산의 불꽃은 기필코 되살려야만 했다.

***

사흘 밤낮을 쉬지 않고 달린 강행군이었다. 소수의 금군과 호위만을 거느린 채 평안도 철산의 비밀 용해 단지에 도착한 이연은 마침내 그 참상을 눈으로 마주했다.

매캐한 유황 냄새와 석탄재 냄새가 코를 찔렀다.

3호 수력 영철로가 있던 자리는 거대한 구덩이만 남은 채 사방으로 깨진 옹기 단열재와 붉은 점토 벽돌 파편들이 널려 있었다. 계곡의 물을 끌어들이던 수로의 목재는 시커멓게 숯이 되어 물살에 쓸려 가고 있었다.

"전하... 어찌 이 험한 곳까지..."

잿더미 속에서 한 사내가 비틀거리며 걸어 나왔다. 온몸이 검댕으로 뒤덮여 있었고, 오른쪽 뺨은 열기에 쓸려 피부가 벌겋게 짓무른 상태였다. 종6품 군기시 별제, 박진국이었다. 그의 거친 손은 불에 덴 상처로 진물이 흐르고 있었다.

"소신이... 소신이 전하의 성은을 입고도 이리 큰 전란을 일으켰사옵니다. 수십 명의 아공들이 저 불길 속에서..."

박진국은 흙바닥에 무릎을 꿇으며 대성통곡했다. 평생 천민으로 살며 쇠를 두드리던 자신을 알아보고 벼슬을 내리고 칼을 쥐여 준 임금이었다. 그런 임금의 은혜에 보답하기는커녕, 공정을 망치고 나라의 재산을 날렸다는 자책감이 그의 가슴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그의 곁에는 남편과 아비의 이름을 부르며 울부짖는 유가족들이 처참한 모습으로 주저앉아 있었다.

금군들이 불결하다며 박진국을 제지하려 하자, 이연은 그들의 손을 가차 없이 뿌리쳤다.

"비켜라."

이연은 성큼성큼 걸어가 진흙과 잿더미가 뒹구는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화상 자국과 진물로 얼룩진 박진국의 거친 손을 두 손으로 힘차게 부여잡았다.

"전, 전하! 이 천한 손을 만지시면 아니 되옵니다!"

"천하다니! 이 나라 조선을 구할 강철을 벼려내는 손이 어찌 천하단 말이냐!"

이연의 목소리가 묵직하게 울려 퍼졌다. 그는 박진국의 어깨를 안아 일으켜 세웠다. 검댕 묻은 장인의 얼굴을 바라보는 임금의 눈빛에는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진심과, 극한의 압박 속에서도 피어나는 기괴할 정도의 집념이 담겨 있었다.

이연은 고개를 돌려 주위에 모여든 만여 명의 야공과 노역자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공포와 슬픔, 그리고 임금에 대한 경외심이 교차하고 있었다.

"듣거라! 이번 참변으로 목숨을 잃은 모든 아공들의 유가족에게는 나라에서 평생 먹고살 수 있는 토지와 식량을 지급할 것이다! 부상을 입은 자들에게는 치료비뿐만 아니라 그 자식들에게 군기시의 관직을 세습할 수 있는 특전을 베풀겠다! 또한,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노역자들의 부역을 면제하고, 규격을 통과한 철을 생산하는 자는 신분을 막론하고 즉시 면천(免賤)할 것을 약속하노라!"

만여 명의 하층 노동자들이 일제히 바닥에 엎드렸다. 그들이 토해내는 울음 섞인 함성이 철산의 계곡을 뒤흔들었다.

"전하의 성은이 망극하옵니다!"

"이 목숨 바쳐 전하의 은혜에 보답하겠나이다!"

울부짖는 목소리들이 하나의 거대한 파도가 되어 이연의 귀에 꽂혔다. 이연은 그들의 충정을 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완벽한 통제는 공포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파격적인 보상과 은혜라는 사슬이 묶였을 때, 비로소 인간은 목숨을 바쳐 기계처럼 움직이는 법이었다.

***

이연은 곧바로 폭발 현장의 도가니 잔해 앞으로 다가갔다.

그의 눈은 전직 국방과학연구소 무기 개발 연구원의 안목으로 가마의 잔해를 해부하듯 뜯어보고 있었다. 깨진 도가니 벽돌의 단면, 그리고 옹기 단형 단열재의 틈새를 만지는 이연의 손가락끝이 멈추었다.

"벽돌의 단면이 지나치게 매끄럽군."

이연이 붉은 점토 조각을 코에 가져다 대고 냄새를 맡았다. 미세한 수분의 결합. 흙이 완전히 건조되지 않은 상태에서 고열의 쇳물이 닿았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었다.

"진국아."

"예, 전하."

"가마를 쌓을 때, 흙벽돌의 수분을 어떻게 말렸느냐?"

"그저 볕에 열흘을 말리고, 가마 안에서 가벼운 불로 사흘을 구워내어 습기를 날렸사옵니다. 조종조부터 내려온 가마 건조법이옵니다."

"틀렸다."

이연의 단호한 목조에 박진국이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것은 일반적인 도자기를 구울 때나 쓰는 방법이다. 수력 야철로처럼 수천 도의 열기가 모이고, 엄청난 압력이 내부에서 요동치는 철 가마에는 통하지 않는다. 점토 벽돌 사이에 미세한 수분이 남아 있으면, 쇳물의 열기가 닿는 순간 그것이 수증기로 변한다. 수증기는 부피가 천 배 이상 팽창하지. 팽창한 수증기가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도가니 내벽 틈새에 갇히면, 결국 가마 전체를 찢어발기는 고압 폭발을 일으키는 것이다."

현대 열역학의 기초적인 고압 단열 로직이었다. 하지만 16세기 조선의 장인들에게 이것은 신의 영역과도 같은 기술적 구명이었다.

"아... 습기가... 수증기가 가마를 터뜨린단 말씀이옵니까?"

"그렇다. 이를 막으려면 흙가마의 설계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이연은 근처에 널려 있던 평평한 나뭇조각을 집어 들고, 숯검댕으로 도면을 그리기 시작했다.

"벽돌을 쌓을 때 황토와 석회를 섞되, 열기가 직접 닿는 안쪽 벽돌에는 곱게 간 숯가루를 10분의 1 비율로 섞어라. 가마가 구워지면서 숯가루가 타 없어지면, 벽돌 내부에 미세한 기공(氣孔)들이 생긴다. 이 기공들이 수증기가 빠져나갈 숨구멍이 되어 줄 것이다."

박진국의 눈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쇳물을 가두는 벽돌에 구멍을 낸다는 발상은 장인의 상식으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연의 설명은 치밀하고 논리적이었다.

"그리고 외벽 하부에는 바깥으로 통하는 대각선 방향의 통기구를 조밀하게 뚫어라. 벽 내부에서 발생하는 수증기가 가마 안쪽이 아닌, 바깥 안전한 곳으로 서서히 배출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이것이 고압 단열 설계의 기본이다."

장인들은 물론, 곁에서 지켜보던 군기시 관원들까지 임금의 신묘한 설계법에 넋을 잃었다. 도자기 가마의 폭발을 하늘의 노여움이나 장인의 실수로만 치부하던 시대였다. 그것을 열과 압력, 그리고 수분의 물리적 법칙으로 구명하여 대안을 제시하는 군주의 모습은 그 자체로 거대한 경외감으로 다가왔다.

"과연... 과연 전하이옵니다! 신들이 미련하여 하늘의 노여움이라 생각하였는데, 이토록 정밀한 이치가 숨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사옵니다!"

박진국이 머리를 조아리며 외쳤다. 그의 눈빛에는 다시금 뜨거운 창조의 열망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

그날 밤, 철산 기지의 임시 처소.

이연은 홀로 촛불 아래에서 향후 철산의 재건 계획을 검토하고 있었다. 가마의 설계 결함을 보완했으니, 이제 남은 것은 복구 속도를 올리는 것뿐이었다.

문밖에서 조심스러운 발소리가 들렸다.

"전하, 군기시 별제 박진국이 급히 아뢸 말씀이 있어 찾아왔사옵니다."

"들라 하라."

문이 열리고 들어온 박진국의 품에는 흙먼지가 묻은 가죽 주머니가 안겨 있었다. 그의 얼굴은 아까의 감격스러운 표정과는 달리, 극도의 긴장과 공포로 창백하게 질려 있었다.

"진국아, 무슨 일이냐? 아직 몸조리를 해야 할 터인데."

박진국은 문을 굳게 닫은 뒤, 이연의 발치에 바짝 엎드려 목소리를 극도로 낮추었다.

"전하... 소신이 폭발 사고가 난 3호 가마 밑바닥의 석탄재를 치우고 배수 구덩이를 정리하던 중... 기가 막힌 것을 발견하였사옵니다."

그가 품 안에서 가죽 주머니를 열어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 안에서 나온 것은 반쯤 불에 탄 붉은색 비단 끈과, 흙이 잔뜩 묻은 철제 송곳이었다.

"이것이 무엇이냐?"

"3호 가마 아래에는 계곡물이 안쪽으로 스며들지 않도록 돌로 쌓은 배수 통로가 있사옵니다. 그런데 누군가 고의로 그 배수 통로를 이 점토와 돌멩이로 꽁꽁 막아 놓았사옵니다. 배수 통로가 막히니 계곡물이 역류하여 가마 하부의 흙벽 속으로 스며들었고, 그것이 가마가 작동하는 순간 폭발을 일으킨 것이옵니다."

이연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좁혀졌다. 단순한 공정상의 실수가 아니었다. 인위적인 훼손. 즉, 사보타주였다.

"그리고... 그 배수 통로 가랑잎 무더기 속에서 이것을 찾았사옵니다."

박진국이 떨리는 손으로 붉은 비단 끈 끝에 달린 작은 패를 내밀었다. 패에는 조선의 글자가 아닌, 명나라 요동 도사(都司)의 표식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명나라 세작의 짓이옵니다... 우리 야철지에 명나라의 상투를 한 내부 침입자가 숨어들어 가마를 고의로 터뜨린 흔적이옵니다, 전하."

이연은 바닥에 놓인 명나라의 표식을 내려다보았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통제 집착증과 병적인 의심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차가운 살기로 변해갔다. 이 나라의 운명을 바꿀 불꽃을 끄려 하는 보이지 않는 전선이, 이미 국경을 넘어 이곳 철산까지 뻗어 있었다.

***

**《선조실록(宣祖實록)》 임오(壬午)년 겨울 기록 요약**

왕께서 친히 평안도 철산의 비밀 야철지에 행차하시어, 대폭발로 슬퍼하는 야공과 유가족들을 위로하시고 파격적인 면천과 토지의 혜택을 베푸시니 변방의 민심이 크게 진동하였다.

또한, 가마가 깨진 원인이 하늘의 진노가 아닌 흙벽 내부의 미세한 수분이 고열을 만나 팽창한 이치임을 밝히시고, 벽돌에 숯가루를 섞어 숨구멍을 만드는 신묘한 흙가마 설계법을 친히 전수하시니 장인들이 경탄하여 마지않았다.

그러나 그날 밤, 무너진 가마의 배수 통로에서 고의로 물길을 막은 흔적과 외국의 표식이 발견되었으니, 조정 안팎에 숨어든 보이지 않는 적들의 그림자가 점차 왕의 목조를 겨누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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