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턱밑까지 치밀어 오른 가쁜 숨결이 진청색 벨벳 스커트의 촘촘한 결을 축축하게 적셨다.

데온 폰 하이드리히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였다. 하얗게 질린 손가락이 실비아의 드레스 자락을 찢어버릴 듯 꽉 움켜쥐고 있었다. 헝클어진 흑발 사이로 드러난 이마가 그녀의 발등을 짓누를 것처럼 위태롭게 흔들렸다. 붉은 눈동자에는 피비린내 나는 광기 대신, 오직 단 한 사람만을 담아내겠다는 지독한 갈망만이 꿀처럼 끈적하게 흐르고 있었다.

“가지 마라…….”

그의 낮은 음성이 가죽 구두 끝자락을 타고 실비아의 복사뼈로 흘러들었다.

“실비아…… 나를 두고 떠나지 마라. 네가 원하는 건 뭐든 줄 테니…… 내 눈앞에서 사라지지 마.”

목을 긁는 애원. 제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북부의 괴물이 흘리는 비굴한 소리치고는 제법 감미로웠다. 실비아는 가만히 서서 제 발밑에 엎드린 괴물의 머리통을 내려다보았다. 차가운 이성이 머릿속에서 주판을 튕겼다.

[현재 집착도: 65%] [보유 유동 자산: 6,500포인트]

눈앞에 떠오른 반투명한 시스템 창의 노란빛 숫자가 기막히게 아름다웠다. 남주의 미친 집착은 감정의 쓰레기통이 아니라, 언제든 현금화할 수 있는 가장 든든한 유동 자산이었다. 실비아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잔잔하게 호선을 그렸다.

그 완벽한 침묵 속으로 침입자가 들이닥친 것은 바로 그때였다.

“대공 전하! 긴급히 보고드릴 비밀 사안이……!”

벌컥!

두꺼운 참나무 문이 거칠게 열리며 은색 안경을 쓴 사내가 들이닥쳤다. 검은 가죽 계약서를 소중하게 품에 안고 있던 대공령의 재정 보좌관, 펠릭스 에스토바였다.

그의 구두 굽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멈추어 섰다. 빳빳하게 풀을 먹인 셔츠 깃 위로 펠릭스의 목젖이 크게 출렁였다. 안경 너머의 차가운 눈동자가 지진이라도 만난 것처럼 사정없이 흔들렸다.

그가 본 것은 평생 타인의 피 위에서만 군림하던 데온 대공이, 수도에서 온 사치스러운 공녀의 치맛자락을 붙잡고 매달려 있는 기괴한 광경이었다. 실비아는 한 손으로 가볍게 턱을 괴고는, 마치 잘 길들인 사냥개를 쓰다듬듯 오만한 눈빛으로 데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아.”

펠릭스의 단정한 입술 사이로 어처구니없는 신음이 새어 나왔다. 서류를 쥔 그의 손가락 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실비아는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벨벳 드레스의 부드러운 감촉을 손끝으로 쓸어내리며, 펠릭스를 향해 느긋하게 고개를 돌렸다.

“노크라는 기초적인 사교계의 예절은 북부의 매서운 칼바람에 얼어 터져 버린 모양이군요, 에스토바 경.”

“실비아 드 라벨 영애…… 지금 이게 무슨…….”

“무슨 상황인지 설명이 필요한가요? 눈이 있다면 보일 텐데요. 당신들의 그 위대하신 대공 전하께서, 제 바짓가랑이…… 아니, 치맛자락을 잡고 매달려 계시는 중이랍니다.”

실비아의 입술 사이로 통통 튀는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펠릭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데온의 시선을 피하려는 듯 고개를 숙였지만, 붉은 눈의 괴물은 이미 방해꾼을 향해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가라.”

데온의 음성이 바닥을 낮게 기었다. 실비아의 벨벳 자락을 쥔 손에는 힘을 풀지 않은 채, 고개만 비스듬히 돌려 펠릭스를 노려보았다. 짐승의 안광이 형형하게 빛났다.

“내 말이 들리지 않는 모양이군, 펠릭스. 당장 꺼지지 않으면 그 목을 서류철과 함께 벽에 박아버리겠다.”

“……죄송합니다, 전하. 하지만 영지의 생존이 걸린 중대한 계약 건입니다.”

펠릭스는 마른침을 삼키면서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안경테를 치켜올리며 실비아를 매섭게 쏘아보았다. 실비아가 라벨 가문의 파멸을 피하기 위해 대공을 이용하려는 사기꾼이라 확신하는 눈빛이었다. 펠릭스는 들고 있던 검은 가죽 계약서를 탁자 위에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았다.

“라벨 영애. 대공가에 머무르며 식충이 노릇을 할 생각이 없다면, 이 계약서에 서명하시지요. 전하를 진정시키는 기묘한 재주가 있으신 듯하니, 이것도 해결하실 수 있을 겁니다.”

실비아는 흥미롭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계약서라니요? 제가 왜 그런 귀찮은 종이 쪼가리에 서명을 해야 하죠?”

“이것은 하이델그라드 북부의 골칫거리인 ‘검은 빙벽’의 오염된 토지 정화 계약서입니다. 대공가의 식객으로 지내시는 대가로, 영지의 골칫거리를 해결해 주셔야겠습니다. 만약 정화에 실패하거나 영지에 손해를 끼칠 경우, 영애의 신변은 물론이고 라벨 가문이 이곳에 숨겨둔 모든 유동 자산의 소유권은 대공가로 영구 귀속됩니다.”

펠릭스의 입꼬리가 비열하게 비틀렸다.

이것은 명백한 함정이었다. 마수가 뿜어내는 검은 마력으로 오염된 빙벽은 제국 최고의 고위 마법사들조차 손을 떼고 도망친 죽음의 땅이었다. 실비아를 합법적으로 쫓아내고, 그녀가 가문에서 빼돌린 자금까지 통째로 압류하겠다는 악랄한 독소 조항이 가득 찬 덫.

펠릭스는 실비아가 겁을 먹고 비명을 지르거나 거절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실비아의 머릿속에서는 이미 다른 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띠링!] [돌발 퀘스트: ‘보좌관의 덫을 역이용하라’가 발생했습니다!] [퀘스트 목표: 독소 계약서를 수락하고 자산 가공 창을 통해 가치를 역전시키십시오.] [보상: 펠릭스의 의혹도 감소, 북부 영지 정화 독점권 확보, 3,000포인트.]

실비아는 코웃음을 쳤다. 회계사 출신인 그녀에게 이런 얄팍한 계약서는 초등학생의 장난감 같았다. 그녀는 테이블 위의 계약서로 우아하게 다가갔다. 진청색 벨벳 자락이 바닥을 부드럽게 쓸었다.

“어머, 에스토바 경. 제법 머리를 쓰셨네요. 이 조항, ‘실패 시 라벨 가의 자산 영구 귀속’이라는 문구 말이에요.”

실비아는 하얀 손가락으로 계약서 하단을 톡톡 두드렸다.

“하지만 계약의 대칭성이 맞지 않잖아요? 제가 성공했을 때의 보상이 빠져 있네요.”

“성공할 리가 없으니까요.”

“그건 해봐야 아는 거죠. 만약 제가 성공한다면, 검은 빙벽에서 추출되는 모든 정화된 마법 광물의 독점 판매권과 수익의 80%를 제 개인 계좌로 이체하는 조항을 추가해 주세요. 아, 그리고 하이델그라드의 토지 정화 기술 특허권도 전부 제 명의로 등록하겠습니다.”

“……미쳤습니까? 그 독소 가득한 검은 돌뱅이들을 어디에 쓴다고!”

“그건 제가 알아서 할 일이죠. 서명할까요, 말까요?”

펠릭스는 코방귀를 꼈다. 어차피 불가능한 일이다. 성공할 리 없으니 원하는 대로 적어주어도 대공가에 피해가 갈 일은 없었다.

“좋습니다. 조항을 추가해 드리지요.”

펠릭스가 펜을 꺼내 조항을 덧쓰는 동안, 실비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동시에 그녀는 눈앞의 시스템 창을 조용히 활성화했다.

[시스템 기능: 하이드리히 가문 상세 정보 해금] [기록 조회 중……] [★복선 회수: 하이드리히 가문의 고대 혈인(血人) 계약의 약점] - 트리거: 하이드리히의 피를 이은 가주가 폭주할 때, 혈인 계약의 매개체인 ‘심장 정화석’의 파편과 계약자의 직접적인 타액(스킨십)이 접촉할 것. - 효과: 폭주 마력의 100%를 고순도 마력 결정체로 강제 압축 및 정화 가능.

‘이거였어.’

실비아의 눈동자가 예리하게 빛났다. 2화에서 시스템 창을 통해 미리 해금해 두었던 하이드리히 가문의 비전 정보였다. 데온의 폭주 마력은 재앙이 아니라, 세상에서 가장 비싸게 팔아치울 수 있는 초고농축 에너지원이었던 것이다.

사기당한 오라비 카셀이 날려 먹은 가문 공금 15,000골드와 황태자의 위조 국채 음모를 부수기 위해서는, 이 미친 대공의 힘을 완벽하게 상품화하여 역수출해야 했다.

사각사각.

실비아는 주저 없이 계약서 하단에 자신의 이름을 화려하게 휘갈겼다.

“서명 끝났습니다, 에스토바 경.”

펠릭스가 기가 찬다는 듯 계약서를 소중하게 회수하며 안경을추켜올렸다.

“후회하지 마십시오, 영애. 기한은 단 사흘입니다.”

“후회는 숫자를 읽지 못하는 무식한 자들이나 하는 법이죠.”

실비아가 생긋 웃으며 손을 흔들자, 펠릭스는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고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방 안에는 다시 두 사람만이 남았다.

실비아는 고개를 돌려 여전히 제 발밑에 머물러 있는 데온을 바라보았다. 그의 몸 주변으로 여전히 붉은 마력의 잔재가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고 있었다.

[대상 ‘데온 폰 하이드리히’의 집착도가 흥분으로 인해 상승합니다.] [현재 집착도: 70%] [포인트 7,000 돌파! 자산 연성 기능이 활성화됩니다!]

“데온.”

실비아가 그의 턱끝을 하얀 검지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며 들어 올렸다. 차가운 촉감이 닿자 데온의 어깨가 크게 움찔했다.

“나를 위해 돈을 좀 벌어다 주셔야겠어요.”

“……돈?”

데온이 붉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의 숨결이 실비아의 손가락 마디에 닿아 뜨겁게 흩어졌다.

“네가 원한다면 내 금고를 통째로 뜯어 가도 좋다. 하이델그라드의 모든 황금을 네 발밑에 쏟아부어 주지. 그러니 그런 하찮은 계약서 따위에 시선을 주지 마라.”

“아뇨, 공짜 돈은 재미없어요. 회계사의 자존심이 허락지 않거든요. 저는 당신의 그 쓸데없이 넘쳐나는 폭주 마력을 가공할 생각입니다.”

실비아는 망설임 없이 데온의 뺨을 두 손으로 감싸 쥐었다.

그의 얼굴이 바짝 다가왔다. 데온의 거친 호흡이 실비아의 입술 언저리를 간지럽혔다. 그의 눈동자에 깃든 붉은 폭풍이 거세게 요동쳤다.

“무슨 짓을 하려는 거지?”

“당신의 가치를 가장 화려하게 증명하는 짓이요.”

실비아는 속으로 시스템 명령을 내렸다.

‘호감도 트레이딩 시스템, 데온의 집착도 수치 70% 중 20%를 마력 정화 연성 자원으로 치환한다. 혈인 계약의 트리거를 발동시켜, 그의 체내에 엉킨 폭주 마력을 고순도 결정체로 압축해.’

[경고: 집착도를 자원으로 치환할 시, 대상의 감정적 갈망이 더욱 극대화됩니다. 진행하시겠습니까?]

‘당연하지. 자산은 굴려야 제맛이니까.’

[연성을 시작합니다.]

웅웅웅-!

방 안의 공기가 급격하게 얼어붙기 시작했다. 데온의 가슴팍에서 검붉은 마력이 뿜어져 나와 실비아의 손끝으로 빨려 들어갔다.

“으윽……!”

데온이 고통스러운 듯 신음을 흘리며 실비아의 허리를 강하게 안아 끌어당겼다. 그의 단단한 가슴이 실비아의 연약한 가슴뼈에 닿아 으스러질 듯 밀착되었다. 심장이 터질 것처럼 빠르게 뛰는 소리가 옷감 너머로 생생하게 전해졌다.

하지만 실비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넓은 어깨를 단단히 붙잡고 고정했다.

스스스스…….

공기 중으로 흩어지던 검붉은 마력들이 실비아의 손바닥 사이에서 뭉치더니, 점차 맑고 투명한 진홍빛의 보석 형태로 응축되기 시작했다. 하이델그라드의 얼어붙은 얼음보다 단단하고, 그 어떤 마도구보다 순수한 마력을 품은 고순도 마력 결정체였다.

쨍그랑-!

마침내 실비아의 손바닥 위에 주먹만 한 크기의 진홍빛 마력 결정 세 개가 떨어져 내렸다. 그 영롱하게 빛나는 광채는 방 안의 촛불마저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화려했다.

[연성 성공!] [고순도 ‘하이드리히의 눈물’ 3개 연성 완료!] [이 결정은 북부의 망가진 대형 마력 동력원을 완벽하게 복구하고도 남을 초고가 자산입니다!] [데온의 집착도가 자원 사용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요동친 후, 더욱 깊은 독점욕으로 변모합니다!] [현재 집착도: 73%]

데온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제 손바닥을 내려다보았다. 매일 밤 자신을 찢어발기던 괴물 같은 폭주의 기운이, 실비아의 손길 한 번에 이토록 아름답고 무해한 보석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실비아를 올려다보았다.

“이것이…… 내 안의 폭주 마력이라고?”

“네. 시장에 내놓으면 개당 최소 5,000골드는 호가할 명품이죠. 북부의 얼어붙은 동력원에 정기적으로 공급하면, 당신들은 마수 걱정 없이 따뜻하게 겨울을 날 수 있을 겁니다.”

실비아는 보석을 손가락으로 굴리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저는 이걸 대공가의 이름이 아닌, 저 ‘실비아 드 라벨’의 개인 상단을 통해 대공가에 역으로 고가 판매할 예정입니다. 아주 비싼 가격에 말이죠.”

자신을 구해준 대가로 영지를 구하는 영웅이 되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구원해 준 힘을 교묘하게 포장하여, 다시 자신에게 가장 비싼 값으로 되파는 악마 같은 경영 술수.

보좌관 펠릭스가 파놓은 ‘검은 빙벽 정화’라는 함정은, 이 마력 결정체를 빙벽에 박아 넣는 순간 아주 손쉽게 해결될 문제였다. 오히려 펠릭스는 실비아에게 막대한 특허료와 독점 판매 수익을 매달 상납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데온은 그 지독하리만치 계산적이고 오만한 실비아의 얼굴을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보통의 여자라면 그의 폭주를 두려워하거나, 혹은 그를 가엾게 여겨 눈물을 흘렸을 것이다. 하지만 실비아는 달랐다. 그녀는 그의 고통마저 철저하게 수치화하여 가장 효율적인 이윤을 창출해 내고 있었다.

그 지독한 무감각함이, 오직 숫자로만 자신을 가치 있게 평가하는 그 냉혹함이, 데온의 심장 깊은 곳에 있는 비정상적인 독점욕을 사정없이 자극했다.

“하…… 하하.”

데온의 입술 사이로 낮은 실소가 터져 나왔다. 그의 눈동자가 흥분으로 인해 붉게 타올랐다. 그는 실비아의 허리를 안은 손에 더욱 강하게 힘을 주며,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가져다 댔다.

“정말 지독한 여자군, 실비아.”

“칭찬으로 듣겠어요.”

“좋다. 내 마력을 마음껏 쥐어짜 봐라. 내 영지를 파산시켜도 좋고, 내 심장을 꺼내 가도 좋다. 어차피 네 손아귀 안에서 굴러갈 자산이라면, 기꺼이 네 장부 위에 박제되어 주지.”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순간, 실비아의 귓가에 시스템 알람이 요란하게 울렸다.

[띠링!] [대상 ‘데온 폰 하이드리히’가 극도의 뒤틀린 희열을 느낍니다!] [집착 수치가 한계치에 가깝게 폭발합니다!] [현재 집착도: 79%]

실비아는 소름이 돋는 것을 느끼면서도 입꼬리를 올렸다. 남주가 미쳐갈수록 제 주머니는 두둑해지니 이보다 더 남는 장사가 어디 있겠는가.

이제 이 마력 결정을 들고 펠릭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준 뒤, 가문의 비자금을 하이델그라드로 완벽하게 세탁하기만 하면 되었다. 완벽한 은퇴 라이프가 코앞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바로 그때였다.

쿠우웅-! 쿠우웅-!

대공성 성곽 전체를 거세게 뒤흔드는 거대한 경보음이 한밤중의 정적을 사납게 찢어발겼다.

단순한 마수의 습격 경보가 아니었다. 황실의 상징인 금빛 사자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마력 신호탄이 북부의 검은 하늘을 붉게 물들이고 있었다.

실비아와 데온의 시선이 동시에 창밖으로 향했다.

쾅!

다시 한번 집무실 문이 열리며, 이번에는 얼굴이 하얗게 질린 펠릭스가 호흡을 가쁘게 몰아쉬며 들이닥쳤다.

“전하! 영애! 큰일났습니다! 지금 성문 앞에…… 황태자 루벤 전하가 이끄는 황실 친위 사정단이 도착했습니다!”

펠릭스의 떨리는 목소리가 사정없이 흔들렸다.

“라벨 가문이 발행한 위조 국채 혐의와 반역 음모를 수사하겠다며, 대공성을 포위하고 강제 진입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실비아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차갑게 굳어졌다. 황태자 루벤. 예상보다 빠른 사냥개의 등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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