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7……] [6……]

핏빛으로 물든 시스템 숫자가 망막 위에 가차 없이 내리꽂혔다.

실비아 드 라벨은 성벽 난간을 움켜쥐었던 손을 떼어냈다. 차가운 북풍이 뺨을 때렸지만, 온몸을 감싼 짙은 남색 벨벳 코트의 은여우 털 칼라가 체온을 억지로 붙들고 있었다. 발밑으로 펼쳐진 대공성의 광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다. 도륙당한 마수들의 검은 피가 순백의 눈밭을 더럽히고 있었고, 그 중심에 제국의 괴물이라 불리는 사내, 데온 폰 하이드리히가 무릎을 꿇고 있었다.

“데온!”

실비아는 거친 가죽 부츠 굽으로 눈밭을 찍어 누르며 달렸다. 펄럭이는 벨벳 코트 자락 아래로 고운 실크 안감이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지만, 귀를 찢는 시스템의 경고음 앞에서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5……] [4……]

데온의 가슴팍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붉은 마력은 이미 제어 장치를 잃은 증기기관처럼 요동치고 있었다. 그 불길한 마력의 파편들이 실비아의 사지를 타고 기어올랐다. 얼어붙은 액체 질소와 끓어오르는 쇳물을 동시에 들이부은 듯 지독한 통증이 뼈마디를 관통했다. 머릿속이 징을 울린 것처럼 어지러웠다. 모든 감각이 비명을 지르며 그녀의 이성을 사정없이 뒤흔들었다.

‘이게 대공 가문의 고대 혈인(血人) 계약의 실체인가.’

실비아는 정신을 잃지 않기 위해 이를 악물었다. 회귀 직후, 제2일의 심문실 대치 속에서 시스템창을 통해 해금했던 하이드리히 가문의 고대 비전 정보가 머릿속에서 선명하게 떠올랐다.

[하이드리히 가문의 고대 혈인(血人) 계약] - 트리거: 가문의 영지와 소중한 가치를 지키기 위해 한계 이상의 마력을 폭발시킬 때 발동. - 약점: 마력이 심장을 안에서부터 태워 없애며 이성을 완전히 소멸시킴. - 해제 조건: 동반자의 순수한 생명력 동조 및 영혼 수준의 완전한 스킨십 결합.

데온은 영지민들과 기사들,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이 끔찍한 저주의 트리거를 제 손으로 당긴 것이었다.

“오지 마……!”

데온이 짐승 같은 그르렁거림과 함께 고개를 쳐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이미 흰자위조차 검붉은 마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은 눈물이 아니라 붉은 피였다. 으스러진 검은 갑옷 사이로 드러난 어깨가 덜덜 떨리고 있었다.

[3……]

시간이 없었다. 실비아의 눈동자가 빠르게 굴러갔다. 그녀의 극단적 도구주의 뇌 회로가 초 단위로 손익계산서를 뽑아내기 시작했다.

여기서 데온을 포기하고 도망친다면? 시스템의 오버히트 패널티로 동반 소멸하거나, 살아남더라도 겨우 50%의 능력치 감소를 겪으며 평생을 도망쳐야 한다. 북부 대공이라는 거대한 뒷배가 사라지면, 오라비 카셀의 15,000골드 사기 사건과 영지 침범 재판은 파국으로 치달을 터였다.

무엇보다 황태자 루벤의 숨통을 끊을 수 없다. 실비아는 제3일, 황실 압류관들의 장부에서 횡령해 두었던 ‘위조 국채 발행 인장 정보’를 떠올렸다. 황실 비선 기구에서 비밀리에 찍어낸 그 위조 인장 로그는 루벤을 역적죄로 몰고 갈 최고의 카드였다. 하지만 이 카드를 제대로 터뜨려 가문의 남은 5,000골드를 북부 유령 회사로 세탁하고 완벽한 은퇴를 이루려면, 반드시 데온의 무력이 필요했다.

‘죽게 내버려 둘 순 없어. 내 은퇴 자금의 가장 확실한 안전자산이 바로 너니까.’

그러나 손익계산서 너머로, 피를 토하며 무너지는 사내의 처절한 얼굴이 시야에 박혔다. 단순히 계산기 속 숫자라고 치부하기엔, 저 사내가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너무도 지독하게 올곧았다. 가슴줄이 팽팽하게 당겨지는 듯한 기묘한 통증이 실비아의 심장을 찔렀다.

[!선택!] [대상과의 동반 소멸을 회피하기 위해 ‘동반 영혼 무제한 치환 조항’에 합의하시겠습니까?] [*주의: 합의 시, 대상의 마력 폭주와 저주가 사용자의 영혼과 영구적으로 연동됩니다.]

“합의해. 당장.”

실비아가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자산의 손실을 막기 위한 비즈니스적 결단이자, 동시에 저 미친 사내를 절대로 잃지 않겠다는 날 것 그대로의 갈망이었다.

파아앗!

망막을 가로막던 붉은 경고등이 황금빛 계약서의 형태로 변하며 산산조각 났다. 동조의 서약이 맺어지는 순간, 데온을 감싸고 있던 검은 저주 마력이 폭풍처럼 실비아의 몸 안으로 들이쳤다.

“헉……!”

숨이 턱 막혔다. 얼어붙은 영혼에 불덩어리가 들이치는 감각이었다. 실비아는 비틀거리면서도 데온을 향해 발을 내디뎠다. 찢겨 나간 레이스 소매 너머로 하얀 살결이 드러났지만, 추위 따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온 세상이 느리게 움직이는 듯한 착각 속에서, 오직 데온의 헐떡이는 숨소리만이 고막을 때렸다.

“실비아…… 왜, 왜 이리 미련하게…….”

데온이 피 묻은 손을 뻗어 그녀를 밀어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손가락 끝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밀어내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닿고 싶어 안달이 난 모순적인 집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시끄러워요, 데온.”

실비아가 거칠게 대공의 뺨을 감싸 쥐었다. 차가운 뺨 위에 뜨거운 핏자국이 묻어났다.

“내 허락 없이 당신 몸값 떨어뜨리지 마.”

[2……] [1……]

실비아는 그대로 고개를 숙여 데온의 입술 위에 자신의 입술을 강하게 내리눌렀다.

“읍……!”

데온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입안 가득 비릿한 피비린내와 함께, 타오르는 듯한 열기가 밀려들었다. 거칠고 사나운 폭풍의 한가운데서 두 사람의 숨결이 얽혔다. 실비아는 그의 단단한 어깨를 감싸 안으며, 자신의 영혼 속으로 데온의 폭주하는 마력을 거침없이 빨아들였다.

[시스템 과부하 감지!] [우회 조항 작동: ‘동반 영혼 무제한 치환’에 따라 폭주 마력을 ‘고농축 정화수 자산’으로 강제 전환합니다!]

콰아아앙-!

두 사람의 몸을 감싸고 있던 검은 마력 장벽이 푸른색 빛무리가 되어 사방으로 터져 나갔다.

그것은 파괴적인 폭발이 아니었다. 마치 겨우내 쌓였던 단단한 얼음이 봄볕을 맞아 한순간에 녹아내리는 듯한, 경이롭고도 화려한 정화의 물결이었다. 데온의 심장을 옥죄던 검붉은 혈인의 쇠사슬이 푸른 빛에 녹아내려 투명한 결정으로 변해 갔다.

“아…….”

데온의 입술 사이로 나지막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무자비하게 들이치던 파괴적인 충동이 가라앉고, 그 자리에 따스하고 충만한 생명력이 빼곡히 차올랐다. 실비아의 체온이 그의 차가운 영혼을 구석구석 어루만지고 있었다.

[띠링!] [오버히트 진정 퀘스트 성공!] [데온 폰 하이드리히의 마력 정화율: 100%] [초월적 에너지 치환 완료: ‘고농축 정화수 자산(Rank SSS)’ 150단위 획득!] [데온 폰 하이드리히의 집착도가 임계점을 돌파하여 105%를 기록합니다!]

실비아는 입술을 떼며 가볍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녀의 입가에 붉은 핏자국이 묻어 있었지만, 눈동자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영악하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녀는 제 손바닥 위에 떠오른 푸른빛의 고농축 정화수 결정을 내려다보았다. 가슴속에서 짜릿한 승리감이 솟구쳤다.

‘이거면 충분해.’

제6일, 대공성의 꼼꼼한 보좌관 펠릭스가 빙벽 정화 계약서에 몰래 심어두었던 치명적인 ‘재정 독소 조항’이 떠올랐다. 정화 작업이 지연되거나 실패할 경우, 라벨 가문이 북부에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야 한다는 악랄한 덫이었다. 펠릭스는 실비아를 사기꾼으로 몰아 쫓아내려 했겠지만, 이제 상황이 완전히 역전되었다.

이 SSS급 고농축 정화수 자산만 있다면, 빙벽을 정화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일대를 희귀한 마법 광산으로 변모시키는 것도 식은 죽 먹기였다. 독소 조항은 이제 대공가의 국고를 합법적으로 털어낼 최고의 ‘수익 창출 도구’로 탈바꿈한 셈이었다.

“펠릭스 경.”

실비아는 저 멀리서 넋을 잃고 자신들을 바라보고 있는 보좌관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찢어진 벨벳 코트 자락을 가볍게 털어내며,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

“정화 계약서의 이행 기한이 아직 사흘이나 남았는데, 벌써 광산 채굴권 장부를 준비하셔야겠어요. 대공가의 재정이 꽤 바빠지겠네요?”

펠릭스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계산기를 두드리던 사기꾼 영애가, 대공의 목숨줄과 북부의 빚덩이를 한 번에 움켜쥔 진짜 포식자로 각성한 순간이었다.

실비아는 다시 시선을 돌려 제 품에 안긴 사내를 바라보았다.

광장에 가득했던 피비린내와 마수들의 살기는 어느새 고요한 하얀 눈꽃이 되어 가라앉고 있었다. 황홀할 정도로 고요해진 설원 한복판에서, 데온은 여전히 실비아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안은 채였다.

그의 검은 눈동자 깊은 곳에, 오직 실비아 한 사람만이 선명하게 박제되어 있었다. 데온이 천천히 고개를 숙여 그녀의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댔다. 그의 나직한 숨결이 귀끝을 간지럽히며 차가운 공기 속으로 흩어졌다.

“가계약은 끝났어, 실비아.”

데온의 입꼬리가 호선을 그리며 매혹적으로 올라갔다. 이성을 되찾았음에도, 그의 눈빛은 이성을 잃었을 때보다 훨씬 더 지독하고 깊은 광기를 품고 있었다.

“이제 내 영혼의 주인이 너라는 종신 계약이 체결된 거다. 절대로 해지할 수 없는.”

데온의 뜨거운 숨결이 귓가를 간지럽히는 순간, 실비아의 귓가에는 감미로운 고백 대신 시스템의 쾌활한 알림음이 ‘뾰로롱’ 하고 울려 퍼졌다.

[★축하합니다!★] [대상의 집착도가 안전 기준선인 100%를 초과 돌파(105%)함에 따라, ‘호감도 트레이딩’ 장부에 ‘영구 채권 발행권’이 해금되었습니다!] [영구 채권: 이제 대상의 호감도를 소모하지 않고도, 매일 일정량의 마법 자원을 이자로 수령할 수 있습니다. (일일 배당금: 고순도 마력석 10개)]

‘매일 마력석이 10개씩 무상 증여된다고?’ 실비아의 이성적인 뇌 회로가 순식간에 ‘번쩍뽀짝’ 자가 발전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자신을 안은 데온의 단단한 팔뚝은 마치 평생 놓아주지 않을 족쇄처럼 묵직했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이미 북부 유령 회사의 회계 장부를 어떻게 리뉴얼할지 계산하느라 바빴다. 그녀는 가슴팍에서 차갑게 반짝이는 물방울 모양의 아쿠아마린 펜던트를 만지작거리며, 품에 안긴 미남자에게 비즈니스 파트너로서의 아주 모범적인 미소를 지어 보였다.

“종신 계약이라니요, 대공 전하. 제 수수료는 제국에서 가장 비싼 축에 속합니다만?” “내 영지 전체를 중개 수수료로 넘겨도 좋으니, 평생 그 장부에 나만 박제해 둬.” “어머, 제 장부는 유동 자산만 취급해요. 대공 전하의 그 흉포한 마력도 이제 제 사유 재산이니까, 함부로 낭비하시면 곤란합니다.”

살벌한 살육전 직후라고는 믿기지 않는 은밀하고도 통통 튀는 티키타카였다.

데온의 뺨에 묻은 핏자국을 실크 장갑을 낀 손가락으로 톡톡 닦아내며, 실비아는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마침내 2화에서 해금했던 고대 혈인 계약의 그 지독한 약점을 완벽하게 무력화한 것이다. 데온의 심장을 안에서부터 태우던 저주의 불꽃은 이제 실비아의 입맞춤이라는 영구적 정화 트리거를 만나 안전한 ‘마력 발전기’로 전락했다.

하지만 승리의 여운을 만끽하기도 전에, 눈밭 저편에서 덜덜덜컹 요란한 쇳소리가 울렸다.

“이, 이 반역자 놈들……! 감히 황태자 전하의 명을 거역하고 마수를 끌어들여 황실 사절단을 학살하다니!”

사방에 널린 마수의 시체 사이로, 찢어진 황실 망토를 걸친 감찰관 장교가 이끄는 살아남은 기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다가왔다. 그들의 손에는 황태자 루벤이 라벨 가문을 기소하며 발행한 붉은 인장의 ‘영지 압류장’과 함께, 번쩍이는 금색 서류 뭉치가 들려 있었다.

“라벨 공작가는 이미 파산했다! 황실이 보증한 국채를 상환하지 못한 역적 가문이며, 이를 비호하는 하이드리히 대공가 역시 공범으로 제국 재판소에 회부될 것이다!”

기사들의 서슬 퍼런 외침에 광장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펠릭스가 안경을 치켜올리며 장부를 품에 안고 신속하게 실비아의 뒤로 숨었다. 데온의 눈동자가 다시금 검붉게 물들려던 찰나, 실비아는 짙은 남색 벨벳 코트 자락을 우아하게 펄럭이며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가슴팍에 장식된 화려한 브로치의 다이아몬드들이 햇빛을 받아 눈부시게 부서졌다.

“역적이라니요. 그 지루한 연극은 이제 막을 내릴 때가 되었는데요, 감찰관님?” “무슨 허무맹랑한 소리를! 이 국채에는 황실 비선 기구의 성스러운 인장이 찍혀 있다!” “그 성스러운 인장을 찍어낸 기계가, 사실은 황태자 루벤 전하의 개인 비밀 금고에서 나온 가짜 주형이라는 사실도 알고 계시나요?”

실비아의 맑은 목소리가 광장에 쨍하게 울려 퍼졌다.

감찰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들어갔다. 실비아는 허공에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스르륵.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푸른 마력의 실타래가 얽히더니, 제3일 황실 압류관들의 장부를 해킹해 횡령해 두었던 ‘진짜 장부 로그’가 홀로그램처럼 허공에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것은 황실 비선 기구가 황태자의 사적 이익을 위해 위조 국채를 발행하고, 라벨 가문의 자산을 강탈하기 위해 인장을 위조한 상세한 거래 내역서였다.

“3화에서 압류관들이 제 방을 뒤질 때, 그들의 주머니에서 아주 흥미로운 회계 로그를 복사해 두었거든요.”

실비아는 샐쭉하게 웃으며 3단계 반론 메커니즘의 마지막 탄환을 장전했다.

“첫째, 이 국채는 황실 재무부의 정식 승인을 거치지 않은 위조품입니다. 둘째, 이 위조 국채로 편익을 취한 유일한 주체는 황태자 루벤 전하 개인입니다. 셋째, 따라서 이 압류령은 황실의 이름으로 발동된 것이 아닌, 일개 황태자의 사적 횡령 시도에 불과하죠.”

“이, 이럴 수가……! 어떻게 이런 극비 장부를 네가……!” “그러니까 진짜 반역자는 제가 아니라, 황실의 공신력을 사적으로 도용한 황태자 전하라는 소리랍니다.”

완벽한 역공이었다.

실비아가 폭로한 위조 국채의 장부 로그가 공중에 박제되자, 황실 기사들은 더 이상 검을 쥐고 있을 명분을 잃고 우왕좌왕했다. 펠릭스는 실비아의 무시무시한 정보력과 회계 감사 능력에 영혼까지 털린 표정으로 입을 벌리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사절단 장교의 품에 있던 붉은 마도 통신기가 요란한 굉음과 함께 스스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화르륵!

불꽃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은, 비열하고도 가학적인 황태자 루벤의 짓이겨진 목소리였다.

[……하하, 결국 내 가짜 국채 장부까지 털어갔군, 실비아 드 라벨. 하지만 이미 늦었다.]

쿠구구구궁-!

통신기기 너머의 목소리와 동시에, 저 멀리 북부의 국경 지대에서부터 땅을 뒤흔드는 거대한 진동이 대공성 광장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공성 지하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고대 마법 장치들이 붉은 불빛을 뿜으며 일제히 폭주하기 시작했다.

[검은 빙벽이 무너진 틈을 타, 황실 중앙 기사단 3만 명이 이미 북부의 심장부로 진격을 시작했다. 대공령은 오늘부로 제국 영토에서 말소될 것이다. 실비아, 너와 그 괴물 대공의 해골을 내 정원의 화분으로 삼아주지.]

쩌저적!

광장 한가운데의 얼어붙은 분수대가 반으로 갈라지며, 붉은 마력의 기둥이 하늘을 향해 솟구쳤다.

데온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갔고, 펠릭스는 들고 있던 깃펜을 떨어뜨렸다. 황태자 루벤의 최후의 총공격이 마침내 시작된 것이었다.

실비아는 눈앞에 들이닥친 전례 없는 대규모 침공의 경고를 바라보며, 입안의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과연 그녀는 이 3만 명의 대군을 막아내고, 가문의 남은 재산을 안전하게 세탁해 그토록 갈망하던 평화로운 은퇴를 이뤄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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