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이이이이이이익—!
쇠와 쇠가 정면으로 부딪쳐 서로의 살점을 갈아내는 듯한 파괴적인 비명이 열차 하부에서 치솟았다. 방금 전 검표원이 억울한 분노로 뒤틀린 관절을 뚝뚝 꺾으며 문 너머로 사라진 직후였다.
귓전을 때리는 소음은 단순한 기계적 마찰음이 아니었다. 그것은 거대한 무쇠 톱니바퀴들이 서로의 이빨을 맞물린 채 강제로 뭉개지며 내지르는, 마치 살아 있는 짐승의 단말마와도 같았다.
열차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창밖의 어둠은 이제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검은 액체처럼 빠르게 흘러갔고, 붉은색 시트가 길게 늘어선 Carriage 3의 내부 공간이 기괴하게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좌우의 폭이 비정상적으로 좁아지는가 싶더니, 승객들이 앉는 시트의 열이 앞뒤로 한없이 늘어나는 종연선(縱沿線) 형태로 왜곡되었다. 마치 렌즈의 왜곡 현상 속에 갇힌 것처럼, 저 멀리 보이는 연결 통로의 문이 까마득한 나락의 구멍처럼 멀어졌다.
"도, 도진 씨……! 발판이…… 바닥이 솟아올라요……!"
민세희가 비명을 지르며 비틀거렸다. 그녀의 손이 허공을 휘젓다 가까스로 금속제 손잡이를 붙잡았지만, 요동치는 차체의 반동을 이기지 못하고 몸이 사정없이 흔들렸다.
나는 그녀의 목소리를 들었지만, 몸을 제대로 제어할 수 없었다.
이미 이전의 규칙 위조로 인해 촉각과 고유수용 감각을 완전히 빼앗긴 상태였다. 내 발목이 어느 각도로 꺾여 있는지, 무릎이 똑바로 서 있는지조차 느껴지지 않았다. 대지와의 연결 고리가 끊어진 채, 오직 흑백으로만 점멸하는 기이한 시야에 의지해 아슬아슬하게 균형을 잡고 있을 뿐이었다. 발바닥이 바닥에 닿아 있다는 감각조차 감지되지 않아, 마치 우주 한가운데에서 무중력 상태로 표류하는 듯한 극심한 괴리감이 엄습했다.
여기서 쓰러지면 끝장이다.
이 악마 같은 열차의 폭주 속에서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순간, 뒤틀린 차벽의 틈새로 빨려 들어가 뼈도 추리지 못할 것이다.
나는 흑백의 시야 속에서 민세희의 어깨에 매달린 튼튼한 캔버스 가방의 스트랩을 감지했다. 감각이 없는 손가락을 억지로 움직여 그 두꺼운 끈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내 손목과 팔목을 그녀의 가방끈과 함께 얽어매듯 단단히 조여 맸다. 고유수용 감각이 없으니 손가락이 가방끈을 쥐고 있는 모양새를 눈으로 계속 확인해가며 힘을 주어야 했다.
"도진 씨……?"
세희가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대답할 여유가 없었다.
"버티십시오. 저를 지지대 삼아 몸의 중심을 팽팽하게 고정해야 합니다. 지금 흔들림에 몸을 맡기면 그대로 튕겨 나갑니다……."
감각이 마비되어 어눌하게 뭉개지는 발음이었지만, 차가운 어조만큼은 명확하게 전달되었다. 세희는 이내 내 의도를 이해한 듯, 이가 부딪치는 소리를 내면서도 손잡이를 잡은 손에 힘을 주며 버턌다. 두 사람의 몸이 가방끈을 매개로 팽팽하게 연결되자, 제멋대로 날뛰던 원심력이 겨우 상쇄되며 기괴하게 늘어난 열차 칸 한가운데에 간신히 고정될 수 있었다.
바람 소리가 열차 틈새로 스산하게 스며들었다.
바로 그때였다.
바닥에 말라비틀어진 채 굳어 버린 줄 알았던 강태식의 시신이, 찌르르하는 기괴한 소음과 함께 들썩였다.
가죽과 뼈만 남은 채 미라처럼 변해 있던 그의 육체가 갑자기 경련하듯 사지를 뒤틀었다. 뻐어억, 뻐억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등 가죽이 세로로 길게 쪼개졌다. 그 틈새로 황색의 끈적한 점액질이 울컥 쏟아져 나왔고, 그 안에서 믿을 수 없는 형태의 무언가가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큭…… 크하학……!"
껍데기를 찢고 나온 것은, 온몸이 기괴한 점액으로 덮인 채 숨을 헐떡이는 강태식이었다.
그의 얼굴은 뼈대가 훤히 드러날 정도로 말라 있었고, 피부는 시체처럼 푸른빛을 띠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만큼은 증오와 살의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그는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었다. 아니, 죽음의 문턱에서 이 열차의 지배자들과 잔혹한 거래를 나누고 돌아온 것이 분명했다.
"한도진…… 네년놈들이 날 비웃으며 죽길 바랐겠지……?"
강태식이 끈적이는 침을 흘리며 기괴하게 입꼬리를 찢었다. 그의 목소리는 쇠가죽을 긁는 듯 거칠고 낮게 가라앉아 있었다.
"하지만 어쩌나…… 이 열차는 규칙의 세계야. 그리고 그 규칙을 다루는 법은 너만 아는 게 아니라고……."
그는 품속에서 눅눅하게 젖은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어 우리를 향해 흔들었다. 그것은 이 Carriage 3에 부착되어 있던 여객 안전 수칙의 복제본이었다. 그러나 단순한 복제가 아니었다. 조잡하게 갈겨쓴 글씨들 사이로, 기묘하게 배치된 구멍들이 종이 가장자리를 따라 펀칭되어 있었다.
나는 흑백의 시야 속에서도 그 구멍들의 배열을 똑똑히 알아볼 수 있었다.
그것은…… 2화에서 내가 목격했던 4B석 승객의 의자에 묻은 검은 응고 흔적, 그리고 그 주변에 새겨져 있던 기이한 티켓 구멍의 배치와 완벽하게 일치했다.
머릿속에서 흩어져 있던 복선들이 잔혹하게 짜 맞춰지기 시작했다.
4B석 승객의 의자 밑에 숨겨져 있던 이상한 규칙의 정체. 그리고 그 자리에 남아 있던 검은 흔적들. 그것은 단순한 괴이의 흔적이 아니었다. 이 열차 내에서 가짜 수칙을 공식적인 효력을 가진 '행정 명령'으로 격발시키기 위해 필요한 일종의 '결재 승인 도구', 즉 티켓 클리핑 펀치의 흔적이었던 것이다.
강태식은 그 티켓 펀치를 손에 넣었고, 그것을 이용해 스스로 가짜 규칙 문서를 위조해 차장과의 밀약을 완성한 것이었다.
"이게 뭔지 알겠나, 한도진?"
강태식이 비열하게 웃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차장 놈이 그러더군. 규칙을 위조하는 벌레가 이 칸에 타고 있다고. 그래서 내가 제안했지. 그 벌레의 목을 바쳐줄 테니, 나를 이 칸에서 안전하게 내보내 달라고 말이야. 이 문서에 적힌 규칙은 이미 차장의 승인을 받았다. 티켓 펀치로 인장까지 찍었단 말이지!"
그가 들이민 문서의 하단에는 피로 쓴 듯한 붉은 문장들이 선명하게 박혀 있었다.
[본 열차에 탑승한 승객 한도진은 승인되지 않은 부정한 방법으로 수칙을 오염시킨 '불법 침입 승객'으로 규정한다. 차장은 즉시 해당 침입자를 영구 처분 구역으로 이송하며, 이 수칙의 소지자는 그 대가로 안전한 통행을 보장받는다.]
"너는 끝났어, 한도진……."
강태식의 목소리에 광기 어린 희열이 가득 찼다.
"네가 가진 그 기만적인 능력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차장과의 계약이 성립된 이 가이드라인 앞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거다. 이 문서의 소지자는 나다. 침입자는 바로 너고!"
그의 말대로였다. 열차의 공무 괴이단은 규칙의 집행자들이다. 차장과의 직접적인 밀약이 펀칭 인장을 통해 문서화된 이상, 열차의 시스템은 나를 '침입자'로 인식하고 가차 없이 배제하려 들 것이다.
좌우로 요동치는 열차의 벽면 너머에서, 무언가 거대하고 싸늘한 기운이 우리를 향해 좁혀오는 것이 느껴졌다. 그것은 차장의 무자비한 사법 집행이 시작되려 한다는 신호였다.
세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려 내 가방끈을 쥔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도진 씨…… 어떡해요…… 저 사람이……."
나는 눈을 감았다.
심장이 차갑게 식어 내리는 와중에도, 내 뇌세포들은 한계까지 회전하며 수학적 계산을 멈추지 않았다.
강태식은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자신이 차장과 계약을 맺고 공식적인 규칙 문서를 만들어냈기에 이겼다고 확신하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그가 만들어낸 그 문서 역시 '이 열차의 시스템이 인정한 수칙 가이드라인'의 일부가 되어 버렸다는 사실을 그는 간과했다.
아무리 개인이 위조하고 조작한 문서라 할지라도, 티켓 펀치의 인장을 받아 열차의 현실에 간섭하는 순간, 그것은 내 골든핑거 '가이드라인의 위조 서명'의 간섭 범위 안으로 들어오게 된다.
오히려 잘되었다. 차장이 직접 소지한 원본 수칙서는 접근하기 조차 어렵지만, 내 눈앞에서 강태식이 쥐고 흔드는 이 복제 조작 문서는 너무나도 손쉬운 표적이었다.
"강태식 씨."
나는 감각이 없는 입술을 짓씹으며, 붉게 물든 그의 문서를 응시했다.
"당신은 스스로 무덤을 팠습니다."
"뭐라고……? 이 상황에서도 허세를—!"
나는 더 이상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깊은 심연의 문을 열며, 내 영혼의 가장 깊은 곳에 깃든 이질적인 권능을 끌어올렸다.
'가이드라인의 위조 서명(Forgery of the Guideline)…… 기동.'
머릿속에서 징을 울리는 듯한 극심한 이명이 울려 퍼졌다. 흑백의 시야 너머로, 강태식이 쥐고 있는 종이 위의 글자들이 붉은빛을 뿜어내며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나는 그 글자들 중 가장 핵심적인 오독의 고리를 겨냥했다.
지워야 할 문장은 단 한 줄.
[본 열차에 탑승한 승객 한도진은 승인되지 않은 부정한 방법으로 수칙을 오염시킨 '불법 침입 승객'으로 규정한다.]
나는 내 영혼의 펜을 들어 그 문장을 가차 없이 그어 버렸다. 그리고 그 자리에, 이 열차의 행정적 논리가 거부할 수 없는 가장 모순되고 치명적인 문장을 새로이 써 내려갔다.
[본 열차에 탑승한 승객 중, 위조한 계약을 차장과 독단적으로 맺고 부정한 인장을 찍은 소지자 강태식을 '불법 침입 승객'으로 규정한다.]
서명이 완료되는 순간, 내 영혼의 일부가 통째로 뜯겨 나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전신을 엄습했다.
"아…… 윽……!"
단순한 통증이 아니었다.
이번에 치러야 할 영혼의 통행세는 이전보다 훨씬 가혹했다.
머릿속이 미친 듯이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위와 아래, 왼쪽과 오른쪽의 구분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평형감각의 완전한 상실이었다.
눈을 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세상이 360도로 소용돌이치며 나를 심연으로 끌어내리는 듯한 극심한 멀미가 뇌를 난도질했다. 토악질이 목구멍까지 치밀어 올랐고, 내 몸이 허공에 떠 있는지, 바닥에 처박혀 있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었다. 이성적인 판단을 유지할 수 있는 최후의 마지노선마저 무너져 내리는 듯한 공포가 엄습했다.
나는 이빨이 부러질 정도로 어금니를 악물었다. 쓰러지면 죽는다. 감각이 사라진 다리에 억지로 힘을 주고, 세희의 가방끈을 쥔 손을 뼈가 하얗게 드러날 정도로 움켜쥐었다.
"도진 씨! 코, 코에서 피가……!"
세희의 비명이 아득한 먼 곳에서 들려오는 메아리처럼 웅웅거렸다.
하지만 내 위조 서명은 완벽하게 기능했다.
파아앗—!
강태식이 쥐고 있던 복제 문서 위의 글자들이 기괴하게 뒤틀리며, 내가 새로 써넣은 붉은 문장으로 재배치되었다.
"어……? 어? 이게 왜…… 왜 글자가 바뀌는 거야?!"
강태식이 경악하며 종이를 떨어뜨리려 했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쿠구구구구궁—!
열차의 천장이 세로로 쩍 갈라졌다.
그 틈새로,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거대하고 앙상한 무쇠 뼈대의 형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차장의 본질 중 일부였다. 인간의 형상을 모방한 껍데기 뒤에 숨겨져 있던, 오직 규칙의 집행만을 위해 존재하는 잔혹한 사법의 괴수.
스스스스스…… 거친 쇳소리를 내며, 차장의 소매 너머로 길고 날카로운 무쇠 집행 팔렁쇠가 뻗어 나왔다. 그것은 끝부분이 날카로운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러진, 거대하고 끔찍한 쇠창이었다.
"규칙 위반자…… 감지."
차장의 목소리가 열차 안을 가득 채웠다. 그것은 감정이 배제된, 철저히 건조하고 기계적인 행정관의 음성이었다.
"지정 수칙 제3조 및 조작된 특별 계약에 의거하여…… 불법 침입 승객의 즉각적인 처분을 집행한다."
"아, 아니야! 내가 아니야! 침입자는 저놈이라고! 저 한도진이란 놈이—!"
강태식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차장의 붉은 안광은 오직 강태식만을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그가 쥐고 있는, 스스로 펀칭하여 완성한 그 문서가 이제 그를 '침입자'로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열차의 시스템에게 개인의 억울함 따위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오직 서류에 적힌 물리적인 텍스트만이 유일한 법이었다.
화아악—!
소리칠 틈도 없었다.
차장의 긴 집행 팔렁쇠가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푸욱!
"끄아아아아악—!"
날카로운 쇠창이 강태식의 가슴 정중앙을 그대로 꿰뚫었다. 정교하게 다듬어진 쇠끝이 그의 척추를 관통해 등 뒤로 튀어나왔고,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강태식은 허공에 매달린 채 사지를 버둥거렸다. 그의 눈동자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리고 끝없는 원망을 담아 나를 향했다.
하지만 나는 그 비참한 단말마를 보며 단 한 톨의 동정심도 느끼지 않았다.
이것이 타인을 짓밟고 살아남으려 했던 트롤러의 완벽한 종말이다. 자기가 판 함정에 자신이 가장 먼저 걸려 넘어져 파멸하는 것만큼 정교하고 통쾌한 인과응보는 없다.
스어어억—!
차장은 팔렁쇠를 가볍게 잡아당겼다. 강태식의 몸은 종이 인형처럼 힘없이 끌려갔다.
쾅! 콰창!
열차의 옆면 창문이 통째로 박살 나며, 강태식의 육체는 차장의 쇠창에 꿰인 채 창밖의 칠흑 같은 심연 속으로 순식간에 빨려 들어갔다.
"아아아아아아악—!"
그의 비명 소리는 고속으로 질주하는 열차의 풍절음 속으로 허무하게 흩어지며 완전히 소멸했다.
그가 사라진 깨진 창문 너머로 차가운 밤바람이 미친 듯이 몰아쳤다.
그리고 강태식이 서 있던 바닥, 흩뿌려진 검붉은 피와 점액질의 한가운데에 무언가가 덜커덩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그것은 묵직하고 어두운 빛을 발하는 무쇠 열쇠 통이었다.
차장실로 향하는 문을 열 수 있는, 그리고 이 지옥 같은 Carriage 3을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가 그곳에 남겨져 있었다.
"하…… 윽……."
나는 평형감각을 잃어버린 채, 뒤집히는 세상 속에서 간신히 바닥을 기어 열쇠를 향해 손을 뻗었다. 시야는 완전히 암전되기 직전이었고, 귓가에는 정체불명의 속삭임이 다시금 들려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