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핏줄 같은 광채가 시야의 가장자리를 타고 빠르게 번져 나갔다.
흑백으로 가득 찬 세상에서, 오직 가짜 안내 수칙이 적혀 있던 금속판만이 형형한 벽해(碧海)의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그것은 정제된 빛이 아니었다. 마치 썩어가는 시체 위에서 피어오르는 인광(燐光)처럼 불길하고 축축하게 젖어 있는 푸른빛이었다.
[ ※ 경고: 위조된 수칙을 감지했습니다. 시스템 복구를 시작합니다. ]
허공을 가른 푸른 실핏줄들이 벽면과 천장, 바닥을 격자무늬로 옭아매기 시작했다. 그물망은 생물처럼 꿈틀거리며 내 발목을 향해 기어왔다.
감각이 없었다.
가이드라인의 위조 서명을 집행한 대가로, 내 육체는 촉각과 고유수용 감각을 완전히 빼앗긴 상태였다. 발끝이 바닥에 닿아 있는지, 혹은 허공을 표류하고 있는지조차 눈으로 보지 않으면 확신할 수 없었다. 내 몸이 내 통제를 벗어난 정체불명의 가죽 포대처럼 느껴지는 지독한 이물감 속에서, 나는 오직 시각에만 의존해 움직여야 했다.
스윽, 스으윽…… 부자연스럽게 다리를 질질 끌며 뒤로 물러섰다.
옆에서는 강태식의 영혼이 뜯겨 나가는 단말마가 이어지고 있었다. 그의 뺨은 이미 바람 빠진 풍선처럼 푹 꺼져 있었고, 입술은 검푸르게 타들어 갔다. 가방끈을 잡고 있던 그의 손가락 마디마디가 딱딱하게 굳어 부러지는 소리가 무채색의 공간을 건조하게 때렸다.
"도, 도진 씨…… 살려, 살려줘……."
강태식의 쉰 목소리가 바닥을 기었지만, 내 계산기에 그의 목숨을 구할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규칙을 위반했고, 시스템의 처분 절차에 들어간 쓰레기에 불과했다.
문제는 저 푸른 그물망이었다. 시스템 복구의 파동이 내 몸에 닿는 순간, 내가 위조했던 '통로 개방 규칙'은 파기되고, 나와 세희 역시 위반자로 낙인찍혀 이 자리에서 해체될 터였다.
머릿속의 톱니바퀴를 굴렸다. 극단적인 계산과 불신이 뇌수를 차갑게 식혔다.
'시스템의 복구 파동을 일시적으로 지연시키거나 차단할 우회 경로가 필요하다.'
눈을 돌려 내 손을 바라보았다. 감각이 없는 손가락 사이에 쥐어진 것. 방금 전 수거했던 동생 서진의 은색 교통카드였다.
이 열차의 시스템과 동화되어 가던 서진의 유품. 그 뒷면에 새겨진 미세한 은색 칩과 닳아 빠진 안테나 선이 흑백의 시야 속에서 희미하게 반짝였다.
나는 어깨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오직 눈대중으로만 팔의 각도를 조절하며 교통카드를 전철 벽면에 붙어 있는 비접촉식 단말기로 가져갔다. 손끝이 단말기 플라스틱 커버에 부딪히는 둔탁한 소리가 났지만, 내 뇌에는 아무런 충격도 전달되지 않았다.
삐익-.
날카로운 전자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동시에 서진의 은색 교통카드에서 흘러나온 고유 구동 신호가 전철의 내부 전력 배선망으로 침투하기 시작했다. 푸른 그물망과 은색 카드의 신호가 단말기 내부에서 거칠게 충돌했다.
지지직, 파지직!
단말기 틈새로 시퍼런 불꽃이 튀었다. 전철 내부의 조명이 거세게 흔들리며 암전과 점멸을 반복했다. 사방으로 뻗어 나가며 바닥을 잠식하던 푸른 실핏줄들이 순간적으로 흐려지더니, 갈 길을 잃은 물줄기처럼 사방으로 흩어져 소멸해 갔다.
"하아, 하아……."
성공했다. 전력 배선을 강제로 가동해 시스템의 복구 신호를 일시적으로 교란시킨 것이다.
"도진 씨! 방금 그건……."
민세희가 공포와 경악이 뒤섞인 눈으로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녀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품에 안고 있는 낡은 펜던트를 손이 하얗게 질릴 정도로 움켜쥐고 있었다. 그 펜던트 표면의 기하학적인 무늬가 희미하게 흔들리는 전등 불빛을 받아 기묘한 음영을 만들어냈다. 동생 서진이 남겼던 그 기이한 신념의 상징물이, 이 지옥 같은 전철 안에서 마치 유일한 닻이라도 되는 양 그녀를 붙들고 있었다.
"질문할 시간 없습니다. 움직여야 합니다."
내 목소리는 스스로가 듣기에도 섬뜩할 정도로 건조했다. 촉각이 없으니 목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것조차 기계적이었다.
그때였다.
철컥- 타악.
Carriage 3의 저편, 굳게 닫혀 있던 연결 통로의 철문 너머에서 무겁고 규칙적인 금속 마찰음이 들려왔다.
철컥- 타악.
그것은 단순한 기계음이 아니었다. 무언가 거대하고 뒤틀린 육중한 존재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생하는, 뼈와 쇠붙이가 부딪히는 소리였다.
동시에 등 뒤의 온도가 급격하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목덜미에 차가운 입김이 닿는 것 같은 오한이 일었지만, 촉각이 마비된 내 피부는 그 저온을 '통증'이 아닌 '시각적 서리'로 감지했다. 전철 유리창에 하얗게 성에가 끼기 시작한 것이다.
어둠을 헤치고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 것은 남색 제복을 입은 사내의 형상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인간이라 부를 수는 없었다. 제복의 어깨선은 비정상적으로 넓었고, 소매 끝으로 빠져나온 손가락은 관절이 대여섯 개는 더 있는 것처럼 징그럽게 구부러져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이목구비 대신 커다란 황동색 티켓 펀치 기계가 통째로 박혀 있었다.
딸깍, 딸깍, 딸깍…….
그가 걸어올 때마다, 얼굴에 달린 황동색 펀치의 가위날이 스스로 맞물리며 소름 끼치는 금속음을 냈다.
철도 공무 괴이단의 일원.
'티켓 검표원'이었다.
그의 가슴팍에는 낡은 철제 명찰이 붙어 있었는데, 그 위로 붉은 녹물이 눈물처럼 흘러내리고 있었다. 검표원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위압감에 민세희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입을 막았다.
검표원의 황동색 얼굴이 서서히 기울어지며 우리를 향했다. 이목구비는 없었지만, 그 펀치의 날카로운 틈새로 붉은 안광이 번뜩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기계적인 목소리로 읊조렸다. 목소리는 여러 사람의 비명이 겹쳐진 듯한 불쾌한 이중음이었다.
[ 여객 철도 운송 약관 제17조 4항에 의거하여…… 승객의 승차권 검수를 실시합니다…… 규격에 맞지 않는 승차권을 소지한 자는…… 즉시 현장에서 처분 및 수거 처리됩니다…… ]
그의 긴 손가락이 품 안에서 한 장의 종이를 꺼내 들었다. 그것은 검표원의 손때와 알 수 없는 검은 액체로 얼룩진 '철도 내부 형법 규정집'의 일부였다.
[ 제12조 (승차권 위조 및 규격 불일치의 죄): 승차권의 구멍 형태, 혹은 클리퍼의 천공 궤적이 본 열차의 공인 규격과 일치하지 않는 경우, 해당 승객은 무임승차자로 간주하여 즉시 육체를 해체하고 선로의 침목으로 사용한다…… ]
숨이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검표원의 손에 들린 황동색 펀치가 날카롭게 빛났다. 저 괴이는 무력으로 우리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다. 오직 '승차권의 규격 불일치'라는 철저한 행정적 명분을 통해서만 우리의 목숨을 합법적으로 거두어갈 수 있는 사법 집행자였다.
"도, 도진 씨…… 우리 표는……."
세희의 목소리가 사정없이 떨렸다.
우리가 주머니에서 꺼내 든 승차권은 전철에 탑승할 때 얻은 낡은 종이 티켓이었다. 하지만 이 티켓에 뚫려 있는 구멍들은 무작위적이었고, 검표원이 말하는 '공인 규격'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검표원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왔다. 그의 발길이 닿는 바닥의 붉은 시트들이 검게 타들어 가며 썩은 냄새를 풍겼다.
내 뇌가 미친 듯이 연산을 시작했다.
'공인 규격. 티켓의 천공 궤적. 이 괴이가 요구하는 진짜 규칙의 형태는 무엇인가?'
그때, 내 머릿속에 번개처럼 스쳐 지나가는 잔상이 있었다.
2화에서 마주쳤던 4B석.
그곳은 교활한 괴이가 승객들을 낚기 위해 쳐놓은 함정의 온상이었다. 그 가죽 의자 시트 측면에는 검은 물질이 굳어 달라붙어 있었고, 그 옆으로 기묘한 간격으로 배치된 작은 구멍들이 뚫려 있었다.
당시에는 단순히 괴이의 흔적이라고만 생각하고 넘어갔던 그 구멍들의 배열.
그것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었다. 4B석의 괴이가 승객들의 티켓을 빼앗아 강제로 찍어 누르던 '티켓 클리핑 패턴'의 템플릿이었던 것이다. 그 비정상적인 티켓 구멍 패턴과 의자의 검은 응고 흔적은, 이 검표원의 가혹한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괴이들이 공유하던 진짜 '공인 규격'의 열쇠였다.
'그 패턴의 좌표는…….'
내 편집증적인 기억력이 뇌세포 깊숙이 저장되어 있던 4B석의 구멍 배치도를 끄집어냈다.
가로 세 줄, 세로 다섯 줄의 격자 중에서 정확히 좌측 상단과 우측 하단, 그리고 정중앙을 비껴간 형태의 기묘한 삼각형 천공 패턴.
시간이 없었다. 검표원의 황동색 펀치가 이미 세희의 이마 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날카로운 가위날이 그녀의 이마 가죽을 스치며 미세한 핏방울이 맺혔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내 티켓과 세희의 티켓을 겹쳐 잡았다. 촉각이 없었기에 손가락의 아귀힘을 얼마나 줘야 하는지 가늠하기 어려웠다. 손가락 뼈마디가 하얗게 불거질 정도로 강하게 쥐었다.
그리고 내면의 심연을 향해 선언했다.
'가이드라인의 위조 서명을 집행한다.'
내 시야에 전철의 안내문 텍스트가 다시 한 번 떠올랐다. 나는 그중 '티켓 검표 수칙'의 한 줄을 임의로 조작했다.
[ 승객의 티켓 구멍은 본 열차의 기본 천공 규격을 따라야 한다. ] -> [ 승객의 티켓 구멍은 4B석 규격과 일치하는 즉시 적법한 승차권으로 영구 인정된다. ]
서명이 완료되는 순간, 심장 부근에서 무언가 거대한 에너지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영혼의 통행세가 부과되는 신호였다.
이번에 빼앗길 오감은 무엇인가.
순식간에 혀끝에서부터 차가운 마비가 시작되었다.
입안 가득 흘러나오던 비릿한 피 맛이 순간적으로 완전히 지워졌다. 달고, 쓰고, 시고, 매운 세상의 모든 미각이 단 1초 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혀는 단지 입안에 얹혀 있는 무겁고 축축한 고기 덩어리로 전락했다. 미각의 완전한 상실이었다.
하지만 그 가혹한 대가의 결과는 확실했다.
바스락.
나와 세희가 쥐고 있던 낡은 승차권 표면에 기이한 빛이 감돌더니, 4B석에서 보았던 그 독특한 삼각형 모양의 천공 구멍들이 원래부터 존재했던 것처럼 완벽하게 새겨졌다. 종이의 잘려 나간 단면은 수십 년의 세월을 머금은 듯 누렇게 바래 있어, 그 누구도 방금 위조된 것이라 의심할 수 없는 형태였다.
검표원의 황동색 얼굴이 멈칫했다.
딸깍, 딸깍거리던 가위날이 공중에서 정지했다.
그는 긴 손가락으로 내 손에 들린 두 장의 티켓을 낚아챘다. 펀치 기계의 전면에 달린 붉은 안광이 티켓의 구멍들을 샅샅이 훑었다. 기계 내부에서 기어가 맞물려 돌아가는 불쾌한 금속 소음이 한참 동안 이어졌다.
일 초가 일 년처럼 느껴지는 정적 속에서, 나는 미각을 잃은 혀를 꾹 깨물었다. 피가 흘러내렸지만 맛도, 통증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직 시야로만 내 입가로 흘러내리는 붉은 액체를 볼 수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검표원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쇳소리가 새어 나왔다.
[ 천공 좌표 확인 완료…… 4B 규격 일치…… 적법한 여객으로 판명됨…… ]
그의 목소리에는 명백한 의구심과 억울함이 섞여 있었다. 마치 눈앞의 사냥감을 뻔히 보면서도, 자신이 수호하는 철저한 행정 규칙의 규칙성 때문에 이빨을 거두어야만 하는 괴이의 딜레마가 고스란히 묻어났다.
검표원은 뒤틀린 관절을 꺾으며 서서히 뒤로 물러섰다. 그의 황동색 얼굴이 내 입가에 흐르는 피를 빤히 응시했지만, 규칙의 테두리 안에서 그는 더 이상 우리를 건드릴 명분이 없었다.
[ 즐거운 여정 되십시오…… 승객 여러분…… ]
검표원은 몸을 돌려 Carriage 3의 반대편 문을 열고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문이 닫히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방을 짓누르던 그 압도적인 한기도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
"하아아…… 하윽……."
민세희가 바닥에 쓰러지듯 엎드리며 거친 숨을 토해냈다. 그녀의 전신이 사시나무 떨듯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내 입가에서 흘러내린 피가 턱 끝을 타고 바닥으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그 피를 닦아낼 촉각도, 피 맛을 느낄 미각도 없는 상태로 무표정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내 초점 없는 눈동자와 인형처럼 굳어 버린 신체 반응을 보며, 세희는 직관적으로 깨달은 듯했다.
내가 방금 전의 위기를 넘기기 위해 또다시 자신의 신체적 감각을 제물로 바쳤다는 사실을.
그녀의 눈에서 굵은 눈물이 흘러내려 바닥의 먼지 위로 떨어졌다. 그것은 단순한 공포의 눈물이 아니었다. 타인을 극도로 불신하고 기계처럼 계산적으로 행동하는 편집증 환자 이면에 숨겨진, 오직 동생을 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자신의 영혼과 육체를 사정없이 갉아먹고 있는 나의 처절한 구원 갈망을 읽어낸 자의 깊은 신뢰와 연민이었다.
"도진 씨…… 왜 이렇게까지…… 왜 자기 몸을 이렇게 망가뜨리면서까지……."
세희의 목소리가 젖어들었다.
"살기 위해서입니다."
나는 감각이 없는 혀를 놀려 어눌하게 답했다. 발음이 약간 뭉개졌지만, 의미를 전달하기에는 충분했다.
"이 열차에서 감정은 사치일 뿐입니다. 규칙의 허점을 찌르지 못하면, 우리는 저 강태식처럼 먼지가 될 뿐이니까요."
나는 바닥에 말라비틀어진 채 굳어 버린 강태식의 시신을 가리켰다. 그의 육체는 이제 가죽과 뼈만 남은 미라처럼 변해 있었고, 그가 쥐고 있던 세희의 가방은 바닥에 뒹굴고 있었다.
세희는 내 차가운 일갈에 입을 다물었지만, 그녀의 눈빛은 이전과 달라져 있었다. 나를 향한 경계심은 완전히 사라지고, 어떤 상황에서도 내 판단을 따르겠다는 견고한 맹세 같은 것이 그 눈동자 깊은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녀는 품에 안고 있던 낡은 펜던트를 소중하게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도진 씨의 동생분…… 서진 씨라고 하셨죠. 꼭 만날 수 있을 거예요. 제가 도울게요. 제 목숨을 바쳐서라도……."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누군가의 호의나 연대를 믿는 것은 내 계산식에 오차를 만들 뿐이다. 하지만 그녀가 쓸모 있는 도구로 성장해 준다면, 굳이 거부할 이유도 없었다.
바로 그때였다.
쿠구구구구궁-!
전철 바닥 전체가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한 진동이었다.
쿵! 쿵! 쿵! 쿵!
열차 벽면 너머에서 무언가 거대하고 무거운 쇠톱니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서로를 갈아대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철판과 철판이 부딪히며 내는 비명이 귀가 먹먹할 정도로 사방을 가득 채웠다.
전철의 속도가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어둠의 풍경이 마치 검은 물결처럼 소용돌이쳤다.
"도진 씨! 열차가…… 열차가 이상해요!"
세희가 비명을 지르며 좌석 손잡이를 잡았다.
검표원이 떠난 문 너머, 다음 칸으로 이어지는 통로의 유리창 너머로 붉은 조명들이 미친 듯이 점멸하는 것이 보였다. 그것은 단순한 운행이 아니었다. 무언가 거대한 시스템의 붕괴, 혹은 폭주가 시작되는 전조였다.
이 속도라면 다음 구역에 도달하기도 전에 열차 자체가 산산조각이 나거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끔찍한 심연으로 추락할 것이 분명했다.
쇠톱니가 갈리는 소리는 점점 더 커져, 이제 우리의 발밑 바로 아래까지 육박해 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