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끌고 가라!"
테오도르의 서슬 퍼런 명령이 거울의 방의 화려한 샹들리에를 흔들었다. 친위 사관대원들의 가죽 장화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무겁게 짓밟으며 다가왔다. 차가운 철제 수갑이 허공에서 번뜩였다.
그들의 손끝이 엘리시아의 비단 소맷자락에 닿기 직전, 짓눌린 짐승의 으르렁거림 같은 마찰음이 고요를 깼다.
스릉.
검날이 칼집을 빠져나오며 내는 예리한 파열음이었다. 레이반의 장검이 반원형의 궤적을 그리며 사관대원들의 목덜미 바로 앞을 가로막았다. 공기를 가르는 서늘한 검풍에 대원들이 주춤하며 뒤로 물러섰다.
"비켜라, 헤이즐넛 경." 테오도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가학적인 흥분으로 물든 눈동자가 레이반의 검날을 응시했다. "황명이다. 황실의 권위에 대적하는 자는 비록 영웅이라 할지라도 반역으로 다스릴 것이다."
"황명이라 하셨습니까." 엘리시아가 낮게 읊조렸다. 그녀는 레이반의 어깨 너머로 황태자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공포의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상대를 장부 위의 하찮은 숫자로 취급하는 차가운 조소만이 감돌았다.
그녀의 시야 오른편에 투명한 황금빛 인터페이스가 떠올랐다.
[사교계 평판 장부 활성화] [적대 세력 '로엔그린 황가'의 평판 균열도: 68%] [경고: 정보 조율 및 인과율 간섭 시 사용자 '엘리시아'의 오명 수치 폭등 위험] [현재 오명 수치: 55%]
엘리시아는 속으로 실소를 흘렸다. 황태자 테오도르가 휘두르는 사법 기소권이라는 무기는 강력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사교계가 황실의 전능함을 묵인한다는 전제하에서만 유효한 법이었다. 만약 그 전제 자체가 완전히 무너진다면 어떻게 될까.
엘리시아는 시선을 돌려 황태후 헬레나를 똑바로 응시했다. 황태후의 목덜미에서 찬란하게 빛나는, 황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고대 보석 '푸른 눈물'이 보였다. 물방울 모양으로 가공된 거대한 사파이어는 빛을 받을 때마다 눈이 시린 청색광을 뿜어내고 있었다.
"황태후 폐하." 엘리시아의 목소리가 거울의 방 내부를 맑게 울렸다. "제국의 법이 만인에게 평등하다 하셨지요. 그렇다면 황실의 도덕성 역시 그 법의 엄격한 잣대 위에 올려놓아야 마땅할 것입니다."
"무슨 해괴한 수작이냐, 아르젠트 공녀." 황태후 헬레나가 불쾌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부채를 거칠게 접었다. "감히 내 앞에서 그 조잡한 혓바닥을 놀리다니. 네년의 모조 아쿠아마린 소동으로도 부족해 이제는 황실의 권위에 흠집이라도 내겠다는 셈이냐?"
"모조품이라." 엘리시아가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레이반은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자연스럽게 신형을 가리며 동선을 확보했다. "진짜와 가짜를 가려내는 안목이 그토록 탁월하신 황태후 폐하께서, 어찌 본인의 목에 걸린 가장 고귀한 보석의 비밀은 모르는 척하십니까?"
그녀의 손가락이 황태후의 목걸이를 향했다. "그 '푸른 눈물' 말입니다. 겉보기에는 완벽한 벨벳 블루의 광택을 자랑하는 최상급 사파이어 같지만, 실상은 내부에서부터 썩어 들어가는 위조품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순간, 장내에 찬물을 끼얹은 듯한 침묵이 흘렀다. 귀족 영애들과 후작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황태후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시는 모습이 거울에 고스란히 비쳤다.
"무슨…… 무슨 망발을!" 황태후가 소리를 질렀으나, 엘리시아는 멈추지 않았다.
"상부 파세팅의 각도가 미세하게 어긋나 있더군요. 빛이 굴절되는 경로를 인위적으로 왜곡해 내부의 균열을 가리려는 얄팍한 수작이지요. 게다가 결정적인 결함은 따로 있습니다." 엘리시아는 평판 장부에서 읽어낸 고대의 정보를 한 자 한 자 정확하게 읊조렸다. "보석의 심장부, 정확히 서쪽 기둥 방향으로 15도 기운 지점에 미세한 크랙이 존재합니다. 3년 전 마법적인 열처리를 통해 강제로 균열을 봉합했으나, 그것은 진품의 가치를 상실한 위조 결함품에 불과합니다. 황실의 신뢰도를 증명하는 보석이 이토록 기만적인 가공품이라니, 참으로 경탄스럽군요."
"이, 이 년이 감히 날조를……!" 황태후의 손이 부르르 떨렸다. 그녀는 자신의 목걸이를 움켜쥐었다.
주변의 귀족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사교계의 정점에 선 황태후가 위조된 보석을 걸치고 있었다는 의혹은, 황실의 도덕성 전체를 뒤흔들기에 충분했다.
[황태후 소유 '푸른 눈물'의 위조 정보 폭로 완료] [적대 세력 '로엔그린 황가'의 평판 균열도: 68% -> 79% (치명적인 신뢰도 붕괴 발생)] [대가 지불: 사용자 '엘리시아'의 오명 수치 55% -> 72%로 폭등]
"윽……." 찰나의 순간, 엘리시아의 목구멍 깊은 곳에서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뇌리를 찌르는 극심한 편두통과 함께 가슴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다. 장부를 강제로 조율한 대가로 치러야 하는 오명 수치의 폭등 부작용이었다. 입안에 비릿한 피비린내가 가득 찼다.
그러나 엘리시아는 단 한 묵음의 신음도 밖으로 내지 않았다. 그녀는 혀끝으로 입술 안쪽을 강하게 물어 통증을 억눌렀다. 겉으로는 여전히 오만하고 아름다운 공작 영애의 미소를 유지한 채였다.
"닥쳐라!" 테오도르가 폭발하듯 외쳤다. 그의 얼굴은 분노로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더는 이 사기꾼의 궤변을 들을 가치가 없다! 친위대, 무엇을 하느냐! 당장 아르젠트 공녀를 포박해라! 거역하는 자는 그 자리에서 베어도 좋다!"
사관대원들이 일제히 검을 뽑아 들고 돌격했다. 그들이 뽑아 든 검날이 엘리시아를 향해 쇄도하려던 그 순간.
"내 구역에서 내 주주들을 건드리지 마라."
엘리시아의 나직한 목소리와 함께, 그녀의 뒤편에 서 있던 샤를로트 드 로랑이 앞으로 나섰다. 샤를로트뿐만이 아니었다. 루미에르의 지분을 나누어 가진 남부와 동부의 핵심 영애들, 그리고 그들의 가문을 대변하는 귀족 가신들이 일제히 엘리시아의 좌우로 줄을 지어 섰다.
"전하, 멈추십시오." 남부 최대의 상단을 소유한 가문의 영애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는 '살롱 드 루미에르'의 지분을 소유한 동맹원들입니다. 루미에르 연대 약속 조합원 보호 규격 제7조에 의거, 대주주인 아르젠트 공녀의 신변에 불법적인 위해가 가해질 경우, 저희 가문들은 황실 채무에 대한 모든 재보증을 전면 동결할 것입니다."
"뭐라?" 테오도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저희 가문 역시 동참하겠습니다." 또 다른 영애가 한 걸음 나섰다. "황실이 명확한 사법적 증거 없이, 단지 의혹만으로 공작 영애를 무력 체포하려 든다면, 저희는 황궁으로 향하는 모든 식량과 군수 물자의 유통을 차단하겠습니다. 사교계의 규율을 깨뜨린 것은 황실입니다."
한 명, 두 명, 그리고 수십 명. 거울의 방에 모인 제국 상류층의 절반 이상이 엘리시아의 뒤로 거대한 벽을 형성했다. 그것은 단순한 영애들의 기싸움이 아니었다. 엘리시아가 설계한 '지분 교환식 사교 플랫폼'을 통해 묶인, 제국의 정치를 좌우하는 거대한 경제적 거부 동맹의 등장이었다.
칼과 사법권이라는 공포로 사교계를 지배하려던 테오도르의 오만한 판짜기가, 실질적인 가치와 자본으로 무장한 연대 앞에 정면으로 충돌했다.
"이…… 이 반역자 같은 년들이 감히 단체로 미쳤구나!" 테오도르가 이성을 잃고 칼자루를 쥐어쥐었다.
"친위대! 법이고 자시고 상관없다! 내 말을 듣지 않는 것들은 전부 쓸어버려라!"
황태자의 폭주에 사관대원들이 비장한 표정으로 검을 움켜쥐고 돌격했다. 은빛 검날들이 엘리시아의 목덜미를 향해 호선을 그리며 날아들었다.
퍼억!
묵직한 타격음과 함께 돌격하던 사관대원의 신형이 허공을 날아 거울 벽면에 처박혔다. 유리가 요란하게 깨지는 소리와 함께 레이반이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레이반은 검을 칼집에서 완전히 빼지 않은 채였다. 그는 황실 검 대장으로서의 신분을 증명하듯, 압도적인 무력과 신체 능력으로 사관대원들의 가슴팍을 움켜쥐어 바닥에 메쳤다.
"크윽!" "사, 사관대장님……!"
대원들이 감히 그에게 검을 겨누지 못하고 주춤거렸다. 레이반의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살기는 거울의 방 전체를 얼어붙게 만들 만큼 무겁고 살벌했다. 그는 칼집을 세워 바닥을 강하게 내리찍었다. 콰앙 하는 파열음과 함께 대리석 바닥에 미세한 균열이 갔다.
"황실의 시위 규율 제12조." 레이반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명확한 사법부의 정식 영장 없이 공작 가문의 영애를 구속하려는 초법적 행위는, 시위대의 불법 무력 사용으로 간주한다. 사관대원들은 당장 검을 거둬라. 이를 어길 시, 내 손으로 직접 반역죄를 집행하겠다."
"레이반 폰 헤이즐넛!" 테오도르가 피가 맺힐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네놈이 결국 본색을 드러내는구나! 더러운 전쟁광의 핏줄다운 반역의 짓거리다!"
레이반은 황태자의 폭언에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의 시선은 오직 엘리시아의 곁을 지키는 데 고정되어 있었다. 그의 등 뒤에서 엘리시아는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다.
'하아…… 하아…….'
목구멍으로 치솟는 피비린내가 점점 더 짙어졌다. 오명 수치의 폭등으로 인한 신체적 과부하가 심장을 조여왔다. 셔츠 깃 너머로 얇은 핏줄들이 붉게 도드라지는 것이 느껴졌다.
엘리시아는 손수건으로 입가를 살포시 훔쳤다. 붉은 혈흔이 하얀 실크에 선명하게 번졌으나, 그녀는 그것을 손아귀에 쥐어 감추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테오도르를 응시했다.
"전하." 엘리시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아했다. "칼을 휘두르는 것은 무능한 자들의 마지막 수단이지요. 제국의 법과 자본이 모두 저를 지지하고 있는데, 전하께서는 대체 무엇으로 저를 단죄하겠다는 말씀이십니까?"
황태자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자신을 향해 싸늘한 눈빛을 보내는 수십 명의 귀족 영애들과 가신들. 그리고 황태후의 가짜 보석 폭로로 인해 웅성거리는 장내의 분위기. 지금 이 자리에서 강제로 체포를 진행했다가는, 황실의 경제적 명줄이 먼저 끊어질 판국이었다.
자신의 완벽한 판짜기가 되려 엘리시아의 덫에 걸려 완전히 무너졌다는 사실을, 테오도르는 마침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나르시시즘과 오만함이 분노로 뒤끓어 올랐다.
"좋다. 이 오만한 연극도 여기까지다, 엘리시아 드 아르젠트."
테오도르가 검을 칼집에 거칠게 밀어 넣으며, 가학적인 조소를 머금었다. 그의 눈빛은 이미 이성을 잃은 광기로 번득이고 있었다.
"사교계의 잔재주로 법의 목을 피했다고 생각하지 마라. 황실의 권능은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무겁고 참혹하니까."
그는 황태후를 부축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거울의 방 문턱에 서서, 전 장내를 향해 벼락같은 선포를 던졌다.
"사흘 뒤다!" 테오도르의 목소리가 복도를 타고 거대하게 메아리쳤다. "사흘 뒤, 만인이 입회한 황궁 대심판 법정에서 아르젠트 공작 영지의 모든 권한을 몰수하고, 너와 네 가문 전체의 단두 처형을 직접 집행할 것을 선포하노라! 그 법정에서도 그 대단한 '조합원'들이 너를 지켜줄 수 있을지 어디 두고 보자꾸나!"
황태자의 살벌한 선언과 함께 친위 사관대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고요해진 거울의 방 안에서, 엘리시아는 웅성거리는 귀족들의 시선을 받으며 서 있었다. 그녀의 손안에 쥐어진 하얀 손수건은 이미 붉은 피로 무겁게 젖어 들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