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녀의 목에 걸린 그것은, 제국 법령 제12조를 정면으로 위배한 가공 최하급 모조석이 아닌가."
황태후 헬레나의 서슬 퍼런 목소리가 거울의 방 높은 천장을 때리며 울려 퍼졌다. 대바자회에 참석한 수백 명의 귀족들이 일제히 숨을 죽였다. 바닥을 장식한 청동 타일 위로 찬바람이 스치는 듯한 정적이 감돌았다.
황실 평판 통제국 소속의 수석 감정사, 엔조가 정교한 마도 감정 배율경을 손에 쥔 채 엘리시아의 아쿠아마린 장식구 앞으로 다가섰다. 은반 위에 놓인 푸른 보석은 거울의 방을 장식한 촛대 불빛을 받아 기묘하게 일렁이고 있었다.
"공공의 도덕과 명예를 실추시키는 위조품을 사교계에 유통하는 자는 그 신분을 막론하고 가차 없이 처벌받는 법이지."
황태후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그녀의 목줄기에서 빛나는 고대 보석, '푸른 눈물'이 그 오만함을 대변하듯 깊은 청색광을 발했다. 헬레나가 쥔 부채가 가볍게 흔들릴 때마다, 그 부채 끝에 매달린 타조 깃털이 비웃음처럼 흔들렸다.
엘리시아는 황태후의 매서운 저격을 정면으로 받아내면서도 속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시선은 허공에 둥실 떠오른 반투명한 푸른색 창, '평판 장부'의 수치들을 훑고 있었다.
[ 경고: 현재 오명 수치 55% ] [ 황태후의 '모조품 유포 및 법률 위반' 낙인 시도로 인해 오명 수치 상승 압박 감지! ] [ 예상 오명 수치: +15% (임계점 70% 돌파 위험) ]
뇌리에서 경고음이 울렸지만, 엘리시아는 우아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오른손을 올려 자신의 쇄골 부근을 가볍게 쓸어내렸다. 드레스의 상단을 장식한 오간자 실크가 서걱거리는 소리를 냈다.
"폐하, 법률 제12조는 '천연 보석의 가치를 훼손하고 기만적 이득을 취하기 위한 모조'를 규제하는 조항입니다."
엘리시아의 목소리는 맑고 청아하게 울렸으나, 그 안에는 뼈를 깎는 냉소가 깃들어 있었다.
"하지만 제 목에 걸린 이 아쿠아마린은 속임수를 위해 태어난 모조석이 아닙니다. 이것은 자연을 착취하지 않고, 마도 연금술의 정수만을 추출하여 가공한 최초의 '친환경 대체 보석(Alternative Gem)'입니다."
"대체 보석이라니? 천박한 위조품을 그럴싸한 말로 포장하는구나!"
몬태규 백작 부인이 황태후의 눈치를 살피며 앙칼지게 끼어들었다. 부인의 화려한 가발 위에 얹힌 루비 핀이 분노로 잘게 떨렸다.
"포장이라뇨, 백작 부인. 무식은 죄가 아니라지만, 사교계의 새로운 흐름을 읽지 못하는 것은 태만입니다."
엘리시아는 가볍게 턱을 치켜세웠다.
"광산에서 수많은 평민의 피와 눈물을 짜내어 얻는 천연 보석의 시대는 저물고 있습니다. 영지를 다스리는 고위 귀족이라면, 이제 도덕적 가치와 지속 가능한 아름다움에 주목해야 마땅하지 않겠습니까? 이 대체 보석은 아르젠트 공작가의 새로운 친환경 유행 규범을 선도하는 첫 번째 상징입니다."
그녀는 머릿속의 평판 장부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눈앞의 인터페이스가 거세게 요동쳤다.
[ '유행 개량 지수' 조작권 발동 ] [ 소모 포인트: 2,000 P ] [ 타겟 트렌드: '친환경 대체 보석'의 인지도 및 가치 등급 조정 ] [ 보정치 적용: 최하급 모조물 → 도덕적 하이엔드 럭셔리 트렌드 ]
윙 하는 이명과 함께 장부의 차트가 가파른 수직 상승 곡선을 그렸다. 사교계 평판 장부의 보이지 않는 실이 영애들의 무의식과 인식을 송두리째 뒤흔들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경멸의 눈빛을 보내던 영애들의 눈동자에 기묘한 동요가 일었다.
"친환경…… 대체 보석? 광산의 피를 흘리지 않는 인도적 아름다움이라고?" "듣고 보니, 저 투명함은 천연 아쿠아마린보다 훨씬 맑고 순수해 보여요." "아르젠트 공녀가 제안하는 새로운 귀족적 가치관인가 봐."
수군거림의 방향이 단숨에 뒤바뀌었다. 황태후와 황실 통제국이 설계한 '범법자 낙인' 프레임이, 역으로 '선진적 트렌드의 선구자'라는 아우라로 탈바꿈하는 순간이었다.
[ 시스템 알림: 트렌드 조작 성공! ] [ 오명 수치 변동: 55% -> 48% (오히려 하락하여 안정화) ]
엘리시아의 입꼬리가 매끄러운 곡선을 그렸다. 그녀는 은반 위의 아쿠아마린을 손가락 끝으로 톡 건드리며 황태후를 바라보았다.
"감정사 황실 통제국의 안목으로도, 이 보석이 지닌 '도덕적 순도'와 고도의 마도 공학적 가치를 부정할 수는 없을 텐데요. 그렇지 않습니까?"
검은 제복을 입은 감정사 엔조는 이마에 땀방울을 흘리며 마도 배율경을 들여다보았다. 감정 도구의 마력 지시침은 모조품의 탁한 붉은빛이 아닌, 극도로 순수한 마력의 푸른빛을 가리키고 있었다. 장부의 개입으로 세계의 규칙 자체가 이 보석의 가치를 '진품 이상'으로 인정한 것이다.
"이, 이것은……." 엔조가 마른침을 삼켰다. 황태후의 눈초리가 매섭게 찢어지는 것을 보면서도, 그는 기계의 거짓 없는 수치를 부정할 수 없었다. "단순한 모조품이 아닙니다. 마력의 결이 극도로 조화롭고 순수한…… 그 어떤 천연석보다도 완벽한 응집률을 보이는 초고가 대체 보석이 맞습니다."
거울의 방이 다시 한번 술렁였다. 황태후의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몬태규 백작 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 채 제 가슴팍을 움켜쥐었다.
그때, 거울의 방 거대한 아치형 문이 묵직한 마찰음을 내며 열렸다.
차가운 금속 갑옷의 마찰 소리와 함께, 장내의 모든 시선이 입구로 쏠렸다.
칠흑처럼 어두운 헤어스타일에, 얼음처럼 서늘한 대지를 연상시키는 눈동자. 황실이 '전쟁광의 더러운 피'라며 낙인찍고 고립시켰던 헤이즐넛 대공가의 가주이자, 이제는 엘리시아의 가장 강력한 충복이자 동맹 주주가 된 레이반 폰 헤이즐넛이었다.
그가 성큼성큼 걸어 들어왔다. 그의 어깨 위에는 아르젠트 공작가를 상징하는 은빛 늑대 문양이 새겨진 날개망토가 비대칭으로 걸쳐져 있었다. 레이반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장내의 공기를 수십 도는 떨어뜨리는 압도적인 위압감을 풍겼다.
귀족들이 모세의 기적처럼 갈라섰다. 레이반은 황태후에게 가벼운 묵례조차 건너지 않은 채, 오직 엘리시아만을 향해 다가왔다. 그의 굳건한 걸음걸이에는 망설임이 없었다.
"늦었습니다, 공녀."
낮고 거친 음성이 거울의 방을 부드럽게 가라앉혔다. 레이반은 엘리시아의 앞에 멈춰 섰다. 그의 거대한 체구가 엘리시아를 등 뒤의 황태후와 통제국의 시선으로부터 완벽하게 차단하며 그림자를 드리웠다.
레이반은 바닥에 한쪽 무릎을 꿇으려 했다. 엘리시아가 눈짓으로 제지하자, 그는 대신 고개를 숙여 그녀의 옷자락 끝을 가볍게 쥐었다가 놓았다. 그리고는 공녀가 걸치고 있던 은빛 날개망토의 버클이 살짝 비틀어져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커다랗고 흉터가 많은 손가락이 엘리시아의 쇄골 근처로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맹수가 먹잇감을 다루듯 조심스럽고 극도로 절제된 손길이었다.
"옷 매무새가 흐트러졌습니다."
레이반의 손가락이 차가운 은제 버클을 잡고 부드럽게 위로 끌어올려 단단히 결속했다. 가죽과 금속이 맞물리는 찰칵 소리가 묘하게 크게 들렸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엘리시아의 목덜미에 닿았다가 흩어졌다.
엘리시아는 그의 눈동자 깊은 곳에 서린 맹목적인 복종과 충성심을 읽었다. 황실이 그에게 씌웠던 '괴물 무인'의 악명은 온데간데없고, 오직 그녀의 손끝 하나에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된 사냥개의 안광만이 빛나고 있었다.
"덕분에 완벽해졌군요, 대공."
엘리시아가 나지막이 속삭였다.
레이반은 버클을 채운 후에도 잠시 동안 그녀의 어깨 위에 손을 얹어 가문 대표 수호자로서의 결속을 과시했다. 그 모습은 황태후의 권력에 맞서는 아르젠트 공작가의 군사적 무력이 얼마나 건재한지를 만천하에 보여주는 무언의 경고였다.
좌중은 그 무거운 침묵에 압도되어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했다. 황태후는 레이반의 거만한 태도에 부르르 떨었지만, 제국 헌법 제4조 2항에 의해 보호받는 공작가와 대공가의 결합 앞에서는 함부로 사병을 움직일 수 없었다.
엘리시아는 레이반의 호위를 받으며 천천히 뒤를 돌았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차갑게 식어 있었다. 이제는 공세를 취할 차례였다.
"황태후 폐하의 우호 세력들께서 지닌 안목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엘리시아가 부채를 펼치며 우아하게 가렸다.
"몬태규 백작 가문이 소유한 광산의 루비들은 최근 광맥의 고갈로 인해 불순물이 가득 섞인 하급 원석만을 생산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황실의 권위를 빌려 최고급으로 유통하고 계셨더군요."
"뭐, 뭐라고요?! 공녀, 지금 무슨 해괴망측한 소리를……!"
"해괴망측한 소리인지 아닌지는 장부가 말해줄 것입니다."
엘리시아는 머릿속의 평판 장부에서 몬태규 백작 가문과 그 동맹 가문들의 보석 가치 등급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 '보석 평판 지수' 하향 패치 적용 ] [ 대상: 몬태규 백작 가문의 '피죤 블러드 루비' ] [ 가치 등급: '황실 납품급' -> '공업용 하급 잡석' ] [ 파급 효과: 해당 가문의 사교계 신용도 및 자산 가치 30% 폭락 ]
장부의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거울의 방 곳곳에 있던 영애들의 수첩과 머릿속 정보망이 실시간으로 갱신되었다. 살롱 드 루미에르의 지분 플랫폼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던 영애들이 일제히 소리 죽여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어머, 정말이네. 몬태규 가문의 루비가 최근 시장에서 전량 반품 처리되고 있대요." "황실 통제국이 뒤를 봐줘서 억지로 등급을 유지하고 있었던 거였어?" "도덕적이지도 않고, 품질도 저급하다니. 저런 보석을 차고 다녔다간 가문의 격이 떨어지겠어."
단 몇 초 만에 몬태규 백작 부인의 루비 핀은 가치 없는 돌멩이로 전락했다. 부인은 사색이 되어 자신의 머리를 감싸 쥐었다. 황태후의 우호 세력 가문들의 권세가 엘리시아의 손짓 한 번에 가볍게 한 단계 이상 꺾여 내려앉은 것이다.
황태후의 모욕 기획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오히려 아르젠트 공작가의 새로운 친환경 트렌드가 빛을 발했고, 황실 우호 세력은 시장 탈락의 위기에 처했다.
황태후 헬레나의 이마에 핏대가 솟았다. 그녀의 고결하고 고압적인 가면이 처참하게 균열을 일으키고 있었다.
"엘리시아 드 아르젠트……!"
황태후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자신의 목줄기에서 빛나는 고대 보석, '푸른 눈물'로.
이것은 제국 황실의 권위이자, 결코 훼손되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인 상징이었다. 헬레나는 자신이 코너에 몰렸음을 직감했다. 이대로 물러선다면 사교계의 주도권은 완전히 엘리시아와 그녀의 '살롱' 플랫폼으로 넘어가게 될 터였다.
황태후는 결연한 표정으로 자신의 목에서 '푸른 눈물'을 직접 풀어냈다. 그리고 그것을 붉은 벨벳이 깔린 화려한 보석 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네가 감히 내 보석을 의심하며 사교계를 기만하려 드는구나."
헬레나의 목소리에 극단적인 독기가 서렸다.
"이 '푸른 눈물'은 태초의 마력이 깃든 고대 백 보석으로, 그 어떤 인위적인 충격이나 세월의 흐름에도 결코 탈색되거나 미세한 균열조차 가지 않는 불멸의 진품이다. 제국의 역사와 황실의 신뢰가 이 보석에 담겨 있지."
황태후는 상자를 높이 들어 올려 대중에게 과시하듯 보였다. 눈부신 청색광이 거울의 방 전체를 푸르게 물들였다.
"만약 네 년의 말대로 이 푸른 눈물에 단 한 줄기의 크랙이라도 존재한다면, 내가 황태후의 자리에서 물러나지. 하지만 만약 단 하나의 티끌도 없는 완벽한 진품임이 증명된다면……."
황태후의 가늘게 뜬 눈이 잔인하게 휘어졌다.
"너는 감히 황실을 모독하고 사교계를 교란한 죄로, 이 자리에서 즉시 황실 평판 통제국에 의해 체포되어 단두대로 향하게 될 것이다. 기꺼이 이 극약 테스트에 응하겠느냐, 아르젠트 공녀?"
황태후의 선언에 거울의 방이 얼어붙었다.
엘리시아의 머릿속 평판 장부에서, 황태후의 '푸른 눈물' 내부에 숨겨진 미세한 크랙 정보가 붉은색 경고등과 함께 터질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과연 이 거대한 도박의 판돈을 기꺼이 쥘 것인가. 엘리시아의 입술이 매혹적으로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