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방울이 마차의 유리창을 두드리는 소리는 마치 단두대의 칼날이 떨어지기 직전의 초읽기처럼 스산했다.
살롱 드 루미에르의 정문 앞. 차가운 빗줄기 속에서 아르젠트 공작가의 기사들과 대치하고 있는 황실 평판 통제국의 검은 제복들이 자아내는 살기는 숨이 막힐 정도로 무거웠다. 수석 통제관 칼 에버하르트가 들고 있는 붉은 밀랍 봉인의 영업정지령은, 황태자 테오도르가 엘리시아의 목을 죄기 위해 던진 정교한 덫이었다.
"늦으셨군요, 아르젠트 공녀 전하."
칼 에버하르트의 입꼬리가 비틀려 올라갔다. 사냥감을 구석으로 몰아넣은 사냥개의 비열한 만족감이 그 눈빛에 가득했다.
엘리시아는 마차의 문이 열리고 디딤판이 놓이는 순간까지 단 한 치의 흔들림도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마차 밖으로 천천히 발을 내딛자, 빗속에서도 기품을 잃지 않는 짙은 남색 실크 타프타 드레스가 우아하게 가라앉았다. 가슴팍을 정교하게 장식한 브뤼셀 레이스 칼라와 은빛 자수가 마차의 등불을 받아 서늘하게 빛났다.
그녀의 곁을 그림자처럼 지키는 레이반의 거구는 칼 에버하르트와 통제국 병사들에게 그 자체로 무언의 압박이었다. 레이반의 손가락이 검자루를 가볍게 톡, 톡 두드렸다. 언제든 그들의 목을 베어 넘길 준비가 되어 있다는 맹수의 경고였다.
"황실 평판 통제국이 언제부터 사교계의 찻잔 속 온도를 단속하는 청소부로 전락했는지 모르겠군요, 에버하르트 경."
엘리시아는 손에 쥔 상아 뼈대의 실크 부채를 가볍게 펼치며 우아하게 미소 지었다. 그 음성은 빗소리를 뚫고 명징하게 울려 퍼졌다.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공녀 전하!" 칼 에버하르트가 서류를 더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이곳 살롱 드 루미에르는 사교를 빙자하여 황실의 명예를 훼손하는 유언비어를 유포하고, 허가받지 않은 사설 고발 집회를 주도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국가의 기강을 흔드는 음모의 온상을 더는 묵과할 수 없습니다. 즉시 이 건물을 봉쇄하고 모든 활동을 무기한 정지합니다!"
그의 호령에 통제국의 무장 병력들이 일제히 살롱의 유리문을 향해 진격하려 했다. 살롱의 정문을 지키던 공작가의 사병들 역시 검집에서 검을 반쯤 뽑아 들며 불꽃 튀는 일촉즉발의 대치가 이어졌다.
샤를로트는 엘리시아의 뒤에서 마른침을 삼키며 옷자락을 꽉 쥐었다. 황실 평판 통제국의 권한은 막강했다. 그들이 날조한 스캔들 하나에 제국의 명문 가문들이 하룻밤 사이에 단두대로 사라지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리시아의 눈동자는 차가운 호수처럼 고요했다. 그녀는 부채를 천천히 접어 칼 에버하르트의 손에 들린 서류를 툭, 쳤다.
"집회라니요. 에버하르트 경, 그 무식함이 어디까지 갈 작정입니까? 혹시 황실 통제국의 수석 자리는 제국 법전을 읽지 못하는 문맹들에게만 주어지는 특혜입니까?"
"뭐라 하셨습니까!"
"이곳 살롱 드 루미에르는 단순한 친목 도모를 위한 찻집도, 영애들이 모여 가십을 나누는 허름한 사랑방도 아닙니다."
엘리시아가 한 걸음 다가서자, 그녀에게서 풍기는 압도적인 고귀함과 서늘한 마력의 파동에 칼 에버하르트가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곳은 제국 상법 제12조와 합자조합령에 의거하여 정식으로 등록된 '유한합자형 사교 금융 조합 루미에르'의 본사입니다. 우리는 감정을 거래하는 것이 아닙니다. 각 가문이 보유한 유행 지수와 명예 가치, 그리고 정보 자산을 정당한 지분으로 환산하여 상호 매매하고 투자하는 '기업 플랫폼'이지요."
엘리시아는 허공을 향해 손가락을 가볍게 튕겼다. 그녀의 눈앞에만 보이는 투명한 황금빛 장부, '사교계 평판 장부'가 반짝이며 그 화려한 인터페이스를 드러냈다.
[살롱 드 루미에르: 기업형 사교 플랫폼 개편 완료] [현재 조합 등록 주주: 아르젠트 공작가, 로랑 자작가 외 12개 가문] [총자산 가치: 450,000 골드 상당의 평판 지수]
"제국 헌법 제4조와 상업법에 따르면, 정식 상업 자격을 취득한 조합의 정당한 지분 거래 및 주주 총회는 국가 안보에 치명적인 위협을 가하는 반역 행위가 입증되지 않는 한, 황실의 영장 없이는 그 어떤 행정 관서도 영업을 정지시키거나 자산을 동결할 수 없습니다."
엘리시아의 목소리가 얼음송곳처럼 칼 에버하르트의 심장을 찔렀다.
"황태자 전하의 친필 서명과 황제의 옥새가 찍힌 정식 영장이 있습니까? 없다면, 지금 경이 행하고 있는 이 무단 점거와 영업 방해는 아르젠트 공작가를 포함한 루미에르 조합의 주주 가문 전체에 대한 심각한 재산권 침해이자 불법 찬탈 행위입니다. 당장 이 무례한 병사들을 물러나게 하지 않는다면, 내일 아침 제국 대심판정에 통제국을 상대로 한 '막대한 자산 손해 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할 것입니다."
"이, 무슨 궤변을……! 사교계 영애들의 모임이 무슨 기업이자 금융 조합이란 말입니까!"
칼 에버하르트가 얼굴을 붉히며 외쳤지만, 그의 눈동자는 격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엘리시아가 제시한 법적 근거는 한 치의 빈틈도 없었다. 게다가 아르젠트 공작가의 변호인단과 사교계 지분 동맹들이 일제히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황태자의 명령이라 할지라도 통제국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설 터였다.
"궤변인지 아닌지는 법정에서 확인해 보면 알겠지요."
엘리시아가 조소 섞인 미소를 지으며 부채로 칼 에버하르트의 어깨를 가볍게 밀어냈다.
"돌아가서 주인을 똑바로 섬기세요, 에버하르트 경. 멍청한 사냥개가 주인의 명예를 먼저 단두대로 보내는 법이니까요."
통제관들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일그러졌다. 하지만 법과 명분, 그리고 아르젠트 공작가의 무력 앞에 그들은 더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었다. 칼 에버하르트는 이를 갈며 서류를 구겨 쥐었다.
"……두고 보십시오, 공녀 전하. 황실을 모독한 대가는 반드시 치르게 될 것입니다."
"그 협박은 다음 영장을 들고 올 때 하시는 것이 좋겠군요. 지금은 제 영업 방해 죄목만 늘어날 뿐이니까요."
엘리시아의 냉혹한 축객령에 칼 에버하르트는 결국 패배를 인정하듯 손을 치켜들었다.
"철수한다!"
검은 제복의 무리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며, 살롱의 정원에 모여 숨죽이고 있던 영애들과 가신들이 일제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의 눈에 비친 엘리시아는 더는 단순한 공작가의 영애가 아니었다. 황실의 서슬 퍼런 칼날을 법률과 지략만으로 단번에 꺾어버린, 사교계의 진정한 지배자였다.
***
살롱 내부의 화려한 베르사유풍 대강당. 샹들리에의 크리스탈 유리가 뿜어내는 영롱한 빛이 대리석 바닥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밖의 험악했던 대치 상황이 무색하게, 안은 따뜻하고 화려한 온기로 가득했다.
"놀랍군요, 엘리시아."
레이반이 그녀의 뒤로 다가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의 깊은 밤하늘 같은 눈동자에는 경외감과 함께, 전장에서도 보지 못한 기묘한 열망이 일렁이고 있었다.
"법의 뒤에 숨은 황실을 법으로 받아치다니. 당신은 정말로…… 내가 알던 사교계의 영애들과는 완전히 다른 존재요."
"말했을 텐데요, 레이반. 난 살아남기 위해서라면 제국의 헌법조차 내 놀이터로 만들 준비가 되어 있다고."
엘리시아는 차갑게 대꾸하며 그를 흘긋 바라보았다. 레이반의 시선이 그녀의 목덜미와 붉은 입술에 잠시 머물렀다가 떨어졌다. 그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 꿈틀거리는 집착과 소유욕이 눈빛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다. 하지만 엘리시아는 그의 감정조차 장부상의 유용한 '신용 자산'으로 분류할 뿐이었다.
레이반은 가볍게 미소 지으며 품 안에서 가죽으로 감싸인 두툼한 양식 서류를 꺼내 들었다.
"그렇다면 나 역시 이 조합의 정당한 주주로서 제 몫을 다해야겠군. 엘리시아, 당신이 구축한 이 금융 플랫폼에 힘을 보태겠소."
"이게 무엇이죠?"
"헤이즐넛 대공가와 연맹 군부가 보유한 군수 예비 자금 및 퇴역 군인 지원 기금의 일부요. 총액 5만 골드. 이 자금을 루미에르 조합의 지분 투자금으로 양도하겠소."
대강당에 모여 있던 샤를로트와 영애들 사이에서 거대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5만 골드. 웬만한 자작 가문의 몇 년 치 총예산이자, 사교계 역사상 전례가 없는 단일 초대형 투자 액수였다. 군부의 강력한 자금줄이 루미에르에 유입된다는 것은, 이 플랫폼이 단순한 여성들의 놀이터가 아니라 실질적인 '금융 제국'으로 기능할 수 있는 막강한 유동성을 확보했음을 의미했다.
"대공 전하께서 직접 군부 자금을 투자하시다니……!" "이건 단순한 사교 모임이 아니야. 진짜로 거대한 이권이 움직이고 있어!"
영애들의 눈빛이 탐욕과 열망으로 번뜩이기 시작했다. 그동안 황실의 눈치를 보며 가입을 망설이던 고위 귀족 영애들이 앞다투어 엘리시아의 앞으로 몰려들었다.
"공녀 전하! 저희 로랑 가문도 이번 분기 지참금의 절반을 루미에르의 지분으로 전환하겠습니다!" "저희 가문이 보유한 남부 광산의 평판 채권도 양도하겠어요! 부디 주주 명부에 이름을 올려 주십시오!"
폭발적인 투자의 물결이 살롱을 뒤덮었다. 영애들은 서로를 시기하고 질투하는 대신, 엘리시아라는 거대한 태양 아래에서 더 많은 지분을 차지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동맹을 제안했다.
엘리시아의 눈앞에서 평판 장부의 수치들이 미친 듯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알림: 군부 대규모 자금 유입! 루미에르 플랫폼 가치 대폭 상승!] [알림: 14개 귀족 가문의 추가 지분 매입 신청 완료!] [경보: 단시간 내에 급격한 평판 및 지수 조율로 인해 시스템 과부하 발생!]
장부의 황금빛 홀로그램이 붉은빛으로 깜빡이며 경고음을 울렸다. 엘리시아는 미소를 유지하려 했으나, 갑작스럽게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통증이 느껴졌다.
'으윽……!'
목구멍으로 뜨거운 피비린내가 치밀어 올랐다. 타인의 평판을 주무르고 거대한 지수를 조율하는 대가인 '사회적 악명 수치(오명)'의 리스크가 그녀의 몸을 갉아먹기 시작한 것이다.
[경고: 평판 거래 과부하로 인해 오명 수치 폭등! 49% -> 72%] [경고: 오명 수치가 안전 임계값(50%)을 재돌파했습니다. 신체 정화 기능 저하.] [경고: 우측 손목에 '오명의 낙인' 발현.]
오른쪽 손목이 불에 달군 인두로 지지는 듯한 격통과 함께 붉게 타올랐다. 엘리시아는 비명을 지르고 싶은 충동을 이 악물고 억누르며, 드레스 소매 끝의 레이스 장식을 거칠게 끌어내려 상처를 감추었다.
가슴이 찢어질 것 같은 통증에 시야가 순간적으로 흐려졌지만, 그녀는 단 한 걸음도 비틀거리지 않았다. 여기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방금 구축한 이 거대한 사교 제국이 단숨에 무너질 것임을 잘 알고 있었다.
'죽을 순 없어. 이깟 통증 따위에 굴복해 단두대로 올라갈 순 없다.'
엘리시아는 차가운 이성으로 통증을 마비시키며, 입가에 묻은 미세한 핏자국을 우아하게 손수건으로 훔쳐냈다.
"모두 진정하세요. 루미에르의 주주는 아무나 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가치 있는 정보와 확실한 자산을 증명한 자들만이 이 왕좌의 주주로 기록될 것입니다."
그녀의 차갑고도 오만한 선언에 영애들은 오히려 더욱 열광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엘리시아는 고통 속에서도 승리의 희열을 느끼며, 자신의 절대 권력이 완성되어 가고 있음을 확신했다.
바로 그 순간.
"참으로 눈물겨운 진흙탕 싸움이군요."
대강당의 무거운 이중문이 거칠게 열리며, 얼음처럼 차가운 목소리가 사교계를 얼려 버렸다.
화려한 은색 실크 승마복을 입고, 가슴팍에 황태후 가문의 상징인 '푸른 장미' 문장을 선명하게 새긴 사내가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황태후 헬레나의 수석 비서관이자 사교계의 냉혹한 조율사로 악명 높은 폰 브라운 남작이었다.
그의 등장에 대강당의 열기는 순식간에 급랭했다. 레이반이 즉시 엘리시아의 앞을 가로막으며 검을 반쯤 뽑아 들었다.
폰 브라운 남작은 레이반의 무력 시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비웃음 섞인 미소를 지으며 엘리시아를 바라보았다.
"아르젠트 공녀. 그 알량한 허상뿐인 지분 놀이로 황실의 법망을 피했다고 기뻐하긴 이릅니다."
그가 품 안에서 황금색 양필서를 꺼내 보였다. 거기에는 황태후 헬레나의 인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
"황태후 폐하의 엄명입니다. 사흘 뒤, 황실 대궁전에서 황태후 폐하가 직접 소유하신 고대의 전설적인 보석, '푸른 눈물'의 가치 증명전 및 황실 유행 발표회가 개최될 것입니다."
폰 브라운 남작의 눈동자가 잔인하게 빛났다.
"그 발표회에서 황태후 폐하께서는 제국 사교계의 모든 유행 트렌드와 보석 지수를 완전히 재조정하실 것입니다. 아르젠트 공녀, 당신이 이곳 살롱에서 거래하는 모든 평판과 유행 지수는 황태후 폐하의 손끝 하나로 단숨에 '가치 제로(0)'의 쓰레기 더미가 될 것입니다. 루미에르의 파산을 미리 축하드리지요."
황태후가 직접 주관하는 유행 발표회. 그것은 루미에르라는 플랫폼의 근간을 뿌리째 흔들어 말려 죽이겠다는 황실의 선전포고였다.
영애들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려갔다.
하지만 엘리시아는 손목의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입꼬리를 천천히 올렸다. 그녀의 머릿속에, 2화에서 깊이 심어두었던 치명적인 비밀 정보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푸른 눈물…….'
황태후가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그 고대 보석의 내부에는,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미세한 크랙과 위조 결함이 존재하고 있었다.
엘리시아는 고통으로 붉게 물든 눈동자를 빛내며 폰 브라운 남작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재미있겠군요. 황태후 폐하의 그 위대한 보석이, 과연 빛을 잃지 않고 버텨낼 수 있을지 똑똑히 지켜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