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귀를 찢는 철문의 마찰음과 함께, 살롱 드 루미에르의 화려한 아라스 태피스트리가 사정없이 찢겨 나갔다.

바닥에 깔린 최고급 페르시아 융단 위로 진흙 묻은 군화 자국이 가차 없이 찍혔다. 황태후 직속의 사병 호위 기사 백여 명이 뿜어내는 서슬 퍼런 살기가 장내의 공기를 순식간에 얼려 버렸다. 샹들리에의 크리스탈 물울림이 비명처럼 잘게 흔들리는 가운뎃점, 기사들의 선두에 선 펠릭스 남작이 차갑게 웃었다.

"반역 공모자를 압송하라! 감히 황실의 권위에 도전한 대가가 무엇인지 뼈저리게 느끼게 해주지."

펠릭스의 손짓 한 번에 기사들의 검끝이 일제히 엘리시아의 턱밑을 향해 좁혀들었다. 차가운 강철의 냉기가 뺨에 닿을 듯한 거리였다.

그 순간, 엘리시아의 가슴 속에서 불길 같은 통증이 치솟았다.

황태자 테오도르가 설계한 '반역 프레임'이 작동하면서 평판 장부의 오명 수치가 68%까지 치솟은 부작용이었다. 목구멍까지 뜨거운 핏방울이 울컥 치밀었지만, 엘리시아는 입술을 굳게 다물며 피 맛을 삼켰다. 흐려지려는 시야를 억지로 붙잡으며, 그녀는 오히려 턱을 치켜들었다.

"남작."

그녀의 목소리는 한 치의 떨림도 없이 청아하게 살롱 안을 울렸다.

"황태후 폐하의 사병들이 언제부터 제국의 사법권을 찬탈했는지 묻고 싶군요. 그 화려한 갑옷 뒤에 숨겨진 무식함이 이 살롱의 유리창보다 더 시끄럽게 깨지는 소리가 들립니다만."

"무슨 소릴 하는 거냐, 공녀! 네년은 지금 반역자와 내통한 죄로 체포되는 것이다!"

펠릭스가 붉은 밀랍이 찍힌 황금빛 양장 문서를 흔들며 소리쳤다. 하지만 엘리시아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제 턱밑을 겨눈 기사의 검날을 비단 장갑을 낀 손가락 끝으로 우아하게 밀어냈다. 서늘한 쇠붙이가 비단 위를 쓸고 지나갔다.

"제국 헌법 제4조 2항을 기억하십니까?"

엘리시아는 부채를 가볍게 펼쳐 들며, 조소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오레올 제국의 건국에 이바지한 3대 공작가는 황제의 친필 서명과 옥새가 날인된 '정식 사법 집행 영장' 없이는 그 어떤 하위 행정관서나 통제국도 신체적 구속을 가할 수 없다. 설령 황태자 전하라 할지라도, 병석에 누워계신 황제 폐하의 권한을 완전히 대행하여 공작가를 구금할 법적 효력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녀의 매끄러운 독설이 펠릭스의 얼굴을 하얗게 질리게 만들었다. 엘리시아는 펠릭스가 들고 있는 문서를 매서운 눈빛으로 쏘아보았다.

"남작이 들고 있는 그 화려한 종이 쪼가리는 황태자 전하의 '사적 명령서'에 불과합니다. 사법 통제국의 직인이 찍혀 있다 한들, 헌법 위에 군림할 수는 없지요. 헌법을 무시하고 공작가의 영지에 난입해 공녀를 무력으로 억류하려 한 행위 자체가 바로 '반역'이자 '황권 찬탈'의 징후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 이 발칙한 년이...! 감히 궤변으로 황실의 명을 거역하려 드느냐!"

"궤변인지 법리인지는 대심판정의 법관들이 판단할 일입니다. 만약 지금 저를 강제로 끌고 가시겠다면, 아르젠트 공작가의 사병 삼천 명이 이 살롱을 포위하고 황실 호위대를 반역 죄인으로 단죄할 것입니다.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펠릭스 남작?"

엘리시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그녀의 뒤에 버티고 서 있던 레이반의 몸에서 붉은 마력이 폭풍처럼 뿜어져 나왔다. 깨진 유리 파편들이 허공으로 떠오르며 살벌한 기세를 더했다. 레이반의 거대한 검이 바닥을 내리찍자, 대리석 바닥이 길게 갈라지며 기사들의 발밑을 흔들었다.

기사들이 흠칫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들의 눈빛에 명백한 두려움이 서렸다. 그들이 상대해야 하는 것은 제국의 명문 공작가인 아르젠트의 군사력과, 한때 제국의 영웅이라 불렸던 괴물 같은 사내 레이반이었다. 법적인 명분마저 잃은 상태에서 무력 충돌이 일어난다면, 황태후의 사병들은 이곳에서 몰살당할 것이 뻔했다.

엘리시아는 평판 장부의 가시화된 인터페이스를 통해 펠릭스의 평판 수치와 심리 상태를 실시간으로 읽어 내려갔다.

[펠릭스 남작의 심리: 극심한 불안, 명분 상실로 인한 후퇴 욕구 85%] [황실 통제국의 군법적 평판 수치: 급락 중]

"돌아가서 전하십시오."

엘리시아가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쐐기를 박았다.

"아르젠트 공작가는 법의 테두리 안에서만 움직입니다. 황태자 전하께서 진정 저를 단죄하고 싶으시다면, 법관들의 정식 기소장과 황제 폐하의 옥새를 받아 오라고 하십시오. 그전에는 이 살롱 드 루미에르의 먼지 한 톨도 건드릴 수 없을 테니까요."

펠릭스는 이를 악물었다. 그의 뺨이 분노로 파르르 떨렸지만, 레이반의 검붉은 마력과 엘리시아의 서늘한 안광을 이겨내지 못했다. 결국 그는 쥐고 있던 명령서를 구기듯 움켜쥐며 몸을 돌렸다.

"오만함이 하늘을 찌르는군, 공녀. 하지만 법관들의 기소장이 도착하는 날, 그 고고한 목이 단두대 위에서 어떻게 굴러떨어질지 지켜보겠다."

"그 전에 남작의 목줄이 먼저 끊어지지 않기를 기도하는 편이 현명할 겁니다."

우아한 조소와 함께 엘리시아가 부채를 접었다. 펠릭스는 거칠게 발을 구르며 기사들을 이끌고 퇴각했다. 백여 명의 군홧소리가 멀어지고 마침내 살롱 내부가 고요 속에 잠겼다.

* * *

비밀 접견실의 문이 굳게 닫혔다.

화려한 마호가니 탁자 위에는 차갑게 식어가는 홍차가 놓여 있었고, 방 안에는 오직 엘리시아와 레이반 두 사람만이 남았다.

사태가 진정되자마자 엘리시아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었다. 평판 장부의 부작용으로 인한 가슴의 통증이 칼로 비비는 듯했다. 그녀는 탁자를 짚고 간신히 몸을 지탱했다.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던 레이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공녀, 괜찮은 건가."

"신경 쓸 것 없습니다. 장부상의 사소한 계산 오류일 뿐이니까."

엘리시아는 손수건으로 입가에 묻은 미세한 핏자국을 닦아내며 차갑게 대꾸했다. 그녀는 레이반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의 거대한 체구와 어두운 기운은 여전히 위협적이었지만, 이제 그의 눈빛에는 경계심 대신 깊은 혼란과 경외감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때, 엘리시아의 눈앞에 평판 장부의 푸른 반투명 화면이 다시 한번 명멸했다.

[대상: 레이반 폰 헤이즐넛] [소지품 분석 중... 감지 완료] [위험 물질 감지: 황태자가 숨겨둔 '헤이즐넛 가문 반역 무고용 위조 직인' 및 몰락 입증 서류 사본]

엘리시아의 미간이 좁혀졌다. 그녀는 레이반의 가슴팍 부근을 빤히 바라보았다.

"품 안에 있는 것을 꺼내시지요, 레이반 경."

레이반의 신형이 굳어졌다. 그의 손이 본능적으로 가슴 안쪽 주머니로 향했다가 멈칫했다.

"이건... 공녀가 관여할 영역이 아닙니다. 제 가문의 사적인 문제입니다."

"사적인 문제라니요? 당신은 이미 내 계약상의 가신이자 지분 파트너입니다. 당신의 파멸은 곧 내 투자의 실패를 의미하지요. 나는 내 장부에 손실이 기록되는 것을 극도로 혐오합니다."

엘리시아는 냉소적인 어조로 다가갔다. 그녀의 구두 굽 소리가 대리석 바닥을 탁, 탁 두드렸다.

"황태자가 당신에게 흘린 덫을 아직도 보물처럼 품고 있는 겁니까? 참으로 어리석군요."

레이반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는 결국 품 안에서 붉은 비단에 싸인 묵직한 물건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정교하게 조각된 황실 전속 인장이었다.

"이것은... 제 부친이 황실과 비밀리에 거래할 때 사용했다는 전속 인장입니다. 황태자가 이 인장의 존재를 빌미로 제 가문을 반역으로 몰아세웠습니다. 저는 이것을 회수하여 증거를 없애려 했습니다."

"어리석기는."

엘리시아가 조소를 머금은 채 인장을 집어 들었다. 그녀가 인장을 만지는 순간, 평판 장부의 정보가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분석 완료: 해당 인장은 황태자 테오도르가 3년 전 비밀리에 제작한 '위조품'임] [마력 파동 분석: 황태자의 전속 마법사단 '로엔그린'의 마력 흔적 감지] [정보 기록 완료: 황태자의 무고죄 입증을 위한 결정적 증거로 장부에 저장됨]

엘리시아는 인장을 빛에 비추어 보며 차갑게 읊조렸다.

"이 정교한 조각을 보십시오. 헤이즐넛 대공가의 문양이 새겨져 있지만, 밑바닥의 미세한 마력 파동은 황태자의 직속 마법사단의 것입니다. 당신의 아버지는 이런 인장을 사용한 적이 없습니다. 이것은 황태자가 당신 가문을 완벽하게 멸문시키기 위해 미리 파놓은 '위조 증거'에 불과합니다."

"위조... 라고?"

레이반의 얼굴이 분노와 충격으로 일그러졌다. 그의 주먹이 부르르 떨리며 마호가니 탁자를 부술 듯이 쥐어졌다.

"그렇다면 내 아버지는... 내 가문은 오직 저들의 조작된 연극 때문에 괴물로 낙인찍혀 죽어갔단 말인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당신은 그 연극의 마지막 막을 장식할 비극의 주인공으로 낙점되어 있었지요."

엘리시아는 차가운 손길로 위조 인장을 자신의 서랍 속에 넣었다. 그리고 장부의 기록 장치에 이 정보를 완벽하게 보존했다. 이 위조 인장은 추후 대심판정에서 황태자의 공판 청구 권한 자체를 영구 소멸시킬 치명적인 무기가 될 터였다.

그녀는 분노로 날뛰는 맹수 같은 사내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그의 붉은 눈동자에는 피눈물이 흐를 듯한 원망과 절망이 서려 있었다. 엘리시아는 한 걸음 더 다가가, 그의 거친 턱끝을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하게 움켜쥐었다.

"분노를 제어하십시오, 레이반 경. 사냥개가 이성을 잃고 짖기만 하면, 사냥꾼은 그저 목줄을 더 세게 쥘 뿐입니다."

그녀의 손가락 끝에서 풍기는 은은한 장미 향과 차가운 체온이 레이반의 이성을 두드렸다. 레이반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그녀의 깊고 푸른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은 따뜻한 위로 따위는 단 한 푼도 담겨 있지 않은, 오직 철저한 계산과 지배욕으로 가득 찬 냉혹한 눈동자였다.

하지만 그 차가움이, 오히려 길을 잃은 맹수에게는 유일한 이정표가 되었다.

"나의 검이 되어 황실의 목을 겨누십시오."

엘리시아가 속삭였다.

"나는 당신에게 가문의 명예를 돌려주고, 황태자의 목을 단두대 위에 올려놓을 판을 짤 것입니다. 대신 당신은 내 허락 없이 죽어서도 안 되며, 오직 내 명령에만 움직이는 사냥개가 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완벽한 평판 거래 계약입니다."

레이반은 침을 삼켰다. 그의 가슴속에서 솟구치던 파괴적인 충동이, 그녀의 오만한 지배 아래 서서히 가라앉으며 기묘한 굴복감으로 변해갔다. 그는 천천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거구의 사내가 작은 공녀의 발치 아래 완전히 엎드린 형국이었다.

"제 검과 목숨은... 이미 공녀의 것입니다."

그가 나지막이 읊조리며 그녀의 구두 끝에 이마를 가볍게 대었다.

[알림: 동맹 주주 등록 완료 - 레이반 폰 헤이즐넛] [아르젠트 공작가의 사교계 지배력 및 군사적 가중치 대폭 상승!] [엘리시아의 사회적 오명 수치 안정화: 68% -> 55%]

가슴을 짓누르던 통증이 씻은 듯이 사라지며, 엘리시아의 입가에 마침내 만족스러운 미소가 걸렸다. 황실의 가장 강력한 무력인 레이반을 완벽하게 자신의 가신으로 선점한 순간이었다.

바로 그때, 접견실의 문이 다급하게 열리며 아르젠트 공작가의 수석 집사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들어섰다.

"공녀 전하! 큰일이 일어났습니다!"

엘리시아는 미간을 찌푸리며 집사를 바라보았다. 레이반 역시 신속하게 몸을 일으켜 검자루를 잡았다.

"무슨 일입니까? 내 살롱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한 번으로 족합니다만."

"그것이 아니라... 살롱의 주요 정보원이자 공녀 전하께서 주목하시던 로랑 자작가의 샤를로트 영애가... 방금 황실 통제국의 감시하에 강제로 압송되었다고 합니다!"

"압송이라니요? 무슨 죄목으로?"

집사는 손에 든 전갈을 부르르 떨며 보고했다.

"로랑 자작가에 막대한 빚을 독촉하던 늙은 자작이 황실 통제국과 결탁하여, 오늘 밤 샤를로트 영애를 강제 정략결혼식장으로 끌고 갔다고 합니다. 식이 끝나자마자 그녀의 가문은 파산하고, 영애는 그 늙은 자작의 사유지에 감금되어 정보원으로서의 모든 가치를 잃게 될 위기입니다!"

엘리시아의 눈빛이 순식간에 극도로 차갑게 가라앉았다.

샤를로트 드 로랑. 그녀는 자신이 구축할 '지분 교환식 사교 플랫폼'의 핵심 정보 수장이 될 인물이었다. 황실이 그녀의 손발을 묶기 위해 정략결혼이라는 비열한 수단을 동원해 그녀를 납치한 것이 분명했다.

"내 허락 없이, 내 장부의 지분을 건드리려 하다니."

엘리시아가 부채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얇은 대나무 살이 삐걱거리는 소리가 밀실의 정적을 깨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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