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로

창문을 부술 듯이 두드리는 것은 차가운 바람이 아니었다. 그것은 검은 눈의 형상을 한, 끈적이고 무거운 원시의 마기였다. 마차의 차창 밖으로 몰아치던 검은 눈발의 마기 장벽이 기괴한 소리를 지르며 엘리시아 일행을 영토의 심장부로 강하게 잡아끌 당겼다.

쿠구구궁!

마차의 축이 비틀리며 둔탁한 파열음이 일었다. 바깥에서 들려오는 마수들의 울음소리는 이미 인간의 고막을 마비시킬 만큼 날카로웠다. 강철로 덧댄 마차의 바퀴가 무언가 거대한 힘에 의해 종잇장처럼 뜯겨 나가는 소리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대공 전하! 마수들의 밀도가 통제 범위를 벗어났습니다! 성문 앞의 차단벽이 얼어붙어 열리지 않습니다!"

바깥에서 기사단장의 찢어지는 듯한 외침이 들려왔다. 마차는 거칠게 기울어지며 바닥을 긁었다. 사방은 칠흑 같은 검은 안개와 붉은 안광으로 가득 차 있었고, 성문 앞은 피할 곳 없는 절망적인 덫으로 변해 있었다. 일반적인 영애라면 공포에 질려 비명을 지르며 칼릭스의 옷자락을 붙잡고 울부짖었을 순간이었다.

하지만 엘리시아는 뒤흔들리는 마차 안에서도 단 한 가닥의 머리카락조차 흐트러뜨리지 않은 채, 오히려 입술을 느슨하게 늘어뜨렸다. 검은 장벽 너머로 뿜어져 나오는 마기의 파동이 그녀의 망막 위에 붉은빛의 숫자로 치환되어 명멸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고: 주변의 마기 밀도가 극치에 달했습니다.] [잠재적 극락 포인트 감지: 150,000 Pt] [경고: 적자 수치가 실시간으로 변동 중입니다. 결산이 지연될 시 영혼의 손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토록 거대한 노다지가 내 발밑으로 굴러들어 오다니.’

엘리시아는 혀끝으로 아랫입술을 살짝 축였다. 피비린내와 차가운 마기의 냄새가 섞인 공기가 오히려 그녀에게는 가장 사치스러운 도파민의 향취처럼 느껴졌다.

그때, 마차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문을 연 이는 대공가의 기사가 아니었다. 검은 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언제나 엘리시아의 등 뒤에서 그림자처럼 서 있던 가문의 집사, 세바스티안이었다.

"레이디 엘리시아. 안에서 잠시만 대기해 주십시오. 쥐새끼들이 마차의 격조를 어지럽히고 있군요."

세바스티안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한층 더 가라앉아 있었다. 그의 손에는 평범한 집사들이 들고 다니는 은제 식기 대신, 검푸른 광채를 뿜어내는 가느다란 레이피어가 쥐여 있었다. 로렌 공작가에서 그가 어떤 존재였는지, 사교계의 귀족들은 그저 유능한 집사로만 알고 있었지만 엘리시아는 알고 있었다. 그는 로렌 가문이 숨겨둔, 제국에 단 몇 명 존재하지 않는 상급 검사였다.

"세바스티안."

엘리시아가 나직하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세바스티안은 품속에서 가죽으로 감싸인 작은 수첩 하나를 꺼내 엘리시아의 무릎 위에 조심스럽게 놓았다.

"출발하기 전, 로렌 공작가의 지하 창고에서 회수한 것입니다. 이자벨라 빌리에가 가문의 타락한 시녀를 통해 밀수했던 그 특수 지연성 독약의 비밀 거래 장부 원본입니다. 황실의 인장과 빌리에 가문의 서명이 아주 명확하게 남아 있더군요."

엘리시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가죽 수첩의 모서리를 쓸었다. 이자벨라가 자신을 독살하려 했던 그 비열한 음모의 잔해가 마침내 완벽한 물증이 되어 그녀의 손아귀에 들어온 것이다.

"아주 훌륭해, 세바스티안. 사냥을 허락하지."

"영광입니다, 나의 주군."

세바스티안이 우아하게 고개를 숙인 뒤, 그대로 마차 밖의 검은 폭풍 속으로 몸을 던졌다.

스스스슥―!

그의 신형이 움직이는 순간, 공기가 찢어지는 파공음이 사방을 뒤흔들었다. 세바스티안의 검끝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푸른 마력의 궤적이 어둠을 가르고 길게 뻗어 나갔다.

콰아아앙!

마차를 덮치려던 거대한 마수의 목이 단 한 번의 휘두름에 허공으로 날아올랐다. 검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지만, 세바스티안의 티 없이 깨끗한 집사복에는 단 한 방울의 피도 튀지 않았다. 그의 움직임은 기품이 넘치면서도 지극히 잔혹했다.

"로렌의 이름을 더럽힌 괴물들에게는 죽음조차 과분하다."

그는 차가운 눈빛으로 마수들의 미간을 정확히 꿰뚫었다. 번개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그의 검술에, 감히 마차 반경 수 미터 안으로 접근하는 마수는 존재하지 못했다. 전장을 홀로 지배하는 전신의 자태. 그것은 로렌 공작가의 위엄을 사교계가 아닌, 이 혹한의 전쟁터에서 증명하는 순간이었다.

엘리시아는 마차 문틈으로 그 완벽한 타격전을 감상하며, 가슴속에서 차오르는 기묘한 쾌감에 취했다.

‘그래, 이자벨라. 네가 보낸 독약의 증거는 이제 내 손에 있고, 황태자 유진 그 어리석은 인간은 제국 보물고를 담보로 내 장부와 동기화된 줄도 모르고 파멸을 향해 걸어가고 있지.’

그녀는 무릎 위의 수첩을 가만히 누르며, 아직 황실에 남아 있을 유진의 절망적인 얼굴을 떠올렸다. 그의 후회와 집착이 장부의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포인트로 환산되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눈앞의 마기였다.

"칼릭스."

엘리시아는 제 곁에 묵묵히 앉아 있던 북부의 지배자에게 시선을 돌렸다. 칼릭스의 얼굴은 반쯤 마기에 잠식되어, 뺨 위에 검은 핏줄이 기괴하게 돋아나고 있었다. 그의 붉은 눈동자는 이성을 잃기 직전의 사나운 맹수처럼 번뜩였다. 그가 억누르고 있는 마기의 핵이 폭주하려 하고 있었다.

"내가…… 제어하겠다. 엘리시아, 너는 안에 있어라."

칼릭스가 억눌린 신음과 함께 마차 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의 거칠고 단단한 손이 마차 손잡이를 잡았을 때, 엘리시아가 그의 손목을 부드럽게 움켜잡았다.

화아아악!

순간, 칼릭스의 체내에 잠들어 있던 마기 핵이 엘리시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닿자마자 미친 듯이 공명하며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접촉이 아니었다. 그의 몸 안에서 소용돌이치던 차갑고 무거운 마기가, 엘리시아의 영혼 깊은 곳에 존재하는 '극락 장부'와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가는 부동의 친화 특성이 발동한 것이었다.

"아……!"

칼릭스의 입에서 짐승 같은 거친 호흡이 터져 나왔다. 그의 붉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엘리시아는 망설이지 않고 그의 단단한 흉판에 두 손을 얹었다. 그의 가슴속에서 요동치는 마기 핵의 진동이 그녀의 손바닥을 통해 온몸의 신경으로 흘러들었다.

[시스템: 특수 체질 '칼릭스 카이엔'과의 초공명 상태에 진입합니다.] [장부 적자 수치 강제 제로(0)화 시작!] [보유 포인트 소모: 50,000 Pt] [최종 결산 완료! 수명 연장: +30일] [특수 효과: 영토 마법 진식 강화 버프 '극락의 가호'가 활성화됩니다.]

"칼릭스, 날 봐요."

엘리시아가 그의 턱끝을 부드럽게 치켜올리며 속삭였다. 그녀의 입술 끝에 매달린 미소는 지극히 퇴폐적이고 유혹적이었다.

"당신의 그 지독한 고통을, 내가 전부 가져가 줄 테니."

그녀가 속삭이는 순간, 엘리시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황금빛의 생명 에너지가 칼릭스의 가슴을 뚫고 그의 전신 혈관으로 급속히 퍼져 나갔다. 칼릭스의 얼굴을 뒤덮고 있던 검은 핏줄이 거짓말처럼 사라지며, 그의 안색이 맑아졌다. 고통으로 찌푸려졌던 그의 미간이 펴지는 것과 동시에, 그의 체내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력의 파동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하게 증폭되었다.

칼릭스는 제 몸을 채운 압도적인 힘에 눈을 가늘게 떴다. 엘리시아와의 접촉만으로 그의 영혼을 갉아먹던 마기가 완벽하게 정제되어,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로 탈바꿈한 것이었다.

"이것이…… 네가 가진 힘인가."

칼릭스의 목소리에 짙은 소유욕과 집착이 묻어났다. 그는 엘리시아의 허리를 강하게 감싸 안으며, 그녀의 목덜미에 깊게 입을 맞추었다. 그의 차가운 입술이 닿을 때마다 엘리시아의 장부에는 폭발적인 포인트가 적립되었다.

[알림: 계약 상대의 집착 수치 폭발! +20,000 Pt]

"가서 보여주세요, 대공. 이 땅의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

엘리시아의 오만한 명령에, 칼릭스는 검푸른 눈빛을 번쩍이며 마차 밖으로 걸어 나갔다.

그가 대지 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사방의 대기가 순식간에 얼어붙기 시작했다.

콰과과광!

칼릭스가 손을 가볍게 뻗자, 성문 앞을 가득 메우고 있던 검은 마수들이 발끝에서부터 거대한 얼음기둥에 갇히기 시작했다. 단순한 얼음이 아니었다. 절대 영도의 마력이 깃든 빙점의 폭풍이었다.

키에에엑―!

마수들이 단 한 마디의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한 채, 푸른 얼음 조각이 되어 박제되었다. 칼릭스가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자, 얼어붙은 수백 마리의 마수들이 마치 유리가 깨지듯 맑은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분쇄되어 흩날렸다. 그 광경은 마치 밤하늘에 푸른 다이아몬드 가루가 흩뿌려지는 것처럼 기괴하면서도 탐미적인 극치에 달해 있었다.

"아름다워라……."

엘리시아는 마차 창가에 기대어 그 압도적인 멸살의 현장을 관람했다. 세바스티안의 번개 같은 검술과 칼릭스의 빙점 폭풍이 자아내는 불협화음은, 그녀에게 있어 세상 그 어떤 오케스트라보다 감미로운 도파민의 원천이었다.

하지만 바로 그 순간이었다.

[경고! 경고! 시스템 내부 동기화 오류 발생!] [제국 보물고 연동 각서에서 감지되지 않은 거대한 마기 역류가 발생합니다!] [유진 알베르트의 극심한 분노와 절망이 장부의 수용 한계를 초과했습니다!]

쿵!

엘리시아는 갑작스럽게 심장을 찌르는 듯한 날카로운 통증에 가슴을 움켜쥐었다. 입안에서 비릿한 피비린내가 훅 끼쳤다.

"하윽……!"

그녀의 하얀 입술 사이로 붉은 선혈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각혈이었다. 하지만 고통의 이면에서, 그녀의 뇌리를 때리는 것은 극상의 희열이었다. 피를 토할 때마다 장부의 숫자가 미친 듯이 치솟는 그 퇴폐적인 쾌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레이디 엘리시아!"

검을 거두고 돌아오던 세바스티안이 그녀의 각혈을 보고 안색을 굳혔다. 칼릭스 역시 얼음 폭풍을 거두며 다급하게 마차를 향해 몸을 돌렸다.

그러나 그들이 엘리시아에게 닿기도 전이었다.

쿠구구구구궁―!

카이엔령의 가장 깊은 심장부, 대공저 뒤편에 우뚝 솟아 있던 고대의 중앙 기둥이 귀를 찢는 파열음과 함께 붕괴하기 시작했다. 영토 전체의 마기를 억누르고 있던 고대의 차단벽이 완전히 파괴된 것이었다.

그 균열의 틈새로, 지금까지의 마수들과는 격이 다른, 상상을 초월하는 태고의 원시 마기가 거대한 검은 해일이 되어 엘리시아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돌진해 오기 시작했다.

그것은 단순한 마력의 흐름이 아니었다. 수천 년 동안 북부의 동토 아래 잠들어 있던, 대지 자체의 거대한 비명이었다. 검은 해일은 마치 살아 움직이는 거대한 뱀처럼 마차를 향해 아가리를 벌렸다.

"레이디!"

세바스티안이 검을 가로지르며 그 앞을 막아서려 했으나, 원시 마기가 뿜어내는 압도적인 척력에 그의 단단한 신형이 뒤로 몇 걸음 밀려났다. 상급 검사의 예리한 오라조차도 대자연의 폭주 앞에서는 한 자루 촛불에 불과했다.

쿠구구궁―!

마차의 지붕이 마기의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뜯겨 나갔다. 칼바람이 엘리시아의 뺨을 사정없이 때리며 그녀의 백금발을 허공으로 흩날렸다. 살을 에는 듯한 추위와 함께,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뼈가 바스러지는 듯한 극심한 고통이 몰려왔다.

[적자 경보: 영혼의 균열률 45% 돌입!] [경고: 장부의 일시적 포화 상태로 인해 전신 골절의 환각이 시작됩니다.]

숨을 쉴 때마다 허파가 얼어붙는 감각이 생생했다. 사지가 산산조각 나는 듯한 환각이 뇌리를 지배했지만, 엘리시아는 비명을 지르는 대신 가늘게 떨리는 손가락으로 제 입술에 묻은 피를 훔쳐냈다. 하얀 손가락 끝에 붉은 선혈이 묻어나는 그 순간, 그녀의 심장은 공포가 아닌 터질 듯한 희열로 고동쳤다.

"아하하……."

그녀의 붉은 입술 사이로 기어이 맑은 웃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고통이 깊어질수록, 그녀의 눈앞에 명멸하는 황금빛 숫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었다. 파멸의 문턱에서 느끼는 이 지독하게 아름다운 탐미적 도파민.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원했던 진짜 극락이었다.

"미쳤군."

그 사나운 폭풍을 뚫고, 차갑고 단단한 온기가 엘리시아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칼릭스였다.

그는 찢겨 나간 마차의 잔해를 딛고 서서, 엘리시아의 허리를 부서질 듯이 끌어당겨 제 가슴팍에 밀착시켰다. 그의 가죽 장갑이 거칠게 벗겨져 나가며, 온기 가득한 맨살이 엘리시아의 차가운 목덜미에 닿았다.

화아아아악!

그의 단단한 손길이 닿는 순간, 엘리시아의 체내에서 요동치던 적자의 고통이 단숨에 사그라들었다. 칼릭스의 체내에 잠재되어 있던 마기 핵이 그녀의 장부와 완벽하게 맞물려 들어가며, 주변의 원시 마기를 무서운 속도로 빨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칼릭스……."

"내게서 떨어지지 마라. 네가 부서지는 것은 용납하지 않는다."

칼릭스의 붉은 눈동자에는 일찍이 본 적 없는 맹목적인 집착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는 엘리시아의 등을 감싼 손에 힘을 주며, 다른 한 손으로 허공을 향해 검을 치켜들었다.

그의 검끝에서 시작된 푸른 빙결의 마력이, 몰려오는 검은 해일을 정면으로 맞받아쳤다.

쿠가강! 콰아아앙!

검은 해일과 푸른 빙벽이 격돌하며 사방으로 치명적인 얼음 파편이 비산했다. 세바스티안은 그 여파를 막아서며 엘리시아의 주변에 보이지 않는 검막을 펼쳤다. 폭풍의 중심에서, 엘리시아는 칼릭스의 심장고동을 느끼며 그의 목을 가볍게 감싸 안았다. 그의 정제된 마기가 그녀의 장부로 흘러들어와 거대한 숫자의 성을 쌓아 올리고 있었다.

[시스템: '동토의 심장' 공명율 10% 돌입!] [누적 극락 포인트: 380,000 Pt] [수명 연장: +120일]

차오르는 수명과 권능의 감각에 취해 갈 때쯤이었다.

징―!

엘리시아의 품속에 있던 가죽 수첩, 즉 이자벨라의 독약 거래 장부가 기이한 붉은 빛을 뿜으며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녀의 망막 위에 붉은 경고창이 미친 듯이 점멸했다.

[경고: 제국 황실 보물고의 무제한 담보 계약서가 강제로 활성화됩니다!] [동기화 대상: 유진 알베르트의 영혼 수치 역류!]

"이건……?"

엘리시아의 눈동자가 차갑게 굳어졌다.

황실 보물고의 담보 각서는 유진의 후회 수치를 강탈하기 위해 심어둔 덫이었다. 그런데 지금, 가문의 파멸 위기에 몰린 유진이 황실 지하에 잠들어 있던 금단의 고대 성물을 제멋대로 깨워 장부와 연결된 마력을 역추적하고 있었다.

그의 미친 질투와 독점욕이, 황실의 피의 계약을 매개로 삼아 이곳 카이엔령의 원시 마기와 공명하고 있는 것이었다.

스스스스―.

무너진 중앙 기둥의 잔해 위로, 검은 안개가 뭉치며 하나의 거대한 형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그것은 제국 수도에 있을 황태자 유진의 집념이 만들어낸 거대한 마력의 환영이었다. 붉게 충혈된 눈을 한 유진의 환영이, 얼어붙은 대지 위에서 엘리시아를 내려다보며 광기 어린 목소리로 포효했다.

[엘리시아……! 감히 나를 버리고 그 북부의 잡종에게 가다니……! 너를 죽여서라도 내 발밑에 무릎 꿇릴 것이다!]

그의 외침과 함께, 카이엔령 전체를 뒤흔드는 원시 마기의 해일이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붉은빛의 광란을 띠며 다시 한번 엘리시아와 칼릭스를 향해 무서운 기세로 짓쳐내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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