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기이한 전조의 밤이 지나고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은빛 바늘 아틀리에의 낡은 목제 문을 열었을 때 여울을 맞이한 것은 상쾌한 새벽 공기가 아니었다.
붉은색 경광등을 요란하게 깜빡이는 구청 행정위생과 차량들과 푸른색 유니폼을 입은 위생 서기관들, 그리고 그 뒤를 빽빽하게 에워싼 카메라 렌즈들이었다. 그 삼엄한 대형의 중심에, 잘 제단된 감청색 슈트를 입은 강준환 대표가 서 있었다. 그의 입가에 걸린 매끄러운 미소는 차가운 아침 안개 속에서 유독 이질적으로 빛났다.
"한여울 씨. 청록동 주민들의 안전을 위해 본 아틀리에에 대한 전면 격리 및 임시 폐쇄 명령을 공포합니다."
위생과 서기관 한 명이 확성기를 대고 사정없이 고함을 질러댔다. 찢어지는 듯한 기계음이 골목길의 고요를 산산조각 냈다. 아틀리에 지붕 위에 모여 있던 길고양이들이 하악질을 하며 어둠 속으로 흩어졌다.
여울은 문고리를 잡은 손가락 끝바닥에 전해지는 낡은 황동의 차가운 감촉바람을 느끼며 숨을 골랐다.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이가 부러질 정도로 입술을 깨물게 만드는 통증이 치밀어 올랐다.
—으윽.
어제 마주했던 시험견 7호, 누리의 고통이었다. 뼈마디가 타들어 가는 듯한 극심한 작열감이 여울의 척추를 타고 그대로 모사되어 흘렀다. 숨을 쉴 때마다 허파가 뜨거운 모래로 가득 차는 것 같은 과부하의 리스크가 그녀의 신경망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영혼의 수선 장부'가 지워지지 않는 낙인처럼 여울의 영혼에 새겨진 이상, 의뢰받은 동물의 고통을 온전히 나누어 가져야 하는 대가는 피할 수 없는 법칙이었다.
이마에 송골송골 맺히는 식은땀을 훔치며 여울은 강준환을 똑바로 응시했다. 그녀의 보라색 눈동자가 서늘한 아침 햇살을 받아 날카롭게 일렁였다.
"전면 격리라니요. 어떤 법적 근거로 사유지에 이런 무단 공권력을 행사하시는 겁니까?"
여울의 목소리는 비록 가늘었으나, 골목 안의 소음을 단숨에 제압할 만큼 단단한 무게를 담고 있었다.
강준환이 천천히 걸어 나와 기자들의 마이크 앞으로 나섰다. 그의 등 뒤로 카메라 플래시가 눈이 멀 것 같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자 여러분, 똑똑히 보십시오. 이곳은 겉으로는 무해한 인형 병원을 표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정체불명의 야생 동물들과 병든 유기견들을 무단으로 수용하여 도심 한복판에 치명적인 인수공통감염병을 퍼뜨리는 진원지입니다. 청록동 주민들의 건강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불법 시설물이지요."
강준환의 목소리는 신뢰감을 주는 저음이었으나, 여울의 코끝에는 그가 풍기는 특유의 비정한 소독약 냄새—유기견 깜이가 물고 있던 플라스틱 뼈 장난감에서 나던 상류층 메디컬 센터의 그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은근한 역겨움이 치밀었다.
"이곳의 비위생적인 환경과 정체불명의 가죽 썩는 냄새가 온 동네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제보가 빗발쳤습니다. 오늘 우리는 구청 위생과와 협조하여 이 유해 시설을 완전히 소독하고, 내부의 위험 물질들을 압수 수색할 예정입니다."
강준환의 비열한 선동에 기자들이 하이에나처럼 달려들었다. 마이크들이 여울의 턱밑까지 거칠게 들이밀어졌다.
"한여울 씨! 정말로 이곳에서 불법 동물 사육을 하신 게 맞습니까?" "인수공통감염병의 위험성을 알고도 방치하신 이유가 무엇인가요? 대답해 주십시오!"
쏟아지는 질문의 화살 속에서 여울은 아틀리에의 문턱을 굳건히 지키고 섰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누리의 고통 때문에 시야가 붉게 번졌지만, 그녀는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여기서 내가 한 걸음이라도 물러서면, 할아버지의 아틀리에는 저들의 손에 짓밟혀 흔적도 없이 사라지겠지. 절대 그렇게 두지 않아.
여울은 품속에 숨겨둔 가죽 장부의 온기를 느꼈다. 장부가 그녀의 심장 박동에 반응하듯 은은하게 맥박 치고 있었다. 장부의 주관 능력을 작동시켜 이 자들의 거짓을 밝혀내야 했다. 하지만 위생과 서기관들이 완력을 쓰며 아틀리에 안으로 진입하려 하자 여울의 방어벽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비키세요, 한여울 씨! 공무집행 방해로 연행되기 전에!"
서기관의 거친 손길이 여울의 어깨에 닿으려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거기까지 하시죠."
낮고 청량한 목소리가 시장바닥 같은 소란을 뚫고 끼어들었다.
골목 입구에서부터 하얀 가운을 단정하게 차려입은 사내가 걸어왔다. 그의 손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알루미늄 의료용 가방이 들려 있었다. 평소의 능글맞은 미소는 간데없고, 얼음처럼 차갑고 매서운 눈빛을 한 청록동 동물병원의 수의사, 백은우였다.
은우는 여울의 앞을 자연스럽게 가로막으며 서기관의 손을 가볍게 쳐냈다. 그의 큰 체구가 여울에게 드리워진 그늘을 막아주는 든든한 방패가 되었다.
"백은우 수의사? 당신이 왜 여기에……."
강준환의 눈썹이 꿈틀했다.
은우는 대답 대신 들고 있던 가방을 열어 몇 장의 두꺼운 문서를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가장 근처에 있던 카메라 렌즈 바로 앞까지 들이밀었다.
"농림축산검역본부와 구청에서 정식으로 발급한 '동물 위탁 관리업 및 치료 보조 시설 허가증'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주에 실시한 은빛 바늘 아틀리에의 정기 위생 및 무균 상태 검사 성적표이고요."
은우의 목소리는 나직하면서도 막힘이 없었다. 기자들이 일제히 서류의 내용을 카메라로 줌인하기 시작했다.
"보시다시피, 이곳은 청록동 동물병원과 정식 협약을 맺고 상처 입은 동물들의 심리 치료와 인형 수선을 병행하는 합법적인 치유 공간입니다. 위생 상태는 일반 동물병원 수술실에 준하는 '최우수 등급'을 유지하고 있죠. 도대체 어떤 근거로 이곳을 '질병의 진원지'라 부르시는 겁니까, 강 대표님?"
강준환의 얼굴에 순간적으로 당혹감의 그늘이 스쳤다. 하지만 그는 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비웃음을 날렸다.
"그 서류가 진짜인지 현장에서 직접 검증해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냄새를 맡아보십시오. 이 안에서 풍기는 기괴한 악취와 먼지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
서기관들이 다시금 아틀리에 내부로 들이닥치려 발을 내디뎠다.
여울은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지금이 바로 반격의 순간이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아틀리에 내부 작업대로 향했다. 서랍 가장 깊숙한 곳, 할아버지가 남겨두신 재봉 보관함의 비밀 칸을 열었다. 그 안에는 이제껏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찬란한 은빛 광채를 내뿜는 실 한 타래가 잠들어 있었다.
—은빛 바늘 실.
할아버지가 남기신 가장 위대하고 신비로운 유산이자, 1화에서 발견한 이후 소중히 간직해 온 전설적인 수선의 매개체였다. 여울이 은빛 바늘 실을 손에 쥐는 순간, 실타래에서 흘러나온 따스한 은색의 미광이 그녀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 장부의 메시지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 '영혼의 수선 장부'가 은빛 바늘 실과 공명합니다. ] [ 숨겨진 기적: '정제 향기 파동'을 가동합니다. ] [ 온기 지수를 소모하여 공간 내부의 모든 유해 인지 및 악취를 정화하고, 생명체들에게 영혼의 안식을 선사합니다. ]
여울은 은빛 실의 한 자락을 가볍게 튕겼다.
팅— 하는 맑고 청아한 금속음이 아틀리에 내부를 울렸다. 그것은 인간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는 미세한 진동이었으나, 현장에 있던 모든 존재의 감각을 뒤흔드는 파동이었다.
순간, 아틀리에의 열린 문틈으로 믿을 수 없을 만큼 향긋하고 따스한 바람이 불어 나가기 시작했다. 그것은 숲속의 젖은 흙내음과 싱그러운 허브 향, 그리고 햇볕에 잘 말린 리넨 이불에서 나는 포근한 온기를 품은 향취였다.
"어……? 이게 무슨 냄새지?" "갑자기 머리가 맑아지는데?"
기자들이 코를 킁킁거리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때, 방송사 취재팀이 데려온 사나운 대형 촬영견들과 주변 골목에서 으르렁거리던 길짐승들이 이상 행동을 보였다. 아틀리에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며 짖어대던 개들이 돌연 얌전해지더니, 약속이라도 한 듯 차례로 앞발을 모으고 바닥에 엎드렸다.
그들의 눈빛은 더 이상 사납지 않았다. 마치 위대한 성소에 들어선 경건한 신도들처럼, 개들은 아틀리에와 여울을 향해 일제히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동물들의 왜곡된 공포와 경계심이 은빛 실의 파동으로 완벽하게 정화된 것이었다.
카메라들이 이 이례적이고 기적적인 광경을 실시간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인터넷 라이브 방송의 채팅창이 폭발적으로 뒤집히는 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 실시간 온기 지수: 45%로 수직 상승! ] [ 아틀리에의 1차 공간 확장이 시작됩니다. ]
여울의 귓가에 장부의 알림이 울림과 동시에, 아틀리에 내부의 낡은 나무 벽면들이 은은한 은빛으로 물들며 보이지 않는 온기의 방벽이 한층 더 두터워지는 것을 느꼈다. 뼈를 깎는 듯하던 누리의 고통도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봄볕 같은 따스함이 채워졌다.
여울은 카메라 렌즈 앞으로 당당히 걸어 나갔다. 그녀는 눈짓 하나 깜빡하지 않고 강준환을 정면으로 쏘아보았다.
"강준환 대표님."
그녀의 목소리는 기자들의 마이크를 통해 전국의 안방으로 생생하게 송출되었다.
"방금 보신 것처럼, 우리 아틀리에는 그 어떤 유해 물질도, 세균도 존재하지 않는 가장 청결하고 안전한 공간입니다. 오히려 동물들이 스스로 안정을 찾고 치유받는 곳이죠. 장부의 청결 수치를 기계적 계량기로 환산해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
여울은 은우가 가져온 정밀 환경 측정기를 가리켰다. 측정기의 수치는 '0.00ppm', 그 어떤 오염 물질도 감지되지 않는 완벽한 청정 상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무런 과학적 근거도 없이, 오직 개인의 사적 개발 이익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하고 허위 사실을 유포하여 영업을 방해한 강준환 대표와 주동자들을 공무집행 방해 및 무고죄, 그리고 명예훼손으로 정식 고소하겠습니다."
여울의 선언에 현장은 찬물을 끼얹은 듯 조용해졌다.
"이 모든 과정은 지금 카메라를 통해 국민 여러분께 생중계되고 있습니다. 법정에서 누가 진짜 청록동의 해충인지 가려내도록 하죠."
정면으로 들이받는 여울의 격상 반격에 강준환의 얼굴이 흙빛으로 변했다. 기자들의 질문 화살이 순식간에 방향을 바꾸어 강준환에게 쏟아졌다.
"강 대표님! 기획 수사 의혹에 대해 해명해 주십시오!" "아틀리에 부지를 강제 수용하기 위해 위생과를 매수한 것이 사실입니까?"
"이, 이건 오해입니다! 철수해! 당장 철수하란 말이야!"
강준환은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를 가리며 허겁지겁 비서들의 호위를 받으며 차량으로 도망치듯 몸을 숨겼다. 위생과 서기관들 역시 붉어진 얼굴로 허둥지둥 장비를 챙겨 퇴각했다. 완벽한 승리였다.
골목을 가득 메웠던 소란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아침의 평화가 다시 은빛 바늘 아틀리에로 찾아왔다.
여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문틀에 기대어 섰다. 긴장이 풀리자 다리가 조금 떨렸지만, 곁에 서 있던 은우가 든든하게 그녀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잘했어요, 여울 씨. 아주 멋진 반격이었어."
은우의 능글맞은 미소에 여울도 아주 오랜만에 엷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타인의 호의를 의심하던 그녀의 방어벽에 작은 온기가 스며드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굴욕적으로 회차를 뜨는 강준환의 차량 뒷모습을 응시하던 바로 그 순간이었다.
바스락— 하는 미세한 소리가 여울의 발밑에서 들려왔다.
여울이 고개를 숙이자, 아틀리에 마루 장판 밑의 좁은 틈새에서 검은 털 뭉치 하나가 쏙 튀어나왔다. 청록동 골목의 전설적인 쥐잡기 전문 길고양이이자, 할아버지 생전부터 이곳을 드나들던 까칠한 '네로'였다.
네로는 여울을 한번 슥 올려다보더니, 입에 물고 있던 무언가를 툭 하고 여울의 신발 앞코에 내려놓았다.
데구르르.
먼지와 흙이 잔뜩 묻은, 그러나 틈새로 묵직한 황동 빛을 내뿜는 물건이었다. 그것은 고대 태엽 열쇠의 형상을 한, 아주 두껍고 기이한 임페리얼 황동 단추였다.
네로는 의미심장한 울음소리를 한 번 내고는 다시 장판 밑 어둠 속으로 유유히 사라졌다.
여울은 허리를 굽혀 그 차갑고 묵직한 황동 단추를 손에 쥐었다. 그 순간, 영혼의 수선 장부가 격렬하게 요동치며 붉은 경고등을 켜기 시작했다.
[ 경고: 봉인된 심연의 열쇠가 감지되었습니다. ] [ 이 도구는 아틀리에 지하에 숨겨진 '그곳'을 여는 마스터키입니다. ] [ 동시에, 강준환이 그토록 찾고 있는 청록동의 거대한 비밀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
여울은 황동 단추를 꼭 쥔 채, 어두운 지하 보관고의 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서부터 다시 한 번, 기이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